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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대구·경북

등록일 2018-07-11 20:58 게재일 2018-07-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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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태 <BR>대구취재본부 부장
▲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이번 선거에서 대구·경북이 보여준 선택은 여러 가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정치적 관점에서 앞으로 지역 정당의 판도에 상당한 변화 조짐이 느껴지면서 정치지형의 변혁까지 전망할 정도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약진했지만, 대구·경북에서만 자유한국당의 지지세가 여전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명도가 높은 민주당 인사들이 나섰다면 대구·경북 당선자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 타당성을 얻을 정도로 민주당이 선전한 것은 분명하다. 우파의 본산으로 꼽히는 구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특히 대구·경북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민주당 측이 집권여당으로서 생색내기를 위한 이른바 ‘버리는 카드’로 활용했던 인사들이 반등하는 모습까지 등장했다.

대구 달서구 전역은 개표 초반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까지 전부 민주당 인사들이 1위를 달리며 한국당 후보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대구 동구청장 선거도 당초 현역이었던 바른미래당 후보와 한국당 후보 간의 치열한 접전을 예상했으나, 정계에 처음 얼굴을 내민 39세의 민주당 후보가 처음부터 치고 나오는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부에서는 대구·경북의 민심이 어느 정도 민주당으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이 대구·경북에서 보여준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대구경북 특별위원회’ 구성 등으로 민심을 다독였고 특정 정당의 과점에 따른 피로도 누적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몇차례 회의만 열었지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특위와 우파정당의 독점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설익은 논리일수 있다.

민주당의 대구·경북에 대한 정치적 투자가 상당하지 않았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지에 좌우진영 모두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20∼30대의 투표율 증가를 이번 지방선거의 달라진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사전투표와 거소투표 등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투표결과가 많이 나왔다는 것이 개표 참관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결국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홀대받아왔던 청년층들의 반란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역 정치평론가는 분석했다. 또 모든 것을 포기한 N포세대로 불리는 젊은층들이 한국당과 우파에 등을 돌리며 민주당에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곧 샤이(부끄러워하는)보수에 대응한 ‘샤이 2030’의 등장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애써 이번 지방선거만의 현상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 시절 지방선거를 석권한 뒤 곧이어 실시된 총선에서 참패를 했다는 근거를 들면서 오는 총선에서는 우파 위주의 투표결과를 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좌파진영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 이제야 대구·경북민들이 서서히 변화를 시작하는 기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으로 출전한 인사들이 어떠한 경력을 지녔고 어떤 정치행보였는지 묻지도 않는 행태가 투표 결과로 나타났다는 의미 심장한 결론도 간간히 등장한다. 여기에 과거 야도(野都)였던 대구가 어느순간 여도(與都)로 전환된 시기와 지금의 상황과 어느정도 비슷한 분위기라는 말도 전하고 있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대구·경북민들은 급변에 가까운 변화를 싫어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권의 변혁을 요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민주당이든 한국당이든 누가 먼저 정치혁신을 통해 변화를 먼저 이끌어가느냐를 지역민들은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결과는 차기 총선에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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