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경제에디터의 관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정세 불안은 국제 유가를 다시 요동치게 하며 한국 경제 전반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대구·경북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의 취약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경북 경제의 근간은 철강·화학·기계·부품소재 등 전통 제조업이다. 이들 산업은 공통적으로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유가 상승은 곧 전력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특징을 갖는다. 포항 철강 산업을 예로 들면, 전기로 비중 확대와 친환경 공정 전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전력요금 인상 압력은 수익성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해상 운임 상승과 원료 가격 변동성이 더해지고 글로벌 경기 둔화 국면과 맞물릴 경우 이러한 부담은 더욱 크게 체감될 수밖에 없다.
물류 측면의 파급 효과도 적지 않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되면 해상 보험료와 운임이 동반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포항항을 통해 철광석과 원료탄을 들여오는 철강업체, 동해안을 통해 소재를 수출하는 이차전지 기업들은 물류비 증가라는 직접적인 비용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역 산업의 입지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모든 산업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역설적으로 높은 에너지 가격은 전기차 전환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경북 동해안에 집적된 이차전지 소재 산업은 이러한 구조 변화 속에서 중장기적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화석연료 기반 경제의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장치(ESS)의 경제성이 부각되고, 이는 양극재·음극재·리튬 소재 등 지역 주력 산업의 전략적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비용 충격,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환 촉진이라는 양면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지역 경제 차원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변수는 소비 심리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교통비와 난방비 부담으로 이어져 가계 실질소득을 잠식한다. 대구경북은 전국 평균보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소비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골목상권과 서비스업에 연쇄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태는 에너지 안보가 곧 지역 경제 안보임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산업 구조의 에너지 효율화, 재생에너지 전환, 지역 기반 분산형 전력 시스템 구축 등 중장기 전략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가 충격은 일시적 변수일 수 있지만, 에너지 의존적 산업 구조라는 근본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먼 나라의 전쟁 뉴스가 아니라, 포항 제철소의 전기로 가동비, 구미 공단의 생산 단가, 대구 자영업자의 매출, 그리고 지역 가계의 난방비로 이어지는 현실의 경제 변수다. 이번 위기를 일시적 충격으로만 볼 것인지, 산업 구조 전환의 계기로 삼을 것이냐가 대구경북 경제의 향후 경쟁력을 결정지을 것이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