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휴가차 경북 울진을 다녀왔다. 집사람과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은 김에 신한울원전 백지화에 대해 넌지시 물었다. 60대로 보이는 식당 주인은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 정부를 성토했다. 그는 2002년부터 추진한 신한울원전은 찬반으로 지역 내에서도 갈등을 겪는 등 어렵게 결정했는데 현 정부의 일방적 탈원전 정책으로 하루아침에 백지화됐다며 정부의 결정으로 피해를 보는 울진군민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어렵다는 IMF보다 더 어려운게 지금 울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는 9월 14일 청와대 인근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추진을 위한 총궐기대회’를 연다고 한다. 좀처럼 행동에 나서지않는 경상도 ‘양반’이 열 일을 제쳐놓고 서울로 올라간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절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지난 16일 한국원자력학회 등 3개 단체가 원자력발전 이용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1천명에게 전화로 의견을 물은 결과, 원자력발전 이용에 대해 응답자의 71.6%가 찬성했고 반대는 26.0%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사실상 실패로 보아야 한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부작용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연간 당기순이익 10조원을 내던 한국전력이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2천26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사이에 두바이유가 33.3%, 유연탄은 28.4%, 액화천연가스(LNG)는 8.9% 뛰었다. 원전 가동률도 지난해 상반기 74.7%에서 올해 상반기 58.8%로 줄었다. 생산비용이 늘어나니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문 정부가 내놓고 있는 원전은 개발도상국에서나 건설하고 있으며 선진국은 탈원전이 대세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원자력협회의 2018년 세계 원자력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세계 원자력 발전설비 용량은 392GW로 늘었고 원전 생산전력은 전년보다 2천506TWh로 늘어났다. 지난 6월 말 기준 건설 중인 원전은 아시아가 40기로 가장 많고 동유럽·러시아 11기 등이며, 후쿠시마 사고가 난 일본은 원전 가동을 9기로 늘렸으며 19기는 재가동을 신청하는 등 세계 각국이 원전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원전 건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경제성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 원전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며 이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은 심각하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로 한전은 22조원 규모의 영국 원전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는 등 한국의 원전 수출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아르헨티나와 파키스탄과 원전 3기를 짓기로 했다. 러시아도 방글라데시, 헝가리, 인도 등에서 신규 원전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이 피땀 흘려 갖게 된 원전 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빠진 것이다.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었는데 해외 수주가 힘들 수밖에 없으며 결국 국내 원전사업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탈원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경제적 피해는 물론 일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경북에서는 울진 신한울원전 3, 4호기 건설 무산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액이 9조5천억원에 이르고, 연인원 1천240만명의 지역 일자리도 사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대선공약 이행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탈원전 정책은 향후 전기요금 인상, 외화획득 기회 상실 등 여러 폐해를 유발할 것이며 이는 모두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 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에너지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국민들이 더 안전하고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하고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원전사업을 펼쳐야 한다. 명분보다는 실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