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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물속에 잠긴 추억을 찾아, 엄마와 군위호로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에 자리한 군위댐(군위호)은 낙동강 지류인 위천을 막아 만든 다목적댐이다. 홍수 조절과 생활·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건설되었지만, 이 댐으로 인해 여러 마을이 수몰되고 그 속에 주민들의 삶과 추억도 같이 물속에 잠겼다. 그 속에는 시민기자의 외갓집도 있었다. 어린 시절, 명절이면 늘 찾던 외갓집 마당과 여름날 친구들과 물장구치던 시냇가. 이제는 모두 호수 아래 잠들었지만, 기억 속 풍경만은 여전히 선명하다. 사라진 옛 마을의 흔적을 더듬어 엄마와 함께 군위호를 찾았다. 가는 길에 잠시 길을 잘못 들어 좁은 골목에서 차를 돌리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벽화가 우리 마음을 환하게 했다. 길가에 피어 있는 하얀 들꽃에도 눈이 갔다. “저건 무슨 꽃일까?” 기자의 물음에 엄마는 차를 세우고 핸드폰으로 꽃 이름을 찾아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 모습은 마치 순박한 소녀 같아, 그 모습을 몰래 한 컷 남겼다. 군위호는 잔잔한 수면 위로 산자락이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호수는 고요했고, 바람은 우리 뺨을 살짝 스쳐갔다. 물결을 따라 찬찬히 걸으며 추억에 잠겼다. 중간에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에 들러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탁 트인 경치를 즐기며 추억 속 이야기를 나눴다. 전망대로 가면 군위호의 과거와 역사를 소개하는 설명판이 있다 하여 기대를 안고 찾았지만, 공사 중이라 자취를 감춰 아쉬움이 남았다. 그 대신,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테이블에 앉아 도시락을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 친척들과 음식을 나누고 웃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전망대 주변은 사진을 찍기 좋게 꾸며져 있어, 방문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추억을 남기기 좋은 장소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속에 외갓집 마당이 다시 떠올랐다. 사촌들과 뛰놀던 모습, 친척들과 음악을 틀어놓고 춤추며 웃던 여름밤, 늘 따뜻하게 맞아주시던 외할머니의 미소까지. 비록 마을은 물속에 잠겼지만, 그 시절의 추억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30

배움으로 피어난 노년의 행복, 함께하는 지역의 힘⋯‘2025 고산 어르신 가족 축제’

대구 고산노인복지관(관장 박헌수)이 주관한 ‘2025 고산 어르신 가족 축제’가 지난 24일 고산노인복지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 해 동안 배우고 익힌 어르신들의 성과를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되었다. 이날 무대에는 전통무용, 합창, 악기 연주, 댄스, 체조 등 17개 팀이 참여해 열정과 끼를 마음껏 펼쳤다. 약 300여 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한 공연은 배움의 결실이자 노년의 열정이 빚어낸 감동의 무대였다. 또한 서예, 수묵화, 수채화, 문인화, 캘리그라피, 천아트 등 1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와 세대 간 공감의 메시지를 전하는 따뜻한 장이 되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복지관의 다양한 사업을 알리는 홍보 부스와 가족 단위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지역주민들의 참여 열기가 더해졌다. 응원 문구 캘리그라피, 뱃지 만들기 등은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축제는 단순한 학습성과 발표회가 아니라, 어르신들이 배움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새롭게 열고 세대 간 소통을 이어가는 ‘살아 있는 평생학습의 장’이었다. 노년의 배움은 단지 여가가 아니라, 삶의 활력이며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다. 고산노인복지관이 추진해온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지역사회의 품격을 높이는 귀한 일이다. 박헌수 관장은 “어르신과 가족, 지역주민이 함께 만들어낸 화합의 무대였다”며 앞으로도 세대가 어우러지는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이번 축제는 어르신들의 배움과 지역사회의 연대가 만나 이뤄낸 결실이었다. 지역의 발전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피어난다. 고산노인복지관의 이번 축제가 보여준 ‘배움과 나눔, 그리고 세대공감의 힘’이 수성구를 넘어 대구 전역으로 확산이 되길 기대한다. 어르신의 열정이 지역의 희망이 되고, 공동체의 따뜻한 품이 세대를 잇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10-30

대구경북언론위원회, 제7기 시민언론아카데미 개강

사단법인 대구경북언론위원회(회장 문종규)는 지난 29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제7기 시민언론아카데미’ 개강식을 열었다. 이번 아카데미는 언론의 본질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건전한 미디어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된 교육 과정으로, 시민들이 직접 언론의 구조와 기능을 배우며 올바른 뉴스 소비자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7기 과정에는 권정태 씨를 비롯해 21명의 시민이 등록했으며, 개강식에는 문종규 회장, 김선완 수석부회장, 이수만 사무총장 등 임원진이 참석해 수강생들을 격려했다. 교육은 총 3일간 진행된다. 첫날에는 박영석 전 MBC 사장이 ‘뉴스와 정보의 홍수 시대, 생각을 잠식하는 알고리즘’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안목이야말로 현대 시민의 필수 역량”이라며, 알고리즘이 여론 형성과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대현 전 매일신문 편집국장 겸 논설위원장은 ‘위기의 지역 언론, 그 탈출구는 어디인가’를 주제로 강의하며 지역신문의 재정 악화와 구독자 감소 등 현실적 위기 요인을 짚고, 지역 언론의 자생력과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둘째 날 오전에는 김선완 수석부회장이자 전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가 ‘언론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그는 언론의 사명과 기능, 그리고 독자의 확증 편향이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다. 오후에는 방종현 대구문인협회 부회장이자 경북매일신문 시민기자단 단장이 ‘지역 언론과 시민기자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한다. 방 부회장은 “시민기자는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풀뿌리 언론의 중심”이라며, 시민기자의 자세로서 기록자·감시자·중재자이자 공감자의 역할을 강조할 계획이다. 마지막 날에는 수료식과 함께 제29차 지역발전토론회가 열린다. 윤용희 전 경북대학교 교수가 ‘2026년 지방선거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며, 지역 정치의 흐름과 향후 과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문종규 회장은 “시민이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역사회의 공정한 여론 형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언론위원회는 앞으로도 시민 참여형 언론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와 언론이 상생하는 소통의 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10-30

틈새 건강 지킴이 홍상완 교수 특강

건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의 생활 전선에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운동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직장 생활에 매인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도 틈새 운동은 필요하다. 지난 22일부터 2일간 대구예술대학교 시니어아카데미(학장 김태호)에서는 평생을 체육교육에 바치고 요즘은 ‘생활에 활력을 주기 위한 간편 건강 활동의 실제’라는 제목으로 명 강의를 펼치고 있는 홍상완 대구교육대학교 명예교수를 모시고 건강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토속 지역 사투리의 구수한 입담으로 ‘인명 재천(人命 在天), 건강 재아(健康 在兒)’라는 말로 시작하여 건강 강좌가 진행되는 도중 간간이 하모니카로 ‘오빠 생각’‘고향의 봄’ 등 우리 가요를 연주하여 지루하지 않고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홍 교수는, 평소 우리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걷기 운동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1만 보 이상을 걸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은 편견이며 4천 보부터 5천 보, 6천 보, 1만 보등 각 구간마다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였다. 틈새 운동에는 계단 오르기, 의자에 앉아서 두 다리 뻗기, 보행 중에도 멀리 보고 걷기, 점심시간에 10~15분 정도 걸어서 식당 가기, 종아리 운동, 조탁법, 목운동, 목 밑 림프절 마사지 하기, 상초, 중초, 하초 두드리기, 스쿼트 등 다양하며 틈새 운동의 효과는 건강 증진, 수명 연장, 활기참, 의욕적임, 외로움 극복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일반 가정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틈새 운동 실습에는 건강 박수 치기와 일본인 교수가 연구한 ‘발목 펌프 운동’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시범을 보였다. 박수는 주먹 박수, 봉우리 박수, 손등 박수, 손가락 박수, 먹보 박수, 손바닥 박수, 달걀 박수 등이 있으며 종류마다 효과를 주는 부위가 다름을 설명하였다. 예를 들어, 주먹 박수는 50회 이상이면 뇌를 활성화 시켜 주고 어깨통증 완화, 뇌졸중과 치매 예방에 효과 있으며 손바닥 박수는 내장 기능, 오장 육부, 변비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두 번째 실습은 발목 펌프 운동이다. 직경 6~10 cm 원통형의 파이프나 목재, pvc 수도관 등으로 30~35cm 이상의 도구만 있으면 된다. 운동 방법은 누워서 하거나 앉아서 할 수 있으며 한 쪽 발은 봉 위에 걸쳐 두고 다른 쪽 발은 20~30cm 정도 씩 위로 쳐들었다가 운동 기구에 떨어뜨린다. 처음에는 무리하지 않게 아침, 저녁 2회 정도 양발 합계 200번 이상 하되, 차츰 횟수를 늘려 1회 500~600번 이상 실시한다. 발을 올릴 때는 공이 땅에 떨어졌다 퉁겨지듯이 발목이 운동 기구에 부딪힐 때의 반동으로 올리면 소리도 약하고 힘도 절약된다고 한다. 봉은 스폰지나 수건을 감아 사용하면 발목이 아프지 않아 좋다. 발목 운동의 효과는 현대인의 보행 부족을 해소하고 전신의 혈액을 시작으로 체액의 순환을 좋게 하며 체내의 노폐물이 신장을 거쳐 여과 정화되며 많이 할수록 건강에 효과가 크다고 한다. 김화순 회장을 비롯한 시니어 학생들은 당장 쾌식, 쾌변, 쾌면, 혈압 안정, 다이어트, 의사가 고칠 수 없는 난치병까지 개선된다고 하니 당장 한번 실시해봐야겠다고 입을 모았다. 최종식 시민기자

2025-10-29

국산 콩만 그것도 ‘로컬푸드’로 만든 두부의 위엄이란···

주말엔 주중에 먹을 장을 본다. 그럴 때 꼭 장바구니에 담는 것이 두부다. 두부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식품이지만, 당뇨병 환자에게는 특히 더 중요한 음식이다. 두부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으며,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콩과 소금이 만나면 두부가 된다. 콩을 갈아서 소금 간수에 절이면 두부가 되는 것이다. 이 두부는 단백질을 보충하는 가장 효과적인 음식이다. 특히 승려들에게도 두부는 필수 식품이자 맛이 있는 식사 재료였다. 육식에서 나오는 단백질 섭취가 계율로 금지되어 식물성 단백질은 훌륭한 대체 요리였다. 콩의 단백질을 가장 건강하며 효과적으로 섭취하는 방법은 두부다. 다만, 콩 단백질이라고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쌀과 함께 먹으면 적절하게 서로 부족한 곳을 채워줘서 궁합이 좋다. 한국의 사찰음식 중에 붉나무 소금으로 만든 두부가 존재한다. 다만 흰 두부와는 달리 붉나무 소금으로 만든 것은 회색빛이다. 그리고 이러한 두부를 이용한 두부장아찌도 존재하며, 프랑스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을 정도였다. 두부의 한자는 豆(콩 두)와 腐(썩을 부)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두부의 ‘부(腐)’는 썩은 것이란 뜻이 아니고 뇌수(腦髓)처럼 연하고 물렁물렁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포(泡)’라고도 하였다.”라고 설명한다. 두부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직접 가마솥에서 끓이고 눌러서 만든다고 가게 이름이 ‘옥산맷돌손두부’인 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풍산금속에서 영천으로 가는 길, 옥산서원 입구를 지나자마자 주유소가 나오면 바로 거기다. 창밖에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들판뷰 창가에 앉아 해물 순두부와 모두부 한 접시를 주문했다. 메뉴판에 있는 것을 다 맛보고 싶지만 참았다. 얼마 전 친구들과 가서 청국장과 들깨 순두부, 모두부전까지 시켜 나눠 먹으니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다 맛났다. 당뇨 때문에 음식을 조절하는 친구는 청국장이 찐이라고 칭찬했다. 오늘은 추어탕까지 시켜 가을을 맛보기로 했다. 음식을 내오며 사장님이 직접 만든 두부에 대한 자랑을 하셨다. 새벽 5시에 나와서 4시간 넘게 가마솥에 장작을 넣고 지펴 끓인다고 했다. 콩도 천북면에 가서 일 년 사용할 양을 계약 재배해서 저온 창고에 넣어두고 사용한다고. 수입 콩이 아니라 국산 콩만 그것도 로컬푸드라 더 안심이었다. 1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두부를 만들어 손님을 맞았다고 한다. 모두부와 함께 내온 반찬에 콩비지 찌개와 비지 샐러드가 입맛을 돋웠다. 막걸리 한 잔에 따끈한 두부가 안주로 안성맞춤이다. 해물순두부는 깔끔했고 추어탕도 담백했다. 어느 해 추석, 시어머니께서 동네 부녀회에서 각자 집에서 농사지은 콩을 모아 한집에서 두부를 만들어 나누어 오셨다. 마트에서 산 것보다 구수하고 맛이 좋아 앉은 자리에서 아직 온기가 남은 두부를 배가 부르게 먹었었다. 그날 이후 동네에서 다시 두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니 그럴만도 했다. 옥산맷돌손두부 사장님이 건강하셔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오래도록 맛볼 수 있길 바란다. 옥산서원 입구 근처에 주유소와 마당을 함께 사용한다. 경주시 안강읍 호국로 2405, 오전 9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영업하고 첫째, 셋째 화요일이 휴무이다. 맛있는 손두부 먹고 옥산서원과 독락당도 거닐고, 정혜사지십삼층석탑에 은행잎이 노랗게 지면 더 골짜기로 차를 몰면 장산서원 위 옥산저수지에 가을이 내려와 낯을 씻는 것 구경하면 좋다. 콩도 두부도 가을이 익어간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28

“먹고 마시고 관람하라”···안동시립공연단 ‘더 레시피’

공연을 보러 갔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차림표’를 준다? 카페도 식당도 아닌 뮤지컬 공연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지난 9월 20일 시작해 매주 토, 일요일마다 관객을 만나온 안동시립공연단의 창단 첫 공연작 ‘더 레시피’가 11월 2일 막을 내린다. 안동시 도산면에 있는 한국문화테마파크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안동의 전통 음식과 전통주를 맛보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이머시브 다이닝(Immersive Dining)’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관객 몰입형 공연을 뜻하는 ‘이머시브 씨어터(Immersive Theater)’와 고급스럽고 정성 담긴 음식을 뜻하는 ‘파인 다이닝(Fine-dining)’을 결합한 장르다. 공연은 안동의 김 선비가 잔치를 벌여 손님들에게 안동의 음식을 대접하며 벌어지는 한바탕 흥겨운 소동을 그리고 있다. 차림표의 메뉴대로 음식이 나올 때마다 관객은 손님이 되어 극의 흐름에 직접 참여하며 즐거움을 더한다. 관객 앞에는 소반이 놓이고 국화차와 다식까지 풍미를 곁들인 음식이 제공된다. 해발 880m 산자락에서 피어난 국화를 전통 방식으로 다듬어 만든 ‘금학 국화차’, 녹두가루 묵에 맨드라미와 치자 물을 들여 색을 더한 ‘청포묵채’, 맑은 쌀과 누룩으로 빚어낸 ‘전통 청주’, 안동찜닭의 시작인 ‘전계아’, 잡곡과 누룩을 발효하여 증류한 ‘안동소주’, 오미자를 담가 발효시킨 ‘오미자 음료’, 쌀가루에 꿀과 조청을 섞어 목제 틀에 찍어낸 ‘다식’까지, 조선시대 음식 조리서 ‘수운잡방’의 조리법을 재현한 음식으로 구성했다. 배우들의 춤과 노래, 전통 음식이 함께 어우러져 객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70분간 안동 지역의 맛과 흥을 관객에게 선사하며 제대로 된 ‘접빈객 문화’를 선사한다. 공연 마지막에는 관객과 배우 모두 오자미를 던져 박을 터트리며 막을 내린다. 터진 박에서는 ‘항상 꽃길 되소서’라는 문구가 쏟아져 내리며 관객들에게 덕담의 디저트를 제공한다. ‘수운잡방’은 안동의 유학자 김유와 그의 손자 김영이 저술한 한문 필사본 음식조리서로 광산김씨 문중에서 내려오던 조리법이 기록돼 있다. 즐겁게 먹을 음식을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을 기록한 그 시절의 ‘레시피’로, 오늘날 먹고 마시고 관람하며 안동지역의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28

동네 어린이집이 사라지고 있다

저녁을 먹고 동네 산책을 하다가 제법 규모가 있는 어린이집이 공사 중인 걸 발견했다. 처음엔 다시 새 단장을 하나 보다 여겼는데 밖에 나온 쓰레기 자루를 보니 내부를 완전히 비우는 중이었다. 궁금해 현관에 붙은 안내문을 들여다보니 ‘2026년 3월 1일 노인주간보호센터로 만나겠습니다’로 적혀있다. 저출산의 여파가 실제 내가 사는 동네 골목까지 스며들고 있다니 순간 놀랐다. 공사 중인 어린이집이 지금은 중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이 어릴 적 다녔던 곳이라 그간의 추억도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한참을 머무른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간 연장 어린이집 교사를 구하는 채용공고를 냈던 어린이집이었다. 갈수록 줄어드는 원생 수와 경영난에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폐원을 한 거였다. 산책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찍은 사진을 보여 주며 이제는 동네 가까이에 어린이집이 하나도 없는 현실을 마주한다. 그러고 보니 최근 아침에 어린이집 차량을 기다리는 부모와 아이들을 잘 못 본 듯싶다. 주위의 아파트가 적잖이 있어도 이제 저출산과 고령화는 어디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초저출산을 겪고 있는 지금,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어린이집이 사라지는 수가 해마다 2,000개 가 넘는다고 한다. 시설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원아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인 것이다. 이미 소규모 가정어린이집은 거의 사라져 찾아볼 수도 없다. 대도시에서 그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북도 그 수가 상당하다. 경북은 최근 5년간 어린이집의 28.5% 사라졌다. 2025년 3월 기준 1234곳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가 50만 명 아래가 된 포항에서도 마찬가지다. 포항시 여성가족과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년간 105개의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고 올해 10월 현재까지 30여 개의 어린이집이 폐원했다고 전했다. 현재는 국공립어린이집 15개를 포함해 224개가 운영 중이다. 곁에서 육아의 어려움을 견딜 수 있게 한 동반자 같은 어린이집이었다. 하지만 워킹맘들은 가까이에서 어린이집이 사라지면 누구보다 심각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있는 엄마들과의 대화도 다들 어린이집 이야기가 많다.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부터 지역맘카페를 비롯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알아보느라 한 달가량은 정신없이 보낸다. 그렇게 선택한 어린이집이 폐원한다면 고민이 깊어진다. 5살 아이를 둔 30대 워킹맘 김모씨(포항시 북구 우창동)는 “이제는 가까이에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다른 동네 유치원으로 바꿔서 보내긴 하는데 이런 상황이 반갑지 않다. 내가 사는 아파트 맞은편 빈 건물도 수년 전에 요양원으로 바뀌었다. 옆에 있는 태권도 학원마저 위태로워 보일 정도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이 초저출산으로 인해 원생 수를 못 채우고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건 일정 부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아이가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폐원되는 어린이집도 여러 곳이다. 갑작스럽게 육아의 공백이 발생하게 되고 그 몫은 부모에게로 돌아온다. 무조건 어린이집이 사라지고 부모들에게 고민을 안겨주기보다 필요가 있는 곳에서는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모들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어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28

APEC을 준비하는 신라의 ‘불국토’···신라천년을 담아내다

이달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북 경주시에서 21개 회원국의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추석 전에 마침 문학단체에서 경주로 문학기행을 떠나게 되면서 APEC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분주한 경주를 엿볼 기회가 있었다. KTX 경주역과 시가지 곳곳에는 분위기 조성과 더불어 도로와 고적지 어디 없이 시설물이 속속 정비 또는 보완되고 있었다. 그중에 국립경주박물관에는 석가탑과 다보탑을 본 떠 만든 경내에 APEC 연회장으로 사용할 목조 건축물 신축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개최는 회원국은 물론 정상들에게 세계적으로 이름난 신라의 고적이 유존하는 경주를 알리는 큰 의미가 크다. 불국토 경주에는 신라의 다리가 있어서 이 기회에 들춰 본다. ‘삼국사기’ 경덕왕 조에는 ‘경덕왕 19년(760) 2월에 궁궐 남쪽 문천(蚊川) 위에 월정교, 춘양교 두 다리를 놓았다.’고 기록했다. 문천에는 신라의 다리가 여럿 있었다. 2018년 복원한 월정교(月淨橋)와 그 흔적이 남아 있는 춘양교(春陽橋) 그리고, ‘삼국유사’ 원효불기 조에 유교(楡橋)와 도화녀 비형랑 조에 귀교(鬼橋)가 그것이다. 월정교는 문천의 다리이지만 자체를 누각형으로 지었다. 화강석 교각 위에 궁궐 건물에 버금가는 우리나라 고유의 한국형 목조 건물에 기와를 얹은 지붕이다. 지붕이 있는 세계적인 다리는 스위스 루체른시 호수에 있는 카멜교다. 목조 건물이지만 월정교에 비교되지 않는다. 카멜교는 안동의 월령교처럼 직선이 아니다. 춘양교는 월정교에서 문천의 상류를 따라 약 1.2km 되는 지점에 그 터가 있다. 동쪽 국립경주박물관과 서쪽 인동왕사지가 자리한 일대의 농경지로 연결되었다. 월정교와 구조가 비슷한 배 모양의 석재 교각 밑자리를 복원해 문천에서 볼 수 있다. 유교는 신라 승려 원효가 민중 포교에 나서면서 “누가 자루 빠진 도를 허락할른지” 하면서 떠도는 가운데 태종무열왕이 듣고는 스님이 아들을 낳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찾게 했다. 원효는 이를 알고 남산을 내려와 유교를 건너면서 거짓으로 물에 떨어져 옷을 말리기 위해 요석공주가 있는 요석궁에 유숙하면서 아들 설총을 얻게 된다. 요석궁 앞에 다리가 유교(楡橋)다. 한자에서처럼 실제 느릅나무 다리인지는 모르나 월정교 복원 때 이 다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귀교는 신라 제25대 진지왕이 음탕한 생활로 화백회의에서 탄핵되어 왕위에서 폐위된 이야기를 사실처럼 꾸민 도깨비 다리의 전설인 듯하다. 신라에는 또 현실과 이상세계를 연결하는 다리도 있었다.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는 석가여래의 세계인 대웅전으로 자하문을 통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구품연지(九品蓮池)가 있어서 청운교 백운교 사이에 홍예다리를 만들어 연지는 지금 볼 수 없지만 그 위로 홍예로 만든 아치형 무지개다리는 볼 수 있다. 신라에는 다리가 없어서 선택되고도 왕위에 오르지 못한 안타까운 사실도 있다. 신라 제37대 선덕왕은 후사가 없어 왕의 족자(族子) 주원(周元)을 즉위케 하도록 의논했는데 집이 왕궁에서 북쪽 20리에 있었다. 연락을 받고 오던 중에 마침 큰비가 내려 알천에 홍수로 인해 물을 건너지 못해 입궐하지 못했다. 그러자 상대동 김경신은 덕망이 높고 인군(人君)의 자격이 있다며 중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왕위를 계승케 한 그가 곧 신라 제38대 원성왕이다. APEC 정상회의가 끝나고 손님을 보낸 뒤 여유를 가지고 경주를 즐겨보는 것도 하늘 높은 이 가을에 신라의 고적 불국토를 만끽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권영시 시민기자

2025-10-26

황금빛 가을 인생을 무대 위로

가을의 정취 속에 지난 20일, 21일 양일간 열린 노인문화축제 ‘황금빛 가을’은 대구의 노년 문화가 얼마나 다채롭고 활력 넘치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행사였다. 대구시 노인종합복지관(전용만 관장)이 주관한 이번 축제는 3000여 명의 어르신과 시민이 참가해 복지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변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어르신들이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직접 무대에 서고 전시에 참여하며 축제의 ‘주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무대 위의 어르신들은 배우가 되었고, 관객은 함께 그 삶의 깊이를 느끼며 나이 듦의 가치를 되새겼다. 무대 위는 난타와 하모니카, 한국무용, 가곡 등의 공연이 이어졌고, 전시장에서는 ‘일흔의 작품전’이 열려 어르신들의 예술적 감성과 삶의 흔적이 정성스레 담겼다. ‘추억의 흑백사진전’은 세대 간 공감과 대화를 이끌며, 어르신들의 기억이 지역 공동체의 역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세월의 무게를 예술로 승화한 인생의 기록이었다. 무대 밖에서도 ‘황금빛 룰렛’ 이벤트와 다양한 체험 부스가 어르신들의 손끝을 즐겁게 했고, 윷놀이 한 판의 흥겨움 속에는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온기가 흐르고 있었다. 축제 마지막 날인 21일에는 경진대회와 각각 공연수상자들을 시상하고, 풍성한 행운권 추첨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의 행운권 1등 경품은 테팔 무선 청소기였으며, 행사장을 가득 메운 어르신들의 기쁨과 즐거움,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아쉬움 속에 마무리했다. 이 축제의 진정한 의의는 ‘노년 문화의 주체화’에 있다. 인생의 황혼기를 ‘활동과 표현의 시기’로 재해석하며, 노인 세대가 사회 속에서 스스로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장이 되었다. 전용만 관장이 밝힌 것처럼, 노년기는 여전히 ‘인생의 황금기’이며, 문화는 그 황금빛을 더욱 빛나게 하는 도구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어르신들의 문화 역량은 점점 더 풍부해지고 있다. 이제 노년 문화는 복지 일부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정신적 자산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젊은 세대가 배워야 할 품격은 인생의 깊이를 노래하는 이 무대에 담겨 있었다. 황혼은 쇠락이 아니라, 빛의 완성이다. 사회는 이제 복지의 틀을 넘어 어르신들이 문화의 주체로서 활력과 자존이 설 수 있는 장을 더 넓혀야 한다. 이번 축제가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문화 속에서 세대가 연결되고 사회는 더 따뜻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황금빛 가을’ 축제는 우리 사회의 노년 문화를 성숙시킨 귀중한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10-26

어르신들 삶의 깊이 나눈 대구 중구 건강대학

지난 17일 오전 대구 중구 건강대학에서 가을 정취 속에 어르신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시는 특별한 강연이 열렸다. ‘시조 한 수에 인생을 담다–박인로와 조선의 시인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특강은 대구가톨릭대 국어교육과 박상영 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조선시대 시조를 통해 문인들의 삶과 사상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시조의 본질을 짚다: 개념, 형식, 역사적 흐름 강연은 시조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 형식적 특징과 역사적 전개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청중의 이해를 도왔다. 그 시절의 유행가라고도 할 수 있는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인 시조는, 단순한 운문 형식을 넘어, 조선조 문인들의 철학과 감정을 담아낸 삶의 기록임을 강조하며, 문학적 가치뿐 아니라 인간적인 울림을 전하는 장르임을 일깨웠다. 여말선초에서 퇴계 이황까지: 사상과 감정의 흐름 박 교수는 여말선초의 대표 시조인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를 통해 당시 정치적·사상적 배경과 시조 탄생에 대해 설명한 뒤, 이어 퇴계 이황의 ‘도산십이곡’을 소개하며 그의 유교 사상과 처사적 삶의 흔적을 시조 속에서 어떻게 엿볼 수 있는지를 재미나게 풀어냈다. 이황의 시조는 그가 44세 때 관심을 가진 주자의 ‘무이구곡가’를, 20여 년간 연구한 최종 결과물이었기에 그 감동이 배가 되었다. 즉 단순한 교훈을 넘어, 자연과 인간, 도덕과 실천의 조화를 추구한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어르신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이어 노계 박인로의 ‘조홍시가’, ‘사친’ 등 ‘효’를 주제로 한 시조를 함께 낭송하며, 부모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박 교수는 관련하여 6살 육적이 부모를 생각하며 귤을 품었다는 육적회귤(陸績懷橘) 고사를 비롯해, 민손 이야기, 서포 김만중 이야기, ‘목주가’ 등 다양한 내용들을 곁들이며 ‘효’의 정신이 어떻게 문학 속에 녹아들었는지를 설명했다. 나아가 현대 작품 속에서도 ‘효’의 가치가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연결해 어르신들의 삶과 감정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고산 윤선도의 시조도 깊이 있게 다뤄졌다. 젊은 시절 작품인 ‘견회요’를 비롯해, 중년 이후에 지은 ‘산중신곡’의 ‘오우가’, ‘산중속신곡’의 ‘증반금’, ‘어부사시사’, 그리고 66세에 정계에 복귀했다가 다시 은퇴하며 지은 ‘몽천요’까지, 윤선도의 시조를 통해 그의 한평생 삶의 굴곡과 자연에 대한 애정, 정치적 현실에 대한 성찰을 함께 나누었다. 시조 속에 담긴 자연의 이미지와 인간의 내면이 어우러진 풍경은 어르신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강연은 단순한 문학 강의에 그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조선조 양반의 한평생을 시조를 통해 되짚으며, 인간이 살아가는 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 시조 속 문인들의 삶과 사상을 통해 어르신들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깊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이번 특강은 우리의 고전 문학을 통해 삶의 의미와 인간다움을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였다. 시조라는 고전 문학이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마음을 울리는 살아있는 언어임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던 것이다. /권정태 시민기자

2025-10-26

예천에 잠든 ‘고녕가야의 맥박’ 되살려야

경북 예천에는 고녕가야의 숨결이 고요히 잠들어 있다. 대구에서 문경을 지나 예천으로 향하는 길, 관광버스 행렬은 낙동강을 따라 나란히 흘러간다. 낙동강 서편에서 태동한 고녕가야는 오래도록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기록되었으나, 식민사학의 그늘 속에서 지워지고 왜곡되었다. 그러나 예천 또한 함창과 맞닿아 내성천 상류에 자리하며, 고대 가야 세력의 자취를 짙게 품고 있다. 예천군청 뒤 봉덕산 기슭에는 대심리 고분군이 있다. 수십 기의 무덤은 도굴의 상처만 남긴 채 봉토만 앙상하다. 안내판 하나가 “예천의 소중한 유산”이라 적고 있으나, 자세한 설명조차 없는 현실은 안타깝다. 2020년 9월 4일 국내 일간지에 보도된 발굴 기사, “원삼국, 삼국시대 묘 3기와 200여 점 유물 발견”은 잠시 희망을 주었지만, 그 후 긴 침묵이 이어졌다. 마치 땅속에서 다시 갇힌 혼처럼. 이제 문화재청과 학계가 이 침묵을 깨야 한다. 특히 ‘원삼국’이라는 명칭은 일본 학계가 만든 인위적 구분이다. 삼국의 서막을 ‘삼국시대’라 바로 불러야 한다. 이름은 곧 정신이기 때문이다. 예천 고분군의 봉토분은 가야식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고분 상판석의 웅장함은 창녕 비화 지역, 함창 오봉산 고분군과 닮았다. 길이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돌을 옮긴 고대인의 지혜와 공동체적 힘 앞에서 경외심이 일어난다. 그러나 도굴과 방치 속에서 석실만 드러난 고분은 무관심의 거울이기도 하다. 예천의 고분군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가야의 혼과 맥박이 살아 있는 터전이다. 후손들이 명당이라 여겨 세운 현대식 무덤조차 원래는 천 년 고분의 일부였다. 사철나무 무성한 봉분 앞에 서면, 작은 산봉우리로 착각했던 언덕이 사실은 역사의 증언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복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낙엽과 흙에 덮인 모습은 서글프다. 만약 그곳이 제대로 복원된다면, 예천은 고대 국가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예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원의 유곡리·두락리 고분군 또한 안내판이 없으면 산으로 착각될 정도로 방치돼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무덤을 파헤쳐 가야의 보물을 반출했고, 지금도 그 유물은 일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것은 되찾아야 할 우리의 뿌리이자 혼이다. 예천은 함창과 맞닿은 땅, 곧 고녕가야의 문화권이다. 그곳의 고분은 땅속 유물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역사이며 후손에게 물려줄 정신이다. 이제 우리는 그 흔적을 복원하고, 올바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 그래야만 예천에 잠든 고녕가야의 맥박이 다시금 힘차게 뛰기 시작할 것이다. /김성문 시민기자

2025-10-26

2025 대구선배시민대회, 고령친화도시 대구! 선배시민이 길을 열다

대구시 노인종합복지관협회(회장 김진홍)는 지난 24일 오전 대구보건대 인당아트홀에서 ‘2025 대구선배시민대회 – 고령친화도시 대구! 선배시민이 길을 열다’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대구광역시와 보건복지부가 후원하고,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iM금융그룹, 대구보건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주택금융공사 대구지사, ㈜마이하우스 등이 함께했다. ‘선배시민이 길을 열다’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초고령사회를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어르신이 단순한 돌봄의 대상이 아닌 ‘공동체의 주체’로서 지역사회를 이끄는 주도적 모델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뒀다. 행사는 1부 기념식, 2부 정책대회, 3부 지역경제활성화 캠페인으로 구성됐다. 기념식은 우지연 범물노인복지관장의 사회로 ‘한국 에어로폰 오케스트라’와 ‘함지노인복지관 북치고장구치고팀’의 식전 공연으로 흥겹게 막을 열었다. 이어 대구시 9개 구·군 26곳의 복지관 73개 선배시민 봉사단 대표단 입장을 시작으로 대구시장상, iM선배시민대상,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상, 대구시 노인복지관협회장상 등 유공자 16명(단체 포함)에 대한 표창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시상과 축하의 자리가 아니라, ‘고령친화도시 대구’의 실현을 위한 시민주도적 정책 플랫폼으로서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진홍 대구시 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은 “고령친화도시 대구의 실현은 행정의 정책뿐 아니라 지역 어르신의 자발적 참여가 함께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대회를 계기로 ‘선배시민 리더십 아카데미’, ‘세대공감 마을포럼’ 등 시민참여형 고령친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유병길 시민기자

2025-10-26

대구 지역 내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일제히 열려

해마다 가을에는 초등학교 운동회가 열린다. 올해도 대구 시내 모든 초등학교가 이달 중순까지 어울림한마당 등 다양한 이름으로 운동회가 일제히 열렸다. 달서구에 있는 대구 용산초(교장 이석수)는 지난 16일 학교 운동장에서 ‘용산 가족 공감 행복어울림한마당’이란 제목으로 가을운동회를 성대하게 개최했다. 이날 개회식은 개회 선언과 국민의례, 우승기 반환, 학교장 대회사, 내빈 축사, 학생대표 선서, 준비체조 순으로 진행됐다. 운동장에는 모처럼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만국기가 펄럭였다.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경기가 진행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움에 차 있었다. 특히, 커피 트럭 운영돼 큰 호응을 끌었다. 학생들에게 미리 쿠폰을 나눠주며 각 가정에 커피 한 잔씩을 제공해 가을운동회의 즐거움을 더했다. 경기 종목은 각 학년의 트랙 개인 달리기, 필드 단체 경기, 청백 계주, 학부모 줄다리기, 조부모 고무신 날리기 등으로 구성됐다. 폐회식은 정리 체조, 성적발표, 우승기 수여, 대회장 말씀, 교가 제창, 폐회선언 순으로 이뤄졌다. 경기 때마다 질서 정연하고 함께 응원하는 모습이 평소 균형 잡힌 학교내 교육활동 모습으로 비춰졌다. 이웃 주민으로 함께 관람한 퇴임 교장 김 모 씨는 과거의 엄격한 질서 운동에서 벗어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움직이는 체조가 보기 좋았으며 학부모를 고려한 커피 트럭 운영이 이색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기 종목이 기존의 정형화된 모습에서 탈피해 창의성이 가미된 새로운 종목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최종식 시민기자

2025-10-26

선혜원(鮮慧院), 한옥의 고요와 현대 예술의 호흡

서울 삼청동에 자리한 한옥 선혜원은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사저로 사용되던 곳이다. 그룹의 주요 경영진이 SK의 미래를 논의하던 이 공간은 3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한다. ‘선혜원 아트프로젝트’의 첫 전시로 김수자 작가의 개인전 ‘호흡-선혜원’(2025년 9월 3~10월 19일)이 열렸다. 입구에는 예약 시간에 맞춰 도착한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시선을 위로 두니 ‘선혜원(鮮慧院)’이라 새겨진 현판이 위엄 있게 걸려있다. 이 곳은 경흥각(京興閣), 하린당(賀隣堂), 동여루(同輿樓) 세 동이 디귿자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선경(鮮京)을 흥하게 한다’는 뜻의 경흥각, ‘이웃을 돕는다’는 하린당, ‘사회와 함께 한다’는 동여루. SK의 창업 철학이 깃든 이름들이다. 한옥의 격조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고요하고도 품격 있는 기운으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가파른 계단 끝에서 마주한 창연문(昌演門)은 마치 사찰의 일주문을 연상시킨다. 경건한 분위기의 문을 지나면 높고 기품 있는 지붕 선을 가진 경흥각이 모습을 드러낸다. 눈길을 끄는 지붕 위 잡상에도 특별한 의미가 담긴다, 왼편의 ‘建賢戠人源株百(건현시인원주백)은 SK그룹 창업주와 후계자 그리고 100주년(2053) 등을 상징하며, 오른편에는 SUPEX(Super Excellent)의 경영철학을 형상화한 토우들이 놓여 있다. 잡상은 조선시대 궁궐 건축에서나 볼 수 있는 상징물로 선혜원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경흥각 내부에 들어서면 한옥의 품격이 곧 예술이 된다. 바닥 전체가 거울로 마감되어 천장의 목재 구조와 관람객의 모습이 끝없이 반사된다. 현실과 허상의 경계가 사라진 공간에서 관람자는 ‘걷는 행위’ 자체로 작품의 일부가 된다. 전통과 현대, 개인과 타자가 공존하는 시공간이 펼쳐지는 순간이다. 경흥각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전환시킨 작가의 대표 연작 ‘보따리’는 이동, 정체성, 기억을 품는다, 여행을 하거나 이사를 할 때 소지품을 천에 싸서 묶는 한국의 전통적인 생활 도구 ‘보따리’를 현대 미술 언어로 끌어올려 이주와 디아스포라 그리고 삶의 흔적을 담는 이동식 보금자리로 재해석 한다. 거실 역할을 하는 하린당에는 조선백자 달항아리에서 모티브를 얻은 반구형도자기가 전시 되어 있다. 두 그릇을 맞붙인 비대칭 구조는 보름달의 차고 기우는 모습, 그리고 보따리를 연상시킨다. 지하1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는 해와 달이 상징적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아래층에 전시된 세 개의 ‘보따리’ 작품이 또 다른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화장실조차도 예술의 일부다. 전시 관람 후 동여루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시며 바라본 경흥각 전경은 웅장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은 절제의 미를 보여준다. 한때 재벌이 거주하던 사저이자 기업의 역사를 품은 이 한옥이 이제는 예술의 무대로 거듭난다. 김수자의 개인전 ‘호흡-선혜원’은 전통과 현대, 공간과 인간의 ‘숨’을 하나로 엮는다. 시간별 예약제로 운영되는 덕분에 관람객은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한옥의 고요함을 만끽하며 유유자적한 명상의 시간을 가진다. 선혜원은 기업의 철학이 예술로 승화된 공간으로 앞으로 더 많은 작가와 더 깊은 예술이 머무는 ‘예술의 성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23

‘봉화 보부상 한마당’ 현장 가보니

2025년 제5회 봉화 보부상 한마당축제가 지난 18일 500여 명의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보부상 위령제로 시작해 길놀이, 전통민요 공연, 봉화 보부상 마당놀이, 보부상 퀴즈 등으로 신명 나고 즐거운 축제가 진행되었다. 조선 시대 봉화군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내성행상단은 대한제국 시기 상무사로 정비되면서 봉화 상무사로 활동했다. 이 보부상단의 문화와 유물을 보존하고 문화관광 자원화하기 위한 정례화 된 축제였다. 조선시대 보부상은 전국에 걸쳐 있었으며 구한말에는 상무사로 전국 모든 군에 설치하였고 봉화 상무사는 1860년경 조직되어 봉화군과 울진군 장시를 관리했다. 보부상은 복장, 인사법, 직업윤리, 조직체계와 규율을 갖고 1960년대까지 봉화·울진 십이령과 봉화군 물야면 애전마을에서 명맥을 유지했었다. 조선 보부상의 풍속은 그 자체가 한국의 상인문화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고 다양했다. 봉화 상무사를 통해 고유한 우리의 상인문화, 전통시장 문화를 보존하고 지역의 문화적 자원으로 콘텐츠화해 올해 5회째 축제를 열었다. 축제가 열린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애전마을은 봉화 보부상들의 활동 거점 중 한 곳으로 보부상 합동 위령비가 있는 곳이다. 애전마을의 보부상들은 홀아비 보부상들이 대부분이며 이들의 이름은 조선시대 보부상의 작명 관행과 일치하는 성과 출생지 지명을 합친 이름을 사용했다. 이 보부상들은 처자식이 없이 홀아비로 살다가 자신들의 논과 밭을 마을에 남기고 죽었고, 마을 사람들이 경작하고 토지세를 모아 80년 이상 추모제사를 이어가고 있다. 예전 보부상들이 살았던 삶터는 댐이 생기면서 수몰되었지만 마을 인근에 위령비를 세워 매년 합동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댐의 좌측으로 8기 이상의 보부상 묘가 있었으나 2000년대 댐 공사가 시작되면서 사라졌다. 애전마을은 강원도 영월, 울진 흥부장, 충북 단양, 봉화의 내성장, 안동, 영주, 풍기 등 150리길 내외의 중간지점으로 소설가 김주영의 소설 ‘객주’에서 주인공인 보부상 천봉삼이 정착한 곳으로 묘사하고 있는 곳이다. 애전마을 위쪽에는 보부상이 주인이었을 사기점이 있었으며, 조선 성종 때 보부상이 발견했다는 오전 약수탕이 있는 곳이다. 이런 귀중한 자원들과 애전마을 삶터, 주막 등을 재현한 기념관 또는 역사관 건립이 필요해 보인다. 보부상들은 엄격한 행상 윤리와 가치 규범, 조직의 실천규범을 두고 구성되었으며 특히 조직원 상호간의 유기적 관계를 강조해 병든 사람은 구해주고 죽은 사람은 장례를 치러주며 서로 호형호제했다. 또한, 윗사람을 공경하는 가치 규범과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관리되었다. 봉화 보부상들의 상부상조 정신과 토지를 남겨 기부로 이어진 교훈이 길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23

가을의 속삭임, 성주에서 만난 예술의 온기

지난 11일, 추석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 만학도 동기들은 가을 기운이 부드럽게 스며든 경북 성주군 월항면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과거 문예지 출판 기념회를 함께 치렀던 인연을 따라, 변화한 공간을 기대하며 찾은 복합 문화공간이 있었다. 그 이름은 아트리움 모리와 브런치 카페 트리팔렛이다. 고요한 시골 마을 어귀에 위치한 아트리움 모리는 한때 제조 시설이던 공간을 완전히 정리하고 복합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해 있었다. 본관 전시장 아트리움 모리, 미디어 및 설치 중심의 아트스페이스 울림, 청년 작가 레지던시 공간 유촌창작스튜디오, 문화·상업 기능을 함께 지닌 아틀리에 샘, 그리고 자연스러운 연결의 축인 브런치 카페 트리팔렛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공간을 연 구복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흔들림 없이 우직한 산처럼, 여린 작가와 맑고 투명한 작품들을 듬직하게 품어주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그 말처럼, 아트리움 모리는 단지 전시만 보여 주는 장소가 아니라 감각과 기억을 담아내는 ‘예술의 그릇’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본관에서는 임도 작가의 개인전 ‘잠 못 드는 이들의 나이테’가 전시 중이었다. 우리는 한 작품 앞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버려진 나뭇가지 하나, 조용히 쌓인 결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며 작가의 내면과 깊게 마주하려는 듯한 집중이 이어졌다. 작품은 말없이 속삭였고, 우리는 그 침묵을 듣고자 귀 기울였다. 본관을 나와 아트스페이스 울림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선 두 개의 전시가 만학도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첫 번째는 구영웅 작가의 작품 ‘Particles – 별, 고을’. 집 모양의 캔버스를 중심으로, 빛나는 판이 중첩되어 화면을 채웠다. 영웅신화처럼 찬란한 색채가 공간을 가로지르며, 관람자는 그 속으로 끌려 들어갈 듯한 감각을 경험한다. 두 번째로는 노진아·서해영·제승규 등 23인의 조형 작가들이 참여한 기획전 ‘Paradox’. 이 전시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설치 장치와 관람객 간 상호작용이 시도된다. 우리도 장치와 눈빛과 대화로 소통을 시도했는데, 인공지능이 응답할 때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이 공간에 스며들었다. 전시 관람 후 우리는 카페 트리팔렛으로 자리를 옮겼다. 통유리로 둘러싸인 실내에서 들판과 산의 풍경이 시야에 펼쳐지고, 자연을 배경으로 여유로운 브런치를 즐기며 대화를 나누었다. 더불어 전시장과 카페를 연계한 관람 할인제도는 방문객이 공간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며 머무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이어 주었다. 한 지역 예술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역의 예술 생태계 속에서, 아트리움 모리처럼 지속성과 정체성을 가진 복합 문화공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귀한 일이다.” 그의 말처럼 모리는 2022년 개관 이후 전시 규모를 점차 확장했고, 청년작가 공모전 ‘모리 영 아티스트’를 운영하며 레지던시 공간까지 갖춘 예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왔다. 청년 예술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관객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공간을 마련하는 이 복합 문화공간이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다만, 공간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 측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구복순 대표의 초심과 의지 외에도, 지자체의 지원과 관심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날의 동기생들의 나들이는 단순한 문화 체험을 그 이상으로, 예술과 삶이 조용히 섞이는 순간을 만나는 기회였다. 아트리움 모리와 트리팔렛은 그 감성을 오래도록 간직해 줄 추억의 장소로 우리들 마음에 새겨졌다. /손정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23

고슬고슬 방금 지은 하얀 쌀밥에 특별한 가자미 조림 ‘이맛이야!’

김떡순을 아는가, 동생은 김튀순. 학교 앞 분식집의 메뉴를 줄여서 부르는 이름이다. 하굣길에 김밥, 떡볶이, 순대를 친구들과 다 시켜서 나눠 먹곤 했다. 학교마다 교문 앞에는 분식집이 꼭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못하듯 학생들은 꼭 들러 어묵을, 라면을, 쫄면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아마 시작은 분식이었으나 지금은 백반집이 된, 이름만 분식일 뿐 밥이 맛있는 집이 있다. 영덕 야성초 옆에 자리했다. 토마토라고 하면 신세대, 도마도라고 알면 쉰세대라는데, 간판에 신세대와 쉰세대를 섞어서 ‘도마토 분식’이라고 붙었다. 간판도 외관도 바래서 장사 안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낡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현관에 손님이 벗어놓은 신발이 가득하다. 거실과 방에 앉은뱅이 테이블이 두 개 놓인 아담한 가게이다. 벽에 영화 그랑블루 포스터가 걸렸다. 1988년 뤽 베송 감독의 영화다. 오래된 노포라는 듯 창문이며 벽지, 장판, 벽에 불을 켜는 스위치도 시골 외할머니댁에 온 듯하다. 심지어 에어컨도 없다. 그래서 한여름에는 이곳에 가기가 쉽잖다. 하지만 오래되었을 뿐 끈적거리지도 않고 찌든 냄새도 없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자마자 영덕에 사는 언니와 함께 찾았다. 근처 공무원들의 점심시간에 맞춰 가면 두 명이 한 테이블 차지하는 게 미안해서 한소끔 지나갔다. 메뉴는 주문할 필요도 없다. 몇 명인지만 말하면 알아서 차려준다. 자리에 앉으면 먼저 물을 내온다. 생수병에 든 것은 갈색 물, 보리차다. 이 집은 물 맛집이다. 반찬이 먼저 나왔다. 무생채, 오뎅볶음, 콩나물무침, 초록색의 나물은 그때그때 나는 제철 나물무침, 배추겉절이, 한 장 한 장 양념 바른 깻잎무침, 멸치볶음이거나 코다리조림일 때도 있고, 도라지무침. 나물 반찬은 모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다듬고 데치고 무치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 슬로우푸드다. 그러고도 맛이 없는 음식점이 많지만 도마토 분식은 다 맛나다. 그리고 이 집만의 특별한 반찬으로 가자미조림이 때깔 좋은 양념을 입고 군침을 삼키게 했다. 가자미조림이 뭐 그리 특별하냐고 되묻는다면, 나는 보통 다른 집에서 가자미조림에 손을 대지 않았다. 두 손 다 써서 애를 써도 발라지지 않으려고 바싹 붙어서 입에 들어오는 것보다 버려지는 게 많고 열 손가락에 양념이 손톱 사이에 다 스며들어 기분도 찜찜해지기 때문이었다. 도마토 분식의 가자미는 성격 좋은 시누처럼 젓가락으로 발라도 슬 벗겨진다. 간도 딱 맞아서 사장님께 늘 더 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면 덤을 주신다. 하지만 워낙 비싼 재료란 걸 안다. 반찬과 함께 대접에 고슬고슬하게 방금 한 밥이 나온다. 구 첩 반찬을 넣고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내며 마지막에 상에 오르는 된장찌개를 넣고 비벼 먹으라고 대접에 밥을 주는 거다. 밥은 먹고 싶은 만큼 더 먹어도 된다. 하지만 먼저 깻잎 한 장 떼서 하얀 쌀밥에 싸서 맛본다. 그래, 이 맛이야! 구 첩 반찬을 골고루 먹다 보면 밥이 모자라 떠오고, 보탠 밥에 찬이 모자면 또 더 준다. 어느새 배가 턱까지 차오른다. 문 앞에는 후식으로 믹스커피를 셀프로 타서 먹도록 했다. 말 잘하면 근처에 단체배달도 한다고 했다. 도마토 분식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업한다. 일요일은 휴무이니 미리 연락해 보는 게 좋다. 주차 공간은 따로 없고 바로 근처에 공영주차장이 있고, 길가에 적당히 대야 한다. 영덕읍 덕곡4길 5-1이며 네이버에는 ‘도마토’를 ‘토마토’로 고쳐 적어놓았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21

역사의 흔적을 걷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자리한 일본인 가옥거리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좁은 골목을 따라 늘어선 목조 가옥과 일본식 기와지붕, 미닫이문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이 구룡포에 정착하며 남긴 생활의 흔적을 지금의 우리에게 전한다. 이 거리가 형성된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 구룡포가 동해안 어업의 중심지로 성장하면서부터다. 일본인들은 이곳에 대거 정착해 어업권을 장악했고, 집과 상점을 짓고 마을을 형성했다. 그 시절의 흔적은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역사를 증언하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여겨진다. 구룡포 근대역사관은 꼭 들러볼 만한 장소다. 이곳은 1920년대 일본 상인의 저택을 리모델링해 만든 전시관으로, 일본인들의 생활상을 비롯해 구룡포 근대사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내부에는 생활용품, 가구, 어업 도구 등이 전시되어 있어 외형과 함께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떤 일상을 살았는지를 생생히 체감할 수 있다. 거리 한쪽에 놓인 계단에는 당시 구룡포항을 조성하는데 기여한 이주 일본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들이 떠난 후, 구룡포 주민들은 시멘트를 발라 그 흔적을 모두 지워버려 시멘트가 발린 돌기둥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계단을 올라서면 만날 수 있는 충혼탑은 해방 이후 지역을 지켜낸 이들의 희생을 기리는 상징물이다. 일본인들이 남기고 떠난 흔적 위에 세워진 충혼탑은, 그 자체로 시대가 남긴 상처와 극복의 역사를 함께 보여준다. ‘구룡포’는 ‘아홉 마리의 용이 바다로 승천했다’는 전설로부터 만들어진 이름이다. 이를 형상화한 9마리 용 조각상이 구룡포를 지키듯 서 있어, 마치 전설 속 장면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듯한 특별한 인상이 남았다. 이곳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더 잘 알려진 장소가 되었다. 주인공 동백이 운영하던 가게 ‘까멜리아’의 배경을 비롯해 극의 주요 장면들이 바로 이 거리에서 촬영되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게 되었고, 일본인 가옥거리는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문화·관광적 가치를 동시에 지니게 되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기념품 가게들도 여럿 만날 수 있다. 포항 바다를 형상화한 소품부터 재미있는 디자인의 상품까지 다양한 기념품이 즐비했는데, 시민기자 역시 집게 모양 빨간 볼펜으로 추억을 챙겼다. 손에 쥐자 마치 이곳에서의 기억을 집어 온 듯한 기분이 들어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특별한 상징이 되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계단에 새겨진 이름과 충혼탑, 그리고 근대역사관과 용 조각상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와 전설을 되새기게 했고, 드라마 촬영지와 기념품 가게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추억을 선물해줬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거리는 기억을 간직하고 나누는 일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21

요즘 달라진 결혼식 풍경

주말에 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2주 전에 도착한 모바일 청첩장엔 짧은 소개 글과 부모님의 성함과 당사자의 이름, 예식장의 지도와 함께 축의금 송금 계좌번호도 따라왔다. 축의금을 직접 손으로 건네면 아날로그의 맛이 있지만 축의금을 받고 봉투를 열어 직접 돈을 세고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이 적잖이 신경 쓰이는 일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결혼식장으로 향하기 전 바로 송금한다. 최근에는 절도 방지를 위해 키오스크를 설치한 결혼식도 있다지만 축하해야 할 일에 돈이 앞서는 것 같아 아직까지는 내키지 않는 풍경이다. 버진로드에 장식한 꽃들은 딱 필요한 만큼만 있어 예식을 보기에 편하고 기분까지 좋아졌다. 신랑 측 하객이었지만 평소에 신랑 측인지 신부 측인지 별생각 없이 지인들 따라 앉았던 자리도 신부 측은 하객 기준으로 오른쪽이라는 것도 알았다. 버진로드로 입장하는 신부의 위치와 같은 방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식은 경쾌하게 흘러갔다. 예식 선언과 신랑 부모가 덕담을 한다. 신부가 입장할 차례가 되자 당연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신부는 홀로 입장했다. 그 모습이 새로웠지만 당당해 보였다. 결혼식 후 식사하며 지인에게 이야기를 하니 요즘은 신부가 홀로 입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손을 넘겨잡는 게 부계사회의 전통에 따라 아버지의 보호 아래에 있다가 남편에게 인도된다는 의미를 Z세대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한다면 신랑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냐고. 결혼식은 주례 없는 결혼식이었다. 주례사를 듣는 대신 신랑 신부는 서로에게 보내는 마음의 편지를 낭독했다. 신부가 신랑에게 마음 깊이 사랑한다는 말로 끝맺자, 하객들은 박수로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신랑과 신랑 친구들의 노래와 춤으로 이어졌다. 한 편의 작은 공연이었다. 결혼식 당사자들이 진정으로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공연 중간 추임새처럼 웃고 즐거운 눈빛을 보내는 하객들도 결혼식에 함께 한다는 느낌이 들어 모두 즐거웠다. 주례가 없는 결혼식도 요즘의 대세가 된 결혼식 풍경이다. 예전의 주례와 주례사를 떠올려 보면 결혼식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확실히 지루했다. 은사님이나 사장님 등 자신이 잘 아는 분이라도 훈화 같은 말씀에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내용은 기억나지도 않고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멋진 주례사대로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많던 주례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30분이 안 되는 짧은 결혼식 시간이 지루했던 주례사를 조용히 사라지게 만든 것도 있다. 여기에 2030 세대들은 자신들만의 결혼식을 만들어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늦은 나이에 하는 결혼이 많아지면서 더욱 그런 분위기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주례였는데 우리의 전통결혼식에도 주례는 원래 없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이후 서양의 문화가 들어오면서 결혼식에도 주례가 생긴 거였다. 요즘은 결혼식을 간단하게 하고 본인들의 결혼식에 집중하려는 분위기로 인해 주례가 없어지고 있다. 결혼식도 시대를 반영한다. 주례와 주례사 없는 결혼은 누군가 나이 지긋한 분의 권위에 기대어 하는 약속보다 주인공들이 자신들이 하는 말로 서로에게 전하는 약속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환영하는 시대다. 결혼식을 끝내고 첫걸음을 내딛는 한 쌍의 앞날이 행복하길 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21

가을장마에 벼 수확 차질···농민 깊은 한숨

올해 대구·경북지역은 7~8월 태풍 없이 가뭄이 지속되며 골짜기 논마다 논물이 말라 붙었다. 농민들은 더위 속에서 저수지와 수로의 물을 2단, 3단 끌어올려 사용하는 등 고된 농사를 이어갔다. 다행히 병해충 발생이 적었고, 8월 중순까지 벼가 순조롭게 출수하여 고개를 숙일 때는 올해 풍년을 기대하기도 했다. 상주 지역의 경우, 예년 같으면 9월 하순부터 콤바인으로 벼 수확을 시작하여 10월 20일경이면 대부분의 작업이 마무리된다. 자가 식량을 위하여 논에서 벼알을 말려 수확하는 등 일부 논만 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9월 하순부터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비가 내렸고 10월 중순까지 비가 이어져 벼 베기를 못한 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비가 안 온다해도 무논은 논이 질어 콤바인 진입이 어려운데 대부분 논이 물이 빠지지 않아 콤바인 작업이 어렵다. 특히 콤바인이 없는 위탁농가들은 벼 수확을 위한 일정잡기가 어려워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 조생종 품종은 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 현상이 나타나고 쓰러진 논의 벼 이삭에서 싹이 나는 등 품질 저하나 수확량 감소도 우려된다. “농사는 하늘이 짓지, 사람이 짓는 게 아니다”라는 옛 어르신의 말이 생각난다. 지난 주말인 19일까지 비가 이어져 벼의 수발아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고 쓰러진 논의 벼에서 싹이 트고 있어도 농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발만 동동 구르는 농민들의 한숨만 커진다. 비가 그친 뒤에는 조속히 논둑의 물고를 깊게 잘라 배수 작업을 실시하고, 가능한 빠르게 수확을 진행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상주시 외서면에서 평생 벼를 재배하고 있는 토박이 길윤균(82)씨는 “작년에는 10월 16일에 동네에서 제일 늦게 벼를 베었는데, 올해는 15일인데도 아직 벼베기를 시작한 농가가 없다”며 “이번 주에도 비가 예보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가을 장마로 인한 수확 지연과 품질 저하로, 상주를 비롯한 경북 내륙지역 벼 재배 농가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1990년대 콤바인이 보급되기 전 상주 지역에서는 낫으로 벼를 베면서 큰 단으로 묶어 두 단의 이삭 부분은 붙이고 밑부분은 벌여 논바닥에 세워서 벼 이삭이 다 마르면 탈곡기로 탈곡을 하였다. 올해 같으면 세워둔 볏단에서 싹이 다 났을 것이다. 달성, 고령, 청도 등 남부지역에서는 벼를 베면서 논에 깔아 말려서 작은 단으로 묶어 탈곡하였다. 콤바인이 보급되면서 농협이나 개인이 미곡종합처리장을 설치, 물벼를 받아 건조를 하고 있으니 비가 오지 않으면 콤바인이 빠지지 않는 논부터 들어가서 빨리 벼를 베야 한다. 동시에 탈곡 작업을 실시해 최소한의 피해를 줄여야 할 것이다. 농민들의 시름을 달래줄 화창한 날씨만 기다리는 요즘이다. /유병길 시민기자

2025-10-19

인공지능 기반 주민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본격 시동

대구광역시 남구(구청장 조재구)는 지난 15일 남구보건소에서 'ABB 융합기술 헬스케어존 시연회’를 열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주민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실증사업에 나섰다. 이번 시연회는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이 주관하는 ABB(AI·Big Data·Blockchain) 융합기술 개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남구는 지난 6월 AI·빅데이터 전문기업 ‘더아이엠씨’와 비대면 진료 전문기업 ‘솔닥’ 컨소시엄과 함께 대표 실증 지자체로 선정되어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혈압, 체성분 등 주요 건강지표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인공지능이 분석한 건강 상태를 모바일 기기를 통해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시연됐다. 수집된 데이터는 대구시가 운영하는 ‘다대구(DA-Daegu)’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게 저장돼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했다. 남구보건소 이명자 소장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건강관리 서비스가 남구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모든 세대가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이번 헬스케어존 구축은 민관 협력을 통해 구민 건강증진과 행복한 노후를 지원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며 “보건소와 배나무샘골마을문화센터 등 두 곳에 시범 설치한 만큼, 향후 지역 전역으로 확대해 건강 측정·예방관리의 거점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남구청은 앞으로도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보건서비스 확대를 통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포용적 건강도시 남구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10-19

제39회 대구전국사진촬영대회 성료

한국사진작가협회 대구광역시지회(지회장 이호규)가 주관한 ‘제39회 대구전국사진촬영대회’가 지난 18일 대구 수성못 인근 수성아르떼랜드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진애호가 200여 명이 참가해, 흐린 날씨 속에서도 카메라 셔터 소리를 쉼 없이 울리며 열정을 쏟았다. 개회식에는 주호영 국회부의장, 이재화 대구시의회 부의장, 윤영애 기획운영위원장, 정일균 문화복지위원, 김대권 수성구청장, 조규화 수성구의회 의장, 최미경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장, 이창환 대구예총 회장, 강정선 수석부회장 등 내외 귀빈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들은 “사진을 통한 문화 교류가 지역의 예술 역량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행사장은 이른 아침부터 삼삼오오 모인 참가자들로 활기가 넘쳤다. 모델들은 전통 한복, 현대 패션, 이색 콘셉트 등 다양한 복장으로 무대를 장식했고, 외발자전거의 묘기와 옛 보부상 부부의 전통복장 모습들을 한 참가자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피사체로 담아내며 예술적 감각을 겨뤘다. 특히 올해 대회는 ‘비 속의 감성’을 주제로 한 자유 촬영이 가능해, 우중의 안개와 빗방울을 배경으로 한 독창적인 작품이 다수 탄생했다. 또한 전국 각 시·도에서 참가한 사진단체 지회·지부장들도 함께해 사진예술을 통한 우정과 단합의 장을 마련했다. 대회는 단순한 경연의 의미를 넘어 사진인들이 작품 세계를 공유하고 창작의 영감을 나누는 소통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소담하모니밴드의 신명나는 공연이 더해져 축제 분위기를 한층 끌어 올렸다. 이호규 지회장은 “올해 39회 맞는 대구전국사진촬영대회는 오랜 전통과 명성을 이어온 전국 규모의 행사”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아름다움을 전국에 알리고, 사진예술을 통해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을 지속적으로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촬영된 작품들은 심사를 거쳐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 전시되며 우수작은 한국사진작가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10-19

가을장마, 사라진 농사의 계절감

“가을비 한 번으로 농사 반을 잃는다” “가을비 하루에 곡식이 열섬 준다”는 속담은 농부의 가슴에서 나온 말이다. 수확을 앞둔 들녘에 비가 내리면 알곡은 젖고 낱알은 썩는다. 그래서 가을비는 수고를 앗아가는 원수였다. 그런데 요즘의 가을비는 예전과는 다르다. 하루 이틀로 그치지 않고 장마처럼 길게 내린다. ‘가을장마’다. 올해도 한여름의 폭염이 끝나자마자 가을장마가 들이닥쳤다. 연일 이어지는 비구름에 벼는 눕고, 과수는 떨어지고, 콩밭은 진흙 속에 잠긴다. 기후변화가 계절의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예전에는 장마가 7월의 한철이었지만, 이제는 10월까지 이어진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대기 중 수증기가 늘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늦게 물러나기 때문이란다. 가을장마의 과학적 배경은 이렇다. 여름철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오래 지속되며, 그 북쪽에서 찬 대륙성 공기와 부딪쳐 정체전선을 만든다. 이 전선이 한반도 상공에 머무르면 남쪽의 따뜻한 수증기가 계속 유입되어 장마와 유사한 강수 패턴이 형성된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기층이 더 많은 수증기를 품게 되면서 한 번의 강우량이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가을철 강수량은 평균보다 20% 이상 증가했고, 장마 기간도 1~2주 길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환경의 변화는 단순히 일시적인 이상기후가 아니다. 농사는 계절의 리듬에 맞춰 흙과 하늘이 조화를 이루는 일이다. 그 리듬이 깨지면, 모든 농작물의 파종 시기, 수확 시기, 병충해 방제 계획이 모두 틀어진다. 기계화로 노동은 줄었지만, 자연의 변덕 앞에서는 인간의 계산이 늘 뒤처진다. 가을장마는 농작물의 품질에도 직격탄을 준다. 벼는 낟알이 여무는 시기에 과습을 만나면 미질이 떨어지고, 과일은 당도가 낮아진다. 곰팡이와 병충해가 번식하면서 저장성도 크게 줄어든다. 결국 시장의 가격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소비자 역시 그 피해를 나눠 지게 된다. 이제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대책도 일회성 재난지원에 머물 것이 아니라, 기후 패턴의 변화에 맞춘 품종개발과 농업 인프라 재편으로 나아가야 한다. 논과 밭의 배수 체계, 저장시설의 확충, 재해보험의 현실화가 모두 시급하다. 무엇보다 농업을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생태적 기반산업으로 다시 바라봐야 한다. 가을장마가 길어질수록 ‘하늘이 도와야 농사가 된다’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 인간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자연의 균형이 무너지면 먹거리의 안정은 없다.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의 조화를 되찾는 일, 그것이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농정의 출발점이다. 물기 품은 나락, 알갱이가 털어지지 않는 들깨. 설익은 콩깍지를 바라보는 농민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석종출 시민기자

2025-10-19

당당함에도 정직과 겸손이 필요하다

지난 추석, 차례상 장을 보기 위해 죽도시장을 찾았다가 마음이 편치 않은 경험을 한다. 죽도시장에 들어서면 ‘손님이 왕’이라는 말이 무색할 때가 있다. 가격을 묻거나, 영수증을 요청하거나 카드를 내밀면 단호히 거절하면서도 외려 당당한 상인들이 적지 않다. 묻고, 요구하고, 내미는 쪽이 잘못된 분위기다. 평소 죽도시장보다 대형마트나 로컬푸드 직매장을 더 자주 찾게 된다. 가격이 명시되어 있어 흥정이 필요 없고, 생산자의 이름까지 적혀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은 신뢰감을 더한다. 그러나 추석 명절을 맞아 일부러 죽도시장으로 향한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으로 명절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상인들을 걱정 하는 언론 보도, 그리고 국산 농축산물과 수산물을 구매시 온누리 상품권 환급 행사도 진행한다는 소식이 있어 지역 상권도 돕고 환급행사도 참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염려와 달리 죽도시장은 주차부터 전쟁이었고 시장 골목은 대목장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일손이 모자라는 듯 분주히 움직이는 생선가게 앞에서 잘 마른 생선을 고르니 이미 팔린 거란다. 다른 생선을 고르고 포항사랑상품권을 내밀며 영수증을 요청하니 영수증 발급은 안 된단다. 카드기기가 없다며 선심 쓰듯 “상품권을 받아주지 않았냐”기에 환급행사에 영수증이 필요하다니 “우린 그런 행사가 있는 줄도 모른다”며 약간의 언성을 높인다. ”영수증 발급을 못해 주시면서 왜 그렇게 당당 하시냐“고 물으니 ”이렇게 장사한 지가 몇 십 년인데 안 당당할 게 뭐 있냐“며 도로 역정을 낸다. 바쁜데, 뜬금없는 영수증 요구가 너무 성가시다는 표정이다. 영수증을 포기하고 문어 사러 간다. 역시나 가격이 올라 있다. 그래도 차례 상에 늘 오르던 것이 안 오르면 섭섭하니 좀 비싸도 한 마리 고른다. 영수증을 요청하니 이곳도 발급이 안 된다. 역시나 환급 행사를 어디서 하는지 모르겠다며 “저쪽 시장에서 하나?” 얼버무린다. 온누리 상품권 환급은 그냥 포기한다. 시장 중앙 노점상 할머니께 콩나물 2000원 어치 달라 하니 “요즘 2000원이 어딨노. 기본이 3000원이다”라며 툭 던지는 말에 그냥 돌아선다.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이 많으니 민생지원금도 포항사랑카드도 무용지물. 명절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던 상인들의 하소연이 무색할 만큼 시장은 활기차고 손님들은 넘쳐난다. 왠지 속은 기분으로 죽도시장을 빠져 나온다. 전통시장 이용을 장려하기 위한 포항시의 배려로 공영주차장은 3시간 무료다. 못다 본 장을 보기 위해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향한다. 포항시에서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50억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뉴스를 접한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통시장의 생명력은 정(情)과 신뢰, 그리고 편리함의 공존에 있다”고.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인들의 ’정직‘과 ’진심‘이다. 그들의 당당함은 오랜 경험과 자부심에서 비롯되지만, 그 속에 정직과 겸손이 더해질 때 진짜 신뢰가 완성된다. 그러나 그 당당함이 고객을 향한 배려를 잃는 순간 오만이 된다. 젊은 감성의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정직하고 친절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려 노력하는 죽도시장이지만 일부 잘못된 당당함이 정직한 상인들의 노력에 흠집을 낸다. 전통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제도보다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당당함에도 정직과 겸손이 필요하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16

‘밤의 도산서원’이 궁금하세요?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에 있는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1574년에 지어진 서원이다. 안동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이자 안동시민이 자랑하는 품격 있는 공간이다. 그간 도산서원은 낮 동안 관람객을 맞이했는데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으로 등재된 후 이듬해인 2020년 가을, 445년 만에 처음으로 야간에 개방했다. 6회째 되는 올해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과 추석 연휴를 맞아 9월 27일부터 10월 12일까지 16일간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입장료 없이 야간 특별 개장을 하였다. 매표소 앞에서는 한복, 갓, 유건 등을 무료로 대여해 주었는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의 영향으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전통 복식에 갓을 쓰고 입장하는 등 진중했던 유교의 공간이 즐거운 시민의 공간으로 변모해 그 의미를 더했다. 주차장에서 서원에 이르는 길에는 호랑이 장식 등의 전통 조명등을 달아 고즈넉한 분위기에 익살과 즐거움을 더했고 서원 앞마당에서는 ‘도산풍류’를 주제로 버스킹이 열렸다. 진도문에서 광명실을 지나 전교당에 이르기까지 매화처럼 환하게 피어난 조명등이 주는 운치는 낮에는 보지 못했던 도산서원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더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호수에 뜬 달과 같이 덩그러니 어둠을 밝히는 시사단의 야경이 깊어가는 가을밤 도산에서의 흥취를 돋우었다. 특히 주차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입구와 출구를 분리하여 안내해 밤길 안전을 대비하였고, 관람객들의 차분한 관람 문화도 인상적이었다. 박약재, 홍의재 툇마루에 앉아 기념 촬영을 하고 고직사와 전사청을 둘러보는 발걸음도 밤의 고요함만큼이나 차분한 모습이었다. 연휴를 맞아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용상동에서 관람을 온 길주중학교 임연지 양은 “'케데헌' 2편이 나온다면 도산서원을 배경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야경이 너무 멋지고 힙하잖아요”라는 소감을 밝혔다. 도산서원의 건축물은 간결하고 소박한 가운데 품격 있고 군더더기가 없는 멋을 지녔다. 선비의 고아한 멋이 담긴 풍경을 더욱 많은 이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야경과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특별한 밤의 도산서원을 매년 가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16

손에 희망을 가슴에 역사를, 호미곶이 전하는 이야기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 포항 호미곶은 그 상징성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특별한 장소다.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떠오를 때, 바다와 하늘, 땅이 하나가 되는 이곳은 단순한 해맞이 명소를 넘어, 평화와 공존, 그리고 시간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품고 있는 공간이다. 호미곶은 그 풍경만큼이나 깊은 의미를 가진 조형물과 문화유산들을 품고 있어, 포항을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선사한다. 호미곶을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조형물은 바로 ‘상생의 손’이다. 바다 위에서 하늘을 향해 솟구친 이 거대한 손은 인간의 상생과 평화, 협력의 의미를 담아 설치된 것이다. 이는 2000년 새천년 해맞이 행사를 위해 1999년에 조각하고 설치된 것으로, 육지에는 그와 마주 보는 또 하나의 손이 세워져 있다. 두 손은 마치 서로를 향해 닿으려는 듯한 형상을 이루며, 바다와 육지가 조화롭게 연결된다는 상징을 표현한다. 특히 새해 첫날, 찬란한 해가 바다 위 손바닥 위로 떠오를 때의 아름다움은 매년 수많은 방문객들을 이끌어, 새해의 시작과 희망의 순간을 함께 나누는 장소가 된다. 호미곶의 또 다른 보물은 ‘호미곶 등대박물관’이다.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식 등대 중 하나로, 1908년에 완공된 이후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동해안을 지나는 수많은 선박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박물관 내부에는 국내외의 다양한 등대 관련 유물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등대의 역사와 항로의 변화, 그리고 바다를 지키는 이들의 삶을 느끼고 체험하는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징들 속에서도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은 특히 깊은 의미를 지닌다. 이 불꽃은 2000년 새천년의 시작을 기념하여 설치된 것으로, 독립운동의 성지인 안동 임청각에서 채화한 불꽃, 6·25 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에서 채화한 불꽃, 그리고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가져온 평화의 불꽃이 하나로 합쳐져 만들어졌다. 이는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와 평화에 대한 염원을 상징하며,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불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끊임없이 타오르는 이 불꽃은 우리 민족이 겪어온 고난과 희생, 그리고 화해와 공존을 향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이 ‘영원한 불꽃’은 전국 여러 기념 장소에서도 점화의 근원으로 삼아 활용되고 있으며, 국민들의 기억 속에 대한민국의 역사를 상기시키는 상징물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매년 현충일이나 주요 기념일에는 이 불꽃을 중심으로 추모와 기념 행사가 열리고, 불꽃을 통해 독립운동가들과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기리는 의미가 강조된다. 호미곶은 이처럼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자연과 인간,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이곳에 서 있으면, 한반도의 시작점에서 모든 이야기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바다 위에 떠오르는 손, 백 년 넘게 불을 밝히는 등대, 그리고 꺼지지 않는 불꽃은 우리에게 말없이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포항을 찾는다면, 그 이야기의 시작점인 호미곶에서 천천히, 그러나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16

소 잘 키우는 안동 사람들의 자부심을 찾다

안동은 우리 가족의 고향이다. 그래서 가족과 또 친구들과 자주 다니러 간다. 병산서원의 노을을 본 후나 채화정의 눈꼽째기창으로 내다뵈는 연꽃을 보고 나서 허기를 채우는 곳은 늘 갈비 골목이었다. 안동 우시장은 봉화 등 경북 북부 지역의 한우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예로부터 좋은 소가 많기로 유명했던 안동은 지금도 전국의 소 장수가 몰려드는 곳이다. 안동이 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유림의 활약도 있었지만, 낙동강을 끼고 낮은 구릉과 평지가 골고루 발달해 사람이 살기에 알맞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2.5배에 달하는 면적에 태조 왕건이 ‘동쪽을 편안하게 한 곳’이라는 뜻으로 안동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근대에 들어서 안동에서 가장 컸던 우시장은 용상장이었다. 장날이면 음식점과 간이 마방이 성행할 정도로 번성했다. 이처럼 우시장이 크다 보니 이곳을 찾는 상인들을 위한 국밥집이 많이 형성되고 안동 경제를 이끌었다. 1980년대 주거시설이 늘고 우시장은 송천동 포진으로 이전했다. 지난 2004년 송천동에서 현재 자리인 서후면 죽전길로 옮겼다. 안동 한우가 유명해진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일찌감치 브랜드사업을 벌이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적으로 소를 키우는 농가에서 소를 도축해 유통하던 것을 1993년 ‘안동황우촌’이란 브랜드를 상표 등록해 공동 사육, 공동 판매하는 형태를 취한 것이다. 안동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음식 중 하나가 안동찜닭이다. 안동찜닭 골목만큼 인기를 끄는 곳이 바로 안동갈비 골목이다. (구)안동역 앞에 자리한 안동갈비 골목에는 20여 개의 갈비집이 즐비하다. 질 좋은 한우를 저렴하게 유통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1970년대부터 형성됐다. 갈빗대는 따로 떼어서 갈비찜으로 제공하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골목의 모든 집의 갈비가 다 맛있지만, 우리가 찾아가는 집은 본가갈비다. 사장님이 유독 친절하다. 가게 앞에 주차하고 식사를 마치고 나면 시내를 돌아보는 시간에도 차를 그냥 두고 다녀오라고 웃으신다. 친절보다 더 이곳을 찾는 이유는 상차림에 나오는 밑반찬 때문이다. 삼색나물, 동치미, 풋고추무침 다 맛있다. 그중에 우엉샐러드는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어서 특별하다. 두세 번 리필 해 먹는다. 소스에 16가지 넘는 재료가 들어간다니 따라 해 볼 수가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된장찌개인지 국인지 구분 짓기 힘든 탕을 고기를 다 먹고 나면 갈비찜과 함께 뚝배기에 담겨 내온다. 시래기가 기본으로 들었고 이른 봄에는 냉이가 향을 더하기도 한다. 시원한 국물과 시래기를 건져 쌀밥에 비벼 먹으면 갈비 먹은 입이 말끔해진다. 20년 그 자리에서 깊은 맛을 우려낸 사장님 어머니의 솜씨라고 한다. 안동 사람들이 소를 잘 키운다고 한다. 게다가 안동댐이랑 임하댐이 있어서 일교차가 큰 편이라 고기 숙성이 잘돼 맛도 좋다고. 인심 좋은 본가갈비가 그 맛을 극대화시켰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14

경주 황금정원···'가을 나들이' 설레는 마음

경주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린 적이 있던가 싶다. 봄가을이야 늘상 복닥거리긴 했지만 이번 추석 연휴는 연중 가장 절정이라는 벚꽃 계절 그 이상이었다. APEC 특수에 긴 연휴까지 겹쳐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관광지는 물론 외지와 연결될만한 지역은 모두 차들로 가득 찼다. 경주사람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연휴엔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대도시에서 익숙한 복잡함이 익숙지가 않아서다. 그렇다고 지난 추석 연휴 10일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내내 집에만 있기는 아이에게 미안했다. 연휴 시작부터 사고 싶었던 책과 소품을 고집하며 외출을 졸랐다. 그 핑계로 내키지 않는 용기를 애써 내어 나들이를 감행했다. 오랜만에 버스를 타보고 싶다는 아이의 요청에 버스 정류장 근처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배낭형 가방에 우산 두 개와 물티슈 등을 챙기고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도 연휴 특수를 맞은 건지 손님들이 많다. 얼마지 않아 버스는 가다 멈추기를 한없이 되풀이 했다. 평소면 5분도 안 걸릴 거리를 20분 이상 걸려서야 겨우 도착했다. 길로 보이는 곳은 모두 차로 가득 차 있었다. 경주시민 인구를 다 합쳐도 저 차들 숫자만큼은 안 될 것 같았다. 터미널 근처에 이르자 교통 혼잡은 더 심해졌고 내려서 걷기로 했다. 그 덕분에 황금정원 나들이 방문이라는 일정이 하나 더 추가 되었다. 마침 목적지인 황리단길과 중간 지점이니 겸사겸사 들러보기로 했다. 행사장이 주차는커녕 걷기도 힘든 황리단길을 끼고 있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멀리 주차하고 걸어오는 모습이었다. 올해로 6번째를 맞이하는 황금정원나들이로 평소 비교적 한적했던 황남동 고분군 앞은 굳은 날씨에도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첨성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불때마다 금빛으로 찰랑거렸다. 황금정원 나들이라는 타이틀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조형물이었다. 주변은 말 그대로 꽃천지였다. 오는 동안 조금 불편했던 마음이 화사한 꽃들을 보자 이내 풀려버렸다. 유난히도 길어지는 더위가 아직은 조금 남아있지만 가을답게 국화들이 주를 이뤘다. 노란 국화는 언제봐도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여러 식물들로 모양을 만들어 꾸민 조형물 앞에서 사진부터 찍었다. 코끼리에서부터 거대한 나비까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혹시나 비가 세게 내릴까 포토존이라 보일만한 곳을 찾아 서둘러 사진을 찍었다. 관광객이 많다보니 찍을 수 있는 곳에 사람이 비면 얼른 가서 찍는 방식이었다. 찍다 보면 그새 또 누군가 대기 중이라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 그런 복작거림 속에서도 누구 하나 인상 쓰는 사람이 없었다. 긴 휴식 시간과 아름다운 자연이란 훌륭한 조합 덕분일 것이다. 몇 장의 만족스런 사진을 얻고 반쯤은 사람 구경인 행사장을 느긋이 둘러보았다. 작은 수박이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이 귀엽다. 아이를 데리고 가다 보니 체험부스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대기자 명단을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최소 2시간은 걸려야 가능했다. 명단을 본 뒤 빠른 포기를 결정한 아이 덕분에 황금정원 나들이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14

당신 마음속의 포항은 어떤 모습인가요?

긴 추석 연휴가 끝났다. 올해는 연휴가 길었던 만큼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전통적인 명절 분위기를 벗어나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추석을 보내고자 하는 사람이 많았다. 밀린 드라마를 보거나 자기 계발을 위한 시험공부를 하고 평소에 두꺼워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벽돌 책을 꺼내기도 했다. 또 하나, 기다렸다는 듯이 떠나는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해외는 물론이고 그간 외면하던 제주도를 방문한 사람도 꾸준히 늘어나 올 추석에는 34만 명 가까이 제주도를 찾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환동해 중심 도시인 ‘포항(浦項)’을 찾은 관광객은 얼마나 많았을까. 그들에게 포항의 이미지는 무엇이고 어떤 추억으로 남아있을까 궁금해졌다. 포항으로의 여행을 말하자면 지금은 자연스레 포항역을 떠올린다. 지난 1월에는 동해선 개통으로 강원도와 경북, 울산, 부산은 그간의 여행길보다 조금 더 쉬워졌다. 그 길 위에서 포항이 열렸고 오가는 발걸음도 편해지긴 마찬가지다. 포항시에 따르면 연휴 기간인 3일부터 9일까지 포항으로 여행 온 사람들이 16만 명이라고 전했다.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과 야간 관광이 체류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 지난해보다 23% 더 증가했다. 체류형 관광은 올해 포항 시티투어에서도 1박 2일 코스로 추가되기도 했다. 포항은 철이라는 산업의 이미지에 자연과 문화가 섞여 있다. 그중에서 포항의 이미지는 당연히 바다다. 새해 첫날 호미곶 상생의 손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는 모습은 누가 뭐래도 최고다. 챗 GPT에게 물어도 호미곶을 첫 번째 이미지로 알려준다. 그 바다 위에 철이 있다. 용광로의 불과 영일만이 뿜어내는 빛이 합쳐져 ‘불빛 축제’를 만들었다. 여름의 대표 축제다. 포항이 고향이 아닌 시민기자도 포항과 가까워진 계기는 바로 ‘불빛 축제’였다. 최근에는 원래 있던 바다와 자연을 가지고 문화예술이 덧입혀졌다. 포항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스페이스워크라는 새로운 건축물로 시민들도 즐겨 찾고 멀리서도 포항을 찾는 계기를 만들었다. 어둠이 내린 저녁 스페이스워크에서 맞이하는 포스코의 불빛은 포항이 걸어온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는 것 같다. 스페이스워크라는 새로운 포항의 이미지가 하나 더 추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지난해 영일대 바다를 배경으로 열린 ‘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여러 작가들이 포항을 찾았고 그 열기는 올해도 이어졌다.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보다 이야기가 시나브로 풍성해지고 있다. 포항이라는 도시가 익숙하게 된 계기는 드라마 촬영지의 배경지가 인기 관광 명소가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와 청하공진시장이 그곳이다. 청하공진시장은 이제 외국인이 찾아올 정도가 됐다. 천안에서 온 30대 직장인은 연휴에 구룡포를 방문하며 “드라마 하나로 골목을 살릴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바다와 함께 길도 이어진다. 장기읍성의 성곽길,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걸으면 좋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11월 말까지 완주하면 메달과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포항은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스페이스워크를 오르고 죽도시장의 대게 맛을 기억한다. 또 바다에서 해양 스포츠를 즐기고 누군가는 드라마 명소를 찾는다.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는 구룡포 과메기문화관에서 하는 체험에 푹 빠져있다. 당신의 포항은 어떤 모습인가요.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14

아양루에 울려 퍼진 풍류 한마당

가을 정취가 깊어가는 지난 9일, 대구 아양루가 우리 전통의 선율로 물들었다. ‘영판 좋다’라는 구호 아래 열린 이번 풍류 한마당은 영남인의 기개를 담은 시(詩)와 창(唱), 무(舞)가 어우러진 흥겨운 무대였다. 무대를 주도한 이는 영제시조의 명맥을 잇는 백강 허화열 시조명인과 대구예술상을 수상한 문강 방종현 수필가였다. 무대에는 대구광역시 무형유산 제5호 가곡 이수자 곽홍란, 박순금, 이은미, 전수 장학생 윤차옥(대한시조협회 달서구지회장), 최근영(안동시조경창대회 대상 수상자), 시인 이현정, 김윤숙, 이창국, 능수국악예술원장과 임태순 회장, 여병동(정악대금 이수자), 한대곤 전 대구예술문화대학 학장, 고흥선 고수 등이 참여해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허화열 명인은 2021년부터 대구무형유산전수교육관과 경주 금장대 등지에서 영제시조 101수, 신라향가 17수, 근현대시 10수의 전곡 발표회를 이어오며 전통문화 전승과 대중화에 힘써왔다. 영제시조는 경상도 지역의 토리(音調)로 전승된 시조창으로, 뚝뚝 끊어지는 선율 속에서도 깊은 정감을 표현하며 웅장한 음조로 영남인의 기개를 드러내는 창법으로 평가된다. 허 명인은 대구광역시 무형유산 제6호 영제시조 2대 보유자 박선애 선생에게 사사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100세를 바라보시는 스승님께 배운 영제시조 101수를 바친다”며 “후대에 온전히 전승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박선애 선생은 “허화열 명인은 수십 년간 영제시조를 익히고 제자를 길러온 유일한 완창자”라며 “이번 무대는 영제시조의 백미를 세상에 드러낸 뜻깊은 자리”라고 평가했다. 김성혜 경상북도 문화재전문위원은 “판소리 완창무대를 정착시킨 박동진 명창처럼, 허화열 명인의 전곡발표회는 영제시조의 예술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허화열 명인은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전국시조·가사·가곡경창대회 가곡부 장원, 2005년 임방울국악제 시조부 장원, 2006년 전국시조·가사·가곡경창대회 시조부 종합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6년 학습자들을 위한 ‘시조제요(時調提要)’ 보정판을 펴내고, 150여 수의 근현대시를 시조창으로 편곡했다. 현재 경상북도 영제시조연구소장, 서라벌정가단장, 신라향가음악협회장을 맡고 있다. 허 명인은 신라향가와 근현대시를 시조창으로 재해석해 현대 감성에 맞는 창법을 선보이고, 장단에 맞춘 반주음악을 직접 제작하여 시조창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의 작업은 시조 본래의 정서인 시절가조(時節歌調)를 현대 무대에 되살리는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날 대구문인협회 안윤하 회장, 가야문화 연구회 김성문 회장, 대경 언론인회 김선완 부회장, 대구노인종합복지관 차세희 학생회장, 영남문학 박치명 시인 겸 낭송가, 영화감독 신제천, 전 고령시조회 회장 노선조, 사진작가 권정태, 원로 무용가 김기전, 모델 박병형, 전 달구벌수필문학회회장 문병달, 수필가 유무근 등 150여 명이 함께했다. 이번 ‘영판 좋다’ 아양루 풍류 한마당은 방종현 수필가와 협업으로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우리 전통음악의 맥을 잇고 시조의 본래 정신을 시민들에게 전한 뜻깊은 자리였다. 아양루에 울려 퍼진 영제시조의 선율은 옛 정가의 품격과 영남인의 기개를 함께 느끼게 했다. 허화열 명인의 예술혼과 시조창의 새로운 부흥이 시작되고 있다. ‘영판 좋다’는 구호처럼, 영남인의 시조는 오늘도 힘차게 울려 퍼지고 있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