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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명연주·앙상블···세계 정상급 클래식 무대 펼쳐진다

대구·경북 최대 규모의 클래식 공연장인 대구콘서트하우스의 2026년 프로그램은 지난해 못지않게 풍성하다. 대구콘서트하우스 대표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인 거장을 만날 수 있는 ‘명연주 시리즈’와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의 독주회 시리즈 ‘The Masters’에 세계 연주계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 피아니스트 김선욱 등이 잇따라 방문해 팬들의 기대가 높다. 노부스 콰르텟, 빈소년합창단 등 세계적 명문 연주단들도 찾아 관심을 끌고 있다. □ 세계가 주목하는 연주자들, 대구콘서트하우스 ‘명연주시리즈’ 2026 대구콘서트하우스 대표 기획 프로그램인 ‘명연주시리즈’는 2026년 시즌을 통해 동시대 클래식 음악의 흐름을 이끄는 연주자와 오케스트라를 집중 조명한다. 그 시작을 알리는 무대는 오랜 전통과 완성도 높은 하모니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온 빈 소년 합창단(1월 21일)이다. 이어지는 무대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3월 13일)로서 모차르트와 클래식 레퍼토리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다. 5월에는 K-클래식을 이끄는 젊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독주회(5월 8일)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피아니스트 김선욱 듀오 리사이틀(5월 28일)이 선보인다. 시즌 하이라이트로는 미하일 플레트네프, 고티에 카푸송, 라흐마니노프 오케스트라(6월 9일)가 함께하는 세계적 거장들의 협연 무대가 예정돼 있다. □ 봄을 열어줄 산뜻한 음악 축제 ‘DCH 앙상블 페스티벌 대구콘서트하우스는 2025년 처음 개최해 호평받은 음악 축제 ‘DCH 앙상블 페스티벌’을 2026년에도 2월 4일부터 3월 27일까지 약 두 달간 이어간다. 이 앙상블 공연은 각 악기의 섬세한 음색과 개성이 더욱 또렷하게 살아나는 깊이 있는 음악을 선사한다. 올해는 대구를 비롯한 국내외 유수의 앙상블은 물론 해외에서 활동하는 연주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작년 공연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지역 연주단체–지역 작곡가 매칭 프로젝트를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이어간다. □ 챔버홀에서 만나는 깊은 울림, ‘The Masters’ 뛰어난 연주자들의 깊이 있는 음악 세계를 만날 수 있는 ‘The Masters’ 시리즈도 2026년 계속된다. 2025년 한 해 동안 국내 우수 연주자들의 독주회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은 이 시리즈는, 2026년 2월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의 무대를 시작으로 이자하(바이올린), 김다솔(피아노), 김민지(첼로), 김영준(바이올린)이 차례로 챔버홀 무대에 오른다. □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무대, ‘클래식 ON’ ‘지역과 세계를 잇는 클래식 공연장’이라는 비전 아래, 대구콘서트하우스는 2026년에도 지역 예술인과의 동반 성장을 이어간다. 매월 두 차례 지역 예술인을 집중 조명해 온 ‘클래식 ON’ 시리즈를 통해, 올해 역시 지역의 우수한 연주자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1월 20일 대구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수·김소정의 듀오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테너 김동녘, 피아니스트 이미연, 소프라노 류진교, 테너 하석배, 혼 앙상블, 작곡가 박창민 등 다양한 장르와 세대의 지역 예술인들이 무대에 올라 풍성한 클래식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 청년 예술인 육성으로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미래 청사진 그리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 예술인 육성을 위해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5년 새롭게 시작한 교육 사업 ‘DCH 앙상블 아카데미’와 17세에서 29세 이하의 국내외 청년 음악가 100여 명을 선발해 일주일간 멘토와 지휘자의 집중 교육을 진행하는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를 2026년에도 이어간다. 특히 2018년 이후 꾸준히 운영돼 온 프로젝트인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는 단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음악가로서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해 왔다. 2025년에는 윤한결 지휘자와 첼리스트 한재민과의 협연 무대를 통해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의 대중적 인지도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2026년 8월에도 청년 음악가들이 대구에 모여 뜨거운 열정으로 여름을 수놓을 예정이다. 박창근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2026년에도 많은 시민 여러분께서 공연장을 찾아 클래식 음악이 주는 깊은 감동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05

한국국학진흥원, ‘웹진 담(談)’ 1월호 발행···24절기의 다각적 의미 조명

안동 소재 국학 연구기관인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전통시대의 시간 질서인 24절기가 현대 사회에서 지니는 다각적인 의미를 조명하는 ‘웹진 담(談)’ 신년호 ‘큰 시간표, 절기(節氣)’를 발행했다. 이번 1월호는 절기가 전통시대의 역법을 넘어 오늘날의 문화와 풍습을 형성해 온 원천임을 밝히며, 급변하는 미디어 산업의 흐름과 변화상을 ‘절기’라는 신선한 시각으로 분석한다. 김해인 연구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의 ‘시간의 마디를 나누다’는 해와 달의 운행을 조화시킨태음태양력의 원리를 바탕으로, 24절기가 조선 시대 생업과 국가 의례의 엄격한 기준이었음을 소개한다. 그는 “조선 시대에는 절기 중 사형 집행을 금지했으며, 동지를 ‘작은 설(亞歲)’로 삼아 종묘에 팥죽을 올리고 백관의 조하(朝賀)를 받았다”며 절기가 국가 통치 시스템과 긴밀히 연결되었음을 강조한다. 또한 입춘을 기준으로 띠를 정하는 역법과 동지 팥죽의 벽사 의례를 음식문화사적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냈다. 김나경 초빙교수(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의 ‘절기(節氣), 미디어를 읽는 또 하나의 시간’은 24절기의 순환 원리를 현대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에 대입해 분석한다. 김 교수는 숏폼 콘텐츠의 폭발적 성장을 ‘하지’의 열기에, OTT 서사의 귀환을 ‘백로’와 ‘한로’의 서늘함에 비유한다. 또한 생성형 AI 기술이 무분별한 확장을 멈추고 절제를 배우는 단계를 ‘상강의 서리로 해석하면서 현재 미디어 시장이 새로운 순환을 준비하는 ‘동지’의 상태에 와 있음을 역설한다. 이 외에도 ‘웹진 담(談)’ 신년호는 웹툰, 예술 평론, 연재소설 등 다채로운 콘텐츠로 절기의 면모를 조명한다. 서은경 작가의 웹툰 ‘독선생전’은 훈장님과 아이들의 일상을 통해 절기가 삶에 스민 해학과 풍자를 시각적으루 구현한다. 이수진 공연평론가의 ‘완벽한 한해에 대한 꿈’은 영화 ‘남한산성’을 통해 병자호란의 혹한 속에서 펼쳐진 ‘명분과 생존 사이의 갈등’을 조명하며, 인간적 가치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이문영 작가의 ‘망허촌이 얼어붙은 날’은 소한과 대한 사이 혹독한 추위를 동장군과 요괴 영노의 대결이라는 민속적 상상력으로 풀어내면서 절기의 순환생명력 계승의 상징임을 묘사한다. ‘웹진 담(談)’ 2026년 1월호는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홈페이지(https://story.ugyo.net/front/webzine/index.do)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05

세계적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 경주예술의전당 무대에

세계적인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가 경주를 찾는다. 한국수력원자력(주)과 경주시가 공동 주최하는 ‘한수원프리미어’ 사업의 일환으로, 뮤지컬 ‘맘마미아!’가 1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1999년 영국 초연 이후 26년간 16개 언어로 450개 도시에서 7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사로잡은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2004년 첫 선을 보인 이래 21년간 누적 관객 230만 명을 기록하며 장기 흥행 중이다. 이번 공연은 아바(ABBA)의 대표곡 22곡을 엮어 만든 특유의 유쾌함과 감동적인 가족 이야기로 관객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최정원·신영숙·홍지민·김영주·박준면·김경선·루나·최태이 등 한국 뮤지컬계의 정상급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은다. ‘도나’ 역에는 최정원과 신영숙이 더블 캐스팅됐다. 최정원은 ‘브로드웨이 42번가’와 ‘시카고’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 베테랑으로, 자유분방하면서도 따뜻한 모성애를 지닌 주인공 도나를 연기한다. 신영숙 역시 ‘엘리자벳’과 ‘’'명성황후' 등에서 검증된 가창력과 연기로 도나의 복합적인 내면을 표현할 계획이다. 도나의 친구인 ‘타나’역은 홍지민과 김영주가 분한다. 홍지민은 ‘캣츠’와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파워풀한 보컬로, 김영주는 ‘위키드’와 ‘렌트’에서 개성 강한 연기로 주목받았다. 두 배우는 유머러스한 입담과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관객의 웃음을 책임진다. 도나의 또다른 친구인 ‘로지’ 역은 박준면과 김경선이 맡았다. 박준면은 ‘레미제라블’과 ‘시카고’에서 진솔한 연기로, 김경선은 ‘시카고’와 ‘레베카’에서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을 입증했다. 이들은 도나와 함께하는 코믹한 호흡으로 공연에 활기를 더할 전망이다. 도나의 딸인 예비 신부 ‘소피’ 역은 루나와 최태이가 교대로 출연한다. 걸그룹 f(x) 출신 루나는 ‘맘마미아!’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변신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며, 신예 최태이는 ‘무명호걸’과 ‘런어비스’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만큼 당차면서도 청순한 소피 캐릭터에 도전한다. ‘댄싱 퀸(Dancing Queen)’부터 ‘맘마미아(Mamma Mia!)’, ‘슈퍼 트룹퍼(Super Trouper)’까지 아바의 명곡이 흐르는 이 작품은 그리스 섬을 배경으로 엄마 도나와 딸 소피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다.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반영한 현지화 전략으로 관객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수원프리미어’는 지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고품격 공연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공연 시간 30일 오후 7시 30분, 31일 오후 2시·6시 30분, 2월 1일 오후 2시. 공연 문의 1588-4925.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05

‘대한민국 영화의 큰별’ 국민배우 안성기 별세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국민 배우‘ 안성기가 5일 별세했다. 올해 74세. 안성기 배우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로서 뛰어난 연기력은 물론 바른 품행으로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중환자실에 긴급 후송된 지 6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안성기 배우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쯤 안성기 배우가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중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아내 오소영 씨와 아들 다빈·필립 씨가 있다. 장례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한국영화배우 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원로배우 신영균이 명예위원장, 이갑성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배창호 감독·신언식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직무대행·양윤호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이 위원장을 맡는 장례위원회를 꾸렸다. 발인은 9일 오전 6시. 장지는 양평. 2019년부터 혈액암 투병을 해온 고인은 최근 회복에 전념하며 작품 복귀를 준비해왔다. 2019년 암 판정을 받았다가 수술로 이듬해 완치됐는데 재검을 받는 과정에서 재발된 사실이 알려졌다. 건강 이상설이 퍼지기는 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다가 2022년 본인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투병 사실을 확인했는데 우려와는 달리 상당히 건강한 모습이었다. 2023년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 박중훈, 최민식과 함께 참석해 큰 박수를 받았다. 고인은 아역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69년간 170편 넘게 출연하며 영화계를 이끌었다. 그는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1980)로 배우로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구도자의 만행을 그린 ‘만다라‘(1981·임권택 감독), 빈민으로 나온 ‘꼬방동네 사람들‘(1982·배창호), 거지 ‘민우‘로 분한 ‘고래사냥‘(1984·배창호), 후배 박중훈과 함께 한 ‘칠수와 만수‘(1988·박광수) 등이 1980년대 안성기를 주목하게 한 작품들이다. 90년대에는 ‘남부군‘(1990·정지영)을 시작으로 안정효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하얀전쟁‘(1992·정지영), 한국 최고의 코미디 영화로 꼽히는 ‘투캅스‘(1993·강우석), ‘그대 안의 블루‘(1992·이현승), ‘태백산맥‘(1994·임권택), ‘퇴마록‘(1998·박광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이명세) 등 출연 작품마다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고인은 2000년대에도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며 영화계 맏형 역할을 했다. 인상적인 액션 연기로 첫 남우조연상을 받은 ‘무사‘(2001·김성수), 한국 최초의 천만 영화 ‘실미도‘(2003·강우석), 박중훈과 또 한 번 콤비를 이뤘던 ‘라디오스타‘(2006·이준익) 등으로 사랑을 받았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1-05

<알림>경북매일신문 신년 오피니언 지면 개편

경북매일신문은 2026년 새해를 맞아 한층 더 발전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오피니언 필진을 개편합니다. 이번 개편을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독자에게 심층적인 통찰을 제안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신평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로서의 식견과 사회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적 격차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시사단상’ 을 집필합니다. 장호병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은 문학과 역사의 교차점을 바탕으로 ‘인문학의 미래’를 탐구할 예정입니다. 윤재호 경북상공회의소 회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전익현 포항철강공단 이사장은 산업 구조 혁신 전략을 현장 경험에 기반하여 풀어냅니다. 조관필 한동대 교수는 ‘다름과 가치를 만드는 건축도시’라는 코너에서 효율과 속도를 중심으로 하는 패러다임을 넘어 지역 정체성과 문화적 독창성에 기반하여 지속 가능한 차별화 전략을 제시합니다. 임재은 산림기술사는 ‘산림과 인간의 상생, 지속가능한 미래 전략’ 칼럼으로 기후 위기 시대에 산림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합니다. 유성찬 포항환경연대 공동대표는 환경·ESG 분야의 통찰력을 전달하는 ‘환경과 ESG’를 격주로 연재하며 서용운 계명대 글로벌 창업대학원 벤처창업학과 교수는 ‘AI와 인류의 미래’ 칼럼으로 기술 발전과 인간 사회의 조화를 모색하는 비전을 제시합니다. 주재원 한동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언론 환경 변화를 미디어 이론과 현장 경험으로 진단하고, 서득수 지속가능ESG연구소장은 SDG(지속가능발전목표) 실현을 위한 실천적 전략을 제안할 예정입니다. 또한 격주에서 매주 연재로 바뀌는 김은주 포항시의원의 ‘김은주의 공감정치’는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소통 프로젝트로, 복잡한 정치 이슈를 생활 밀착형 해법으로 풀어냅니다. 정미영 수필가의 포토에세이 ‘우연한 시선’은 일상 속 순간을 사진과 산문으로 담아내어 독자들에게 삶의 여유를 선사할 것입니다. 최은주 한국국학진흥원 국학기반본부장은 ‘조선의 일기’ 칼럼을 통해 국학 연구를 일상의 언어로 전달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독자에게 친근하게 소개할 예정입니다. 손철호 지역문화포럼 따로 또 같이 대표의 ‘문화 思랑’ 은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 인문학적 통찰을 보여주던 ‘유영희의 마주침’은 매주 월요일에서 목요일로 옮겨 독자를 계속 만납니다. 기존 필진과 더불어 새로 참여하는 경북매일의 오피니언 필진은 독자 여러분께 격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미래의 길을 제시할 것입니다.

2026-01-04

희망의 새해, 세계적 하모니로 여는 신년음악회

1월은 전국적으로 신년 음악회가 풍성하게 열리는 시기다. 새해의 희망과 활력을 주는 신년 음악회는 대부분 공공극장과 오케스트라의 연례 공연으로 선보이고 있다. 대체로 밝고 경쾌한 레퍼토리가 연주되지만 진지하고 무거운 레퍼토리를 선곡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신년 음악회 가운데 주요 공연을 소개한다. ◇포항시립교향악단 제219회 정기연주회 ‘2026 신년음악회’ 포항시립교향악단은 오는 22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219회 정기연주회 ‘2026 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 포항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 차웅의 섬세한 지휘 아래,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성악가 소프라노 홍혜란과 테너 최원휘가 협연자로 나선다. 차웅 지휘자는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으며, 현재 포항시립교향악단을 이끌며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소프라노 홍혜란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테너 최원휘는 이탈리아 라우리 볼피 국제 성악콩쿠르 1위 수상자로, 풍부한 음색과 뛰어난 기량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공연은 총 10곡으로 구성되며, 친숙한 멜로디부터 성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아리아까지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사한다. 첫 곡은 슈트라우스 ‘걱정 없이 폴카’는 경쾌한 리듬이 새해의 활기를 더하는 곡이다. 베르디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은 오페라의 대표 아리아로, 홍혜란의 섬세한 표현력이 기대된다.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 중 ‘신비로운 묘약 내것이 되었네’는 테너 최원의 청아한 음색이 돋보이는 곡이며 아르디티 ‘입맞춤’은 달콤한 분위기로 새해의 설렘을 전달한다. 번스타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투나잇’은 영화 OST를 클래식으로 편곡한 곡으로, 현대적인 감각이 묻어난다. 하이든 교향곡 104번 ‘런던’ 중 4악장은 힘찬 금관 선율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대구시립교향악단 ‘2026 신년음악회’ 대구시립교향악단이 ‘2026 신년음악회’를 오는 9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갖는다. 이 공연은 슈트라우스 2세의 폴카·왈츠, 차이콥스키의 웅장한 서곡, 마림바 협연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새해의 축제 분위기를 선사한다. 지휘는 백진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타악기 협연은 마림바 연주자(퍼쿠셔니스트) 심선민이 맡는다. 공연은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으로 시작한다. 이어 ‘천둥과 번개 폴카’는 타악기의 힘찬 울림이 에너지를 전달한다. ‘술, 여인, 노래 왈츠’와 ‘사냥 폴카’는 삶의 환희와 활기찬 사냥 풍경을 유려한 선율로 표현한다. 특히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가 평온한 새해 인사를 전한다. 중반부에는 시인과 농부의 사랑과 화해 이야기를 담은 주페의 ‘시인과 농부’ 서곡이 펼쳐진다. 이어서 마림바 협연자 심선민이 몬티의 ‘차르다시’와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연주한다. 공연의 피날레는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이다. 지휘자는 백진현은 미국 맨하탄 음악대학 대학원에서 석사(M.M.), 브루클린음악원에서 전문연주자 과정을 수료했고, 이후 하드포드 음악대학원에서 지휘과 최고지휘자 과정(Artist Diploma)을 장학생으로 마쳤다. 러시아 Far Eastern 국립예술대학 음악대학원에선 오페라-심포니 지휘 전공 박사(D.M.A.) 학위를 취득하며 학문적 기반을 다졌다. 심선민은 폴란드 국제 현대음악 콩쿠르 1위,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제 마림바 콩쿠르 3위. 국립강원대 교수 및 콜베르크 퍼커션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 ‘2026년 신년음악회’ 개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문태국이 함께하는 ‘2026 신년음악회’가 오는 31일 오후 5시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웅부홀에서 열린다. 공연은 비제의 대표작 ‘카르멘’ 서곡으로 문을 연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제1번 다장조’는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공연의 대미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4번 바단조’가 장식한다. 홍석원 지휘자의 섬세한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가 선보일 장대한 스케일이 주목된다. 홍석원은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수학했으며, 국내외 주요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젊은 지휘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첼리스트 문태국은 제15회 앙드레 나바라 국제 첼로 콩쿠르 우승자로, 독주와 실내악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번 신년음악회는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업해 특별 기획으로 마련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04

한국국학진흥원 제18기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880명모집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지난 2일부터 오는 2월 1일까지 유아교육기관을 방문해 유아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줄 제18기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880명을 공개 모집한다. 이 사업은 올해로 18년째를 맞아 현재 3000여 명의 이야기할머니가 8300여 개의 유아교육기관에서 활동 중이다. 이야기할머니는 단순한 봉사활동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가꾸는 문화 전승의 주체로서 미래 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정서와 바른 인성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선발 시 학력·경력은 고려되지 않는다. 만 56세 이상 만 74세 이하의 여성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으며, 평소 자원봉사나 이야기할머니 활동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지원 희망자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누리집(www.storymama.kr)에서 선발 공고를 확인한 뒤 2월 1일까지 지원서를 작성해 우편 또는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된다. 1차 서류심사 통과자는 이야기 구연 능력 평가를 포함한 면접 심사를 거치며, 최종 합격 시 4월부터 10월까지 약 36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5년간 거주지 인근 유아교육기관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04

[칼의 인문학] 중세 전쟁-식민지 패권의 ‘게임 체인저’ 톨레도검

스페인을 여행하며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장소 가운데 하나는 고도(古都) 톨레도(Toledo)다. 마드리드 남쪽 약 70km, 타호강(江)이 도시를 병풍처럼 감싼 이곳은 로마와 서고트,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이 겹겹이 쌓인 역사 공간이다. 알카사르 성채와 대성당, 미로(迷路)처럼 얽힌 중세 골목은 한때 제국의 중심이었던 시간을 말해준다. 그러나 톨레도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돌과 건축만이 아니다. 이 도시의 명성을 세계에 각인시킨 진짜 상징은 오히려 손에 쥘 수 있는 하나의 물건, ‘톨레도 검(劍)’이다. 톨레도는 특정한 형태의 검 이름이 아니라 ‘명검의 기준’으로 통했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이 지역의 강철은 유럽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톨레도 인근에서 채광된 철광석과 저탄소강·고탄소강을 반복해 접쇠하는 제강(製鋼) 방식, 그리고 독자적인 담금질과 열처리 기술은 강도와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쉽게 부러지지 않으면서도 휘어졌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 특성은 전투 현장에서 병사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안겼다. 잘 알려진 로마군의 글라디우스가 톨레도산 강철로 제작됐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것도 이 같은 명성을 반영한다. 8~11세기 서고트인과 무어인들이 오랫동안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톨레도를 장악한 이후 확보한 강철 무기와 갑옷의 힘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군사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지배의 기반이었다. 훗날 중동에서 ‘다마스쿠스 강(鋼)’이 개발된 것 역시, 톨레도 강철에 필적할 만한 재료를 만들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있다. 다마스쿠스 강이 경도에서는 뛰어났지만 유연성 면에서는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가 따라붙는 이유도, 비교의 기준이 이미 톨레도에 설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명검의 진정한 ‘게임 체인저’ 역할은 16세기 신대륙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스페인의 아메리카 정복은 흔히 총과 대포의 승리로 설명되지만, 실제 현장에서 정복자들이 끝까지 의존한 무기는 철제 무기와 갑옷, 그리고 톨레도 검이었다. 화약 무기는 보급이 불안정했고 오작동도 잦았다. 반면 강철 검은 언제나 손에 쥘 수 있는 확실한 힘이었다. 흑요석과 목제 무기에 익숙했던 원주민 사회는 전금속제 무기와 방어구를 거의 경험한 적이 없었고, 강철 검의 대응법 자체를 알지 못했다. 1532년의 ‘카하마르카 사건’은 기술 격차가 전쟁의 룰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잉카 황제 아타우알파가 8000명의 수행원을 이끌고 평화 회담에 나섰을 때,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거느린 병력은 불과 168명이었다. 그러나 스페인군은 톨레도 검과 철제 갑옷, 기병, 화승총과 대포를 숨긴 채 매복하고 있었다. 신호와 함께 울린 대포의 굉음, 말의 돌진, 번쩍이며 내려치는 철검이 동시에 몰아치자 잉카군은 공포에 질려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단 하루 만에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황제는 생포됐다. 이 전투가 특히 참혹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일방적 살상 구조에 있다. 원주민의 무기는 철제 방어구를 거의 관통하지 못했지만, 강철 검은 면(綿) 갑옷과 신체를 동시에 절단했다. 더구나 많은 원주민 사회가 포로 확보와 의례적 전투, 무력(武力) 게임 정도로 전쟁을 인식한 반면, 스페인군은 철저한 섬멸전을 수행했다. 말과 총성, 강철 검은 단순한 무기를 넘어 초자연적 힘으로 인식되며 공포를 증폭시켰다. ‘공포는 전염된다’는 격언이 확인 되는 자리이기도 했다. 톨레도 검은 단순한 칼이 아니다. 그것은 기술이 전쟁의 양상을 어떻게 바꾸고, 문명의 격차가 패권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상징이다. 오늘날 톨레도에서 생산되는 검은 실전용이 아니라 영화 소품이나 관광 기념품이 대부분이지만, 그 칼날 위에는 중세 전쟁과 식민지 시대를 관통한 냉혹한 기억이 서려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1-03

[EBS 세계의 명화]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EBS ‘세계의 명화’가 1월 3일 밤 10시 45분, 코엔 형제의 재기와 유머가 빛나는 작품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를 소개한다. 1930년대 미 남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탈옥수들의 방랑을 통해 인종 문제와 정치 풍자, 대중문화의 힘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낸다. 영화는 쇠사슬에 묶인 채 시골 농장에서 노역(勞役)하던 죄수 율리시즈, 델마, 피트가 탈출에 성공하면서 시작된다. 리더 격인 율리시즈는 숨겨둔 보물이 있다며 동료들을 이끌지만, 사실 그의 진짜 목적은 이혼한 전처(前妻)의 재혼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포마드 기름 상표에 집착하는 허세 가득한 율리시즈, 세상 물정에 어두운 델마, 어딘가 엇나간 피트의 조합은 길 위에서 계속 소동을 일으킨다. 도망치는 길에서 이들은 영혼을 팔고 기타를 친다는 흑인 연주자 토미를 만나고, 단돈 10달러를 벌기 위해 라디오 방송국에서 부른 노래가 뜻밖의 히트를 기록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경찰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며 각종 괴짜 강도들과 마주친다. 현상금을 노리는 여인의 유혹, 성경을 앞세운 폭력, 소를 증오하는 무장 강도의 등장은 영화의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한층 강화한다. 이 작품의 뼈대는 고대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The Odyssey)다. 주인공 이름부터 ‘율리시즈’인 점에서 알 수 있듯, 코엔 형제는 고대 서사를 미국 근대사의 풍경 속으로 옮겨왔다. 세 명의 여인에게 홀려 동료가 두꺼비로 변하는 장면, 외눈박이 거구와의 대결은 고전을 재치 있게 변주(變奏)한 장면이다. 여기에 컨트리 음악을 중심으로 한 사운드트랙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이야기의 색다른 재미를 준다. 후반부 등장하는 KKK단은 웃음 뒤에 숨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얼굴을 드러내며 극적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코엔 형제는 방랑과 귀환이라는 고전적 결말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적 현실과 풍자를 덧입혀 자신들만의 색깔을 완성한다. 가볍게 웃다가도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이 영화는, 새해 첫 ‘세계의 명화’로 손색없는 선택이라고 볼수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1-03

포항 원법사, 새해 첫날 2026명에게 ‘자비 조청 가래떡 나눔’ 행사 개최

사단법인 대한불교 유식종 포항 원법사(주지 해운 스님)는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2026명의 시민들에게 쫄깃쫄깃하고 말랑말랑한 자비의 조청 가래떡과 뜨끈뜨끈한 숭늉·보이차·무차를 나눠주며 새해의 희망과 나눔의 의미를 전했다고 2일 밝혔다. 조청 가래떡은 20~30년 경력의 신도들이 지역 쌀 10가마를 사용해 무쇠 가마솥에 장작불로 정성껏 만들었고, 조청은 50~60년 경력의 노신도들이 지역 쌀과 엿기름으로 무쇠 가마솥에 장작불로 푹 고아 만들었다. 원법사는 2000년부터 매년 동지에 자비의 팥죽을 나눠 왔으며, 지난해 동지에는 원화소복을 발원하며 기관·단체와 시민들에게 4000인분의 자비의 동지 팥죽을 나누기도 했다. 자비의 동지 팥죽을 나누기도 했다. 이번 ‘자비 조청 가래떡 나눔’ 행사는 붉은 말의 해를 맞아 포항의 경제가 활기를 찾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해운 주지 스님은 “새해 첫 햇빛을 받으며 시민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나눌 수 있어 기쁘고, 모든 가정이 건강하고 행복하며 모든 일이 원만히 성취되길 발원한다"며 "포항의 경제도 붉은 말처럼 힘차게 활기를 찾아 시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02

[신년특집]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 띠풀이···영혼과 수호신의 승용동물

“나를 따르라!” 세계사에 있어 위대한 영웅들은 말과 운명을 함께 했다. 알렉산드로스가 동방 원정이라는 미증유의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동갑내기 검붉은 말 부케팔라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여포의 붉은 적토마, 위기에 처한 나폴레옹을 수차례 구해낸 아라비안 종마 마랭고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고구려를 세운 동명성왕 역시 평생을 말과 함께 전장을 누볐다. 2026년은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다. ‘병(丙)’은 불의 기운을 갖고 있으며, ‘오(午)’는 12간지 중 일곱 번째 동물인 말을 나타낸다. 고래로부터 붉은색은 태양을 상징하며, 영원불멸의 힘, 열정 등 생명력과 재앙과 질병을 물리치는 이미지로 각인돼왔다. 말은 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도전하는 상징적 힘의 이미지로 인식된다. 말은 시간으로는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방향으로는 정남(正南), 계절로는 양기(陽氣)가 왕성해지는 여름의 문턱에 해당한다. 말이 지닌 생동감과 박진감, 질주 본능은 단순한 생태적 특징을 넘어 문화적 상징으로 확장돼왔다. △영혼과 수호신의 승용동물 말, 하늘과 인간을 잇는 신성한 존재 고대 문헌과 유물 속에서 말은 신성한 동물로 그려진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는 왕의 탄생, 나라의 흥망을 예시하며, 죽은 자의 혼을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신화 속 신라 시조 박혁거세는 백마가 남기고 간 붉은 알에서 태어난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보듯이 말은 속도전에 없어서는 안 될 전쟁의 무기이자 영혼을 태우고 하늘로 오르는 신성한 매개체였다. 안악3호분, 무용총, 쌍영총 등에 그려진 말은 사자의 혼을 태우고 저세상으로 향하는 ‘천마(天馬)’의 모습이다. 특히 고구려 고분벽화 개마총 벽화의 장식된 말은 ‘묘주가 탄 말’이라는 묵서(墨書)가 남아 있어 말 위에 영혼이 타고 있음을 상징한다. 신라의 마문·마형토기의 특수한 성장마(盛裝馬)는 등자가 달린 안장만 있고 사람은 타지 않아 말의 영매체(靈媒體) 기능을 한층 더 분명하게 나타낸다. 말 앞에 ‘총주착개마지상(塚主着鎧馬之像)’이라는 묵서가 있어 주인공이 말을 타고 있는 그림이라는 뜻이 된다. △무덤 속 말, 저세상으로 가는 탈것 신라와 가야 지역에서 출토된 마각문토기, 마형토기, 기마인물토기는 이런 관념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항아리 어깨에 새겨진 달리는 말, 아예 말 형상으로 빚어진 토기, 사람을 태운 기마 인물 토기까지 표현 방식은 달라도 의미는 하나다. 죽은 이가 말을 타고 저세상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는 이 상징의 정점이다. 백화나무 껍질에 그려진 하늘을 나는 백마는 왕의 영혼을 태우고 천상으로 오르는 존재로 해석한다. 말은 더 이상 땅의 동물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영물로 격상된다. 이러한 사상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 왕이나 왕비의 장례에 사용된 ‘죽안마’는 몸체는 대나무로, 다리는 나무로 만들고 안장까지 갖췄다. 순장의 관습이 사라진 뒤에도 영혼을 태우는 말의 관념만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생활 속으로 스며든 말의 상징 말은 교통수단이자 군사력, 농경과 생산의 중심 도구였다. 말의 갈기는 관모가 되고, 가죽은 신발과 주머니가 되며, 힘줄은 활을 만드는 재료가 됐다. 말과 관련된 지명만 해도 마장동, 마령재, 마이산, 천마산 등 전국에 740여 개가 넘는다. 대구 달성에는 마비정, 포항 구룡포의 말봉재도 있다. 민속신앙에서 말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도 등장한다. 전국 각지의 서낭당과 당산에는 목마·석마·철마가 봉안돼 있다. 어떤 곳에서는 호환(虎患)을 막기 위해, 어떤 곳에서는 풍요와 득남을 기원하기 위해 말을 모셨다. 재앙을 막고 복을 불러오는 존재로 여겨졌던 것이다. 속담과 놀이 속에서도 말이 빠지지 않는다. 윷놀이에서 ‘모’가 말에 해당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판을 바꾸는 힘이 말에 있었기 때문이다. 말과 관련된 사자성어는 50여 가지가 넘는다. 말은 우리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까닭이다. △‘말띠는 드세다’는 속설은 오해 말띠를 둘러싼 속설 역시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말띠 여자는 팔자가 세다’는 인식은 우리 고유의 전통이 아니다. 조선 왕실만 보더라도 말띠 왕비는 여럿이다. 정현왕후, 인열왕후, 인선왕후, 명성왕후, 순정효황후가 그들이다. 이 속설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민속 인식이 유입되며 굳어진 미신으로 보는 게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오히려 말띠가 상징하는 것은 강인함과 활력, 이동성과 개척성이다. 역마살 역시 떠돌 운명이 아니라, 새로운 문물에 대한 동경과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으로 읽을 수 있다. △오늘날 말은 어디로 달릴까 말은 힘차게 달릴 때 가장 말다워진다. 고대에는 하늘과 교통하는 영물이었고, 중세에는 제국의 확장을 이끈 동력이었으며, 근대에는 산업과 교통의 상징이었다. 오늘날까지 말이 주는 생동의 이미지는 영원하다. 소통과 확산, 변혁과 도약 등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와 겹친다. 천금준마(千金駿馬)의 가치도 어떻게, 어디로 향하느냐에 달렸다. 영천혼을 태우고 하늘을 달리던 말은 이제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 달릴 것인지는, 결국 말을 탄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01

“교양은 혈통·학문 아닌 올바른 품성의 고결함”

교양이란 무엇일까. ‘대추 한 알’로 유명한 장석주(70) 시인은 최근 펴낸 에세이 ‘교양의 쓸모’(풍월당)애서 교양을 “본성이나 혈통이 아닌 올바른 품성의 고결함”으로 정의하며, 삶의 경험과 성찰에서 우러나오는 내적 기품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AI와 속도가 지배하는 시대에 교양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삶의 밀도를 높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장석주는 교양을 거창한 학문이나 화려한 지식이 아닌 몸으로 익힌 감각으로 규정한다. 그가 말하는 교양은 들길을 걷고, 밥을 짓고,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마주한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순간들에서 비롯된다. 그는 “교양은 용기를 전제로 한다”고 말한다. 일상을 기계적으로 소비하는 대신, 삶의 경유지에서 부딪히고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마음에 남는다는 점에서다. 이는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교양의 핵심임을 시사한다. 책은 속도전과 파편화된 사회에서 인간적 품위로서의 교양을 역설한다. 장석주는 밥을 ‘생존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 노동을 ‘정신을 붙드는 힘’, 꿈을 ‘내일을 향한 불씨’로 해석하며, 이들이 교양의 근간이 됨을 밝힌다. 청년기의 가난과 흔들림조차 교양의 재료가 된다는 그의 고백은 삶의 무게를 정직하게 견뎌낸 자만이 발산하는 빛을 보여준다. 저자는 속도전을 잠시 멈추라고 말한다. 밖으로만 향하는 시선을 안으로 돌리라고 권한다. 주의를 기울이고, 몸의 감각을 세심하게 깨우라고도 한다. “교양의 소멸은 인간다운 주체의 소멸”이라는 경고는 날카롭다. 그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 빈곤이 심화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밥상머리에서 시작된 인간적 품격이야말로 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라고 주장한다. 현대 사회의 ‘어른 부재’ 현상을 교양 부족으로 진단한 시인은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를 참된 어른의 조건으로 꼽는다. 교양이란 “말을 아끼고 귀 기울이며 다정함을 잃지 않으려는 작은 의지”라며 관계가 쉽게 깨지는 시대에 교양이 상처를 막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어른이란 타인을 쉽게 상처 내지 않는 태도로 완성된다’는 문장은 SNS 시대의 단절된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교양은 단순한 예절이 아니라 공감과 사려 깊은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기술인 셈이다. 독서와 사유의 과정을 통해 교양이 내면화됨을 보여주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장석주는 헤세, 카뮈, 월컷 등 문학·철학자들의 문장을 삶의 순간과 연결하며, 읽기가 곧 자신을 다시 쓰는 행위라고 말한다. “문장은 저자를 닮는다”는 말처럼, 평생 쌓아온 독서 경험이 그의 내면을 빚어냈음을 책은 증명한다. 이는 교양이 자기 삶을 투명하게 바라보는 태도에서 비롯됨을 의미한다. 기술이 인간의 지혜를 초월하는 듯한 오늘날, 장석주는 교양을 체험과 성찰의 여정으로 재정의한다. AI가 결과만을 빠르게 산출하는 반면, 교양은 들길 산책, 책 읽기, 노동의 과정에서 얻는 느린 배움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는 “나를 지켜낸 것은 지식이 아니라 삶에 밴 교양이었다”며 지식의 양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30

그늘진 삶의 슬픔을 품는 성찰과 위로

한국 전통 서정시의 맥을 이으며 시의 지평을 넓혀온 이상국(76) 시인이 열번째 시집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창비)를 펴냈다. ‘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시 쓰기’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시력 반세기의 시론과 인생론을 펼쳐 지나온 삶을 조용히 되돌아보며 삶의 비의와 존재의 근원을 탐색한다. 민족예술상, 백석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이 시인은 이번 작품에서 단아한 시어와 진솔한 언어로 삶의 그늘진 구석까지 포용하는 서정을 펼친다. “사람이 살려고/ 너무 애쓰는 일을 재앙”(‘핑계’)으로 규정하며, 가난 속에서도 삶의 소박한 가치를 발견하는 시인의 혜안이 이채롭다. “가난하면 사랑하는 자식들이 다툴 일이 없고/ 세상 떠날 때도 소풍 가듯 가벼워서 좋다”는 구절에서 드러나듯, 그는 고단한 현실을 초월한 듯한 여유와 체념 사이의 균형을 동시에 전한다. 또한 ‘저녁의 위로’에서는 “인간이라는 게 죽을힘을 다해 세상에 나와/ 어떤 사람은 평생 고기를 잡고/ 어떤 사람은 벽돌만 쌓다 간다”며 생의 덧없음과 유한함을 담담히 풀어낸다. 특히 “네게 내 인생의 대부분을 쓰고도/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는 고백은 평생 시인으로 살아온 그의 내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시인은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나의 시는 늘지 않는다// 인생이 늘지 않는다”(‘나의 시’)라며 시와 삶을 하나의 몸처럼 연결된 것으로 인식한다. 그럼에도 “시를 쓰면서도/ 시 같은 건 대단찮게 여기기도” 했으나, 끝내 “가진 게 시밖에 없”다는 자각에 이른 그의 모습은 예술가의 숙명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시집의 화두는 ‘슬픔’과 ‘위로’다. “저녁이다 슬픔들아/ 어둠의 등에 업혀 집으로 가자”(‘저녁의 위로’)라는 구절은 고단한 하루를 보낸 이들에게 전하는 은유적 위안이다. 시인은 “누가 울고 싶어 울겠으며/ 아프고 싶어 아프겠는가”라며 모든 존재의 고통을 공감하면서도, “어쩌다 온 세상에서/ 우리는 어떡해서든 살아야 한다”며 순응적 태도를 권유한다. 이는 “아무리 조그맣게 살아도 산다는 건/ 그 모든 걸 가슴에 묻는 일이고/ 남몰래 꺼내 보는 일”(‘어른은 울지 않는다’)이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장석남 시인은 추천사에서 “오래 묵은 흙냄새와 살림살이의 낮은 물결 자국들이 스민 작품”이라고 평하며, “삶이 가벼울 리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시적 우보(牛步)의 고유한 위의(威儀)를 지닌 시집”이라며 “웅숭깊은 서정의 힘으로 작고 소박한 것들이 함께하는 사람살이의 본래면목을 노래한다”고 해석했다. 이상국 시인은 강원도 양양 출생으로 1972년 강원일보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을 하고, 1976년 ‘심상’으로 문단 데뷔했다. 한국 전통 서정시의 맥을 잇는 작품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의 시는 화려함 대신 투박함과 진정성으로 승부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30

‘모든 것들의 민영화’ ··· 미국의 공공과 민주주의 조명

‘공공재를 잃는 순간, 우리의 삶은 비싸지고 불안해진다. 민영화가 일상을 바꾸고 시민의 손에서 통제권을 빼앗을 때,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으로 후퇴하는가?’ 최근 출간된 책 ‘모든 것들의 민영화’(북인어박스)는 1950~60년대 번영의 기반이었던 미국의 공공재가 1980년 레이건 정부 이후 민영화되면서 민주주의 구조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날카롭게 조명한다. 상수도부터 교육, 보건, 사법 시스템까지 공공부문이 민간으로 넘어가며 시민의 통제권이 약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된 과정을 분석한 이 책은, “민영화는 시장 효율성 실험이 아닌 권력 재편의 정치적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한국 사회에서도 의료·교육·교통 등에서 민영화 흐름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 책은 공공성 회복이 민주주의의 핵심 과제임을 경고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015년 가뭄으로 물 사용 제한 정책을 시행했을 때, 공영화된 지역에선 사용량 감소에 따라 요금이 인하됐다. 그러나 민영화된 지역에서는 오히려 요금이 인상됐다. 민간 기업은 수익 하락을 메우기 위해 단위당 가격을 올린 것이다. 수도 요금 결정권이 시장에서 기업 이익 논리에 종속되면서, 공공의 감시 체계는 무력화됐고 주민들은 더 비싼 비용을 치르며 더 적은 서비스를 받게 됐다. 미국 사법 시스템의 민영화는 더욱 충격적이다. 지오 그룹(GEO Group)과 같은 민간 교도소 기업은 수감자 증가와 장기 복역을 통해 이익을 추구한다. 이들은 보호관찰 비용, 마약 검사 수수료 등을 추가해 원래 벌금보다 더 큰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한다. 특히 의무적 최소형량제와 같은 법안은 사기업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돼, 교화와 재사회화라는 사법제도의 본질을 훼손한다. 민영화된 교정시설은 인권 침해와 불평등의 온상이 되고 있다. 19개 주에서 민간 통신사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자체 공공망을 구축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소외 지역은 기술 발전에서 배제됐다. 이는 결국 기술 혁신이 아닌 시장 논리가 지역 발전을 좌우하는 역설을 낳았다. 차터 스쿨(독립형 공립학교)과 영리 대학의 확산은 교육의 계층화를 가속화했다. 차터 스쿨은 저소득층 학생을 배제하고, 공립학교에 남은 학생들은 자원 부족에 시달린다. 영리 대학은 ‘정원 판매’로 수익을 올려 학생들에게 막대한 학자금 빚을 안겨준다. 이로 인해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닌 족쇄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영화된 의료 시스템은 보험료 부담으로 저소득층 접근을 차단해 건강 격차를 심화시킨다. 학교 선택제는 인종 분리 정책을 부활시키는 도구로 악용되며, 통합 교육 시스템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공공도서관은 예산 삭감으로 서비스가 축소돼 지역사회의 지식 공유 플랫폼이 사라지고 있다. 대학의 상업화는 지식 생산의 공공성을 훼손한다. 저자들은 민영화의 대안으로 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공적 통제권의 회복을 제시한다. 공공재는 시장의 실험이 아닌 민주주의의 핵심 기능이므로, 시민이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해 공공성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민영화와 공공서비스 해체 문제를 다루는 정책연구자이자 사회운동가인 도널드 코언과 작가인 앨런 미케일리언 두 저자는 “공공재는 시민의 권리이자 민주주의의 기반”이라며 “시민의 참여와 감시가 없다면 공공성은 시장 논리에 잠식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30

국가유산청, 국가유산 자료 20만건 추가 공개

국가유산청은 30일부터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를 전면 개편해 기존 48만 건에 20만 건의 데이터를 추가 개방하며, 총 68만 건의 국가유산 디지털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와 함께 고고학 분야 최초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한국고고학 사전’을 선보인다. 이번 개편은 △UI/UX(사용자 인터페이스/경험) 개선 및 검색 기능 강화 △자연유산 3D·영상 및 3D 에셋 2종 등 신규 콘텐츠 확대 △AI 시범 서비스 도입 등을 통해 사용자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였다. 추가 개방된 주요 데이터는 △국가유산 복원·보존 등을 위한 ‘국가유산 3D 정밀데이터’ △디지털 콘텐츠 산업 활용용 ‘국가유산 3D 에셋’ △학술·연구 지원용 이미지·도면·보고서 등이다. 신규 메뉴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남한산성’의 세부시설 탐방, 한·일 교류의 상징인 조선통신사선과 충남 태안 일대에서 찾은 해양유산 전시, 지난 3월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경북 의성 고운사의 연수전과 청송 사남고택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3차원(3D) 자료, 명승·천연기념물 VR 체험 등이 포함된다. ‘한국고고학 사전’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협업해 개발한 서비스로,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구석기·청동기 시대 정보를 요약·정리하고 질의응답 기능을 제공해 연구·교육 현장의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30

연말에 듣는 음악, 새해를 맞는 클래식

연말은 한 해의 끝에 대한 아쉬움과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는 시기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흥겨움 뒤에 찾아오는 고요함 속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음악을 듣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때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마음을 정리하고 새 출발을 준비하는 위로가 된다. 연말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 중 ‘겨울’을 떠올릴 수 있다. 황량한 자연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신의 인도를 갈구하는 모습은 노동과 성장을 넘어 성찰과 기다림의 단계로 향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자연의 리듬 안에서 한 해를 차분히 돌아보기에 적합한 음악이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8번 b단조 미완성' 또한 연말에 추천하는 작품이다. 이 곡은 교향곡이 당연히 도달해야 할 4악장의 완결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두 악장에서 멈춘 이 음악은 ‘끝내지 못함’을 결핍이나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표현해야 할 감정과 음악적 이야기를 다 했기 때문에 2악장으로 마무리했다는 평이 있다. 이 작품은 연말에 우리가 느끼는 아쉬움, 즉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삶’에게 ‘끝내지 못한 것이 실패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피아노 음악으로는 슈만의 ‘어린이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를 추천하고 싶다. 제목은 ‘어린이의 꿈’이지만, 실제로는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가 잃어버린 감정을 돌아보게 하는 곡이다. 연말에 듣는 ‘트로이메라이’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앞으로도 지켜가야 할 마음의 방향을 조용히 일러준다. 그렇다면 새해 첫날, 1월 1일의 첫 곡은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을까. 새해의 음악은 결심을 강요하기보다, 새로운 시작을 잔잔히 열어주는 역할이면 충분하다. 이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은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 1악장이다. 자연을 묘사한 이 음악은 거창한 승리나 극적인 전환 대신, 평온한 걸음으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게 한다. 새해의 아침, 창밖의 빛과 함께 이 음악을 듣는 순간, 우리는 다시 삶으로 걸어 들어갈 용기를 얻게 된다. 또 다른 선택으로는 클래식 현대음악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Spiegel im Spiegel'을 들고 싶다. 이 곡은 거의 변화하지 않는다. 그러나 테마의 반복 속에서 미세한 음악의 차이를 감지하게 된다. 새해 역시 그렇다.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없지만, 다시 시작된 시간 안에서 우리는 조금씩 변해간다. 여기에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더한다면, 새해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 비발디는 봄을 새의 노래와 얼음의 해빙, 생명의 귀환으로 묘사했다. 이는 단순한 계절 표현이 아니라, 다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간에 대한 음악적 선언이다. 그래서 이 곡은 새해 첫날, 오전에 듣기에 적합하다. 새해의 시작을 ‘결심’이 아니라 생명력의 회복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자신이 선택한 “새해 첫 곡”을 공유한다. 긴 설명 대신 한 곡의 제목만으로도 자신의 정서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과 새해를 잇는 음악의 역할은 분명하다.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다짐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이해하도록 돕는 것. 음악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우리가 잠시 멈춰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시간의 끝과 시작을 가장 깊이 연결해준다. /박정은 객원기자

2025-12-29

경북여성정책개발원, ‘K보듬 6000’ 서비스 질적 고도화 방안 발표

경북도의 지역사회 통합 모델인 ‘K보듬 6000’이 돌봄 사각지대 해소에 높은 성과를 거두면서 전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표적 아동돌봄 사업인 ‘K보듬 6000’ 사업은 2026년 도내 22개 시군으로 확대된다. 경북도 산하 여성정책 연구 기관인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최근 실태조사와 전문가 검토를 통해 도출된 서비스 질적 고도화 방안을 발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지원 강화로 ‘육아천국 경북’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24시간 완전 돌봄’ K보듬 6000, 돌봄 사각지대 해소의 열쇠 K보듬 6000은 기존 산재된 돌봄 서비스의 연계성 부족과 긴급 돌봄 수요 미충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북도가 도입한 지역사회 맞춤형 통합돌봄 특화사업이다. 맞벌이·한부모 가정, 자영업자 등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파트 등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영유아부터 초등 1~6학년까지 무료로 돌보는 전국 유일의 24시간 완전 돌봄 모델이다. 2024년 시범 시행 이후 현재 경북 12개 시군 71개 시설에서 운영 중이며, 내년에는 22개 시군 97개 시설로 확대될 예정이다. 사업의 명칭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K’는 경북 모델의 전국(Korea) 확산 의지를, ‘보듬’은 포용적 돌봄 정신을, ‘6000’은 1년 365일 24시간 아동을 보호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산재된 돌봄 서비스의 연계성 부족과 긴급 돌봄 수요 미충족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 △실태조사로 확인된 성과와 과제 지난 9월 실시된 실태조사에서 이용자 만족도는 무려 97.4%(매우 만족 81%, 만족 13.2%, 보통 3.2)로 나타났다. 특히 ‘양육 부담 경감’(4.72점), ‘아동의 정서적 긍정 변화’(4.61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시설 관계자들은 ‘인적자원 관리 미흡’, ‘프로그램 다양화 필요’ 등을 한계로 지적하기도 해 숙제를 남기고 있다. △K보듬 6000 이용 현황 (2025년 1~7월)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K보듬 6000의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0~2세 아동은 총 4387명이 서비스를 이용했으며, 이 중 평일 주간에는 681명, 평일 저녁에는 1279명, 주말 및 공휴일에는 2286명이 각각 시스템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3세부터 취학 전 아동은 총 8031명이 이용했고, 세부적으로는 평일 주간 1530명, 평일 저녁 2706명, 주말 및 공휴일 3543명으로 집계됐다. 초등학생의 경우 가장 많은 인원인 4만692명이 서비스를 이용했으며, 평일 주간 1만8773명, 평일 저녁 1만3352명, 주말 및 공휴일 8606명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중학생은 총 1만7836명이 참여했고, 평일 주간 6420명, 평일 저녁 7853명, 주말 및 공휴일 3509명으로 확인됐다. 전체적으로 평일 저녁과 주말 및 공휴일 시간대에 이용률이 높게 나타나며, 특히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평일 주간보다 저녁 시간대 이용이 더 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맞벌이 가정이나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시간대에 서비스가 집중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양적 확산 넘어 질적 도약”···3대 핵심 전략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대상별 맞춤 돌봄 강화, 지속가능성 확보, 지역 기반 통합 모델 정립을 골자로 한 3가지 개선안(전략)을 제시했다. 김혜경 선임연구위원은 “단순 확장이 아닌 서비스 질 향상이 관건”이라며 “전국적 확산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라 강조했다. 대상별 맞춤 돌봄 고도화 방안으로는 장애아동 특화반의 단계적 도입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정서 지원 프로그램 신설 및 부모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 확대, 방학 중 형제자매 통합반 운영으로 보호자 부담 경감을 제시했다.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운영 안정화 방안으로는 돌봄 교사 전문성 강화 및 온라인 예약 시스템 활성화, 인력 소진 예방을 위한 심리적 지원 프로그램 도입을 내놓았다. 지역 자원 연계로 완성하는 통합 모델로는 대학, 어르신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공동체 돌봄 시스템 구축와 아동돌봄통합지원센터를 컨트롤타워로 삼아 민관 협력 강화 방안을 제안했다. △향후 전망과 기대 효과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K보듬 6000을 전국적 확산 모델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김혜경 연구위원은 “경북의 성공 사례를 타 지역에 맞게 적용해 보편적 돌봄 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는 데이터 기반 돌봄 자원 연계 시스템을 도입하고, 아동 발달 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시설 관계자들은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과 ‘보호자 대상 교육 확대’를 추가로 요청하며, 사업의 지속 운영을 촉구했다. K보듬 6000은 단순한 돌봄 제공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아동의 권리 보장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개선안이 현장에 안착한다면, 경북은 물론 전국의 돌봄 정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기대된다. 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은 “K보듬 6000은 경북도가 앞장서 만든 새로운 돌봄 패러다임으로서, 지역의 모든 아이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책 지원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경북’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28

'수성아트피아 송년음악회-환희의 송가’ 31일 개최

대구 수성문화재단 수성아트피아가 오는 31일 오후 7시 30분 대극장에서 '수성아트피아 송년음악회-환희의 송가’를 개최한다. 지휘자 지중배가 이끄는 경북도립교향악단은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Op.84’로 공연을 시작해 긴장감 넘치는 서사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이어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제1번 Op.33’에서는 국내 최정상급 첼리스트 김호정(경북대 교수)의 열정적인 연주가 펼쳐진다. 공연의 피날레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으로 장식된다. 장엄한 서두로 시작해 서정과 격정이 교차하는 전체 4악장의 이 대곡은 마지막 악장 ‘환희의 송가’에서 인간의 자유, 평화, 연대의 메시지를 웅장하게 전달한다. 특히 ‘환희의 송가’ 4악장에서는 소프라노 이윤경,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손지훈, 베이스 전태현이 구미시립합창단과 대구오페라콰이어와 함께 협연해 화려한 하모니를 선사한다. 지휘자 지중배는 섬세한 해석과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로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들을 유기적으로 조화시켜 클라이맥스의 감동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수백 명의 연주자와 성악가가 빚어내는 장대한 사운드는 2025년의 마지막 밤, 관객에게 벅찬 감동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동용 수성아트피아 관장은 “베토벤의 음악이 전하는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관객들이 음악 속에서 새해 소망을 품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27

[EBS 세계의 명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EBS ‘세계의 명화’는 27일(토) 밤 10시 45분,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방영한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백세 노인의 기상천외한 탈출과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유머와 풍자로 풀어낸 코미디 영화다. 펠릭스 헤른그렌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로베르트 구스타프손이 주인공 알란 칼손 역을 맡아 청년기부터 노년기까지의 삶을 능청스럽게 그려낸다. 이바르 비클란데르, 다비드 비베리, 미아 스케링에르 등이 출연해 알란의 여정에 활기를 더한다. 영화는 100세 생일을 맞은 알란이 양로원 창문을 넘어 세상으로 도망치면서 시작된다. 평생 폭탄 제조를 즐기며 의도치 않게 세계사를 관통해온 그는, 축하 파티보다 자유를 택한다. 터미널에서 우연히 들고 나온 여행 가방 하나가 갱단의 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알란의 인생은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굴러간다. 가방을 둘러싼 소동 속에서 새 친구 율리우스를 만나고, 실수와 우연이 겹치며 새로운 모험이 이어진다.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복잡하지 않게 사는 법’을 제시하는 태도에 있다. 알란은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격랑 한복판에서도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하고,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간다. 스탈린, 트루먼, 레이건 등 현대사의 인물들과 엮이는 장면들조차 과장된 비극 대신 담담한 웃음으로 풀어낸다. 그 유유자적함은 정신없이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위안을 건넨다. 감상 포인트도 분명하다.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절묘하게 엮어낸 원작의 장점을 영화가 충실히 살려냈고, 실제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재현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한 배우가 알란의 전 생애를 연기하며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한 점은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0세의 나이에 창을 넘어 세상으로 나서는 알란의 선택은, 나이나 조건에 갇혀 주저앉아 있는 이들에게 조용한 용기를 전한다. 너무 심각해지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굴러간다. 웃음 속에 담긴 이 단순한 진실이야말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2-27

인간은 파멸로부터 구원받을까

우리는 왜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시대에 살면서도, 가장 어리석은 선택을 반복할까?’ 옥스퍼드대 인류학과 교수 하비 화이트하우스가 신간 ‘인간 본성의 역습’(위즈덤하우스)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과학적 사실을 외면한 채 음모론에 휘둘리며 사회적 갈등은 깊어만 간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플라스틱 사용을 멈추지 않고 불필요한 소비를 계속한다. 그는 현대 문명의 위기를 ‘인류 본성과 현대 사회의 괴리’에서 찾으며,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세 가지 인간 본성-순응주의, 종교성, 부족주의-을 해부한다. 저자는 이 모든 위기의 뿌리를 ‘오늘날 세계가 망가진 이유는 인류 본성과 현대 문명 간의 격차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현대 문명이 순응주의(집단을 따라가는 성향), 종교성(초월적 존재를 믿고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성향), 부족주의(집단에 충성하는 성향)라는 세 가지 본성에 기대어 성장했다고 분석한다. 집단 학습과 모방은 수렵채집 시대 생존의 열쇠였지만, 오늘날에는 ‘모두가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집단적 태만’으로 이어진다. 기후 위기를 인지하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현대인의 모순이 대표적이다. 초월적 존재를 향한 믿음은 농경사회에서 제도화된 종교로 진화했으나, 이제는 민족·국가라는 ‘상상의 공동체’와 결합해 내부 결속과 외부 배척을 동시에 강화한다. 소집단 간 충돌과 정복 전쟁은 고대 문명의 확장을 이끌었지만, 현대에는 정치적 양극화와 극단주의로 나타나 사회 분열을 심화시킨다. “과거에는 생존의 도구였던 본성이 현대에는 위기의 근원이 됐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책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시간 순으로 전개된다. 1부에서는 세 가지 인간 본성을 개념적으로 정리하고, 2부에서는 각 본성이 인류 문명을 어떻게 확장시켰는지 알아보고, 3부에서는 본성이 오늘날 어떤 모습으로 변천됐는지 설명한다. 특히 3장(사회적 접착제)과 6장(부족과 전쟁)에서는 부족주의의 기원과 문명 팽창 과정이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묘사된다. 선사시대 작은 집단에서 시작된 ‘우리 vs 적’의 본능은 문명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현대에는 민족, 국가, 정당으로 재편되며 분열을 촉발한다. 저자는 문제의 해법으로 제도 설계를 통한 본성 활용을 제안한다. 예컨대 ‘마이어스(MyEarth)’ 앱은 사용자의 탄소 발자국을 추적해 집단 규범에 민감한 순응주의적 본성을 자극함으로써 환경 보호 행동을 유도한다. 저자는 이러한 방식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제도 설계를 통해 본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법들을 하나씩 짚어낸다. 인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이미 갖고 있는 본성을 활용해 ‘더 협력적인 미래’로 이끄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하비 화이트하우스는 ‘세계 최대의 인류 역사 데이터뱅크’ ‘세샤트(Seshat)’의 공동 설립자로, 전 세계 방대한 역사 자료를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한 인류학자다. 40년에 걸친 그의 학문적 업적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첫 대중서가 바로 이 책 ‘인간 본성의 역습’이다. 이 책은 화이트하우스 자신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결정판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류의 가장 위대한 성공과 실패를 통찰력 있고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라는 유발 하라리의 찬사와 “수십 년간 쌓아온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담은 야심 찬 역작”이라는 ‘가디언’의 평은 이 책이 가진 학문적 깊이와 대중적 설득력을 동시에 보여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25

아이가 넘어질 권리를 주다···성공 부르는 ‘가족문화의 힘’

가족은 단순한 혈연 공동체가 아니다. 한 개인의 사고방식, 꿈, 성취까지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원천이다. 신간 ‘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어크로스)은 퓰리처상 수상 저널리스트이자 예일대 교수인 수전 도미너스가 10년간 6개 가문의 삶을 추적하며 밝혀낸 ‘가족문화의 힘’을 집약한 책이다. 이 책은 의사 집안에서 의사가, 예술가 집안에서 예술가가 나오는 이유부터 형제자매의 경쟁이 재능을 꽃피우는 메커니즘까지, 성공의 유전자를 정리한다. 책은 미국 법조계·정치계를 이끈 무르기아 가족,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융합) 분야에서 이름을 남긴 워치츠키 가족, 올림픽 선수와 소설가를 키운 그로프 가족 등 6가족의 사례를 통해 ‘성공의 패턴’을 분석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녀의 실패를 허용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유전적 잠재력을 깨우는 ‘문화적 토양’을 가꾼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 가정에선 몇몇 공통점이 발견됐는데,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대담함의 문화”다. 이들 가족은 “자신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거나, 위대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거나, 세계 기록을 깰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워치츠키 가족의 어머니 에스터는 딸의 과제 리포트에 “다시 써라”는 말 대신 “B를 받을 수 있겠다”는 피드백으로 스스로 개선하도록 유도했다. 세라 그로프가 14km 호수를 수영으로 건널 때 아버지는 안전을 걱정하기보다 보트로 동행하며 도전을 지지했다. 이들은 아이가 넘어질 권리를 빼앗지 않았다. 발달심리학 연구는 부모의 과도한 개입이 아이의 동기를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반면, 아이들은 부모의 열정과 성장을 보며 자신만의 목표를 세운다. 워튼스쿨 조나 버거 교수는 “형제자매 중 동생이 운동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손위 형제를 뛰어넘기 위한 전략”이라며 경쟁이 재능 개발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75%가 동생이었으며, 맏이가 명문대에 진학하면 동생도 같은 길을 따르는 경향이 나타났다.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실험은 유전자가 환경에 따라 발현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쥐라도 자극에 따라 학습 능력이 변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재능도 유전적 소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저자가 인터뷰한 부모들은 자녀의 유전적 특성을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허용했다. 예를 들어, 무르기아 형제는 서로의 성취를 발판 삼아 동반 성장했다. 형은 동생의 보호자였고, 동생은 형의 기대에 부응하며 학생회장까지 올랐다. 그러나 성공은 공짜가 아니다. 책의 마지막 장은 “위대함에는 희생이 따른다”고 경고한다. 뛰어난 성취를 이룬 가족들은 마음의 평화, 사랑, 여유, 혹은 가족 간의 온전한 시간 같은 것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했다. 단순히 직업적 성공을 넘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도록 이끈 것이다. ‘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은 자녀 교육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가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로 펼치도록 환경을 조성하라”고 조언한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고, 유전적 잠재력이 현실 속에서 빛을 발하도록 돕는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