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야’·‘복실이 꽃신’ 잇는 강아지 연작 완결편···포항 죽장 사과밭에서 죽도성당까지, 우리 곁에 숨 쉬는 생명 존중의 기록
포항의 바다와 강, 그리고 그 곁을 살아가는 사람과 생명의 이야기를 평생에 걸쳐 기록해 온 김일광(73) 동화작가가 새로운 선물을 들고 돌아왔다. 지역 출판사 ‘학교앞거북이’를 통해 선보이는 신작 ‘강아지 당당이’는 ‘다행이야’와 ‘복실이 꽃신’의 뒤를 잇는 이른바 ‘강아지 연작’의 세 번째 작품이다. 5월 22일경 정식 출고를 앞두고 만난 작가는 여전히 소년 같은 미소로 “작은 생명이 건네는 당당한 위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 가장 평범해서 가장 소중한, 우리 곁의 ‘당당이’
김일광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강아지’는 단순한 반려동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전작들이 유기견의 아픔과 인간과의 유대를 다뤘다면, 이번 신작은 ‘지구라는 커다란 집’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독립성과 존엄을 노래한다. 떠돌이 엄마 개가 이동 중 놓쳐버린 새끼 강아지가 시골 과수원과 도시를 거치며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는 과정을 담았다.
“작품 속 당당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강아지입니다.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생명의 가장 위대한 가치가 들어있죠.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서 충분히 존재하고 당당하게 세상을 마주하는 힘을 담고 싶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포항시 북구 죽장면의 사과 과수원부터 죽도성당, 중앙로 실개천 등 포항의 정겨운 거리 모습을 배경으로 한다. 작가의 제자이자 서양화가인 최수정 작가가 삽화를 맡아 포항의 토속적인 풍경을 따뜻하고 은은한 채색으로 그려냈다. 별이네 과수원을 누비는 당당이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인간과 동물이 동등한 ‘생명 공동체’임을 깨닫게 된다.
◇ “동화는 발로 쓰는 것”··· 40년 사제지간이 빚은 포항의 숨결
김일광 작가는 평소 “동화는 머리가 아닌 발로 써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의 작품 70% 이상이 지역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이유다. 특히 이번 신작은 1984년 영흥초등학교 시절 담임 교사와 제자로 만났던 최수정 화가와 40여 년 만에 협업한 결과물이라 의미가 더 깊다.
“동화는 신선한 생명의 모습이 주인공이 되는 세계입니다. 어른들의 소설이 복합한 혼합색이라면, 동화는 그 생명 본연의 빛깔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당당이가 주변의 도움을 통해 겁쟁이에서 당당한 존재로 변해가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작가는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해서도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에 등장하는 성모님은 우리 시대의 어른이자 자비의 상징입니다. 강아지에게 스스로의 의지로 길을 찾을 수 있다며 응원하고 안아주는 역할이죠. 별이는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당당이에게 자비의 손길을 내미는 우리 곁의 이웃으로 보시면 됩니다.”
◇ 지구라는 집, 함께 살아가는 법을 묻다
생명 경시 풍조가 심각한 화두인 지금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이번 출간을 위해 4월 24일부터 5월 13일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며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새로운 시도에도 나섰다.
“지구는 우리 인간만의 것이 아닙니다. 당당이 같은 작은 생명에게도 이곳은 단 하나뿐인 소중한 집이죠.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생명의 무게는 모두가 똑같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뢰 가득한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 지구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이 생기니까요.”
지역 출판사인 ‘학교앞거북이’와 손잡고 지역 디자이너, 화가와 협업하는 그의 행보는 지역 문화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 포항의 숨결을 채집하는 영원한 현역
인터뷰 끝자락, 다음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펜을 고쳐 쥐었다. 그의 시선은 벌써 다음 이야기가 숨어있을 포항의 어느 좁은 골목이나 파도 치는 해안가로 향하고 있었다.
“어린이의 마음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는 그 마음을 찾아주고, 아이들에게는 그 마음을 더욱 튼튼히 살찌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당당이가 꼬리를 흔들며 세상을 반기듯, 제 글도 세상에 기분 좋은 흔들림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김일광 작가의 ‘강아지 당당이’는 오는 5월 22일경 공식 출간돼 전국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평범한 시골 강아지가 전하는 ‘당당한 생명의 찬가’가 독자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사과꽃 향기를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