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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姜申星一영화박물관의 위상

▲ 윤희정 문화부장영천에 (가칭)강신성일영화박물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영화계의 산증인이었던 배우 고(故) 강신성일 관련 문화유산을 총망라해 전시하고 역사 속 그의 역할을 조명하기 위해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최기문 영천시장이 지난 7일 고 강신성일 추도식 추도사에서 그를 기리고 지역 문화 창달을 위한 공간으로 언급한 뒤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최근 고인의 아들인 강석현씨와 각 시·도청 주무부서 과장들이 만나 영화박물관 건립을 주도할 추진위원회 구성과 재단법인 설립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에는 박물관 진입로가 될 영천시 괴연동 630번지 성일가 진입로의 복개 및 도로포장 공사도 착공될 예정이다.요즘은 지자체별로 관광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영화박물관이 영원한 역사유적으로 남으려면 어떻게 지어야 할까?우선 지역박물관같은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그곳을 지자체와 지역주민, 예술인, 문화, 환경 등을 아우르는 자연스러운 ‘소통의 장’과 지역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원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그렇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활발한 교류를 통해 기념 대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지역민·관람객과 소통하게 되는 연계 프로그램의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만 지역사회의 공동체 문화를 보존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또한 한국영화의 산증인인 고인을 기념할 목적으로 건립되는 기념관이 아니라 박물관으로 검토된만큼 기념관의 기본 역할인 교육기능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화·교육·후생·복지 등에 기여하면서 지역주민의 지역사회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더욱이 한국의 전설적인 배우 강신성일의 업적과 역사를 수집 관리하는 것을 넘어 그가 활동했던 분야 및 시대의 역사나 특징에 대한 연구가 깊이 선행돼야 하고 건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지역의 문화유산과 연계해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다.이외에도 기념관의 주요 활동인 전시와 교육을 통해 해당 지역 뿐만아니라 타 지역민까지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교육적 방안들이 제시돼야 한다. 가령 대학의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이곳을 찾아 시청각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돼야 박물관의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할 수 있다.미국에서 전설로 회자되는 영화배우이자 청소년들의 반항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하는 제임스 딘 박물관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박물관은 1998년 페어몬트 도심 부근의 주택에 개관했다가 2003년 인디애나주로 옮겼으나 2005년 12월 31일 박물관 유지 비용 조달이 어려울 정도의 재정난에 직면해 폐관했다. 이곳은 2005년 9월 월별 최다 방문객 기록을 세우는 등 전 세계 제임스 딘 팬들의 발길이 이어져 지역 관광수입 증대에도 상당한 기여를 해왔던 미국 대중문화의 역사와 존재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각 지역에 문학관은 많은데 영화박물관은 처음이라 기대감도 크고 강신성일이라는 대스타의 족적이라 더 의미가 크다. 보현산 천문대가 있는 ‘별의 고장’ 영천시에 스타박물관이 선다는 점에서 더 의미심장하다.지역문화 창달과 지역관광명소 하나를 세운다는 것은 너무나 바람직한 일이므로 경북도와 영천시 등 관이 주도하고 민간이 협력해서 문화사의 한 장을 여는 영화박물관이 됐으면 한다. 민관이 함께 지혜를 모아 빈틈없는 계획부터 세워야 하겠다. 급히 서두를 일이 아니라 콘텐츠 재정·운영계획 등 완벽한 기획이 우선돼야 한다. 영화인들의 조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재정지원 등 기업 등 민간의 협조와 더불어 중앙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영화박물관은 경북 영천의 명승이라기보다 한국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2018-11-21

포항경제가 걱정이다

▲ 김명득 디지털미디어추진본부장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해도 철강도시 포항만큼은 예외일줄 알았다. 그 어려웠던 IMF때도 끄떡없이 견뎌냈던 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포항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포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포항철강공단이 활기를 잃은지 오래다. IMF때보다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만나는 공단업체 임원들마다 첫마디가 “햐! 정말 어렵네요…”로 시작한다. 공장이 그럭저럭 돌아가더라도 일단 앓는 소리부터 내는게 이제 습관이 된듯하다. 불황을 모를 것같았던 자동차 관련 업종도 죽겠다며 아우성이고, 미국 무역장벽에 막힌 강관, 조선경기 영향을 받는 후판분야도 앞이 보이질 않는다.지난 5월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증가 추세를 보이던 포항철강공단업체의 수출과 생산실적이 6월부터 꺾이기 시작해 5개월째 계속 내리막길이다. 글로벌 불황(不況)의 어두운 그림자가 포항에도 예외없이 드리우고 있다. 포항철강관리공단이 집계한 지표만 보더라도 확연히 나타난다. 지난 9월말 현재 철강공단 입주 273개 업체의 수출실적은 2억 2천27만 달러로 전월에 비해서는 4.9% 감소했고,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4.1% 줄었다. 생산실적도 1조720억원으로 전월 대비 4.3% 감소했고 전년도에 비해서도 1% 줄었다. 생산이 줄면서 고용도 덩달아 급감하고 있다. 9월 기준 포항철강공단 근로자수는 1만4천34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77명이나 줄었다. 이러다보니 휴·폐업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까지 공단내 273개 업체 가운데 43개사가 문을 닫았거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포항의 심장부 철강공단이 이 모양이 되자 포항의 지역내총생산(GRDP)도 마이너스 성장률로 돌아섰다. 최근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포항의 GRDP는 지난 2010년 17조2천460억원이었으나 2016년 16조7천40억원으로 5천420억원이나 줄어 마이너스가 됐다. 포항은 전국 228개 기초단체 중 218위, 23개 경북도 내 기초단체 가운데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철강산업이 붕괴되고 있는 조짐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이러한 악재(惡材)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지기 보다는 더 나빠질 요인이 많다는 점이다. 현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기업위주 정책보다는 노동자 위주의 정책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도시 포항은 포스코 의존도가 높고 1, 2차 금속, 가공 등 제조업 중심의 수출 도형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들 수출업체가 흔들리면 지역 산업의 허리인 협력, 중소기업도 무너지고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까지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게 포항경제의 현실이다. 수출업체 의존도가 높은 중소 철강기업이 무너지면 대기업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다. 서로 공생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철강업계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와 당정, 관계부처 등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하루 빨리 처방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 처방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8일 포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강덕 포항시장이 철강업 생태계 육성사업을 긴급 건의해 한가닥 기대를 걸게 했다. 언제 추진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루 빨리 실현됐으면 좋겠다.며칠 전 철강공단업체의 모 전무가 한 말이 자꾸 맘에 걸린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경영진은 물론이고 현장 근로자들이 더 불안해 하는 것같다. 이대로 가면 결국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 앞이 보이질 않는다…” 이제 정부의 정책을 탓하고 원망하기에도 이미 때가 너무 늦은 것같다. 그렇다고 뾰족한 돌파구마저 보이지 않는다. 포항경제가 정말 걱정이다.

2018-11-14

자유한국당 인적쇄신

▲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자유한국당이 이달 1일부터 전국적으로 당무감사에 들어가면서 본격 인적쇄신에 나섰다. 시·도당 사무처 당직자들이 전국으로 교차 당무감사를 실시하면서 인적쇄신의 기준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사무처 직원들은 한결같이 “당을 살리기 위한 당무감사인만큼 당이 새롭게 태어나도록 철저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특히 한 당료는 “당이 살아야 당직자들도 살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의 심정으로 철두철미한 당무감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대구지역 모 당협의 상황을 점검하는 당직자와의 통화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충분히 감지됐다. 과거와 달리 단순하게 당협이 처한 기본적인 상황보다는 팩트 위주로 질문하는 점이 달랐고 당협의 아픈 곳을 직접 드러내면서 지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물었다.예컨대 ‘정치경험이 없는 사무국장이 당협위원장 친구로 알려졌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등 세세한 부분까지 점검하는 모습이었다.인적 쇄신의 기준으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여러차례 시사한 도덕성과 언론노출 빈도, 당 기여도 등이 포함된다는 것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당에 대한 기여도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나온다. 그동안 대구·경북지역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당에 헌신하고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인사들이 배제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작대기만 꼽아도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까지 가면서 공천시 이른바 낙하산 인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해온데 따라 나오는 소리다.이런 상황에서 낙하산 인사들에게 줄을 선 이들이 결국 지방선거 등에서 공천을 받는 모습을 보이며 당에 충성을 다한 이들은 설 자리를 잃기도 했다. 그 결과는 바로 당 충성도 하락을 가져왔고 각종 선거에서도 결과가 그대로 나타났다.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유력인사의 사조직으로 불리는 모임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해 줄세우기를 시도하는 상황까지 갔다. 당장 공천이 급한 이들에게 이들은 절묘하게 손길을 뻗치고 사조직 후원이 공천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이런 분위기다 보니 우파의 본산이라 일컫는 대구·경북에서 당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이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이제는 당에 헌신하는 것을 ‘절 모르고 시주하는 격’이라고 판단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결국, 우파정당은 최근 몇년간 당에 헌신하려는 참신한 인사들을 스스로 제거한 것이나 다름없어 졌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당이 어려움을 겪어도 특정 인사에게 줄만 잘 서면 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한국당 경북도당 대변인 인선에서 평소와 달리 상당기간 인물난을 겪은 것이 이런 점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우파의 좋은 점 중에 하나가 열심히 노력한 이들이 대접을 받도록 하는 인정과 의리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이런 좋은 점을 대구·경북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이를 지켰던 이들이 오히려 ‘팽’ 당하는 시류만 확산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한국당의 인적쇄신에 도덕성 등을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동안 당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또다시 팽당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구·경북에서 비슷한 전철을 밟는 인적쇄신이 이뤄진다면 앞으로 정가 분위기는 만만치 않게 흘러갈 것이 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참신한 정치 신인이 더 이상 발붙일 공간이 없어지며 당을 위해 노력한 이들이 더 이상은 보이지 않게 되는 악순환마저 초래될 것이다.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정치 신인들에게 또다시 줄세우기나 편가르기를 통해 과거의 악습을 답습케 한다면 그만큼 우리 정치는 암울해질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당에 헌신한 이들이 빛을 보는 인적쇄신을 기대해 본다.

2018-11-07

소규모학교 통폐합 넘을 지혜 모으자

▲ 이창훈 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지난 일요일 경북의 한적한 시골마을. 여느 시골마을 답게 맑은 가을하늘에 논에는 벼가 누런 색깔을 띠면서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하지만 시골마을길 곳곳에 현수막이 나붙어있는 등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한 작은 학교에서 확성기를 통해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등 초등학교 학교동창회가 열리고 있었다.참으로 정겨운 풍경이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약 100여 명 내외의 동창생들이 모여 운동을 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등 다정하고 즐거운 모습이었다.하지만 이 학교는 행복한 편이다. 아직 폐교가 안돼 그나마 이 학교 졸업생을 비롯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북의 경우 시골마을이 많은 특성상 지역의 소규모학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이 없다보니 자연 학교가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농촌을 떠나는 인구는 늘고 들어오는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게다가 농촌 고령화와 출산율마저 낮아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촌 지역 학교마다 학생 감소와 이에 따른 정부와 교육 당국의 잇따른 미니학교 통폐합 조치로 이런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잡았다.경북의 사정은 더욱 그렇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출생·사망통계’를 보면 경북은 전국 9곳의 도(道) 가운데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준 1만8천 명에 머물렀다. 전년보다 10%나 줄어드는 등 사망자보다 출생자가 오히려 적었다. 이 같은 영향으로 경북에서는 올해에만도 11곳의 학교가 문을 닫는다. 또 올해 13개 학교에서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했고 8개교는 겨우 한 명의 새내기를 신입생으로 맞이했다. 2016년 15개, 지난해 24개, 올해 11개 학교 등 최근 3년간 50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현재 정부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과 직접 접촉하는 교육청은 주민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어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즉 정부는 학교통폐합시 엄청난 거금을 주겠다며 유혹하고 있고, 지역주민은 제발 학교를 살려달라며 읍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고육책이 ‘작은학교 가꾸기 사업’이다. 작은학교 가꾸기는 소규모 학교에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지원을 통해 학생들이 모여들수 있도록, 경북교육청 경우 지난 2008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지금까지 122개교가 선정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이중 학생 수는 사업시행 전과 비교할 때 소폭 증가하는 등 사업추진 성과가 있는 학교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추진 이후 전반적으로 변화가 없거나 감소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는 농산어촌 지역 저출산에 따른 학령 아동 감소가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작은학교 가꾸기도 결국에는 학생이 있어야 가능하다.현재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는 작은 학교 학구를 큰 학교 학구와 자유학구로 지정,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만 입학이 가능한 ‘일방향 학구제’다. 도시 지역의 학생들에게 농촌지역의 작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학생 수를 늘려 작은 학교를 활성화한다는 것이 주된 취지이다. 어떠한 결과가 도출될지 모르지만 부디 이 사업이 성공을 거둬 농촌활성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농촌 학교살리기는 결국 농촌의 회생과 직결되고 이는 농촌인구 증가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는 교육 당국만의 힘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정부와 교육 당국 모두 힘을 합쳐 경제적인 논리만 내세우기보다는 보다 대승적 차원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2018-10-31

뜨거운 감자, 대구시 신청사 건립

▲ 이곤영 대구취재본부장대구시 신청사 건립이 또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중구청이 느닷없이 대구시 청사 이전과 관련해 용역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구청이 ‘시청 사수’에 나선 것이다. 중구청은 올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에 ‘대구시청사 현 위치 건립 기본구상안 수립 용역’을 위한 예산 1천900만원을 편성했다. 예산안이 구의회를 통과하면 오는 11월께 민간에 용역을 맡겨 시가 현재 위치에 신청사를 지어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기존 청사와 주변을 포함한 지역을 관광자원화 할 수 있도록 신청사 개발 계획안도 함께 제시할 예정이다.대구시청 이전은 지역의 해묵은 이슈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출마자마다 북구 옛 경북도청 이전 터, 달서구 두류정수장 등 대구시청을 자기 지역구에 이전해야 한다는 등 공약으로 내걸었고, 지난 2016년 3월에는 도청이전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따른 도청 후적지 활용 방안에 대해 대구시가 시청사 이전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소문이 돌아 한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6·13 지방선거에서 정치 쟁점이 되기도 했다.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청 이전 문제에 대해 “대구시청 재건축 장소는 대구시민이 결정한다”며 “기획재정부가 시청사 장소를 운운하는 것은 오만방자한 처사고 국회의원이 지역구 이기주의로 끌고 가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구시가 경북도청 터 매입에 필요한 국비 1천억원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우여곡절 끝에 211억원 지원을 결정했지만 ‘정부가 주는 돈으로 청사를 건립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건 기재부와 대구시청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같은 한국당 소속 곽상도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권 시장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 이어 민선 7기 취임 100일을 맞아 신청사 건립 추진단을 발족하고 시민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내년 말까지 신청사 부지를 확정하겠다며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시 청사 유치를 둘러싼 갈등을 의식해 중구에 있는 현재 위치에 신축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전하는 안을 모두 포함해 검토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이에 앞서 대구시는 2016년 신청사 건립 타당성 조사용역을 발주한 결과, “신청사 건립은 필수이며, 2만5천평의 대지에 건축 연면적은 3만평이 가장 적절하다”는 답을 얻어냈다. 이에 시는 8개 구·군으로부터 신청사 이전 후보지를 추천받았다. 중구는 현 청사 주변 부지와 동산병원을, 동구는 신천동 동부소방서 북편 상가 및 주택지와 철로변 부지(2만여 평)를, 서구는 이현동 서대구공단 내 부지를, 남구는 대명2동 대구교육대학 부지를, 북구는 고성동 시민운동장 일대를, 수성구는 범어동 어린이회관 내 부지를, 달서구는 두류동 두류공원 내 부지를, 달성군은 화원읍 구라리 일대를 각각 신청사 건립 후보지로 추천했다.1993년에 건립된 시청 본관은 당시에 비해 본청 공무원 수가 600여 명이 늘어나 본관과 별관으로 분산되어 근무하고 있다. 청사 시설의 노후화 등으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대구시는 2012년부터 매년 200억원 가량의 시청사 건립 기금을 적립하고 있으며, 올 연말이면 1천25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구시가 신청사 건립을 기정 사실화한 이상 신청사는 행정업무용 공간위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구시민들이 가장 편리하게 찾아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주차장은 물론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 복지공간, 다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오픈 스페이스 등을 설치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기주의로 지역이 갈등하는 신청사가 아니라 대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이 논란거리가 아니라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건립되기를 희망한다.

2018-10-24

프랑스 현대정치사 단상

▲ 홍성식 특집기획부장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프랑스를 방문했다. 프랑스 역시 보수와 진보 성향의 대통령이 번갈아가며 집권한 내력이 한국과 비슷하다. 1995년. 좌파 미테랑의 뒤를 이어 프랑스 권좌에 오른 이는 자크 시라크. 엘리트 정치인의 정석코스로 불리는 파리정치대학과 국립행정학교를 나온 시라크는 ‘샤를 드골의 적자’임을 자처했고, 경력 또한 화려했다. 내무장관, 두 차례의 총리 경험에 파리시장으로도 일했던 시라크는 보수를 이념적 기반으로 1976년 창립된 공화국연합(RPR) 초대 총재.그는 스스로를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불렀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주변국과의 불화에도 불도저 같은 ‘밀어붙이기식 스타일’로 독선을 행했던 게 대표적인 예다. 그 모습에서 한국 한 전직 대통령의 그림자가 얼핏 비친다.시라크는 퇴임 후 공금 유용과 권력 남용 혐의로 프랑스 대통령 중 최초로 유죄를 선고받는 불명예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것도 한국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과 겹쳐진다.2007년. 프랑스는 2차대전 이후 출생한 전후세대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이민자 2세 대통령의 탄생이었다. 정치와 경제 모두에서 실용주의를 지향했던 니콜라 사르코지는 보수주의를 지향한 대중운동연합(UMP)의 대선 후보였다.그의 선거 슬로건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벌자”였다. ‘사르코지즘’이라 불린 실용·개방정책은 경제적 실익이 있다면 친미 정책이건, 친중 정책이건 못할 이유가 없고, 테러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의 수반도 만날 수 있다는 것.사르코지는 프랑스가 “국민들은 게으르고 실업률은 높은 나라”로 평가받는 걸 못 견뎌했다. 예산장관과 내무장관 등을 지낸 젊은 대통령의 추진력은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사르코지가 ‘개혁’이라 말하며 밀어붙인 정책은 “독단과 독선”이라는 비판과 함께 곳곳에서 저항에 직면했다. 여기서도 지난시절 한국 대통령들과의 유사점이 느껴진다.자신이 이민자의 후손이면서도 소외된 무슬림을 비하했던 발언 역시 도마 위에 올라 사르코지를 곤경에 빠뜨렸다. 독일과 보조를 맞춰 추진했던 긴축재정 정책도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사르코지는 재선에서 실패한다. 시라크에 이어 두 명의 보수주의 대통령이 보여준 한계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후 프랑스 대통령이 된 사람은 진보 성향의 사회당 후보 프랑수아 올랑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판사와 변호사로 일했고, 파리정치대학 교수로도 활동했다.사르코지와 달리 대화와 타협을 중시한 올랑드는 미테랑을 벤치마킹하는 전략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사회당은 사회당답게!”라는 슬로건은 10년 넘게 지속된 보수정권의 정책에 실망한 국민들을 매혹했다. 연봉 수백 만 유로의 공기업 경영자와 고위 공직자의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등 적폐청산과 경제개혁의 서막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길이 탄탄대로만은 아니었다. “개혁하려던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분열만 심화됐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 역시 보수에서 진보정권으로 흐름이 바뀐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의 연대기와 닮았다.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올랑드에 이어 프랑스 대통령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과 만났다. 그는 좌우를 아우르며 ‘실용적 자유주의’와 ‘합리적 중도’를 표방함으로써 40대에 최고 권력자가 됐다.문 대통령은 마크롱과의 만남에서 뭘 벤치마킹하고 어떤 걸 반면교사(反面敎師)하려 마음먹었을까?프랑스의 현대정치사를 봤을 때 문제는 좌우도 아니고, 진보와 보수도 아니다. 보통의 국민들은 그저 실업과 실직 걱정 없이 식구들과 웃음을 잃지 않고 오순도순 살고 싶을 뿐이다. 그건 한국과 프랑스가 똑같고, 진보와 보수라는 인간의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을까.

2018-10-17

문화, 그 오묘한 의미

▲ 윤희정 문화부장10월은 문화의 달이다. “문화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영국의 문화연구자인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문화’를 영어 단어 중에서 가장 난해한 몇몇 단어 중 하나라고 했듯 문화는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 일상에서도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것, 새로운 것, 아니면 특이한 것? 문화는 이런 것들을 포괄한, 우리 삶 자체다. 우리의 삶을 포괄하고 있는 문화,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우리의 삶이 다 다르듯 문화 역시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다양한 형태의 문화를 인정하지 못하고 획일화된 고급문화만을 문화로 여기거나 아니면 저급문화를 문화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경제 발전에만 치중한 나머지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서 아직 문화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택동의 ‘문화대혁명’에서 말하는 ‘문화’는 사람의 사상체계 전반을 말한다.우리는 누구나 어린 시절 골목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아쉬운 마음을 안고 엄마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던 추억처럼 문화에 대한 동경과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바쁜 생활에 지쳐 있는 이들에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문화가 아닌 옆에서 함께 놀 수 있는 문화를 들고 마음을 두드리고자 많은 문화 관계자들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지금은 정보화 사회이고, 삶의 질을 요구하는 사회이며, IQ 못지않게 EQ의 시각적 사고,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문화현상과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에서 자신이 필요로 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을 선택해 제대로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한 세대가 돈을 벌면 다음 세대는 권력을 추구하고 그 다음 세대는 예술에 몰두한다는 토마스만의 말처럼, 한국의 20세기가 경제와 정치의 시대였다면 21세기에는 그 터전 위에서 문화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이념에 의해 총이나 칼로 싸우던 시대에서 현재는 반도체나 자동차로 싸우고 있는가 하면 일본의 자본이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등 문화로 대결하는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거리를 걸으면 아이들의 웃음에 절로 마음이 그득해지는 가을이다. 어려운 여러 여건 속에서도 조금은 마음을 열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한다.그렇다면 그렇게 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일상에서 아름다움, 정신과 마음의 온전함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힘겹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하루하루를 지내는 게 일상적이다. 하지만 다시 분명한 것 하나는 이렇다. 누구도 힘겹거나 지겨운 하루를 끝까지 감내하려는 사람은 없으며 이를 벗어나고 내팽개치기 위해 일탈을 시도하고자 한다. 이때 문화와 더불어 우리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소박한 바람이다.마침, 사색의 계절 가을이다. 붉은 단풍과 함께 차고 깊은 가을하늘을 올려다보며 사색에 젖기도 하고, 맑은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한나절 시간을 보내고 싶어지는 때다. 숨가쁘게 달려왔던 여름을 돌아보며 홀로 지쳐있는 자신의 모습을 살피는 시기이기도 하다.김현승 시인은 ‘가을의 기도’에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라고 노래했다. 그러고는 이어서 자신을 “겸허한 모국어로” 채워 달라고 소망했다. 시인이 웅크리고 앉아 혼자 시를 썼듯, 우리도 각자 혼자가 되어 소리 내어 시를 읽자. 시는 모름지기 읽는만큼 느끼게 되고, 느끼는만큼 성숙해지는 게 아니겠는가.올가을도 잃어버렸던 또는 잊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는 계절이기를 바란다. 그러면 치열하게, 전투적으로 살며 서로 다투고 상처 주는 일들도 조금은 수그러들지 않을까. 단풍 한 잎사귀보다 작지만 간절한 바람은 나무만큼 크다.

2018-10-10

초심을 지켜라

▲ 정철화편집부국장민선 7대 지방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3개월 가까이 되어간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방정부의 단체장을 중심으로 지역의 새로운 권력구도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지방정부의 권력이 만들어지고 실현되는 과정은 역사 이래 불변의 법칙처럼 이어진 권력의 속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지방권력은 단체장의 당선 횟수 별로 다른 형태를 띠며 변화의 과정을 밟는다. 기존에 형성된 단단한 진입장벽을 뚫고 처음으로 입성한 초선 단체장들은 비교적 지도자의 덕목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흔히 지도자의 덕목으로 주역의 첫 괘인 중천건을 자주 인용한다. 중천건에는 지도자의 4가지 덕목으로 인, 예, 의, 지를 들고 있다. 널리 사람을 사랑하는 어진마음(仁)을 지니고, 의(義)로써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사회관계에 예(禮)을 갖추고, 업무를 하는데 지혜로워(智)야 한다.초선 단체장의 경우 미처 행정업무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 공무원들의 조력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간 원활하게 소통을 한다. 또 선거과정에서 민심의 소중함을 알고 있기에 시민이나 외부인사들에게도 자세를 낮추고 충고나 지적을 경청하는 등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재선 고지를 넘어서면 이때부터 권력 의지가 작동하게 된다. 권력의 속성은 자신이 가진 힘을 언제라도 확인하려는 욕망이 내재해 있다. 4년 재임을 통해 행정업무 전반을 파악하게 된다. 직원들의 인물특성과 능력 검증도 끝나 인사를 통해 친위대 조직도 구성한다. 모든 의사결정에 단체장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반영되는 조직 구조가 만들어진다. 거기에다 선거에서 다시 지지를 해준 민심이 자신의 든든한 지지기반이라는 착각이 더해져 오만과 독선, 독단의 길을 가게 된다.독선적 리더십의 특징은 자신의 모든 결정이 옳고 정당하다는 논리로 무장한다. 그래서 남의 말을 듣지 않거나 아예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자기 귀에 거슬리는 충언은 듣기 싫어한다. 불통의 리더십이 고착되면 유능한 인재와 민심은 하나 둘 곁을 떠나고 끝내 권력의 중심에서 고사하게 된다.이러한 권력의 속성은 동서고금, 역사 이래 중앙정치나 지방정치에서 불변의 공식처럼 되풀이됐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중앙정치의 지도자를 비롯해 경북도내 재선 이상 연임 단체장들에게서도 예외없이 반복됐다.최근 경북도내 연임 기초단체장들에게서 불통의 리더십이 나타날 조짐이 있어 걱정스럽다. 지역 개발사업이란 명목으로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무시한 채 단체장 독단으로 사업을 강행하거나 지방정부의 동반자인 기초의회와 힘겨루기를 하는 등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외면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한국의 3대 철학자로 불리기도 하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칼럼에서 “권력의 가치와 목적을 소유에 두면 사회는 불행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다. 권력은 봉사와 섬김을 위한 의무임을 알아야 자신도 불행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버클리대 심리학과 교수인 대커 켈트너는 ‘선한 권력의 탄생’이란 책을 통해 “권력은 타인에 의해 주어지는 힘이며, 연민과 이타심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권력이 될 수 있다. 공감, 나눔, 감사 표현, 이야기하기. 이 네 가지 실천을 통해 우리는 서로 더 존중하고 결속하며, 권력을 더 선한 방향으로 쓸 수 있게 된다”고 권력의 속성을 풀이했다.하나같이 권력의 가치와 목적을 봉사와 섬김에 둘 것을 제언하고 있다. 권력의 빛은 끝없는 자기비판과 성찰 없이는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처음 권력의 길에 들어서면서 다짐했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것이 역사에 길이 남을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길이다.

2018-09-19

그리스와 베네수엘라를 보며

▲ 김명득 편집부국장2년 전 P사의 해외 현지법인 취재차 그리스와 터키를 다녀왔다. 당시 유럽안정화기금(ESM)의 구제금융체제 하에 있던 그리스를 처음 본 느낌은 피폐한 경제난 속에서도 그들은 아직 정신 차리지 못한,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무사태평의 그 모습이었다. 그들은 세계 최고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다는 허황된 자부심과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신념을 갖고 있는듯 했다. 활기를 잃은 도시의 건물과 담벼락 곳곳에는 온통 ‘그래피티(graffiti)’가 난무했고, 한 때 번성했던 시절에 타고 다니던 요트들이 심각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고물선이 된 채 바다가 아닌 도로변과 산기슭에 무질서하게 널려 있었다. 그리스 시내를 둘러보며 현지 가이드가 한 말이 문득 생각난다. 그리스의 직장인들은 대부분 오전 9~10시에 출근하고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식사나 휴식을 취하고 오후 4~5시면 퇴근한다는 것. 한국에서 이런 직장이라면 그야말로 ‘신의 직장’이다. IMF 외환위기 때 한국인들과 비교하면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국가가 망하면 모든 게 끝나는데, 어쩌면 저렇게 느긋할 수 있을까.그런 그리스가 지난 2015년 구제금융에 들어간 지 3년만에 벗어났다고 한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집행하던 ESM 측이 추가 프로그램의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구제금융에서 벗어났다고는 하나 그리스의 상처는 너무 컸다. 경제 규모가 2015년에 비해 25%나 축소됐고, 국민의 소득과 연금은 평균 3분 1 가량 줄었다. 젊은층 40%는 여전히 실업 상태다. 일자리를 찾아 청년층이 해외로 탈출하는 바람에 전체 인구 중 20~39세의 비중이 8년 사이 29%에서 24%로 떨어졌다. 관광산업을 제외하고는 변변한 제조업조차 없었던 그리스는 관광자원 하나만 믿고 너무 현실에 안주했던 것이다.얼마 전 신문의 지구촌 포토 란에 생닭 한 마리를 사기 위해 필요한 지폐 뭉치를 가득 쌓아놓은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바로 이념적 사회주의를 지향하던 베네수엘라의 현주소를 보여준 안타까운 장면이다. 지금 베네수엘라에서는 희망을 찾기 힘들다. 기존 볼리바르화를 10만 대 1로 액면 절하했으나 연말까지 인플레이션율이 100만%에 달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나올 정도로 상황은 비관적이다. 생활고를 피해 나라를 탈출한 베네수엘라의 ‘보트피플 (boat people)’은 주변국 곳곳에서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그 와중에도 좌파 정권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60배나 올리는 등 포퓰리즘 횡포를 부리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을 자랑하던 베네수엘라는 고유가에 취해 이념 정치를 펼치다 미래를 잃어가고 있다. 그 대가는 참담한 국민의 고통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요즘 한국의 경제상황을 보면 마치 이들 국가와 흡사하게 닮아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탈원전 등에 따른 부작용과 고통이 사회 곳곳에서 아우성인 데도 정부는 귀를 닫고 있다. 참다 못한 영세 자영업자들은 길거리로 뛰쳐 나왔고, 취직 못한 청년 실업자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급기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하나 둘씩 해외로 떠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예산 54조원을 쏟아부었지만 고용시장은 ‘참사’, ‘재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참담하다. 54조원은 실업자 100만 명에게 5천400만원씩 나눠줄 수 있는 큰 돈이다.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을까. 아마 자기 돈이라면 이렇게 펑펑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리스와 베네수엘라를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제 현실을 무시한 현 정부의 ‘실험적 정치’는 이제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두 나라가 던져준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8-09-12

달빛동맹마저 깨려는가

▲ 김영태대구취재본부 부장현대판 나제동맹이라고 일컫는 달빛동맹(달구벌+빛고을)은 그동안 정치권이 갈라놓은 영호남을 다시금 잇는 결과를 도출하면서 각종 구호에 못지않은 우호적인 관계가 정착돼 가고 있는 상황이다.지난 2015년 12월 확장 개통된 88올림픽고속도로의 명칭을 국토부는 ‘광주∼대구간 고속도로(광대고속도로)’로 결정했다. 대구와 광주 지자체 등은 즉각 어감도 좋고 부르기도 편한 ‘달빛고속도로’로 명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음에도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국토부의 답변은 규정상이라는 행정적인 답변만 내놓고 양쪽지역의 견해는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정부의 하는 일은 항상 규정이고 법으로 행정편의주의를 여과없이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스꽝스런 ‘광대고속도로’보다는 ‘달빛고속도로’가 얼마나 정겨운지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인식할 수 있다.대구와 광주지역에 1천 600여 년만에 나제동맹을 이은 달빛동맹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당연했다.하지만 달빛동맹은 이후 더 공고해졌다. 공통사항에 대해 양측 국회의원과 행정 인맥을 동원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으로 정치와 행정이 갈라놓은 영호남을 결속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광역의회 간의 방문은 물론이고 공무원 간의 교류, 달빛동맹 맞선 등도 추진되는 등 민간의 교류는 더욱 활발하게 진행됐다. 대구경북기자협회와 광주전남기자협회 간 서로 방문 행사를 통해 양 지역의 관심사와 회원간 교류 등을 실시하면서 더욱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이같은 민간의 움직임은 결국 꼼짝하지 않는 행정과 지역 표심에만 관심을 둔 정치권에 대한 무언의 압력임에는 틀림이 없다.이런 분위기에 또다시 행정은 달빛동맹을 깨려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냈다. 바로 ‘달빛 내륙철도’ 문제다. 광주∼대구 달빛내륙철도 건설사업은 6조원 이상을 투입해 양 도시 간 191㎞ 구간을 고속화 철도로 건설하는 내용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영호남 상생공약으로 채택했고 국가운영 5개년 계획에도 반영됐다. 내륙철도가 연결되면 양 지역이 1시간 거리로 좁혀져 직접 영향권 430만명 등 모두 1천300만명의 공동생활권이 새롭게 형성된다.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더 이상의 정책은 없어 보인다.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남북간 철도에만 관심을 두는 경향을 보이며 내년도 달빛내륙철도 사전타당성조사를 위한 용역비 10억원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대구·경북과 호남측 광역단체장과 양측 국회의원 등은 지난 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조기건설을 촉구하는 국회포럼을 열었다. 행정 편의주의와 수도권 중심주의가 합쳐져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비난을 쏟아내며 조기건설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치권이 근래 보기 드물게 한목소리를 냈다.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최초 제안된 달빛내륙철도이기에 더이상 행정편의나 수도권 중심적 편향된 생각이 없어져야 한다는 중론이었다. 지역 일각에서는 행정과 정치권이 도와주지 않는 달빛동맹의 안간힘을 또다시 깨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볼멘 소리가 많다.국토의 U자형 개발에서 동서간 연결로 옮겨가는 대전제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달빛 내륙철도는 그 상징성이 가지는 이상의 효과를 올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더이상 행정편의와 수도권 중심주의의 사고 방식으로 지방에 잣대를 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민간이 살려놓은 달빛동맹이 결실도 맺기 전에 깨는 행위만큼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팽배하다.곧바로 내륙철도를 건설하자는 것도 아니고 사전 타당성조사를 하자는 예산도 삭감하는 행정을 바라보는 대구·경북과 호남은 어떠한 심정일지는 말하지 않겠다. 호남지역 역시 대구경북지역민들의 생각과 같이 내년 예산 반영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고속도로 이름마저도 지역민들이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는 행정을 더 이상은 안 보았으면 한다.

2018-09-05

탈원전정책, 대선공약 이행 명분서 벗어나야

▲ 이곤영 대구취재본부장얼마 전 휴가차 경북 울진을 다녀왔다. 집사람과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은 김에 신한울원전 백지화에 대해 넌지시 물었다. 60대로 보이는 식당 주인은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 정부를 성토했다. 그는 2002년부터 추진한 신한울원전은 찬반으로 지역 내에서도 갈등을 겪는 등 어렵게 결정했는데 현 정부의 일방적 탈원전 정책으로 하루아침에 백지화됐다며 정부의 결정으로 피해를 보는 울진군민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어렵다는 IMF보다 더 어려운게 지금 울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는 9월 14일 청와대 인근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추진을 위한 총궐기대회’를 연다고 한다. 좀처럼 행동에 나서지않는 경상도 ‘양반’이 열 일을 제쳐놓고 서울로 올라간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절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지난 16일 한국원자력학회 등 3개 단체가 원자력발전 이용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1천명에게 전화로 의견을 물은 결과, 원자력발전 이용에 대해 응답자의 71.6%가 찬성했고 반대는 26.0%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사실상 실패로 보아야 한다.탈원전 정책에 대한 부작용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연간 당기순이익 10조원을 내던 한국전력이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2천26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사이에 두바이유가 33.3%, 유연탄은 28.4%, 액화천연가스(LNG)는 8.9% 뛰었다. 원전 가동률도 지난해 상반기 74.7%에서 올해 상반기 58.8%로 줄었다. 생산비용이 늘어나니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문 정부가 내놓고 있는 원전은 개발도상국에서나 건설하고 있으며 선진국은 탈원전이 대세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원자력협회의 2018년 세계 원자력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세계 원자력 발전설비 용량은 392GW로 늘었고 원전 생산전력은 전년보다 2천506TWh로 늘어났다. 지난 6월 말 기준 건설 중인 원전은 아시아가 40기로 가장 많고 동유럽·러시아 11기 등이며, 후쿠시마 사고가 난 일본은 원전 가동을 9기로 늘렸으며 19기는 재가동을 신청하는 등 세계 각국이 원전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이처럼 원전 건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경제성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 원전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며 이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은 심각하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로 한전은 22조원 규모의 영국 원전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는 등 한국의 원전 수출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아르헨티나와 파키스탄과 원전 3기를 짓기로 했다. 러시아도 방글라데시, 헝가리, 인도 등에서 신규 원전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이 피땀 흘려 갖게 된 원전 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빠진 것이다.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었는데 해외 수주가 힘들 수밖에 없으며 결국 국내 원전사업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탈원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경제적 피해는 물론 일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경북에서는 울진 신한울원전 3, 4호기 건설 무산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액이 9조5천억원에 이르고, 연인원 1천240만명의 지역 일자리도 사라질 것으로 분석됐다.대선공약 이행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탈원전 정책은 향후 전기요금 인상, 외화획득 기회 상실 등 여러 폐해를 유발할 것이며 이는 모두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 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에너지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국민들이 더 안전하고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하고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원전사업을 펼쳐야 한다. 명분보다는 실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8-08-29

이철우식 대구·경북통합안 적극 논의해야

▲ 이창훈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원대한 구상인 대구경북통합안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이철우 지사가 경북도에 입성한 지도 50여 일이 지나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 선거캠프 관련자와 민간인 등이 망라돼 향후 도정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잡아위원회’의 활동도 최종 발표를 남겨놓는 등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 이 지사의 ‘대구경북통합안’방안이다. 그는 국회의원 재임 시절 저서를 통해 ‘대구경북통합안’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지사취임 후에도 늘 “대구경북은 한뿌리이고, 대구와 경북이 분리돼서는 미래가 없는 만큼, 당장 행정통합은 어렵더라도 경제통합만이라도 우선 이뤄내 양 도시의 발전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실제 이 지사 취임 이후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한뿌리상생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로 격상되는 등 대구경북의 상생노력이 과거보다 활발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원대한 구상의 종착역인 대구경북통합안은 아직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철우식 통합 안이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인지, 아니면 책속의 아이디어로 사라질 것인지가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이철우식 대구경북통합안은 ‘경북에 거대도시를 2개 조성해 대구와 연결한다’는 것이 뼈대다. 이 지사는 대구경북 통합의 핵심으로 경북에 인구 100만명의 대도시 두 곳을 건설해 메트로폴리스인 대구와 광역전철망으로 연결해 광역경제권으로 묶어 대구경북의 공동번영을 꾀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대구포벨트’(대구~구미~포항 벨트) 안에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을 활용, 일자리를 늘린다는 구상이다.100만도시 하나는 포항을 중심으로 경주와 영천을 하나의 자치단체로 묶는 것이다. 현재 포항과 경주, 영천을 합하면 얼추 100만명 선이다. 다른 하나는 구미를 중심으로 김천과 상주를 합치는 방안이다. 인구 유입이 이뤄지고 있는 김천 혁신도시를 비롯 교통중심지인 상주와 구미의 공단활성화에 따라 얼마든지 100만명 규모를 채울 수 있다고 본다.이어, 대구와 새롭게 만들어지는 100만도시 2개를 광역전철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즉 수도권의 광역전철망 연결을 참고하면 해답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광역전철망이 뻗어나가면서 연결 도시가 모두 비약적인 성장을 한 만큼, 대구~구미~포항을 연결하면 그 파급효과는 폭발적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구포벨트’안에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을 활용, 기업유치 등으로 일자리가 창출되면 도시발전이 가속화되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참으로 원대한 구상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이 구상이 실행돼 성공사례로 이어지면 대한민국의 지방 지형도를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치적이 될 것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정치권과 경제계·관계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전제로, 중앙정부와의 협상 등 엄청난 과제들이 놓여 있다. 이철우 지사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치단체장을 비롯 대구시장과 협치해야 되는 만큼, 상당한 부담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지역의 정·관가 등에서도 이 구상을 잘 알지 못하는 등 말을 꺼내는 것도 부담일 듯싶다.일부에서는 이러한 구상이 노력 여하에 따라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즉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도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는 평가다. 이미 마창진(마산·진해·창원)이 창원으로 통합된 사례가 있는 만큼 통합에 대한 득실을 잘 살펴 시행착오를 줄여 나가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원대한 성과가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정치권과 관가는 끊임없이 주민을 위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 위정자는 백성을 위해서라면 그 과정이 지옥의 문을 두드리더라도 노력은 해봐야 하는 것이다. 이철우식 대구경북통합안은 지역에서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될 아이디어라고 본다.

2018-08-22

소설 읽는 대통령, 소설 쓰는 대통령

▲ 홍성식 특집기획부장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다녀왔다. 그 기간 동안 세간의 화제가 됐던 게 ‘대통령이 휴가 때 읽은 소설’이었다. 유장하고 미려한 문장으로 우리 민족의 옛말을 되살려낸 김성동의 ‘국수(國手)’와 섬세하고 정치한 문체로 오십 살도 되기 전 이미 일가(一家)를 이룬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바로 그 화제의 소설들.이 소식을 가장 반긴 건 오랜 침체의 터널을 통과해온 출판계였다. 뿐 아니라 적지 않은 국민들 또한 “문학을 아끼고 향유할 줄 아는 통치자의 출현이 반갑다”는 반응을 보였다.‘소설 읽는 대통령’의 등장은 ‘소설을 썼던 대통령’의 기억을 소환한다. 누구냐? 프랑수아 미테랑(Francois Mitterrand)이다. 1981년. 예순다섯의 미테랑은 세 번의 도전 끝에 프랑스 대통령에 오른다. 1969년 창당한 사회당(Parti Socialiste) 출신 첫 대통령이었다. 1905년 설립된 인터내셔널 프랑스지회(SFIO)를 모태로 창당된 프랑스 사회당은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진보 정당.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로 활동한 사회주의자 미테랑은 취임 후 국민의회를 해산하고 재선거를 실시해, 사회주의자가 과반을 넘는 의회를 구성한다.내·외적인 불안 요소가 적지 않았던 1980년대 초반의 프랑스. 젊은 각료들로 내각을 구성한 그는 사회·경제 각 부문에서 과감한 개혁을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의 현재 상황과도 유사하다.사형 제도를 폐지했고, 부유층에 대한 증세 공약을 실천했으며, 경제와 문화·예술의 중앙 집중을 막는 지방분권화를 더불어 추진했다. 그렇다고 미테랑의 정책이 무조건 ‘좌측’으로만 속도 조절 없이 내달린 것은 아니었다.1982년엔 “우리도 시장경제 시스템을 인정해야 한다”고 사회당 동료들을 설득했고, 이런 미테랑의 의지는 후일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유럽연합’ 탄생의 출발점이 됐다.14년간 프랑스 대통령의 자리를 지킨 그는 레지스탕스 동지인 다니엘 미테랑과 1944년 결혼했다. 미테랑의 아내는 남편 못지않은 열성적인 사회당원이자 ‘행동하는 양심’으로 유럽사회의 사랑과 신뢰를 받았다. 그녀의 소수자 보호와 인권 신장 활동은 지금까지도 국가 지도자 아내로서의 모범처럼 이야기된다. 다니엘은 1996년 1월 대통령에서 퇴임한지 7개월 만에 미테랑이 사망했을 때 죽은 남편의 정부(情婦)를 장례식에 초청하는 ‘톨레랑스(관용)’를 보여주기도 했다. 미테랑은 유연하고 낭만적인 진보주의자였다. 1986년 의회 선거에서 패한 그는 보수·우익 정당의 지도자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를 총리로 임명해 언필칭 ‘좌파-우파 동거정권’을 이끌었다. 그의 재임 기간에 적지 않은 수의 중도·우파 각료들이 임명됐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바로 이 미테랑이 바쁜 일정을 쪼개가며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 조그만 방에 틀어박혀 발표되지 못한 ‘소설’을 썼다는 건 아는 이들만 아는 에피소드다.미테랑의 ‘문학사랑’은 앞서 언급한 정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마자린 팽조(Mazarine Pingeot)에게 이어졌다. 소설가로 데뷔한 그녀는 첫 작품 출간 후 “아주 어릴 때부터 글 쓰던 나를 격려해준 아버지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한국에서 가장 큰 서점인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인근 커다란 돌에 새겨진 문구는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독서로 휴가를 보낸 대통령만이 아니라 필부필부(匹夫匹婦)까지 충분히 매혹할 말이다.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소설 읽는 대통령’이 나왔으니 ‘소설 쓰는 대통령’도 곧 만날 수 있지 않을까.

2018-08-08

‘방콕과 혼멍 휴가’

▲ 윤희정문화부장“여름휴가 어디로 가세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인 요즘 가장 많이 주고받게 되는 질문이다. 휴가란 말만으로도 우리의 마음 한구석에 잠자고 있던 어떤 에너지가 분출됨을 느낀다. 하지만 막상 휴가 계획을 세우려고 하면 여러모로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꽉 막히는 도로, 어딜 가나 북적대는 인파와 비싼 물가, 누군가와의 갈등. 그쯤 되면 휴가는 곧 스트레스가 된다.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또다시 돌아온 휴가 시즌에 맞춰 또 한 번의 탈출을 꿈꾸게 된다. 휴가란 다른 그 무엇보다도 지겨운 일상 또 지겨운 ‘집구석’에서 벗어나는 해방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언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다.휴가(休暇)란 무엇보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어떤 이들은 휴식을 위해, 다른 이들은 배움을 위해, 누군가는 재미를 위해 여름휴가를 보낸다.‘혼멍’(혼자 멍 때리기) 휴가라는 것이 각광 받은 적이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산과 계곡, 바다나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집 안에서 혼자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이 뇌 휴식에 좋다는 보고가 있기도 했다. 멍 때리면 그동안 뇌가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오히려 창의력 강화에 좋다는 것이다. 2001년 미국의 신경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사람이 눈을 감고 아무런 생각이 없는, 소위 멍 때리기 상태에 빠졌을 때 뇌의 특정 부위가 바빠지는 것을 뇌 PET 촬영 중에 발견했다고 한다. 이 부위를 전문 용어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Default Mode Network)’라고 한다. ‘멍 때려라!’의 저자인 신동원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멍 때리는 순간에 내측 측두엽, 내측 전두엽, 후측 대상피질 등 일명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말한다.몇 해전부턴 스테이케이션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은 머무르다(STAY)와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집 혹은 집 근처에서 머무르며 여가를 보내는 휴가를 뜻한다. 흔히 알고 있는 ‘방콕’과는 의미가 다르다. 방콕이 집에서 텔레비전 등을 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위 그 자체에 목적이 있다면, 스테이케이션족들은 집 안에서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거나 그동안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자기 자신이나 가족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으로 휴가를 보낸다. 이러한 변화는 휴가 그 자체가 적극적으로 자기를 계발하고 자신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계기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오래전 ‘정해진 시간에 휴식을 취하는’ 단순한 개념으로부터 ‘휴식과 여가를 통한 재충전과 자기개발 및 창의성 배양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휴가’로 진보하고 있는 것이다.혹시 아직까지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면, 혹시나 틀에 박힌 뻔한 여행이 식상하다면, 집에서 머무는 휴가는 어떨지?여름의 절정이다. 이제와 바캉스 계획을 짜자니 마음이 급해지거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쉽게 생각하자. 올해 여름휴가 트렌드는 ‘혼멍 휴가’가 될 수도 있다. 가뿐한 몸과 마음으로 휴양은 물론 집에 머물며 가볍게 바람 쐬는 정도의 여행을 생각한다는 얘기다. 가족들과 즐기기에 좋고, 시끄럽지 않고, 빤하지 않은 여행지.집 안에서만 휴가를 보내게 되니 가뿐한 몸과 마음으로 휴양은 물론 그동안 묵혀 뒀던 청소, 빨래, 화분, 밑반찬 등등 밀린 일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어 좋다. 경제가 점점 나빠지고 물가는 오르는데 기름 태워가며 돈 쓰고 돌아다니는 부담도 일갈할 수도 있다.소중한 휴가를 보다 편안하고 특별하게, 그리 거창하지 않더라도 소소한 재미와 의미를 더해주는 마법을 원한다면, 혼멍 휴가야말로 매우 이상적이다.

2018-08-01

마린온 참사, 철저한 조사·대책 있어야

▲ 정철화편집부국장포항의 도시 이미지는 철강도시와 함께 ‘해병대’가 가장 먼저 연상된다. 포항은 해병대 제1사단 주둔지로 우리나라 해병대의 출발지이자 해병대 장병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다. 해병대에 지원하면 먼저 해병제1사단에서 혹독하기로 소문난 신병 훈련을 받으며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으로 태어나는 곳이다. 포항 해병대에서 헬기추락사고로 5명의 장병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3일 해병제1사단에서 이들 장병들의 영결식이 열렸고 전국 해병대원들과 포항시민들은 비통한 마음으로 이들과 이별을 했다.이들 장병들은 해병대가 새롭게 도입한 헬기의 시험비행에 나섰다가 이륙 직후 곧바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현재 사고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여러 정황으로 미뤄 기체결함이나 정비불량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다시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의 부실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온 나라를 들끓게 했다.문재인 대통령은 헬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대한민국 현대사에 가장 비참한 사고로 기록되고 있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국가 안전망 구축의 중요성이 누차 강조됐으나 여전히 제자리 걸음만하고 있다. 29명이 숨진 제천화재참사, 39명이 목숨을 잃은 밀양세종병원 화재참사 등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숱한 생명들이 허무하게 희생되는 안전사고가 계속 이어졌다. 그때마다 정부는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만 되풀이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전문가들은 사고의 근본적 원인으로 사회 전반에 폭넓게 퍼져 있는 안전불감증이란 진단을 내리는 것도 여전히 똑같다. 안전 불감증은 전혀 안전하지 않은 상황인 데도 안전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상태를 이르는 것으로 대다수가 ‘설마 나에게’란 안일한 생각에서 기인한다.1899년부터 5년간 고종의 궁내부 고문관으로 일했던 미국인 샌즈는 한국인의 무감각한 안전의식을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무슨 일을 할 때 위험에 빠질 확률이 20%, 위험에 걸려들지 않을 확률을 80%라고 가정하면, 미국 사람은 위험에 걸릴 20%에 해당될 것으로 생각하고 대비를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위험에 걸리지 않을 80%에 해당될 것으로 생각하고 위험을 곧잘 무릅쓴다고 했다.우리의 일상은 늘 평안하고 안전한 것 같지만 실은 살얼음판을 딛는 것처럼 불안하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형 기상재앙과 화재, 교통사고, 테러 등 우리의 일상 생활주변은 수많은 안전위험요소들이 도사리고 있고, 시시각각으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한 사람의 안전불감증이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의 생명도 앗아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는 안전사고에 대한 접근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매번 대형 사고가 난 뒤 허겁지겁 대책을 강구하기에 앞서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중증의 안전불감증 치료가 우선이다. 우리 스스로 안전에 대한 무관심을 버리고 안전에 대한 관심으로 자발적인 체험과 반복적인 안전교육을 통해 안전의식을 생활화하도록 하는 것이다.포항은 지진이라는 자연재난을 겪었다. 지진 직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 여야 대표 등이 앞다퉈 포항 지진 현장을 찾아 지진복구와 안전도시 건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약속했다. 포항시는 지진 수습과 복구 대책과 함께 국립지진방재연구원과 국가방재교육공원, 국립 안전교육 종합체험장 건립 등을 건의했다. 이들 시설은 곧 시민들의 생활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로부터 스스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 교육시설이고 안전불감증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포항시민들에게 약속했던 정부의 안전도시 약속이 꼭 지켜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8-07-25

포항이 왜 매력적인 도시인가

▲ 김명득편집부국장파란 잔디가 싱그럽다. 일년 중 가장 골프치기 좋은 계절이 왔다. 필드를 그리워하는 골퍼들에겐 그야말로 본격적인 시즌이 돌아온 셈이다. 하지만 요즘 폭염으로 필드 나가기가 자꾸 망설여진다. 언제 어디서 생겨난 말인지는 몰라도 포항이 ‘골프 천국’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몇 년 전 포항에서 근무하다 서울 본사로 발령을 받고 떠난 모 건설사 Y소장은 포항만큼 골프하기 좋은 곳이 없다고 했다. 그는 포항을 ‘골프 천국’이라고 했다. 포항시내에서 20~30분 달리면 골프장이 널려있다. 정규 코스 또는 퍼블릭 등 입맛대로 골라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부킹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린피 역시 서울, 부산 등 타 도시보다 훨씬 싸다. 얼마 전 집안일로 부산을 다녀왔다. 오후에 포항을 출발, 울산-부산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를 따라 1시간 여만에 부산시내 입구까지 도착했다. 그런데 퇴근시간과 맞물려서인지 차의 속도감이 갑자기 떨어졌다. 꽉 막힌 도로 위를 차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느릿느릿 움직였다. 시내를 통과해 약속지인 부산의료원에 도착한 시간은 포항서 달려 온 시간과 거의 맞먹는 시간이 걸렸다. 부산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버틸 수 있을까. 포항시내에서는 10분만 막혀도 난리가 난다. 성미 급한 포항사람들은 차가 정체된지 5분도 채 지나기 전에 버럭 화부터 낸다. 평일 퇴근시간대 포항철강공단에서 섬안대교나 포스코 1문을 통해 형산교를 건너올 때 약간의 정체현상이 일어난다. 정체라야 고작 10~20분 정도다. 그것도 정체라고 짜증부터 낸다. 포항시내 어느 곳이든 택시로 달려 20~30분이면 못 갈 곳이 없다. 포항 교통의 편리함을 너무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포항의 명소 죽도시장과 영일대해수욕장, 환호동에 즐비한 횟집. 그 곳에서는 일년내내 싱싱한 회를 맛 볼 수 있다. 포항의 대표음식인 ‘물회’도 대부분의 식당에서 주문만하면 금방 나온다. 겨울철 별미인 과메기, 구룡포의 대게 등도 이제 일년 내내 맛 볼 수 있는 대표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음식의 맛도 맛이지만 주변의 분위기 또한 어떤가. 출렁이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회 한 점을 입 안에 쏙 넣어 본다. 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싱싱함을 느낄 수 있다.최근 포항에 출장 온 중국인 기업가와 영일대해수욕장과 포항제철소 야경이 보이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싱싱한 해산물이 맛깔스럽게 나왔다. 그는 중국에서 맛볼 수 없는 음식이자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 했다. 식당에서 바라 본 포항제철소~동빈내항~영일대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야경은 너무나 환상적이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머지않아 이곳에서 세계적인 불꽃축제도 열리니 한번 더 놀러 오라고 했다.서울에 사는 후배가 최근 포항에 왔다. 환호동 횟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그를 젊은이의 거리인 일명 ‘쌍사’(쌍용사거리를 줄인 말)로 안내했다. 술집마다 젊은이들이 넘쳐났고, 4만~5만원이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저렴한 가격에 놀랐다. 예전의 호경기 때 불야성을 이루던 모습과는 다소 시들한 분위기였는데도 그는 매력이 넘치는 곳이라고 했다.포항에는 국내 프로축구단 가운데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축구전용구장(스틸야드)을 갖고 있다. 이 곳에서 경기를 한번 보고 나면 다른 경기장에서는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곳에서는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관중석에서 손을 뻗으면 선수와 손을 맞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울산 문수구장이나 서울 상암, 대구 월드컵, 수원 월드컵구장 등에서는 엄두도 못낼 일이다. 포항은 이런 멋진 축구장을 갖고 있다. 포항이 왜 매력적인 도시인가를 더 나열해야 하나.

2018-07-18

지방선거 이후 대구·경북

▲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이번 선거에서 대구·경북이 보여준 선택은 여러 가지 시사하는 점이 많다.정치적 관점에서 앞으로 지역 정당의 판도에 상당한 변화 조짐이 느껴지면서 정치지형의 변혁까지 전망할 정도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약진했지만, 대구·경북에서만 자유한국당의 지지세가 여전했다.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명도가 높은 민주당 인사들이 나섰다면 대구·경북 당선자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 타당성을 얻을 정도로 민주당이 선전한 것은 분명하다. 우파의 본산으로 꼽히는 구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특히 대구·경북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민주당 측이 집권여당으로서 생색내기를 위한 이른바 ‘버리는 카드’로 활용했던 인사들이 반등하는 모습까지 등장했다.대구 달서구 전역은 개표 초반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까지 전부 민주당 인사들이 1위를 달리며 한국당 후보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대구 동구청장 선거도 당초 현역이었던 바른미래당 후보와 한국당 후보 간의 치열한 접전을 예상했으나, 정계에 처음 얼굴을 내민 39세의 민주당 후보가 처음부터 치고 나오는 약진이 두드러졌다.이런 현상을 두고 일부에서는 대구·경북의 민심이 어느 정도 민주당으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이 대구·경북에서 보여준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대구경북 특별위원회’ 구성 등으로 민심을 다독였고 특정 정당의 과점에 따른 피로도 누적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하지만 몇차례 회의만 열었지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특위와 우파정당의 독점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설익은 논리일수 있다.민주당의 대구·경북에 대한 정치적 투자가 상당하지 않았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지에 좌우진영 모두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20∼30대의 투표율 증가를 이번 지방선거의 달라진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사전투표와 거소투표 등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투표결과가 많이 나왔다는 것이 개표 참관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결국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홀대받아왔던 청년층들의 반란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역 정치평론가는 분석했다. 또 모든 것을 포기한 N포세대로 불리는 젊은층들이 한국당과 우파에 등을 돌리며 민주당에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곧 샤이(부끄러워하는)보수에 대응한 ‘샤이 2030’의 등장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애써 이번 지방선거만의 현상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 시절 지방선거를 석권한 뒤 곧이어 실시된 총선에서 참패를 했다는 근거를 들면서 오는 총선에서는 우파 위주의 투표결과를 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좌파진영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 이제야 대구·경북민들이 서서히 변화를 시작하는 기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으로 출전한 인사들이 어떠한 경력을 지녔고 어떤 정치행보였는지 묻지도 않는 행태가 투표 결과로 나타났다는 의미 심장한 결론도 간간히 등장한다. 여기에 과거 야도(野都)였던 대구가 어느순간 여도(與都)로 전환된 시기와 지금의 상황과 어느정도 비슷한 분위기라는 말도 전하고 있다.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대구·경북민들은 급변에 가까운 변화를 싫어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권의 변혁을 요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민주당이든 한국당이든 누가 먼저 정치혁신을 통해 변화를 먼저 이끌어가느냐를 지역민들은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결과는 차기 총선에서 드러날 것이다.

2018-07-11

먹는물 문제 정부가 나서라

▲ 이곤영 대구취재본부장지금 대구는 먹는 물을 놓고 10년째 구미시와 소리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는 구미지역 기업에서 흘려보낸 발암물질인 과불화화합물질이 수돗물에서 검출되며 대구시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지난달 21일과 24일 매곡·문산취수장에서 8종의 과불화화합물을 검사한 결과, 환경호르몬 물질인 과불화헥산술폰산 수치가 낙동강 원수는 152.1~169.6ppt, 정수된 수돗물은 139.6~165.6ppt로 나타났고, 발암물질인 과불화옥탄산 경우 낙동강 원수는 12.1~19.9, 정수된 수돗물은 13.5~16.5ppt까지 검출됐다.특히 발암물질로 분류된 과불화옥탄산은 고도정수처리를 거쳐도 10∼15% 밖에 제거되지 않고 끓이면 농도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대구에서는 시민들이 생수를 사기 위해 마트로 달려갔고 곧 생수가 동이 나는 사태가 벌어졌다.환경부는 과불화헥산술폰산은 발암물질이 아니며, 과불화옥탄산도 외국 권고기준보다 낮은 수치가 검출됐다고 해명하고 과불화 화합물 배출 의심 사업장을 전수조사해 해당 물질을 사용하지 않도록 처리했으며, 7월부터 실시되는 감시 항목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폐수 배출 허용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그러나 환경부는 여전히 오염원 배출기업이 어떤 기업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어 250만 대구시민들의 건강을 걱정하기 보다는 오염원배출 기업을 비호하고 있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그동안 1-4다이옥산, 페놀 등 수십차례 낙동강 오염사고를 겪은 대구시민은 청와대에 청원을 올리고 범시민운동에 나서는 등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를 놓고 올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권영진 대구시장이 구미시와 구미시민이 희망하는 전문기관에 대구취수원 이전과 관련된 용역을 맡기고 그 결과에 따르자고 제안했고, 지방선거에서 반대 입장을 밝힌 장세용 구미시장이 대구 취수원 이전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구와 구미 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조정자 역할을 자처해 대구 취수원 이전에 새로운 해결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이 지사는 대구취수원 이전 방안으로 영천댐과 성주댐의 물을 대구 식수원으로 공급하는 방안 검토를, 장 시장은 대구 취수원 이전에 반대하는 구미시민의 합의 도출 방안 마련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들의 해결 방안은 이미 대구시가 검토했으나 추진이 안 됐던 안으로 이를 뛰어넘는 전향적이고 획기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실제로 대구시는 임하댐 도수로를 통해 물을 받고 있는 영천댐 물 이용을 검토했으나 금호강 유지수와 금호강 유역의 오염 방지 시설 등 관련 설비 구축에 당시에도 9천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나 추진하지 못했다.또 안동 등 북부지역과 영천, 포항 주민 등이 반대하는 등 새로운 갈등이 야기될 소지가 높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2014년에 수도정비기본계획을 통해 대구 취수원은 구미 해평정수장을 같이 쓰는 방법이 가장 경제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했으나 구미시민들의 반대로 10년째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그동안 정부는 대구 취수원 이전문제를 놓고 갈등을 일으키는 양 당사자인 대구시와 구미시간의 합의를 먼저 종용했다. 정부가 자치단체 간 갈등을 조정할 생각은 하지 않고 한발뺀 모습을 보여온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차례다. 먹는물 문제는 국민 누구나 누려야 할 보편적인 복지이기 때문이다.

2018-07-04

경북도의회, 변해야 한다

▲ 이창훈 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바람이 불어닥친 것과 궤를 같이해 경북도의회도 변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그동안 자유한국당 일색으로 집행부 견제를 위한 토론과 논의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관행에서 탈피해 보다 진지하고 격렬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 민생행보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경북도의회에 민주당 의원이 대거 입성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보수의 심장이라 여겨지던 경북에도 불어닥쳤다.그동안 예산을 비롯 각종 조례 등 의안통과에 일사불란한 모습의 ‘거수기 역할’에 눈총받던 경북도의회도 이제 격랑이 일 전망이다.최근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경북도의회에 민주당이 지역구 7명, 비례대표 2명 등 총 9명이 입성했다. 김현권 국회의원(비례)의 부인이 의성에서 당선된 것을 비롯, 포항에서 2명, 구미 3명, 칠곡 1명 등으로 민주당 후보가 경북도의회 지역구의원으로 당선된 것은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영양군 제1선거구 이후 23년만이다.이들 당선자는 의회 개원을 앞두고 현재 똘똘뭉쳐 열심히 공부하며 상임위원장 1명과 원내교섭단체 구성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이들의 면면도 민주당 중앙당 당직자 출신을 비롯 여권 불모지에서 파란을 일으킬 능력을 가진 강골(强骨) 출신이라 향후 경북도의회 운영을 놓고 다수당인 자유한국당과 상당한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11대 경북도의회는 자유한국당이 41명, 더불어민주당 9명, 바른미래당 1명, 무소속 9명으로 총 60명이 정수다.이렇듯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위주로 구성돼 있던 경북도의회가 양분됨에 따라 적절한 집행부 견제로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정당 간의 정치 이념에 따른 극한대립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즉 한국당 소속 의원과 권력 다툼을 벌이느라 본연의 업무를 등한시할까 우려되고 감시와 견제라는 의회 기능이 정치 이념 구현을 위한 대립으로 흘러가지 않겠느냐는 우려다.하지만 의회 본연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대거 입성을 환영하는 분위기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의회의 기능은 행정 권력의 감시와 견제였으나, 그동안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온 것인 만큼 ‘지역이 좀 더 성숙해지고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그동안 경북도의회는 자유한국당의 독무대로 소수당인 민주당을 비롯 일부 무소속 의원은 다수당에 묻혀 거의 숨소리도 내지 못하는 등 의회운영의 대부분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이 사실로, 제대로 된 의회본연의 역할이 아쉬웠다는 게 중론이다. 정당정치는 일당독식이 아닌 다수의 당이 타협과 양보를 통해 민의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이번을 계기로 보다 건전한 의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의회판도가 어느 정도 변화돼, 다수당인 자유한국당도 일방적인 독주체제를 벗어나야 하고, 민주당도 다수당에 대해 발목잡기식의 억지는 삼가야 한다는게 여론이다. 어떠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장 중요한 해법이 있다. 즉 당리와 당략을 떠나 시도민을 먼저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해답이 보이기 때문이다.다음달 5일 개원하는 경북도의회는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현재 차기 의장단 선거를 놓고 치열한 물밑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김관용 도지사가 물러나고 신임 이철우 지사가 집행부를 이끌어가게 돼, 이를 견제하는 도의회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차기 경북도의회는 사상 최초로 다수 야당이 입성한 만큼 의회를 잘 이끌어 보다 성숙된 의회의 상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2018-06-27

때론 축구가 무섭다

▲ 홍성식특집기획부장다시 월드컵 시즌이다. 수억 명의 축구팬들이 열광하는. 축구는 밀림과 정복전쟁이 사라진 시대를 사는 현대인 내부에 잠복한 원시의 ‘뜨거운 피’를 확인시켜주는 매력적인 스포츠임에 분명해 보인다. 공을 쫓아 맨몸으로 잔디 위를 뛰는 건장한 사내들이 뿜어내는 야성미는 스포츠에 문외한인 기자가 보기에도 시원스럽긴 하다. 그래서일까. 주위엔 축구 관람이라면 밥 먹는 것도 미루는 선후배가 적지 않다.특히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한 시절 낙양의 지가를 올린 시인 최영미의 축구사랑은 각별하다. 축구를 소재로 ‘공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제목의 책을 냈을 정도니까. 최 시인은 축구가 가진 매력을 이렇게 설명한다.“축구는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 건진 최상의 것이다. 내게 축구는 둥근 공을 통해 세계의 어디로든 가고 누구와도 만날 수 있는 자유이며, 스크린을 넘어 광막한 우주를 사유하는 감각적이며 지적인 욕망이다.”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첫사랑에게 보내는 연서(戀書)와도 같은 최영미의 축구를 향한 애정 고백이 뜬금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이렇듯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건 근사한 일.비단 최 시인만이 아니다. 시나 소설을 쓰는 이들은 정적이고 조용할 것이란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천만에. 남성 작가는 물론 여성 문인들 중에도 축구팬이 적지 않다. 아니 아주 많다. 보는 것을 넘어 직접 나서 문인축구단 혹은, 소설가축구단을 만드는 경우도 흔하다.하지만 기자는 때론 축구가 무섭다. 아니 축구를 향한 팬들의 과도한 에너지가 무섭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평소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마포의 집까지는 지하철로 4구간, 버스를 타도 10분이면 오갔다. 그런데, 월드컵 기간 중에는 단 한 번도 편하게 퇴근하지 못했다. 지하철은 광화문역을 무정차 운행했고, 수백 만 명의 ‘붉은 악마’가 점령한 도로에는 버스는 물론 택시도 다니지 않았다.울며 겨자 먹기로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며 축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경기 종료 후에도 광화문광장의 열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국 팀이 승리했건, 패배했건 박자에 맞춰 큰 소리로 경적을 울려대는 자동차 수십 대가 거리를 질주했고, 몇몇 청년들은 위험천만하게도 술에 취한 채 차량 지붕 위에 올라 괴성을 지르며 태극기를 흔들었다.축구를 향한 팬들의 에너지는 한국만 특이한 게 아니었다. 2016년 6월. 업무 때문에 프랑스 파리에 갔다. 그런데 하필 그때가 ‘2016 유로컵’이 열리던 기간. ‘유럽인들은 공공질서를 준수하고 타인에게 폐가 되는 행위는 자제하는 매너를 갖췄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외가 존재했으니 바로 축구를 대할 때였다.낮부터 노란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스웨덴 축구팬들과 초록색 셔츠로 집단 무장한(?) 아일랜드 축구팬들을 호텔 앞과 바스티유 광장 카페에서 수도 없이 만났다. 문제는 밤에 일어났다. 만취한 아일랜드 팬들이 호텔 로비에서 자기 나라 팀을 응원하는 노래를 부르자, 이에 발끈한 스웨덴 팬들 역시 호텔 복도로 나와 ‘떼창’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가 새벽 3시. 미칠 지경이었다. 어떤 매력이 축구에 있어 인간을 ‘유사 광증(狂症)’으로까지 몰아가는 것인지. 축구에 별 관심이 없는 기자로선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과 에너지를 바치는 인간을 책망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다만 그 에너지와 정열에 타인을 향한 배려가 담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이상 “축구가 무섭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그나저나 멀리 러시아에서 나라의 명예를 위해 뛰고 있을 한국 축구 대표팀. 그들의 선전을 진심으로 빈다.

2018-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