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바가지 논란’ 보도에 주민들 ‘망연자실’ 오징어 15단계 수작업에 인건비만 ‘산더미’. 생물 한 마리 2만5000원 호가 “안 파는 게 이득” 어획량 93% 급감 ... “바가지 아닌 생존의 절규”
최근 한 유튜버의 영상을 인용해 울릉도 마른오징어 가격을 ‘바가지’로 몰아세운 언론 보도가 쏟아지면서 울릉 현지 민심이 들끓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어획량 고갈과 독보적인 수작업 공정을 외면한 채, 단순 가격 비교만으로 지역 경제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전국의 많은 언론은 유튜브 채널 ‘물만난고기’의 영상을 인용해 울릉도 오징어 가격을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온라인 판매가(10마리 2만7000원대)와 비교하면서 ‘바가지’ 프레임을 씌웠지만, 이는 현지 실정을 전혀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 보도’라는 지적이 섬 주민들과 다녀간 여행자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온라인 저가 오징어는 대부분 강원도 동해시 등지에서 가공된 타 지역산인 반면, 울릉도 현지 제품은 그날 잡은 신선한 ‘당일바리’ 오징어를 건조한다. 울릉도 오징어는 할복·꼬챙이 꽂기·세척·덕대 널기·탱기(막대기 끼우기) 작업·다리 떼기·지느러미(귀) 뒤집기·배 뒤집기·지느러미 추리기·훑기·펴기·다시 널기·수거·축 잡기·포장 등 15단계에 이르는 고난도의 수작업을 거쳐 생산된다.
공정마다 마리당 500원에서 최대 2500원의 인건비가 소요된다. 울릉도 현지에서 생물 오징어 한 마리가 2만~2만5000원을 호가하는 실정에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을 고려하면, 건조 및 가공 과정을 거친 ‘특대 크기 8~10마리 17만 원’은 유통비용을 극도로 줄인 ‘정상가’라는 것이 현지 상인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또한, 온라인 울릉몰과 농협 등에서도 울릉도산 건조 오징어 특대 크기 10마리(1kg)를 17만 원에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어민들의 삶은 통계보다 더 처참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살오징어 어획량은 평년 대비 93% 감소했다. 지난 4월 한 달간은 금어기였고, 동해의 수온 변화로 어군이 서해로 이동하면서 ‘오징어 섬’ 울릉도의 명성은 박물관 사진으로 남을 처지다. 1992년 1만2000t에 달했던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은 최근 사실상 고갈 상태다.
어민들은 “조업을 나가봐야 기름값도 못 건진다”라며 “서해산 오징어를 사다 울릉도산으로 속여 팔 수도 없는 노릇인데, 조금 잡힌 귀한 오징어를 정당한 공임에 맞춰 파는 것이 왜 바가지냐”며 울분을 토했다.
주민들은 무책임한 언론 보도만큼이나 지역 정치인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깊은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지역을 대표한다는 정치인들이 현장에서 주민들의 고충을 ‘귀동냥’만 할 뿐, 중앙정부나 언론을 상대로 한 선제적 해명이나 제도적 해결책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다.
울릉군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표가 필요할 때는 울릉도를 먹여 살리겠다고 외치던 이들이, 정작 울릉도가 ‘바가지 소굴’로 매도당할 때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치권의 방관이 악의적 보도를 키우고 울릉 관광을 죽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해당 유튜버 영상은 울릉도 구석구석을 돌면서 장단점을 파악해 결론은 긍정적으로 마무리했는데, 많은 언론이 오징어 판매가격만 콕 짚어서 바가지 논란이라고 보도한 부분에 심히 개탄스럽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울릉채낚기 선주협회 한 관계자는 “기후 위기에 따른 어자원 고갈과 근거 없는 ‘바가지 프레임’이라는 삼중고가 겹치면서 울릉도 어민은 물론 지역 특산물 상인들까지 존립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행정기관과 정치권이 울릉도 오징어만이 가진 특수성과 가공 공정의 정당성을 확보해 침체한 지역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함께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