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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新정권 출범과 韓日 경제 협력 방향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5-10-05 08:09 게재일 202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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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경제에디터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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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경제에디터

일본 자민당이 창당 70년 만에 첫 여성 총재를 배출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장관이 결선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장관을 누르고 제29대 총재로 선출됐다. 오는 15일 임시국회에서 제104대 총리로 지명되면 일본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된다.

상징성은 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민당은 양원 모두 과반을 상실한 소수여당이다. 확장재정을 공언한 만큼 재정건전성 논란도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다카이치 체제의 핵심 기조는 ‘현실주의’다. 아베노믹스를 계승하되, 정세 변화에 맞춰 실리를 택하는 현실보수 노선을 지향한다. 한일관계에도 새로운 균형을 찾는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다카이치는 헌법 개정과 안보 강화, 자조(自助) 경제를 중시하는 전형적 보수 정치인이다. 한국에서는 야스쿠니 참배 등 과거사 이슈 재점화 우려가 제기되지만, 소수여당이라는 정치 현실이 강경 일변도 정책을 제약할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발언은 보수, 정책은 현실조율”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일관계 또한 대립보다는 실리적 협력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크다.

경제정책은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 핵심이다. 인프라·디지털·AI·반도체·방위산업 등 전략 분야에 재정이 투입되면,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열린다. 내수·공공투자 확대는 한국의 부품·소재·장비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다카이치는 경제안보 담당장관 출신으로, 공급망 안정과 기술자립을 중시해왔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국면에서 일본이 한국·대만과 ‘경제안보 연대’를 재정비할 가능성이 크다. 한일 간 반도체·AI·탄소중립 협력은 실현 가능한 실리 과제다.

시장에선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감지된다. 확장재정과 완화 기조가 맞물리며 엔저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웃돌면 원·엔 환율은 900원대 중후반까지 상승할 수 있다.

자동차·기계·전자 등 중복산업은 가격경쟁이 심화되지만, 엔저는 일본 내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재·식품·K콘텐츠 등 한국산 제품 수요를 자극할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쟁압박, 중기적으로는 수요확대가 공존하는 구조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대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 속에서 역내 다자협력을 중시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일본 모두 RCEP, IPEF, APEC의 핵심 축으로, 공급망·기술표준·탈탄소 정책 연계가 요구된다.

10월 하순 트럼프 대통령 방일 일정은 변수다. 이 시기 APEC을 전후로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경제·기술·안보를 아우르는 포괄협력이 논의될 수 있다. 정치적 긴장 속에서도 실리협력의 창이 열리고 있다.

일본의 신 체제 출범에 따른 대일 경제협력 등에서는 감정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실리·실용적 접근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우경화 이미지 뒤에는 ‘경제 실용주의’가 자리한다. 엔저 리스크에 대비한 환율정책 조율, 반도체·첨단소재 공동연구, RCEP·IPEF 내 정책 협업 등 제도적 협력 프레임을 적극 가동해야 한다. 

정치적 견제와 산업적 공조가 병존하는 것이 한일관계의 현실이다. 확장재정은 기회, 엔저는 경계, 현실보수는 협력의 여지다. 더구나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속에서 일본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정리하는가에 따라 앞으로의 한국경제의 향방도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한 세심한 대응전략을 구사해야할 시점이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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