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 사는 20대는 이제 7포 세대를 넘어 인생 대부분을 포기한 N포 세대로 지칭된다. 연애, 결혼, 출산 포기에서 내집 마련과 인간관계 포기, 심지어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는 7포 세대를 넘어 이젠 전부를 포기하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까지 가고 있다.
이러다 보니 20대에는 요즘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과 `시발비용`, `겟꿀러`, `탕진잼` 등의 신종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욜로족이란 인생을 단 한번 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사는 20대를 통칭한다. 겟꿀러는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꿀같은 소비를 얻는다는 말이다. 이는 점잖게 표현한 것이지만, 결국 한 번뿐인 인생을 자신만을 위해 그냥 막살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기성세대는 충격인데 반해 20대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오는 욕설에다 비용이라는 말이 합성된 시발비용은 20대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수도권의 20대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6개월 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시발비용을 지불한 경험이 62.5%이고 기분전환을 위해 재산을 탕진하다시피 과소비하는 `탕진잼` 경험도 45.7%가 있다고 응답했다.
부모세대들은 이해할 수 없는 소비 형태로 가성비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20대의 취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행태는 최근 맛집 경향도 정말 맛있는 집이 아니라 SNS의 영향으로 사진찍기 좋은 식당으로 변모하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는 훍수저에 속한 20대들이 잠시나마 금수저가 돼 보겠다는 행동이며 눈물겹도록 처절한 N세대의 저항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경제 구조상 금수저는 영원히 금수저이지만, 흙수저는 로또나 갑자기 돈벼락을 맞지 않는 한 은수저나 금수저로 올라갈 수 없고 영원한 흙수저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자괴감이 포함돼 있다.
일부 금수저의 갑질 횡포에 대해 언론 등에서 아무리 질타하고 단죄를 하더라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음서제처럼 영원히 떵떵거리는 금수저로 남는 현실을 흙수저 20대들이 욜로족과 시발비용으로 항변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 지상파에서 욜로족을 주제로 한 내용이 방영됐다.
이 프로그램도 금수저로 불리는 사람들 앞에서 먼저 소비를 한 이들은 상당히 큰 돈을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사용했지만, 뒤쪽으로 밀린 이들은 컷오프에 걸릴까봐 편의점에서 20원짜리 종이컵을 카드로 긁는 처절한 상황까지 보여줬다. 연예인들이 컷오프에 전전긍긍하는 단순한 재미가 포함됐지만, 어쩌면 N포세대인 20대의 자화상임을 간파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20대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 같은 상황이 그냥 동네 불구경만은 아니다. 흙수저를 자처한 한 시인은 `내 새끼를 위해 매주 로또를 산다`고 말할 정도로 욜로족과 시발비용은 정말 가슴이 저리게 다가온다.
지금의 20대가 20여 년 후 한국을 짊어질 금쪽같은 세대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상황을 치기어린 반항으로만 몰고 갈 수는 없다. 그동안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로 이들을 달래왔지만, 요즘 이 말은 `아프면 환자`라는 말로 되돌아 올 정도로 더는 20대에게 위안이나 희망거리가 아닌 조롱거리로 바뀐지 오래다.
그동안 청년일자리를 외치며 득표에만 몰두했던 정치권의 철저한 반성과 청년 취업을 수치상의 상승 위주로 발표했던 행정권의 화려한 말잔치는 이제 끝나야 한다. 기성세대와 정치권 및 행정이 더 이상 포기세대가 아니라는 극단적인 전개가 없는 한 한국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