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선거철이다. 대구지역은 2일 현재 12개 선거구에 예비후보로 56명이 등록, 평균 4.7대 1을 기록 중이고 경북도 15개 선거구에 59명이 등록해 3.7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예비후보는 야당과 무소속 후보를 제외하면 대부분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하는 인사들로 포진해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여당 경선에 나선 예비후보들 대부분은 정치신인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저마다 새 피를 수혈해야 여당의 체질 개선과 변화, 혁신 등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내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비후보에는 대구·경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친박, 진박 인사들도 포함돼 본선거에 앞서 당내 경선전이 오히려 치열한 상황은 역대 총선 때와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경선전 일정을 빡빡하게 소화해 내면서 일부는 과로로 입원하기도 하고 일부는 갑작스러운 일정 강행에 따라 몸의 면역체계가 떨어지면서 생기는 대상포진에 걸려 고생하기도 한다. 이는 아침 6시 지역구내 주요 지점에서의 출근인사부터 초·중·고교 동문회와 일가친척의 모임까지 챙기고 오후 늦은 시간대에는 초대받지 않은 각종 모임까지도 무조건 찾아가는 등 거의 밤 12시까지 무려 18시간이나 강행군을 했기 때문이다.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다는 것이 맞을 정도로 새누리당 당내 경선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정치신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일들이 있다.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정치브로커가 그 장본인. 매번 선거때가 되면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몇번의 선거를 치른 예비후보들은 어느 정도 면역이 생겼지만, 대구 경북지역에서 당협이 구성되지 않거나 명목상 존재하는 지역은 이들 정치브로커들의 주된 공략처가 되고 있다. 이들은 조직이 없는 정치신인들에게 접근해 사실여부와는 상관없이 자신과 함께 했던 광역·기초의원의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당선이 보장된 사조직으로 지원하겠다고 장담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의 요청을 거부하면 다른 경쟁자에게로 간다는 협박 아닌 협박도 하면서 악성루머를 빌미로 무조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 주된 특기다.
정치신인들로서는 거부하게 되면 이른바 경선전에 악영향을 미치도록 온갖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이들의 특성을 알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들어 줄 수밖에 없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조직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조직을 대신하는 데다 당선 득표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악성루머에 따른 감표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 정치신인들이 그들을 수용하는 가장 큰 이유다. 또 그동안 대구·경북지역은 당내 경선 통과가 바로 본선에서 당선으로 이어지는 보증수표처럼 인식돼 온 것도 한몫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새누리당이 오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방식을 국민여론조사 반영률을 70%까지 높여 놨기 때문에 정치브로커들이 더욱 활개를 치게 만드는 환경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조직과 각종 단체의 명단을 동원해 행사 등에 정치신인들을 인사시킨다는 명목으로 끌고다니고 당선후 논공행상 형식으로 자신의 조직원에 대한 반대급부 요구도 서슴지 않는다. 그 반대급부에는 광역, 기초의원 비례대표 임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져 충격이다. 이같은 결과는 이들 광역·기초의원들이 조직의 이익을 위해 각종 이권 개입에 동원돼 결국 이들 조직을 더욱 비대하게 만들며 계속되는 선거에서 또다른 정치신인들을 먹잇감으로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과거 돈선거가 난무하던 시절부터 기승을 부려온 정치브로커들이 새롭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쯤 이런 정치브로커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신인들이 마음 편안하게 소신껏 자신의 능력을 보이면서 선거운동만 할 수 있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