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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마스크보다 답답한 정치

끝을 짐작할 수 없는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가 더이상 갑갑하지 않는 일상이 됐다.하지만 북한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사건과 여당의 수적 우세를 앞세워 제1야당을 배제한 상임위원장 선출 등 현 정세가 답답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역대 이 정도의 난맥상을 보인 정국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코로나19 사태야 국민 개개인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책을 찾아가는 상황이지만, 북한의 요즘 행태와 정치권의 행보는 타결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코로나19는 이미 우리 국민의 뛰어난 위기대처 능력으로 인해 ‘K방역’이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부러움의 대상이 된 반면에 북한과의 관계나 정치권은 여전히 과거로 회귀하는 씁쓸한 모습이다.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정치권의 협치가 되살아나야 적극적인 대응이나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데도 여전히 여당은 수적 오만함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연일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은 오히려 이런 국내 정치의 파행적인 상태를 즐기는듯 연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미의 행동을 보여주며 노동신문을 통해서도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당은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구태의연한 정치행태라고 비난을 하고 있지만 정작 구태라는 표현이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과거 여당이 해온 행보를 그대로 보는 듯해 씁쓸함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 운영에서 든든한 맏형 역할을 해야 할 여당이 힘의 논리만을 앞세워 어린 동생들을 막 다루는 모습으로 비치는 우를 범하는 것으로 보인다.통합당도 여당의 숫자놀음에 그냥 속수무책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전혀 대처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강수를 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돌파구나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거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를 상기하면 지금의 통합당보다 적은 국회의원 숫자로 견제와 협상 능력을 보여줬고 자신들의 견해를 관철하기 위해 성명을 통해 여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면모를 보이는 등 상당히 압박을 가했다. 지금의 통합당은 야당 경험 부족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속수무책인 상태이고 당 비대위 역시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진행에도 당의 진로를 모색하지 못하는 무기력증만 노출하고 있다. 이 정도의 정치국면이라면 현재 통합당 대표인 비대위원장이라도 나서서 자신의 경륜과 식견을 바탕으로 혜안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야당은 여당의 과거 수적 우위의 오만함으로 이어진 선거에서 국민이 야당을 선택했다는 사실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마저 드는 부분이다. 물론 과거 강한 여당의 수적 횡포에 국민은 표로서 따끔한 일침을 가하며 심판해 왔다. 그러나 이런 국민적 판단에는 반드시 야당의 눈물겨운 대여투쟁의 노력을 눈여겨봐 왔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당의 거친 행보에 지친 국민이 다음 선거에서 어떻게 표로서 반응했는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대선이 2년 앞으로 다가와 있다.

2020-06-17

닭은 벼슬을 자랑하지 않는다

이창훈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중세 말기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이 발발하자 영국과 가장 가까운 프랑스의 항구도시 칼레는 영국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칼레 사람들은 시민군을 조직해 맞서 싸웠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끝내 항복하고 말았다.영국왕 에드워드 3세는 파격적인 항복 조건을 내걸었다. “시민들 중 6명을 뽑아 와라. 그러면 칼레 시민 전체를 대신해 처형하고 나머지는 사면하겠다”는 내용이었다.칼레의 갑부 생 피에르를 비롯한 고위 관료와 부유층 인사 6명이 자원했다. 이들은 목에 밧줄을 걸고 맨발에 자루 옷을 입고 영국왕 앞으로 나왔다. 사형이 집행되려는 순간 임신 중이던 영국왕의 왕비가 처형을 만류했다. 이들을 죽이면 태아에게 불행한 일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이유였다. 왕은 고심 끝에 이들을 풀어 주었고 6명의 시민은 칼레의 영웅이 됐다. 이것이 가진 자의 의무를 상징하는 ‘노블레스(귀족) 오블리주(의무)’가 탄생된 배경이다. 원래 노블레스는 닭의 벼슬을 의미하고, 오블리주는 달걀의 노른자라는 뜻이다. 이 두 단어를 합성해 만든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닭의 사명이 자기의 벼슬을 자랑함에 있지 않고 알을 낳는 데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작금의 현실을 보면 우리나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요즘 언론의 화두는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의 거취다. 그는 정의기억연대를 이끌다 최근 국회의원에 당선됨과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심에 위안부 피해자로 오랫동안 활동한 이용수 할머니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는 사회적 통념이나 법으로 다뤄 바로잡으면 된다. 법의 심판은 법원에서 받고, 사회적 정서와 국민의 감정 등을 고려한 의원직 면탈은 자신이 소속한 당에서 결정하면 끝이다.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이 왜곡되면서 당리당략적 정쟁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30년간 일본군 ‘위안부’ 운동 방향을 돌아보자는 이용수 할머니가 요구한 본질은 간데없고 인신공격만 난무하는 등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 이 가운데 다선 국회의원들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호위무사로 방어벽을 치고 있다.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로 ‘선량(選良)‘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하지만 선량은 간데없고 ‘노블레스 말라드(Noblesse Malade)’, 즉 욕심에 가득찬 귀족만 가득하다는 생각이다.경북도의회도 다음달이면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된다. 오랫동안 일당중심으로 오다 2년전부터 여·야당이 함께 동고동락해오고 있다. 그동안 크고 작은 불협화음도 있었지만 모두 다 시도민을 위한 업무 중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수당은 좀 더 아량을 베풀고, 소수당은 억지보다는 실리에 방점을 찍는 실사구시를 추구, 협치로 나가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프랑스의 작은 지방에서 싹텄듯 경북도의회가 타시도의 모범이 됐으면 한다.단 6명의 지도자가 칼레를 구한 것처럼 세상을 밝히는 등불은 아주 작은 불빛에서 시작된다. 희생과 나눔을 의무로 여긴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욱 밝아질 것이다.

2020-06-02

광역의회 의장단 선거, 구태의연 털어내야

김영태대구취재본부 부장총선이 끝나고 지역 정가는 광역·기초의회 의장단 선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반기 의장단 구성은 철저히 선수에 따른 투표가 주류를 이룬 것과 달리 후반기 의회 의장단 선거는 거의 인기투표에 가깝다.전반기 의회기간 동료 의원들과 얼마만큼 소통하고 인간적인 유대를 가져왔느냐가 당선의 관건이 되는 분위기를 보여왔다. 이로 인해 그동안 세간에 거론되는 인사보다는 의외의 인물이 종종 의장을 맡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 같은 현상은 등록 후보자가 없이 실시되는‘교황 선출식 투표’에 그 원인이 있다. 교황 선출 방식은 교황이 선종하거나 사임 후 15∼20일 이내에 전세계 추기경들이 참석하는 비밀투표인 콘클라베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해야 선출되는 방법으로 예상됐던 인물보다는 깜짝 교황이 선출되기도 했다.현재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러했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역시 세간에서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추기경에서 교황으로 선출된 분들이다. 이런 방식은 니콜라오 2세가 교황 선출권자를 추기경들로 제한하는 선언을 했던 1059년에 시작됐으니 역사도 꽤나 깊다.경기도의 한 기초의회 등 일부는 이런 교황선출식 의장단 선거를 후보출마 방식으로 변경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 방법이 주류를 이루는 것도 누구나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물론 이 선거방식으로 인해 과거 쇼핑백 등 갖가지 잡음이 발생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구태의연한 행실은 통하지 않는다.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 역시 교황 선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광역의회 의장이라는 막중한 지위를 두고 광역의원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욕심을 내볼만하지만 집행부를 견제하는 의회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의욕이 앞서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어느 정도 선수를 갖추고 동료 의원들과의 친밀도, 집행부 견제력 등이 당선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불문가지다.대구시의회는 전반기 선거 당시의 후반기 약속 여부와 선수파괴 등이 이슈가 되고 경북도의회는 이른바 일부 인사의 자질 문제가 대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광역의회에 의장단에 포함될 인사에 대한 하마평에 이어 일부 인사들은 벌써 물밑 작업을 치열하게 전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하지만 과거처럼 상대방을 음해하는 비방과 소문, 카더라식 인신공격은 여전하고 마타도어식 소문까지 등장하고 있어 우려스럽다.이중에는 음주나 폭력 전과 등의 사실에 근거한 내용도 나오면서 일부 인사의 불가론까지 제기되며 본격적인 의장단 선출 시점에는 이전투구식으로 흐를 가능성마저 보인다. 이렇게 되면 소속된 당의 개입 빌미를 제공하고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돼 결국 당에서 지목한 인사를 선출하는 거수기로 전락하는 사례를 종종 봐왔다. 이는 당장 당 소속 의원들의 일사불란한 행보로는 비칠지 모르지만 의원들의 뜻과 정반대되는 상황으로 흐를 수 있고 의원들간 선거 앙금으로 남는 등 불신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이런 점을 한꺼번에 털어내 의장단 선거로 진행되길 기대하는 것은 기우일까.

2020-05-12

경북도는 전진해야 한다

이창훈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코로나19는 우리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특히 대구와 경북이 코로나의 진원지가 되면서 지역의 모든 일이 마비됐다.경북도는 올초 대구경북관광의 해인 올해를 기점 삼아 관광 붐을 일으켜 일자리와 경제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을 계획했다. 또 숙원사업인 신공항건설과 대구경북 행정통합으로 새로운 역사의 시발점을 경북에서 출발시키는 프로젝트를 초안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코로나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모든 것을 새로 짜야 하는 형국이 됐다.이제 코로나 판세가 안정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국난극복의 시발점이 된 과거 지역의 역사를 발판삼아 경북도를 재건해야 한다.이철우 도지사는 최근 그동안 침체된 지역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범지역경제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고, (가칭)범도민대책위를 발족시켰다. 과거 국난 때 왕성한 의병활동을 비롯 국채보상운동 등 청사에 남을 범국민운동을 전례로 삼아 경제 살리는 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범도민대책위는 대구경북 상생 차원을 비롯 당초 이 지사가 구상했던 것과는 약간 차이가 보이지만 이 운동이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돼 무너진 지역의 자존심이 제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그동안 중단됐던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신공항추진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 모두가 지역의 향후 지도를 개편하는 대역사로,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코로나로 인해 시간을 너무 허비해 골든타임이 부족하지만 백년대계의 심오한 프로젝트이니 만큼 한발 한발 전진해야 한다.행정통합의 경우, 그 과정의 지난함으로 인해 반대의 목소리도 상당하고 이 지사가 이를 통해 지역에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 아니겠느냐는 말들도 많은만큼 진정성으로 이를 불식시켜야 한다.행정통합은 거시적으로 향후 지역의 100년을 내다보고 미래발전을 위한다는 대원칙이 있는만큼 좌고우면 하지말고 진행돼야 한다.신공항문제도 풀어야 한다. 어려운 고비를 몇 번 넘기고 주민투표도 완료됐지만 신공항이 한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의 보다 큰 미래전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신공항이 필수불가결한 만큼 불씨를 살려야 한다. 그리고 도내 외부가 어려운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직자들이 분발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몇몇 사건들을 보면 코로나에 진력하는 사이 도 공직자의 기강이 좀 풀어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다.최근 도 내부에서 절도사건이 발생해 경찰조사를 받는 불미스런 사건도 불거졌고, 한 중간 간부는 사석에서 부하직원들을 향해 입에 담기 어려운 험구를 쏟아내기도 했다. 과거 이들 사이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한 막말이 흘러나와 공직자들의 대화가 과연 맞는가라고 의심이 들 정도였다.또 조직의 최고수장에 대한 불만이 정제되지 않은 채 공식 언로를 통해 표출되는 것도 자제돼야 한다.수천 명의 공직자가 북적이는 도에서 여러 일들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작은 구멍이 둑을 허물어뜨리는 만큼 경북도는 조직을 추스르고 다잡아 전진해야 할 것이다.

2020-04-21

코로나19와 선거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부국장 대우)신종 코로나 감염병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대구와 경북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사태 해결과정에서 등장한 ‘드라이브 스루’는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정치도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하게 변신 중이다. 가장 큰 변화는 우선 유권자를 향한 대면선거라는 기존의 선거문화를 완전히 뒤엎은 비대면선거가 그것이다. 문자메시지와 SNS에 대한 비중이 대폭적으로 증가하면서 유권자들은 과거와 다른 선거문화에 점차 적응하고 있다.당내 경선에서도 휴대폰을 통한 여론조사가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휴대폰이 이번 선거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선거 대상이 될 정도다. 이러다 보니 각 후보 캠프 측들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홍보전략을 구사하고 1인 방송 등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서울지역 일부 후보는 AI(인공지능)를 도입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집중공략 방향을 잡는다고 할 정도로 제21대 총선은 과거에 볼 수 없던 비교적 첨단의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각 후보가 비대면 선거운동에 따른 문자메시지 발송비용 역시 과거보다 대폭 증가하면서 선거비용 부족 사태를 우려할 정도다.이런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는 괴소문이 퍼지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보수당의 대구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 예비후보가 설치한 착신전화가 문제가 되면서 결국 구속되는 사태와 비슷한 불법 전화사건이 재현했다는 풍문이다. 선거법상 자신의 휴대폰 이외의 전화를 사용하면 불법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특정 정당의 한 예비후보는 경선에서 일반전화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안부전화를 겸한 선거운동이 진행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고 경쟁했던 예비후보가 선관위 측에 고발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현재 대구선거관리위원회와 대구지방경찰청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지만, 일부는 내사 상황임을 암시하는 등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만약 이 같은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선거문화로 결코 치부될 수 없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최악의 선거문화로 지적될 뿐이다.아무리 대면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구태의연하고 진부한 방법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정말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대구·경북지역은 보수당 후보자가 곧 당선이라는 수식이 어느 정도 통했기에 우선 당내경선에서 무조건 이겨보자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으로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그러나 이제 대구·경북의 유권자들도 과거와는 사뭇 다른 선거의식을 지니고 있다. 절대적이고 일방적인 지지에서 벗어나는 조짐이 확인되고 있다. 그럼에도 버려야 할 구습이자 케케묵은 선거문화가 여전히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대한민국은 K-팝과 영화에 이어 코로나 사태 해결에서 창조적 혁신을 이끌며 또다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등 최첨단을 걷고 있어 이제 한국정치도 구태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2020-03-31

대구·경북 정치권의 고민거리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총선이라는 큰 일정을 두고 여야 각 당은 인재영입과 각종 공약발표 등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30대 층을 공략하는 차원에서 젊은층 인재영입에 총력을 기울이며 오는 총선을 디딤돌로 삼아 2년 뒤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보수통합과 인적쇄신 등을 통해 당의 면모를 바꾸는 행보를 통해 오는 총선을 치르려는 의도를 보이며 중산층 공략을 위한 인재영입에도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여야의 이 같은 움직임과 함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세 결집을 통해 여야에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만큼 오는 총선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내포한 셈이다.대구·경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당은 대구 수성갑과 북구을 교두보를 더욱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경북지역에서 첫 지역구 의원 배출을 노리는 상태다. 본격적인 총선에서 여당 측이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집중포화가 예상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은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현역 70% 물갈이론 등을 통해 인적쇄신을 거듭 천명하며 당 지지세 부상에 노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와 달리 대구·경북지역에 정치신인들의 도전이 만만찮다.하지만, 대구·경북지역민들은 한국당의 이런 움직임에 맘이 편치만은 않다. 현역 70%를 물갈이한다는 데 따른 반응으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대구의 경우 12명 중 9명을 친박 인사로 과감하게 교체했다. 이번 총선에도 역시 공천 물갈이의 우선 대상을 대구·경북지역으로 언급하며 강도 높은 인적쇄신을 한다고 했다.대구·경북에서 대폭 물갈이를 하는 것이 강도 높은 것인지는 지난 20대 총선을 봐도 그 근거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심지어 지역 식자층은 대구·경북을 정치 식민지로 다루는 듯한 한국당의 공천룰이 무척이나 불쾌하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종 말 잔치를 통해 대구·경북을 칭송했던 한국당이 총선에서 또다시 지역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불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구 신공항 이전이나 대구 상수원이전, 포항 지진 등 지역의 최대 현안이 발생해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적극적인 모습이 거의 없었던 정치권이 총선만 되면 지역을 거론하느냐고 반문하는 지역민들도 많아졌다. 대구 경북 70% 물갈이론은 한국당의 대구·경북에 대한 이상한 애착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만만한 것이 대구·경북이냐는 내용이다. 4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한국당은 똑같은 공천룰을 제기한다면 과거 중앙당에서 찍어 내리면 무조건 표를 주었던 지역민들도 이제는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2명,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구미시장을 선출하는 모습을 통해 이미 경고를 날린 셈이다.대구·경북지역이 우파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민들도 이제는 학습효과가 충분하다. 부동산에만 풍선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지역민들은 이미 표로서 드러냈다. 과거보다 더 똑똑해진 지역민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2020-01-28

인적쇄신과 정치지도자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여야 정치인을 막론하고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찬사는 수도 없이 많다. 우파는 거의 단골로 보수의 성지, 보수의 터전 등으로, 좌파는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 언급한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주 듣다 보니 이제 대구·경북 시도민은 이같은 찬사에 거의 무감각할 정도로 흘러간 옛노래가 됐다. 여야 정치인들도 더 이상 이런 찬사로는 지역을 공략할 수 없음을 느끼지만, 이런 발언들이 종종 들린다.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의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최근 자유한국당에서는 영남권 중진을 비롯한 강남 3구 의원에 대한 물갈이론이 제기됐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이른바 한국당 살생부까지 등장했다는 소문이다. 특히 지역은 30% 인적쇄신을 넘어 최고 50%까지 교체될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고 있다. 근거로 서울과 수도권에는 인재풀이 거의 없고 유독 영남권에서만 후보자가 넘쳐나기 때문이라고 한다.하지만,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이런 논리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3선 이상 영남권 국회의원을 오는 총선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에 원인이 있다. 그동안 정치권은 지역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수의 성지이자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더 이상 대구·경북에서 정치 지도자를 배출하지 않겠다는 소리와 같기 때문이다.그동안 보수당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내리꽂는데 열중하면서 다선 의원을 배출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나마 다선 의원이 된 이들을 향해 이제는 인적쇄신의 대상이 되라고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만일 이들마저 지역에서 사라진다면 다선 국회의원의 몫인 국회의장이나 당 대표 등도 배출할 수 없는 지역으로 전락하게 된다. 결국 한국당은 대구·경북을 먹기에는 너무 양이 적고 버리기에는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과 같은 존재로 보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역민이 불만을 가지는 요소가 되고도 남는다. 결국 한국당의 인적쇄신안은 대구·경북은 상징적인 보수의 성지로 남고 선거때 그냥 표만 주면 된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정권 창출을 위해 다잡은 물고기인 대구·경북에는 먹이를 주지 않겠다는 심보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나마 정치 지도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를 한국당이 인적쇄신이라는 말로 포장해 말살하려는 의도로 의심받기에도 충분하다.인적쇄신을 반대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선택지를 내놓으라는 소리다. 최근과 같은 정치적 홀대를 지역민들은 익히 경험한 바 있고 선거 결과를 통해 철저히 응징해 왔다.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은 물론이고 지난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홍의락 의원을 탄생시킨 것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지역민들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언급하는 정치적인 기득권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를 키우지 않는 박탈감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다. 최근 한국당의 무작정 영남권 중진 인적쇄신론이 오는 총선에서 가져올 파장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다는 한국당이 오히려 지역을 홀대하는 상황을 시도민이 그냥 지켜보기만 하지는 않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2019-12-03

여론조사의 필수조건

이곤영 대구취재본부장“여론조사는 의뢰자의 입맛대로 가능하다”는 말은 정치권과 여론조사기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가운데 여론조사의 결과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 당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한 조사기관마다 결과가 첨예하게 엇갈렸고 동일기관의 조사에서도 결과가 들쭉날쭉 해 여론조사 신뢰성 문제가 불거졌다.최근 국내 대표적인 조사기관 중의 하나인 모 여론조사기관의 모집단 표본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에 편향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5월 13∼15일 전국 남녀 1천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발표한 주간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48.9%였다. 이에 한 언론사는 표본 표집의 오류를 지적하고 실제 지지도는 29%라는 것이 중립적인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고 보도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체 응답자 1천502명 중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53.3%인 800명이나 포함돼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또 지난 8월30일 조국 장관 임명을 두고 반대(54.3%)와 찬성(42.3%)의 격차가 12%포인트로 벌어졌으나 9월4일에는 격차가 오차 범위 내인 5.4%포인트로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 장관 일가에 대한 비리 의혹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던 시점에 통상적인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8월30일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조사에서는 ‘조 장관이 법무장관으로 부적절하다’(57%)는 응답이 ‘적절하다’(27%)를 무려 30%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양대 여론조사 기관이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자 보수성향의 국민들이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고 특정 정권에 유리하거나 또는 불리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오해까지 받게 된 것이다.이런 가운데 대구 서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민심을 조작하는 여론조사기관을 영구퇴출하는 ‘(가칭)정치 및 선거여론조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불법여론조사로 형사처벌을 받은 여론조사기관은 향후 10년간 재등록할 수 없도록 해 사실상 영구퇴출하는 등 벌칙을 대폭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얼마나 여론조사가 신뢰를 받지 못하면 이런 법안까지 만들어야 하는지 씁쓸하기만 하다.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심을 파악하는 데 여론조사가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 조사뿐만 아니라 중요한 정치 현안마다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국가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가 신뢰받기 위해서는 모집단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대표성과 중립성, 과학적인 조사방법과 통계 처리로 최종값을 얻어내야 한다. 잘못된 여론조사가 국가의 존망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2019-11-19

이철우 지사,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이창훈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지방의회 자치입법권 실현의 윤곽이 어느 정도 나타나면서 의회사무처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사무처의 인사독립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남아있지만 직원 거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그동안 의회 사무처는 본청과 의회 사이의 어정쩡한 중간자적인 상태로 정체성이 혼란을 빚은 게 사실이다. 도 본청은 의회 사무처 근무를 본청보다 많이 쉽고 편하게 생각해, 좀 쉬러 간다는 인상을 갖고 있는 것이 공공연하다. 의회의 최고기능이 본청 집행부를 견제하는 기능이다 보니 의원들에게 집행부의 잘못된 부분을 고자질하는 일면 세작(細作)기능을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무처 직원은 본청에 비해 좀 기가 꺾인게 사실이고 특히 고위직의 경우 심적으로 편하지 못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취임 이후 이러한 사무처직원들의 심리적 위축감은 더 한 듯하다.우선 취임 이후 실국장 최초 업무보고 때 당시 사무처의 업무보고를 받지않았다. 새로운 지사이고 당선 이후 첫 업무보고인 만큼 사무처는 준비를 갖고 대비했지만 대면보고가 무산돼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지사가 의욕적으로 소통중인 본청 실국과장의 카톡방에 사무처 직원은 배제됐다. 이 경우 지사는 본청 업무가 주력이다 보니 사무처 직원의 배제가 이해되는 부분이긴 하나 그래도 사무처 직원들은 뭔가 소외된듯한 느낌이라고 한다. 각종 주요 행사에 사무처가 배제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경부회(경북도 부지사 출신 모임) 행사 때도 본청 주요 실국장은 배석한 반면, 사무처의 경우 초청도 받지 못해 나름대로 준비한 사무처 고위직이 머쓱해했다고 전해진다.요즘 도청 내외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일명 천년숲산책조에도 사무처 직원들은 배제됐다. 천년숲산책조는 이 지사가 중심이 돼 매일 새벽 도청 간부들과 천년숲을 걸으며 건강도 다지고, 그날의 일과 향후의 업무 등을 논의하는 형식파괴 모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산책조에 도의 일부 간부들에게는 전화로 참석을 권유하는 등 적극성을 띠지만 또 다른 간부와 사무처는 배제돼 뒷말이 나오고 있다.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사소한 것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조직 내부의 일부가 소외감을 느낀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이철우 지사가 도청에서 최고의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태양의 주위에는 해바라기가 자라나기 마련이고 온갖 억측들이 생성되는 게 세상사의 이치다. 본청 일부 간부들은 천년숲모임에 가기를 원하나 “불러주지 않아서 못간다”는 말들도 새나오는 반면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일부 고위직이 천년숲산책조에 우연을 가장하고 참여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천년숲산책모임이 새로운 ‘이너서클’에 진입하기 위한 징검다리로도 볼 수 있는 만큼 세심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시 천년숲을 중심으로 새로운 권력이 생겨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다. 지사는 경북도의 최고 수장으로 힘없고 약한 직원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좀 더 귀를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9-10-23

고3과 경주시민

황성호 경주취재본부장한낮의 뙤약볕은 아직도 따가운데 설악산에 올해 가을 들어 첫 얼음이 얼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제 한창 추수 중인 풍성한 가을 들판을 뒤로 하고 대구·경북지역 북동산지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춥겠다는 예보가 있다.수학능력시험이 채 한달도 남지 않은 지금 공부에 열중하는 고3수험생들과 묵묵히 힘든 과정을 함께 견디며 자식들 뒷바라지하는 학부모들에게 목표하는 대학 입학이라는 풍성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하는 과정이라 생각된다.중장년 세대들의 학창시절과 달리 요즘은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교실 또는 독서실에서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공부하는 요즘 학생들이 뭐가 힘드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힘듦의 잣대는 항상 같을 수 없고 시대마다 사람마다 다 다른 인생의 무게를 지니고 있으니 어른들의 눈으로 가늠하기에도 요새 학생들의 몸과 마음이 우리 때와 많이 다르다. 휴일에도 학업에 매진하는 수험생들을 보면서 쉬엄쉬엄 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모든 것이 때가 있기에 그런 어설픈 위로는 목 뒤로 넘기고 연말에 웃으려면 조금만 더 고생하자고 한다. 어설프게 노력했다가 쓰라린 결과를 얻으면 나이 먹어서도 대학입학시험에 낙방하는 헛꿈을 꾼다고 겁을 주기도 한다.고3수험생과 같이 경주시민 전체가 올해 연말의 결실을 맺기 위해 매진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맥스터(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추가건설 문제이다. 경주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나라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될 문제이지만 우리 경주는 시기적으로 좀 더 급박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마치 다른 지역은 고2지만 우리는 고3인 것처럼 말이다.지금 원자력발전소에는 사용후 핵연료가 2021년 11월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며 월성원전은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임시저장시설의 포화율은 건식 96%, 습식 83.13%에 달해 한수원은 월성원전 내 사용후 핵연료 16만8천다발을 임시 저장할 수 있는 맥스터 7기를 건립할수 있는 6천300㎡ 규모의 부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공사착공을 위한 행정절차는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이에 맥스터 7기 건립을 위해 지난 5월 재검토위원회가 발족되었으나 아직 경주시민들의 관심과 중지(衆智)를 모으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면이 많아 보인다. 정부의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정책에 따르면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의 확충 관련 사항은 지역 실행기구를 구성해 주민 토론회 등 시민 참여형 조사를 거쳐 지역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전달한다.하지만 첫 단추인 경주시의 지역실행기구 위원 선정에서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니 이제라도 각계각층의 지역 인사들이 좀 더 열심히 활동해 경주시민들에게 많은 정보를 주고 의견을 모으는 노력들을 좀 더 보여주어야 한다. 결론 내려야 할 때를 놓쳐서 재수생처럼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경주시와 시민들, 사업자가 모두 상생하는 방향으로 적기(適期)에 결론이 날 수 있도록 당사자인 한수원은 물론이고 경주시와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좀 더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

2019-10-22

해양관광도시의 성공조건

정철화 편집부국장최근 장기화된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마다 갖가지 지혜를 짜내고 있다. 산업단지를 조성한 뒤 기업체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당장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지방정부마다 투자 대비 고용창출 효과와 부가가치가 큰 관광산업 활성화에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관광산업은 숙박과 음식, 상업, 교통 등의 관련 서비스 산업을 동시에 성장시키는 시너지효과가 커 너도나도 관광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가 발표한 ‘2018년 국제관광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세계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5% 증가한 14억 명, 관광 수입은 1조 7천억 달러에 이른다. 국제 관광산업은 지난 7년 동안 상품 수출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해 전 세계 수출액의 7%를 차지하는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한 통계조사에서 직장인 10명 중 7명이 휴식 시간을 관광으로 보내고 싶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근로시간단축 등 근무여건 변화로 일상을 즐기려는 젊은 직장인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떠오른 ‘워라밸’과 맞물려 국내 관광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마다 ‘글로벌 관광도시 도약’을 주요 정책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이유로 풀이된다.포항시는 ‘해양관광 1번지, 명품해양관광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관광산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영일만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영일만 관광특구는 포항시 환호동에서 송도동을 잇는 약 2.41㎢(약 73만평)로 우리나라 관광특구로는 33번째다. 영일만 일대는 환호공원, 영일대해수욕장, 중앙상가 영일만친구 야시장, 죽도시장, 포항운하, 송도솔밭 도시숲 등 여러 관광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바다를 끼고 있는 전국 지자체들도 앞다퉈 해양관광 육성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관광객들이 ‘가보고 싶고, 머물고 싶은’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포항은 인접 자치단체들에 비해 관광 여건에서 많이 뒤진다. 먼저 광역단체인 부산시, 울산시와 경쟁해야 한다. 두 광역시의 시정 슬로건도 ‘해양관광도시’, ‘동북아 해양도시’로 포항시와 겹친다. 또 세 도시는 러시아 연해주 주도인 블라디보스톡과 나란히 자매결연을 하고 북방물류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포항시는 영일만해수욕장을 가로지르는 포항여객선터미널과 환호공원 전망대를 연결하는 총 길이 1.8㎞의 해상케이블카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부산은 지난 2017년 송도해상케이블카를 운행한데 이어 현재 국내 최장인 4.2㎞의 이기대 해상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포항의 해양관광은 이처럼 인접도시뿐만 아니라 전국 도시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가시적 성과에 얽매여 적당한 규모와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여럿 중의 하나’에 불과해 진다. 지역 실정에 맞고 환경에 어울리는 포항만의 독특한 개성의 관광콘테츠를 만들어 내야만 세계적인 해양관광도시로 성공할 수 있다.

2019-10-01

‘초장수’시대, 삶의 질이 문제다

윤희정 문화부장(부국장대우)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100세 이상의 노인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을 만큼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는 중이다.200년 전 인류의 평균 수명은 20∼30세에 불과했다. 60년 전 우리나라 평균 수명도 47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2010년 기준으로 남자가 80세, 여자가 85세에 다가서고 있다. 40년 전 여성의 평균 수명이 66세였으니까 1년에 0.5년씩 늘어나는 셈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30년 후쯤이면 여성의 평균 나이가 97세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줄기세포 등 요즘 생명공학의 발전 속도로 미루어 볼 때 100세 시대는 더욱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구의 상당수는 100세 이상의 초장수를 누리게 될 전망이다. 100세 시대에 대한 이해와 이에 대비하기 위한 실천이 필요해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노화 연구의 권위자, 장수학자라 불리는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는 ‘웰에이징’이라는 책에서 “실체적 초장수의 모습은 항노화, 노화 방지로 표현되는 안티에이징(Anti-aging)이 아니라, 오히려 노화를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하는 웰 에이징(Well-aging·참늙기)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웰에이징으로 가는 길은 우리의 삶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우리의 일상생활을 조금씩 고쳐 가면 된다”는 그는 웰에이징의 건강한 삶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적응해야 한다’, 세 번째 ‘정확해야 한다’, 네 번째로 ‘느껴야 한다’, 다섯 번째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에 대한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인지적 기능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한편으로는 고령화가 사회적 재난으로 칭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는 걱정도 있다. 지역 재정 악화부터 지방 소멸까지 얽혀 있는 문제들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염려들도 이어진다.무엇보다 오래 사는 것보다 삶의 질이 문제다. 삶의 내용이 얼마나 보람되고 충실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 아무 의미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삶, 즐거움이란 없고 병환으로 고통만 있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다만 장수는 비용 부담을 수반하므로 자칫 돈 있는 사람은 오래 살고 돈 없는 사람은 일찍 죽는 그런 세상이 오게 생겼다. 따라서 100세 시대를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재무설계와 국가의 보편적 공공복지 노력이 필수적이다.정부가 2022년부터 사실상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국민연금 의무가입 나이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논의도 재점화된다고 하니 믿고 기다려 볼 일이다.머지않아 노인의 삶의 질 연구를 위한 정부 기구가 만들어져 풍요로운 백세인의 삶도 열릴 수 있지 않겠나 기대한다.

2019-09-24

분양가 상한제의 명암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국토교통부가 최근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라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치솟는 서울 강남을 비롯한 전국의 재개발 재건축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하지만,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쏟아진 부동산 대책 모두가 이번에도 재현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분양가 상한제를 완성하는 주거정책위원회다. 그러나 주거정책위의 정부 측 참석 인사가 거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될 정도로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또 전매제한 주택을 LH가 매입한다는 내용도 지난 2005년 이후 단 한 건의 실적이 없어 실효성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시세의 반값에 부동산을 매각할 리 없고 경매나 공매로 위장해 시세대로 팔수 있는 방법이 무수히 많아서 거래 실적이 없을 수밖에 없다.국토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확인된 주택청약통장 가입자는 모두 2천500만여 명으로 전국민 두사람 중 한 사람이 청약통장을 가진 셈이 됐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무주택자 위주로 개편된 청약제도를 시행하자 이를 활용하려는 무주택자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정부 측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겨냥한 역풍이라는 사실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된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발 ‘로또 청약’을 노린 청약통장 증가가 나타날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10월 이전까지는 HUG의 강화된 분양 보증심사에 따라 분양가를 규제받은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이 본격화된다. 상한제가 실시되면 사업자는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HUG와의 분양가 협상력이 약해져 당초 분양가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청약에 당첨만 되면 나중에 인근의 집값 시세로 상승하는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어 부동산판 로또가 될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는 부분이다.또 다른 악재는 건설사를 겨냥하고 있다. 수주환경 변화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건설업체가 늘어나면서 자산이 많은 건설사를 흔들 수 있는 행동주의 펀드가 서서히 고개를 들수 있다는 점이다. 전국 상위 순위 건설사의 경우 한 자산운용사가 지분율을 12.12%에서 15.22%로 증가시켜 당초 보유 목적이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 공시됐다. 이 자산운용사는 중견 건설사 2곳에 대해서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자산운용사는 결국 주주로서 고배당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이는 건설사의 경영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는 우려다. 이같은 우려는 중견 건설사 2곳의 지분을 보유한 또 다른 자산운용사가 주주총회에서 배당안건에 대해 자신의 요구에 맞지 않다며 반대표를 던진데도 잘 나타난다. 현재 분양시장은 공급량이 현저히 줄어 전국적으로 2천37가구 청약에 그치는 현상을 불러왔고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도 1%대로 하락할 시점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신규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는 역풍을 맞고 있다. 이러다 보니 최근 투자자들이 해외펀드에 넣은 돈이 무려 17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국내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전세계 경제는 그레이 스완(Gray Swan)이라는 다양한 악재에 노출돼 있다. 그레이 스완은 이미 알려져 있는 악재이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위험요인이 계속 존재하는 상태를 일컫는 것으로 블랙 스완(Black Swan)이란 용어에 빗대 생겼다. 현재 한국과 일본, 미국과 중국, 미국과 인도 간 무역분쟁을 비롯해 홍콩시위, 이란 경제 제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어려워지는 경제 사정에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정부는 추가 대책 발표에 대한 부담도 있겠지만, 위에 열거한 역풍으로 인해 다시 대책을 꺼내야 한다. 노무현 정권때처럼 실효성 없는 대책이 다시 반복된다면 악재와 후폭풍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될 것이다. 부동산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2019-08-20

일본 경제종속의 굴레를 벗을 기회다

이곤영 대구취재본부장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로 촉발된 한·일 간의 외교분쟁이 무역 전쟁으로 심화되고 있다.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의 당사자인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으로 경제 제재로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문재인 정부가 한심하지만 지금은 서로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경제보복이 현실화된 만큼 손을 맞잡고 현실을 직시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일본은 자신들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는 물론 아예 지우려고 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행동이다. 이에 비해 독일은 어떠한가? 독일은 하도 사과를 많이 해서 주변 국가들은 더이상 독일에게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독일은 1조5천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고 있다. 교육에서부터 자신들의 잘못을 철저하게 교육해 어린이들조차도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과거 청산을 바탕으로 지금의 독일은 유럽의 경제위기에도 가장 굳건하고 강력한 기반 위에서 유럽을 지휘하고 있다.이에 비해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철저하게 부정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4년 “일본이 국가적으로 성노예를 삼았다는 근거없는 중상이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망언을 했다. 2015년에는 아사히신문이 위안부 문제 관련 과거 보도에 대해 오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각의를 열고 이를 세계 각국에 적극 홍보키로 했다. 과거사를 부정하고 지우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치졸하기 짝이 없다.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무역제재의 강도를 더욱 높여 갈 것이다. 중도에서 멈추거나 철회할 가능성을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대강 대결국면만 남았을 뿐이다. 다만 미국이 중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도 가능성일 뿐이다.이제는 우리 스스로 활로를 뚫어야 한다는 각오로 이번 일본과의 무역갈등을 뛰어 넘어야 한다. GDP 규모로 보면 일본이 6조 달러, 한국이 1조5천억 달러로 일본이 한국 보다 4배 정도 많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출을 보면 일본이 700조원인데 반해 한국은 600조원이다. 이처럼 한국이 일본의 턱밑까지 따라오자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작심하고 한국 경제를 마비시키려 하고 있다. 일본이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우대조치 제외 품목 1천100여개 중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나 석유 화학제품, 공작기계 등 80여 개 품목 정도가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피해는 현실이 되고 있다.그동안 한국은 양적 성장을 했지만 질적 성장은 하지 못했다. 소재, 부품, 장비 자체조달률은 60% 중반대에 그치고 있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밀산업 자체조달률은 50%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만성적인 대일 의존도와 자체조달률을 극복하지 못하며 일본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우리는 뼈저리게 반성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국내 대기업도 우리 부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이 협력하고 정부도 자금과 세제, 규제특례 등을 통해 우리 산업구조가 더욱 탄탄해 지도록 혁신을 해야 한다.최근 지역에서는 대구에 둥지를 튼 현대로보틱스가 부품수급을 국내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희망찬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동안 일본 부품을 사용하던 현대로보틱스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기업이 국산 부품에 눈을 돌리면서 지역 기업들에게는 기회로 다가온 것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본과의 무역전쟁을 통해 우리 스스로 내실을 다지면 언젠가는 일본이라는 장벽을 뛰어 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힘을 모을 때다.

2019-08-06

2년차 이철우 지사의 과제

이창훈 경북도청본사 본부장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경북도청호(號)의 닻을 올린지 2년차에 접어들었다. 취임한 후 1년여 동안 이 지사는 조직 분위기 쇄신과 향후 성과의 발판을 놓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고 여러 가지 사업들도 발목을 잡히는 등 힘든 한해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새로운 수장에 적응하는 기간을 비롯, 새 인물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 등도 있었다. 도청 공무원은 김관용 전 지사가 연속해서 도정을 12년간 이끌어온 만큼 김 전 지사스타일에 길들여져 새로운 수장에게 적응하기가 쉽지않았던 게 사실이다.김 전 지사와 이 지사는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 김 전 지사는 보스형으로 실국장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했으나, 이 지사는 리더형으로 모든 것을 직접 챙기는‘만기친람(萬機親覽)’스타일이다. 또 이 지사 취임 후 도청을 비롯 산하기관에 20여 명의 새 인물이 둥지를 틀었다. 이 또한 행정가 출신인 김 전 지사 시절과는 다른 분위기로 설왕설래도 많았다. 이 지사는 3선 선량의 정치인 출신으로 과거 한솥밥을 먹던 직원들을 비롯 평소 눈여겨봤던 사람들을 스카웃, 도정을 변화시키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1년여가 지나면서 합격점을 받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전문성 부족 등으로 옥상옥이라는 말도 나오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 지사는 도청 분위기 쇄신을 위해 ‘환골탈태’라는 모토로 고군분투했다. 구두 대신 운동화에 점퍼를 입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달리며 분위기 쇄신을 주도했지만 직원들이 따라가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 어느 정도 적응기를 가진만큼 올해부터는 취임 첫해의 프로젝트에 가속도를 내야 한다.정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우선 직원들과 조화가 되어야 한다. 지사가 아무리 동력을 걸더라도 직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만사휴의다. 현재 직원들의 분위기는 지사가 너무 큰 목표치를 내세워 홀로 독주, 따라가기가 힘이 들고 너무 세세한 것까지 챙겨 힘이 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조직의 수장은 일할 수 있는 분위기 메이커가 되어야하는 만큼, 실국장들에게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또 도가 추구하는 프로젝트가 국가도 해내기 힘든 너무 큰 스케일이라 순항할 수 있을지, 아니면 돈먹는 하마가 되어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이 지사의 빅프로젝트는 저출산인구 극복, 일자리창출, 투자유치 등이지만 이 세가지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멸해가는 지역의 인구를 늘리고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보다 더 좋은 정책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정책들은 대통령도 하기 힘든 것으로 자치단체 차원에서 결실을 보기에는 지난한 과제다. 이에따라 일부에서 이 지사가 너무 큰 공약을 준비해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과가 부진할 경우 동력을 잃어 도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다.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을 위한 포석을 너무 처음부터 과하게 잡은 것 아니냐는 말들이다. 광역단체장이 지역을 발판으로 업적을 쌓아 대권에 성공하면 지역민으로서 더이상 바랄게 없겠지만 너무 처음부터 헛심을 빼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서 나온 말이리라. 또 이 지사는 직무수행에 있어 절대다수의 지지를 염두에 두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이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지지를 받야야 하겠지만, 분명한 자신의 철학을 보이고, 철학이 다른 사람은 따라오게 하든지 아니면 과감히 도태시키는 등 결단력도 필요하다.더불어 도는 건강한 언론에 의한 건전한 비판 속에 더욱 단단한 열매가 열린다. 시도민의 여론과 도정이 조화를 이루기 위한 미세조정 차원에서 언론정책 재고도 필요해 보인다. 경북도청호의 선장을 맡은지 2년차에 접어든 이철우 지사가 향후 도정에 더욱 매진해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2019-07-16

용적률 인센티브 유감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대구지역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택지가 거의 고갈되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6개월 동안 이들 사업을 수주한 회사들은 지역업체는 단 한 곳도 없고 전부 서울에 본사를 둔 이른바 메이저급 회사들이 차지했다. 대구시가 지난해 11월 지역업체들의 재개발·재건축 사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23%까지 높여주는 제도를 도입했는데도 이 같은 현상이 벌어져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조합원은 가구당 수천만원의 이익이 돌아오는 제도인 데도 조합원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를 두고 지역 건설업체들을 중심으로 대구시의 인센티브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대구지역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이제 메이저급 건설회사들의 각축장이나 다름없게 됐고 곳곳에서 지역업체들이 수주전에서 선정되지 않는 현상을 볼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는 인센티브 적용사업장이 적은데다 홍보마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지역의 한 건설업체가 분석한 결과 대구에서 성공 가능성이 큰 사업지는 10여 곳이고 이중 단 2곳만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마저도 조합원에 대한 사전 홍보활동 금지 규정에 발목이 잡혀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없어 지역 건설업체들이 수주전에서 고전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조합원의 개발이익이 가구당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홍보할 시간이 없어 애로를 겪었다는 것이 지역 업체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심지어 지역 건설업체들은 대구시의 홍보가 부족해 조합원들이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를 알지 못하면서 외지 대형 건설업체의 브랜드 네임을 통한 아파트값 상승을 원인으로 한 선호도를 보인다고 평가한다.실질적으로 메이저 건설업체들은 브랜드 네임에 대한 인센티브를 최대한 강조하며 조합원들에게 어필하고 지역업체를 몇 수 아래로 보는 수주전을 펼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사로 선정된 대구 북구 ‘칠성24지구 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용적률 인센티브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지역업체인 화성산업은 공사비로 3.3㎡당 447만원에 대구시가 지원하는 용적률 인센티브 23%를 적용해 용적률 407%에 최고층수 41층을 제안했다. 반면 인센티브가 없는데도 코오롱글로벌은 3.3㎡당 공사비 447만원, 용적률 410%를 적용해 최고층수 49층, 851가구를 제안했다. 이는 지역업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한 것보다 코오롱글로벌이 더 높은 용적률을 제시한 것으로 현실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해 줄 수 있는 대구시 관계자는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모호한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져 조합원들의 불만을 샀다. 이러니 최근 6개월 동안 지역업체의 재개발, 재건축 수주가 단 한 건도 없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제도상으로는 지역 업체들을 돕고 지역 경제활성화를 이끄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다. 지역 건설업체들이 더 이상 수주전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강조 않겠다고 할 정도로 유명무실한 제도로 여기는 이유도 이것이다.대구시의 어정쩡한 자세 때문에 건설사들의 수주경쟁이 과열되면서 금품살포 의혹이 일거나 세입자·재건축조합 간에 이주 지원을 둘러싸고 집단 갈등도 빚어졌다. 특히 지난달 실시된 대구 북구 ‘칠성24지구 재건축사업’과 관련, 수주 경쟁을 벌이는 건설사들을 상대로 금품제공 여부를 대구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건설업자가 조합원에 금품 등을 제공할 경우 과징금과 함께 1∼2년간 입찰참가가 제한된다. 대구지역 건설업체 수주를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대전제를 깔고 있는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가 오히려 지역업체의 발목을 잡는 현실을 타개할 실질적인 방안을 대구시가 내놓아야 할 때다.

2019-06-18

권영진 시장이 공직비리 특단 대책을 꺼내든 이유

이곤영대구취재본부장‘조정에 청백리의 자손을 등용하라는 명은 있으나, 오직 뇌물을 쓰는 자들이 벼슬을 하고 청백리 자손들은 모두 초야에서 굶주려 죽고 만다.’조선시대 이익이 ‘성호사설’에 쓴 글이다. 조선시대에 청렴하고 강직한 신하 의정부 및 사헌부, 사간원 등의 추천을 받아 임금의 결재를 받아 내리는 ‘청백리’는 후손들에게 벼슬을 할 수 있는 특전을 줄 만큼 명예롭고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청백리로 인정받은 사람은 단 218명에 불과했다고 하니 부패가 만연했을 것으로 보인다.조선시대 부패의 근원은 지방 관청에서 행정 실무를 담당하던 하급관리 ‘아전’을 뒀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금 징수나 잡무, 수령의 둔전을 관리하는 업무 등 대를 이어 지방 행정 실무를 맡았던 지방 아전은 국가에서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아전들은 부정부패와 비리를 통해 모자란 급여를 대신했다. 아전의 비리가 제일 심한 것이 ‘세금 착복’이었다. 이들은 성인이 안된 어린애에게 군역을 물리는 ‘황구첨정’, 죽은 사람에게 군포를 물리는 ‘백골징포’, 군역을 피해 도망간 사람의 이웃이나 친척과 이웃에게 군포를 물리는 ‘족징’과 ‘인징’을 등을 통해 세금을 착복했다. 또 세금으로 내는 지방특산물을 상인들에게 비싸게 사게 하고 상인들에게 뒷돈을 챙기는 등 각종 비리를 일삼았다. 이 때문에 백성들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졌고, 조정의 재정은 약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처럼 공직자들의 비리는 오랜 세월 동안 전통처럼(?) 내려왔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공직자에게는 쥐꼬리만한 월급만 주어지는 등 비리는 선배 때부터 후배에게로 답습되어 온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정부는 공직자 비리를 끊기 위해 2002년 부패방지법을 시행하고 국민권익위원회를 설치했으나 공직자의 부패·비리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특히, 2010년 ‘스폰서 검사’와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이 발생했다. 향응과 금품 수수를 했음에도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자 기존의 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비리를 규제하는 법이 제정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2011년 6월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공정사회 구현, 국민과 함께 하는 청렴 확산 방안’을 보고하며, 가칭 ‘공직자의 청탁 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 제정의 단초를 마련했다. 이 법을 제안한 대법관의 이름을 딴 ‘김영란법’은 부처간 이견으로 진통을 겪다 2013년 7월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나 국회 제출 이후에도 ‘법의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위헌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표류를 거듭했다. 그러다 2015년 3월 3일 국회를 통과했고 3월 27일 제정·공포되었으며,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됐다.김영란법이 시행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직자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의 경우, 지난 2017년 7월 모 구청 건축과장으로 취임한 공직자가 업무 편의 제공 등의 대가로 그해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건축사가 회사 명의로 리스한 제네시스 승용차를 건네받아 공짜로 탔다. 그는 건축사와 현장소장 등으로부터 각종 인허가, 준공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64차례에 걸쳐 골프장 이용료·숙박료 등 1천297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최근에는 시청 공무원 등 3명이 골프 접대 등 비리가 불거져 경찰이 해당 공무원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를 하고 있다. 이처럼 대구 공직자들의 비리가 이어지자 권영진 대구시장은 특단의 대책을 꺼내 들었다. 비리공무원 발생시 연대책임까지 묻겠다고 밝힌 권 시장은 최근에는 공직자 비리와 관련된 업체도 아예 대구시가 발주하는 공사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업체와 비리 공무원의 먹이 사슬관계를 원천적으로 끊겠다는 것이다. 공직자 비리는 국민이 공직자에게 주어진 권한을 이용해 이득을 보는 행위인 만큼 반드시 근절돼야 할 것이다.

2019-06-11

경북도, 원전안전센터 새로운 도약의 마중물로

이창훈 경북도청본사 본부장국내 원전의 집적지로 그동안 갖은 고생을 하며 우리나라 전력의 절반을 담당해 온 경북도가 요즘 마음이 편치않다.그동안 경북도는 국내원전의 절반이 밀집된 만큼 경북을 원전클러스터로 만들어 미래 먹거리산업은 물론 세계로의 수출 등 원전관련 산업의 메카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고, 이러한 프로젝트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2년전 현 정부가 집권하면서 탈원전 정책으로 기조가 바뀌며 이러한 계획이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우선 그동안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던 원전안전해체연구센터도 경수로해체와 중수로 해체로 분리되면서 부산울산이 경수로, 경주는 중수로 해체 등 반토막이 나면서 규모가 축소됐다. 그리고 울진과 영덕에 예정된 신한울 3·4호기와 천지원전도 중단됐다. 과거정부가 충분한 논의후 미래프로젝트로 계획한 사업을 새 정부가 하루아침에 뒤집은 것이다.이로 인한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한 보도에 의하면, 건설 중단에 따른 고용감소 등 직간접 피해는 9조원에 이르고, 대학과 대학원의 핵공학 전공 인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원전산업을 떠받쳐온 부품업체의 휴폐업이 느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탈원전에 따른 산림파괴도 심각하다. 지난 3년 동안 태양광 발전을 위해 훼손된 산림 면적은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6천개에 달한다고 한다. 게다가 정부가 현재 7.6%(2017년 기준)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에서 최대 35%까지 높인다는 방침이어서 산림훼손은 갈수록 급증할 전망이다.이렇듯 탈원전에 따른 폐해가 심각한데도 정부는 ‘마이동풍’이니 답답함을 넘어 분노까지 치민다.탈원전정책을 고수하려면 과거정부때 계획한 것은 그대로 두고 신정부들어서 새롭게 추진 안하면 되지 않는가. 굳이 과거정부의 정책을 뒤업으면서까지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가 답답할 뿐이다.현 정부의 임기는 불과 5년이다. 만약 차기 다시 정권을 이어받더라도 10년에 불과하다. 이미 2년이 지난만큼 새롭게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원전회귀로 복귀되면 그 원망을 어떻게 다 감당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5년 단임에 불과한 정권이 국가백년대계인 원전산업을 무모하게 붕괴시키는 것은 국가적 자해행위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사태가 진행되면서, 최근 경북 울진과 경남 창원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손을 맞잡는 등 새로운 변화도 일고 있다. 울진과 창원시 원전관련 단체들은 간담회를 갖고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울진·창원공동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양 지자체의 결속은 위기감의 발로로 또다른 파장도 예상되고 있다.경북도는 원전과 관련, 현정부의 정책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앞으로 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비록 원해연을 완전체로 유치하지는 못했지만 반쪽이라도 유치한 만큼, 이를 마중물 삼아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큰 그림의 뼈대가 경북도가 공을 들이고 있는 원전안전연구센터다. 원전안전연구센터는 해체연구소와 달리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경쟁 없이 경북도가 유일하게 유치를 추진해온 사업인 만큼 낙점 가능성이 커 기대가 되고 있다. 확정되면 2028년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사업비 7천200억원(국비 6천억원·지방비 1천200억원) 규모로 안전연구센터를 건립한다는 구상이다.이를 바탕으로 또다른 원대한 프로젝트를 만든다는 숨은 계획도 갖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수년간 공을 들이고 있는 원전안전연구센터 입지 발표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는 등 이달안에 있다는 소식이다.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경북 경주가 거의 확정적이라는 반가운 전언이다. 올해들어 여러 가지 좋지않은 소식에 축 늘어진 경북도민의 어깨가 불쑥 솟을 수 있는 소식이 곧 전해지기를 희망한다. 마지막까지 경북도는 긴장의 끈을 놓지않아야 할 것이다.

2019-05-14

유감, ‘어벤져스 엔드게임’

홍성식 특집기획부장대부분의 가정에서 ‘VHS 테이프’로 영화를 즐기던 때이니 30년 전쯤이다. 골목길과 아파트 단지마다 ‘비디오 대여점’이 1~2개쯤은 있던 시절. 그러나 그곳에서 빌릴 수 있는 영화는 극히 한정적이었다.주로 미국에서 제작돼 극장에서 인기를 끈 영화를 비디오테이프로 옮긴 건 수십 개씩 진열돼 있었지만, 찾는 이들이 드문 동유럽과 남아메리카의 예술영화는 하나도 발견하기가 힘들었다.할리우드 영화와 함께 이른바 ‘에로 비디오’가 대여점 매출의 80~90%를 차지하던 시기. 영세 상인들이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었기에 ‘독특하고 특별한 영화’를 찾는 사람들의 취향은 묵살됐다. 한국에 멀티플렉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언필칭 ‘천만 영화’가 나오기 시작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영화 배급과 상영에서의 독과점이 보다 심화됐다. 주류 영화가 아닌 피터 그리너웨이, 데이빗 린치, 홍상수의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들은 여전히 무시와 소외의 대상이었다. 그 무렵 한 시인은 “인구가 5천만인 나라에서 천만 명이 본 영화가 한 해에 3~4편이나 된다는 건 일종의 코미디”라는 말로 이 나라의 ‘영화 편식’을 장탄식했다.자본은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곳에 투자의 씨앗을 뿌리지 않는다. 땅을 구입하고 건물을 세워 근사한 인테리어로 장식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이걸 만든 대기업들이 ‘돈 되는 영화’만을 상영하고 싶은 욕심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가능하면 다수가 찾는 영화를 많은 스크린에 걸고 거기서 투자한 자본의 반대급부를 얻으려는 걸 비난할 수는 없는 일. 하지만 그건 재벌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문화를 통한 사회적 기여’와는 거리가 먼 행위 아닐까?최근 또 하나의 ‘천만 영화’가 될 게 명약관화(明若觀火) 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했다. 수천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인간의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할리우드의 연출력에 영화 한 편당 출연료가 수백억 원에 이르는 인기 배우들이 곳곳에서 출몰하니 기다려온 관객들에겐 근사한 선물 같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해도 너무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상영 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는 소식은 실소를 부른다. 이 정도면 한국 멀티플렉스에선 다른 영화를 선택할 권리가 박탈된 것과 다름없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일본 건축가에 관한 다큐멘터리, 미국 정치계의 어두운 그림자에 주목한 영화,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불러내는 작품 등은 아예 스크린을 잡지 못하거나 하루에 1~2번뿐인 상영 시간이 한밤중으로 밀리고 있는 형국.인구가 1천만 명인 서울에서도 예술영화 개봉관, 독립영화 상영관이 사라지고 있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자본의 거센 파도 앞에 예술은 무력해 보인다. 겨우 50만이 사는 중소도시 포항에서 “소수의 문화향유권도 보장하라”고 목소리 높이는 건 철없는 아이의 반자본주의적 떼쓰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양성을 거세한 문화와 예술을 제대로 된 문화·예술이라 부를 수 있을까? 파리 바스티유 광장 인근엔 100석 남짓의 객석을 갖춘 작은 극장이 있다. 3년 전 파리로 출장 갔던 날. 거기서 20세기에 만들어진 흑백 영화를 봤다. 관객이라곤 10여 명이 전부였다. 프랑스 사람들은 ‘돈 되는 영화’를 몰라서, 자본주의에 관해 무지해서 21세기에도 이런 극장을 운영하는 걸까.“여기만이 아니라 옆 동네에도 옛날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있다”는 매표소 직원의 말에 프랑스를 왜 ‘문화 강국’이라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모두가 같은 곳을 보며 한 방향으로 달리는 것에 익숙한 한국 사회. 예술의 다양성에 등 돌리고 ‘어벤져스 엔드게임’ 상영관 앞에만 사람들을 줄 세우는 자본과 멀티플렉스에 유감(遺憾) 있다.

2019-04-30

포항 지진과 세월호

정철화 편집부국장최근 포항의 최대 관심사는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이다. 11·15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서 촉발된 것으로 판정이 나면서 포항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지진으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도시를 재건하고 시민들의 정신적, 물적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특별법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표현했다.포항지진은 세월호 사건과 많이 닮아 있다. 인재에 의한 엄청난 피해가 났고 사고가 터지기까지 과정이 거의 판박이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는 탑승자 476명 중 295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무엇보다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나섰던 단원고 학생 250명이 희생된 비극이어서 아픔은 더욱 컸다.2017년 11월 15일 포항시 흥해읍에서 규모 5.4 지진이 지진이 발생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포항지진 총 피해액은 3천억원으로 추산했다. 도시 브랜드 손상과 인구감소, 기업의 투자위축, 관광객의 감소, 집값 폭락, 지진 트라우마 등 직간접적 피해가 수백조를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두 사건은 국가 전체에 넓게 퍼져 있는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국가 재난관리시스템이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로 온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을 위해 땅에 시추공을 뚫어 고압의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단층을 자극해 발생한 것으로 결론났다. 지열발전은 산업자원부 에너지정책사업의 하나로 넥스지오가 시공을 맡았다. 세월호에는 침몰하는 배 속에 승객들을 내팽개친 채 도망가버린 어이없는 선장이 있었다면 포항지진에는 지열사업의 학문적 근거를 제공한 비양심적인 학자들이 있었다. 지열발전은 스위스 바젤에서 지진유발 가능성 때문에 실패한 사업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그런 사업을 그것도 지진단층이 지나는 포항에서 추진하도록 자문을 한 학자나 연구기관은 세월호 선장과 다를 바 없다. 세월호 사건에는 사업주가 선체 복원력에 중대한 위험이 있는 선체구조를 변경했고 이를 안전하다고 승인해준 국가기관이 있었다. 포항지진에는 지열발전 물 주입과정에서 100여 차례의 미소지진이 발생했고 수 차례 지진 위험 경보신호가 보내졌지만 사업은 그대로 강행됐다. 세월호의 실제 사주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를 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도망을 다녔다. 포항지열발전의 사업주 역시 여태까지 포항지진과 관련한 사과 한마디 없다.세월호 사건은 그해 11월 7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피해자 보상과 함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사고와 관련한 정부기관과 청와대 지휘 책임자의 과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세월호와 달리 포항지진은 사업 발주기관이 정부기관이란 점이 차이점이다. 지열발전을 발주한 산업자원부는 포항지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포항시민들이 특별법 제정을 요청할 게 아니라 산자부가 앞장서 특별법 제정을 건의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순리다. 그게 아니면 사고를 축소, 은폐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한다는 의심만 살 뿐이다.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할 당시에도 여야가 극렬하게 대립하며 정쟁이 벌어졌었다. 더욱이 세월호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던 당시 국가 지도자들은 법적 처벌과 함께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물론 지역의 지도자들은 세월호의 전례를 새겨야 한다. 포항지진 특별법제정 과정을 포항시민들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시민들의 뜻을 존중하지 않고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거나 후속대책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19-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