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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터너 전···늘 빛과 함께 연상되는 그의 작품들

등록일 2026-03-09 15:35 게재일 2026-03-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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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우양미술관의  ‘Turner: In Light and Shade’전 전시장 내부. 

경주는 지방 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리만치 멋진 공연이나 전시가 자주 열린다. 한수원의 지원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라는 특수 효과를 제하고도 이미 선재미술관이라는 훌륭한 미술관이 있었기에 과거에도 좋은 전시를 때때로 관람할 수 있었다. 지금은 우양미술관으로 이름이 바뀌어 꾸준히 좋은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영국화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개인전이 열렸다. 국내 최초다. 미술사에서나 접하던 작가의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설레는 일이다.

그의 이름은 늘 빛과 함께 연상된다.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모든 사물이 빛으로 이루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빛의 묘사에서 그만큼 훌륭한 작가가 있을까 싶다.

이번 전시는 맨체스터 대학의 휘트워스 미술관과 공동 기획되었다. 수채화와 판화 등 8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특히 터너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판화 연작 ‘리베르 스투디오룸’이 100년 만에 71점 모두 전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하나, 이번 전시의 특이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이청아 배우가 들려주는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다. 아이와 동행한데다 작품에만 오롯이 집중하고 싶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지만 터너가 익숙지 않은 관람객에 유용하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한쪽 벽에 터너의 생애가 가득 쓰여있다. 벽 하나 가득한 그의 생애를 훑어보고 본격적인 작품 감상에 들어갔다. 세밀한 판화 작품이 주를 이루다 보니 입구에 돋보기가 비치되어 있다. 사진 그 이상으로 정밀하게 묘사된 풍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날카로운 선 속 부드럽고 풍부한 빛이라니. 다양한 색이 쓰이지 않았음에도 풍경들을 보고 있자면 현장감이 느껴졌다. 지붕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풍경 내 공기의 온도, 습기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1,2 전시장에서는 판화 작품을 감상했다면 3전시장에서는 수채화도 함께 관람 가능하다. 화려한 색이 쓰이지 않았지만 화면 속으로 관람객을 흡수시키는 힘은 강렬하다. 그 사이 터너의 작품 도록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통나무집처럼 꾸며져 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조금씩 삐걱대는 나무 소리가 나는데 다른 공간에 온 듯한 이색적인 느낌이었다. 전시장 말미쯤 작품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스위스 샤모니 계곡, 원경의 몽블랑”(1809년 작)이라는 작품으로 불투명 수채와 스크래치로 그려졌다. 햇살이 가득 내려앉은 바위는 손으로 만져질 듯하고 조금 쌀쌀한 공기가 바로 옆에 놓인 기분이 들었다. 마치 현장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은 체험코너였다. 아무래도 단색의 판화 작품들이 어린 아들에게는 조금 무료했던 듯하다. 체험 코너는 간단히 판화와 빛을 체험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또한 작품 제작에 쓰였던 메조틴트와 에칭 등 전문 판화 용어에 대한 설명과 서양 미술사 역사가 정리되어 있어 먼저 눈에 익히고 체험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시작된 ‘Turner: In Light and Shade’전은 오는 5월 25일까지 진행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박선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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