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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인적쇄신

등록일 2018-11-07 21:20 게재일 2018-11-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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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태대구취재본부 부장
▲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

자유한국당이 이달 1일부터 전국적으로 당무감사에 들어가면서 본격 인적쇄신에 나섰다. 시·도당 사무처 당직자들이 전국으로 교차 당무감사를 실시하면서 인적쇄신의 기준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사무처 직원들은 한결같이 “당을 살리기 위한 당무감사인만큼 당이 새롭게 태어나도록 철저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특히 한 당료는 “당이 살아야 당직자들도 살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의 심정으로 철두철미한 당무감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대구지역 모 당협의 상황을 점검하는 당직자와의 통화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충분히 감지됐다. 과거와 달리 단순하게 당협이 처한 기본적인 상황보다는 팩트 위주로 질문하는 점이 달랐고 당협의 아픈 곳을 직접 드러내면서 지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물었다.

예컨대 ‘정치경험이 없는 사무국장이 당협위원장 친구로 알려졌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등 세세한 부분까지 점검하는 모습이었다.

인적 쇄신의 기준으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여러차례 시사한 도덕성과 언론노출 빈도, 당 기여도 등이 포함된다는 것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당에 대한 기여도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나온다. 그동안 대구·경북지역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당에 헌신하고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인사들이 배제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작대기만 꼽아도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까지 가면서 공천시 이른바 낙하산 인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해온데 따라 나오는 소리다.

이런 상황에서 낙하산 인사들에게 줄을 선 이들이 결국 지방선거 등에서 공천을 받는 모습을 보이며 당에 충성을 다한 이들은 설 자리를 잃기도 했다. 그 결과는 바로 당 충성도 하락을 가져왔고 각종 선거에서도 결과가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유력인사의 사조직으로 불리는 모임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해 줄세우기를 시도하는 상황까지 갔다. 당장 공천이 급한 이들에게 이들은 절묘하게 손길을 뻗치고 사조직 후원이 공천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우파의 본산이라 일컫는 대구·경북에서 당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이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이제는 당에 헌신하는 것을 ‘절 모르고 시주하는 격’이라고 판단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결국, 우파정당은 최근 몇년간 당에 헌신하려는 참신한 인사들을 스스로 제거한 것이나 다름없어 졌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당이 어려움을 겪어도 특정 인사에게 줄만 잘 서면 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한국당 경북도당 대변인 인선에서 평소와 달리 상당기간 인물난을 겪은 것이 이런 점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우파의 좋은 점 중에 하나가 열심히 노력한 이들이 대접을 받도록 하는 인정과 의리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이런 좋은 점을 대구·경북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이를 지켰던 이들이 오히려 ‘팽’ 당하는 시류만 확산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당의 인적쇄신에 도덕성 등을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동안 당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또다시 팽당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구·경북에서 비슷한 전철을 밟는 인적쇄신이 이뤄진다면 앞으로 정가 분위기는 만만치 않게 흘러갈 것이 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참신한 정치 신인이 더 이상 발붙일 공간이 없어지며 당을 위해 노력한 이들이 더 이상은 보이지 않게 되는 악순환마저 초래될 것이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정치 신인들에게 또다시 줄세우기나 편가르기를 통해 과거의 악습을 답습케 한다면 그만큼 우리 정치는 암울해질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당에 헌신한 이들이 빛을 보는 인적쇄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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