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도시 포항`이란 말을 이제 사용하기가 쑥스럽게 됐다.
포항시의 안일한 체육행정도 그렇고, 포항의 유일한 프로축구팀인 포항스틸러스의 성적도 더위를 먹어서 그런지 요즘 영 시원찮다.
포항시는 지난 4월 영천에서 열린 경북도민체육대회에서 구미시에게 종합우승을 내주면서 9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경북 최고 도시 포항시민들의 자존심을 상당히 구기게 했다. 패자는 말이 없어야 한다. 핑곗거리도 찾지 말아야 한다. 졌으면 그냥 깨끗이 진 것이다.
포항 체육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나. 모든 책임은 수장인 이강덕 시장에게 있다. 박승호 전 시장이 8년 동안 쌓아 놓은 7번의 종합우승이 무색하게 됐다. 스포츠맨(유도) 출신인 박승호 전 시장이 포항 체육에 쏟은 애정(?)에 비해 현 이강덕 시장은 체육을 홀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가 이런 참담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구미시에 비해 턱없이 적은 체육예산이 종합우승을 내 준 가장 큰 원인일 수도 있다. 포항시의 올해 체육예산이 12억5천만원으로 구미시 33억3천여 만원 보다 3분의 2 가량 적다. 하지만 박 전 시장 때에도 구미시보다 적은 예산으로 구미시를 제치고 종합우승을 일곱 번이나 일궈냈기 때문에 핑계거리가 될 수 없다.
문제는 시장의 확고한 의지이고, 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자세다. “시장이 체육에 별로 관심이 없으니 뭐 대충대충 하지…”, “체육예산이 구미시의 3분의 1도 안되는데 어떻게 이길 수 있겠나…” 등 공무원들의 자조적인 비아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강덕 시장은 취임 2년만에 체육지원과를 전격 해체하고 새마을과 안에 흡수시키면서 이름도 생소한 `새마을체육산업과`로 변경했다. 체육지원과 단일부서로도 업무가 많은데 새마을과 안에 일개 계(係)단위로 격하시켜 체육인들의 심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포항 체육인들은 처음부터 체육지원과의 해체를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이강덕 시장은 끝내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체육지원과가 해체된 이후 첫 도민체전에서 구미시에게 종합우승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체육인들을 더욱 화나게 한 것은 구미시에 1위 자리를 내주고도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체육회에 비(非)선수출신의 사무국장만 바꾸고 해당 과에 `꼼수인사`를 하는 선에서 그친 점이다.
최근 포항시장기 클럽대항축구대회 공고를 하면서 예산이 줄었다는 핑계로 40대들만 출전하도록 규정을 짰다. 각 클럽에 속해 있는 20, 30, 50대는 출전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됐다. 40대 외엔 축구를 하지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또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강덕 시장의 시민구단 포항스틸러스에 대한 사랑이다. 개막전을 제외하고는 스틸야드를 찾는 일이 거의 없다. 물론 일정이 바쁘겠지만 포항 시민구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는 것이다. 강원, 대전, 수원 등 타 도시의 시장들을 보라. 홈 경기 때마다 구장을 찾아 시민들과 함께 시민구단을 열렬히 응원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렇게 가다간 구미시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적은 예산도 문제지만 시장의 의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근 경주시의 체육행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체육예산을 증액시키는 것부터 시작해 체육행정을 하루 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 여기엔 이미 해체한 체육지원과를 원래대로 환원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포항시가 내년 도민체전에서 또다시 구미시에 종합우승 자리를 내준다면 그해 6월에 치러질 시장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년 도민체전은 이강덕 시장에게는 또 다른 `시험무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