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 고요 깨고 ‘역동적 힐링도량’ 개척한 보경사 주지 탄원 스님 문화·예술 접목 ‘열린 공간’으로···전통문화체험관 상량식 계기 새 도약 준비 ‘천왕문’·'오층석탑' 국가 ‘보물’ 지정···경내 숨겨진 성보 가치 발굴 지속할 것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참뜻은 고통받는 중생에게 스스로가 본래 부처임을 깨닫게 하는 데 있습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 빈곤과 번뇌에 갇혀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한 생각을 돌려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포교이자 불교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경북 포항 내연산 자락에 자리 잡은 대한불교조계종 천년고찰 보경사(寶鏡寺)가 최근 ‘역동적인 힐링 도량’으로 새롭게 탈바꿈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1년 주지로 부임한 이후 종교의 문턱을 과감히 낮추고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해 온 탄원 주지 스님은 다가오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교가 현대 사회에서 나아가야 할 길을 ‘문화’와 ‘휴식’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서 찾았다. 1400년의 깊은 고요를 깨고 대중의 삶 속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온 탄원 스님을 만나 보경사의 변화와 우리 시대에 필요한 마음가짐에 대해 들어봤다.
◇ “종교는 인연 따라 편히 쉬어가는 곳”··· 문턱 낮춘 천년고찰
탄원 스님은 불교가 가진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로 ‘강요하지 않는 것’을 꼽는다. 종교라는 명목 하에 무언가를 억지로 주입하려 하기보다는, 누구나 언제든 찾아와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철학이다.
스님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 사회는 심리적으로 거대한 고립과 지침을 겪었다”며 “이러한 시기에 사찰이 해야 할 일은 거창한 교리를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찾아와 그저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아늑한 품을 내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스님의 신념에 따라 보경사는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대중 친화적인 환경으로 변모했다. 지난해에는 경내에 현대적이면서도 고즈넉한 멋을 살린 찻집을 새롭게 조성해 신도뿐만 아니라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사찰을 둘러싼 내연산의 아름다운 숲길과 산책로를 대대적으로 정비하여, 발길 닿는 곳마다 걸으며 사색하고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제 보경사는 불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한 열린 안식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증명하듯 최근 보경사 템플스테이는 주로 장년층 불자 중심이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종교가 없는 이들이나 타 종교 신자 등 30대 젊은 층까지 사색과 위로를 위해 찾는 하나의 ‘힐링 트렌드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 문화와 예술의 옷을 입고 대중 속으로
탄원 스님이 이끄는 보경사의 가장 큰 특징은 ‘문화와 예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했다는 점이다. 스님은 부임 이후 ‘진경산수 문화예술제’, ‘내연산 별빛 음악회’, ‘전통 사찰음식 전시 및 시식회’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꾸준히 개최해 왔다. 이는 종교와 이념, 세대를 넘어 지역 사회와 자연스럽게 교감하고 소통하는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경내에서 155평 규모의 ‘전통문화체험관’ 상량식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곳은 단순한 관람 공간을 넘어 명상, 다도, 사찰 음식, 전통 공예 등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탄원 스님은 “전통문화체험관은 보경사가 단순한 기도와 참배의 공간을 넘어, 민족 문화의 자부심을 공유하고 현대인들이 정신적 풍요를 채워가는 핵심 기지가 될 것”이라며 “상량식을 무사히 마친 만큼, 남은 불사를 차질 없이 진행해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문화 공간을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성보(聖寶)의 가치를 드높이는 ‘보물 제조기’ 문화재 전문가
교계와 문화계에서 탄원 스님은 대표적인 ‘문화재 전문가’로 통한다.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과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하며 성보 문화유산의 보존과 가치 선양에 평생을 헌신해 왔다.
이러한 스님의 깊은 안목과 원력은 보경사 부임 이후 빛을 발했다. 스님의 세밀한 고증과 노력 덕분에 지난해 보경사의 역사적 상징물인 ‘천왕문’과 ‘오층석탑’이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각각 지정되는 경사를 맞이했다. 이로 인해 보경사는 명실상부한 문화유산의 보고로 다시 한번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됐으며, 신도들과 지역 사회 역시 큰 자부심을 갖게 됐다.
스님은 “사찰의 성보문화유산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신앙, 그리고 예술 혼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민족의 자산”이라며 “이를 제대로 고증하고 기록해 국가 보물로 지정받는 일은 우리 세대의 당연한 의무이자,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지키고 후대에 온전히 물려주기 위한 숭고한 작업”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경내에 숨겨진 성보들의 가치를 발굴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덧붙였다.
◇ 일상의 수행, “한 생각 돌리면 그 자리가 바로 극락”
탄원 스님은 치열한 경쟁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향해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지혜의 조언을 건넸다. 스님은 일상에서의 마음가짐이 곧 수행이며, 행복과 불행은 결국 자신의 마음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번뇌의 원인을 외부 환경이나 타인에게서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냉철히 들여다보면 번뇌는 결국 자기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집착과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이기적인 마음에서 한 걸음 물러나 조금 더 양보하면 마음속에 엉겨 붙어 있던 응어리는 자연스럽게 녹아내리기 마련입니다.”
이어 스님은 올해 조계종 연등회 주제인 ‘마음은 평안으로 세상은 화합으로’를 언급하며,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부처님의 말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강조했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감당하기 힘든 괴로움이나 시련을 마주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두운 상황일지라도 마음의 방향을 긍정으로 돌려 그 안에서 배움을 찾으려 노력한다면 번뇌는 곧 지혜로 바뀌게 됩니다. 생각을 바꾸는 찰나의 순간, 우리가 서 있는 거칠고 힘든 자리가 그대로 평화로운 극락이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탄원 스님은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다변화될수록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자비의 실천이 절실하다”며 “이번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마음에 쌓인 해묵은 미움과 불안은 모두 내려놓고, 세상 모든 가정과 일터에 부처님의 대자대비한 광명과 평안이 가득 깃들기를 진심으로 축원한다”고 미소를 지으며 축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포항 보경사 주지 탄원 스님 약력]
은사: 자승 스님(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학력: 중앙승가대학교 졸업
주요 경력: 이천 해룡사 주지·용인 대덕사 주지 역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역임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모시기 추진단장 역임
대한불교조계종 제16대, 17대 중앙종회의원 역임
대한불교조계종 제18대 중앙종회의원(현)
포항 내연산 보경사 주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