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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등록일 2026-04-05 16:38 게재일 2026-04-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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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옛날에는 주로 농촌에서 개를 길렀다. 묶어놓지도 않아서 제멋대로 돌아다니다가 끼니때 쯤 들어와서 음식물 찌꺼기를 먹곤 하였다. 젖먹이 아기가 마당에다 똥을 누면 기다렸다가 먹어 치우는 것도 개의 역할이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똥개다. 당시에도 개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긴 했지만, 결국은 식용을 위한 가축이었다. 그러다가 경제가 좀 나아지면서 집집마다 대문이 생기고 개의 역할도 격상(?)이 되어 방범을 겸하게 되었다. 마당에 매어서 기르기 시작한 때였다.

개나 고양이 등에 대한 애완동물의 개념이 생겨난 것은 1960년대 중반부터였다. 주거환경의 혁신적 변화가 주요 원인이었다. 산업화·도시화로 급증한 아파트의 실내에서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시골 동네에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눈만 뜨면 서로 어울려 지냈지만, 핵가족이 폐쇄된 공간에 격리되어 살다 보니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이 가족이나 이웃을 대신한 셈이었다. 배우자나 자식 대신 반려동물을 선택한 경우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우리나라에 ‘반려동물’이라는 용어가 매스컴에 등장하며 캠페인이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였다, 지금은 법령과 공문서에도 ‘애완’ 대신 ‘반려’라는 용어를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이란 뜻으로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란 용어가 공식화된 것이 발단이었다. ‘애완동물’이라는 장난감이나 소유물의 느낌을 주는 일방적·수직적 관계에서, 가족이나 친구의 느낌을 주는 상호적·수평적 관계로 인식이 바뀐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인구는 1500만을 넘는다고 한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현대사회 특유의 고독과 단절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현대인들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사회적 소외를 경험한다. 타인과의 관계는 파편화되었고, 경쟁 중심의 사회구조 속에서 인간관계는 언제든 손익계산에 의해 변하는 불안정한 것이 되었다. 여기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반려동물이다. 개나 고양이는 동거인을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으며, 사회적 처지가 어떻든 변함없는 신뢰와 애정을 보낸다. 인간에게서 받은 상처를 동물을 통해 치유하는 ‘동물 매개적 위안’은 이제 현대인에게 하나의 생존방식인 셈이다.

사람은 관계를 추구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을 인간(人間)이라 하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반려로 삼는 것은 그만큼 인간관계를 소원하게 할 우려가 없지 않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온갖 갈등과 어려움을 피해서 반려동물과의 유대에 집착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수만은 없는 이유다. 타인과의 이성적(理性的) 교류와 갈등 극복을 통해 얻게 되는 사회성과 인간에 대한 통찰이 결핍될 때, 또 다른 고립과 소외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휴머노이드라는 AI로봇이 반려동물의 역할을 상당부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또 어떤 양상으로 인간의 삶과 인식을 바꾸어 놓을지,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것은 왜일까.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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