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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대역전극…, 체코 꺾고 16년 만에 월드컵 첫판 승리

류승완 기자
등록일 2026-06-12 13:16 게재일 202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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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 적응 결실…체코에 2-1 역전승황인범 1골 1도움 맹활약, 오현규 투혼의 결승골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2대1로 승리한 한국의 손흥민과 오현규가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25위)은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40위)를 2-1로 꺾었다. 후반 중반까지 한 골 차로 끌려가던 한국은 황인범(페예노르트)의 동점골과 오현규(베식타시)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값진 승점 3을 챙겼다.

월드컵 본선에서 첫 경기 승리는 언제나 의미가 크다. 특히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이번 대회에서는 조 3위까지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지만, 상위 순위를 확보할수록 상대적으로 유리한 대진을 받을 수 있다.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을 목표로 내건 한국으로선 반드시 잡아야 할 첫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한국이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리한 것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그리스전 2-0 승리 이후 16년 만이다. 역대 월드컵 첫 경기 승리도 2002년 폴란드전, 2006년 토고전, 2010년 그리스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경기 초반은 팽팽했다. 한국은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우고 이강인과 이재성을 2선에 배치한 3-4-2-1 전형으로 나섰다. 황인범과 백승호가 중원을 책임졌고, 이태석과 설영우가 좌우 윙백으로 폭넓은 활동량을 가져갔다.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스리백과 골키퍼 김승규는 안정적인 수비 조직력을 선보였다.

체코 역시 피지컬과 세트피스를 앞세워 맞섰다. 독일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체코는 유럽 특유의 강한 압박과 공중볼 경합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전반은 양 팀 모두 결정적인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0-0으로 마무리됐다.

균형은 후반 들어 깨졌다. 후반 13분 체코가 먼저 웃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길게 던져진 롱스로인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프턴)가 문전에서 헤더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순간 경기장은 체코 응원단의 함성으로 가득 찼고, 한국은 예상치 못한 실점으로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한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실점 이후 오히려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그리고 후반 22분 기다리던 동점골이 터졌다. 이강인이 수비 뒷공간으로 절묘한 침투 패스를 찔러줬고, 이를 받은 황인범이 수비수와 골키퍼를 침착하게 따돌린 뒤 오른발 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황인범의 발끝에서 나온 동점골은 단순한 득점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은 한 방이었다. 대표팀 동료들 사이에서 ‘코리안 지단’으로 불리는 황인범은 이날 경기 내내 중원을 지배하며 한국 공격의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동점골 이후 분위기를 장악한 한국은 역전까지 성공했다. 후반 35분 백승호의 전진 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오른쪽 측면에서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오현규가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체코 골문을 열었다.

결승골의 주인공 오현규는 경기 전날부터 고열 증세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체온이 38도까지 오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출전을 강행했고, 결국 팀을 승리로 이끄는 값진 골을 터뜨렸다. 투혼이 빚어낸 한 골이었다.

황인범은 동점골에 이어 결승골까지 도우며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사실상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경기 후 현지 취재진은 황인범의 활약을 두고 “경기의 흐름을 바꾼 플레이메이커”라고 평가했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후반 32분 체코의 주장 토마시 소우체크(웨스트햄)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자칫 다시 리드를 내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한국은 한숨을 돌렸다.

경기 막판에는 골키퍼 김승규가 빛났다. 체코의 연이은 슈팅을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두 차례 결정적인 선방은 사실상 골과 다름없는 가치가 있었다.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1대0으로 뒤지던 한국이 황인범의 묘기같은  동점골을 넣은 뒤 세라모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승리의 배경에는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 과달라하라는 해발 1570m의 고지대 도시다. 한국 대표팀은 미국 사전 캠프에서부터 약 20일 동안 고지대 적응 훈련을 실시했다. 반면 체코는 미국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뒤 경기 전날에야 현지에 도착했다.

홍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이번 월드컵의 숨은 승부처는 고지대 환경”이라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체코 선수들의 움직임은 둔해졌고, 반대로 한국은 왕성한 활동량을 유지했다. 황인범과 백승호가 중원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철저한 체력 준비가 자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승리는 홍명보 감독 체제의 전술적 완성도를 확인한 경기였다. 지난해부터 공들여 다듬어온 스리백 시스템이 안정감을 보였고, 이강인의 창의성, 황인범의 경기 조율 능력, 손흥민의 존재감이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비록 손흥민이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상대 수비를 끌어내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같은 조 개최국 멕시코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2-0으로 꺾고 조 선두에 올랐다. 한국 역시 승점 3을 확보했지만 골 득실에서 뒤져 2위에 자리했다. 체코와 남아공은 나란히 1패를 안았다.

이제 관심은 19일 열리는 멕시코전으로 쏠린다. 개최국이자 조 선두인 멕시코를 상대로 승점을 확보한다면 한국은 조 1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반대로 패할 경우 마지막 남아공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첫 단추는 성공적으로 끼웠다. 역전승이라는 결과도 의미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뒤집은 과정은 더욱 값졌다. 16년 만에 월드컵 첫 경기 승리를 신고한 홍명보호가 원정 월드컵 최고 성적을 향한 항해를 힘차게 시작했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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