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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AI···스마트팜, 작황 예측·정밀 농업의 실제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5-03 16:40 게재일 2026-05-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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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카메라가 병해충 발생 조기에 포착
운영자는 휴대전화 한 대로 과원 관리

경기도 여주의 4040평 규모 수직 농장
완공되면 연간 1000톤 작물 생산 가능

온도·습도·광량·양분 등 실시간 조절
생육 모니터링·수확량·매출까지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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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운 계명대 글로벌 창업대학원 벤처창업학과 교수

의료 AI에서 출발해 법률·금융·제조의 현장을 거쳐 온 산업별 AI 혁신 시리즈가 이번 주 농업에 닿았다. 첨단 기술과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분야야말로 AI 도입의 절박함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무대다. 통계청의 ‘2024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가 경영주의 절반 이상(50.8%)이 70세를 넘었고, 농가 인구의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55.8%로 전국 평균(19.2%)의 약 2.9배에 달한다. 같은 시기 2023년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집중호우·고온, 수확기 탄저병이 겹치면서 통계청 집계 사과 생산량은 56만6000 톤(2022년)에서 39만4000 톤(2023년)으로 30.3% 급감했다. 노동력은 빠지고 기후는 흔들리며 식량 안보는 국가 의제로 떠올랐다. 이 세 가지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는 산업에서, AI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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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 아래 가지런히 줄지어 선 사과나무 과원. 한 줄기 굵직한 가지에 작은 IoT 센서가 부착돼 있고, 지주 끝에는 AI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 데이터를 아는 사과나무
경북 안동시 임하면에는 노지형 사과 스마트팜 시범단지가 조성돼 있다. 토양 수분 센서가 적정 관수량을 결정하고, 나무에 부착된 센서는 생육 상태를 실시간 데이터로 만든다. AI 카메라가 병해충 발생을 조기에 포착하면 운영자는 휴대전화 한 대로 어디서든 과원을 관리한다. 안동시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이상기후로 전국 사과 생산량이 30%대 급감하던 해, 시범단지의 생산량은 오히려 소폭 늘었다. 한국미래농업연구원의 IT 트랩 기반 예찰 서비스를 적용한 결과 해충 피해율은 2021년 16%에서 2025년 1.6%로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고, 같은 해 폭염 속에서도 시범단지 농가 상품과율은 81.2%를 유지했다. 경북도는 이 모델을 확장해 안동시 임동면 망천리 일원에 4.3헥타르 규모의 사과 노지 스마트농업 체험·교육장을 2027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입문·보급·고급 3단계 실습 과원으로 운영되며, 묘목 정식부터 데이터 기반 정밀 관수·관비 시스템까지 단계별로 익히도록 설계됐다. 전국 사과 생산량의 62.2%가 경북에서 나오는 만큼, 이 모델은 지역 농업의 미래와 직결된다.


◆ 빌딩 안으로 들어간 농장
시설 농업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국내 수직농장 기업 엔씽은 2026년 3월 빌딩형 수직농장 ‘아이엠팜 타워’에 158억 원 규모의 AI 농업 플랫폼 ‘N.FARM.AI’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삼성벤처투자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경기도 여주에 들어설 이 8개 층, 약 4040평 규모의 수직농장은 2027년 완공 시 연간 1000톤의 작물을 생산하게 된다. AI가 온도·습도·광량·양분을 실시간 조절하고, 생육 모니터링과 수확량 예측, 매출과 비용까지 통합 관리한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일반 노지나 하우스의 40배에 이르고, 이미 이마트와 배달의민족 비마트, 삼성웰스토리, 오뚜기 등에 신선 채소를 공급하고 있다. 또 다른 강자 그린플러스는 2025년 매출 1057억 원을 기록하며 스마트팜 부문이 41% 성장했고, 아랍에미리트를 거점으로 중동 시장에 적외선 차단 피복제 기술을 적용한 실증을 시작했다. 식량 안보가 국가 전략 의제로 떠오른 중동·동남아시아에서 한국형 스마트팜은 이미 수출 상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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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 논·밭 위를 비행하며 촬영하는 장면을 약간 위에서 내려다본 시점.
 

◆ 농기계가 데이터 구독 서비스로 바뀌다
해외로 시선을 돌리면 규모가 다르다. 미국 존디어가 2025년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See & Spray’ 기술은 그해 한 해에만 500만 에이커, 약 2만 제곱킬로미터에 적용됐다. 트랙터 붐대에 장착된 카메라가 시속 24킬로미터로 달리며 초당 232제곱미터를 스캔해 잡초만 식별하고, 해당 지점에만 제초제를 살포한다. 결과는 제초제 사용량 평균 50% 감소, 약 3100만 갤런 절감, 그리고 대두 수확량 에이커당 평균 2부셸 증가로 나타났다. 일부 농가에서는 4.8부셸까지 늘었다. 존디어는 이를 발판으로 2030년까지 완전 자율 농장을 목표로 잡았고, 농기계를 일회성 자산이 아닌 데이터 구독 서비스로 재정의하고 있다. 농업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AI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바뀌는 셈이다. 우리 기업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 대동은 GPS 기반 자율주행 트랙터와 토양·생육 데이터를 결합한 정밀농업 솔루션을 상용화했고, 드론을 활용한 방제·작황 예측 서비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위성과 드론이 만드는 작황 예측
작황 예측은 이제 농민의 직관에만 기대지 않는다. 위성영상과 기상 데이터, 토양 수분, 생육 단계 정보를 AI가 결합해 지역·필지 단위의 수확량을 미리 추정한다. 농촌진흥청은 30~270미터 격자 단위로 기상·재해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 서비스의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노지·시설 작물 생육 진단 자동화를 위한 AI 작물 모니터링·진단 플랫폼 개발에는 2026년 78억 원이 신규 투입됐다. 드론으로 촬영한 정사 영상에 식생지수(NDVI)를 입혀 분석하면, 같은 논·밭 안에서도 생육이 부진한 구역만 골라 비료를 더 주는 ‘가변 시비’가 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비료와 농약은 줄고 수확량은 늘며, 그 한 해의 데이터는 그대로 다음 해 학습 자료가 된다. ‘AI가 함께 배우며 짓는 한 해 농사’라는 새로운 순환이 만들어진다.


◆ 정부가 그리는 큰 그림
정부 정책도 빠르게 움직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6년 신규 사업으로 ‘국가 농업 AX 플랫폼’ 구축에 705억 원을 배정했고, 노지 스마트농업 ICT 융복합 확산에도 103억 원을 새로 투입한다. 농촌진흥청도 2026년 총예산 1조1325억 원 가운데 AI 기반 스마트농업과 그린바이오 분야에 1595억 원을 편성했다. 큰 틀은 ‘제1차 스마트농업 육성 기본계획(2025~2029)’이 정해 두었다. 전국 온실의 35%를 스마트팜으로 전환하고, 매출 100억 원 규모의 스마트농업 선도기업 120곳을 키우며, 스마트팜 수출 9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김제·상주·고흥·밀양 네 곳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구축이 마무리됐고,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과 스마트농업 육성지구도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아프리카 등에 공급할 K-라이스벨트 우량 벼 종자는 2026년 6330톤이 생산된다. 단순한 보조금 살포가 아니라 ‘데이터-인프라-인력-수출’을 한 묶음으로 끌고 가는 산업 정책이라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 ‘기술’보다 ‘사람’이 더 어렵다
그러나 현장의 평가는 신중하다. 농식품부 ‘스마트농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팜 도입률은 전체 시설원예 농가 면적의 약 14% 수준이지만, AI 등 고도화된 기술의 농가 실질 활용률은 여전히 10% 미만으로 추산된다. 도입 비용 부담, 디지털 역량 부족, 교육·컨설팅 인프라의 미비가 가장 큰 장벽이다. 70대 농업인이 AI 카메라 영상을 들여다보며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기술 그 자체보다 ‘함께 해석해 줄 사람’이 더 절실하다. 정부는 스마트농업 전문교육기관을 확대하고 ‘스마트농업관리사’ 자격제도를 도입했다. 농업교육포털을 통한 AI 분야 실시간 화상교육과 청년농 사관학교 같은 장기 보육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민간에서도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AI 리터러시 팟캐스트와 온라인 강좌가 늘고 있는데, 짧은 출퇴근길에 한 편씩 듣는 식의 가벼운 학습이 보급률을 끌어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결국 농촌의 디지털 전환은 사람과 데이터, 정책이 함께 굴러가야 비로소 작동하는 세 바퀴 자전거다. 한 바퀴라도 작아지면 전체가 기울어진다.
포항을 비롯한 경북은 사과와 마늘, 그리고 만감류·바나나·애플망고 같은 아열대 과수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시험대다. 포항시는 2026년 농촌지도·기술 보급 시범사업에 61억 원을 투입하고, 그중 11억 원을 아열대 과수 스마트팜과 들녘 특구 조성에 집중한다. 기후가 바뀌면 작물이 바뀌고, 작물이 바뀌면 데이터도 새로 쌓여야 한다. AI는 그 새로운 데이터의 가장 빠른 학습자다. 우리가 농업에 AI를 도입하는 진짜 이유는 결국 한 가지로 모인다. 사람이 줄어드는 들판에서, 사람의 경험을 기계가 이어 받아야 식탁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서용운 계명대 글로벌 창업대학원 벤처창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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