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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美 정치 구조 진단한 논픽션 ‘어번던스’, 한국어판 출간

서로를 적대시하는 정치적 양극화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시대에, 미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책 ‘어번던스’(한국경제신문)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논픽션 부문 1위에 오른 이 책은 빌 게이츠와 버락 오바마의 추천으로 더욱 주목받으며, 진보 성향 저자들이 민주당의 정책 실패를 정면 비판해 논쟁을 촉발시켰다. 저자 에즈라 클레인(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과 데릭 톰슨(‘애틀랜틱’ 편집장)은 “미국의 만성적 결핍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 선택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주택난, 청정에너지 부족, 비효율적 공공 프로젝트 등이 오랜 기간 누적된 정책적 선택으로 발생했으며, 역사적 실수나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1970년대 도입된 규제가 2020년대 도시 확장 및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 것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주조차 탄소 중립 추진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대신 원자력 발전 폐쇄나 태양광 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 이는 진보 진영의 이념적 구호와 현실적 행동 사이의 괴리를 드러내는 사례다. 보수 진영 역시 시장 자율성만 강조하다 공공 프로젝트 협력을 거부하며 문제를 악화시켰다. 정치적 대립은 정부의 실질적 역량을 약화시켜 사회 인프라 투자와 과학 기술 개발을 방치했다. 저자들은 이러한 “정책의 역설”이 분파적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양 진영의 자기반성을 촉구한다. 진보 진영은 규제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 주택 공급 규제 완화, 과학 연구 지원 체계 개선 등을 요구한다. 이들은 “주거권을 인권이라 외치면서 부유한 도시들은 주택 건설을 막는다”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수 진영은 정부의 개입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시장 자율성’만을 강조하며 청정에너지 시설 건설, 공공 인프라 확충 등 정부의 역할을 외면해온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민주당 지지 주에서도 탄소 중립 정책을 방해하는 모순적 태도가 드러나는 가운데, 보수 진영은 이념적 대립을 넘어 재생에너지 개발·도시 확장 지원·과학 기술 연구 등 공공 프로젝트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이 정의한 “어번던스(풍요)”는 주택, 사회 인프라, 청정에너지, 의료 분야에서 실질적 개선을 이뤄 모두가 더 나은 삶을 누리는 상태다. 저자는 “풍요는 제도를 끊임없이 개선하겠다는 약속”이라며 이를 위해 진영 대립이 아닌 협력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5

국립경주박물관, 4일부터 성덕대왕신종 디지털 실감 영상 공개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의 역사와 예술을 디지털로 재현한 실감형 영상을 4일 본격 공개했다. 이번 영상은 신라미술관 1층 디지털영상관에서 상영되며, 프로젝션 맵핑 기술(디지털 영상을 유물에 투사하는 기술)과 9.1 채널 입체 음향을 활용해 종의 울림과 조형을 생생하게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신라인의 금속 공예 기술, 조형적 미감, 종 제작 배경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영상은 성덕대왕신종의 소리, 문양, 명문을 중심으로 총 4부로 구성됐다. 첫 부분은 실제 종소리를 기반으로 한 깊은 울림을 재현해 관람객의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거푸집 제작부터 쇳물 주조까지의 과정을 감각적인 시각 효과로 표현했다. 세 번째 부분은 종의 정교한 문양과 명문을 확대해 보여주며, 특히 3.6m 높이의 종에서 직접 보기 어려운 용뉴(종 꼭대기 용 모양 장식)까지 영상으로 담아 세부적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마지막 부분은 종소리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맥놀이 현상(소리가 점차 커졌다 작아지는 현상)을 체험하며 여운을 남기는 연출이 특징이다. 국립경주박물관 교육문화교류과 이정원 과장은 “과거 유물을 단순히 관람하는 것을 넘어, 과학적 사고와 예술적 감각이 융합된 신라 문화를 체험하도록 기획했다”며 “향후 신라의 문화유산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디지털 실감 영상은 박물관 운영 시간 중 별도 예약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4

“지브리·디즈니와 함께하는 봄···상상의 세계로 초대하다”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오는 6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지브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OST를 오케스트라 라이브로 연주하는 ‘Spring of Fantasy(스프링 오브 판타지)’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음악을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사운드로 재해석해 봄의 시작과 함께 관객에게 환상적인 음악 여정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영상 없이 순수 오케스트라 연주만으로 구성돼, 관객들이 각자의 기억 속 장면을 떠올리며 음악에 몰입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지브리의 서정적인 선율과 디즈니의 극적인 편곡이 어우러져 어린이에게는 생생한 경험을, 성인에게는 깊은 감동을 전달할 전망이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춤추는 지휘자’로 유명한 백윤학 지휘자의 참여다. 백 지휘자는 음악의 리듬과 감정을 신체 움직임으로 표현하며 무대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독특한 지휘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앞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오케스트라’라는 별칭을 얻으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으며, “클래식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철학으로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지휘자로 평가받는다. 백윤학 지휘자가 지향하는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음악’은 서울 페스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유려한 선율과 함께 스토리와 감정선이 뚜렷한 지브리와 디즈니 OST 레퍼토리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브리 대표곡으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벼랑 위의 포뇨’,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마녀 배달부 키키’ 등의 OST가 연주된다. 디즈니 명곡으로는 ‘라이온 킹’, ‘인어공주’, ‘인크레더블’, ‘주토피아’, ‘모아나’, ‘알라딘’ 등 시대를 초월한 작품들의 주제곡이 무대에 오른다. 포항문화재단은 가족 단위 관람객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키즈케어 특별할인 제도’를 도입한다. 어린이 동반 관람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첫 클래식 관람”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다. 포항문화재단 이상모 대표이사는 “단순한 OST 콘서트가 아닌, 세대와 공감하는 품격 있는 클래식 공연으로 준비했다”며 “봄의 시작과 함께 음악으로 가족이 교감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4

포항 침촌 사띠스쿨, 소쉬르 구조주의 특강 성황리 개최

지난 3일 오후 7시 30분 포항시 북구 장성동에 위치한 침촌문화회관 내 인문학 공간 침촌 사띠스쿨은 열정으로 가득찬 분위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개원 13주년을 맞아 지역 인문학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이곳에서, 내적 성장을 꿈꾸는 시민 30여 명이 특강에 집중하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열린 인문학 특강은 ‘언어와 사고의 틀: 소쉬르의 구조주의’를 주제로, 영문학 박사이자 시인인 여국현 씨가 초청돼 진행됐다. 여국현 씨는 포항 출신으로 중앙대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18년 등단 이후 시와 번역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포항 KBS 1라디오 ‘10분 인문학’과 워싱턴 한인방송 ‘여국현 시인의 인문학 산책’을 진행하며 대중과 소통 중이다. 그는 강연에서 “세상 모든 것에는 구조와 법칙이 있다”는 소쉬르의 선언으로 문을 열었다. 문화연구 박사 논문을 준비하며 현대 철학을 연구해온 그는 스위스 언어학자이자 구조주의 창시자인 페르디낭 드 소쉬르(1857~1913)의 이론을 바탕으로, 일상 속 언어와 사고 체계를 근본부터 재해석했다. 특히 “빨간 신호 앞에서 멈추는 이유”를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적 약속과 기호 체계로 설명하며 구조주의의 실용성을 강조했다. “랑그(규칙 체계)와 파롤(개별 발화)”, “기표(소리)와 기의(개념)의 자의적 결합” 등 핵심 개념을 소개한 여 씨는 나이키의 “Just Do It” 캠페인과 ‘해리 포터’ 시리즈를 예시로 들어 구조주의가 예술·광고·서사 이론으로 확장된 사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인간 주체 소외, 역사성 부재 등 구조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며 루이 알튀세르, 자크 라캉, 자크 데리다, 롤랑 바르트, 질 들뢰즈 등 후기 구조주의 사상가들의 대안적 시각도 덧붙였다. 강의 말미, 여 씨는 “시의 창조적 힘으로 불완전한 언어를 넘어설 수 있다. 구조를 인식하되, 그 구조를 흔들고 새로운 기호를 창조하는 것이 인간의 몫”이라고 강조하며 청중의 공감을 이끌었다. 사띠스쿨 공봉학 원장은 “침촌문화회관을 가득 채운 청중들은 구조주의가 더 이상 낯선 철학 용어가 아니라, 일상의 언어와 삶을 비추는 하나의 거울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사띠스쿨은 오는 4월 7일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 5월 5일 자크 데리다와 질 들뢰즈의 개념을 다루는 등 지역 인문 담론 확장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6-03-04

“도민과 호흡, 일상에 문화의 숨결 채울 것”

지난 26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유럽 정통 음악 교육을 거친 실력파 지휘자 서진(51)씨가 경북도립교향악단 제7대 지휘자로 공식 취임하며 첫 연주회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날 공연은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으로 시작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까지 클래식 명곡으로 채워졌다. 서진 지휘자는 “도전 정신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은 프로그램이라며, 특히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은 주목받는 신예 박종해 피아니스트와의 협연으로 의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취임연주회에 앞서 이날 오후 3시 리허설에서 만난 서진 지휘자는 “경북도립교향악단의 지휘자로 취임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음악은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호흡할 때 완성된다”며 “경북도민의 일상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사람을 잃지 않는 음악’ 철학을 강조하며, “아무리 훌륭한 연주라도 관객과의 교감이 없다면 반쪽”이라 덧붙였다. 이는 그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과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며 지켜온 신념이기도 하다. 서진 지휘자는 경북도립교향악단을 “잠재력 있는 악단”이라 평가했다. 취임 연주회 부제를 ‘세대 공감’으로 정한 것도 “글린카부터 레스피기까지 시대와 국적을 넘나드는 레퍼토리로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음악을 전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첫 곡인 글린카의 서곡에 대해서는 “러시아 민담 속 경쾌한 이야기가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음색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길 바랐다”고 전했다.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박종해에 대해서는 “고독에서 환희로 이어지는 인간 내면의 여정을 섬세하게 표현해줬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서진 지휘자의 청사진에는 어린이 마스터클래스와 오지 지역민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가 포함된다. 그는 “음악은 특권층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경북 어디에서나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케스트라 수준 향상과 교육 프로그램의 균형을 강조하며 “인간미와 예술적 완성도의 조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는 그가 과천시향 시절부터 추구해온 방향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학교와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대학원 등에서 지휘와 첼로를 전공한 서진 지휘자는 2007년 크로아티아 로브로 폰 마타치치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파판도푸르 현대음악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계명대 교수로도 활동 중인 그는 “클래식은 바쁜 현대인에게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며 “철학적인 작곡가들의 음악을 통해 깊이 있는 사고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전했다. 서진 지휘자는 경북의 21개 시·군을 돌며 “소통하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포항, 구미, 안동 등 지역 특성에 맞는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며 특히 문화 접근성이 낮은 오지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단원들의 열정과 지역민의 관심이 오케스트라의 미래를 밝힐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날 취임 연주회에서 그는 단원들과 함께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음색으로 관객들에게 희망을 전했고, 공연 후 기립박수로 화답받은 서진 지휘자는 “함께 성장하는 교향악단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그의 음악 여정이 경북도민과 어떤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글·사진/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3

“20여년의 자연 탐색을 담다”···서양화가 이영란 첫 개인전

자연을 매개로 삶의 의미를 천착해온 서양화가 이영란 작가의 첫 개인전이 8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B관에서 열린다. 20여 년간 자연과의 교감을 축적한 이번 전시는 표면적 풍경이 아닌 내면의 서정을 풀어낸 작품들로 채워졌다. 이영란의 회화는 산, 들, 바다 등 익숙한 자연 소재를 통해 감정과 기억을 시각화한다. 두터운 유화 질감과 풍부한 색채는 계절의 공기를 생생히 전달하며, 화면 속 자연을 생명력 넘치는 공간으로 승화시켰다. 대표작 ‘모네의 아름다운 정원’은 빛과 물결의 리듬을 인상주의적 색채로 포착했고, ‘봄 꽃들이 나를 부른다’는 해바라기 밭과 여인의 뒷모습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제주 풍경을 담은 ‘아름다운 날’과 ‘제주의 풍년’은 푸른 바다와 유채꽃, 감귤의 이미지로 풍요와 생명을 노래한다. 이영란 작가는 “자연은 내 작업의 원동력”이라며 “이번 전시가 관객에게 일상의 쉼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영란 작가는 2021 대구국제미술대전 입선, 2017 한국미술대전 입선, 2023 지역작가 미술작품 대여사업 선정 등 꾸준히 활동해왔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대구미술협회, 대구동구미술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3

“한국 근현대 미술 대가와 19세기 유럽 고전 걸작 동시에···"

경주 라우갤러리(관장 송휘)가 보문단지 입구인 북군동으로 이전하며 이를 기념해 ‘라우갤러리 보문지점 오픈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3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며,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김창열, 박수근, 이건용, 이대원, 이우환 등의 작품과 19세기 고전 회화 작가인 노먼 록웰, 폴 세냑 등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두 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첫 번째 섹션은 ‘19세기 유럽 회화’로, 1870년대에 제작된 고전 작품 4점을 소개하며, 19세기 말 예술의 역사적 전환기를 증언하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참여 작가는 오스트리아의 A. Rueff(풍경화 및 오리엔탈리즘), 프랑스의 폴 세냑(장르화 및 초상화)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 섹션은 ‘구상과 추상 사이’로, 미국 현대미술 작가 노먼 록웰의 대표작 한 점과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우환, 이중섭, 이건용, 박수근, 이대원, 김창열, 성백주, 이배, 김태호, 김근태, 이왈종 등의 작품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의 작품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인간 내면과 도시의 감정을 탐색한다. 전시에는 다양한 시대의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인다. 오스트리아 출신 A. Rueff는 풍경화와 인물화, 오리엔탈리즘 작품을 남겼으며, 프랑스 화가 폴 세냑은 주요 작품으로 ‘모자’(1860년경)와 ‘나폴레옹 병사’(1870년경)가 있다. 미국의 노먼 록웰은 ‘보이즈 라이프’와 ‘더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등의 잡지 삽화가로 활동했으며, 특히 ‘Four Freedoms’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의 김창열은 물방울 회화로 유명하며, 박수근은 서민적 인물화와 풍속화로, 박생광은 채색화와 민속화로 한국 미술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성백주는 수묵화와 채색화, 추상화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했고, 이건용은 추상화와 행위예술로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배는 숯을 이용한 독창적인 추상화와 설치미술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으며, 이대원은 자연을 소재로 한 구상 회화로 주목받았다. 이우환은 일본 모노파 운동의 창시자로, 절제된 선과 점을 통해 물질의 본질을 탐구했다. 이중섭은 독특한 화풍을 선보였고, 김근태는 돌가루와 러버를 혼합한 작품으로 주목받았으며, 김태호는 단색화 운동 속에서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이왈종은 제주 일상을 담은 작품으로 ‘중도’의 철학을 표현했다. 라우갤러리 송휘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19세기 유럽 회화부터 현대 한국미술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예술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 관람 예약은 문자(010-3530-0327)로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2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 잘츠부르크 대표 오케스트라 대구 첫 공연···지역 클래식 팬들 기대감 고조”

오스트리아의 명문 오케스트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가 대구에서 첫 공연을 펼친다. 3월 13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이 오케스트라의 대구 무대 데뷔이자 특별한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올해는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를 대표하는 이 오케스트라의 방문은 지역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2024년부터 이 악단의 상임 지휘자로 활동 중인 로베르토 곤잘레스-몬하스가 지휘봉을 잡고, 세계가 주목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31)가 협연자로 나서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는 1841년 모차르트의 부인 콘스탄체와 두 아들의 도움으로 결성된 기악 앙상블을 기원으로 하며, 모차르트 작품 해석의 권위자로 세계적 명성을 쌓아왔다. 잘츠부르크 오페라 극장의 상주 오케스트라인 이 악단은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100년 넘게 참가한 연주 단체로도 기록돼 있다. 로베르토 곤잘레스-몬하스는 스위스 무직콜레기움 빈터투어의 상임지휘자이자 스페인 갈리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유럽 주요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고전 레퍼토리에 대한 균형 잡힌 통찰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협연자 양인모는 2015년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2022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를 연달아 우승하며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두 대회 정상에 올랐다. 깊이 있는 해석과 탁월한 기교, 섬세한 음색으로 주목받는 그는 뉴욕 필하모닉, LA 필하모닉, BBC 심포니 등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해왔다. 2021년 굴지의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음반 ‘현의 유전학’을 발매해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영국 명문 음악제인 BBC 프롬스에서 뛰어난 연주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을 연주한다. 이 곡은 협주곡의 걸작으로, 장대한 구조와 내면적 서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공연은 모차르트의 극음악 ‘타모스, 이집트의 왕’ 서곡으로 문을 연 뒤, 베토벤 협주곡과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인 '교향곡 K.551 주피터'로 마무리된다. 특히 ‘주피터’의 피날레는 다섯 개의 주제가 대위법적으로 결합되며 음악적 절정을 이룬다. 대구콘서트하우스 박창근 관장은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고전주의 음악의 핵심 레퍼토리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기회”라며 “오스트리아 전통의 오케스트라와 한국 정상급 솔리스트의 만남이 고전 음악의 본질을 차분히 조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티켓 예매는 대구콘서트하우스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며, 자세한 문의는 전화(053)430-7700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1

[EBS 일요 시네마] 만날 운명은 다시 만난다… ‘러브 어페어’ 1일 EBS 방영

EBS 일요시네마는 1일 오후 1시 25분 고전 로맨스의 정수 영화 ‘러브 어페어’를 방송한다. 세기를 넘어 사랑받아온 이 작품은 1958년 개봉한 ‘러브 어페어’(원제 An Affair to Remember)로, 레오 맥캐리 감독이 연출하고 캐리 그랜트와 데보라 카가 주연을 맡았다. 상영시간은 119분. 영화는 호화 여객선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세기의 바람둥이 니키는 백만장자 상속녀와의 결혼을 앞두고 대서양을 건너던 중, 약혼자가 있는 테리를 만나 묘한 끌림을 느낀다.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을 애써 외면하지만 항해가 이어질수록 사랑은 깊어진다. 프랑스의 작은 항구 빌프랑쉬에서 니키의 할머니를 만난 뒤, 테리는 그의 진심과 가능성을 발견한다. 두 사람은 6개월 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다.(그들에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천국과 가장 가까운 장소로 여겨졌기 때문.) 하지만 재회의 날, 테리는 교통사고로(하반신 불수) 걷지 못하게 되고, 사랑하는 이를 짐이 되지 않겠다며 연락을 끊는다. 아무것도 모른 채 기다리던 니키는 상처를 안은 채 돌아서고, 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뜻밖의 계기로 진실과 마주한다. 조건과 체면을 넘어선 순수한 사랑이 어떻게 완성되는지, 영화는 절제된 감정과 품격 있는 연출로 담아낸다. 이 작품은 1939년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로, 1994년에는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 주연으로 다시 제작되기도 했다. 또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모티브가 된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헤리 워렌이 작곡한 주제곡 ‘Affair to Remember’는 영화의 낭만을 한층 고조시키며, 할머니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흐르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시대를 초월한 고전 멜로의 힘, 그리고 두 배우의 절제된 연기가 빚어내는 여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요일 오후, 스크린을 통해 다시 만나는 운명적 사랑이 안방극장에 깊은 울림을 전할 전망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28

포항문화원 정기총회··· 문화로 여는 도시 미래

포항문화원(원장 박승대)은 27일 포항문화원 3층 강당에서 나주영·이상준·홍필남 부원장을 비롯한 임원, 정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2차 정기총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날 총회는 국가무형유산인 대금산조 공연으로 시작돼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포항문화원 박성대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정기총회 제1부에서는 향토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유공자에 대한 표창 전달식이 진행됐다. 경상북도지사 감사패는 포항문화연구소 권용호 부소장과 월월이청청보존회 서선희 회장이 받았다. 장상길 포항시장 권한대행 명의로 수여된 포항시장 표창은 손숙희 포항문화원 이사와 설인순 용흥동문화가족회 회장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으며, 도지사 감사패와 포항시장 표창은 이창우 포항시 북구청장이 대리 수여했다. 한편 포항문화원장 감사패는 조종복 읍·면·동 문화가족연합회장, 정관용 우창동문화가족회장, 임일지 정회원 등 3명이 박승대 원장으로부터 받았다. 이후 신임 이사들에 대한 위촉장 수여식 후 진행된 개회사에서 박승대 원장은 “지난해 포항문화원이 전국 232개 지방문화원 가운데 우수문화원 3위의 영예를 안은 것은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데도 열심히 참여해 준 문화가족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성원해 준 결과”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앞으로도 포항은 산업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계속 유지해야겠지만,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끄는 것은 오직 문화의 힘”이라며 “이번에 감사패를 받은 권용호 포항문화연구소 부소장처럼 꾸준히 지역 문화유산을 발굴·연구해 스토리텔링화한다면 포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원장은 “오늘 3층까지 문화원 계단을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힘들게 걸어 올라오셨다”며 “앞으로 포항문화원이 경북을 대표하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문화도시 포항을 만들어 나가려면 장애인과 고령자 등 누구나 문화교실과 행사에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문화원 건물을 건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2부에서는 지난해 결산과 2026년 사업계획 및 예·결산이 원안대로 의결되며 약 한 시간여에 걸친 정기총회가 마무리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27

“황금빛 하모니로 물들인 서진 지휘자의 데뷔 무대:경북도향과 세대 공감의 밤”

지난 26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은 경북도립교향악단의 숨결로 가득 찼다. 황명석 경북도 행정부지사와 정경민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회 부위원장,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 박찬우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과 900여 명의 포항시민이 찾은 이곳에서, 제7대 상임지휘자 서진의 취임을 기념하는 연주회가 성대하게 개최됐다. ‘세대 공감 Stage On’을 주제로 한 이번 공연은 음악의 보편적 언어로 시공을 초월한 교감을 이루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스트리아 모차르테움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쌓은 탄탄한 음악적 기반 위에, 서진(51)은 이날 무대에서 절묘한 균형과 드라마틱한 해석으로 경북도향을 이끌었다. 특히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은 러시아 민속 설화의 활력을 관현악의 웅장한 색채로 재현해냈으며, 청중들은 마치 키예프 평원을 누비는 듯한 생동감에 숨을 죽인 채 음악에 빠져들었다. 피아니스트 박종해(36)와의 협연은 이날 공연의 정점이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 그는, 작곡가의 내적 투쟁과 치유의 과정을 격정과 서정의 교차로 풀어냈다. 1악장의 격렬한 피아노 트릴과 오케스트라의 충돌은 고독한 사투를 연상시켰고, 2악장의 유려한 선율은 평온함 속에 깃든 강인함을 드러냈다. 마지막 3악장에서 펼쳐진 생동감 넘치는 리듬은 승리의 찬가를 외치며 관객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두 차례의 커튼콜 끝에 쏟아진 환호는 그의 연주가 남긴 깊은 울림을 증명했다. 휴식 후 이어진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은 플라멩코의 열정과 집시의 자유로운 정신을 관현악의 다채로운 음색으로 표현해냈다. 타악기와 현악기가 빚어낸 리듬의 향연은 마치 스페인의 태양 아래 펼쳐진 축제를 연상시켰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는 고대 로마의 시간을 현재에 소환했다. 보르게세 공원의 아침 햇살부터 카타콤의 신비로운 어둠까지, 서진의 지휘 아래 경북도향은 음표로 그려낸 역사 속을 유유히 거닐었다. 관객들의 열띤 앙코르 요청에 답한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1번' 선율은 이날의 여운을 영원히 각인시켰다. 이번 취임 연주회는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1995년 개관 이래 포항 지역 문화예술의 심장 역할을 해온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의 품격과 경북도향의 숙련된 연주가 만나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린 것이다. 서진 지휘자의 합류로 한층 농익은 음악적 역량을 선보인 경북도향은, 앞으로도 지역민과 함께하는 고품격 클래식 문화를 선도해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황명석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이번 공연이 경북도향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밝힌 뒤 "앞으로도 경북도는 도립예술단이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넘어 도민의 삶과 일상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공공 예술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경민 경북도의원(문화환경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경북도향 신임 지휘자 취임 연주회는 경북도향이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다시 한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며 “서진 지휘자와 단원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음악적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는 밤이었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27

천년의 인연으로···중국에 경주의 역사를 알리다

‘POST APEC 경주시민세계홍보단’이 2025 APEC 경주의 성공적 개최를 기념하며 지난 1월 중국 츠저우·양저우·난징을 방문해 경주를 세계에 알렸다. 신라 김교각 스님과 최치원 선생의 유적을 탐방하며 한중 교류 역사를 체험하고, 현지에서 문화교류 행사를 열었다. 양저우 최치원기념관에 한글 번역시를 증정했으며, 난징대학살기념관 방문으로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APEC 성공 개최 후 경주의 국제적 위상 강화가 돋보인다. 이번 여행에 참가한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의 여행기를 싣는다. /편집자 주 POST APEC 경주시민세계홍보단 결성 POST APEC 경주시민세계홍보단(단장 이원식 전 경주시장)은 국제어머니회(회장 한정희·부단장)가 주관하고 국제교류활동가, 경주시 외국어문화관광해설사, 경주유림회원과 선덕여왕경모회원 등 32명이 의기투합했다.90세 노령의 이 원식 단장부터 중학생과 10세 어린이까지 3대를 아울렀다. '천년 고도 경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지난 1월 26일부터 30일까지, 4박5일 동안 중국에서 야심찬 홍보행사를 했다. 특히 1300년 전 신라와 당나라 간의 교류사가 있는 츠저우(池州)와 양저우(揚州)는 신라시대 김교각(697~794) 스님, 최치원(857~908 이후) 선생의 흔적을 훑으면서 천년을 넘어 이어진 한중 교류의 현장을 체험했다. 10살 손자에게 역사 현장 체험은 더없이 좋은 공부였다. 츠저우, 김교각 스님의 큰 족적이 만든 도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난징공항에 도착한 첫날, 4시간 넘게 달려간 안후이성 츠저우시도 흐리고 습했다. 양쯔강 가까이 있어 연중 200일 이상이 흐리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다. 츠저우는 중국의 4대 불교 명산인 지우화산(九華山)이 있는 불교 성지로 유명한 도시다. 열반 후 지장보살로 추앙된 신라의 김교각 스님 덕분이다. 경주시와 2023년 자매결연을 체결한 이후 문화, 관광 분야의 전방위적 협력을 모색하고자 했던 터라 경주 시민 홍보단의 첫 방문지가 된 이유이기도 했다. 둘째 날 ‘경주와 츠저우 문화관광 우호교류회의’가 있었다. 이원식 단장의 경주시장 친서 전달과 인사말, 양 도시 간의 선물 전달 및 홍보영상 상영 등을 행사를 통해 두 도시 간의 교류회의가 엄숙하되 화기애애하게 이뤄졌다. 어김없이 김교각 스님이 언급되었다. 김교각 스님은 신라 성덕왕의 아들로 알려졌다. 714년 당나라로 건너가 지우화산에서 불법을 베풀었고, 794년 99세로 입적했다. 3년 뒤 등신불로 조성된 후 지장보살의 현신으로 추존되었고, 천년 넘게 중국에서 현신불로 존숭받고 있다. 지우화산에서 확인된 스님의 어마어마한 흔적들은 역사적 사실에 불교적 신화까지 덧입혀져 더욱 경이로웠다. 신화는 문자 이전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시대의 필요에 의해 각색되기도 하지만 진실한 신념의 소산이기도 하기에 역사의 또 다른 언술로도 이해된다. 현재 중국에서 김교각 스님은 역사적 인물인 동시에 불교적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지우화산을 배경으로 조성된 우뚝한 높이 99미터의 지장보살상의 규모만으로도 스님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었다. 곳곳의 한글 안내판은 스님의 나라말을 존중하고 한국인을 위한 중국인의 배려리라. 커다란 동상은 멀리서도 가까이에서도 깊은 외경심을 불렀으며 금빛 동상에 올라 발에 머리를 묻는 의식을 절로 하게 되었다. 지우화산은 신화의 배경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나고 아름다운 산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서 본 경관은 운무 속에서 더욱 신비로웠다. 숲에 우거진 나무들과 깎아지른 기암괴석은 선경이 바로 여기다 싶은 찬탄을 불렀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눈 쌓인 계단에서 내려보는 발 아래 펼쳐진 절경, 고개 들어 보이는 봉우리에 깎아지른 암벽에 두 개의 기이한 형상의 바위가 형형해서 어떤 이는 보살과 부처의 형상이라고도 했다. 그 아래 평평한 너른 바닥에 조성된 ‘고배경대’에서 스님은 바위에 발자국을 새길 정도로 수행했단다. 손자는 스님의 발자국에 발을 맞춰본다. 거기서 또 1400개의 계단을 올라야 볼 수 있는 천태사는 내게는 무리였다. 오르기를 포기한 할머니에 비해 손주는 날다람쥐였다. 손자와 함께 천태봉까지 오른 건각의 10명은 눈을 가리는 운무 덕에 오히려 신비로운 풍경이었다며 득의양양한 사진을 전했다. 후에 손자는 천태사를 오른 것이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오르지 못한 심사를 이백의 시를 달랬다. 김교각 스님의 등신불이 있는 육신보전, 지우화산 불교의 중심인 화성사, 스님 이후 120살을 넘게 살아 등신불로 조성된 무협 스님의 백세궁 등 99개 사찰이 있다는 츠저우에서 스님의 발자취를 따르는 내내 흔연한 마음이 컸다. 양저우, 최치원 선생을 기리는 도시 츠저우에서 2시간 넘어 달려 장쑤성 양저우에 갔다. 예전 KBS 역사스페셜에서 “천재시인 최치원은 조기유학생이었다”라는 프로그램을 기억한다. 최치원 선생은 12살에 당시 선진지인 당나라에 유학해 6년만에 빈공과에 급제 후 난징 율수현에서 관리로 임명되었고, 양저우에서도 대활약을 했다. 양저우에는 2007년 중국 중앙정부가 허가한 최초의 외국인기념관으로 개관한 최치원기념관이 있다. 정작 그의 고향인 경주에는 없는 기념관을 조성한 중국에 대해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양저우시는 2008년 경주시와 우호도시 협정을 체결하고 최치원기념관에는 해마다 경주최씨 종친회가 참배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양저우에서도 두 도시 간의 훈훈한 우호협력과 관광홍보를 겸한 회의와 조촐한 토론회도 가졌다. 특히 이번 홍보단에 동참한 최민경(한국한글서예협회장) 서예가가 선생의 시 ‘범해(泛海)’의 한글번역시 ‘바다에 배 띄우며’를 기념관 측에 증정하는 뜻깊은 시간도 가졌다. 최 회장은 최치원 선생의 34세손이라며 각별한 감회를 부여했다. 손자는 미리 그림책으로 공부한 최치원 선생의 이력에 대해 조잘조잘 얘기하면서 기념관을 샅샅이 훑고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큰 공부를 한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난징대학살기념관에서 평화를 생각하다 도착한 날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렸다. 난징공항으로 가기 전 난징대학살기념관에 갔다. 1937년 말,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30만 명의 시민대학살의 비극을 추모하는 공간은 규모가 엄청나다. 추적추적 오는 비를 아랑곳않고 참배하는 많은 시민들 또한 놀라웠다. 입구에서 기부금을 내고 얻은 국화 세 송이를 들고 들어온 전시관 안은 컴컴했다. 참배대에 헌화하고 고개 숙여 깊은 묵념을 하면서 중국판 아우슈비츠가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말없이 따르던 손자가 악몽을 꿀 것 같다며 불편해해서 서둘러 나왔다. 제 아빠와 엄마를 위한 기념품을 여기서 사면 기부가 되겠지? 기특한 말을 한다. 어두운 전시장을 나오니 평화의 탑이 보였다. 언제나 이 지구에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올까. 누군가 하늘이 나 대신 울어주는가 보다며 말하며 슬픈 하늘을 쳐다보았다. POST APEC 경주시민세계홍보단의 계획 홍보단의 자발적인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POST APEC 경주시민세계홍보단은 이번 중국 방문의 성과를 발판으로 올 하반기에는 또 다른 해외 자매도시를 방문하겠다는 계획이다. 천년 고도 경주의 자부심을 품고 세계로 나아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계속되는 한 경주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다. 할머니 손을 잡고 역사문화교류의 현장을 씩씩하게 누볐던 내 손주가 살아갈 미래의 세상도, 경주가 맺은 소중한 인연들로 인해 더 평화롭고 따뜻해지기를 소망해 본다. 글·사진/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6-02-26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 3월부터 상시 개방···복합 문화공간으로 변모

“국립경주박물관의 ‘박물관 안 도서관’ 신라천년서고가 3월부터 매일 개방됩니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오는 3월 1일부터 박물관 내 신라 전문 도서관인 신라천년서고를 연중 상시 개방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평일(월~금)과 매월 1·3주 토요일에만 운영됐으나,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건의와 수요를 반영해 운영일을 대폭 확대했다. 이로써 평일 방문이 어려웠던 연구자와 일반 관람객들도 자유롭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신라천년서고는 2022년 12월 노후된 수장고 건물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박물관 내 신라 전문 도서관으로, 신라 및 경주 관련 전문 장서를 중심으로 국립경주박물관 발간 도서, 국내·외 전시 도록, 고고학·미술사·국가유산 분야 전문 서적 등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과 연계한 학술·문화 플랫폼으로 주목받았으며, 특히 2025년 APEC 정상회의 당시 김혜경 여사와 캐나다 총리 배우자 다이애나 폭스 카니 간의 환담 장소로도 활용되며 국제적 인지도를 높였다. 이번 상시 개방 결정은 지난해 운영 성과를 반영한 조치다. 윤상덕 관장은 “연구자와 시민의 이용 편의를 높이고, 전시 관람을 넘어 자료 탐색과 학습이 결합된 복합 문화공간으로 기능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지역 거점 박물관으로서의 역할 강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단, 설·추석 당일 및 3·11월 둘째 주 월요일(임시휴실일)은 제외된다. 신라천년서고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다. 이화여대 김현대 교수의 설계로, 신라 시대 목조 건축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기둥과 서까래를 연상시키는 구조물에 넓은 창문을 배치해 자연 채광을 극대화했으며, 특히 석등과 대숲을 담은 창은 공간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이러한 디자인은 2022년 골든 스케일 베스트 어워드 협회상을 수상하며 국내 최고 권위의 인정을 받았다. 내부에는 ‘눕독’(누워서 독서)을 체험할 수 있는 소파와 전문 연구자를 위한 개인 열람실이 마련돼 있다. 또한, 특별전과 연계한 북큐레이션 공간을 운영해 전시에서 다루지 않은 심층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전면 개방으로 박물관은 전시 관람뿐만 아니라 자료 열람과 학습까지 아우르는 복합 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할 전망이다. 아울러 지역 거점 국립박물관으로서 문화 향유권과 지식 접근성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상덕 관장은 “평일 방문이 어려웠던 관람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신라천년서고를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관람객 중심의 운영을 통해 편안하고 친숙한 박물관으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26

‘세대 공감 Stage On···’

“세대 간 차이를 넘어 클래식 음악을 통해 소통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경북도립교향악단이 제7대 상임지휘자 서진 취임 기념연주회를 '세대 공감 Stage On’ 주제로 오는 26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개최한다. 올해 1월 1일 취임한 서진 지휘자의 공식 첫 무대인 이번 공연은 다양한 세대가 음악을 통해 소통하는 장으로 기획됐으며, 글린카·림스키-코르사코프·레스피기의 명곡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등이 연주된다. 서진(51) 지휘자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수학한 뒤 스위스 바젤 국립음악대학원에서 첼로 최고 전문연주자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며 탄탄한 음악적 기반을 쌓았다. 특히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악대학원에서 지휘과를 수석 졸업하며 지휘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2007년 크로아티아 ‘로브로 폰 마타치치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파판도푸르 현대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품의 내적 구조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드라마틱한 지휘”로 평가받는 그는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장관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부터 8년간 과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현재는 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학 관현악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번 공연 첫 연주곡은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다. 러시아 민속 설화를 바탕으로 한 경쾌하고 명랑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키예프의 태공이 악마에게 빼앗긴 딸 루드밀라를 되찾기 위해 공개적으로 “딸을 구해오는 자에게 딸과 왕국을 주겠다”고 약속하며 시작된다. 이에 기사 루슬란이 나서 악마의 성을 공격해 루드밀라를 구출하고, 두 사람은 결혼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멜로디와 러시아 민속 음악의 색채가 돋보이는 리듬,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이 결합돼 동화적 상상력과 민족적 정체성을 동시에 담아낸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어서 피아니스트 박종해(36)가 협연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은 우울증을 극복한 1901년 작곡된 명곡으로, 인간 내면의 고뇌에서 환희로 향하는 감정 변화를 웅장하게 담았다. 1악장은 격정적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대립으로 고독을, 2악장은 서정적 선율로 평온함을, 3악장은 생동감 넘치는 리듬으로 승리를 표현한다. 러시아 낭만주의의 정수를 집약한 이 곡은 영화 OST로도 사랑받으며,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감성과 기교의 정점을 보여준다. 박종해는 음악적 통찰력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호평받는 연주자로, “강한 내면과 진심 어린 감성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게자 안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 준우승을 비롯해 홍콩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로 2위에 오른 그는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의 정제된 해석과 독창적인 음악 언어는 이번 공연에서도 서정성과 구조적 치밀함이 조화를 이룬 연주로 관객을 매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휴식 후에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이 연주된다. 변화무쌍한 템포와 강렬한 춤의 에너지가 교차하는 이 곡은 다채로운 관현악 색채로 생동감을 선사한다. 공연의 대미는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 가 장식한다. 고대 로마의 풍경을 관현악으로 재현한 명곡으로, 보르게세 공원의 활기부터 카타콤의 엄숙함까지 다채로운 음향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전 좌석은 5000원으로,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 또는 티켓링크에서 예매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25

갑작스런 재임용 불가···포항시립연극단 인사 논란

포항시립연극단의 상임연출자인 박장렬 연출자가 오는 2월 말로 예정된 재위촉을 앞두고 포항시로부터 갑작스럽게 재임용 불가 통보를 받아 지역 문화예술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연출자는 2024년 2월 2년 임기로 위촉된 이후 30년 이상의 연극 경력과 탁월한 성과를 바탕으로 재위촉이 기대됐으나, 포항시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장의 사임 이전에 이미 재임용하지 않기로 내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차웅 상임지휘자는 박 연출자와 동일하게 2024년 2월 위촉돼 이번에 재임용 통보를 받으며 두 기관의 결정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장렬 연출자는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 동인 출신으로, 서울연극협회 회장과 경남도립극단 초대 예술감독을 역임한 국내 대표 연극인이다. 주요 연출작으로는 ‘토지’(I·II), ‘리어왕’, ‘집을 떠나며’, ‘레미제라블’ 등이 있으며, 희곡 ‘72시간’, ‘나무물고기’, ‘원맨쇼’ 등을 집필하며 극작가로서도 활약해왔다. 그는 200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상’, 2017년 서울시 문화상 연극부문, 2021년 대한민국 문화예술발전 유공자상(연극 부문)을 수상하며 예술적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최근에는 재위촉을 앞두고 시민과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어린이 뮤지컬 공연을 선보이며 창작 의지를 드러냈으나, 갑작스러운 통보로 인해 향후 활동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포항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이강덕 시장이 사임하기 전 1월 초 내부적으로 재임용하지 않기로 결정됐다”며 “선거 이후 공모 절차를 통해 새로운 연출자를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연출자의 재위촉 불발 사유가 지방선거와 시장 사임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차웅 지휘자가 동일한 시기 재임용되며 두 예술단체의 결정이 엇갈린 점에 대해 지역 예술계는 “형평성과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장렬 연출자는 “그동안 포항시립연극단을 이끌며 지역 연극 활성화에 힘썼다”며 “갑작스러운 결정에 아쉬움이 크지만, 앞으로도 연극 발전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포항시는 “새 연출자 공모 과정에서 다양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해 연극단의 도약을 이끌겠다”고 강조했으나, 일각에서는 “오랜 경험과 성과를 쌓은 예술가를 배제하는 것은 지역 문화예술의 연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중진 연극인은 “이번 사태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의 인사 정책이 예술단체 운영에 미친 영향의 사례다. 공모 과정의 투명성과 예술적 평가 기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화예술과 일부 관계자나 연극단 내 특정 단원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결정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며 “공무원들이 공익보다 사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한 결과로 비춰질 수밖에 없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익 중심의 업무 태도 확립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24

대구콘서트하우스 ‘인터미션 #스프링’ – 봄빛 가득한 로비 콘서트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오는 3월 3일 오후 2시 그랜드홀 로비에서 클래식 오아시스 ‘인터미션 #스프링’을 개최한다. 대구콘서트하우스의 로비 콘서트 시리즈 ‘인터미션’은 매회 새로운 주제 아래 관객에게 일상 속 짧은 휴식을 전하는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자연광이 머무는 로비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 공연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연주자와 관객이 한층 가까이 호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공연은 ‘봄(스프링)’을 주제로 겨울의 끝자락을 지나 새 계절이 열리는 순간의 설렘과 생동을 담아 한국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 등을 선보인다. 소프라노 곽보라·김효진, 피아니스트 박선민이 무대에 올라 봄의 정취를 전달할 예정이다. 김연준의 ‘무곡’을 시작으로 풀랑크의 ‘사랑의 길’, 볼프의 ‘봄이다!’로 봄의 기경쾌한 봄의 기운을 전하며, 이원주의 ‘이화우(梨花雨)’와 김주원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길이’는 서정적인 정서를 더한다. 또한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아! 꿈속에 살고 싶어라’,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 중 ‘달에게 바치는 노래’ 등 명곡이 봄날 오후를 한층 풍성하게 물들인다. 소프라노 곽보라는 경북대 음악학과 졸업 후 이탈리아 노바라 귀도 칸텔리 국립음악원에서 수학했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마술피리’, ‘라보엠’ 등에서 주역으로 출연했으며, 현재 경북대 외래교수와 문화예술 기획사 아트메이트 대표로 활동 중이다. 소프라노 김효진은 경북대 음악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제1회 뮤지칸테 Paola Leolini 국제 성악 콩쿠르 대학부 1위를 수상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프린지 콘서트, 한국 가곡 콘서트, 오페라 유니버시아드 ‘마술피리’ 등 에서 섬세한 표현력으로 주목받았다. 피아니스트 박선민은 영남대 피아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마스터 과정을 수료하고 이탈리아 도니제티 아카데미 반주 디플롬을 취득했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투란도트’ 등 다수 작품에 참여으며, 현재 대구오페라하우스 피아니스트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23

사람들 곁에 머문, 60년 사제의 길

1939년 평양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의 상처를 겪으며 성장한 천주교 대구대교구 원로 사목자 조정헌(88·파트리치오) 신부가 올해 사제 수품 6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그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님따라 한평생’이 오는 26일부터 3월 8일까지 가톨릭평화방송 TV에서 총 2부에 걸쳐 방영되며, 방송 이후 한 달여 간 유튜브 채널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 졸업 후 1966년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로마 유학, 군종 사목, 대학교수, 병원장, 복지시설 운영 등 다채로운 사목 현장에서 신자들과 함께해왔다. 지난 21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전쟁의 기억부터 검도 7단 도전까지, 여전히 청년 같은 열정으로 채워가는 삶의 이야기를 전했다. △젊은 에너지의 비결: 일상 속 꾸준함 기자가 신부님의 젊은 모습에 놀라움을 표하자, 그는 특유의 유쾌한 웃음과 함께 답했다. “여름에는 매일 2시간씩 나무와 정원을 가꾸고, 겨울에는 스키를 타며 몸을 단련합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도장에서 검도 수련도 하죠. 오는 6월 6일에는 7단 대회에도 출전할 예정입니다.” 실제로 그는 10년 넘게 이 대회 최고령 참가자로 활약하며, 지난해 시니어 검도 대회에서 은메달, 나이제한없는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4년 전에는 자전거로 국토 종주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한 노력이 일상에 녹아있다. △전쟁의 상처에서 찾은 소명: 사제의 길 어린 시절 평양에서 배를 타고 월남한 그는 전쟁의 참혹함을 온몸으로 겪었다. “인민군의 총격, 중공군 피난길···. 어린 눈에 비친 세상은 생존이 걸린 곳이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제 성격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쳤죠.” 의대 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생 시절, 친구와의 자취 생활 중 문득 사제의 길을 떠올렸다. “소속감 없는 피난민 생활 속에서, 구원받을 가장 확실한 길이 사제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파티마의 성모 발현 기록과 십자가의 요한 성인 전기가 큰 영향을 주었죠.” △유럽에서의 유학과 도전: 산과 신학의 조화 오스트리아 유학 시절, 그는 학업과 함께 산악 활동에 매료됐다. “인스부르크의 2000m 고봉들을 오르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꼈어요. 스위스 마터호른, 프랑스 몽블랑, 멕시코 포포카테페틀까지···. 한국인으로선 최초로 오른 산들이죠.” 하지만 학업도 소홀히 하지 않아 인스부르크대에서 신학석사 학위를, 로마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신학교에서 문학 전집을 독파하며 쌓은 교양이 평생 큰 자산이 됐다”고 덧붙였다. △사회 시설에서 꽃피운 사목: 희망원과 교회의 역할 1960~70년대 군종 사목을 거쳐, 그는 대구정신병원장과 시립희망원장으로 10년간 헌신했다. “희망원에 처음 갔을 때 700명이 넘는 이들이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절박함이 들었습니다.” 직접 대형면허를 취득해 앰뷸런스를 운전하고, 교구 차원의 지원을 이끌어내며 시설을 개선한 그는 “당시 복지는 전문성보다 희생정신이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고 평가했다.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종교 간 화합을 이루며 사회적 약자의 비빌 언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로사목자의 소명: 청하공소와 회심의 공간 2009년 원로사목자로 은퇴한 그는 현재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위치한 청하공소 최해두 회심경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생활한다. “은퇴했지만 매일 요양병원 봉성체를 다니며 작은 공동체와 어울리다 보니 현역과 다를 바 없어요. 오히려 신자들과 더 가까이 지낼 수 있어 행복합니다.” 특히 그가 거주하는 최해두 회심경당은 배교자의 회개를 기리는 특별한 공간이다. “초기 교회 신자 최해두의 참회 기록을 보면, 신앙의 유혹을 이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합니다. 이 공간이 냉담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죠.” △검도와 기도: 몸과 영혼의 균형 공인 7단의 검도 실력자인 그는 “운동이 몸과 마음을 단련해주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된다”고 말한다. “후배 사제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단, 꾸준함이 중요하죠. 저는 검도가 좋았지만 각자 맞는 운동을 찾아보세요.” 마지막으로 사제의 삶을 지탱해온 좌우명을 묻자, 그는 로마서 8장 28절 말씀을 떠올렸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구절이요. 전쟁도 가난도 결국은 은총의 일부였습니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Miserere mei Deus)’라는 기도로 하루를 마칩니다.” 조정헌 신부의 삶은 ‘사람들 곁에 머무는 사제’의 모범을 보여준다. 전쟁의 상처, 유학의 도전, 사회 시설의 헌신, 원로사목자의 여유까지. 그의 다음 여정은 청하공소에서 신자들과 함께 냉담자 회심을 위한 기도와 실천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다만 문을 두드리는 것은 인간의 몫이죠.” 그의 말처럼, 회심은 끝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과제다. 글·사진/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22

[EBS 세계의 명화] ‘클레오파트라’ 21일 밤 10시 45분

고대 이집트의 전설적 여왕을 스크린에 되살린 할리우드 초대형 서사극 ‘클레오파트라’가 21일 밤 10시45분 EBS ‘세계의 명화’를 통해 방송된다. 1963년 제작된 이 작품은 조셉 L. 맨키위즈 감독이 연출하고,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주연을 맡았다. 총 192분에 이르는 방대한 러닝타임 속에 로마 제국의 권력 투쟁과 클레오파트라의 정치적 야망, 그리고 운명적 사랑이 웅장한 스케일로 펼쳐진다. 영화는 기원전 48년, 로마의 영웅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집트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왕권 다툼 속에서 카펫에 몸을 숨긴 채 카이사르 앞에 등장한 클레오파트라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결국 이집트의 여왕으로 등극한다. 이후 그녀는 카이사르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고 로마에 입성하지만, 카이사르가 암살되면서 또 다른 격변의 시대를 맞는다. 이어 안토니우스와의 사랑, 옥타비아누스와의 권력 대결 등 격동의 역사가 이어지며 한 여성 군주의 비극적 운명이 펼쳐진다. 이 작품은 제작비 4400만달러라는 당시로서는 전례 없는 규모로 제작돼 할리우드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웅장한 세트와 화려한 의상, 수천 명의 엑스트라가 등장하는 로마 입성 장면은 지금까지도 영화사에 남는 명장면으로 평가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미술상, 촬영상, 의상상, 시각효과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한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강인함과 매혹을 동시에 지닌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리처드 버튼 역시 비극적 영웅 안토니우스를 깊이 있게 연기해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클레오파트라’는 단순한 역사극 외 권력과 사랑, 인간의 욕망이 교차하는 거대한 드라마다. 할리우드 황금기의 기술력과 예술성이 집약된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압도적인 스케일과 깊은 여운을 선사하는 고전 명작으로 남아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20

[신간] “녹슬기보다 닳아 없어지기를”... 문무학 시인이 건네는 노년의 문장

고령화 시대,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문무학 시인이 ‘문화적 실천’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최근 출간된 문무학의 수필집 ‘문화로 노는 시니어’(뜻밖에 출판)는 전작(前作) ‘책으로 노는 시니어’(2024)와 ‘예술로 노는 시니어’(2025)를 잇는 ‘시니어 놀이 3부작’의 완결판이다. 이번 신작은 기존의 독서와 예술 감상을 넘어 여행과 스포츠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며, 저자가 1년 동안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실천한 생생한 기록을 정리했다. 저자의 실천 방식은 구체적이고 꾸준하다. 한 달을 4주로 나누어 매주 독서, 예술, 여행, 스포츠 중 한 가지를 실행에 옮겼다. 이는 단순한 취미 생활 외 삶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이었다. 책 속에는 낯선 여행지에서의 설렘, 예술 작품을 마주하며 깊어지는 사유(思惟), 그리고 몸을 움직이며 느끼는 근육의 활력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들이 쌓일 때 비로소 노년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삶의 지평이 넓어진다고 강조한다. “기록하는 행위는 스스로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는 그의 고백은 무력감에 빠지기 쉬운 노년층에게 울림을 준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은 영국의 부흥사 조지 휘트필드의 명언, “녹슬어 없어지기보다 닳아서 없어지기를 바란다”는 문장과 연결된다. 저자는 몸의 노화는 거스를 수 없지만, 정신의 노화는 무언가를 지속하는 힘으로 늦출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책을 통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삶은 나이가 많아도 젊은 삶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은 나이가 적어도 늙은 삶”이라며 독자들을 독려한다. ‘문화로 노는 시니어’는 강요하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대신 한 시니어가 자신의 일상을 어떻게 확장해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진솔한 기록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막막한 질문 앞에 서 있는 동시대 시니어들에게, 저자는 망설임 대신 ‘지금 시작하라’는 따뜻하고도 단호한 메시지를 건넨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19

“석유 지배국이 세계를 제패했다”

최지웅 박사의 신작 ‘석유 제국의 미래’(위즈덤하우스)가 출간됐다. 영국 코번트리대에서 석유·가스 MBA를 마치고 한국석유공사에서 연구 경력을 쌓은 저자는 1차 세계대전부터 AI 시대까지 석유가 권력·금융·외교·전쟁을 움직여온 역사를 분석하며 “석유가 단순한 자원이 아닌 세계사적 엔진이었다”고 주장한다. 책은 중동 정세 불안, 유가 변동성 확대, 에너지 안보 경쟁 속에서 석유가 여전히 세계 질서를 주도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AI와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에너지 문제가 국가 간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했지만, 재생에너지의 기술적·경제적 한계로 인해 석유 의존 구조가 단기간 내 깨지기 어려움을 지적한다. 저자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이를 입증한다. 처칠의 해군 연료 전환 결정이 대영제국의 운명을 바꾼 과정, 달러 패권과 석유 거래 체계의 결합, 중동 질서 형성 배경 등을 분석하며 현대 사회의 핵심 이슈인 반도체·AI·기후 위기까지 석유와 연결해 설명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국제 정세와 경제 흐름을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석유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며 탄소중립 정책 속에서도 석유가 단기적 에너지 안보와 산업 재편에 핵심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 탈피 전략이나 중국의 석유 비축 확대는 석유가 여전히 전략적 도구임을 보여주는 예다. 이 책은 “석유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대신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 전략을 고민하게 만드는 구체적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재생에너지 혁신과 화석연료 점진적 축소의 병행을 강조하며, 각국의 지정학적·경제적 조건에 맞는 차별화된 에너지 전략 수립을 촉구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9

백만장자가 된 어느 트레이더의 진솔한 고백···게리 스티븐슨 회고록

신간 ‘트레이딩 게임’(도서출판 사이드웨이)은 영국 씨티은행(Citibank)에서 최연소 수익 1위 트레이더(거래자)로 이름을 알린 게리 스티븐슨의 회고록이다. 이 책은 저자가 스물두 살이던 2008년 씨티은행의 트레이더로 입사해 하루에 거의 1조 달러를 다룰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리다가 27살 나이에 돌연 퇴사하기까지의 과정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 게리 스티븐슨은 런던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환경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시절 대마초 판매로 퇴학당한 그는 생계를 위해 신문 배달과 가구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지만, 수학적 재능 덕분에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에 진학했다. 이후 씨티은행이 주최한 ‘트레이딩 게임’에서 명문대 출신 경쟁자들을 제치고 우승하며 프로 트레이더의 길을 열었다. 2008년 스물두 살의 나이에 씨티은행에 입사한 스티븐슨은 외환 트레이딩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금융위기 직후 혼란스러운 시장 속에서 그는 부의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에 베팅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2009년에는 1200만 달러(약 160억 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는 245만 달러(약 30억 원)의 성과급을 받으며 ‘세계 최고의 트레이더’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정부의 구제 금융으로 연명한 은행들이 서민들의 고통 속에서 이익을 취하는 시스템에 환멸을 느껴 2011년 퇴사했다. 현재는 150만 구독자를 보유한 경제 전문 유튜버로 활동하며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성공담이나 투자 지침서가 아니라, 트레이딩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며, 불평등 구조와 개인의 책임을 독자에게 묻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9

“재능이냐 가문이냐. 전통 예능의 목표는 관객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

“혈연 중심으로 계승해 온 일본과 재능과 계보로 이어온 한국의 전통예술. 오늘을 어떻게 건너 미래로 갈 것인가.” 한국이나 일본이나 전통에 대한 예능인들의 자긍심은 다르지 않았다. 일본 전통연예 가부키를 소재로 한 영화 ‘국보’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을 때 가부키의 원류라 할 교겐(狂言) 전수자 미야케 치카나리(三宅近成·41)씨를 지난달 도쿄 자택에서 만났다. 그의 얼굴은 전통 예술을 계승하는 것을 자신의 태생적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 전통을 계승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 예능인의 자긍심으로 상기돼 있었다. 재능으로 대를 잇는 우리나라의 전통 예능세계와는 다르면서도 궁극적 정신은 하나로 닿아 있음을 느꼈다. 미야케씨는 전통 예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데 대한 갈등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태어날 때부터 교겐이 내 삶이었습니다. 다른 길을 고민해 본 적은 없습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 미야케 우콘(三宅右近)은 교겐 인간문화재이고 할아버지 미야게 도우타로우(三宅藤九郞)는 일본의 인간국보였다. 일본 전통 공연예술인 노가쿠(能楽)는 노(能)와 교겐으로 나뉜다. 노는 가면과 느린 동작을 특징으로 신과 인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루는 비극적이고 상징적인 음악극이다. 반면 교겐은 노 공연 사이에 올려지던 희극적 단막극에서 출발했다. 일상의 언어와 익살, 인간의 욕망과 허점을 다루며 관객에게 웃음을 건넨다.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형식과 정서는 분명히 다르다. 일본에는 100명 정도의 전수자가 있다고 한다. 한국처럼 일본도 젊은 사람들의 전통예능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 예능인의 욕심이다. “개인적으로는 연기를 더 발전시키는 일과 이를 세상에 알리는 일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수직적으로는 개인적 능력을 연마하고 수평적으로는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하는 것이지요.” 그는 “이건 ‘0과 1의 차이’와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세계에서 0과 1이 전혀 다른 값을 갖듯, 교겐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과 전혀 접해보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통예술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그 ‘1’을 얼마나 늘리느냐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 국내는 물론 미주, 유럽, 동남아 등 해외 무대에 서며 교겐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온 적이 없다며 안동 탈춤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일본 안에서도 학생과 젊은 연기자들이 연수와 워크숍을 통해 교겐을 접하도록 힘쓴다. 가문 전승이라는 폐쇄적 구조에 머물지 않고, 교육과 공연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노력이다. 영화 ‘국보’와 가부키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데 대해서도 전통예술을 인정받고 있는 증거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가쿠에서 성립한 가부키는 화려한 분장과 극적 장치, 상업 자본의 후원을 바탕으로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친구가 가부키 연기자도 있고 가부키와는 경쟁이 아니라 공존입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교겐을 더 멋지게 연기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연기를 보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화 중 최근 교겐 극장에서 데뷔했다는 그의 세 살 난 딸이 낯선 사람 앞에서 다소곳이 인사한다. 가면을 쓰고 자연스럽게 연기를 선보이는 아이의 모습에서 전통이 단지 기술의 전수가 아니라 일상 생활속 문화임을 보았다. 한국의 전통예술은 대개 스승과 제자의 계보, 지역 공동체, 국가무형유산 제도를 통해 전승돼 왔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젊은 세대의 관심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전통의 본질을 지키면서 현대적 감각과 만날 것인가 하는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의 교겐과 한국의 전통예술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오늘이라는 시간 앞에서는 같은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전통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연기되고 또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글·사진/이경우 전 대구경북언론인회장

2026-02-19

대구시향, 2·28민주화운동 기념 특별연주회 ‘기억과 울림’ 개최

대구시립교향악단이 대구시민주간 및 2·28민주화운동 66주년을 기념해 27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특별연주회 ‘기억과 울림’을 개최한다. 대구시민주간은 국채보상운동기념일(2월 21일)부터 2·28민주화운동기념일(2월 28일)까지 이어지는 기간으로, 대구의 역사와 시민정신을 되새기며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대구 2·28민주화운동은 1960년 2월 28일 이승만 정부의 부정선거와 독재 체제에 반대해 대구 지역 학생들이 주도한 민주화 운동으로, 이후 전국으로 확산된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이번 공연은 시민주간의 취지에 맞춰, 문화공연을 통해 2·28민주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현대적 가치를 차분히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됐다. 대구시향 부지휘자 박혜산의 지휘 아래 소프라노 이채영, 테너 최호업이 협연자로 참여한다. 1부에서는 오페라 서곡과 아리아, 한국 가곡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희망,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며, 2부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9번’을 통해 역사적 현실을 음악으로 재조명한다. 공연은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서곡으로 시작한다.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효시로 평가받는 이 곡은 운명과 선택의 갈림길에 선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강렬한 관현악으로 표현한다. 긴장감 넘치는 선율은 역사적 기억을 마주하는 오늘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이끌어낸다. 이어지는 성악 무대에서는 테너 최호업이 윤학준의 ‘마중’을 통해 기다림과 그리움을 담백하게 노래하며, 레하르의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으로 사랑과 헌신의 감정을 전달한다. 소프라노 이채영은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중 ‘사랑스러운 그 이름’으로 순수함을, 한태수의 가곡 ‘아름다운 나라’로는 일상의 풍경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1부의 마지막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로 장식된다. 이채영과 최호업의 화려한 듀엣은 경쾌한 리듬으로 객석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전반부를 마무리한다. 휴식 후 2부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9번’이 연주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5년 작곡된 이 곡은 당초 소련 승리를 기념하는 대규모 작품으로 계획됐으나, 최종적으로는 간결한 신고전주의적 색채 속에 작곡가의 내면을 드러낸다. 경쾌한 유머와 서늘한 긴장감이 교차하며, 전쟁 이후 예술가가 겪은 복합적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박혜산 부지휘자는 “2·28민주운동과 국채보상운동은 대구 시민의 자부심이자 역사”라며 “이번 공연이 시민들과 함께 소중한 과거를 돌아보고 오늘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9

포항시립미술관, 미술사적·예술적 가치 높은 소장품 수집 공모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한국 근·현대미술과 포항미술사 연구의 기반을 심화하고, 미술관의 정체성을 강화할 우수 작품 확보를 위해 내달 6일까지 ‘2026년 포항시립미술관 소장품 구입 공고’를 실시한다. 미술관은 미술사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수집하기 위해 매년 소장작품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공모 대상 작품은 △스틸아트뮤지엄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주요 금속작품 △지역 미술사 정립에 중요한 작가의 주요 작품(포항을 중심으로 한 대구·경북 지역) △포항시립미술관 기획전시에 참여한 작가의 주요 작품 등이다. 작가, 작품 소장자, 개인, 법인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신청 가능한 작품 수는 1인당 최대 2점이다. 접수 기간은 내달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이며, 등기우편으로만 접수 가능하다. 최종 구입 작품과 매입 가격은 미술관 작품수집심의위원회와 작품 가격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상반기 중 결정되며, 결과는 최종 선정된 신청자에게 개별 통지된다. 공모에 대한 자세한 사항과 신청 서식은 포항시청과 포항시립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관련 문의는 포항시립미술관(054-270-4705)으로 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7

포항시 올해의 책 뽑아 주세요!··· ‘2026 원 북 원 포항’ 시민 투표 실시

포항시립도서관(관장 서양진)은 2026 원 북 원 포항 ‘올해의 책’ 선정을 위해 오는 3월 15일까지 한 달간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올해로 21회째 추진되고 있는 ‘원 북 원 포항(One Book One Pohang)’은 시민 추천으로 어린이·청소년·일반 3개 부문에 각 한 권의 책을 선정하는 범시민 독서진흥운동이다. 이번 투표는 시민 추천 도서 110권 가운데 1차 원북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압축된 3개 부문 15권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부문별 후보는 어린이, 청소년, 일반 분야 각 5권씩이다. 어린이 부문에는 △'4×4의 세계'(조우리 글, 노인경 그림) △'거짓말주의보'(이경아 글, 김연제 그림) △'너와 나의 퍼즐'(김규아) △'숲속 가든'(한윤섭 글, 김동성 그림) △'현진에게'(이수진 글, 양양 그림)가 선정됐다. 청소년 부문은 △'나나 올리브에게'(루리)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김종원) △'스파클'(최현진) △'일억 번째 여름'(청예) △'파도의 아이들'(정수윤)이며, 일반 부문은 △'과학산문'(김상욱, 심채경)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이상국) △'노 피플 존'(정이현) △'안녕이라 그랬어'(김애란) △'죽은 다음'(희정) 등이다. 도서관은 시민 투표 결과를 반영해 3월 18일 열리는 2차 원북 선정위원회에서 최종 ‘올해의 책’을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 기준은 최근 2년 이내 발간 도서로, 독서문화 프로그램 운영에 적합하고 전 세대가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서양진 포항시립도서관장은 “원 북 원 포항 사업은 시민들이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화합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투표 참여를 통해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책이 선정되도록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7

[EBS 설 특선 영화] ‘부시맨’…웃음 속에 문명 비추는 거울

EBS1이 설 특선 영화로 1980년작 코미디 영화 ‘부시맨’을 17일 오후 1시에 방송한다. 원제는 ‘The Gods Must Be Crazy’.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을 배경으로, 문명과 원시의 충돌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영화는 하늘을 날던 경비행기 조종사가 던진 빈 콜라병에서 출발한다. 병은 칼라하리의 한 부족 마을에 떨어지고, 이를 처음 본 부시맨들은 ‘신의 물건’이라 여기며 귀하게 다룬다. 그러나 하나뿐인 물건은 곧 욕망과 다툼을 낳는다. 평화를 되찾기 위해 추장 카이(니카우 분)는 병을 세상 끝으로 가져가 신(神)에게 돌려주기로 결심한다. 이 설정은 이후 예측불허의 여정으로 전개된다. 카이는 여정 중 동물학자 앤드류와 기자 케이트를 만나고, 정부군과 반군의 대치 상황에도 휘말린다. 가축의 ‘소유’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벌어지는 해프닝, 문명사회의 규범과 충돌하며 감옥에까지 갇히는 장면 등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결국 그는 빅토리아 폭포에 도착해 그곳을 세상의 끝이라 믿고 콜라병을 던지며 여정을 마무리한다. 이 영화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감독 제이미 유이스가 연출했으며, 실제 부시맨족 출신 배우 니카우가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제작비 500만 달러로 출발했지만 전 세계에서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두며 뜻밖의 대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서는 1983년 개봉해 서울에서만 29만 관객을 동원했고, 이후 TV 더빙 방영과 비디오 출시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신의 웃음을 10년간 책임진다’는 포스터 문구처럼, 순박한 카이의 시선을 통해 물질문명에 대한 풍자와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동시에 담아냈다는 평가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만나는 ‘부시맨’은 단순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넘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문명의 기준을 되묻고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17

"설 연휴엔 포항 영일대 해상누각 광장으로! 전통문화 축제로 특별한 나들이 완성“

포항문화원(원장 박승대)은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을 맞아 오는 17일 영일대해수욕장 해상누각 광장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영일대 설맞이 전통문화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지역 전통문화의 가치를 되살리고, 도심 속에서 명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다채로운 전통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행사장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전통문화 체험부스가 운영된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새해의 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행운의 복주머니 만들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래놀이 마당, 새해 다짐과 가치를 되새기는 문구를 서예가가 직접 써주는 ‘가훈 써주기’, 어린이들의 미소를 더해줄 페이스페인팅 등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무대에서는 우리 전통의 멋과 흥을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전통 예술의 향연이 이어진다. 맑고 깊은 울림의 대금 연주, 장엄한 행진 음악으로 명절 분위기를 돋우는 취타대 공연, 흥겨운 가락의 민요, 역동적인 고고장구, 우아한 선이 돋보이는 전통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이어지며 관람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박승대 포항문화원장은 “이번 행사는 일상에 지친 이들이 전통을 통해 위로받고, 가족 간의 유대감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울리며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는 무료로 진행되며, 설 명절을 맞아 영일대해수욕장을 방문하는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6

[EBS 설 특선영화] 태양의 서커스: 월드 어웨이

EBS1이 16일(월) 오후 1시 설 특선영화로 ‘태양의 서커스: 월드 어웨이’를 선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곡예 예술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공연 실황 판타지다. 영화는 평범한 소녀 미아가 우연히 찾은 서커스장에서 시작된다. 공중에서 펼쳐지는 눈부신 곡예에 매혹된 미아는 한 곡예사와 눈을 마주친 순간, 그가 추락하며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한다. 뒤따라 미지의 세계에 들어선 미아는 그를 찾아 7개의 새로운 공간을 통과하며 환상과 모험을 경험한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각 세계는 ‘태양의 서커스’ 대표 공연을 옴니버스처럼 엮어내며 시각적 향연을 펼친다. ‘아바타’로 잘 알려진 제임스 캐머런이 제작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연출과 각본은 ‘슈렉’,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를 선보인 앤드루 애덤슨 감독이 담당했다. 3D 촬영 기법을 적극 활용해 관객이 실제 공연장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입체감을 구현했다. 영화의 원형이 된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1984년 캐나다 퀘벡에서 출발한 세계적인 공연 예술 단체. 전통 서커스에 스토리텔링과 라이브 음악, 현대무용을 결합해 ‘예술로 승화된 서커스’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동물 묘기를 배제하고 인간의 신체와 상상력에 집중하는 무대로 차별화를 이뤘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스 음악을 활용한 테마 공연 등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작품은 공연 실황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하나의 판타지 영화처럼 구성돼, 공연 예술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시도한다. 화려한 공중 곡예와 수중 퍼포먼스, 불과 물, 빛이 교차하는 무대는 명절 안방극장에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할 전망이다. 스크린을 통해 만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서커스. 설 연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15

[EBS 일요시네마] ‘사랑의 은하수’... 시간을 건너온 사랑의 약속

EBS ‘일요시네마’가 15일 오후 1시 25분 영화 ‘사랑의 은하수’(원제 Somewhere in Time)를 선보인다. 1980년 제작된 이 작품은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낭만적 상상력을 스크린 위에 펼쳐 보이며, 개봉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컬트 클래식’으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자노 슈와르크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크리스토퍼 리브, 제인 시모어, 크리스토퍼 플러머 등이 출연한다. 원작은 ‘환상특급’ 시리즈로도 유명한 작가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이다. 이야기는 젊은 희극작가 리처드 콜리어가 한 노파로부터 회중시계를 건네받으며 시작된다. “나에게로 돌아와요”라는 말을 남긴 채 사라진 노파의 정체는, 8년 뒤 그가 오래된 호텔에서 발견한 한 여인의 사진을 통해 서서히 드러난다. 사진 속 인물은 1910년대 명성을 떨친 배우 엘리스 멕케나. 이미 세상을 떠난 그녀에게 매혹된 리처드는 자기최면을 통해 1912년으로 돌아가고, 두 사람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멕케나의 성공에 집착하는 매니저 윌리엄의 방해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사랑은 비극적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이 작품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고전적 소재에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결합했다. 자기최면을 통한 시간 이동이라는 다소 통속적인 설정은 호불호를 낳았지만,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구성과 몽환적 분위기는 이후 수많은 시간여행 로맨스 영화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이 돋보이는 존 배리(John Barry)의 서정적인 주제곡 ‘사랑의 은하수(Somewhere in Time)‘ (1980)은 영화의 정서를 한층 끌어올리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개봉 당시에는 혹평과 흥행 부진에 시달렸지만, 케이블 TV와 비디오 시장을 통해 재조명되며 재평가에 성공했다. 1980년 ‘제8회 새턴상’에서 판타지 영화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영화’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세대를 넘어 사랑의 본질을 묻는 이 영화는 설날 안방극장에 잔잔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15

사제의 길 60년, 영성의 여정을 돌아보다···천주교 대구대교구 원로사목자 조정헌 신부 사제 수품 60주년 기념 방송

천주교 대구대교구 원로사목자 조정헌(88) 포항 청하공소 은퇴신부의 사제 수품 60주년을 맞아 그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님따라 한평생’이 오는 2월 26일부터 3월 8일까지 가톨릭평화방송 TV에서 총 2부에 걸쳐 방영된다. 방송 이후 한 달여 간 유튜브 채널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조정헌 신부가 2009년 9월부터 거주해 온 청하공소를 배경으로 제작됐으며, 그의 어린 시절부터 사제 생활, 은퇴 후의 여정까지, 신앙적 발자취와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을 집중 조명한다. 1부는 2월 26일 오전 9시 50분 첫 방송을 시작으로 2월 28일 새벽 1시 30분과 오후 7시 50분, 2월 29일 오후 7시 30분에 재방영된다. 2부는 3월 5일 오전 9시 50분 첫 방송 후 3월 7일 새벽 1시 30분과 오후 7시 50분, 3월 8일 오후 7시 30분에 시청 가능하다. △평양 출신 사제, 가난한 이와 함께한 60년 1939년 평양에서 태어난 조정헌 신부는 가톨릭대학교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을 졸업한 뒤 1966년 8월 사제품을 받았다.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1970년 대구 계산주교좌본당 보좌신부로 시작해 고령본당 주임, 광주가톨릭대 교수, 대구시립희망원장, 대구가톨릭대 교수 및 대학원장· 사무처장, 죽도·송현·대해 본당 주임 등 다양한 직무를 거치며 2003년 2월부터 2009년 6월까지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 주교대리로 봉직했다. 특히 2011년 대구 교도소를 비롯해 소년원ㆍ감별소 등지에서 교도소 담당 신부로 사목하던 조 신부는 법무부로부터 교정대상 특별부문 자애상을 수상하며 재소자 사목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당시 인터뷰에서 “순간의 실수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 사제의 소명”이라 밝힌 그는, 교도소와 소년원에서 매주 미사를 봉헌하고 무의탁 재소자의 사회 복귀를 도우며 20여 년간 2000여 명의 영세를 이끌었다. 사형수에게는 사후 청주교도소 묘지 안치를 지원했고, 매년 생일잔치와 기술 서적 기증 및 취업 알선 등을 통해 희망을 전했다. △은퇴 후에도 이어지는 사랑의 실천 2009년 은퇴한 조 신부는 사제관이 아닌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위치한 청하공소를 택했다. 1955년 설립된 청하공소는 2007년 현대식 건물로 재건축된 뒤 그가 직접 1500평 대지를 가꾸며 60여 명의 신자와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매일 아침 자전거로 해변을 달리고 검도(4단)와 등산을 즐기면서도, 지역 복지단체 강연이나 병든 교우 방문 봉성체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2023년에는 청하공소 내에 조선 후기 신유박해 때 배교했다가 참회한 최해두를 기리는 ‘최해두 회심 경당’ 건립에 기여했다. 308㎡ 규모의 경당은 제의실과 고해소, 다목적 공간을 갖춰 순례자들의 기도 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방송에서는 경당 봉헌식과 함께 흥해성당(김대건 신부 유해 안치 성당)과의 협력 관계도 소개된다. 조정헌 신부는 “사제는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는 메신저”라며 “은퇴 후에도 작은 공동체와 함께하는 삶이 더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의 삶은 종교인을 넘어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공공선’의 가치를 실천해 온 기록이다. 이번 방송은 신앙과 봉사의 일치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