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비 44조원 넘어…기지 복구·탄약 재비축 비용은 제외 휘발유값 갤런당 4달러 급등…가구당 70만원 추가 부담 호르무즈 봉쇄 여파에 식품·물류비 상승, 인플레 압력 확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미국 납세자와 소비자들이 떠안은 경제적 부담이 최소 1320억달러(약 202조35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군사비 지출뿐 아니라 유가 급등과 물류비 상승, 금리 부담 확대 등이 겹치면서 전쟁 비용이 미국 가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경제적 비용을 최소 1천320억달러로 추산했다. 여기에는 군사작전 비용과 에너지 가격 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 금리 부담 증가 등이 반영됐다.
미 국방부가 지난 5월 연방하원 청문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기준 이란 전쟁 관련 직접 군사비는 약 290억달러(44조4570억원)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이란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미군 기지 복구 비용과 항공모함 전단 운영비, 각종 무기체계 유지·보수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미군이 사용한 미사일과 각종 탄약 재고를 보충하는 데도 상당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공격으로 파괴된 미국 자산 가운데는 사우디아라비아 기지에 배치된 공중조기경보통제기(E-3 센트리)와 리야드 주재 미국 대사관 시설 등이 포함됐다. E-3 센트리 한 대 가격은 3~5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연료비 상승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브라운대가 집계한 이란 전쟁 에너지 비용 추적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전쟁 이후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으로 추가 부담한 비용은 약 600억달러(91조9800원)에 달한다. 가구당 평균 460달러(약 70만원)를 더 지출한 셈이다.
실제로 개전 당시 갤런당 2.98달러였던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현재 4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유가 급등의 배경에는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있었다. 이란군이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용 선박을 공격하면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가 흔들렸고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이 최근 종전 협상에 합의한 이후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안정됐지만 전쟁이 격화됐던 지난 3월에는 한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항공권 가격과 물류비, 운송비도 동반 상승했다.
식량 가격에도 비상이 걸렸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여파로 비료 생산에 필요한 황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농업 생산비 증가와 식품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량 가격 상승이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취약국 기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명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란과 이스라엘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3500명, 이스라엘에서는 26명이 사망했다. 미군 사망자는 13명으로 집계됐다. 전쟁이 확산된 레바논에서도 3700명이 숨졌으며 페르시아만 국가들에서도 민간인 희생이 발생했다.
NYT는 이란 전쟁이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미국 가계의 주유비와 식료품 가격, 세금 부담까지 끌어올린 경제 전쟁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종전 협상이 시작됐지만 전쟁이 남긴 물가와 재정 후유증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