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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인생은 달라질까?

대구의 토종 극단 ‘극단돼지’가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대구 중구 동성로 아트플러스씨어터에서 신작 연극 ‘타임’을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인생은 달라질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되풀이되는 삶과 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한다. ‘타임’은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장치를 차용했지만, 화려한 특수효과보다는 인물의 심리와 감정에 집중한다. 주인공은 실패와 후회 속에서 무너진 평범한 인간으로, 과거를 바꿀 기회를 부여받지만 운명은 비틀리며 결국 같은 절망으로 돌아간다. 반복되는 실패와 상실을 통해 그는 삶의 무게와 인간관계의 상처를 드러내며, 관객은 그의 절망에 빠져든다. 특히 작품 속 ‘신’ 캐릭터는 전통적인 구원자가 아니라 조롱과 관찰을 동시에 수행하는 존재로 설정된다. 친절하지만 공허한 미소를 지닌 그는 인물의 선택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다. 연출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고, 차갑고 반복적인 장면 전개와 변주된 사운드·조명으로 몽환적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이를 통해 “과거를 바꾸는 것이 곧 구원은 아니다”라는 성찰을 던진다. 극단 측은 이번 공연이 단순히 판타지적 상상력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내면의 불가역성과 관계의 복원력을 질문하는 장치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과거보다 현재를 살아가야 하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남기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것이다. 극단 돼지 이홍기 대표는 “이번 공연은 판타지와 심리극적 요소를 결합해 20~40대 관객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며 “삶의 어두운 단면, 사랑과 후회,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를 담아낸 서사는 관객 각자가 자신의 관계와 선택을 돌아보게 만드는 강렬한 여운을 남길 것”이라고 평했다. 연극 ‘타임’은 화~금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와 6시, 일요일과 공휴일 오후 2시와 5시에 공연된다. 10월 3일, 5일, 7~9일, 12일은 일부 변동된 일정으로 무대에 오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9-29

책과 음악 어우러진 ‘문화의 장’ 펼쳐져

포항시 최대 독서문화축제인 ‘2025 포항 독서대전’이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포은흥해도서관 일원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포항시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후원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5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지난해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 포항’에 이어 함께 읽는 독서의 가치와 즐거움을 만끽했다. 올해 독서 대전은 ‘음악, 책을 만나다’를 주제로, 단순한 독서 행사를 넘어 책과 음악이 결합된 독창적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전국 규모로 열린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의 성공에 이어 올해는 지역 특화형 축제로 전환해 시민 주도적 참여와 사회적 가치 확산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포항시립도서관과 독서 문화 교육 음악 예술계 등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북마켓, 강연과 북토크, 전시, 공연, 체험 등 8개 영역 30여 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전국 서점과 출판사가 참여한 북마켓에서는 희귀 도서와 개성 넘치는 굿즈가 선보였으며, 가족 퀴즈왕 대회, 점자 촉각 도서 체험 등 독서와 창작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참여를 이끌었다. 강연 & 북토크: 올해의 책 작가 김민서·신동섭을 비롯해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 정호승 시인, 김현욱 작가 등이 참여해 문학과 음악의 교차점을 탐구했다. 특히 동화작가 송언과 사서 딸의 대담은 세대 간 문학적 소통을 이끌어 내며 눈길을 끌었다. 포항 지역 작가전(28인 참여), 음악 그림책 특별전, 포항여자전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지역 이야기책 등 시민 참여형 전시들이 풍성하게 열렸다. 공연 또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책의 감동을 음악으로 재해석한 렉처콘서트, 그림책 작가의 1인극, 뮤지컬 ‘커다란 방귀’ 공연이 진행돼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길을 모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음악영화 상영도 마련돼 포용적 문화축제의 면모를 발휘했다. 축제 기간 중 ‘추억의 DJ코너’에서는 시민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음악과 함께 소개하며 감성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지역 서점 3곳을 추천받아 최다 득표 서점에 ‘명예의 포부기’(포항독서대전 캐릭터) 스티커를 수여하는 이벤트도 열려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서양진 포항시립도서관장은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며 책과 음악이 어우러진 문화의 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포항 독서대전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과 지역 공동체의 유대감을 더욱 깊게 느끼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지역 독서 문화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포항 독서대전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8

국립대구박물관, 전통 복식과 근대 섬유산업 역사 기획전

복식문화 특성화 박물관인 국립대구박물관(관장 직무대리 최환)이 2025년 복식문화 특성화 박물관협의체 및 지역박물관 연계 사업의 일환으로, 경운박물관과 대구근대역사관과 함께 공동 기획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 복식의 미학과 근대 섬유산업의 역사를 주제로, 각 기관의 특화 소장품을 활용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인다. 경운박물관의 ‘갖옷, 겨울을 건너다’(9월 25~12월 7일)는 동물 털과 가죽으로 제작된 한국 전통 방한복 ‘갖옷’의 예술성과 실용성을 집중 조명한다. 갖옷은 털을 안감에 숨겨 보온성과 절제미를 동시에 구현한 독특한 복식으로, 전시에서는 저고리, 두루마기, 모자, 가죽신 등 실생활에서 활용된 갖옷의 유물과 제작 과정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대구근대역사관의 ‘대구 도심 공장굴뚝, 기계소리 – 근대 대구 섬유 읽기’(9월 30일~2026년 3월 8일)는 대구가 세계적인 섬유산업 도시로 도약한 역사적 배경과 발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일제강점기 한국인 자본으로 설립된 ‘동양염직소’부터, 전시체제기 일본의 공출 정책에 따라 건설된 산업 시설까지, 대구 섬유산업의 궤적을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최환 국립대구박물관 관장 직무대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복식문화의 독창성과 산업사적 가치를 조명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전시·학술·출판 등 다양한 공동사업을 통해 참여 기관 간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8

포항문화원, 대한민국 문화원상 ‘우수상’ 수상

포항문화원이 ‘제18회 대한민국 문화원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26일 경남 김해에서 열린 지역문화박람회 개막식장에서 진행됐다. ‘대한민국 문화원상’은 전국 232개 문화원을 대상으로 활동 실적의 독창성과 지역문화 발전에 대한 기여도 등을 종합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지역문화 진흥과 문화 자치 실현을 위해 노력해온 기관의 성과를 공인하는 상으로, 지방문화 현장의 대표적인 포상으로 꼽힌다. 포항문화원은 다양한 향토사 발굴 및 연구 활동과 선비문화강좌 등 시민참여형 문화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지역문화의 계승과 발전에 기여해왔다. 특히 지역 역사자원을 활용한 교육·체험 사업, 문화유산 아카이브 구축, 시민 강좌 운영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매년 10월 10일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제정한 ‘지방문화원의 날’로, 전국 문화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기념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김해에서 열린 지역문화박람회와 연계해 시상식이 함께 진행됐다. 박승대 포항문화원장은 “예산이 타 지역 문화원보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문화가족들과 지역 후원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응원 덕분에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 시민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문화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포항문화원 김모 이사(63)는 “경북도내 22개 시·군 가운데 유일한 인구 50만 대도시인 포항문화원이 예산 지원 규모에서는 하위권에 머무는 현실 속에서도 꿋꿋하게 지역문화 창달에 앞장서 온 결과”라며 “지역의 역사문화적 기반이 튼튼할수록 철학·사상·문화적 자부심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지역경제 발전을 뒷받침하는 힘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포항문화원은 1964년 설립 이후 지역 정체성 확립과 문화자산 보존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향토사료 수집·정리, 지역문화 아카이브 구축, 시민문화학교 운영 등 지역 맞춤형 문화사업을 확대하며 ‘시민 속의 문화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6

책과 음악이 만나는 가을의 향연···‘2025 포항독서대전’ 개최

책과 음악이 어우러진 특별한 독서 축제가 포항시에서 열린다. 포항시립도서관(관장 서양진)은 오는 27일과 28일 이틀간 ‘2025 포항독서대전’을 포은흥해도서관 일원에서 개최한다. 이번 축제는 ‘음악, 책을 만나다’를 주제로, 책과 음악이 어우러져 시민들에게 새로운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지난해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포항시립도서관은 올해부터 지역 특화형 독서 축제로 방향을 전환했다. 단순한 독서 행사를 넘어 독서의 사회적 의미 확대와 시민 주체적 참여를 목표로, 책과 음악이 어우러진 예술적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이번 독서대전에서는 시민들이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우선 전국의 서점과 출판사가 참여하는 북마켓에서는 책과 개성 넘치는 굿즈를 선보이고, 작가와 직접 만나는 시간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한층 더할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올해의 책 가족 퀴즈왕 대회, 점자 촉각도서 체험, 그림책 만들기 등 독서와 창작을 연결한 행사들이 준비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참여가 가능하다. 또한 강연&북토크에서는 올해의 책 작가 김민서·신동섭을 비롯해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 정호승 시인, 김현욱 작가 등이 참여해 문학· 음악의 교차점을 탐구한다. 특히 동화작가 송언과 사서 딸의 대담은 세대간 문학적 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지역 문인 28인의 작품 세계가 펼쳐지는 ‘포항 지역 작가전'과 음악 그림책 특별전, 포항여전자고 학생들의 지역 이야기 책 등 시민 참여형 전시가 풍성하게 열린다. 공연 프로그램으로는 책의 감동을 음악으로 재해석한 렉처콘서트, 그림책 작가의 1인극, 뮤지컬 ‘커다란 방귀 공연’이 진행되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음악영화 상영도 마련됐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음악과 함께 소개하는 ‘추억의 DJ코너’와 함께 지역 서점 3곳을 추천받아 최다 득표 서점에 ‘명예의 포부기(Pobooki, 포항독서대전 캐릭터) 스티커’를 부착해주는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서양진 관장은 “이번 축제는 시민이 주체가 돼 책과 음악을 함께 경험하며, 지역 안에서 문화적 유대감을 넓히는 축제가 될 것”이라며 “책으로 생각을 열고 음악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자세한 일정과 프로그램은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6

6000만 년 걸친 인류와 나무의 공생 관계를 탐구

“작은 영장류의 후손인 인류는 대체 어떻게 직립보행에 성공하고 최상위 포식자가 돼 세계를 호령하며 살게 됐을까? 인류는 어떻게 문명을 일으켜 세계 경제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일까?” 최근 출간된 ‘나무의 시대’(더숲)는 목재가 인류 역사의 숨은 주역이었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영국 헐 대학 생물학과 객원교수이자 식물학·생체역학 전문가인 롤랜드 에노스는 6000만 년에 걸친 인류와 나무의 공생 관계를 탐구하며, 돌·청동·철 중심의 전통적 역사관에서 벗어나 목재가 문명 발전에 미친 결정적 영향을 조명한다. 저자는 목재가 인류의 진화, 기술, 사회, 건축, 환경에 미친 영향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산업혁명 이후 목재는 점차 화석연료와 대체 자재에 자리를 내줬지만, 이 책에서 우리가 이제 다시 ‘나무’로 돌아가야 할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그는 나무가 어떻게 인간의 진화·기술·사회·건축·환경을 이끌어왔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면서, ‘목재로서 나무’의 독특한 성질을 활용할 줄 아는 우리의 능력이 어떻게 우리의 몸과 마음, 사회와 삶을 근본적으로 빚어냈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땅으로 내려와 살기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목재는 분명 중심적인 재료였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를 나무에서 내려오게 한 열쇠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운 좋게도 목재의 유용한 성질 가운데 두 가지를 활용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그 첫 단계로 초기 인류는 목재가 마르면서 단단해진다는 성질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땅을 파는 데 사용할 막대기를 만들어 새로운 식량원을 획득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단계에서 우리와 같은 사람(Homo) 속에 속하는 초기 구성원들은 마른 목재가 불에 잘 탄다는 성질을 활용했다. 덕분에 불을 피워 포식자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음식을 요리해 먹을 수 있게 됐다. 결국 나무에서 나는 재료인 목재와의 관계가 급성장한 것이 역설적으로 우리가 나무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 것이다. 나무와 목재가 전 세계에서 이뤄낸 문명의 장대한 이야기는 인간 문명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동남아시아와 서아프리카에서는 나무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도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형 유인원의 뇌를 자극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600년 이상 끄떡없는 세계 최대 규모의 궁궐인 자금성과 서기 600년경 세워진 호류지 5층탑이 빈번한 대형 지진을 견디어 왔고, 유럽에서는 목재를 변형해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만들고 책과 신문을 만들 종이를 공급했다. 영국은 목조선으로 제국을 건설했으며, 19세기 아메리카의 신생국가는 거대한 산림에 의존하여, 주택·철도·가축우리·다리를 지었다. 목재의 역할이 단지 긍정적인 면에서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목재로 만든 무기의 발달이 우리를 최상위 포식자로 만들었고, 그 결과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량 멸종을 불러오기도 했다. 우리는 농경을 통해 환경을 바꾸는 기술을 익히기도 전에, 나무 도구를 이용하여 거대한 짐승들을 죽여 없앴다. 유럽에서는 매머드와 털 코뿔소, 메갈로케로스(거대 순록), 아시아에서는 거대 오랑우탄, 북아메리카에서는 마스토돈과 말, 테이퍼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이뿐만 아니다. 나무로 만든 활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주목나무로 만든 장궁(큰활)이 대표하듯이, 목재로 만든 활이야말로 15세기까지 명실상부 세상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량살상 무기였다. 영장류학·인류학·고고학·역사학·건축학·공학·목공학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지식과 최근 연구 결과를 정교하게 엮어냄으로써 이야기의 스케일은 장대하고, 그 속을 채우는 지식과 통찰은 깊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깊이 있는 지식의 확장과 과학적 근거와 인문적 서사의 완벽한 조화에 있다. 여기에 저자의 흡입력 있는 문장과 치밀한 구성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결코 가독성을 해치지 않는다. 독자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단편적 정보가 아닌, 서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지식의 네트워크를 경험하게 된다. 본문 중에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컬러 화보 23컷이 실려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5

‘혁신을 문화로 정착시키는 구체적 방법론’을 체계화한 실전 지침서

기업의 생존 키워드로 떠오른 ‘혁신’, 그러나 많은 기업이 도입만 하고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가 신간 ‘혁신과 성장 그리고 미래’(드로드출판사)를 출간했다. 포스코 혁신 기획 6년, 17년간의 글로벌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을 문화로 정착시키는 구체적 방법론’을 체계화한 실전 지침서다. 저자는 포스코 혁신 컨설팅과 MB 정부 동반성장 정책 아래 30여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조직에 혁신이 스며들면 건강한 조직,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는 “혁신은 복합적 조건의 총합”이라며 “단편적 도구 적용이나 일시적 캠페인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리더십의 일관성과 현장 중심의 실행력이 결합돼야만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혁신을 멈추면 기업도 멈춘다”고 강조한다. “기업은 생물과 같아 끊임없이 진화하고 성장하지 않으면 대기업도 한순간에 쇠퇴한다. 생존과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모든 기업이 혁신을 도입하지만 성공한 기업은 드물고, 부분적으로 성공하는 수준에 머문다. 왜일까? 혁신을 제대로 실행하여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고급 낭비가 된다”고 지적한다. 모든 조직은 생물로, 진화하지 않으면 쇠퇴한다고 경고하면서 최근 화두인 ESG 경영과 연계해 사회적 책임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한 점도 주목된다. 책은 “혁신은 기술이 아닌 조직과 사람의 문제”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제2장에서는 ‘IIAC(도입-모방-응용-창조) 진화 모형’을 통해 경영 비전부터 회의체까지 5가지 핵심 요소를 문화로 정착시키는 방법을 설명한다. 제3장에서는 TPS·6시그마·TOC 등 12가지 혁신 기법을 업종별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노하우를 공개한다. 특히 ‘Clean 작업장 문화’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처럼 현장 친화적인 접근법이 돋보인다. 혁신 실패 원인을 분석한 제4장에서는 ‘조직의 행동 변화와 균형 있는 혁신’을 강조한다. 제5·6장에서는 ESG 경영과 MZ 세대 관리법 등 현대 기업이 직면한 과제를 혁신과 연결시켰다. 제6장에서는 ‘미에루카 경영’(예측형 데이터 경영)과 ‘지식경영’을 통해 AI 시대에 맞는 혁신 방향을 제시하며, ‘소통과 공감’이 조직 성과의 핵심임을 재확인시킨다. 제7장은 철강·에너지·2차전지 등 10개 업종별 혁신 성공 사례를, 제9장은 중국·일본·말레이시아 등 6개 국가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한 혁신 전략을 소개한다. 제8장에서는 중소기업의 혁신 성공 사례를 통해 ‘작은 기업도 체계적 접근으로 강소기업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제10장은 ‘챗GPT에서 스마트 제철소까지’,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 전략을 집약했다. 저자 정상철 대표는 “AI 시대는 예측과 협업이 혁신의 열쇠”라며 “문화적 토대 없이는 첨단 기술도 무용지물”이라 경고한다. 또 “이 책이 기업의 ‘멈춤’을 ‘도약’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혁신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문화와 사람에 있음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5

잊고 지낸 ‘편지의 감성’ 다시 일깨운다

신간 ‘하루 한 문장, 내일이 달라지는 마음습관’(도서출판 서로)은 우리가 잊고 지낸 ‘편지의 감성’을 다시 일깨운다. 한때는 손편지로 안부를 전하고 마음을 나누던 시대가 있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빠른 속도와 디지털 메시지에 익숙해져버렸다. 이 책은 그러한 시대 속에서도 ‘짧은 한 문장’이 마음을 두드린다는 것을 증명한다. 명사들의 언어, 고사성어, 일상의 깨달음이 조화를 이룬 문장들은 마치 아침마다 건네받은 손편지처럼, 하루의 시작에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최규운 작가의 신간은 그가 10여 년간 매일 지인들에게 보낸 ‘아침편지’를 엮은 산문집이다. 단순한 개인의 기록이 아닌 주변인들의 적극적인 권유와 응원을 받아 탄생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몇 사람만 읽기엔 너무 아깝다”는 지인들의 제안이 모여,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든 책’이 됐다는 것이 출간 배경의 핵심이다. 책은 마음가짐, 자기성찰, 성장과 변화, 관계와 소통, 행복과 감사, 삶의 지혜와 리더십이라는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은 짧지만 깊이 있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어, 독자가 하루를 돌아보고 새로운 내일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이끈다. 예를 들어, "이름 없는 들풀일지라도 햇살을 향해 곧게 서 있다면 잡초가 아니라 존재의 빛이 된다”('잡초, 혹은 산삼')라는 문장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스스로의 존재를 긍정하는 사유의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특히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삶의 연속된 모습”이라 말한다. “구름, 햇살, 꽃향기, 숲길의 공기, 사랑, 우정, 의리, 신뢰 같은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지만 시간과 마음으로 얻는 것”이라며 “진정한 부자는 이를 누릴 줄 아는 사람”이라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5

“골목길의 진정한 가치는 변치 않는 이야기”

“우리가 지금 만나는 역사의 현장이 신비롭기도 하고 흥미로운 것은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구 중구 근대골목은 서문시장, 약전골목, 계산성당, 제일교회, 3·1 만세운동길, 대구 최초 백화점 무영당 등이 연결된 역사 탐방로다. 민족시인 이상화의 고택, 국채보상운동 주역 서상돈의 자취, 화가 이인성의 감나무, 삼성 창업주 이병철의 옛터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08년 시작된 골목 투어는 한국관광 100선에 여러 차례 선정됐으나, 세계적인 명소로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달구벌골목길연구소 김규인(66) 기획실장이 새로운 전략을 모색 중이다. 역사•문화 가득한 ‘대구 근대골목’ 숨겨진 이야기•체계적 보존 필요 골목길에 깃든 추억과 삶의 흔적 스토리텔링으로 세계 사로잡아야 김 실장은 “대구근대골목이 지닌 역사적·문화적 가치는 무궁무진하지만, 체계적인 보존과 홍보 부족으로 세계적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올해 2월, 대구 지역 수필가 단체인 달구벌수필문학회를 모태로 연구소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골목길 톺아보기’ 행사를 통해 4개 조가 중구 일대의 피난 문학 중심지, 일제강점기 흔적, 근대 산업 골목, 이름 없는 골목을 탐방하며 골목길의 다층적 의미를 재발견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골목길에서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을 즐기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추운 겨울에도 손이 얼어붙도록 뛰어놀던 그 순수함이 골목길의 본질 아닐까요?”라며 골목길이 단순한 통행로가 아닌 삶의 흔적과 역사가 응축된 공간임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리용의 중세 돌길과 비밀 통로 트라불(Traboules), 이탈리아 피렌체의 골목길을 예로 들며 “대구도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인의 발길을 이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구소는 두 차례 사진수필전을 개최해 호평을 받았으며, 이인성 기념사업회와 협력해 예술적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김 실장은 “골목길 탐사는 글쓰기의 중요한 영감원”이라며 “독자들이 글을 읽고 현장을 직접 찾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10월부터 향촌문화원 등에서 열리는 ‘골목길 사진수필전’으로 일반인에게 골목길의 매력을 알릴 전망이다. 그는 대구시가 달성토성 등 역사적 골목길 보존에 소홀하다고 지적하며 “개발보다 원형 보존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골목길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재생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연구소는 향후 법인화를 통해 골목길 탐사 결과를 책으로 정리하고, 국내외 단체와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골목길의 진정한 가치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이야기 속에 있다”며 “이를 지키고 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근대골목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자처한 달구벌골목길연구소의 노력이 골목길에 새 숨결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4

“끝맺음 아닌 새로운 시작을 향한 여정”

대구 봉산문화회관은 오는 12월 14일까지 ‘202 유리상자-아트스타 Ⅲ 김선경 전 - 無와 有의 경계에서’ 전시를 아트스페이스에서 선보인다. 2008년부터 이어져 온 전시공모 선정 작가전인 ‘유리상자-아트스타’의 올해 세 번째 행사로, 김선경 작가의 설치작업을 만날 수 있다. ‘아트스페이스(Art Space·유리상자)’는 사방이 유리로 된 개방형 전시 공간으로, 봉산문화회관 2층에 위치해 일상의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며 작가의 창의적 실험을 지원한다. 이번 전시는 김 작가의 대표 모티프인 ‘종이배’를 통해 시간과 존재의 순환을 탐구한다. 유리상자 내부에 설치된 대형 종이배 오브제는 시각적 웅장함과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전달한다. 특히 전시장 바닥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검은 실은 그리스 신화의 ‘레테 강’(망각의 강)을 연상시키며, 삶과 죽음, 기억과 소멸의 경계를 상징한다. 반면 종이배 후미에 연결된 붉은 실은 생명의 연속성과 인연을 나타내며, 두 요소의 대비를 통해 존재의 이중성을 표현한다. 종이배는 낮과 밤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낮에는 자연광을 받아 반짝이며 생동감을 드러내고, 밤에는 반사되는 빛에 의해 어둠 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는 “끝맺음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향한 여정”을 은유하며, 작가의 희망적 메시지를 담았다. 김선경 작가는 경북 칠곡 출신으로 낙동강 인근에서 성장하며 유년기에 종이배를 접어 강물에 띄우던 경험을 작품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추모와 치유의 맥락에서 시작된 ‘종이배’ 모티프는 점차 “생과 사, 유와 무의 경계를 넘는 여정”으로 확장됐다. 작가는 “종이배는 흘러가며 과거를 만들고, 현재를 비추며, 미래를 꿈꾸게 한다”며 “단순한 오브제가 아닌 ‘경계의 무엇’으로 재탄생했다”고 설명한다. 전시장의 중심을 차지하는 대형 종이배 모형은 기존 축소 모형의 개념을 뒤집는다. 실제 크기보다 수십 배 확대된 형태로 제작된 작품은 반투명한 비닐 테이프와 실을 층층이 쌓아 올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환영과 실체의 경계를 허무는 장치”로, 관람객이 작품 내부로 걸어들어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체험을 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실로 연결된 종이배들은 공중에 매달리거나 벽면에 설치돼 유동적인 구조를 이루며, 마치 물살을 타고 흘러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김선경 작가는 재료 선택에도 철학적 의미를 부여했다. 비닐 테이프는 내구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갖춰 “존재하면서도 사라지는 이중성”을 표현한다. 여기에 붉은색·파란색 등 다채로운 색실의 조합은 생명력과 에너지를 상징하며, 부드러운 천과 실은 여성의 섬세한 손길을 연상시킨다. 미술평론가 김영동은 “작가의 지난한 수작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치유의 과정 자체”라며 “수많은 손길이 담긴 작품은 관람객에게 위로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는 세월호 참사 추모에서 출발했으나, 궁극적으로는 “인간 존재의 근원을 묻는 보편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종이배가 물에 잠기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은 죽음의 이미지를 넘어 “새로운 시작을 위한 떠남”을 암시한다. 유리상자 내부에 설치된 작품은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흐리며,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김선경 작가는 “종이배는 사라짐으로써 오히려 영원히 남는다”며 “이번 전시가 관객 각자의 기억과 시간을 비추는 거울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민주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삶과 죽음, 존재와 소멸, 기억과 망각, 유와 무라는 극단적 개념들이 서로 공존함을 보여주며, 시간의 흐름이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짐을 전달한다”며 “관람객이 종이배를 통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감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3

'힙한 선비, 예술을 품다' 군립청송야송미술관 3번째 순회전

(재)영주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한 경북문화재단 2025년 예술거점지원사업–‘힙한 선비, 예술을 품다’ 일반 기획 세번째 순회전이 지난 9일부터 28일까지 군립청송야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순회전은 ‘수양, 실용, 개혁’이라는 우리 고유의 선비정신을 현대 예술의 언어로 재해석해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전시로 풀어내고 있는데, 지난 7월부터 안동, 봉화에 이어 청송에서 세 번째로 열리고 있다. 이같은 전시회 컨셉은 기존의 전통적·보수적인 이미지에 머물러 있던 선비의 정신을 ‘힙(Hip)’이라는 개념으로 확장, 새롭게 조명하고 시민과 관람객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군립청송야송미술관의 소전시실과 중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순회전은 3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선비정신을 기리는 섹션(Section)1 전시는 추사 김정희 선생과 백범 김구 선생 등의 진품 필적을 관람할 수 있다. 섹션2는 지역예술 선각자의 작품 코너로, 청송 출신의 산수화 거장 야송 이원좌 화백의 다양한 진경산수화를 감상할 수 있다. 섹션3은 지역 참여단체 초대전으로, 청송묵림회ㆍ안동 영상미디어동우회ㆍ포항 맥시조문학회 등이 참여해 작가의 개성과 창의성을 살린 시서화 및 사진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맥시조문학회는 ‘힙한 선비’와 지역성을 결합해 창작한 시조를 회원들이 직접 붓글씨나 그림으로 표현한 시화·시서작품 15점을 전시해 눈길을 끈다. 김원택 (재)영주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순회전을 통해 지역의 문화적 자산인 선비정신을 현대 예술과 접목하고, 관람객과 교감하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과거와 현재,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예술 융합의 실험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경북 북부권을 넘어 전국 각지에서 예술을 통한 문화 교류와 공감의 장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3

스승을 섬기되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제42회 이형회 작품전 ‘사사무은(事師無隱)’

포스코갤러리 초대 제42회 이형회 작품전’이 오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포스코 포항본사 1, 2층 포스코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사사무은(事師無隱·스승을 섬기되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을 부제로 정해 이형회를 창설한 한국 서양화 도입기의 거장 고(故) 장두건 화백을 기리는 의미를 담은 뜻깊은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항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초헌 장두건 전’과 함께 열리게 되는 이 전시에는 회원들의 대형 작품이 출품돼 창작 열정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형회는 1984년 포항 출신의 대표적 서양화가 장두건 화백이 창립한 미술 단체로, 한국 현대미술의 성장과 궤를 함께해왔다. 장 화백은 생전 98세로 타계할 때까지 회장직을 맡아 이 단체를 이끌며 후배 작가 양성에 힘썼으며, 그의 유작과 유품은 현재 포항시립미술관에 기증돼 ‘초헌 장두건관’에서 상설 전시되고 있다. 또한 포항시는 그의 예술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장두건미술상’을 제정해 운영 중이다. 이번 전시는 이형회의 42회째 정기 작품전으로, 장두건 화백의 예술적 유산과 현대 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이 조화를 이루는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 작가는 장두건 선생을 포함해 총 67명으로, 강광식·노희정·고윤·허계 등 원로 작가부터 신진까지 폭넓게 구성됐다. 특히 포항 지역에서는 류영재(전 포항예총회장), 최복룡(전 포항미협 회장), 박수철(지역 원로 작가) 등이 참여해 지역 미술계의 저력을 보여준다. 또한 포항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찾아가는 미술관’ 프로그램을 ‘초헌 장두건 전’으로 정해 같은 기간에 장두건 화백의 작품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전시 개막을 축하해 10월 18일부터 19일까지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회원 46명과 지역 미술인들이 참여하는 전시 축하 행사가 열린다. 첫날인 18일에는 포항역에서 집결해 포스코갤러리로 이동한 뒤 전시장에서 오프닝 행사를 진행하고, 호미곶 관광과 만찬을 통해 회원 간 친목을 다진다. 둘째 날인 19일에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초곡리 선산에 위치한 장두건 화백의 묘소를 참배하며 고인의 뜻을 기리고, 포항시립미술관의 ‘초헌 장두건관’을 방문해 그의 작품을 감상한 후 지역 명소를 둘러보는 일정으로 마무리된다. 권숙자 이형회 회장은 “이번 전시는 포항시민과 포스코 임직원에게 수준 높은 미술 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전국의 작가들에게 문화도시 포항을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포스코갤러리의 개방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전시를 통해 지역민은 일상 속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으며, 포스코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며 지역사회와의 유대감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2

대구서 ‘돈키호테’ 발레 무대 펼쳐진다

희극 발레 ‘돈키호테’가 대구 무대에 오른다. 어울아트센터 함지홀에서 오는 25일 오후 7시 30분 관객을 만난다. 이번 공연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 공연예술유통사업에 선정돼 국비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실연 단체는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을 역임한 고(故) 문병남 예술감독이 주축이 된 M발레단이다. 발레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데 라만차’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바질리오와 키트리아의 사랑을 이뤄주기 위한 돈키호테의 모험담을 그린다. 원작 소설과 전통적 발레 버전은 주로 두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돈키호테의 역할과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새로운 안무를 통해 약자를 보호하는 정의로운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며, 단순한 몽상가가 아닌 젊은 연인들의 사랑을 지지하고 이끄는 조력자로 재해석해 현대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이번 무대는 세기딜리아, 플라멩코, 판당고 등 스페인풍의 다채로운 춤과 유머러스한 연기를 결합해 희극 발레의 정수를 선사한다. M발레단은 기존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의 3막 구조의 클래식 발레를 속도감 있는 2막 구성으로 재구성하고, 강렬한 무대 연출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M발레단은 2015년 창단 이후 “한국 발레의 정체성 확립”을 목표로 창작 발레와 클래식 작품의 재해석에 주력해왔다. 대표작으로는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오월바람’ 등이 있으며, 국내외 무대에서 한국적 서사와 독창성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국내 발레계가 오랜 기간 외국 라이선스 작품에 의존해온 현실 속에서, M발레단은 자체 제작 창작 발레와 클래식 작품 재구성을 통해 지역 문화 향유 기회 확대와 K-발레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공연의 주역은 바질리오 역의 정용재 발레리노와 키트리아 역의 최솔지 발레리나가 맡는다. 두 무용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으로, 학창 시절 시칠리아 국제무용콩쿠르에서 각각 2위에 입상한 실력파다. 2024년 M발레단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활약했으며, 정용재는 최근 M발레단의 신작 판타지 발레 ‘구미호’에서도 주역으로 참여해 안정된 연기력과 탁월한 테크닉을 입증한 바 있다. 두 무용수는 오랜 협업으로 다져진 환상적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뛰어난 신체 조건과 무대 존재감으로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발레 ‘돈키호테’는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며, 자세한 문의는 어울아트센터 홈페이지 또는 전화(053-320-5125)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2

9월 23일 火 (음8/2) 乙未日

子 96년생 몸과 마음이 건강하도록 해야 한다. 84년생 욕심을 버리고 중심을 지켜야 한다. 72년생 상대편의 마음을 잘 파악해 처신하라. 60년생 불화는 덕으로 풀어야 해결이 된다. 48년생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丑 97년생 귀인의 도움으로 순탄하게 진행된다. 85년생 생각을 정리하고 도전해야 이롭다. 73년생 결정권은 당신에게 있으니 선택하라. 61년생 자신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라. 49년생 생각처럼 안 되어도 초조하지 마라. 寅 98년생 첫 단추를 잘 채워야 이상이 없다. 86년생 활발하게 움직이면 대가가 생긴다. 74년생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나는 격이다. 62년생 변화를 줄수록 얻는 것이 더욱 많다. 50년생 좀 지나치지 않으면 이룰 수 있다. 卯 99년생 남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 것. 87년생 스스로 낮추고 힘들지 않게 하라. 75년생 급할수록 돌아가라 서둘지 말 것. 63년생 귀인의 도움으로 어려움이 해결된다. 51년생 쉬는 것도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 辰 00년생 항상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가질 것. 88년생 변화의 흐름을 활용하도록 할 것. 76년생 시험에 합격하거나 결실을 맺는다. 64년생 이익에 너무 매달리지 말아야한다. 52년생 행운의 미소를 지을수록 유익하다. 巳 01년생 정도를 지키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89년생 끈덕진 공세를 잘 막아야 한다. 77년생 좋은 때를 만났으니 결단을 내려라. 65년생 본분을 절대 잊지 말아야 유익하다. 53년생 자제하고 적정선에서 합의하면 좋다. 午 02년생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성공한다. 90년생 나쁜 것은 미리 방지해야 이롭다. 78년생 불안함은 오래 끌지 말아야 한다. 66년생 매사 아주 조심스럽게 처신할 것. 54년생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면 이롭다. 未 03년생 남의 말에 현혹되지 않도록 할 것. 91년생 분주다사하나 기분에 말리지 말 것. 79년생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라. 67년생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가지도록 할 것. 55년생 자기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申 92년생 남 일에 너무 깊이 관여하지 말 것. 80년생 도전을 겁내지 말아야 성공하게 된다. 68년생 얼어붙은 마음을 열어야 변화가 온다. 56년생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 44년생 사소한 일도 세심하게 처리해야 한다. 酉 93년생 초지일관 본심을 견지해야 한다. 81년생 돈은 신중하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69년생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57년생 현실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하다. 45년생 방황하지 말고 안정하도록 하라. 戌 94년생 노력하지 않고 이루는 것은 없다. 82년생 불편해도 표현하지 말아야 유익하다. 70년생 그동안 어려웠던 일들이 해결되겠다. 58년생 잠시 쉬는 것도 인생의 투자법이다. 46년생 중요한 것은 화합된 의견일치이다. 亥 95년생 미래의 일로 고민할 필요 없다. 83년생 어려움은 지혜롭게 해결하도록 하라. 71년생 언행을 조심하고 겸손해야 유익하다. 59년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라. 47년생 타산적인 마음을 버리면 편안하다.

2025-09-22

일상의 고민을 털고 ‘삶의 까달음’ 찾다

포항의 명상 학교 침촌인문학당(원장 공봉학·변호사)이 ‘사띠스쿨(Sati School)’ 가을 명상 특강을 개최한다. 오는 10월 16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인문학 강좌, 명상, 차와 음악을 결합해 일상의 고민을 해소하고 삶의 깨달음을 찾는 것을 목표로 포항 시민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치유의 장을 선사할 예정이다. 사띠스쿨의 명상은 전통적인 불교 수행법에서 영감을 받았으나, 종교적 색채를 배제하고 과학적 기반을 강조한다. 공봉학 원장은 “명상은 단순한 심리적 안정이 아닌,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수행’”이라며 “불교 용어 ‘사띠(sati)’를 ‘알아차림’으로 재해석해 일상 속에서 현상을 관찰하고 지혜를 얻는 훈련에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존 카밧진 박사의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처럼 현대 의학과 심리학이 검증한 효과를 바탕으로 하되, 궁극적으로는 삶의 리셋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2014년 5월 개원한 침촌인문학당은 ‘자유와 행복으로의 여행’을 모토로 삼는다. 공 원장은 명상과 독서를 통한 개인의 성찰이 사회 진보로 이어진다는 믿음 아래 학당을 설립했다. 현재까지 약 500명의 수강생이 참여해 명상과 인문학의 조화를 체험했으며, 운영비는 참여자들의 자발적 후원금과 원장의 자비로 충당되고 있다. 침촌인문학당의 ‘사띠스쿨’ 가을 명상 특강은 10월 16일부터 12월 11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진행되며, 명상, 차와 음악, 인문학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각 회차는 다음 세 가지 핵심 활동으로 이뤄진다. 명상 수행 시간에는 김해 싸띠아라마에 주석 중인 붓다빠라 반테 스님이 저술한 ‘붓다 수행법’을 교재로 활용해 호흡 명상 실습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불교 전통의 호흡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법을 배우며, 일상 속 스트레스와 잡념에서 벗어나 ‘알아차림’(사띠) 상태를 체득한다. 명상 수행 후에는 전통 차와 클래식·현대 음악이 어우러진 분위기에서 미술 작품 감상이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차를 마시며 잔잔한 선율에 몸을 맡기고, 영상으로 송출되는 고전부터 현대까지의 미술 작품을 감상한다. 이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오감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받아들이고 일상의 틀에서 벗어난 사유를 자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지막 인문학 강좌는 명상을 과학적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간다. 기존 회원들은 매주 화요일 정기 모임에서 걷기 명상, 차 문화 체험, 인문학 토론 등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명상은 과거 “신비주의적”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의료·심리 분야에서 과학적 검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명상을 우울감 완화나 단순한 휴식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공 원장은 “명상은 고요함을 넘어 통찰력을 키우는 과정”이라며 “이번 특강이 니체의 철학과 결합해 참가자들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특강은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자세한 문의는 침촌인문학당 홈페이지나 전화 상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 원장은 “명상은 바쁜 현대인에게 멈춤과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며 “특히 니체의 작품은 고정관념을 깨고 자유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침촌인문학당의 사띠스쿨은 앞으로도 계절별 특강과 정기 모임을 통해 지역민의 정신적 성장과 공동체 의식 함양에 기여할 계획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1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협력 오케스트라,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백혜선 협연으로 대구 첫 무대

오는 28일 오후 5시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열린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협력 오케스트라로 유명한 이들은 ‘2025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을 계기로 대구 관객과 첫 만남을 갖는다. 벨기에 클래식 음악의 상징적 공간인 ‘보자르 센터’ 상주 오케스트라인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는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상주 오케스트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휘봉은 2022년부터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안토니 헤르무스가 잡는다. 네덜란드 최정상 오케스트라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로테르담 필하모닉 등을 두루 지휘한 그가 선사할 음악적 카리스마가 기대를 모은다. 협연자로는 대구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함께한다. 백혜선은 199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와 협업해 4위를 차지한 인연이 있으며, 이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한국인 최초 상위 입상, 미국 윌리엄 카펠 국제 콩쿠르 우승, 벨기에·리즈 콩쿠르 입상 등으로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이번 공연에서 이들은 34년 전 감동의 순간을 다시 무대 위에 불러낼 예정이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서곡 ‘티토 황제의 자비’로 포문을 여는 프로그램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브람스 교향곡 1번으로 이어진다. 베토벤의 협주곡은 청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에서 완성된 걸작으로, 그의 음악 세계의 절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불굴의 정신을 담아낸 협주곡으로 평가받는다. 베토벤의 협주곡 중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작품으로 손꼽히며, ‘황제’라는 별칭에 걸맞게 장대한 서사와 위엄 있는 선율이 펼쳐진다. 백혜선의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인 연주를 통해 음악적 깊이와 에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브람스의 교향곡은 20대 초부터 구상해 40대에 이르러 완성된 집념의 산물로, 고전적 틀 안에 낭만적 정서가 녹아든 명곡이다.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의 균형 잡힌 사운드와 헤르무스의 세심한 해석으로 브람스 음악의 서정과 긴장을 동시에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1

독특한 시선과 화법으로 사색의 여정 선사

포항의 중견 서양화가 박계현·박해강 작가가 지난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전남 여수시 아트디오션호텔 갤러리에서 특별 초대전을 열고 있다. ‘2025 여수 국제미술제’의 일환으로 광주 지역의 한희원 작가가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ART TRAVEL YEOSU’라는 주제로 개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여수 시민뿐 아니라 여수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예술을 통한 특별한 여행 경험을 선사하는 기획전이다. 형제 작가인 박계현과 박해강은 각자의 독특한 시선과 화법으로 자연과 삶의 기억을 담아내며, 관람객에게 감각과 사색의 여정을 선사한다. 서울의 KIAF·Frieze 아트위크 기간 중 삼청동, 한남동, 청담동 등 주요 갤러리들이 ‘아트 나잇’ 프로그램으로 도시 전체를 예술로 연결했던 것처럼, 아트디오션갤러리 박은경 관장의 제안으로 ‘2025 여수국제미술제’와 연계해 여수 전역의 갤러리와 미술관이 참여하는 첫 연계 전시가 시작됐다. 박계현(63) 작가는 한국의 자연과 정서가 표현의 근간이 된다. 유화의 기법을 사용해 단청문양처럼 단순 축약형의 형태로 표현한다. 작품 속 부엉이는 가족 이야기와 삶의 유대감을 상징하며, 해학적이고 친근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위로를 전한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작품은 생동감 넘치는 색채로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관객에게 삶의 향수와 성찰을 동시에 선사한다. 박해강(58) 작가는 유년 시절의 바다를 모티브로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동화적 세계를 그린다. 그는 초현실주의적 접근으로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호접지몽’ 시리즈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데페이즈망’ 기법을 차용해 등대가 구름 위에 떠 있고 은하수가 바다와 맞닿는 장면을 연출한다. 스푸마토 기법으로 부드러운 경계를 구현한 화면은 파스텔톤의 몽환적 분위기로 관객에게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박계현 작가는 “이번 전시는 2026년 개최 예정인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섬과 바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탐구하는 예술의 장”이라며 “전시장을 찾는 이들이 포항 작가들의 삶과 예술에서 깊은 여운을 느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1

포항 기타리스트 김화종, 미국 ‘월넛 밸리 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 차지

포항 출신의 핑거스타일(Finger style) 기타리스트 김화종씨(30·미국 버클리 음대 4학년)가 전세계 핑거스타일 기타 연주자들에게 꿈의 무대로 인정받는 미국 ‘월넛 밸리 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김씨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18일) 미국 캔자스주 윈필드에서 열린 ‘제53회 월넛 밸리 페스티벌 2025 국제 핑거스타일 기타 챔피언십 대회’에서 1위에 올랐다. 핑거스타일은 손가락을 이용해 기타 등 현악기를 연주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27명의 연주자가 참가해 타이베이 출신의 장춘린이 김씨에 이어 2위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출신 브랜든 그린이 3위를 각각 차지했다. 행사주최 측은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미국 내 17개 주와 해외 3개국 출신 연주자들이 참가해 전 세계적 수준의 음악가와 팬들이 모이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부각시켰다”고 전했다. 월넛 밸리 페스티벌은 50년 이상 이어져 전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최고 권위의 핑거스타일 기타 경연대회이다. 경연자 대부분이 세계 각국 핑거스타일 기타대회의 우승자나 입상자들로 구성돼 핑거스타일 기타 경연의 ‘왕중왕전’으로 불린다. 김씨는 지난 7월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열린 ‘제14회 인디애나 주립 기타 핑거스타일 페스티벌’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고, 이를 계기로 이번 대회 초청을 받았다.   김씨는 이전에도 2019년 미국 ‘핑거스타일 콜렉티브 기타 페스티벌’ 준우승, 2023년 일본 ‘모리스 핑거 픽킹데이’ 준우승 등 국제 대회에서 꾸준한 성과를 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1

우리는 공범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일, 상부 명령에 따라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장병들은 책임을 져야 할까? 기업에는 도움이 되지만 사회에는 해로울 수 있는 경영 전략을 제시한 컨설팅 회사나,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인 목표치를 제시해 직원들의 불법행위를 조장한 경영진을 어떻게 봐야 할까? 성범죄나 조직 내 비리를 고발하는 내부의 목소리를 묵인한 사람들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행동경제학자 맥스 베이저먼의 신간 ‘우리는 어떻게 공범이 되는가’(민음사)는 조직과 사회를 병들게 하는 ‘공모(共謀)’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친다. 그는 침묵과 방조가 어떻게 집단적 악으로 이어지는지 날카롭게 분석한다. 베이저먼은 다년간의 연구 및 컨설팅 경험과 함께 자신이 부정행위에 연루된 사례까지 낱낱이 밝히며 평범한 우리 누구나 공모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명백한 공모’와 ‘일상적 공모’의 일곱 유형을 통해 비즈니스, 조직, 정치, 사회에서 나타나는 공범죄에 정면으로 맞서는 방법들과 잘못된 행동을 무시하거나 묵인하거나 지지하게 될 수 있는 심리적 함정들을 살피고 피할 전략을 제시한다. ◇공모의 덫을 방치하면 기업도 조직도 사회도 퇴보한다 ‘우리는 어떻게 공범이 되는가’는 사회적 스캔들의 배후에 숨은 공모자들의 역할을 조명한다. 미국 체조 국가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성폭력에 눈감은 체조협회와 올림픽위원회처럼, 가해자에 맞서야 할 리더들이 사실을 외면한 사례를 들며 공모자의 행위에 주목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자들의 책임이 덜하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사회에 해악을 미치는 사람들은 언제나 공범이 돼 주는 평범한 사람들이 필요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공모를 통해 악행을 조장하거나 방조한다면 같은 사람들이 행동을 달리함으로써 악행을 저지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누구나 빠질 수 있는 공모의 함정 사람들은 왜 타인의 부정행위에 동참할까? 예를 들어, 동료가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의혹이 있어도 “증거가 없고 회사에 도움된다”는 이유로 묵인할 수 있다. 공모는 악의적 동조뿐 아니라 분위기 순응, 권위 복종, 관행 묵인, 구조적 특권 인식 부족 등 다양한 심리로 발생한다. 행동윤리학을 비롯해 여러 분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복잡한 사건을 단순화해 주범에만 집중하고 공모자를 간과하며, 간접적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또한 특정 목표에 매몰되면 윤리적 판단이 흐려지고, 불확실할 땐 행동보다 방조를 선택한다. 이처럼 누구나 무의식중에 공모에 휘말릴 수 있다. ◇공모의 위험에 정면으로 맞서는 법 공모자가 되지 않으려면 공모의 함정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은 물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명확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인간은 미래의 행동을 계획할 때는 도덕적인 선택을 더 많이 하지만, 실제로 행동을 해야 하는 순간에는 자신에게 이로운 선택을 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저자는 조직 내 비윤리에 대응하기 위한 실천적 조언을 제시한다. △공개적 비판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인다 조직 내 영향력을 키워 처벌 위험을 줄이고, 결정적 순간에 목소리를 낸다. 동료와 연대해 비윤리 개선에 힘쓴다. △도덕적 가치 사전 숙고 핵심 가치를 미리 정립하면 비윤리적 선택을 거부하기 쉬워진다. △맹점 인지 단일 원인 오류, 부작위 편향, 간접적 해악 심리 등을 경계해 타인의 행동을 신중히 평가한다. △관계 확장 소속 집단에만 매몰되지 않고 외부와 연결될 때 공동선에 가까운 결정을 내리기 쉽다. △집단행동 촉진 트럼프 정부 시기 법무부 간부들이 집단 저항으로 장관 해임 시도를 막았고, 인구조사국 연구원들도 데이터 오용을 거부했다. 밋 롬니와 시몬 바일스 역시 권력형 범죄와 시스템적 문제에 맞섰다. 저자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공모자가 되는 일을 전적으로 피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기대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공모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을 돌아봄으로써 앞으로 잘못을 조장할 가능성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악인의 행동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평범한 이들이 알게 모르게 연루되는 공모를 경계하고 거리를 둔다면 사회에 막대한 해악을 미치는 사람들에게 제동을 걸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8

“탄소는 범죄자가 아니다” 폴 호컨 ‘탄소라는 세계’ 출간

최근 수십 년간 탄소는 지구의 적이었다. 정부와 기업은 ‘탄소 중립’을 외치며 화석 연료와의 전쟁을 선언했고, 대중은 탄소 배출을 죄악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미국의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폴 호컨은 신간 ‘탄소라는 세계’(웅진지식하우스)에서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그는 “탄소는 생명의 모든 자취에 활기를 불어넣는 공학자이자 제작자”라며 탄소가 단순한 오염원이 아니라 생명 자체의 기원임을 강조한다. 지난 60년간 환경운동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녹색 구루(guru)' 호컨은 2019년 ‘플랜 드로다운’, 2022년 ‘한 세대 안에 기후위기 끝내기’에 이어 국내 출간된 이 책에서 탄소가 어떻게 죽은 암석 덩어리였던 지구를 생명이 넘치는 행성으로 변모시켰는지를 서사시처럼 풀어낸다.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를 ‘범죄자’가 아닌 ‘새로운 세계의 안내자’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독자들에게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책은 총 15장으로 구성된다. 첫 장 ‘생명의 춤: 탄소에 대한 오래된 오해’에서 호컨은 인간이 지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망상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탄소는 흐른다’에서는 생명체의 탄생과 죽음, 재생 과정에서 탄소가 어떻게 순환하는지 생물학적·역사적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특히 ‘별빛을 먹다’와 ‘유사 식품’ 장에서는 현대 식품 산업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가공식품과 초가공식품이 인류를 병들게 하는 현실을 경고하며, “개보다 뛰어난 인간의 후각”을 잃어가는 세태를 비판한다. 한편 「나노 기술의 시대」에서는 탄소 나노튜브와 같은 혁신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전망하면서도 윤리적 고민을 제기한다. 생태계의 숨은 주인공들도 조명받는다. ‘곰팡이 왕국’에서는 균류가 탄소 포집과 분해에 기여하는 역할을, ‘곤충의 붕괴’에서는 작은 생명체가 생태계 균형을 지탱하는 중요성을 역설한다. 호컨은 “곤충이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진다”며 아마추어가 주도하는 생태 보호 운동의 가치를 강조한다. 호컨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탄소는 생명의 재료이자 문명의 토대이므로, 이를 적대시하는 것은 자기 부정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는 “녹색혁명으로 대표되는 산업화된 농업이 토양을 죽였다”며 “엉망진창인 농업 시스템 대신 미생물의 회복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인식의 전환’ 장에서는 “지구가 스스로를 구할 것”이라며 일곱 세대 뒤를 생각하는 원주민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촉구한다. 저자는 나비 효과, 미세 조정 이론, 야마나어 멸종 등 다양한 사례를 엮어 탄소가 인류사와 어떻게 교차하는지 철학적으로 성찰한다. 특히 “우리는 죽은 별들의 후손”이라는 표현은 우주적 차원에서 탄소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탄소라는 세계’는 환경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탄소를 ‘적’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함을 일깨운다. 호컨은 “탄소 중립 정책이 산업계에 면죄부를 주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며, 진정한 해결책은 자연의 재생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자연의 순환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숲을 ‘탄소 저장고’로 보는 시각 대신 “생태 다양성의 보고”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인류는 탄소와 싸워야 할까, 함께 춤춰야 할까?” 기후위기 대응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 지금, 호컨의 도전적인 통찰은 우리에게 새로운 상상력의 지평을 열어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8

달빛 벗삼아 경주 월성 거닐어요

신라 천년 고도 경주의 대표 유산인 월성에서 야경과 함께 다채로운 체험과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특별 행사가 열린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2025년 APEC 정상회의(10월 31~11월 1일)’ 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고, 올해 월성 유적 발굴 성과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오는 19, 20일 이틀간 경주 월정교 북편 일원에서 ‘빛의 궁궐, 월성’ 행사를 개최한다. ‘월성 체험마당’에서는 올해 월성 발굴에서 출토된 사로국 시대 주거지 유물들을 모티브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직물을 직접 짜보는 ‘달빛 엮은 직조 월 행잉 만들기’, 천연염색 가방 체험, 보석함·목걸이 제작, 소원 주머니 채우기 등이다. 발굴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월성을 걷다’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본무대에서는 경주 시민단체와 초·중등 학생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융합 국악 공연, 월성 주제 퍼포먼스 등이 펼쳐진다. 낮 시간대에는 버스킹, 전통연희, 마술쇼 등 소규모 공연으로 축제 분위기를 더할 예정이다. 또한 반딧불이, 달, 토끼 등을 형상화한 야간 조명과 함께 월성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방문객들은 신라 왕궁의 밤 풍경을 즐기며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이 시설은 10월 말까지 운영돼 APEC 정상회의 기간에도 감상할 수 있다. ‘빛의 궁궐, 월성’ 행사는 누구나 무료로 현장 참여 가능하다. ‘월성 체험마당’ 중 ‘월성을 걷다’ 프로그램은 인터넷 포털에 ‘월성이랑’ 검색 후 네이버 예약 누리집에 접속해 회차당 30명씩 선착순 예약으로 참여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7

“이탈리아서 선보인 K-맛과 기록문화”

K-팝의 화려한 무대와 독창적 상상력은 사실 한국 전통문화와 깊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통문화를 모티브로 캐릭터를 구현하며 이를 보여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K-Heritage in Italy: 기록과 미식의 만남’은 이러한 사실을 생생히 드러내며, 한국 기록유산과 식문화를 세계 무대에서 새롭게 조명했다. 이번 행사를 총괄한 한국국학진흥원 최은주 국학기반본부장은 “한국과 이탈리아가 각각 지닌 기록문화를 통해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지혜와 기억을 되새기고자 했다”며 “강연, 전시, 체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관람객이 기록문화를 몸소 체감하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맛’과 ‘기억’을 매개로 기록문화를 풀어낸 점을 강조했다. “음식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언어이기 때문에, 한국의 가장 오래된 조리서 중 하나인 ‘수운잡방’을 전시하고 전통 레시피를 시연과 시식으로 이어 관람객이 기록을 맛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행사는 나폴리 중심부의 세계문화유산 산 로렌초 마조레 성당에서 열려 의미를 더했다. 이곳은 역사 지구의 중심에 위치해 일일 방문객이 많은 장소로, 한국의 기록유산과 미식을 세계 관광객에게 직접 선보이는 무대가 됐다. 또한 라우라 리에토 부시장, 마시모 페페 도시개발정책 의장 등 현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한국 문화가 지역사회와 긴밀히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성당 내부 전시는 ‘K-팝 판타지의 원천’, ‘손글씨로 남긴 역사’, ‘목판에 새긴 기록’, ‘편액에 깃든 글씨의 예술’, ‘그림 속 소망과 상징’ 등 다섯 섹션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K-팝 판타지의 원천’은 전통 민화와 설화를 통해 현대 K-팝의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의 뿌리를 탐구하며 관람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최 본부장은 “전통 조리서를 단순한 요리법이 아닌, 시대의 삶과 지혜, 기억을 담은 기록으로 알린 것이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성과”라며 “세계적인 미식의 도시 나폴리에서 음식을 통해 기록문화를 전달한 시도가 현지인의 공감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예산과 언어 장벽 등 준비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서울대 이기철 교수의 협력으로 한국 전통문화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다. 현장 반응은 뜨거워 서예·목판 체험과 전통 음식 시식 코너에는 긴 줄이 이어졌고,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도 질문이 쏟아졌다. 최 본부장은 “이번 행사가 도시와 국가 간의 교류로 확장돼 한국의 기록유산이 세계 각지의 문화와 만나 더 넓은 대화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7

정부, 유교문화 교육 강화한다···전통문화 계승·발전 계획 발표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제1차 성균관·향교·서원 전통문화 계승·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유교문화 교육 강화와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중심으로 한 실행 방안을 공개했다. 이는 2023년 7월 제정된 ‘성균관·향교·서원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성균관·향교·서원법)에 따른 첫 종합계획으로, 전국 234개 향교와 1087개 서원의 문화유산 보존·계승을 목표로 한다. 주요 내용으로는 △맞춤형 유교문화 교육 프로그램 확대(지역민 대상 강좌, 온라인 수강자 증대) △향교·서원 연계 관광 프로그램 개발 및 전문 해설사 양성 △전통문화교육관 등 유교문화 체험 기반 시설 추가 설립 추진 △보유 기록유산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과 전통 예절·제향 표준안 마련 △청소년 인성교육용 콘텐츠 제작 및 석전대제(공자를 모시는 사당인 문묘에서 지내는 제사 의식) 보존 강화 △국가유산돌봄사업을 통한 상시 관리 체계 구축 등이 포함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향교·서원의 소중한 전통문화 자산을 지속해서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이번 종합계획을 수립했다”며 “앞으로 종합계획에 담겨 있는 세부 과제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6

이강소 회고전 ‘곡수지유’… 50년 예술 여정 한눈에

이강소 작가(82)는 대구 출신으로, 실험적 기법으로 유명한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다. 그는 그림, 판화, 비디오, 퍼포먼스, 설치, 사진, 도예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장르나 재료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표현 방식을 탐구해왔다. 직감과 유희적 접근으로 완성된 그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고정된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작품의 개방성을 통해 주체적인 상상과 의미 재구성을 유도하며, 이는 예술과 수용자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그의 창작 철학을 반영한다. 대구미술관에서 지난 9일 개막한 이강소 회고전 ‘곡수지유(曲水之遊): 실험은 계속된다’는 내년 2월 22일까지 대구미술관 1전시실과 어미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조각, 설치, 판화, 드로잉 등 1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1970년대 실험미술의 선구자로서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온 그의 예술적 탐구의 궤적을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특히 초기 작품부터 최신작까지 아우르며 유연한 사고와 창작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전시 제목 ‘곡수지유(曲水之遊)’는 고대 중국에서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 보내며 시를 짓던 풍류에서 비롯됐다. 이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 자유롭게 사유하며 예술적 실험을 이어온 이강소의 작업 방식과 맥을 같이한다. 전시는 ‘곡수지유’의 정신과 ‘실험정신’을 중심으로 그의 반세기 예술 여정을 종합적으로 조명한다. 곡수지유의 개념은 흐르는 물과 순간적 영감이 교차하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다. 이강소의 작업 현장인 낙동강변은 강물과 모래사장, 갈대밭이 어우러진 자연 환경이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됐으며, 동료 예술가들과의 협업은 새로운 미술을 향한 열정의 토대가 됐다. ‘실험정신’은 그의 작업을 이끈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1969년 신체제를 결성하고, 1970년대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에꼴드서울 등에서 현대미술운동을 주도했다. 특히 1974년 창설한 대구현대미술제는 한국 최초의 전국적·국제적 현대미술제로, 이후 전국 각지로 현대미술제가 확산되는 출발점이 됐다. 이 시기의 실험정신은 회화·조각·판화 등 전통적인 매체로 이어지며 한층 심화됐다. 전시는 최근작에서 출발해 1970년대 실험미술과 이후의 확장을 따라간다. ‘청명(淸明)’ (2016~) 연작은 맑은 정신세계를, ‘바람이 분다’(2022~) 연작은 청명의 기운에 화려한 색채를 더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무채색을 고수해 온 그는 “색이 나를 유혹했다”라는 고백처럼 자연스럽게 색을 받아들이며, 또 다른 국면을 열었다. 1970년대 대표작들은 한국 실험미술의 역사를 증언한다. 제9회 파리비엔날레에 출품된 ‘무제 1975-31’, 이른바 ‘닭 퍼포먼스’는 전시장 한가운데 살아 있는 닭을 매어두고, 그 흔적을 작품으로 선언한 파격적 작업이다.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의 순간을 예술로 바꾼 이 작품은 한국 실험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자, 이강소를 국제무대에 알린 계기가 됐다. 비디오 작업 ‘Painting 78-1’은 투명한 유리 위에 붓질로 화면을 채우는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회화를 ‘완성된 결과’가 아닌 ‘그려지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한다. 인터넷은 물론 컬러 텔레비전조차 보급되기 전이었던 1977년에 시도된 이 작업은 회화와 비디오를 결합해 매체 확장의 전환을 보여줬다. 중앙 섹션에서는 198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강소 회화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직접적 서사를 배제하고 자연의 형세나 물의 흐름 같은 잔상으로 채워진 화면은 관람자의 시선과 경험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멀리서는 고요한 산세를 닮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능선이나 빗물을 머금은 하늘로 변모한다. 이처럼 무한히 생동하는 화면은 ‘살아 있다’는 표현을 떠올리게 하며, 이것이 이강소 회화가 지닌 독특한 매력이다. 조각 또한 1980년대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그는 서구식 덩어리 조작 대신 흙, 불, 바람, 빛 같은 자연 요소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Becoming(되어감)’이라 명명한 이 작업은 자연의 질료와 작가의 신체가 어우러지며, 우연의 개입 속에서 작품이 완성된다. 이강소는 이를 “의식과 무의식의 합작”이라 설명했다. 1전시장의 마지막에는 판화 작품과 함께 1970년대 이강소가 주도한 실험미술 운동과 대구현대미술제를 중심으로 다룬 아카이브 공간이 선보인다. 신체제,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에꼴드서울 등의 활동과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이어진 대구현대미술제의 기록이 귀중한 자료로 되살아난다. 또한 어미홀에서는 이강소의 1973년 첫 개인전 출품작 ‘소멸’을 중심으로 갈대와 브론즈 조각이 어우러진 공간이 마련된다. 자연광이 스며드는 창과 설치가 조화를 이루며, 관객은 낙동강변의 정취와 현재의 공간을 동시에 체험하고, 곡수의 흐름이 담긴 작가의 예술을 체감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이강소의 예술은 반세기 동안 이어진 실험과 확장의 여정”이라며 “고향 대구에서 열리는 14년 만의 대규모 회고전인 만큼, 그의 작품 세계의 깊이와 감동을 직접 느끼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강소 작가 약력 △1943년 대구 출생 △서울대 미대 졸업, 경상대 교수, 뉴욕주립대 올버니캠퍼스 객원교수 역임 △2003년 이인성 미술상 수상 △주요 활동 ▲1970년대 혁신적 실험 미술: 명동화랑에서 생활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퍼포먼스 전시 개최. 신체제와 AG(Art Group)를 통해 전위적 작업 전개. ▲국제적 명성:1975년 파리청년비엔날레, 1977년 상파울루비엔날레 참가. 파리비엔날레의‘닭 퍼포먼스’로 프랑스 언론 주목. ▲미술운동가: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 창설, 제도적·상업적 지원 없이 순수 실험 미술 구현. ▲회화 탐구: 1985년 이후 오리·사슴·배 등 상징적 이미지로 ‘실재와 재현’ 문제 탐색. ▲해외 진출: P.S.1 프로젝트 선정(1991~92), 뉴욕·런던(테이트 갤러리)·바비칸 센터 등에서 활동. ▲예술적 성과:1970년대 신체제와 AG로 실험 미술 기반 마련, 이후 회화·사진·조각 등 매체 확장.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실험적 접근을 통해 국내외에 영향력 발휘, 현재까지 창작 탐구 지속.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6

세월호에서 독산동까지… 예술이 되다

영천 시안미술관은 지난 12일부터 11월 16일까지 본관 1, 2, 3전시실에서 2025년 하반기 특별기획전으로 중견 작가 최선(52)의 개인전 ‘물 위의 자리(A Place on the Water) ’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추구하는 ‘사람과 예술, 오늘의 연구’라는 방향성에 맞춰, 사회적 트라우마와 개인의 기억을 예술적 기호로 변환하는 최선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조명한다. 2005년부터 2025년까지의 회화·설치 작품 7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산업 유산, 사회적 상처, 시간의 흔적을 재료로 삼아 ‘말할 수 없는 것’을 시각화하는 작가의 독창적 접근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최선 작가는 세월호 참사, 고(故) 백남기 농민 사건, 구제역 살처분, 구미 불산 누출 사건 등 한국 사회의 집단적 트라우마를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사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언어가 삭제한 고통의 구체성을 물질적 흔적으로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 현장 바닷물에 캔버스를 담가 얻은 소금 결정은 희생자들의 부재를 응축한 증언이 되며, 백남기 농민 사건 당시 물대포 대신 사용한 캡사이신을 캔버스에 발라 국가의 폭력을 시각화한다. 이처럼 작가는 “통계와 행정 용어로 환원된 비극을 신체적 감각으로 되돌리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은 1980년대 섬유·봉제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산업 구조 변화로 쇠퇴한 지역이다. 최선은 이곳에 버려진 폐기물과 폐조명을 재활용해 ‘독산회화’ 연작을 제작했다. LED 폐기물로 만든 설치 작품은 독산동에서 사라진 노동자들의 존재를 상징하며, 폐조명을 재점등한 작품은 산업 시대의 유산을 현재로 소환한다. ‘버려진 조명 속에 담긴 노동의 시간을 다시 밝히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관람객은 빛을 통해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공존을 체험하며, 산업화의 그림자에 묻힌 개인사를 반추하게 된다. 작가는 비트겐슈타인의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침묵하라”는 명제를 뒤집어, 침묵 자체를 사회적 증언의 형식으로 재해석한다. 그의 작품에서 침묵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소금·껌·유골 가루 등 물질적 흔적이 증언하는 ‘열린 틈’이다. 인천 거리에서 채집한 노숙인의 침은 사회적 배제의 흔적으로, 껌은 제도 밖 청소년들의 목소리로 재구성된다. 특히 ‘실바람’은 무연고 유골 가루를 캔버스에 뿌려 만든 작품으로, 죽음과 소멸이 아닌 ‘잔여’로서의 기억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현재에 스며들어 미래를 질문한다”고 말한다. 최선의 작업은 시간의 선형적 흐름을 거부한다. ‘별똥 떨어지던 날’은 항암제로 캔버스를 탈색시켜 시간의 파괴적·창조적 이중성을 드러낸다. 항암제가 건강한 세포까지 파괴하듯, 시간의 흐름은 소멸과 회복을 동시에 품는다. 이 작품은 별똥별의 순간적 소멸이 소망을 상징하는 역설처럼, 트라우마의 흔적이 새로운 생성의 계기가 됨을 암시한다. 또한 ‘멀미’는 군복 카모플라주 패턴을 차용해 분단 현실과 이념적 낙인을 비판하며, 정체성의 불안정성을 색채의 어긋남으로 표현한다. 최선은 개인의 고통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얻는다고 본다. 외국인 노동자, 이주민의 숨결을 한 캔버스에 겹쳐 그린 ‘호흡’ 시리즈는 생명의 근원적 행위가 타자에 의해 유지됨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관계는 평화로운 공존이 아니라 ‘낙인과 배제의 불안정성’ 속에 있다. 작가는 “예술은 고정된 답이 아니라, 부재와 균열을 안고 살아가는 질문”이라고 강조한다. 최선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침묵을 세상과 그 너머를 새롭게 바라보는 구도의 과정으로 정의하며, 이를 통해 모든 존재와 관계가 숭고하게 재탄생하는 순간을 ‘침묵과 빛의 만남’으로 형상화하고, “빛을 향해 마음을 열면 불신이 사라지고 황금빛이 스며들어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이룬다”고 말한다. 박천 시안미술관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이 사회적 기억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최선의 작업은 트라우마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흔적이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스며드는지 탐구한다”고 설명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5

문화예술교육·기술 융합으로 ‘창의도시 포항’ 도약

단순한 예술 체험으로만 여겨졌던 창의적 문화예술 교육이 시민들의 삶 속에 녹아들며 크게 주목받고 있다. 문화예술 교육 향유가 참여자를 능동적인 주체로 이끌어 시민 개개인에게는 내적 풍요와 행복감을 높이는 계기를, 사회에는 연대와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토대가 되고 있다. 포항시 출자·출연기관인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전담팀(TF) 신설과 국비 유치를 통해 ‘꿈의 무용단’, ‘가가호호’ 등 계층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람 중심 도시’ 구현에 나선다. 또한 ‘제6의 섬 예술기술융합 놀이터’, ‘포항 AI 영화제’, ‘공예+기술 실험실’ 등 예술과 최첨단 기술의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 시민 주도 문화 조성에 집중한다. 포항문화재단, 전담팀 신설·국비 4억8800만원 확보 꿈의 무용단·포항 AI 영화제 등 융합형 예술교육 추진 교육 사각지대 해소·인재 양성… 도시 정체성 재정립 ◇‘문화예술아카데미 전담팀(TF)’ 신설, 체계 재정비… 4억8800만원 국비 유치 포항문화재단이 올해 초 ‘문화예술아카데미 전담팀(TF)’을 구성하며 예술교육 사업에 날개를 달았다. 기존 부서별로 분산됐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합 관리해 기획력과 실행력을 극대화한 이 팀은,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공모사업에서만 총 4건, 4억88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며 ‘교육도시 포항’의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아동부터 청년까지,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교육 사각지대 해소 가장 주목받는 사업은 ‘꿈의 무용단 포항’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공모에 선정된 이 프로젝트는 5년간 국비 지원을 받아 진행되며, 아동·청소년이 무용을 통해 자기표현과 공동체 감각을 키우는 장기 프로젝트다.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감정 교류와 예술적 소통에 초점을 맞춰 무용을 통해 자기 이해와 타인과의 소통 능력을 키우며, 예술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또 ‘가가호호(家加好好)’ 프로그램은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등 문화적 접근성이 낮은 계층을 대상으로 감정표현·미술놀이·신체 퍼포먼스 등 가족 소통 프로그램을 제공해 정서적 치유와 유대 강화를 도모한다. △내년 신규 사업 통해 ‘창의인재 양성’ 가속화 2026년에는 ‘문화기획자 양성 아카데미’와 ‘아트브릿지 캠프’가 본격 가동된다. 문화기획자 양성 아카데미는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문화기획 역량을 체계적으로 키우고 지역 문화 생태계의 인적 기반을 확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청년 문화기획자를 새롭게 발굴하고, 시민·예술가·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실습형 프로젝트로서 최종 결과물을 지역 축제 및 문화행사와 연계해 실현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아트브릿지 캠프(Art Bridge Camp)는 문학·미술·음악·디자인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기반으로 장르별 거장 및 전문가를 초빙해 창작 체험, 마스터클래스, 특화 워크숍 등을 운영하는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하며, 예술 장르 간 융합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예술로 사고하고, 예술로 연결하는’ 창작 경험을 제공한다.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문화예술교육은 시민의 삶과 도시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핵심 자산”이라며 “포항이 산업도시에서 벗어나 창의교육도시로 도약하는 데 교육이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술과 기술, 산업의 경계를 허물다···‘융합창작 생태계’ 가동 포항문화재단은 첨단기술과 예술, 산업과 시민을 연결하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창작 역량을 극대화하며 지역 창작 생태계 조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제6의 섬 예술기술융합 놀이터', ‘포항 AI 영화제’, 그리고 새롭게 시작된 환동해 공예산업 특화지역 조성 사업 등은 창의와 협업, 융합을 기반으로 한 포항형 문화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장시켰다. △예술기술의 실험정신, ‘제6의 섬’ 프로젝트: 과학과 예술의 컬래버레이션 포항문화재단은 지난 6월 24~27일 예술과 기술, 놀이를 융합한 창작 실험 플랫폼 ‘제6의 섬 예술기술융합 놀이터’를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포항의 장소성과 역사, 산업 자원을 바탕으로 한 리서치와 협업을 통해 총 8개의 프로토타입 작품이 제작됐으며, 각 작품은 디지털 인터랙티브, 증강현실, 센서 기반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기술 매체와 예술적 상상력의 접점을 보여줬다. 과학기관과의 협업은 지역의 과학 인프라가 예술 창작의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줬으며,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 가능성도 제시했다.   △AI로 그리는 포항 이야기: 시민 참여형 영화제와 워크숍 AI(인공지능) 영상 제작 워크숍(7월 30~8월 21일)은 20명의 시민이 참여해 직접 스토리를 기획하고, 생성형 AI 툴을 활용해 영상을 제작하는 실습형 프로그램이다. 시민들은 자신의 삶, 환경, 지역문화 등의 주제를 AI와 결합해 3~5분 분량의 창작물을 완성했으며, 해당 영상은 오는 11월 AI 시민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이어서 열린 ‘AI 시네마 캠프: 포항’(8월 27~29일)에서는 전문 창작자들이 팀을 이뤄 AI 기술과 로컬 스토리를 결합한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이 캠프는 포항의 정체성을 반영한 콘텐츠 제작 모델을 제시했다. △기술과 손의 기억이 만나다: ‘공예+기술 실험실’ 워크숍 개시 9월부터 시작된 금속공예 기반의 ‘공예+기술 실험실(Craft+Tech LABS)’ 워크숍은 금속 기술 분야 퇴직자, 공예작가, 디지털 기술 청년이 함께 참여하는 융합형 공예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술과 전통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 가치를 창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스터 매칭 워크숍’은 철강 퇴직자와 작가가 금속 공예 작품을 공동 제작하며, ‘기술×공예 융합 워크숍’은 디지털 기술과 전통 공예의 결합을 시도한다. 모든 결과물은 오는 12월 전시를 통해 시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문화예술교육은 시민의 삶을 바꾸는 동시에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열쇠”라며 “앞으로도 예술교육의 문턱을 낮추고, 지역 자원을 창의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실험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4

“전통주에 담긴 인문학의 향기”…대구서 특별 강연 열린다

참다운 술맛의 의미를 되새기는 인문학 강연이 대구에서 마련된다. 도서출판 학이사와 대구월드투어는 오는 24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종로 소재 몬스터즈크래프트비어에서 ‘전통주로 빚은 인문학’ 북토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 원장 박운석 저자의 신간 출간을 기념해 열리며, 곽연호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 수석연구원이 대담자로 나선다. ‘참다운 술맛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라는 주제 아래 전통주가 지닌 철학적 의미와 문화적 가치를 인문학적 시각에서 풀어낼 예정이다. 참가비는 1만 원이며, 행사 당일 저자가 직접 빚은 전통주 시음도 준비돼 있어 참가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문의는 학이사(053-554-3432)로 하면 된다. 주최 측 관계자는 “전통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한국인의 삶과 철학이 담긴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강연을 통해 전통주의 깊은 맛과 의미를 나누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운석은=경북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매일신문에서 문화부장을 지냈고, 대구문화재단에서는 문화기획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문화 발전에 힘써왔다. 현재는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전통주 교육훈련기관(제21호)으로 지정받은 바 있다. 우리 술의 대중화와 교육에 힘쓰는 전문가로서 활발한 저술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스무 색깔 스무 느낌’과 ‘차근차근 수제맥주’가 있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 술과 관련된 인문학적 시선을 소개하고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9-14

"일상의 미세한 울림을 담다" ···포항 정미영 수필가 두 번째 수필집 ‘소리의 서막’ 출간

포항에서 활동하는 정미영(53) 수필가가 두 번째 수필집 ‘소리의 서막’(아르코 )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고요한 순간 속에서 발견되는 삶의 소리, 말 이전의 숨결, 기억 속 침묵까지 일상의 미세한 진동을 54편의 글에 담아냈다. 2025년 경북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된 이 작품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들을 위한 자리”라는 저자의 말처럼 독자들에게 은은한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책의 표제인 ‘소리의 서막’은 ‘소리의 서막은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에서 따왔다. 정 수필가는 “사이렌 소리처럼 생명을 구하는 소리는 진중한 밀도로 다가오듯, 모든 소리가 희망으로 귀결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러한 독특한 시선은 2024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필 부문 선정으로 이어지며 작품의 깊이를 증명했다. 수필집은 제1부 ‘내 영혼을 매혹하는 수필 향기’부터 제5부 ‘나의 소소한 여행’까지 총 5부로 구성된다. 제1부는 오래된 슬픔과 찰나의 기쁨을 교차시키며, ‘달빛이 환한 밤’ ‘벚꽃, 그리움’ 등 추억과 상실의 감정을 풀어낸다. 제2부에서는 문장과 책, 여행이 교차한다. ‘소나무 향 따라 맨발로 걷는 북천수’ ‘우물쭈물하면 좀 어때’처럼 사소한 순간에서 발견한 삶의 통찰이 돋보인다. 제3부 ‘영수 회담: 영화, 수필을 만나다’는 ‘장밋빛 인생’ ‘번데기, 아버지의 시간을 풀다’ 등 영화적 상상력과 수필적 사유를 결합했다. 제4부는 ‘소리의 서막은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를 비롯한 10편의 수상작이 수록됐다. 내면의 고요함과 치유를 탐구하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제5부는 ‘아를, 고흐의 그림 속을 걷다’, ‘알람브라 궁전, 시간의 문을 열고’ 등 유럽 여행기를 서정적으로 기록하며 공간과 시간의 교차를 그려냈다. 정미영 수필가는 “가장 깊은 말은 침묵 속에서 피어난다”고 말한다. 15년간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며 쌓아온 통찰을 바탕으로, 그는 이번 책에서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포착해 거대한 서사로 확장시켰다. 특히 ‘영수 회담’ 시리즈는 영화 속 장면과 현실의 감정을 연결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2005년 ‘에세이스트’ 신인상으로 등단한 정미영 작가는 2020년부터 경북매일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며 지역 사회에 문학적 감수성을 전파해왔다. 첫 산문집 ‘사계’(2023)에 이어 이번 신작에서도 삶과 소리, 기억의 교차점을 탐구하며 독자들과 소통한다. 그는 “오래된 슬픔에서 태어난 글도, 지나가는 바람 같은 기쁨에서 탄생한 글도 모두 나를 쓰다듬었다”며 “이 책이 독자들에게도 은은한 치유의 서막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4

역사를 통해 바라본 현대 국가와 정치 권력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치학과 교수 데이비드 런시먼의 신간 ‘국가 권력에 관한 담대한 질문들’(아날로그)은 홉스에서 후쿠야마까지 12명의 사상가를 통해 국가, 권력, 정치를 재해석한다. 이 책은 고전적 저작을 단순히 해설하는 대신, 현재 사회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역사상 주요 사상가들의 통찰을 불러내어 오늘날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경험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현대적 쟁점에 초점을 맞췄다. 이 책은 17세기 중반부터 20세기 말까지 정치사상사의 핵심 저작 중, 오늘날의 관점에서 재조명할 가치가 있는 작품 12편을 선정해 현대 정치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와 그들의 사상을 국가, 권력, 정치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와 연결해 체계적으로 탐구한다. 내용은 홉스-국가관, 울스턴크래프트-성정치학, 콩스탕-자유, 토크빌-민주주의, 마르크스·엥겔스-혁명, 간디-자치, 베버-리더십, 하이에크-시장, 아렌트-행동, 파농-폭력, 맥키넌-성적 억압, 후쿠야마-역사의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는 1장에서 다루는 ‘홉스와 국가관’이다. 성경 속 바다 괴물 ‘리바이어던’을 절대 권력을 지닌 주권자로 비유한 홉스의 사상은 현대 국가의 근간을 설명한다. 런시먼은 “정부가 국민 덕분에 권력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국민이 정부의 지배를 받는다”는 현대적 개념의 기원을 추적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절대적 권위가 필요하지만, 그 권력이 평화를 위협할 때 발생하는 딜레마를 강조하며, “우리를 정치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정치 자체이며, 이는 우리가 결코 정치에서 구원받지 못함을 의미한다”(57쪽)고 역설한다. 2장 ‘울스턴크래프트와 성 정치학’에서 다루는 ‘여성의 권리 옹호’(1792)와 11장 ‘맥키넌과 성적 억압’에서 다루는 ‘페미니스트 국가 이론을 향하여’(1989) 사이에는 200여 년의 시간이 존재한다. 18세기 영국의 사상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권리 옹호’에서 “여성의 이성적 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남성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만큼 허무맹랑하다”(73쪽)며 교육권과 시민 참여를 주장했다. 200년 뒤 맥키넌은 ‘페미니스트 국가 이론을 향하여’에서 국가와 법이 남성 권력을 재생산하며 여성 억압을 정당화한다고 비판한다. 런시먼은 두 저작이 던지는 문제의식에는 연속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그 외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당선언’을 통해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다운 삶은 가능한가?”를 묻고, 간디는 ‘힌두 스와라지’에서 “진정한 독립과 자유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베버는 1919년 독일 패전 직후 베를린대학교에서 진행한 강연을 정리한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진정한 정치가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가?”에 대해 신념과 책임을 함께 짊어질 수 있는 사람만이 정치가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답한다. 1958년에 이미 기계 기술 시대에 축소되는 인간과 기계가 지배하게 될 세상을 경고한 ‘인간의 조건’은 ‘악의 평범성’이라는 문구에 갇혀 있던 해나 아렌트의 새로운 정치철학적 시각을 보여준다. 런시먼은 고전 사상가의 사유를 단순히 복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팬데믹이 드러낸 국가의 이중성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국가가 잘 작동한다면 우리는 정치를 잊게 되지만, 그러기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홉스의 역설처럼,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로 하여금 현대 정치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1

홍석현 회장이 전하는 책임 있는 삶과 리더십의 통찰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얻은 통찰을 담은 에세이 ‘인생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중앙북스)을 출간했다. 중앙일보·JTBC 등 중앙미디어그룹을 이끌며 한국 언론·미디어 산업의 변화를 주도해온 그는 이번 책에서 글로벌 리더로서의 경험과 내면의 성찰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홍 회장은 “삶을 돌아보는 것이 곧 삶을 돌보는 일”이라는 신념 아래, 개인의 성장부터 사회적 책임, 영적 성숙까지 세 가지 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특히 언론사 경영자로서의 철학을 강조하며, “핵심 인사에 대한 인사권은 갖되 제작 독립성은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히며 언론의 공정성과 자율성 확보를 위한 고민을 드러냈다. 중앙일보, JTBC 등 중앙미디어그룹을 이끌며 국내 미디어 산업의 발전과 개혁을 이끌어온 그는 해방 후 대한민국 국적으로 태어나 해외 유학에 오른 1세대 글로벌 리더이기도 하다. 이 책은 거창한 담론이 아닌 구체적인 삶의 체험에서 길어낸 진솔한 고백과 성찰을 통해 독자들에게 지혜, 리더십, 영성을 전하는 출판물이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그동안의 삶의 긴 여정을 되돌아보며, “삶을 돌아보는 것은 곧 삶을 돌보는 일”이라 강조하며,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 그리고 영성의 회복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현재의 자신과 독자들에게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은 ‘성장’, ‘품격’, ‘영성’ 세 장으로 구성됐다. ‘성장’ 부문에서는 싱가포르 리콴유 총리, 삼성 이건희 회장 등과의 만남을 통해 체득한 리더십과 도전 정신이 담겼다. ‘품격’에서는 인간관계와 대화 태도 등 내면적 자질의 중요성을, ‘영성’에서는 ‘왜 사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나눔과 중도의 가치를 역설한다. 그는 “비평가가 아닌 주인으로 살라”, “조건 없는 행복만이 진짜 행복”이라며 외적 성취보다 자기 삶의 주체성을 강조한다. 또한 매형인 이건희 회장에 대해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친 특별한 존재”라고 회고하며 가족과의 관계에서 얻은 교훈도 전했다. 홍 회장은 중앙일보 사장 취임 후 진보 지식인 필진을 초빙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신문으로 변화시킨 경험을 소개하며,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조직에서 직위가 높을수록 ‘듣는 귀’를 열어야 한다”며 쓴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를 사회 지도층에 권고하기도 했다. 이번 책은 화려한 경력 뒤에 숨은 개인적 고뇌와 종교적 성찰까지 담아내며, “더 나은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홍 회장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갈등과 혼란 속에서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공동체적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책이 “리더들의 성공담이 아닌 평범한 이들의 공감을 이끄는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홍석현은 1977년부터 7년간 세계은행(IBRD)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 귀국해 1983~85년 재무부와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삼성을 거쳐 1994년 중앙일보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중앙일보·JTBC 회장, 세계신문협회(WAN)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현대사의 흐름과 삶을 함께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