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13일 치러지는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역대 선거사상 초유의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우선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지역구 분실에 따라 한순간 모든 후보들이 없어지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대구 새누리당 후보의 경우 당내 경선이 짧게는 한달, 길게는 5개월여까지 길어지면서 전력투구에 따른 피로도 누적과 법정 선거자금 소진, 건강 이상 등의 사태를 몰고 왔다. 이는 당내 경선을 위해 선거문자 발송은 물론이고 자체 여론조사 등에 상당한 선거자금을 사용했고 각종 행사에 무조건 참석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당내 경선 당시에도 예비후보들은 건강이상으로 병원 신세를 질 만큼 강행군의 연속이었다.이에 따라 정작 본선에 오른 새누리당 후보는 경선을 통해 이미 상당한 데미지를 입고 출전한 상황에 부닥쳤다.
또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면접에서 그동안 예우 차원에서 면제를 시켰던 당대표가 다른 예비후보들과 함께 참석해 공관위원장의 질문에 대답하는 등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다 친 박근혜 대통령계를 지칭하는 각종 단어들도 난무했다. 특히 동구을처럼 역대 선거에서 볼 수 없던 여당의 무공천도 초유의 일에 꼽힌다. 심지어 대구의 경우 과거 특정고교 출신들이 독식하다가 그 고교 동기끼리 경쟁을 벌이는 상황까지 가는 등 초유의 사태가 이번 총선에서 여기저기 드러났다. 대구 수성을 지역구의 경우 법원이 여성우선공천에 대해 새누리당의 잘못을 일부 인정한 것도 선거사상 초유의 사건에 포함된다. 이로 인해 대구에서 그동안 국회의원을 단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한 야당은 이번 총선에서 맺힌 한을 풀 것으로 전망하는가 하면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의 `백색 열풍`까지 더해졌다.
우선 손꼽히는 내용만 뽑아도 무려 8가지에 달해 과거 선거와는 다른 분위기로 흐를 수밖에 없는 여건은 조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일까. 과거 새누리당이 텃밭이었던 대구·경북지역에서 최소한 7곳에서 야당과 무소속 후보의 약진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여당의 오랜 금맥이었던 대구·경북의 달라진 모습을 언론은 연일 이상징후처럼 소개하기 바쁘다. 하지만 그 원인과 이유에 대한 분석은 없고 다만 유권자들의 표심이 바뀌었다는 정도로 보도하고 있을 뿐이다.
대구·경북 지역민 역시 역대 총선과는 다른 모습에 놀라면서 그 추이를 지켜보지만 이제는 그럴 만도 할 때가 됐다는 분위기로 흐르는 것이 사실이다. 이유는 위에 언급한 8가지가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난 18·19대 총선에서 친이계니 친박계니 하면서 공천 경쟁을 벌인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당시에도 정권을 잡은 계파가 공천을 독식하는 양상을 보였고 지난 19대 때는 이른바 일부 지역은 후보마저도 예상치 못한 메뚜기식 공천이 자행됐음에도 대구·경북지역은 전석 모두 여당이 당선되는 결과를 냈다. 그래서 TK지역은 여당의 작대기만 꼽아도 당선된다거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전국적인 볼멘소리와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이로 인해 대구·경북민은 자존심에 상당한 상처를 받았고 과거 야당의원이 발언했던 이른바 `수구 꼴통`이라는 단어의 재 등장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려갔다. 이런 분위기를 접한 20대 총선을 준비해온 여당 정치인은 특히 지역구 관리보다는 중앙당에 기대는 수밖에 없는 풍토로 이어졌다. 결국 여당의 예비후보들은 경선기간 내내 누구나 할 것 없이 지난번같이 유권자에게 각종 친박 관련 문구를 사용하거나 대통령, 청와대 등 본인이 관련있는 것은 있는대로 다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유권자들도 이제는 식상할 때가 됐고 이런 분위기가 이제는 통하지 않을 때가 된 것이다. 이미 자민련이라는 바람을 한번 경험했던 대구·경북 유권자들이기에 현재의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무뚝뚝하고 자신의 견해를 말로 표현하지 않았던 대구·경북민들은 결국 지난 총선 때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말없이 20대 총선을 기다린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