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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질서 회복

등록일 2016-02-17 02:01 게재일 2016-02-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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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화<br /><br />대구경북부 부장
▲ 정철화 대구경북부 부장

병신년 새해는 벽두부터 유난히 시끄럽다. 총선을 앞둔 정치판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렇다고 치지만, 무엇보다 친자를 끔찍하게 살해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불거져 온 국민을 경악케 하고 있다. 초등학생 아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살해한 뒤 시신을 냉동보관한 아버지,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년여 가까이 집안에 방치한 아버지 등 차마 인간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이 다각적으로 강구되고 있다. 가정해체로 가족의 질서가 깨진데서 그 원인을 찾는 사회학자의 진단이 주목을 끈다. 최근 일련의 잔혹한 아동학대 사례들이 이혼가정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족의 질서를 유지했던 아버지의 권위와 위엄이 약화되고 자녀를 왕같이 떠받드는 과잉보호적 가족질서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가정에서 무서운 사람이 없고 어릴 때부터 원하는 대로 모든 게 이뤄지는 자녀중심적 가정환경은 이기적인 인간을 키워낸다. 이기적인 인간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 등 사회성이 부족해 이해와 배려가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결혼을 통한 가정을 유지하기 더욱 어렵다. 최근 가정해체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특히 이기적인 인간은 사회전반에서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극단적인 폭력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괴물과 같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주 아동학대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아동 학대 대응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기관별 임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가해자의 엄격한 처벌과 피해 아동의 육체적 심리적 치료를 강화하는 등의 강력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

이런 반인륜적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입법 등 사회전반적인 안전시스템이 당연히 구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몇몇 정신병자같은 아버지들로 인해 건강한 가정을 지키는 대다수 아버지들의 권위에 또 하나의 족쇄가 채워지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현대 가족사회에서 가뜩이나 약화된 아버지의 권위가 완전히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현대 산업사회 가장들에게서 펭귄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남극에 사는 펭귄 아버지는 어미가 알을 낳자마자 발위에 올려놓는다. 엄마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떠나고 아빠 펭귄은 두 달 가까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꼼짝도 않고 혹한을 견디며 알을 품는다. 마침내 먹이를 구해 돌아온 엄마는 뱃속에 저장해온 양식을 토해 새끼에게 먹인다. 두 달 가까이 꼬박 굶은 아버지 펭귄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오로지 새끼를 돌보는데만 여념이 없다. 눈보라와 폭풍 속에서 시달려 체력을 소진하고 영양실조마저 겹친 아버지 펭귄이 이제 먹이를 찾아 나선다. 굶주림에 비틀대며 필사적으로 걷지만 다리에 힘이 빠져 미끄러지고 나뒹굴다가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아버지 펭귄은 흔히 부성애(父性愛)의 상징으로 곧잘 인용된다. 아버지 펭귄의 자식에 대한 무한사랑은 요즘 같은 비정한 아버지들과 비교되지만, 달리 말하면 `과잉보호`다. 현대 아버지들 역시 자식에게 모두 걸기를 하다시피하며 `과잉보호`에 내몰려 있다. 자식교육과 가족부양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쏟아붙고난 아버지들의 미래는 어떨까. 노후 준비를 하지 않았으니 돈도 없고 과잉보호로 키워놓은 자식들에게 외면당한 채 병든 육신을 이끌고 쓸쓸하게 여생을 보내는 노년이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 펭귄의 처참한 몰골과 너무도 닮아 있다.

아버지들이 강요 당하는 과잉보호의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족의 질서를 회복하고 가정해체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은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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