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선거를 치러야 하는 신문기자들로서는 선거가 곧 `지옥`이다. 기자생활 동안 선거를 수십여 차례 치르고 나면 명이 수십년 단축된다는 말도 있다. 특히 지역사회의 경우 기자들 또한 지연·학연·혈연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기사는 토씨 하나 잘못돼도 시비가 된다. 중립성이 가장 큰 요체다.
정치부를 담당하는 기자는 새누리당 공천경쟁을 위한 경선을 앞두고 궁여지책 끝에 카카오톡을 선택했다. 본사와 서울, 대구 등 각 네트워크망을 연결하는 정치담당 기자들과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원활한 취재를 위해서였다. 정보보안의 의미도 있다. 같은 공간내 다른 기자들과는 선거와 관련된 대화 만큼은 입을 다문다. 선거판에서는 말이 참 무섭다. `아` 하면 `어`가 되고, `어` 하면 `아`가 돼서 급속도로 퍼진다.
카톡은 이미 여의도 정치에서도 일상화된 지 오래다. 단체방을 개설해 의원과 보좌진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회의방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카톡을 비롯한 밴드,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는 현대 선거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다. 특히 청년층의 정치참여가 이번 선거처럼 활발한 것 또한 그들의 주 소통공간이 SNS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오래전부터 SNS가 `제3의 선거운동본부`로 자리잡았다. 2008년 당시 미국 대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휴즈를 영입해 페이스북을 본 딴 자신의 선거운동 사이트를 열었다. 오바마는 이 SNS를 통해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을 올리며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국 전역으로 퍼진 대통령 후보의 소탈한 모습은 많은 지지자들을 양산했고 이는 연대로 이어져 공화당 매케인 후보를 꺾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후 오바마는 “진정한 변화는 아래에서부터 오는 것이며 인터넷은 그런 활동을 위한 강력한 도구”라고 말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SNS가 선거의 가장 큰 폐해를 유발하는 기구로 전락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특정인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를 넘어 병폐로 와닿고 있는 것이다.
본 기자의 페이스북 친구는 3천여명 가량이다. 정치부 담당을 오래 하다보니 정치인 친구들이 많다. 선거철이다 보니 선거관련 글이 도배를 이룬다. 기자의 대학생 아들은 정치인들이 선거관련 글을 올리면 무조건 친구를 끊는다고 한다. 단순히 자신을 홍보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라면 페친으로서 읽어주고 `좋아요`를 눌러준다. 감동스토리가 있으면 응원의 댓글도 단다. 하지만 일부는 상대후보를 헐뜯고 사실확인도 안된 풍설을 포장·재포장해서 사실인 양 페친들을 현혹하고 있다.
일부 인터넷신문 매체의 폐해도 SNS상에서 횡행한다. 특정 후보에게 유·불리한 기사를 싣고 이를 SNS에 실시간으로 올린다. SNS가 활성화되기 전 이들 매체의 유일한 노출창구는 홈페이지였다. 그러다보니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고소·고발된 대부분의 사례가 SNS상에서 발생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전국 인터넷신문은 2014년 기준으로 5천877개다. 2004년 286개에서 10년만에 20배 이상 늘었다. 홈페이지조차 없는 인터넷신문이 1천501개(25.6%)나 된다.
문체부는 지난해 8월 인터넷신문의 설립 요건을 보완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예고했다. 신규 등록을 하려면 5명 이상 취재·편집 인력의 상시고용 여부를 증명하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중 한 가지 이상의 가입내역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존매체도 1년 내에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등록이 취소된다. 무분별한 인터넷언론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후보측 관계자들의 상대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에 사이비 인터넷 언론까지 가세하면서 총선정국에서의 SNS는 가히 이전투구의 장이 되고 있다. 지금 이순간에도 SNS 상에서 `도깨비 뿔`을 숨긴 채 선거판을 더럽히고 있는 `작자`들이 적지않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