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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분단 조국 80년··· 격랑의 한반도 살아낸 허씨 삼형제의 대서사시

‘한반도의 살벌한 격랑을 헤쳐 나간 허 씨 삼형제의 대서사시. 분단 조국을 품고 순정한 신념으로 삶을 견뎌낸 청춘들의 사상 여정.’ 광복 80년이 곧 분단 80년을 기록한 지금, 포항 출신 삼형제가 젊은 날 걸어간 실화를 바탕으로 한 포항 출신의 중진 이대환(67) 작가의 장편소설 ‘붉은 고래’(아시아)가 출간됐다. 760쪽의 두꺼운 책에는 ‘1945년 해방 후, 이 땅 모든 청춘의 사상 여정’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140개의 소제목으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마치 기나긴 에세이를 쓰듯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첫째(허경민)는 가족을 북녘으로 보낸 조총련 간부, 둘째(허경윤)는 1980년대 초반 남한의 막강 권력자, 막내(허경욱)는 일본으로 밀항해 큰형을 만난 뒤 동해를 종단하다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다. ‘붉은 고래’의 첫 장면은 공민권을 회복한 허경욱이 21세기 초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작은형 허경윤의 아들 허시우(영문학 전공 유학생)와 조우해 ‘마르크스 묘소’를 찾는 모습이다. 이후 두 사람은 달포에 걸쳐 유럽 대륙을 거의 한 바퀴 돌며, 허경욱이 조카 허시우에게 삼형제의 젊은 날과 가족사를 차근차근 들려준다. 종착지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그곳에서 허경욱은 큰형 허경민의 아들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교관을 단 한 번이라도 만나겠다는 불확실한 약속을 기다린다. 유럽 여행을 마친 허경욱이 자신의 아들과 딸을 미래의 독자로 상정해 노트에 적어 내려간 이 소설은 날줄과 씨줄을 선명히 드러낸다. 날줄은 일제 말기부터 21세기 초까지 포항, 서울, 일본, 북한 등을 오가며 분단과 이념의 격랑 속에서 살아간 삼형제의 실화다. 씨줄은 허경욱과 허시우가 유럽 대륙을 여행하며 나누는 대화로, 허경욱의 예리한 시선이 21세기 유럽의 풍경과 인간 군상을 포착해 자신의 사상에 투영하고 해석하는 과정이다. 실존 인물 허경민은 오래전 북한에서 사망했고, 허경욱은 고향에서 눈을 감았으며, 허경윤은 인생의 황혼에서 고독하게 정치판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있다. 세월이 묻어버린 그들의 실제 발자국은 소설 곳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작가는 주인공이자 화자인 허경욱을 역사의 법정에서 불러내듯 생생하게 재현했다. 분단과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실의 법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십수 년간 감옥 생활을 견딘 뒤 가석방으로 풀려난 허경욱. 그의 최후 진술과 최후 판결문을 경청한 후에도 작가는 그가 치열하게 추구했던 ‘완전한 세상’과 인간적인 또 다른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 집요하게 파고든다. 소설은 후반부에서 허경욱의 ‘오래된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내며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2004년 전 3권으로 처음 출간된 뒤 2023년 가을 ‘문학뉴스’에서 재연재되며 20년 만에 독자와 다시 만난 이 소설을, 작가는 이번 개정 증보판으로 새롭게 묶었다. 이대환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햇빛이 어둠을 걷어내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지만, 광복의 햇빛이 만든 분단의 어둠은 여전히 한반도를 덮고 있다. 남북을 종단하느라 멍투성이가 된 ‘붉은 고래’의 영혼에 이 책을 바치며, 경계가 사라진 자유로운 바다에서 찬란히 유영할 그 날을 기원한다”고 적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2

정보라 소설가 ‘양성평등문화인상’ 수상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라 한국 장르문학의 위상을 높인 정보라 소설가(49·포항시 남구)가 ‘2025 양성평등문화인상’에 선정됐다. 정보라 작가는 대표작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으며, ‘너의 유토피아’ 등 작품을 통해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문학적 언어로 날카롭게 포착했다. 특히 ‘너의 유토피아’로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공상과학 문학상 중 하나인 필립 K. 딕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그의 작품은 24개국에 번역 판권이 수출되며 전 세계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공상과학(SF), 공포, 환상 장르를 넘나들며 문학 작품에서의 성인지 감수성 지평을 넓힌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25 양성평등문화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상으로, 문화·체육·관광 분야에서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한 인물과 단체를 선정한다. 올해로 18회를 맞은 이번 시상식에서는 양성평등문화인상,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 양성평등문화지원상(개인·단체 부문) 등 총 7개 부문에서 15개의 상이 수여된다. ‘2025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은 2일 오후 3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최되며, 정보라 작가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과 함께 상금 500만원을 수상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1

국립등대박물관, 숏폼 영상 제작 이벤트 개최

국립등대박물관은 1일부터 10월 12일까지 숏폼(short-form) 영상 제작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일반 숏폼’과 ‘AI생섯 숏폼’ 2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 ‘일반 숏폼’ 부문은 박물관 방문 또는 체험 장면이 주제이다. ‘AI 생성 숏폼’ 부문은 ‘등대’를 소재로 한 자유로운 형식의 15초~1분 이내 영상으로 응모할 수 있다. 참여 확대를 위해 2025년 1월 1일 이후 업로드된 기존 영상도 출품할 수 있도록 했다. 참가 방법은 주제에 맞는 숏폼 영상을 제작해 개인 SNS에 업로드한 뒤 필수 해시태그(#국립등대박물관 #한국항로표지기술원)를 입력하고 박물관 SNS 계정을 태그하면 된다. 이후 온라인 신청서를 제출하면 접수가 완료된다. 접수된 작품은 내부 심사(70%)와 조회수·좋아요 수 등 온라인 호응도(30%)를 합산해 심사하며, 부문별 2명(총 4명)을 선정해 각 국민관광상품권 50만원권 1매를 수여한다. 수상작은 오는 10월 20일 발표될 예정이며, 제출된 수상작은 박물관의 홍보 및 교육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김영진 관장은 “이번 숏폼 영상 제작 이벤트를 통해 등대의 가치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향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1

청춘, 피어난다… 작약꽃으로 물든 위로의 순간

짧지만 화려하게 피어나는 작약꽃. 그 덧없음 속에 응축된 아름다움은 청춘의 빛과도 닮아 있다. 문상은 작가가 꽃잎에 담아낸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가 이달 대구 한복판에서 관람객과 만난다. 대구 중구 고도아트 갤러리는 2일부터 20일까지 문상은 작가의 개인 초대전 ‘청춘, 피어나는 순간―여름의 작약’을 연다. 오프닝은 2일 오후 5시. 전시장 벽면 가득 화려한 색감과 풍성한 꽃잎이 펼쳐져, 한 송이 꽃처럼 뜨겁게 피어나는 청춘을 비춘다. 작가는 “작약은 짧지만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이다. 그 모습은 청춘과 닮아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위로와 응원을 얻는다”고 말한다. 실제 작품 속 작약들은 은은한 파스텔 빛조차 강렬하게 피어나며, 한때의 순간을 온전히 끌어안아 관람객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전시작은 모두 아크릴로 제작된 회화작업이다. 반복되는 꽃잎의 구조는 일상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우리의 기억과 감정을 은유한다. 그 위에 드리운 파스텔톤은 청춘의 빛남과 쓸쓸함을 동시에 품어내며, 잠시 멈춰 선 이들에게 묵직한 사색을 건넨다. 고도아트 갤러리는 지역의 젊은 작가와 중견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하며 대구 미술계의 맥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 역시 삶과 청춘, 그리고 위로라는 보편의 주제를 작가의 언어로 풀어내며, 예술의 힘을 다시금 일깨운다. 문상은 작가의 개인 초대전은 일요일과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관람료는 무료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9-01

“예술은 화려함보다 마음의 울림 있어야”

싱가포르의 세계적 예술가 추아 수퐁 박사가 지난달 30일 포항바다국제연극제집행위원회가 수여하는 첫 국제연극예술교류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아시아 각국에서 연극 교류 활성화에 기여해왔으며, 이번 ‘제25회 포항바다국제연극제’에서 오페라극 ‘몬스터의 숲속의 모험’의 원작으로 참여했다. 싱가포르 극단 골든 마이크로폰 플레이하우스와 함께 방한한 그는 포항의 국제 연극 교류 기반 마련에 힘을 보탰다. -연출가·학자·교육자로서 박사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예술 철학은 무엇인가. △예술은 인간을 잇는 다리이자 삶의 의미를 되묻는 도구다. 연출가로선 관객과의 진정성 있는 교감을, 학자로선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교육자로선 미래 세대에 예술적 영감을 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특히 아시아 예술의 공동체 중심 가치가 세계적 보편성을 가질 수 있다고 믿으며, 이를 알리는 것이 내 소명이라 믿어왔다. 진정한 예술은 화려한 형식보다 마음에 울림을 주고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힘이 되어야 한다. -2001년을 계기로 포항과 인연을 맺으셨다. 지난 25년 간 보신 포항과 ‘포항바다국제연극제’의 변화는 어떤 모습인가? △2001년 첫 방문 당시, 바다와 예술이 어우러진 독특한 무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후 백진기 집행위원장의 예술적 진정성과 행정 역량을 토대로 포항과 지역 연극계를 위한 꾸준한 노력과 헌신, 비전을 통해 국내 중심에서 해외 단체까지 참여하는 국제적 문화 교류의 장으로 성장했다. 초기에는 지역적 특색을 강조했지만 점차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해 세계적 축제로 도약했다. 한국 연극인들의 열정과 포항 시민들의 환대는 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작은 지역 행사에서 글로벌 예술 플랫폼으로 변모한 모습은 큰 의미를 지닌다. -아시아 공연예술의 강점과 세계적 가능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아시아 공연예술의 핵심은 전통과 현대의 융합이다. 일본의 노·가부키, 중국의 경극, 한국의 판소리·탈춤 등 오랜 역사의 전통 예술이 젊은 세대에 의해 현대적으로 재탄생하며 독창성을 더하고 있다. 이는 세계가 추구하는 문화적 다양성과 새로운 미학적 언어에 부응하는 힘이다. 아시아 예술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창의적 실험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앞으로 아시아 연극 교류에서 포항바다국제연극제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포항바다국제연극제는 단순히 작품을 소개하는 무대를 넘어, 아시아 예술가들의 교류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하며, 예술의 국경 없는 특성을 활용해 국제적 예술 네트워크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연극인들이 이곳에서 협업하고 실험적 창작을 펼치는 플랫폼이 되길 기대한다. -예술가로서의 계획과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후학 양성에 집중하며 전통예술 연구와 새로운 공연 창작을 이어갈 계획이다. 예술가에게는 명성보다 관객과 호흡하며 변화를 이끄는 진정성이 중요하다. 젊은 예술가들에겐 뿌리를 기반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세계와 소통하라 조언한다. 예술은 험난한 길이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적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나는 아시아 예술의 잠재력을 세계에 알리며 이 여정을 지속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31

바다와 예술의 만남···세계적 아티스트 쥬세뻬 비탈레 포항 온다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출신의 동화 작가이자 화가, 삽화가, 조각가로, 예술교육 분야에서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주목받는 ‘아뜰리에리스타(Atelierista)’ 쥬세뻬 비탈레가 포항에 온다. 쥬세뻬 비탈레는 오는 14일 포항의 대표 관광 명소인 영일대 해수욕장에 위치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 ‘오브레멘’에서 자신의 그림책 ‘오! 브레멘’ 출간을 기념한 사인회를 갖는다. 카페 오브레멘은 넓은 부지에 모든 층의 창가 좌석에서 탁 트인 바다 전망을 자랑한다. 이번 ‘오! 브레멘’ 그림책 출간 기념 사인회는 방문객들에게 마치 해안 도시의 낭만을 음미하듯 특별한 시간을 선사하며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역 사회와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문화적 축제의 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쥬세뻬 비탈레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와 포항의 바다와 어우러진 도시의 정체성이 조우함으로써 관광객과 주민 모두에게 새로운 영감을 전할 전망이다. 이번 사인회는 오브레멘 카페와 쥬세뻬 비탈레의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이들의 만남은 2022년 세계 명작동화 ‘브레멘 음악대’를 모티브로 한 카페 오브레멘의 오픈을 기획하던 중 시작됐다. 당시 브랜딩 과정에서 그의 따뜻하면서도 시적인 화풍이 카페의 세계관과 잘 어울린다는 판단하에 ‘브레멘 음악대’ 삽화 작업을 그에게 의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그의 그림은 오브레멘 공간 곳곳에 활기를 더했으며, 이번에 그 삽화들을 모아 한 권의 그림책으로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세계적 아티스트 쥬세뻬 비탈레, 전 세계 독자에게 예술적 영감 전파 쥬세뻬 비탈레는 빛과 그림자, 색채, 동물, 그리고 창작 캐릭터 ‘물의 아이’를 주제로 인간과 자연,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전 세계 어린이와 성인 독자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전파해왔다. 특히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예술 활동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으며, 한국에서도 서울 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울산 태화문화공간 등에 이어 최근 창원 비욘드 전시와 파주 밀크북 북카페 ‘색(Color)’ 전시를 통해 국내 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오! 브레멘’ 출간 기념 사인회 & 특별 이벤트 오는 14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오브레멘 카페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쥬세뻬 비탈레가 직접 참석해 현장에서 즉석 드로잉 퍼포먼스와 사인회를 진행한다. 사전 예약자에 한해 한정판 렌티큘러 카드 굿즈(선착순 100명)도 증정할 예정이다. 특히 평소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는 오브레멘 카페가 이날 하루만은 예스키즈존으로 전환돼 어린이 동반 가족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기대를 모은다. 참여는 무료이지만 원활한 진행을 위해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통한 사전 신청을 권장하며, 예약자에게는 사인회 우선 참여 권한이 부여된다. 현장 접수도 가능하나 조기 마감될 수 있으므로 빠른 예약이 필수적이다. △오브레멘 카페, 바다와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 영일대 해수욕장과 맞닿은 400평 규모의 4층 건물로 자리한 오브레멘 1층에 설치된 회전목마 포토존은 BTS, 트와이스, 세븐틴 등 최정상 K팝 그룹이 2020년 골든디스크 시상식 무대 배경으로 활용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SNS에서 인증샷 명소로 자리 잡으며 국내외 관광객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카페는 1819년 그림 형제가 출간한 동화 ‘브레멘 음악대’에서 영감을 받아 협력과 상생, 희망을 주제로 공간을 설계했다. 카페 곳곳에는 동물들의 소리와 발자국을 형상화한 그래픽 아트가 어우러져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쪽 벽면에는 희귀한 고전 도서와 여행자를 위한 책들이 비치돼 있어 책을 읽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으며, 다양하고 즐거운 추억을 담은 엽서들도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오브레멘 카페의 메뉴는 지역 특산 재료와 독특한 네이밍을 활용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오브레멘은 예술, 이야기, 여행의 즐거움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으로, 앞으로도 포항의 대표적인 문화 명소로 사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 브레멘’ 출간 기념 사인회 & 특별 이벤트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 문의는 전화 0507-1373-4669/ 이메일ohbremend@naver.com /인스타그램 @ohbrem으로 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31

광저우서 열린 ‘한·중 국제서예교류전’ 성료

고려 시대의 충신이자 유학자로 이름을 떨친 포은 정몽주(1337-1392) 선생의 고향인 포항에서, 그의 충절과 학덕을 기리는 활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2박 4일의 일정으로 중국 광저우시 천하구 문화관 남국 예술관에서 열린 ‘한·중 국제서예 교류전’은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찬사 속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포은 정몽주 선생의 탄생 688주년과 함께 포항의 포은선생추모사업회(회장 김영수) 부설 연구소인 포은묵연회의 창립 1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18명의 대표단이 참석해 그 의미를 더했다. 교류전에는 포은선생추모사업회와 중국의 광저우시 청년미술가협회, 광저우시 청년서법가협회 소속 유명 작가 200여 명이 참여해 서예, 문인화, 캘리그래피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한국과 중국은 서로 다른 문화와 상황을 존중하며, 양국이 추구하는 정신을 탐구하고 포은 정몽주 선생의 정신을 널리 알리는 뜻깊은 기회를 공유했다. 광저우시 청년서법가협회 마롱 회장은 “포은 선생은 충효 정신을 바탕으로 문인의 풍모를 지니셨으며, ‘붓끝에 호연지기’, ‘점획으로 하늘과 땅의 이치를 드러내다’라는 서예 정신으로 동아시아 예술 공동체의 문맥적 유전자를 형성하셨다”면서 “이번 전시는 젊은 작가들에게 ‘옳은 것을 지키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모범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자 서예는 동방 미학의 살아있는 화석으로, 문명의 암호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김영수 포은선생추모사업회장은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오랜 시간 동안 깊은 우정을 쌓아왔으며, 상호 존중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위해 이번 교류전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일본, 대만, 몽골 등 다양한 국가와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여 포항을 세계에 알리고, 포은 정몽주 선생의 높은 뜻과 정의를 널리 퍼뜨리며, 포은의 정신이 우리 지역 사회에 건강한 가치로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31

“통화 최후 승자는 결국 달러”

현재 세계 경제는 강달러 복귀, 브릭스 탈달러화, 비트코인 신고가, 트럼프 행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지원, 중국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등 복합적 요인이 혼재된 ‘통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달러 패권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출간된 신간 ‘킹 달러’(인플루엔셜)는 달러가 100년간 구축한 글로벌 경제 지배력의 비밀을 파헤치며, 암호화폐와 CBDC의 부상 속에서도 달러가 여전히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40여 년간 경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경제 안보와 기술 패권 동향 분석을 담당하는 저자 폴 블루스타인은 기축 통화인 달러의 독보적인 위상과 지배력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를 고찰한다. 세계 경제와 정세를 아우르는 폭넓은 시선으로 달러 패권의 전모를 비춘다. 달러 패권을 지탱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위안화와 엔, 유로의 탈달러화 시도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CBDC는 달러의 대항마인가, 시녀인가? 달러는 세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책은 통화 질서의 핵심을 찌르는 이 물음들에 답을 찾아가며, ‘단기 약세’를 띠더라도, ‘장기 강세’로 수렴하는 달러 패권의 반복되는 사이클을 밝혀낸다. 저자는 백악관·연준·월가 내부를 관찰하며 달러의 독보적 지위를 뒷받침하는 세 가지 축-CHIPS(청산은행간결제시스템), 페트로달러 협약, 연준의 유동성 관리-을 조명한다. 책에 따르면 CHIPS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 간의 달러 거래를 중개하는데, 신용카드를 활용한 일상적인 결제부터 다국적기업 간의 대규모 송금까지 모두 이곳에서 처리된다. 오늘날 달러로 이뤄지는 국제 거래의 90퍼센트 이상이 이곳을 거치는 만큼, CHIPS는 달러 패권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페트로달러’를 달러 패권의 또 다른 축으로 꼽는다. 세계 경제가 오일쇼크의 충격으로 휘청이던 1970년대 중반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모종의 거래를 진행해, 정권을 항구적으로 보장해주는 대가로, 석유는 달러로만 거래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 거래로 더 많은 나라가 더 많은 달러를 쓸 수밖에 없게 됐으니, 이로써 달러의 황금기가 시작됐다. 달러 패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연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전통적으로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우며 달러의 가치를 지켜내는 기관이었다. 2007~2008년의 세계금융위기 당시 연준은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무너지고, 각국의 대형 은행들이 흔들리자, ‘최종 대부자’ 역할을 떠맡으며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를 통해 미국발 금융위기에서조차 달러는 생명줄이 돼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달러는 현재 전 세계 외화보유고의 60%, 국제 무역의 90%를 차지하며, 금융위기 시에도 안정적인 유동성을 제공한다. 이는 CHIPS라는 민간 결제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해졌다. CHIPS는 매일 4조 달러 규모의 국제 거래를 처리하며, 달러의 글로벌 유통망을 완성시켰다. 책은 엔화, 위안화, 유로화 등 기축 통화로서 잠재력을 주목받았던 다른 화폐나, 기존 화폐에 가치가 연동되는 암호 자산인 스테이블 코인, CBDC 등이 저마다의 이유로 달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유럽 내 무역이 유로화로 처리되는 것과 같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최근 수년간 국제 무역 대금의 75% 이상은 달러로 청구됐다. 특히 서반구 국가들의 거래에서는 달러를 주고받는 비율이 96%에 달했다. 유로는 2010년 유럽 재정위기에서 보듯, 유로존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인해 오히려 달러 의존도가 심화됐다. 위안화는 중국의 법치 약화와 권위주의 정책이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엔화는 국경 간 이동 제한으로 국제적 역할이 축소됐다. 반면, 암호화폐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비트코인은 발행량 제한으로 경기 탄력성을 상실하기 쉽고, 스테이블코인은 ‘디페깅(depegging·가치유치실패)’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USDT와 USDC는 2022~2023년에만 각각 700회 이상의 가치 붕괴를 겪었다. 저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오히려 미국 국채 수요 확대를 통해 달러 유동성을 강화하는 도구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킹 달러’는 달러 패권이 단순한 경제적 우위가 아닌 정치·역사·기술적 복합체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달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접어두는 것이 좋다고 단언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9

시력 60년···존재의 본질과 고독을 노래하다

“고통이 바뀌면/축복이 된다기에/그 축복 받으려고/내가 평생이 되었습니다/···. 외면할 수 없는 삶/그게 바로 축복이었습니다” -천양희 ‘축복’ 중에서 한국 시단의 거목 천양희(85) 시인이 시력 60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시선집 ‘너에게 쓴다’(창비)를 출간했다. 1965년 등단한 시인은 존재의 본질과 고독을 찬란한 슬픔의 언어로 노래하며 삶의 의미를 생생하게 담아낸 시로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원로다. 이번 시선집은 방대한 시인의 저작 중 공초문학상 수상작 ‘너무 많은 입’, 만해문학상 수상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청마문학상 수상작 ‘새벽에 생각하다’ 등 여덟 권의 시집에서 시인이 직접 ‘짧은 시’ 61편을 엄선했다. 일부 작품은 시구를 간결하게 다듬고 의미를 더욱 함축해 2025년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전하도록 새롭게 퇴고했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시편들의 행간과 여백을 음미하면, 삶이 시가 되는 고단한 길을 걸어온 시인의 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절망과 고독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시들은 묵직한 울림으로 가슴에 스며들고, 삶에 대한 통찰과 예지가 담긴 아포리즘은 눈부시게 반짝인다. 천양희 시세계의 요체를 제련하고 연마한 이 선집은 ‘말하지 않은 말, 침묵의 말’ 속에 담긴 풍부한 이야기를 읽으며, 짧은 시가 어떻게 큰 시가 되는지 체험하게 한다.(김기택, 발문)” ‘짧은 시’의 정수를 담은 이 시선집은 절망의 바닥에서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고독한 영혼의 비망록이자, 눈물 머금은 침묵의 언어로 써 내려간 독백의 자서전이다. 시인의 삶의 궤적과 시적 고뇌가 “짧은 시의 침묵과 여백” 속에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너에게 쓴 마음이/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는 구절에서 시력 60년의 세월을 오직 시로 살아낸 시인의 결의를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의 눈길은 늘 ‘뒤편’을 향한다. “성당의 종소리” 뒤편에 박힌 “무수한 기도문”, “마네킹 앞모습” 뒤편에 꽂힌 “무수한 시침”(‘뒤편’)을 꿰뚫어 본다. 겉모습 너머를 응시하며 존재의 내력과 삶의 진실을 탐구한다. 나아가 “바람 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고/어둠 속을 더 잘 보려고 눈을 감는다”(‘눈’)라며, 오히려 눈을 감아 본질을 감각하려 한다. 불화와 갈등의 절망 앞에서 시인은 “궁지에 몰린 마음”(‘밥’)을 다독이며, “우울을 우물처럼 마시고 불안을 벗 삼아” 살아온 인생의 황혼녘에 이른다. “절망도 절창하면 희망이 된다”(‘완창’)는 깨달음은 눈물겨운 통찰이다. “외면할 수 없는 삶/그게 바로 축복”(‘축복’)이라 말하는 시인의 목소리에는 자연스레 숙연한 마음이 깃든다. 고통과 좌절 속에서 시 쓰기로 완성된 내밀한 고백록인 이 시선집은 “어둠으로 빚은 빛”(발문)으로 가득하다. 표제작 ‘너에게 쓴다’는 1998년 출간된 절판 시집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에 수록된 작품으로, 2020년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 광화문글판에 일부가 게시되며 재조명받았다. 2연 10행으로 구성된 이 시는 ‘너’를 향한 변함없는 마음을 간결하게 표현한다. 천양희 시인은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이후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사람 그리운 도시’, ‘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 등 다수의 시집을 발표하며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만해문학상, 청마문학상, 만해문예대상 등을 수상했다. 탁월한 시로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9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내달 26일 개막

국내외 유명 오페라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영원’이라는 주제로 44일간 무대에 오른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27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 카메라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 26일부터 11일 8일까지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축제는 4개 메인 오페라와 콘서트 시리즈 2개, 특별행사 2개 등 총 10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대표 축제로서 오페라 발전의 지속성을 추구하며, 오페라의 영원한 예술적 가치와 삶의 희로애락으로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에서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에서 사랑받아 온 네 편의 오페라를 메인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베르디, 비제, 모차르트, 글룩으로 이어지는 오페라 거장들의 대표작으로 구성된 축제 라인업은 작품 자체가 지닌 예술성과 대중성이 결합된 무대로 ‘영원히 사랑받는 오페라(예술)’라는 축제의 메시지를 생생하게 구현한다. 개막작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한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로 막을 올린다. 격정적 선율과 운명적 서사가 어우러진 베르디의 명작이다. 사랑과 복수, 가족의 비밀이 얽힌 비극은 무대 위에서 강렬하게 폭발하며 세대를 넘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초청하고 영남오페라단이 선보이는 ‘카르멘’도 무대에 오른다. 인간의 자유에 대한 열망과 치명적 대가를 그린 비제의 대표작으로 ‘하바네라’, ‘투우사의 노래’ 등 매혹적인 명곡들로 세계적 사랑을 받는 이 작품은 이번 공연에서도 객석을 전율시킬 예정이다. 전 세계 신진 성악가들과 함께하는 모차르트의 걸작 ‘피가로의 결혼’도 관심을 모은다. 경쾌한 음악과 재치 있는 희극적 전개, 그리고 계급 풍자를 담아낸 작품으로 익숙하고 친근한 작품이다. 폐막공연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해 지난 7월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 축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로 장식한다. 이 밖에도 올해 첫선을 보이는 창·제작 콘체르탄테인 진영민의 ‘미인’이 무대에 오른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모티브로 한 조선시대 여성의 미를 담은 작품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일본 후지와라가극단, 중국 국가대극원이 참여하는 한중일 갈라 콘서트 ‘동방의 심장, 하나의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7

경북콘진원, ‘강치 아일랜드’ 1기 팬클럽 모집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은 11월 초 KBS2 TV 방영 예정인 TV애니메이션 ‘강치 아일랜드’ 1기 팬클럽 멤버를 9월 12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마법학교에 등교하는 5마리의 강치(강치, 음치, 아치, 이치, 망치)의 사랑스러운 미소와 흥미로운 분위기를 담은 팬클럽 모집 포스터는 지난 21일 ‘강치 아일랜드’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팬클럽 모집 인원은 총 100명으로, 가입 회원에게는 ‘강치 아일랜드’ 관련 소식 및 정보 제공, 강치 캐릭터 굿즈 증정, 팬 파티 초청, 어린이 성우 교육 및 녹음 참여 기회 혜택 등의 혜택이 주어지며, 향후 진행될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에서도 특별한 기회가 제공될 예정이다. 앞으로 있을 다양한 행사 및 이벤트에서 여러가지 혜택을 줄 예정이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독도의 생태계 보호 메시지를 담은 ‘강치 아일랜드’가 팬클럽 활동을 통해 사전 관심을 끌면 작품의 의미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독도를 상징하는 대표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팬클럽 가입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또는 포스터 내 QR 코드를 통해 가능하며, 모집이 조기 마감될 경우 2차 모집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7

대구전업미술가협회 ‘아트페어:SUMMER FESTIVAL’전

대구 지역 전업 작가들의 개성 있는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사)대구전업미술가협회가 지난 26일부터 31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에서 ‘아트페어:SUMMER FESTIVAL’을 개최한다. 1998년 창립된 대구전업미술가협회는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전업 미술작가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매년 6~7회의 정기 전시와 체험 행사를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내는 한편, 지역 작가 간 교류 및 국내외 전시를 통해 네트워크 기반을 다지며 창의성과 개성을 강조한 미술 운동을 선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나답게 살아간다’는 주제로, 작가들이 자신의 삶과 철학을 작품에 녹여낸 진솔한 응답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다. 장정희 회장을 비롯한 강인순, 김의창, 도귀록, 박길숙, 박성희, 신영숙, 이영희, 오순덕, 임철종 등 7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서양화·한국화·공예·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70여 점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일상의 순간을 치열하게 관찰하고, 이를 예술로 승화시켜 내면의 이야기와 존재 의미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관람객은 단순한 시각적 감상을 넘어, 작가들의 삶에 대한 애정, 자기 성찰, 세상에 전하는 조용한 위로까지 담아낸 작품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예술과 교감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아트페어는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도 주목받는다. 전시장 내 마련된 ‘20만 원~30만 원 소품전’ 특별 부대행사에서는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며, 판매 수익금 일부는 한부모가정 지원시설 ‘도나의 집’에 후원된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예술을 통한 나눔 실천과 참여자의 선한 영향력 확산에 기여하는 기회”라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6

철강 혁신기술·미디어 아트 융합… 새로운 예술을 만나다

‘제어를 예술로, 기술을 감각으로. 조율하고 창조하다’ 지난 22일부터 오는 9월 17일까지 포항 스페이스298에서 열리는 ‘2025 기술의 미학-CONT.ROLLING_컨트롤링’ 전은 산업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한 협업 프로젝트다.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이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포항의 철강 산업기술과 장인 정신이 쌓아온 역사를 재해석하며, ‘제어’라는 키워드로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기술의 미학’ 시리즈는 포항의 산업기술, 장인 정신, 삶의 기술이 진화해 온 과정을 탐구하고, 미래 기술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기획이다. 지난해부터 포항문화재단의 대안공간인 스페이스298의 기획전시로 진행됐으며, 올해 전시 역시 산업 현장의 혁신 기술과 미디어아트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대한민국 명장 권영국과 데이터 기반 미디어 아티스트 김희은이 머리를 맞대고 공정(工程)의 정밀함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는 독창적인 공간을 구축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피드백 시스템’과 ‘제어 기술’이다. 권영국 명장과 김희은 작가는 각각 철강 산업의 정밀한 제어 과정과 이를 감각화하는 창작 방식을 결합해 관람객이 기술과 예술 사이를 직접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권영국 명장은 포스코의 연연속 열간압연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안정화시킨 주인공이다. 44년간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엔들리스 롤링’ 작품을 통해 철판의 두께와 형태를 조절하는 제어 기술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그의 작품은 마치 공정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리듬을 전달하며, 관람객에게 산업기술의 정교함을 체험케 한다. 김희은 작가는 데이터와 사운드를 매개로 열간압연 기술 공정의 복잡한 메커니즘과 미학적 순간을 예술적 체험으로 재구성한다. 전시장에는 ‘손끝의 알고리즘’이라는 주제로 한 인터랙티브 작품 ‘조율 인터페이스’, ‘쌓인 알고리즈’, ‘데이터 탐색기’, ‘흐르는 알고리즘’ 등 네 개가 선보인다. 각 섹션은 서로 다른 감각적 인터페이스를 통해 공정의 단계를 시각적·청각적으로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람객이 아이패드로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QR 코드를 스캔하면 증강현실(AR) 화면이 활성화된다. 화면 속 3D 모델은 권 명장의 작업실을 재현한 가상 공간으로, 관람객은 손가락 제스처로 압연기의 회전 속도나 온도 조절 장치를 가상으로 조작하며 공정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기술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제어’라는 주제를 통해 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과 그 역학을 질문한다. 권영국 명장은 “제어는 단순히 기계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변수 속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김희은 작가는 “데이터는 차가운 숫자가 아니라, 인간의 손길과 결합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올해 ‘기술의 미학’ 시리즈를 통해 포항의 철강 산업 도시로서의 자부심을 예술적 체험으로 승화시켜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며 그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9월 5일 오후 4시에는 ‘오픈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기술의 비가시적인 과정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하는 이번 작업의 의미를 나누고, 산업기술과 예술의 융합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6

초보 농사꾼의 ‘고군분투-좌충우돌’ 영농기 책으로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한가로운 시골 생활. ‘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라는 흔한 오해를 정직하게 깨부수는 산문집이 출간되어 화제다. 농부의 딸로 태어나 고향 산골로 돌아온 김영화 작가의 ‘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가 그 주인공이다. 이 책은 겉으로만 보이는 낭만이 아닌, ‘살아내는 시골’의 리얼한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실제 농촌의 삶은 도시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의식주는 물론, 씨앗값, 농약비, 농기계 유지비, 연료비, 인건비까지, 농사는 오히려 많은 자본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고된 직업이다. 저자는 이러한 농사의 본질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독자에게 전한다. 충북 영동의 깊은 산골에서 감, 호두, 쌀 등 온갖 잡곡 농사를 짓는 ‘억척스러운 아가씨 농부’의 우당탕탕 영농 기록은 때로는 폭소를, 때로는 짠한 공감을 자아낸다. 책 속에는 감나무 가지치기 중 콧구멍을 찔려 응급실에 가고, 농약 살포기 고장으로 직접 해충약을 뒤집어쓰고, 밤중에 감을 수확하다 도둑으로 오해받는 황당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또한 애써 지은 농작물을 멧돼지가 망가뜨리고, 닭장에 침입한 매 때문에 119를 부르는 좌충우돌 시골살이는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농협과 면사무소, 농업기술센터를 드나들며 기술을 익히고, 예초기가 무서워 헬멧을 쓰고 작업하는 저자를 ‘흰색 하이바’라고 사랑으로 부르는 마을 어르신들과의 정은 시골 삶의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히 귀농 체험기를 넘어, 도시와 농촌, 부모와 자식, 자연과 사람 사이에서 길을 묻고 답을 찾아가는 한 여성 농부의 인생기이자, 계절 따라 마음이 여물어가는 과정을 담은 산문집이다. 김 작가는 책을 통해 “시골에서도 돈은 듭니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단단한 마음과 계절의 손길, 그리고 살아 있음의 본질이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전하며, 땅에서 먹거리를 만들고 정직한 노동으로 삶을 채우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현실적인 길잡이를,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는 삶의 본질을 되새기는 조용한 메시지를 건넨다. 김영화 작가는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서 감, 호두, 벼농사를 짓는 ‘아가씨 농사꾼’으로, 땅의 언어를 글로 옮기는 일을 기쁘게 여기는 수필가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8-26

탈종교화 시대 불교계의 앞날을 논의하다···한국국학진흥원, 선원(禪院) 현황과 과제 학술세미나 개최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28일 안동시 한국국학진흥원에서 ‘경북 북부지역 주요 선원(禪院)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연다. 종교 인구 감소, 젊은 세대의 이탈, 지방 중소 사찰의 쇠퇴 등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 불교가 선원을 통해 사회적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통 선원은 수행 중심의 폐쇄적 공간으로 인식돼 왔으나 탈종교화 흐름 속에서 사회적 치유와 대중적 접근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맞이했다. 세미나에서는 고운사 고금당선원, 부석사 봉황선원, 봉암사 태고선원 등 8개 주요 선원의 역사적·현대적 가치를 조명하고 “선 명상의 대중화”를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윤필암 사불선원, 불영사 천축선원 등 비구니 선원은 여성 수행자의 자립적 공간으로서 사회적 약자 지원과 신행 지도 등 현대적 역할 확대를 모색 중이다. 이는 불교가 단순한 종교적 틀을 넘어 생활 속 실천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순석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전통 선원의 유산을 재해석해 탈종교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이번 세미나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6

포항예술고 류병진, 성정 음악콩쿠르 ‘금상’

올해로 34회를 맞은 성정음악콩쿠르에서 포항예술고등학교(교장 홍태기) 3학년 류병진 학생이 금상을 수상하며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해 세계 무대에서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대회에서 류 군의 성과는 개인의 열정과 노력뿐 아니라 경북 지역 예술 교육의 역량을 입증하는 결과로 평가된다. 류병진 학생은 고교 3년간 동상(1학년), 은상(2학년)에 이어 올해 금상을 획득하며 성과를 이뤘다. 그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철저히 준비한 결과”라며 기쁨을 전했고, “입시 곡으로 새 도전을 하며 부담과 불안이 컸지만, 저명한 심사위원들의 공정함을 경험한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류 군은 이미 제74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 고등부 1위, 제29회 음악춘추 콩쿠르 고등부 1위, 제17회 신한음악상 장려상 등을 수상한 실력파다. 이번 성정음악콩쿠르 금상으로 다시 한번 뛰어난 기량을 입증했다. 예선에서 토스티의 ‘비밀'을 연주한 류 군은 성량보다 발음, 악센트, 프레이징, 레가토 등 기술적 요소에 집중해 호평받았다. 본선에서는 스트라우스의 ‘헌신’과 벨리니의 ‘아, 영원히’를 선보였는데, 특히 '헌신'의 서정적 선율과 감정선을 차분히 쌓아 전달했으며, 이탈리아어 가사의 악센트를 직접 표시하며 말하듯 연습한 것이 아리아 해석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류 군은 “국내외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는 가수가 되기 위해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계획 중”이라며 “다양한 국제 콩쿠르에도 도전해 경험을 넓히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예술가로서 항상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성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홍태기 포항예술고 교장은 “류병진 학생의 수상은 개인의 노력과 함께 학교 예술 교육의 성과를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결과”라며 “앞으로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예술가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6

포항시립미술관 제100회 미술관 음악회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오는 28일 오전 11시 미술관 로비에서 제100회 미술관 음악회 MUSEUM & MUSIC ‘100번의 기다림’을 개최한다. 이번 음악회는 2014년 3월 첫 무대 이후 12년간 이어온 성과를 기념하고 시민과 함께한 여정을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자리다. 미술관 음악회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과 연계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금까지 380여 명의 연주자와 40여 개 단체가 참여해 성악·기악은 물론 생황, 반도네온, 엘렉톤 등 이색 악기 무대도 선보였다. 재즈밴드, 판소리 명창, 어린이 연주자까지 참여하며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으로 발전해 왔으며, 2022년 이후 매년 1800여 명 이상이 관람하며 누적 관람객 1만7000여 명을 돌파해 포항시립미술관의 대표 문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100회 음악회의 주제 ‘100번의 기다림’은 기타리스트 안형수가 특별히 작곡한 기념곡에서 따온 제목으로, 지난 12년의 역사와 미래 도약을 상징한다. 공연은 기념곡 초연을 비롯해 바로크, 낭만주의, 한국 전통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로 구성되며, 포항시립합창단 사무장 임희도의 해설로 진행된다. 출연진으로는 첼리스트 김호정(경북대 교수), 플루티스트 이소영(미국 오벌린 음대 객원교수), 스페인 왕립음악원 출신 기타리스트 안형수가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이소영과 안형수의 협연으로 기념곡 ‘100번의 기다림’을 시작으로 첼리스트 김호정의 바흐 ‘첼로 모음곡 3번 다장조’, 이소영의 플루트 독주 ‘한오백년’, 김호정의 카사도 ‘무반주 첼로 모음곡 3악장’, 이소영과 안형수의 줄리아니 ‘플루트와 기타를 위한 대협주적 2중주 Op.85’ 순으로 펼쳐진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정기 음악회를 통해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으며, 이는 ‘문화가 있는 날’ 모범 운영 사례로 꼽힌다. 특히 2014년부터 지속된 프로그램으로 ‘시민을 위한 미술관’ 이미지를 확립했으며, 전국 공공미술관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김갑수 관장은 “100회라는 숫자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예술이 시민과 함께한 시간의 증거”라며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더 많은 감동의 무대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6

“옻칠은 단순한 공예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오랜 교감”

포항시 북구 청하면의 한적한 마을에서 옻칠공예가 조병대(51) 작가가 나무의 숨결을 되살리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포항공대 생명공학과 석사 과정 수료자, 영어 강사, 목공예가로 활동했던 그는 이제 옻칠의 깊은 매력에 빠져 전통과 현대를 잇는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문을 연 ‘나무야 공방’에서 만난 조 작가는 “옻칠은 단순한 공예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오랜 교감”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목공예에서 옻칠로, 운명 같은 전환 조 작가의 옻칠 예술 여정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2002년 포항공대 석사 과정을 하던 중 영어 강사로 일했던 그는 취미로 목공예를 시작했다. 침대, 책상, 의자 등을 직접 제작 판매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목재의 한계-특히 습기에 약하다는 점-를 깨닫고 ‘환경호르몬 걱정 없는 친환경 소재이자 신라 시대 유물에서도 그 우수성이 입증된’ 옻칠 가구 제작에 눈을 돌렸다. 2018년 경주에서 활동하고 있던 옻칠공예가 김진우 작가를 찾아가 본격적으로 기술을 배운 그는, 고(故) 김광복 명장의 계보를 잇는 실력자로 성장했다. 현재 국내 옻칠공예 작가는 2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지만, 그는 “숙련도와 인내가 답”이라고 말한다.  △14번의 손길 끝에 탄생하는 옻칠 예술품 조 작가의 옻칠 작품은 백골(옻칠 전 목기) 제작부터 상칠까지 총 7단계를 거친다. 백골 손질은 작품의 기초가 되는 단계로, 나무의 자연스러운 결을 살리며 형태를 조각한다. 목재 종류와 특성에 따라 칼·대패 등으로 표면을 다듬고, 곡선이나 각진 모서리를 정교하게 만든다. 식기·가구 등 용도에 맞게 실용성과 미적 요소를 결합한다. 이어 초칠로 생옻을 발라 보호막을 형성하고, 황토와 생옻을 섞은 눈매 메우기와 사포질로 표면을 정리한다. 특히 양면 처리가 필요한 그릇이나 컵은 앞뒤 각각 7회씩 총 14회의 공정을 거치는데 이 모든 과정은 오로지 수작업으로만 완성할 수 있다. 그는 “칠장의 온도와 습도 관리가 핵심”이라며 “정제칠에 송정유를 섞어 농도를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통의 틀을 깨는 현대적 감각 조 작가의 작품은 ‘옛것의 재현’이 아닌 ‘새로운 해석’에 가깝다. 그는 “짙은 검정색 일색의 전통 칠보다 옅은 톤의 은은한 색감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나무 본연의 무늬가 살아나면서도 강도를 유지하는 것이 그의 디자인 철학이다. 또한 직접 백골을 제작하기에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작품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커피잔 세트, 식기, 벽걸이 장식품 등 실용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아이템을 개발 중이다.   △옻칠의 대중화, 그리고 다음 세대 양성 ‘나무야 공방’ 옆 카페에는 그의 대표작 100여 점이 전시돼 있으며,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공방에서는 4명의 수강생이 매주 모여 옻칠 기술을 배우며 꿈을 키우고 있다. 조 작가는 “교육생들이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궁극적으로 옻칠 가구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그는 “옻칠 제품은 친환경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현대인의 생활 속에 스며드는 실용적인 예술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끝없는 도전, 옻칠의 미래를 그리다 조병대 작가는 “옻칠은 과학이자 철학”이라 말한다. 나무의 성질을 이해하고, 옻의 변화를 예측하며, 수많은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삶의 축소판이라는 것이다. “아직 생옻 정제 기술을 배우는 중이지만, 올해 안으로 모든 공정을 홀로 완성하는 작가가 될 것”이라며 웃는 그의 눈빛에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5

'제25회 포항바다국제연극제' 26일 포항 효자아트홀서 개막

포항의 대표 공연예술 축제인 ‘제25회 포항바다국제연극제’가 26일 포항 효자아트홀에서 막을 올린다. 사단법인 포항바다국제연극제집행위원회(위원장 백진기)가 주최·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오는 30일까지 5일간 포항 효자아트홀에서 베트남과 싱가포르, 한국 등 3개국 5개 극단이 참여한 가운데 다양한 장르의 연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2001년 ‘순수연극축제’로 출발한 포항바다국제연극제는 매년 새로운 테마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지난 25년간 한국 연극계의 대표적인 국제 교류의 장으로 성장해왔다. 올해는 무대의 화려함 보다 연극 본연의 가치를 관객과 나누면서 진정한 연극의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첫날인 26일에는 울산의 극단 울산씨어터예술단이 기후위기와 인류 생존을 법정극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 ‘양팔저울’을 오후 2시, 4시 두 차례 공연한다. 인간 본성과 욕망이 맞부딪히는 극한 상황을 통해 관객들에게 “과연 나는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며 깊이 있는 성찰을 이끌어낸다. 이어 27일과 28일에는 싱가포르의 골든 마이크로폰 플레이하우스가 ‘몬스터의 숲속의 모험’을, 서울의 21세기 스테이지가 ‘강제 결혼’을 각각 오후 2시와 4시 두차례씩 공연한다. '몬스터의 숲속의 모험’은 라마야나 신화를 바탕으로 한 아동·청소년 오페라극으로 가족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모험의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강제 결혼’은 프랑스 고전극의 대가 몰리에르의 희극을 원작으로 시대를 초월한 주제와 한국적 감성, 현대적 미학을 결합한 코미디 작품이다. 2020년 초연 이후 100여 회의 공연과 전국연극제에서 작품상과 연기상을 수상하며 그 우수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29일에는 서울의 극단 청천장단이 ‘청천장단-재일교포운동회'를, 베트남의 레응옥 씨어터가 ‘쥐의 딸을 시집보낸다’를 각각 오후 2시와 4시에 선보인다. ‘쥐의 딸 시집보낸다’는 해학과 풍자가 어우러진 우화극으로 과연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가라는 풍자적 질문을 던진다. ‘청천장단-재일교포운동회’는 재일 조선인 가족의 운동회를 배경으로 정체성과 가족애를 풀어낸 작품으로 관객들은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레응옥 씨어터의 ‘쥐의 딸을 시집보낸다’가 오후 2시에, 극단 청천장단의 ‘청천장단-재일교포운동회’가 오후 4시에 공연되며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폐막식에서는 싱가포르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 추아 수퐁 박사에게 ‘국제연극예술교류대상’을 수여한다. 추아 박사는 오랫동안 아시아 각국의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연극 교류에 헌신해온 인물로 포항바다국제연극제가 국제 연극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해외 참가단체들에게는 ‘국제연극교류상’이 수여될 예정이며, 예술을 통한 우정과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백진기 집행위원장은 “포항바다국제연극제는 지난 25년 동안 수많은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연극이 가진 힘을 확인해온 무대였다”며 “이번 25주년은 바다와 연극이 만나는 국제예술축제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한편 새로운 세대를 연결하고 세계와 대화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4

민관 협력 국가유산 마을기업 모델 등 육성

국가유산청은 21일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국가유산 차원의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지역 국가유산의 보존·관리 대책을 담은 ‘지방소멸 위기 국가유산 대응전략’을 발표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대응전략을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유산 활용 관광·체험 프로그램과 도시 재생 사업 등으로 생활인구 유입을 늘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주민 상생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방소멸 위기 국가유산 대응전략’은 ‘국가유산으로 살아나는 지역’을 비전으로 3대 추진전략, 7대 핵심과제, 52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3대 추진전략과 주요 내용은 ‘국가유산을 토대로 지역 발전의 새로운 가치 창출’ 전략을 통해 지역 생활인구 유입을 이끌 체류형 콘텐츠를 확산시키고, 무형유산 기반의 지역특산품과 관광·산업 연계모델을 개발·확산시켜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또 ‘지방소멸 시대, 지역과 주민이 함께 지켜가는 국가유산’전략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국가유산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민관 협력형 ‘국가유산 마을기업’ 모델을 육성하는 한편 국가유산 활용사업을 다양화하고, 균형 있는 지역 발전을 도모할 계획이다. 국가유산청은 ‘촘촘한 국가유산 보존·관리 체계 구축’ 전략을 통해 국가유산관리 중앙 지휘본부를 구축, 지역 국가유산의 통합 관리를 위한 법적·제도적 체계를 마련하고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보존·관리 체계를 확립해 혁신을 이루기로 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1

‘2025 APEC 성공 기원’ 국내외 인디 뮤지션 경주 달군다

경주의 밤하늘을 화려한 선율로 수놓을 APEC 정상회의 성공 기원 인디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다.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은 10월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경주 일대에서 국내외 인디 뮤지션이 총출동하는 ‘경주 국제 퓨어뮤직 페스티벌’과 ‘2025 지역 인디밴드 버스킹 공연-MUSIC SPOT’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경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진흥원이 주관하는 문화 프로젝트로, 경북음악창작소가 기획했다. 경주 나정 고운모래해수욕장에서 열리는 ‘퓨어뮤직페스티벌’과 황리단길 인근 경북웹툰캠퍼스 앞 광장에서 펼쳐지는 ‘MUSIC SPOT’은 지역 예술인과 글로벌 아티스트가 협업하는 특별한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APEC 회원국 출신 해외 뮤지션들도 참여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부대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퓨어뮤직페스티벌’에서는 △지역 콘텐츠 기업 홍보 부스 △푸드트럭 △라이브 오픈 스튜디오 등이 운영되며, ‘MUSIC SPOT’에서는 △지역 웹툰 작가 작품 전시 △뮤지션 팬 미팅 부스 △쓰레기 수거 참여 시 무료 관람이 가능한 ‘그린 팁박스’ 등 시민 체험형 이벤트가 마련된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최근 인디 음악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지만, 지역 뮤지션들의 인지도가 아직 낮은 실정”이라며 “이번 페스티벌이 경북 예술인들의 역량을 알리고 국내외 관객과 소통하는 교두보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1

광복 향한 ‘경북 독립운동’의 여정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경북문화관광콘텐츠 활용 전시 ‘광복, 어둠을 걷어낸 빛’을 오는 11월 2일까지 유교문화박물관 4층 기획전시실Ⅱ에서 개최한다. 경북문화관광콘텐츠 활용 전시는 경북 지역이 보유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로,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경북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선정했다.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칼을 든 선비, 죽음으로 지킨 의리’, 2부 ’조국을 위해 걷다, 독립의 발자취’, 3부 ‘민족의 외침, 대한민국을 세우다’, 4부 ’다시 찾은 빛, 그날의 감격’으로 나뉜다. 1부 ‘칼을 든 선비, 죽음으로 지킨 의리’에서는 19세기 말 일본의 침략에 맞서 경북 지역에서 최초로 일어난 의병 활동이 조명된다. 영남 지방의 선비들은 학문의 장을 떠나 무기로 저항했으며, 안동의 이만도·권세연·김도화, 영천의 산남의진, 영덕의 신돌석 부대, 영양의 김도현, 문경의 이강년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경북에서는 일제에 항거해 자결로 의지를 보인 자정순국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됐는데, 이건석·김순흠·이만도·류도발·이현구 등이 그들이다. 이 섹션에서는 의병 항쟁과 자정순국 관련 유물, 관련 인물들의 영상 자료를 함께 전시한다. 2부 ’조국을 위해 걷다, 독립의 발자취’에서는 민족의 독립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소개된다. 학교 설립과 신교육 실시로 독립운동가를 양성하고, 국채보상운동으로 경제적 독립을 추구했다. 파리강화회의에 독립청원서를 전달해 국제적 지원을 호소했으며, 만주 등 해외에서 독립운동 기반을 구축한 이들도 있었다. 관련 유물과 의지 담긴 글귀, 만주 망명 관련 영상이 공개된다. 3부 ‘민족의 외침, 대한민국을 세우다’에서는 1919년 3·1 운동 당시 경북 지역에서 90회 이상 이어진 만세 운동의 기록이 펼쳐진다. 이는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계기가 됐으며, 많은 경북 출신 인사들이 임시정부 활동에 참여했다. 3·1 만세운동과 임시정부 활동 관련 유물, 영상, 활동 내역을 도표로 정리해 선보인다. 4부 ’다시 찾은 빛, 그날의 감격’에서는 광복을 맞이한 순간의 환희를 담은 자료가 전시된다. 특히 독립운동가 김남수·조병국이 제작한 태극기 3점이 눈길을 끈다. 이 태극기들은 1949년 국기제작법 고시 이전에 제작돼 현재의 태극기와 크기, 괘의 위치, 비율 등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김형수 유교문화박물관장은“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돌아보며 뜨거운 감동과 숙연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들은 우리가 꿈꾸었던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그것을 위해 그대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번 전시가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되새기고, 이들이 던진 질문에 답을 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복, 어둠을 걷어낸 빛’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누리집(www.koreastudy.or.kr/cfseum) 또는 대표전화(080-751-0800)로 문의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9

부귀·장수·화목… 민화의 재해석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지역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프로젝트 ‘포커스:P’의 두 번째 전시로, 민화 작가 신동옥의 개인전 ‘삶의 여유, 민화에 담다’를 오는 29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포커스:P’는 지역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지역 미술계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포항문화재단의 기획전시 시리즈다. 지난달 사진작가 이성국의 ‘곡강천의 숨’에 이어 이번에는 전통 민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신동옥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된다. 신동옥 작가는 30여 년간 전통 민화를 연구하며, 부귀·장수·화목 등 민화가 지닌 상징적 의미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해왔다. 한국민화진흥협회 경북지부장과 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전통 미술의 대중화에 힘써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백 년간 전해져 온 전통 민화의 색감과 상징을 정교한 필치로 재현한 작품들과 작가의 따뜻한 감성이 녹아든 호작도, 백학도, 석모란도 등 10여 점의 민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신동옥 작가는 “민화는 내게 삶을 위로하는 친구이자 마음을 표현하는 언어”라며 “정겹고 따뜻한 그림 속에서 관람객들이 자신의 삶과 정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9

공직 30년 넘어 시인으로···신경섭 첫 시집 ‘생각의 풍경’ 출간

대구시와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등에서 고위직 관료로 오랜 공직생활을 지낸 신경섭(61) 시인이 첫 시집 ‘생각의 풍경’(문학공간)을 출간했다. 신 시인은 고령에서 태어나 연세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시라큐스 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영남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내무부, 대구시 수성구 부구청장, 대구시 녹색환경국장, 일자리경제본부장, 대구시의회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 ‘대구문학’으로 등단해, 시인시대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이상화기념사업회 이사로도 활약 중이다. 평소 시적 감수성과 열정을 숨기지 못했던 그는 틈틈이 시 창작 활동을 이어왔으며, 이번 시집에는 대표시 ‘그림자’를 비롯해 총 90여 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해설을 맡은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는 “신경섭 시인의 시선은 중심부가 아닌 변두리, 모서리, 가장자리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지닌다. 공직 생활로 중심부에 머물렀던 그의 문학적 시선은 오히려 주변부의 순수함을 포착한다”며 “‘생각의 풍경’이라는 제목처럼 사물 자체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되, 시인으로서의 강한 주체 의식을 견지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사회적 고통의 원인인 고정관념과 집착을 시로써 해소하려는 의지가 작품 곳곳에 스며 있으며, 시를 통해 추구하는 평온과 자유는 이미 우리 내면에 존재함을 일깨워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의 시에는 화려한 공직 경력과 달리 낮은 곳과 소외된 것에 대한 애정이 두드러진다. 신 시인은 “긴 공직 생활을 마친 지금에서야 비로소 삶의 희로애락을 시로 풀어낼 수 있었다. 시는 시간을 초월해 영원히 남을 것이며, 시 속에서라면 역류하는 강물처럼 과거와 마주할 수 있음을 믿는다”고 전했다. “마음 깊이 흐르는 강/ 풀어 놓으면 어디로 갈까?/한 때 슬픔이 파고 든 곳./멈춤이 곧 기쁨이었던 곳./세월의 숲에서 무수히 뿌려진 마음 파편들./불멸의 강가에 서서/꽃잎 하나 시에 실어 흘려보낸다./그곳에 도달할 수 있다면,/역류의 물줄기 일어 다시 마주칠 수 있다면.” -신경섭 ‘그림자’ 전문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9

“그림 배우며 진정한 쉼의 지혜 찾았죠”

“세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하루하루 긴장하며 쫓기듯이 지내왔지만, 12년 전 향사 손성범 선생님 문하생이 되어 그림을 배우며 삶에서 진정한 쉼의 지혜를 찾았습니다. 다섯 번째로 도전한 포항·포스코 불빛미술대전에서 대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게 되었네요” 최근 ‘제20회 포항·포스코 불빛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대상을 차지한 가연 이헌영(49·포항시 남구 지곡동) 화가의 수상 소회다. 전업주부에서 문인 화가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그는 이번 미술대전에서 중국 송나라의 소강절(邵康節)이 지은 시 ‘송백입동청(松柏立冬靑·소나무와 잣나무는 겨울이 되어야 그 푸른 빛을 안다)’을 주제로 삼아 소나무의 여백 활용과 필력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심사위원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화가가 서예 붓을 처음 잡은 것은 2006년, 의사인 남편의 직장 이동으로 강원도 강릉에서 거주하던 시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보였던 서예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서예학원에 등록한 그는 포항으로 이사한 뒤 본격적으로 서예 공부를 재개했다. 상주의 문인화가 박철우 선생의 소개로 2013년부터 향사 손성범 선생에게 사사받으며 문인화의 세계에 입문했다. 이헌영 화가는 “아이 셋을 키우는 분주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평소 미술관을 찾는 것을 즐겼다. 문인화를 마주할 때마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면서 “문인화는 생각을 정리하고 정신을 집중시키는 작업으로서, 마치 숲속에 머무는 듯 마음을 맑게 해준다. 서실에서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도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인화에 대한 열정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도록 만들었다고 말한다. “선과 면, 여백을 조화롭게 구성하고 그림에 어울리는 한시를 찾아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문인화의 묘미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공모전에 도전하며 더욱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에 임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이헌영 화가의 좌우명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그는 “모든 일의 기본은 가정의 화목한 분위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엄마로서의 역할이 가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왔다”고 밝혔다. 매일 5~6시간을 문인화 작업에 몰입하는 그는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50~100회의 습작을 거듭할 만큼 집중력을 발휘한다. 그동안 2022·2023 포항·포스코 불빛서예대전 특선, 2024 포항·포스코 불빛서예대전 우수상, 2024 경상북도 서예대전 특선, 2024 영일만서예대전 우수상, 2021 청송 야송미술대전 특선, 2023 국제유교문화서예대전 입선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작년 12월부터 매주 두 차례 발레를 배우고 있다는 뜻밖의 일상을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발레의 매력은 문인화와 비슷하게 기본에 충실해야 잘하는 운동이어서 매력적인 것 같다. 한 시간 동안 음악과 신체 리듬에 집중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모든 잡념과 스트레스가 사라지며 정신이 맑아진다. 문인화와 발레는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이 둘을 융합해 새로운 정신세계를 창조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처럼 매일 새로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헌영 작가는 “문인화를 통해 주부로서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예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배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8

전시리뷰 ‘인도, 6인의 시선’ 전···29일까지 갤러리 포항

‘포항사진교육연구회’ 소속 교사 출신 사진가들의 출사 황금빛 사막서 웅장한 궁전 사랑의 상징적 건축물까지 다채롭고 입체적 얼굴 담아 포항사진교육연구회 소속 교사 출신 사진가 6명의 ‘인도, 6인의 시선’ 전시회가 지난 16일부터 오는 29일까지 갤러리 포항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작품은 북인도의 라자스탄주와 우타르프라데시주 바라나시, 델리를 아우르는 18일간의 인도 여정을 담고 있다. 작품들은 황금빛 사막과 웅장한 궁전,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시와 사랑의 상징적 건축물까지, 이들의 렌즈는 인도의 다채로운 얼굴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참여 작가들은 중동 지역에서 유입된 아리아 계열 이주민이 거주하는 라자스탄 주에서는 자이푸르, 조드푸르, 우다이푸르를 비롯해 낙타 사파리가 유명한 자이살메르까지 탐방했다. 힌두교인들은 바라나시로 성지순례 와서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고 지은 죄를 모두 씻는 것이 평생의 과업이다. 종교인이 아니어도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고 되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도시 바라나시의 사막, 궁전, 시장, 골목길을 거닐며 빛과 색, 인간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교사로서의 관찰력과 예술적 감각이 결합된 작품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인도의 생동감과 여행의 자유로움을 전달한다. 권혁대 작가는 ‘삶과 죽음, 종교적 성찰’을 주제로 한 황금빛 사원 사이로 스며드는 새벽빛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출품했다. 바라나시에서 기도하는 시민들의 손과 눈물의 흔적이 교차하는 순간, 그는 “인도는 모든 것이 순환하는 땅이라 말해주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박종환 작가는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에 위치한 무굴 제국의 대표적 건축물 타지마할을 뜨거운 태양 아래 맨발로 걸으며 기록한 감각의 파편들을 펼쳐낸다. 모래알 하나마다 새겨진 역사를 읽어내듯,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온기와 사람들의 시선이 컬러 사진 속에 시처럼 흘러간다. 광활한 타르 사막 위로 펼쳐진 낙타 행렬을 포착한 지광식 작가는 “생명은 메마른 땅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길을 만든다”고 전한다. 붉은 노을 아래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생명력을 상징하듯 자연과 생명의 관계를 탐구한다. 박성두 작가는 인도인들의 순수한 미소와 화려한 색감이 어우러진 장면을 포착했다. 라자스탄의 고대 우물 앞에서 화려한 사리를 입고 웨딩 사진을 찍는 여인들의 모습은 시간을 초월한 전통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임대식 작가는 건축물과 자연경관에서 발견한 빛의 변화와 그림자의 움직임을 포착하는데 집중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도 포착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삶의 리듬이었다”는 그의 작품에서는 ‘경이로운 인도’의 역동성이 느껴진다. 염소몰이꾼의 분주한 걸음과 젖 짜는 농부의 손길이 황정희 작가의 렌즈에 담겼다. “인도의 아침은 짜이 잔에 비친 불꽃처럼 작지만 뜨겁다”는 그의 말처럼, 소박한 일상이 주는 따스함이 전해진다. 황 작가는 “카메라를 든 채 걸었던 매 순간이 여행이자 만남이었다”며 “관람객들도 작품을 통해 작은 여행을 떠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7

원조 아이돌, 클래식계의 슈퍼스타 프란츠 리스트

케이팝 아이돌의 팬덤은 대단하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특정 그룹이나 가수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전 세계를 따라다닌다. 팬클럽, 응원봉, 팬미팅 등 조직적이고 공식적인 팬 활동이 존재하며, SNS를 통한 다양한 소통 덕분에 팬덤의 규모와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케이팝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지만,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슈퍼스타 아이돌과 팬덤 문화의 시초는 사실 19세기 클래식 음악계에서 시작되었다. SNS도 없던 시절, 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1811~1886)는 19세기 유럽에서 ‘원조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는 클래식계의 뜨거운 셀럽이었다. 그는 화려한 연주와 잘생긴 외모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리스트가 공연하면 팬들은 그의 장갑,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 끊어진 피아노 줄까지 가져가려 했으며, 심지어 그가 마시다 남긴 차를 향수병에 담아 가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오늘날의 ‘사생팬’ 문화에 비견될 정도이다. 당시 그의 광적인 팬들을 의미하는 ‘리스토마니아(Lisztomania)’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공연장에는 귀부인들이 몰려들어 언제나 만석이었고, 무대 위에서 연주를 시작하면 기절하는 팬들도 많았다. 연주가 끝난 뒤에는 무대 위로 보석 반지가 쏟아지곤 했다. 리스트의 팬덤 열기는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관객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연출을 선보였다. 손수건을 던져주는 팬서비스, 연주할 때 머리칼을 휘날리는 퍼포먼스 등은 관객의 환호를 끌어냈다. 리스트와 같이 생활했던 마리다구 백작부인의 기록 “하얗디 하얀 얼굴에 맵시 있는 큰 키, 그리고 마른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큰 눈은 바다 색깔이었고 머리카락은 햇살에 너울대는 물결같이 빛났다”처럼 그의 외모와 타고난 스타성이 큰 매력 포인트였다. 리스트가 팬들을 위해 무대에서 선보인 새로운 시도는 현대 공연 문화의 전형이 되었다. 첫째, 피아노 소리가 홀에 잘 퍼지도록 피아노 뚜껑을 열고 연주했다. 둘째, 관객이 화려한 손놀림과 자신의 잘생긴 얼굴이 보이도록 피아노를 측면으로 돌려 배치했다(원래는 연주자의 등이 보였음). 셋째, 피아노 의자를 등받이나 팔걸이가 없는 스툴형 의자로 바꾸었다. 넷째, 당시 필수는 아니었던 암보를 적극 활용해 다른 연주자들과 자신을 차별화했다. 다섯째, 월드 클래스 인기로 매니저를 고용했다. 여섯째, 피아노가 홀로 독주 악기로써 연주회 전체 프로그램을 구성하지 않았을 때 독주 리사이틀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 관행들은 오늘날 클래식 연주 문화에 깊게 뿌리내렸다. 리스트는 단순한 연주자가 아니라 기획자이자 연출가였다. 리스트 이전과 이후의 피아노 공연계 문화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물론 이런 관행 덕분에 후대 피아니스트들이 암보 부담 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피아노를 완전한 독주 악기로 격상시킨 공로 또한 분명하다. 당시 베토벤이 “외운답시고 엉망으로 치지 말고 악보를 보고 연주하라”고 말했듯, 암보가 필수라는 인식은 리스트 이후에 굳어진 것이다. 물론 리스트의 삶이 언제나 화려했던 것만은 아니다. 1827년 아버지 아담 리스트의 사망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는 생계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피아노와 작곡을 가르쳤고, 한동안 연주 여행을 중단해야 했다. 또, 프랑스 귀족 카롤랭 드 생크릭과의 사랑이 실패로 끝나며 건강이 악화되어 마비 증세까지 겪었다. 종교적 방황 속에서 성직자가 되기를 희망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리스트는 낭만시대에서 손꼽히는 다작의 작곡가일 정도로 음악의 유산이 방대하고 영향력이 크다. 그의 작품에는 열정과 서정, 화려함과 깊이가 공존한다. 수많은 곡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강렬한 피아노 기교와 민족적 색채가 돋보이는 ‘헝가리 광시곡 2번’, 부드럽고 서정적인 ‘사랑의 꿈 3번’을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이 두 작품을 통해, 청중을 열광시켰던 리스트의 다채로운 음악적 얼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리스트는 낭만주의 음악을 전 유럽으로 확산시켰고, 오늘날 한국 아이돌은 한류를 전 세계로 전파하고 있다. 시대와 장르는 다르지만, 두 문화는 모두 음악을 넘어 사회적 현상을 만든 스타성과 팬덤을 중심에 두고 있다. 케이팝의 글로벌 성공 뒤에는, 19세기 리스트가 개척했던 ‘대중과의 연결’이라는 예술가의 역할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정은 객원기자

2025-08-17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2025 위너스 콘서트 in 경주’···

세계 최고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노 부문 1, 2위 피아니스트들이 9월 24일 경주에서 특별 공연을 가진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최하고 (재)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문화가 있는 날’ 9월 기획공연으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2025 위너스 콘서트 in 경주’가 9월 24일 오후 8시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202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노 부문 1위 니콜라 미우센과 2위 와타루 히사스에가 주인공이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매년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되며, 뛰어난 기량과 예술성, 음악 해석력을 갖춘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경연 무대다. 특히, 이 콩쿠르에서 수상하면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는다. 니콜라 미우센은 지난 5월 벨기에에서 열린 이 콩쿠르에서 네덜란드인으로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그는 9세에 스타인웨이 콩쿠르, 12세에 콘세르트헤바우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천재성을 입증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멘델스존의 ‘진지한 변주곡’,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소품집 중 ‘악마적 암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소나타 2번’,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4번’, 슈만의 ‘사육제’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와타루 히사스에는 일본 출신의 실력파 피아니스트로, 정제된 기교와 깊이 있는 서정성이 어우러진 연주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두 피아니스트는 경주에서의 공연을 통해 순수한 음의 미학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 예매는 경주문화재단 홈페이지(www.garts.kr) 및 티켓링크를 통해 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