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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수성못 지킨 100년 왕버들

대구 수성못 동쪽 산책길 입구에 우뚝 선 왕버들은 수성못과 함께 100년을 지켜온 살아있는 역사다. 연둣빛 새잎이 돋는 4월, 그 싱그러움은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는가?”라는 물음을 절로 떠오르게 한다. 이 왕버들은 수성못의 대표적인 명물이자, 못의 변천과 대구 시민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상징적 존재다. 왕버들은 버드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우리나라 중부·남부 습지와 냇가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수성못의 왕버들은 15m가 넘는 키와 1m가 넘는 줄기 지름을 자랑한다. 비틀린 굵은 줄기와 사방으로 펼쳐진 가지는 세월의 흐름을 몸으로 기록한 듯하다. 나무가 썩을 때의 인(燐) 성분으로 인해 불빛이 나와 귀신 버들로 불리기도 했고, 그 신령스러운 자태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의 위로와 전설을 낳았다. 수성못은 1925년 일제강점기,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와 조선인 대지주들이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만든 인공 저수지다. 미즈사키 린타로는 평생을 수성못 관리에 몸을 바쳤고, 그의 유언에 따라 수성못이 보이는 법이산 산자락에 그의 묘소가 있다. 이 못과 함께한 왕버들은 그 모든 변화를 묵묵히 지켜보며, 자연과 인간,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의 상징이 되었다. 수성못은 대구시민의 대표 유원지로, 벚꽃이 흐드러진 봄날이면 산책로를 따라 많은 인파가 몰려와 추억을 쌓는다. 왕버들은 그 곁에서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변함없는 푸르름으로 시민에게 쉼과 위로를 제공한다. 또한 한국관광 100선에 두 차례 선정된 수성못의 명성에 왕버들도 한몫했다. 대구 문인 방종현 수필가는 수성못의 대표 명소로 수성못 8경(景)을 소개한 바 있다. 1경은 지중고도(池中孤島) 수성못 둥지섬, 2경은 구압선유(龜鴨船遊) 거북선과 오리배, 3경은 화류춘앵(花柳春櫻) 벚꽃장, 4경은 야경분수(夜景噴水) 수성호반 야경분수, 5경으로는 연리지목(連理枝木) 부부사랑 연리지나무, 6경은 난간시건(欄干施鍵) 사랑약속 자물쇠, 7경 상화시비(尙火詩碑) 이상화 우국시비, 8경 왕양노수(王楊老樹) 100년 노거수 왕버들을 들었다. 여덟 번째 경관으로 선정된 것이 바로 ‘왕양노수(王楊老樹)’가 100년 노거수 왕버들이다. 이 노거수는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울분을 삭이느라 수성못을 산책한 상화 시인을 위로하기도 했다. 100년의 노거수는 단순한 수목을 넘어, 대구의 역사와 시민의 삶,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품은 존재다.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이 교차하는 도시의 한복판에서, 왕버들은 이 순간에도 고요한 생명력을 뿜어낸다. 100년의 세월을 견디며 굽어진 줄기, 바람에 흔들리는 잎 하나하나에는 시대의 숨결이 서려 있다. 오늘도 수성못의 왕버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수성못을 찾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한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4-27

어린이날 맞이 ‘슈퍼거북’ 유설화 작가 초청 강연

대구 수성구 용학도서관 김현주 관장은 대구 수성못 그림책도서관이 어린이날을 기념해 국내 대표 그림책 작가 유설화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5월 3일 오후 2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유 작가가 직접 <슈퍼 거북> <슈퍼 토끼> 등 고전 재해석 작품을 낭독하고, 그림책 제작 과정을 소개할 예정이다. 강연 후에는 어린이들이 직접 장갑 캐릭터를 그려보는 체험활동과 사인회도 열린다. 유설화 작가는 최근 〈네 꿈을 응원해, 권투 장갑!〉(2024년 3월 발간)을 통해 장갑 시리즈의 새로운 버전을 선보이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강연은 어린이들이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직접 느끼는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이어 5월 10일 오후 2시에는 원주시 그림책센터 일상 예술의 이상희 센터장이 ‘0세부터 100세 모두를 위한 그림책’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5월 24일에는 매직 인형극과 솜사탕 쇼 등 그림책 테마의 체험 행사가 마련되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수성못 그림책도서관은 2024년 9월 개관한 그림책 특화 도서관으로, 수성못 상화동산 근처에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그림책을 매개로 한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지역 문화공간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어린이들의 독서 흥미 유발과 문화적 경험 확장을 목표로 기획됐으며,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가 가능하다. ▷문의: 053-668-1770 (대구 수성구 무학로 112, 1층)▷신청: 용학도서관 홈페이지(https://library.daegu.go.kr/yonghak) 접수사진)슈퍼거북 유설화 작가 /김윤숙 시민기자

2025-04-27

그린(Green) 안전한 남구를 그리다

대구 남구청(구청장 조재구)은 지난 16일, 대구남구자원봉사센터(센터장 이창지)와 공동으로 남구 온마을아이맘센터에서 ‘2025 남구 자원봉사단체장 간담회 및 환경교육 컨설팅’을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남구 내 자원봉사단체장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발맞춘 자원봉사의 역할을 함께 고민하는 뜻깊은 시간으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는 2025년 자원봉사센터의 주요 사업 계획이 소개되었으며, 각 단체장들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실질적인 지원방안에 대한 의견도 활발히 공유됐다. 이어진 환경교육 컨설팅은 전희택 환경교육사가 ‘플라스틱과 헤어질 결심’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일상 속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실천 방안과 자원봉사활동을 통한 환경보호 실천 방법을 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자원봉사단체는 우리 남구의 따뜻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역”이라며 “환경문제와 같은 시대적 과제에도 함께 대응해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큰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창지 자원봉사센터장도 “단체장 여러분의 경험과 지혜는 지역사회 자원봉사의 든든한 기반”이라며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남구자원봉사센터의 운영법인인 사회복지법인 금화복지재단(대표이사 신경용)은 자원봉사단체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교육 및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4-27

당신 앞엔 지금 어떤 색의 신호등이 켜져 있나요?

봄이 무르익고 있다. 꽃들은 화려한 색을 꺼내 다투어 피고 연초록 새잎이 돋아난다. 아름답고 눈부시기만 할 것 같은 봄이지만 친구의 투병 소식에 마음이 무겁다.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일만 하며 살아온 그의 삶을 알기에 안타까움이 더 크다. 삶은 두 얼굴의 야누스처럼 환희 웃고 있다가도 느닷없이 불행 쪽으로 몸을 틀기도 한다. 이런 삶의 불확실성을 말하는 시를 읽어본다. “한 살배기 아들을 안고 아버지는 하염없이 웃고 계신다 / … 나는 지금 쭉 뻗은 도로를 질주 중이다 / 눈물이 찔금 난다 // 죽은 아버지를 안고 통곡하는 어머니 곁에 젖먹이가 칭얼거리고 있다 / …노란불이다 /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쌀독을 보고 어머니는 행상을 나서신다 / ·빨간불이다 / 브레이크를 힘껏 밟는다 // 입 하나 줄인다고 열여섯 큰누나는 찢어진 고무신 신고 시집을 가고 / 가난한 집이 싫다며 둘째 누나는 집을 나간다 / … 파란불이다 / ‘미친년, 미친년’하다 신호를 놓친다 // 뒤차가 경적을 울린다 /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힘껏 밟는다 / 앞은 급커브이다 ”- 황봉학 시 ‘신호등’ 3대 독자 아들을 얻은 기쁨으로 하염없이 웃고 있던 아버지. 탄탄대로 쭉 뻗은 도로일 것만 같은 길이었다. 곧 생의 신호가 바뀌리라고는 예감조차 하지 못한 채 무심히 달리기만 한다. 죽은 아버지를 안고 통곡하는 어머니에게서 이미 정지를 예감하는 노란불은 들어오고 빨라진 심장을 부여잡는다. 행상을 떠나는 어머니와 가난하게 시집간 누나 앞에서 신호는 자꾸만 바뀌지만 열심히 달려보아도 또 급커브가 기다리는 것이 삶이다. 위의 시에서 시인은 이 예측하기 힘든 우리의 생을 신호등을 빌려와 말하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고 차는 달리고 있다. 그다음 행에는 그 사건과 연관된 심경의 변화가 따라 나온다. 이 셋은 하나의 사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생이 변화하는 순간마다 신호등이 나타난다. 생의 굴곡진 순간이 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의 질주와 교묘히 일치한다. 삶의 순간과 운전을 이렇게 감쪽같이 연결해서 말할 수 있는 건 시인이 자동차 운전을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어서일까. 그는 운전을 가르치며 끊임없이 생의 느닷없음을 떠올리고 있었던 걸까. 언젠가 유명 소설가에게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되었냐고 질문하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노라 대답했다. 우리네 삶은 어쩌다 보니 이리로 흘러오고 어쩌다 보니 이런 사람을 만나고 어쩌다 보니 이렇게 살게 된 걸까? 과연 우리는 이렇게 눈 감고 아무것도 모르기만 한 존재일까? 아니다! 시인은 무질서하고 느닷없어 보이는 이 삶이 치밀하게 짜여진 어떤 내밀한 약속이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 아닐까. 우리가 하나의 사회적 약속으로 신호등의 색깔을 보고 멈추고 출발하고 달리면서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하듯이 우리를 조종하고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신호등도 결국은 내가 운전해서 원하는 곳으로 가게 해주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걸 삶과 운전이라는 행위를 교차시켜 보여주며 알려주고 있다. 대지에 봄비가 흠뻑 내린 날이다. 맑아진 세상을 바라보며 내 삶의 신호등은 지금 어떤 색이 켜져 있는지 찬찬히 살펴서 사고 없이 안전하고 평온한 주행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엄다경 시민기자

2025-04-24

식사 후 산책이 주는 놀라운 효과

4월의 봄이 한창이다. 길을 가다가 부러 눈길을 주지 않아도 사방이 꽃과 신록으로 가득하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한층 가벼워졌다. 모락모락 봄기운과 함께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산책하는 걷기의 이로움은 수없이 많다. 실제로 걷기가 건강에 미치는 다양한 효과를 보면 놀랍다. 무엇보다 걷기는 가장 오래된 운동이다. 비용 또한 전혀 들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기며 인기 있는 운동이다. 요즘은 동네 곳곳마다 산책길이 잘 꾸며져 있어 시민들이 접근하기도 좋다. 포항에만 해도 자랑할 만한 걷기 좋은 산책길이 여럿이다. 폐철도 부지에다 조성한 철길 숲이 그렇고 호미반도 둘레길, 동네마다 내 집 정원처럼 꾸며진 근린공원 등은 시민들에게 자주 걷기와 친해지게 만든다. 여기서 걷기는 일상과 접목할 때 건강상의 이로움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특히 직장인들에게는 점심과 저녁 식사 후의 가벼운 걷기가 신체와 정신에 여러 긍정적인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포항 환호공원 근처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A(39) 씨는 “일부러 점심을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식사를 한다. 식사 후에는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있다. 소화도 되고 오후 업무를 하는 데도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다”라고 식사 후 산책을 추천했다. 매일 걷기 운동을 실천하는 60대 중반의 포항시민 B 씨도 “술과 담배를 10여 년 전에 끊고 대신 식후에 걷기를 하고 있다. 걷기가 정말 좋아서 이제는 단순히 걷기를 넘어 걷기 여행으로까지 범위가 넒어졌다”고 즐겁게 말했다. 가벼운 걷기 운동은 심혈관 건강 증진과 체중 관리, 혈액 순환, 식후 혈당에도 도움이 되고 수면의 질도 향상된다. 당연히 스트레스 해소와 면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걷기로 인한 스트레스의 해소는 내 안의 불안이 감소하고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실제로 하루 20분 정도 숲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크게 낮아진다는 한 대학의 연구 결과도 있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나 일상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식후의 가벼운 걷기로 해소될 수 있다. 정신 건강을 챙기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가벼운 걷기다. 식후 10~15분 정도의 가벼운 걷기는 소화 촉진에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혈당은 물론이고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걷기보다 혈당 개선 효과에 도움이 된다. 식사 후 걷기는 위장에도 도움을 주어 위산 역류나 소화불량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 위장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권장할 만하다. 이처럼 식사 후의 걷기는 위장 전반의 건강을 챙기는 습관으로 소화력이 약한 사람이 정기적으로 가능한 매일 실천을 하면 좋다. 면역력도 향상된다. 규칙적인 걷기는 한마디로 천연비타민이라고 할 수 있다.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면역 세포의 이동을 원활하게 만들어 각종 감염이나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코로나 때 전문가들이 걷기를 권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매일 30분씩 규칙적인 걷기는 백혈구 기능까지 활성화한다. 이건 매일 걷지 않은 사람과 비교를 하면 감기나 호흡기 질환에 걸릴 확률도 낮다. 특히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데 격렬한 운동보다 가벼운 걷기가 좋다. 또 걷다 보면 휴대전화를 멀리할 수 있고 신체활동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고 수명 연장 효과도 있다. 맛있는 식사를 했다면 느긋하게 천천히 산책하러 나가는 건 어떨까. /허명화 시민기자

2025-04-24

필리핀의 부활절 ‘홀리위크’의 이색적인 종교행사

망고의 계절을 맞아 지인이 있는 필리핀 클락으로 떠났다. 현지는 연일 체감온도가 40도를 넘는다는 소식에 조금은 부담을 안고 비행기에 오른다. 늦은 밤, 클락 공항을 나서니 밤공기라서인지 다행히 열기가 없다. 숙소에 도착하니 실컷 먹고 가라며 그 비싼 망고를 큰 박스 채 사놨다. 두리안, 망고스틴, 바나나, 용안, 코코넛 등도 함께. 열대과일로 허기를 채우는 호사를 누린다. 다음날, 푸닝 온천을 위해 나섰다. 푸닝 온천은 한국인이 개발하여 운영 중인 곳으로 1991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이후 형성된 곳이다. 온천으로 가는 길, 차창 밖으로 이색적인 풍경이 보인다. 상의를 벗은 남자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채찍으로 자신의 등을 좌우 번갈아 치며 고통스럽게 걷고 있다. 뜨거운 아스팔트길에 맨발이다. 등에는 피가 흐른다. 몇몇 아이들이 흉내 내며 뒤 따른다. 어라, 그런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여러 명이 줄을 서서 채찍 행위를 하며 걷고 있다. 필리핀만의 독특한 부활절 ‘홀리위크’ 행사 중이란다. 우리가 떠났던 4월 13일부터 20일까지 마침 필리핀은 홀리위크 연휴기간이었다. 국민 80%이상이 가톨릭을 신봉하는 필리핀인들은 가혹해 보이는 채찍질의 행위를 성스럽게 여긴다. 예수 그리스도가 골고다까지 십자가를 메고 가서 못 박힌 것을 재현하며 그리스도의 수난, 죽음, 부활을 기념하는 산페르난도 (팜팡가주) 산페드로 쿠트드 마을의 사순절 의식은 문화유산으로 간주된다. 이들의 독특한 부활절 문화는 300여 년 간의 스페인 식민지배에서 생겨난다. 스페인 식민지배 시기의 가톨릭교회는 식민사회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정치, 예술, 교육, 문학 등 삶의 모든 측면에 미친 영향력은 해방 이후에도 여전히 사회·정치적 지형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식민지 이전의 전통과 가톨릭 전통을 융합하여 필리핀 자체적인 교리를 만든 이들은 성탄절에 이어 부활절을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종교행사이자 문화적 전통으로 여기며 이 기간 동안 공식 공휴일 포함하여 정부기관, 학교, 기업들 대부분이 휴무다. 1521년 무력으로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면서 미국과 일본을 거쳐 1945년 해방이 되기까지 식민지배로 인한 스페인 문화와 기독교 유입은 강제노동, 착취, 토착문화와 전통 탄압으로 토착민들의 고유 신앙과 관습을 앗아간다. 식민시절 봉건적 토지 소유제도의 도입으로 소수의 부유한 가문이 토지를 독점했던 이 제도는 해방 이후에도 지속되어 오늘날까지도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의 근원으로 남아있다. 정작 스페인은 새 생명의 상징인 달걀과 맛있는 음식으로 부활절을 기념하며 즐기는데 식민 지배를 받은 필리핀은 왜 이렇게 자신을 때리고 핍박하며 못 박히는 수난 행사로 잔혹하게 부활절을 기념할까? 독립운동을 하던 대한민국과 필리핀은 같은 해에 일본으로부터 해방이 된다. 그러나 필리핀과 달리 한국은 ‘대한민국 헌법’을 공표하며 중심을 잡아 봉건제를 철폐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며 오늘에 이르렀다. 푸닝 온천 가는 길. 채찍과 달리 원주민 아이따족 아이들이 잿물 흐르는 냇가에서 평화롭게 놀고 있는 모습도 보고, 호핑 투어도 체험하고 아픈 역사를 품은 바탄 전투 전쟁기념관과 현지 성당도 들리며 지인 덕분에 편안하게 여행의 즐거움을 누린다. 그러나 필리핀을 떠나오며 마음이 편치 않다.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정국(政局).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5-04-24

나를 마주하다, 내 안의 숲-사유원

산 정상에 카페가 있다. 오르막길을 한참 걸었더니 땀이 나고 목이 말라 시원한 모과에이드를 주문했다. 멀리 팔공산이 눈에 들어오는 뷰가 포함된 가격이라 비싸도 이곳에서 재배한 모과라 향이 더 좋았다. 카페 건물의 이름은 가가빈빈이다. 풍류의 산수 사유원, 팔공산 지맥 70만㎡에 사람이 만든 자연의 정수가 펼쳐졌다. TC태창을 이끌었던 설립자가 평생 아꼈던 바위, 세월을 견딘 소사나무, 소나무, 배롱나무, 모과나무를 한자리에 옮겨왔다. 그리고 세계적인 건축가, 조경가, 예술가들도 불러 모아 생각하며 거닐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계곡과 능선을 따라 산책했다. 홈페이지에는 목련길, 백일홍길, 모과길, 고송길의 네 개의 코스를 마련해 뒀다. 오전 9시 문을 열어서 첫 손님으로 입장했다. 고요한 숲의 느낌을 오롯이 느끼고자 일찍 집을 나섰던 것이다. 예약자 이름을 말하니 목에 걸고 다니라며 일행 중 한 사람에게 GPS목걸이를 건넸다. 숲이 방대하니 혹시 길이라도 잃을까 배려하는 것이라 짐작했다. 한 손엔 지도를 받아 들고 치허문을 향해 올랐다. 목련길은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다. 치허문을 출발, 호젓한 비나리길을 따라 오르자 참꽃이 전성기를 지났는지 꽃잎을 떨구었다. 어린 시절 그 맛을 기억하려 친정엄마가 입에 넣고 씹는다. 쌉싸름하다고 웃으셨다. 제비꽃이 산길에 보라색 카펫을 깔았다. 울창한 리기다소나무숲으로 행했다. 자그마한 벽돌 건물이 있어서 뭐 하는 곳일까, 달팽이 모양을 빙글 돌아 들어가니 샤워기가 있었다. 산책 도중에 사용하라고 한다. 조금 걷다 보면 알바로 시자의 대표적 건축물인 소대가 비스듬히 섰다. 노출 콘크리트로 계단을 따라 오르니 머리 위 구석에 제비집이 보였다. 집 입구가 굴처럼 좁은 걸 보니 굴제비의 집이라고 친정엄마가 알려주었다. 산 아래 가정집에 세를 든 제비집과 달랐다. 소대는 전망이 좋은 곳이었다. 제비들도 그걸 알고 코너마다 몇 채나 자리 잡았다. 바로 근처에 소요헌이 보였다. 입구가 어디인지 가까이 갈 때까지 알기 어려웠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연상할 수 있는 조형물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려는지 아니 오르려는지 헷갈린다. 조용한 숲에 우리 소리만 두런두런 조명도 과하지 않게 드리워 말소리도 저절로 소근거리게 했다. 알바로 시자가 쓰던 가구와 그림이 있는 방에서 통창으로 들어오는 소나무를 보며 잠시 땀을 식혔다. 가져온 물로 목도 축였다. 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냥 마음이 좋았다. 소요헌에서 내려가는 길은 시자가 좋아하는 나무로 잘 알려진 목련이 일렬로 도열해 관람객을 반갑게 맞는다. 자목련은 아직 자태를 뽐낸다. 라일락도 향을 보탰다. 사유원이 만들어진 시초는 모과나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300년 넘은 고목을 일본으로 가져가려던 것을 웃돈을 주고 붙잡았다.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는 600살이 넘는다니 조선시대에서 현재까지의 시간을 저장한 역사다. ‘풍설기천년’이란 제목의 정원에 아름드리 모과나무가 가득하다. 수줍은 분홍빛 꽃이 피기 직전이었다. 산책로에 가끔 한자 문패가 달린 작은 건물이 있어 궁금해 들어갔다. ‘다불유시’와 ‘독락사’ 같은 한자였다. 화장실을 여러 표현으로 산책하는 이에게 웃음을 선물했다. 그렇게 오르니 지은 지 얼마 안 된 듯 정향대가 주위 나무들과 어우러지는 중이었다. 우리는 모든 건물 중에 이곳이 제일 좋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은 연둣빛의 봄이 제일 잘 내려다보이고, 솔솔 바람이 기둥과 기둥 사이로 지나다녔다. 그러고는 승효상 건축가의 작품인 명정에서 물소리 들으며 마음을 씻고, 물을 저장한 첨단에서 우리 집 방향이 어딘가 굽어보았다. 반가사유상처럼 숲을 향해 저절로 몸이 기울어졌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22

산불, 그 후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대형 산불이었다. 지난달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시작돼 역대 최악의 피해의 낸 경북 북부지역의 산불은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에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인근 지역으로 번져 일주일간 시·군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3월 25일, 불은 안동시 길안면과 풍천면으로 향했고 오후부터 안동 시내는 시커먼 연기로 자욱했다. 시민들은 ‘설마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울리는 긴급재난문자를 허투루 여기지 않았다. 위험지역의 주민들은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거나 안동 시내로 이동해 체육관, 학교 등지로 대피하기도 했다. 빠른 속도로 번지는 불길과 함께 급히 차를 몰고 대피한 주민들도 있었다. 일단 대피했다가 다시 집으로 가 막 지붕으로 옮겨붙은 불길을 잡거나 마을주민들이 합심해 호스로 물을 뿌리며 불과 맞서기도 했다. 절박했으나 집을 지키고자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불은 그 규모를 확장하면서 급기야 고속도로 통제가 이루어지고 안동은 고립된 도시가 되어버렸다. 안동 시내에까지 대피령이 내려졌을 때 시민들은 믿기 어려운 현실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도로까지 이어진 차량 행렬은 전쟁을 피해 달아나는 피난 행렬과 같았다.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졌고 직장인은 단축 근무를 하기도 했다. 자욱한 연기에 눈물이 났고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로 나쁜 연기를 흡입했다. 공기청정기를 판매하는 매장마다 품절사태가 빚어지고 급한 마음에 진열된 공기청정기를 사 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잿더미가 되어버린 집을 보고 눈물을 짓고 타버린 농작물 앞에서, 사라진 조상의 산소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소를 두고 올 수 없다고 고집을 피우는 남편 때문에 속상해하는 아내와 키우는 강아지만이라도 대피하라고 목줄을 풀어준 몸이 불편한 촌로의 사연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급박한 사연들이 불길 속에 묻혔다. 안타깝게도 이번 산불로 5개 시군에서 2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긴박한 와중에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한 이들이 숨지기도 하고 불길을 잡기 위해 애쓰던 소방헬기 운전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특히나 이번 산불은 산림당국의 합동 감식 결과 성묘객의 실화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와 공분을 자아냈다. 디지털 시대에 SNS나 지역 커뮤니티의 발 빠른 소식이 때론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동요하는 주민들에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비상대기하고 있으며 위험이 있으면 즉시 알릴테니 집안에서 안전하게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낼 정도였다. 3월 27일 오후 늦게 의성에 비가 내릴 때에도 안동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AI가 등장하는 최첨단 시대에도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기다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우리가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자연은 언제나 힘이 셌다. 앞으로 절대로 생기지 말아야 할 재난이지만 언제 또 생길 수 있을 재난인지 모른다. 건조한 계절 입산자들에 대한 경계, 불이 났을 때 고령자들은 디지털 격차가 해소돼 빠른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하고 시민들에게는 지역별로 어디로 대피하라는 안내를 해서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위험에 대비해 비상용 가방을 준비해두고 밤새 잠 한숨 못 잔 그 시간 동안, 이러한 거대한 재난에 개인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재난에 대한 시스템 체계화, 소방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및 소방 장비 충원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무엇보다 이재민에 대한 피해복구 지원과 더불어 화재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에 대한 심리 치유도 함께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 어려움을 하루빨리 이겨내 지역민의 일상이 되찾아지기를 기원할 따름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22

키링(keyring)으로 일상의 즐거움을 찾다

키링(keyring)으로 일상의 즐거움을 찾다 요즘 키링이 핫하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은 가방을 보기가 쉽지 않다.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도 각자 저마다의 취향대로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키링들이 가방에 달려있다. 어떨 때는 가방을 덮을 정도로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도 보게 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가방 꾸미기에도 진심이다. 특히 아침 등굣길에서 만난 아이들은 귀여운 동물 인형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굿즈 등을 달고 다니며 “예쁘기도 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거예요”라고 당당히 말했다. 20대의 직장인 A씨도 “작고 귀여운 것을 보면 본능적으로 소비하게 된다. 앙증맞은 것들을 보고 소비를 하는 사이에 저절로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가방의 종류에 상관없이 달려있는 키링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키링에 관심이 생긴 걸까? 이를 한마디로 하면 일상에서의 작은 ‘무해력’이라 할 수 있다.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은 해롭지 않고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주지도 않으며 굳이 반대하거나 비판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귀엽고 작은 모습을 보는 것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편안함을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형 캐릭터부터 게임, 아날로그 취미인 뜨개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극적이지 않고 순수한 콘텐츠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MZ세대에게 무해력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인형 캐릭터는 SNS에서도 작고 부드러운 느낌의 키링 추천 게시물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올해의 소비 트렌드를 전망한 책 ‘트렌드 코리아 2025’의 다섯 번째 키워드로 말한 ‘무해력’에 대한 이야기다. 해가 되지 않는 상태, 당연히 타인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작고 순수한 것들이 힘을 가지는 현상이라 정의를 한다. 여기에 사람들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소비 스타일을 가지고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로 소비를 하는 것과 연결한다. 개성과 독창적이어서 관심사와 애정이 가는 것들에 쉽게 소비하게 되고 우리들의 일상은 소소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이중 MZ세대에게는 작고 귀여운 키링으로 위로도 받고, 자신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이 되고 있다. 덩달아 이를 판매하는 소품 숍도 인기다. 신한카드 빅테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형 키링 소품 숍 이용 건수는 2022년 대비 약 112% 증가했다. 심지어 구매 고객 중 3040 세대의 소품 숍 이용률도 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릭터의 구매도 소비자의 76.1%가 경험한 적이 있는 걸로 나타났다. 이렇게 무해함으로 대표되는 귀여운 키링이 전성시대가 된 이유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반대로 유해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불확실성과 갈등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또 우리가 살고 있는 많은 공동체로부터 자극적이고 유해한 것들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를 받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쏟아지는 자극도 사람들이 유해성을 느끼는 원인이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와 도파민을 유도하는 디지털 기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도 많은 것이다. 여기에 청년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고 기대도 크지 않다. 기댈 곳이 없는 거다.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호소할 곳이 없다 보니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무해한 물건들을 소유하면서 일상에서 안정과 즐거움을 찾으려고 하는 게 그 이유다. 사진- 아이들의 가방에 키링이 달려 있다. 무해력으로 대표되는 작고 귀여운 키링으로 일상의 즐거움을 찾는 이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22

합천 청량사(淸凉寺) 방문기

창건 연대는 확실하지 않지만 고기에 “청량사는 월유봉 아래 있는데 최고운이 가야산에 들어갈 때 처음 살았던 곳”이라는 기록이 있다. 해인사 산내암자 중 가장 오래되고 보물이 3개나 있는 사찰. 전통양식의 ‘일 가람 일탑’인 대웅전, 석등 및 석탑이 일직선으로 반듯이 배치된 사찰이다. 한동안 폐사된 것을 1811년에 회은 스님이 중건하고 지금은 성철 스님의 상좌인 원타 스님이 머물고 계신다. 이곳 역시 최치원 선생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데 ‘삼국사기’에는 최치원이 즐겨 찾았던 곳이라고 기록되어 있고, 조선 중기의 임억령(1496~1568)의 시 구절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고운이 푸른 산에 깃 들었다 들었는데/ 청량사 아래 세간 집이라 하네/ 표연히 선계로 가버려 찾을 곳 없으니/ 시름하며 찬 솔에 기대니 산 가득 비 내리네”. 통일신라시대의 양식으로 보이는 석탑, 석등, 석조석가여래좌상은 보물로 지정되고 특히 석조석가여래좌상은 삼단의 사각형 대좌 위에 부처의 모습이 뚜렷하고 얼굴은 단아한 표정으로 경주 석굴암 불상과 함께 불상 양식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불상의 높이는 2.1m, 대좌 높이 75cm로 석불의 기단석에 부처님께 차 공양을 올리는 보살상이 조각돼 있어 신라시대의 차 문화가 발달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귀한 자료다. 최근 약광전에 봉안된 아미타여래설법도가 경남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산사를 품고 있는 천불산은 능선이 마치 거대한 용의 등뼈처럼 휘고 굽어져 있으며 가까이서 보면 바위의 모양이 기이하고,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천개의 불상이 합장을 하고 서 있는 듯 보인다. 또한 해질녘 산정에서 바라보는 암능은 마치 신선이 내려와 앉은 듯 신비롭고. 홍류동 계곡으로 이어지는 월유봉은 달도 머물다 쉬어간다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봉우리이다. 음력 삼월 초하루. 스님의 법회가 있는 날이면 절간은 고요하면서도 분주하다. 신도들의 얼굴 표정을 살핀다. 비탈의 나무들이 제 각각 자신의 꽃을 피우 듯, 산사에 기대어 사는 신도들 역시 섬기는 절의 불성을 닮아 있다. 푸른 산에 바람이 불어오니 생강나무는 노란 꽃을 피웠다. 절을 방문할 때는 절법의 예를 살피고, 문화재는 누구나 소중히 보존하고 아껴야 할 것이다. /김성두 시민기자

2025-04-20

성산가야시대 고분군

경북 성주군 성산읍 성산리에 있는 성산(해발 389.2m)의 산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형제처럼 줄지어 있는 고분군을 만날 수 있다. 성주읍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이런 곳에 고분들이 줄지어 있다는 사실에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이곳 고분은 가야국의 하나인 성산가야시대 무덤이다. 학계조사에 의하면 서기 5~6세기경 지배층 무덤으로 추정되며 현재 발견된 고분은 모두 129기나 된다. 1963년 사적 제86호로 지정됐다. 고분의 묘장 형태는 한 봉토 내 두 사람 이상을 매장한 순장에 의한 다장묘라고 한다. 크기에 비해 유물은 빈약하다. 일제 강점기 때 유물 발굴 작업이 있었으나 그 결과에 대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1986년 계명대학교 박물관이 이곳에서 발굴 작업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출토된 유물은 대부분 계명대 박물관에 현재 전시 중이다. 여러 종류의 항아리, 접시류, 마구류, 장신구 등이다. 그 중에는 성산가야의 왕비가 착용했을 법한 금귀거리도 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그대로 간직돼 있다. 성산가야는 후삼국 때 변한 땅인 성주지역에서 청동기문화를 바탕으로 형성된 고대 왕권국가다. 성산가야는 벽진가야라고 불리기도 했다. 성 주군 벽진면 지명을 따른 것으로 짐작이 된다. 세종 때 간행한 경상도지리지에는 “이곳은 옛날의 벽진국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곳 유물은 성산동 고분군전시관에서 관리한다. 이곳에서는 성주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5월 3일부터 참여형 교육프로그램인 ‘별고을 탐험대’가 31일까지 운영된다. /김성문 시민기자

2025-04-20

달구벌 수필문학회

달구벌수필문학회(회장 최해량)는 지난 16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 상설 공연장에서 ‘책 나누기’ 버스킹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수필가 김학래 씨가 주관했으며, 산불 피해 기금 모금과 함께 문학회 연간집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뜻 깊은 시간으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전형권 전 고등학교 음악교사가 오카리나 연주로, 성장환 대구교육대학교 명예교수와 수필가 김윤숙, 방종현 씨가 하모니카 연주로 참여해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2000년 봄 창립된 달구벌수필문학회는 장호병, 송복련, 피귀자, 신은순 수필가 등이 시작한 중견 문학단체다. 현재 80여 명의 등단 수필가가 활동 중이다. 창립 20주년을 넘긴 이 문학회는 각종 문학상을 다수 수상하며 명문 문학회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10명의 회원이 대구예술상, 금복문화상, 방정환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6명이 개인 작품집을 출간했다. 또한 11명의 회원이 특강, 토론회, 예술 공연, 언론 칼럼 기고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섯 차례의 문화탐방과 명사 초청 특강, 화합잔치를 통해 회원 간 결속력도 높이고 있다. 최해량 회장은 “많은 회원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문학회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며 “오늘 시민들과 수필집을 나눌 수 있어 기쁘고, 앞으로도 작품활동과 사회봉사를 통해 문학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문학회 회원들의 수상 실적도 눈에 띈다. 임수진 수필가는 경북일보 문예대전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피귀자 수필가는 대구수필문학상을, 윤영씨는 한국수필문학상을, 원용수씨는 김시습문학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김성도 아동문학상, 매일시니어문학상, 포항스틸수필공모전, 안견미술대전 등에서 수상한 회원들이 다수 활동 중이다. 한편, 이날 행사를 주관한 김학래 수필가는 대구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대구문인협회 낭송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며, 경북과학대학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 교수이자 만남라이브카페 대표로 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4-20

좋은 스피치는 인생의 행복

우리가 즐겨 쓰는 조크 중에 ‘여성의 스커트와 연설과 주례사는 짧을수록 좋다’라는 말이 있다. 즉 말이란 짧은 시간 안에 자기의 의사를 남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통 대화나 연설 중에 서론이 길다. 본론부터 얘기하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 위의 조크가 뜻하는 바를 충분히 대변해 주는 것이다. 듣는 이가 무슨 소린지 이해 할 수 없다거나 서론이 너무 길어져서 정작 전달하고자 하는 본론이 무색해져서는 말의 참 뜻을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료하고 간단하면서도 듣는 이로 하여금 ‘아하 그렇구나’라는 이해로까지 끌어내는 것이 스피치의 본분이다. 여기에도 서론, 본론에 이어 명확한 결론이 따라야 할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흔히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라고 하듯이 3분 스피치를 요령있고 절제 있게 잘 숙달해 놓으면 첫 단추를 잘 꿰는 것과 같다. 철학적 사고와 시간의 효과적 배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 아무리 긴 연설이나 강의도 쉽게 풀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3분이라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무수히 많다. 예를 들어 면접에서 3분 동안 자신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으로 나누어지고, 세일즈맨 또한 3분 안에 고객을 설득하고 감동시키는 기술을 최고의 노하우로 삼고 있다. 우리가 즐겨먹는 컵라면 역시 3분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공중전화 역시 기본요금의 기준을 3분으로 잡고 있다. 3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많은 노력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최대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3분 스피치를 잘하는 방법으로 ‘두괄식’을 들 수 있는데 말하고자 하는 것에 핵심을 먼저 말을 하고 설명으로 이어가는 것으로, 이런 훈련을 통해서 듣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게 할 수 있고, 말의 방향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말하는 입장에서는 3분이라는 시간이 짧다고 느껴지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말하는 사람에 따라 3분이라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3분이라면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는 시간이다. 스피치를 잘하는 것은 나를 만족하게도 하지만 듣는 상대에게도 만족감을 준다. 좋은 스피치는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병욱 시민기자

2025-04-20

국립경주박물관 ‘APEC 2025 정상회의’ 준비 한창

APEC 2025 KOREA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되면서, 2025년 1월에는 각국 대표들의 만찬 장소로 국립경주박물관이 선정되었다.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은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정상들이 모여 환태평양지역의 경제발전과 비전, 그리고 그 실현 방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국제회의이다. 1989년 11월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에서 12개국이 참여하여 결성되었으며 본부는 싱가포르에 있다. 1993년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제1차 회의가 열린 후 매년 개최된다. 현재 참여국은 21개국이다. 대한민국에는 2005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누리마루에서 개최된 이후 20년 만인 2025년, 경주에서 열린다. 성공적인 대회를 위하여 각국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논의를 하기 위해 경주를 수차례 방문한다. 경상북도에서도 홍보영상을 제작하고, 주차장과 숙박 시설 등 다양한 방면으로 대회 성공을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경주는 더욱더 분주해졌다. 국립경주박물관이 만찬장으로 선정되면서 박물관 뜰에 안전가림막이 설치되었다. 만찬장 부지에 매장 유산을 발굴 조사한 후 만찬장으로 활용할 건물을 짓는다고 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1975년 지금의 자리에 건물을 지어 경주문화원 향토사료관(경주시 중앙로 67-12)에 있던 유물을 현재 박물관(경주시 일정로 186)으로 이전을 하여 오늘날에 이른다. 5개의 전시실(신라역사관 ‧ 신라미술관 ‧ 월지관 ‧ 신라천년보고 ‧ 특별관)과 어린이박물관이 있으며, 야외에는 성덕대왕신종 ‧ 고선사 삼층석탑 등 다양한 불상과 석조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월지관은 수리 중이다. 올해 9월 전시장 내부 수리를 완료하고 개관할 예정이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였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매우 가치가 높고 특별한 도시이다. 경주박물관 또한 신라 왕궁 내 남쪽 일부에 자리한다. 4월부터 박물관에는 관람객들로 붐비는 계절이다. APEC 개최를 위한 주변 주차장과 박물관 내 공사로 다소 어수선해질 것이다. 하지만 2025년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개최되는 APEC 성공을 위해서는 불편함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할 일이다. 이 대회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며,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 대한민국 국민의 높은 정신문화와 질서의식 수준이 세계만방에 더 널리 알려지게 것이다. 실크로드를 통한 다양한 문화를 수용한 나라, 신라·천년의 찬란한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경주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으뜸 도시로 우뚝해지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며 2025 APEC 정상회의의 성공을 기원한다. /이순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17

고정된 관념 허물고 틀을 깨는 것?… 정답도 한계도 없는 ‘예술’

고정된 관념을 허물고 틀을 깨는 것? 예술의 사전적 정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이다. 지금 포항시립미술관에서는 작년 광주비엔날레 전시 작품인 ‘오를랑 하이브리드: 아티스틱 인텔리전스’ 와 2025 지역원로 작가전 박수철의 ‘오래된 꿈’이 5월 11일까지 전시중이다. 엄마 손을 잡고 전시관을 들어서던 아이가 흠칫 놀라며 엄마를 잡아당긴다. 무서워서 안 들어가겠단다. 전시된 작품들이 얼핏 어른이 보아도 예사롭지 않다. 프랑스 작가 오를랑(ORLAN, 1947~). 그녀는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 예술로 오랫동안 관습화된 기존의 전통에 도전한다. 미(美)에 대한 개념에 저항하기 위해 아홉 차례의 성형수술 과정을 TV로 생중계한 ‘성형수술 퍼포먼스 시리즈’가 대표작이다. 타고난 아름다운 외모를 거부하고 괴기스럽게 성형한 작가는 “나는 나의 몸을 예술에게 바쳤다”라고 처절히 외친다. ‘오를랑’이라는 이름 역시 기존의 관습과 전통 속에서 주어진 이름을 거부하고 여성형, 남성형이 아닌 작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견고히 하기위해 새롭게 명명한 것이다. 그녀는 출산 또한 거부한다. 더 많은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더 많은 오염을 말하며 지구를 과잉으로 채우고 과잉으로 오염시키는 것과 같다고 당당히 말한다. 그러면서도 죽음에 대해서는 참기 어려운 것 중 하나라며 이제 ‘죽음을 죽일 때’라고 역설한다. 신체 훼손 퍼포먼스를 멈춘 것 또한 더 이상의 성형은 죽음을 부를 수 있다는 의사 경고 때문이었다. 새 생명은 거부하고 죽음은 맞서야 한다는 그녀의 예술세계가 얼른 공감되지 않는다. 이번 전시는 신체 훼손 퍼포먼스를 멈춘 이후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신체와 신기술이 융합하면서 다변화 된 주제로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허물고 동서양 문화를 해체시키며 미(美)에 대한 개념, 사회적인 기준·규범 등을 작품을 통해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전복시킨다. 남성 전용물인 중국의 경극에 여성인 자신이 분장하여 경극의 폐쇄성을 지적하고 페미니즘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식이다. 혁신적이고 진취적이면서도 파괴적이고 강압적인 작품들 앞에서 그녀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려 애써보지만 쉽지 않다. ‘돼지와의 104시간’이라는 김미루의 행위예술만큼이나 쇼킹하다. 가시지 않는 강렬한 여운을 안고 박수철 화가전으로 향한다. 포항시립미술관이 정기적으로 무명의 지역 예술가를 발굴하여 그 작가의 세계와 발자취를 연구하고 탐구하는 지역원로 작가전인 박수철의 ‘오래된 꿈’이 전시중이다. 작가는 정규 미술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미술이 좋아 화업(畵業)을 그만두지 못한다. 인상주의 기법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근현대 미술가 오지호 작가의 작품에 감명 받아 따뜻한 색채감으로 자신의 감정을 화폭에 담는다. 이 번 전시는 두 개의 주제 전으로, 포항과 고향 풍경을 담은 ‘내 젊은 날의 기억’과 신앙, 정물, 가족을 담은 ‘내 삶의 빛과 그림자’가 전시중이다. 작가는 “나는 한평생 그림의 덫에 빠져 있었다”고 읊조린다. 가난은 화가의 숙명인가? 어려운 형편 탓에 생화를 대신해 아내에게 선물한 단아한 꽃그림 속에는 애틋한 사랑이 배어있다. 그래선지 온화함이 느껴지는 작품들에서 애잔함이 묻어난다. 미술관을 나서며 ‘예술은 정답도 한계도 없다’는 말을 떠올린다. 작가와 그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미술관 도슨트 시간은 평일 오전 11시·오후 2시· 4시, 주말 오전 11시·오후 3시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17

벚꽃 엔딩은 ‘봉화 물야저수지’에서

물결처럼 꽃잎이 흐르는 선달산과 옥석산 계곡 물야저수지의 벚꽃길. 전국적으로 벚꽃은 피고 명소도 많다. 하지만, 이곳 벚꽃길이 다른 명소보다 특별한 이유는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 꽆이 피고 진다는 것이다. 올해 벚꽃 엔딩축제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경북의 산불로 축제는 취소되었어도 벚꽃은 피고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다. 올해 마지막 벚꽃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봉화 물야저수지 벚꽃길을 추천한다. 선달산(1239m) 옥석산(1244m) 문수산(1207m)의 맑은 계곡물이 모였고 저수지 상류 쪽에 조선시대 약수대회에서 최고의 약수로 선정된 오전 약수 관광지가 있는 곳이다. 또한, 물야저수지 벚꽃길은 소백산자락길 10구간, 동서트레일 46-3구간, 외씨버선길 10길 약수탕길이기도 해 아름다운 경치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고개 하나 넘으면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주변에는 ‘춘향전’ 이몽룡의 생가 계서당과 축서사가 있다. 저수지를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의 속삭임은 계곡 바람을 타고 그윽한 봄의 향기가 되어 흩날린다. 떨어진 벚꽃이 수면에 떠다니는 낭만적인 풍경으로 사람들을 매혹한다. 이른 아침 차디찬 기온이 잔잔한 저수지 물 위로 내려앉아 신비로운 아침 안개를 가득 피워내며 감동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고, 물안개가 피어오른 아침은 푸른 물과 벚꽃이 어우러진 조화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봉화는 남한의 시베리아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춥고 봄이 더디 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 핀 봉화 벚꽃은 마지막 벚꽃 황홀경에 빠지고 싶은 상춘객을 기다리고 있다. 봉화는 봄도 늦고 꽃도 늦게 핀다. 전국의 수많은 벚꽃 명소들이 엔딩을 맞이한 다음 비로소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물야저수지 벚꽃은 전국에서 가장 늦게 피는 벚꽃이다. 풍경에 넋을 놓고 걷기 좋은 벚꽃길, 활짝 핀 벚꽃이 잘 우러난 꽃차의 향기만큼 진해서 가슴 깊은 곳까지 후련해지고 상쾌해지는 벚꽃 엔딩은 바로 이곳이다. 저수지 주변은 여유로운 산골로 번잡하지 않고 군데군데 의자와 정자가 있으며 주차장 공간도 넓다. 벚꽃길을 걷다 보면 보부상 위령비가 있고 위령비에서 생달마을 쪽 길에 정자와 작은 공원도 조성되어 있다. 이 공원에는 보부상 이야기가 간단하게 소개돼 있다. 이 저수지는 애전마을이 있던 곳으로 보부상들의 집단 거주지였으며, 임방이 있던 지역이었으나 저수지 공사로 수몰되고 지금은 역사로 남아 있다. 애전 보부상들은 홀아비로 살다가 처자식이 없으니 많은 전답을 마을에 남기고 돌아가셨고 후세가 기억하는 11분의 이름이 위령비로 전하고 있다. 매년 10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위령제를 지내고 축제도 개최한다. 벚꽃길 바로 위는 오전약수터로 볼거리와 먹을거리도 많다. 맛집으로 약수 백숙, 송어횟집, 화덕피자가 유명해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빼어난 산과 계곡 그리고 저수지가 어우러지고, 수변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벚꽃을 볼 수 있는 봉화 물야저수지 벚꽃길에서 추억을 만들어보길 권한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17

60•70대를 인생의 황금기로 보내려면

우리 사회가 계속되는 저출생과 제대로 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 사이, 60·70대 이상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로 지난해 말, 주민등록상 기준으로 65세 이상의 인구(1,024만 4,550명)는 총인구(5122만1286명) 대비 20%를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포항은 2023년에 이미 초고령화 사회를 맞았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앞둔 지금, 60·70대가 인생의 황금기가 되려면 어떻게 잘 보내는지는 더욱 중요해졌다. 60·70대를 떠올리면 삶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수십 년간의 경험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직장에서 은퇴를 하고 좀 더 많은 자유와 시간이 생겨 그간에 미뤄뒀던 여행과 취미,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며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건강과 자아실현의 기회 등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달만 방심해도 아웃 되기 쉽다. 이 시기를 잘 보내야 다음에 오는 나이에도 활동적이고 건강한 생활이 유지되는 까닭이다. 첫 번째는 노화다. 긴 노화의 기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 먼저 뇌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연령대에는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다. 이때 노화의 가장 큰 적은 ‘의욕 저하’가 되는데 이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뇌 기능과 운동기능을 잘 유지하고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왜냐면 의욕 저하로 단번에 늙어 버리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운동은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우울증이나 불안감을 줄이고 인생 후반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인다. 어떻게 보면 60·70대는 은퇴를 해서는 안될 것 같다. 은퇴를 하고 나면 모든 활동을 한꺼번에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 이러면 한 달 만에도 폭삭 늙어 버리기도 한다. 자신이 가능한 범위에서 일이든 창업이든 평생 계속하는 것이 노화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이다. 또 하나는 사회와 계속 관계를 갖는 거다. 이건 일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지난 2월 퇴직하고 도서관의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60대 이 모 씨는 “대학 졸업 후 30년 가까이 돈 버는 일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했다. 100세 시대 즐겁게 살려면 60·70이 되어도 새로운 일을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생각한다. 은퇴 후에도 도서관에서 젊은 분들과 이렇게 독서로 이어지니 좋다”고 말했다. 매일 단조로운 생활이 이어지면 뇌는 활성화가 되지 않고 쇠퇴한다.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일이나 자원봉사, 취미나 동호회 활동, 정기적인 모임 등, 밖에 나갈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반복되고 단조로운 생활을 보내지 않도록 한다. 자기 계발이나 인간관계, 취미, 봉사는 결코 젊은이들만이 전유물이 아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꾸준한 상호 작용이 필요하다. 용건을 만들어 자주 외출을 하면 누군가 사람을 만나고 뜻밖의 일에 마주칠 수 있어서 필연적으로 뇌를 사용하게 된다. 이처럼 변화 있는 생활을 위해 항상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 영원한 현역으로 올해 106세를 맞은 김형석 교수는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황금의 시기는 60세에서 75세다. 이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철이 들고, 사고력이 성장하여 책다운 책을 쓸 수가 있었다. 90세가 넘어도 공부를 하면서 일하는 노력을 계속하면 정신력은 올라간다”고 전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2025-04-15

능뷰 미술관을 가진 경주

손님을 부르는 카페라면 커피 맛도 중요하지만, 뷰맛이 더 좋아야 한다. 경주라면 어디서나 능이 보인다. 특히나 능이 코앞에 있다면 최고의 뷰라고 할 수 있다. ‘어린왕자별’이라는 별명이 붙은 봉황대 부근에 금관총, 금령총, 서봉총 등등 능 사이로 산책을 할 수 있게 고즈넉하다. 드라마 ‘아름다운 시절’이 이곳에서 촬영했다. 주말마다 이름난 가수의 공연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은다. 가장 경주스러운 동네에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노서동 고분군 공원 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연면적 1594.06㎡ 규모로 지어진 오아르미술관은 일본에서 광고 사업을 하는 김문호 관장이 20여 년 동안 수집한 현대미술 600여 점을 바탕으로 건립되었다. 미술관은 유현준 건축가가 설계했다. 4년 전 예술의 전당에서 건축에 관한 강연을 왔을 때, 경주다운 미술관은 능과 비슷한 모양의 겉모습을 하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올라 볼 수 있는 디자인의 건물이 들어서면 가장 경주다운 건축이라고 들려주었다. 공감 가는 이야기라 기대하며 미술관에 들어섰다.  ‘오아르’는 ‘오늘 만나는 아름다움’이란다. 이번 개관전은 일본 작가 에가미 에츠(Egami Etsu)의 신작과, 문경원 & 전준호 듀오 작품, 그리고 미술관 대표 소장품 컬렉션 으로 선보이고 있다. 세 가지 다른 주제를 가진 전시는 경주의 지역적 특성인 전통과 대비되는 다양한 글로벌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들에게 참신한 경험과 영감을 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고 한다. 먼저 1층 제1전시실에서는 김문호 관장이 20년간 수집해 온 소장품을 선별한 ‘오아르 컬렉션(OAR Collection)’ 전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수집한 10여 점의 현대 미술 작품으로 구성, ‘열린 미술관’이라는 미술관의 미션에 따라 일반인도 쉽게 즐길 수 있는 팝 아트와 스트리트 아트 위주의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너른 창으로 들어오는 능을 바라보며 앉아 그림 이야기 삼매경이다. 그 모습이 큰 화폭의 그림 같다. 카페이자 열린 전시 공간으로 만든 건축주의 선택에 박수를 보냈다. 표를 예매하고 2층으로 오르는 하얀 계단을 오르자 핑크빛 벽이 보인다. 벽에는 전시 소개 글이 붙었다. ‘지구의 울림(Echoes of the Earth)’의 주제로 떠오르는 글로벌 작가의 신작 17점을 국내 최초 공개했다. 에가미 에츠는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2020년과 2021년 ‘세상을 바꾸고 있는 30세 이하의 젊은 리더 30인’에 뽑힐 만큼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던 과거의 스타 - 마이클 잭슨, 비틀즈, K-POP 가수 등의 초상을 추상적인 화법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가까이 가면 붓 터치만 보이나 몇 걸음 떨어져 보면 누가 봐도 마이클 잭슨이다. 그림과 2층 높이의 능이 성큼 창안으로 들어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미술관 뷰가 만들어진다. 3층으로 오르니 지붕이다. 계단이자 앉아서 경주 시내를 관망할 수 있는 의자이기도 하다. 멀리 기와들이 붙은 동네, 낮게 엎드린 남산, 노서동 고분군까지 삼박자가 딱 맞았다. 시원한 봄바람이 불어 경치까지 미술관이 주는 선물이라 조용히 즐겼다. 지하의 제3전시실까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팬텀 가든(Phantom Garden)’을 주제로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문경원 & 전준호 듀오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였다. 미술관을 나오면 자연스럽게 고분군으로 길이 이어진다. 봄빛이 능과 나무에 물을 올려 연두연두하다. 능 주위를 한 바퀴 거닐며 능에서 미술관을 바라보았다. 비스듬한 모습이 능과 닮았다. 경주와 잘 어울렸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2025-04-15

경주 외곽으로 봄 산책 나가볼까요

몇 년 전부터 오릉 앞 방앗간 앞이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오래된 간판이 정돈된 문화재 경관 사이에 도드라지게 눈에 띈다. 사람의 마음을 몽글몽글 부드럽게 만드는 시간의 힘. 이런 레트로 감성이 삶 속에 진하게 녹여진 곳이 경주에 있다. 외곽에 위치해 관광객들의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이곳 역시 문화재며 멋진 산책 코스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시내를 벗어나 무열왕릉이 있는 서악을 지나고 조금 더 들어가면 금척리 고분군이 나타난다. 해마다 성장하는 가로수는 곧 터널을 만들 기세다. 꽃을 보내고 잎만 남아도 그대로 멋진 풍경이다. 곧이어 건천읍이 나온다. 시내에서 차로 15~20분 정도 소요된다. 약 150년 전부터 마을이 형성되었으며 마을 옆 강변이 배수가 잘되어 물이 고이지 않고 항상 건조되어 건천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건천 초등학교 앞이 번화가다. 노랗고 빨간 그리고 분명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파랑까지. 솔직하고 선명한 간판들로 가득 차 있다. 5일과 10일은 장날이라 구경거리가 추가된다. 이곳은 시내권에 비해 프랜차이즈 매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 그중에 입소문 꽤 탄 로컬 맛집이 있다. 분식도 몸값 비싼 존재가 된 요즘 그 나름의 맛은 있지만 과거에 먹던 원래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이곳 맛집의 장점은 추가되지 않은 옛 맛 그대로 남은 것이다. 쫄면과 어묵 두 가지. 단촐한 메뉴에 가격도 여전히 저렴한 상태다. 주인과 손님 몇몇이 자리 잡으면 복작거리는 좁은 공간. 한가득 배를 채우고 나와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 한입 베어 물면 더없이 행복하다. 옆으로 다른 종목을 파는 분식 몇이 모여있다. 괜히 이것저것 입맛이 당긴다. 그리고 또 하나 한우와 돼지 농장이 많다 보니 알려진 고기 맛집도 꽤 있다. 건천을 찾는 가장 잦은 이유기도 하다. 저녁 시간 즈음엔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 차기 때문에 조금 이른 시간에 방문한다. 세월이 뭍은 다정한 풍경 속에서 식사와 여유를 즐겼다면 다음으로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숲길을 추천한다. 건천 편백나무 숲내음길은 500여 미터의 나무 데크 산책로에 빽빽이 들어선 편백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맑은 향을 느끼며 산책하기에 좋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문화재 찾기도 추천한다. 단석산에 위치한 신선사에는 국보 199호 경주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이 있으며 용명리에는 대한민국 보물 제 908호인 통일 신라의 삼층석탑이 있다. 2005년 4월 13일에 건천초등학교 교정이 있던 받침돌인 노반석을 원위치에 복원하였다고 한다. 현재 용명리 856-7번지에 위치해 있다. 석탑이 있는 용명리는 경주 토종견 동경이 마을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 덕에 마을은 동경이 벽화로 가득하다. 꼬리가 없다시피 짧은 것이 동경이의 특징이며 토실한 뒤태가 매우 매력적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란 명성답게 마을마다 보물 하나쯤은 모두 품고 있는 경주다. 잦은 경주 방문으로 다른 구경거리를 찾는다면 외곽에서 숨은 매력 찾기를 추천한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2025-04-15

이 봄에 앞산 한 바퀴면 수목도감이듯 봄꽃을 만끽한다

올봄에는 폭설이 내리다가도 금세 고온이 되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이러한 건조한 부주의로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을 거쳐 해안가의 영덕까지 번졌다. 결국 이 화재는 많은 지역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인적 물적 피해는 물론 농어민들의 마음까지 상하게 하여, 보는 이도 무척 가슴 아팠다. 꽃피는 계절에 봄꽃이라도 보면서 마음을 추스르자. 꽃은 향기도 향기지만 색깔과 모양을 달리한 아름다운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마음이 평온하기 때문이다. 전국 어디 없이 금수강산 아닌 산이 어디 있으랴마는 특히 대구 성불산(앞산)은 도심에 자리한 산치고는 보기 드문 목본류와 초본류(야생화)가 자생하고 군락을 이룬 식물도 많아 생태계가 뛰어나다. 식물마다 꽃 피우는 시기는 약간의 차이가 나지만 3월부터 오뉴월까지 부지런히 꽃을 피우면서 봉접들을 불러 모으려 향기를 날린다. 게다가 자생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악착같이 발뿌리 뻗는 모습이야말로 우리 인간에게 생의 애착에 대한 수범을 보이는 증표 같기도 하다. 앞산순환도로에서 산성산 항공무선표지소 가는 도로를 따르다가 수직절리를 만나게 되는 동쪽 산비탈에는 분꽃나무와 이스라지를 만날 수 있다. 분꽃나무는 길게 뻗은 나팔 모양에 분홍 꽃을, 이스라지는 벚꽃을 닮은 작은 분홍색 꽃을 피워 산천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앞산 최고봉에 경찰 통신탑이 자리한 북쪽 산비탈에는 군락으로 자생하는 산앵두나무를 볼 수 있다. 또 정상에서 동쪽 능선과 서쪽 능선에는 가침박달나무가 일렬로 줄을 이으면서 군락으로 자생한다. 남부도서관 뒤편 앞산 자락길에서는 ‘별목련’ 개화 모습을 볼 수 있고, 소능선에 자리한 체육공원에 계단과 철탑 주변으로는 하얀 꽃피우는 태백제비꽃과 자색 꽃을 피운 고깔제비꽃도 자생한다. 안일사에서 왕굴로 가다보면 올괴불나무가 분홍 꽃을 피워 아름답다. 꽃잎 끝부분은 어쩌면 여성들이 바르는 입술에 빨간 화장품을 연상케 한다. 거기서 오른쪽 계곡으로 올라가다가 상수리나무 숲속을 눈여겨 살펴보면 노루귀꽃이 목을 빼 올리듯 꽃을 피우고 있다. 꽃대에 송송한 하얀 솜털이 앙증맞다. 앞산 정상에서 능선부 양지바른 곳에는 이파리 꼬부라진 멱쇠채가 노랑꽃을 피운다. 꽃잎 하나하나가 어쩌면 조화 같기도 하여 다시금 보게 된다. 산자고도 하얀 꽃을 피우는데 옆으로 누운 듯 길게 뻗은 끝자리에 꽃을 피운다. 안일사를 내려와 앞산 자락길로 들어서면 산비탈에 온통 생강나무다. 개화기에는 산비탈 전체가 노랗게 물든 듯하며 꽃향기를 물씬 풍긴다. 진달래꽃 피우는 4월 파동에서 만난 나리꽃은 꽃샘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계곡부의 거대한 자연석에 올라타고 일렬로 정을 박는 듯 그런 모습이 경이롭기 그지없다. /권영시 시민기자

2025-04-13

대구펜 회원 창작 열정 담은 ‘국제펜본부 대구위원회 글 그림전’

국제펜한국본부 대구지역위원회(대구P.E.N·회장 정삼일)는 지난 7일 오후 대구시 범어역 아트웨이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제8회 대구P.E.N. 대표문인 62인 글·그림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회에는 허정자 수필가의 ‘강물에 비친 얼굴’, 직전 회장 손수여 시인의 ‘백목련’, 류희옥 시인의 ‘내 안의 너’, 임향식 시인의 ‘각자도생’ 등 총 62명의 작품이 전시됐다. 정삼일 회장은 개막식에서 “대구P.E.N. 대표문인 62인 글·그림전은 대구펜 회원들의 창작 열정과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성숙한 참여정신이 이룬 결과”라고 인사말을 했다. 국제펜본부는 영국 런던에 위치하며, 1921년 5월에 창립되어 올해로 104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국제펜한국본부는 1954년 10월 23일에 창립되었으며, 이듬해 국제펜 비엔나 대회에서 가입 승인을 받았다. 작년에는 7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학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문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한국문인협회는 1961년 12월 31일에 창립되었으므로, 국제펜한국본부는 7년 앞서 설립되었다. 국제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한국문인협회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며 상호 협력과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국제펜한국본부는 전국 광역시도별로 18개의 지역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중 대구지회는 가장 두드러진 단체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시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해 ‘언제 어디서 만나도 항상 반가운 사람이면 좋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전시는 7일부터 오는 14일까지 범어역 아트웨이에서 열린다. /손수여 시민기자

2025-04-13

筆에 담긴 백세의 정신… ‘노당익장’ 서예로 빛나다

“글씨를 쓰면 마음이 맑아집니다. 살아 있다는 게 느껴져요.” 대구노인종합복지관 서예실에는 매일 아침마다 정갈한 기운이 가득하다. 그 주인공들은 바로 석파 하재호 어르신과 호정 정경재 어르신이다. 두 백수(白壽) 어르신은 하루도 빠짐없이 복지관을 찾아 묵향이 가득한 붓글씨를 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듯, 두 어르신의 글씨에서는 단정함과 힘이 느껴진다. “글씨 한 자, 한 자에 제 마음을 담습니다”라고 말하는 하재호 어르신은 50세부터 서예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이 떨려 붓을 제대로 쥐기 어려웠지만, 꾸준한 연습 끝에 지금은 누구보다 아름답고 유려한 글씨를 쓸 수 있게 됐다.“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린다”라고 힐 만큼 서예에 대한 열정이 깊다. 정경재 어르신 역시 “서예는 나의 친구”라고 표현한다. 부모님을 따라 8세부터 18세까지 만주에서 생활했고, 해방 후에는 귀국하여 코오롱 회사에서 근무했다. 그 당시에는 붓글씨를 전혀 몰랐으나, 은퇴 후 서예에 입문해 30여 년 동안 붓을 다루면서 진정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서예실 회원으로 함께하는 이상원(84) 어르신은 “두 백수 어르신은 서예실의 살아 있는 역사입니다. 다른 어르신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라며 존경을 표했다. 고령화 사회 속 ‘노당익장(老當益壯)’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들의 일상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비록 백세를 눈앞에 두었지만, 그들의 삶은 오늘도 붓끝에서 새로이 피어난다. 곁에서 지켜본 교장을 역임한 만제 조주형(90) 어르신은 하재호 어르신에 대해 교육청 행정실에서 건축 설계사로 근무하며, 대구·경북 지역의 여러 초·증등학교 건물을 설계하신 분이라고 귀띔을 했다. 서예반 벽암 이종만(96) 어르신은 “육신은 노쇠할지라도 정신은 더욱 단단해진다”라며 “백세 어르신의 서예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살아있는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대구노인종합복지관 노인복지대학 차세희 총학생회장은 “백세를 앞둔 어르신들의 붓끝에서 우리는 나이는 경계가 아니라 가능성이라는 것을 배운다”고 힘주어 말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4-13

침묵하시겠습니까?

“침묵은 금이고 말은 은이다”라는 속담은 동양에도 서양에도 있다. 대체로 침묵은 지혜와 안전과 신중함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지만, 침묵이 동조하거나 방조를 의미하는 때도 있다. 지금 한국 정치의 혼돈 속에서 과연 침묵은 금일까?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논리적으로 말할 수 없는 영역, 다시 말해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침묵이라는 것은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단순하게 말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 또한 언어만큼이나 깊은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그리하여 침묵은 단순한 부재가 아니며 사회적, 예술적, 철학적으로 매우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침묵의 사전적 의미는 ‘말하지 않음’과 ‘환경의 고요함’을 뜻한다. 한국 대사전에서는‘말을 하지 않거나 소리를 내지 않음’으로 정의하는데 단순히 환경적으로 조용함뿐만 아니라 의식 있는 존재의 무언의 상태를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종교적 행위에 있어서의 침묵, 묵언, 명상이나 수도원에서의 침묵은 그것을 통해 내면의 평화와 자기 수양 내지는 내공을 채우는 것은 매우 이로운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외교 관계에서 의사전달 도구로서의 말은 매우 신중해야 하는데 때로는 침묵을 통한 매우 제한된 소통은 침묵을 유지하는 편이 갈등의 확산을 미리 막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거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문학과 영화, 연극 등의 과정에서 침묵은 더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유의미한 경우도 많다. 반면에 침묵해서는 안 되는 경우는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미투(Me Too)운동과 같은 사례라 할 것이고, 부정과 부패에 대한 내부고발자 등이 침묵하지 아니하고 세상에 진실을 알리는 참 정의의 파수꾼이 되는 경우다. 공정하지 못한 억압에 항거하거나 범죄사실을 알고 있거나 직접 목도 하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비판받을 행동이다. 침묵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매우 강한 메시지 예로는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적들의 말이 아니라 친구들의 침묵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당시 미국 사회에서 흑인 차별에 대한 침묵은 차별을 조장한다고 경고하면서 침묵을 깨고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도 “침묵하면 폭력과 불의는 더욱 강해진다”면서 27년간의 수감 생활을 침묵하지 않고 남아공의 민주주의를 이끌었다. 우리가 부정과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에 가장 앞선 이유는 침묵은 억압을 정당화하며 가해자를 보호하는 방어막이 되기 때문이다. 공익과 정의를 위해 부정을 방지하고 정의를 실현하고 불의에 항거하기 위해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침묵할 것인가 침묵을 깰 것인가의 결과는 역사가 기록할 것이다. /석종출 시민기자

2025-04-13

2025 한일미술작가교류회전… 오랜 인연들, 반가운 재회

좋은 친구는 오랜 시간 틈을 두고 다시 만나도 어색함이 없이 반갑고 편안하다. 일본 오바마시에서 온 그들은 그런 친구다. 1999년 시작된 한일미술작가 교류회는 경주시 자매 결연 도시인 일본 오바마시 작가들과 경주시 작가들의 만남으로 이루어졌다. 1기라고 할 수 있는 올드멤버들의 출발이었다. 그리고 2005년 2기이자 영멤버들로 교체가 이루어졌다. 교류의 주축이 바뀌었을 뿐 1기 멤버들과의 교류도 함께 이루어졌다. 해를 걸러 서로의 도시를 오가며 전시와 교류를 이어나갔다. 때때로 개인 사정에 의해 멤버가 교체되기도 했지만 10년 이상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다 코로나 여파로 서로 오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올해 경주시 벚꽃마라톤대회에 맞춰 오바마 시장이 경주를 방문하게 되면서 작가들도 시민응원단으로 다시 경주를 찾게 되었다. 급하게 진행된 일정으로 전시장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갤러리 란 김정란 대표의 배려로 초대전시가 성사되었다. 푸른 하늘을 가득 채울만치 하얀 벚꽃이 만개했던 날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대로다. 여전히 밝은 미소가 바로 어제 헤어져 다시 만난 모습 같다. 새로운 멤버의 영입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구성원이 넷이다. 첫 방문 소리에 경주 작가들의 머릿속이 바빠졌다. 보여주고 싶은 것 함께 하고 싶은 것 등 마음을 내기에 2박 3일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이번 ‘2025 한일미술작가교류회전’은 한국작가 최영달, 최용대, 한상태, 서무성, 박선영, 박수미, 최한규, 박선유, 최예지, 김민서, 일본작가 기시모토 잇피츠, 나카미치 요시히로, 켄조 코우킨, 마츠미 유카리, 야마기시 히로유키, 후쿠하라 잇떼키, 야마와키 케이고, 마츠미 사키 등 총 18명이 참여했다. 지난 4일 전시회 개막 행사에서 일본 측 응원단장인 아반포트 호텔 야마기시 사장은 전시를 축하하며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우정과 교류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며 소망을 밝혔다. 한일 양쪽은 물론 올드멤버와 영멤버 사이 견인차 역할을 꾸준히 해온 기시모토 작가도 같은 뜻을 표했다. 이어 경주시 측 회장인 최영달 작가의 환영 인사와 함께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된 오랜 멤버들을 떠올리며 추억과 인사를 나누고 기념 촬영으로 행사를 마무리 했다. 다음 날은 마라톤이 예정되어 있어 교통 통제 시간을 피해 서둘러 움직였다. 불국사, 박물관에 이어 오릉 산책까지 틈 없이 움직였다. 오릉에서는 피리 연주가 후쿠하라 잇떼키씨의 아리랑 연주가 펼쳐졌다. 알영정에서 울려 나간 피리 소리에 지나던 관광객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연이은 앙코르로 박수갈채를 받으며 3곡의 연주가 진행되었다. 오후에는 오바마시의 스기모토 가즈노리 시장의 갤러리 방문이 있었다. 바쁜 일정 속에서 시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방문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둘째 날은 월정교, 동궁과 월지를 산책한 후 늦은 밤이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다음날은 아쉽게도 비행 시간이 촉박해 잠깐의 만남을 끝으로 작별해야 했다. 인연이 만들어주는 길을 기대하며 내년 오바마에서 만남을 기약했다. ‘2025 한일미술작가교류회전’은 1일부터 30일까지 경주 황리단길 내 갤러리 란에서 진행된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은 휴관이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10

민들레는 민들레로 노랗게 핀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었다. 옷깃을 여미고 외출을 했다. 한동안 따뜻하다가 추워지니 더 추운 느낌이었다. 뽀얀 꽃잎을 피웠던 매화는 매운바람에 그새 잎을 떨구었다.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생처럼 떨어진 꽃잎이 말라 가고 있었다. 골목을 걸어가는데 꼭 누가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니 샛노란 민들레였다. 노랑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노랑으로 민들레가 피어 있었다. 발길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보도블록과 담장 사이의 좁은 틈에서 핀 민들레. 세상에서 가장 밝은 노랑이 거기 있었다. 봄이 온 줄 알고 꽃을 피워내는 민들레가 새삼 경이롭게 느껴졌다. 문득 한 포기의 꽃이 피어나는 데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꽃이 피는데 무슨 사명감이 있어서 필 것인가. 민들레는 누군가에게 보아달라고 피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양원에 병문안을 다녀오고 난 뒤 한동안 인간의 존재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빠져 있었다. 온전치 못한 몸과 정신으로 침대에 누워만 계신 어르신들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어르신들이 안쓰럽지만 어쩌면 그게 우리 모두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이 꼭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만 가치 있는 삶인 걸까? 존재는 그저 존재만으로도 그 의미를 다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꽁꽁 얼어붙었던 땅이 녹고 새순이 돋는 봄이 오면 항상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누군가가 있어 이 지구를 데워주고 있으니 이런 눈부신 봄이 오는 것 아닐까 하고. 그런 마음으로 쓴 시를 읽어본다. “저승의 어머니 이승의 아궁이에 불 지피시네 / 긴 치맛자락 펼치고 앉아 / 찬 잿더미 위에 낙엽을 모아 불 붙이시네 / 이승의 아궁이가 환해지네 / 나무들 몸 비틀어 타오르고 / 가물가물 더운 김 오르네 // 허공의 가마솥에 시간이 익었네 / 수만의 잎들이 돋아나네 / 후둑후둑 꽃들이 피어나네 / 꼬물거리는 벌레들 / 노래를 흩뿌리는 새들 / 주는 대로 받아먹고 주린 배를 채우네 / 긴 햇빛 부지깽이 종일 아궁이를 들쑤시네” - 엄다경 시 ‘봄’ 보이는 않는 어떤 큰 손이 있어 따뜻이 불을 지펴주기에 우리에게 봄이 오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는 비과학적인 소리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봄이 되면 그렇게 믿고 싶어진다. 세상에 꽃이 피고 잎이 돋고 생명들이 태어나는 것은 다 보이지 않는 힘이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쓸모없어 보이는 존재들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어 세상을 살아가는 거라고 굳게 믿는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10

벚꽃 잎 화사하게 흩날리던 날

친구 딸 결혼식이 있어 경주 보문으로 가는 길. 가로수에 늘어선 벚나무가 하얀 꽃잎을 화사하게 터트리는 아우성을 들으며 간다. 화사한 봄날, 잔칫집에서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이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일부는 한잔하자며 횟집으로 가고, 1년 365일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는 친구 몇몇은 술 대신 한잔하자며 카페로 간다. 이야기가 끝이 없다. 수십억 원을 상속받았다는 친구. 삶의 질이 달라 보이니 은근 부러움이 인다. 괜스레 상대적 빈곤감에 씁쓸해지는 맘을 다독인다. 저마다의 복 대로 살다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며칠 후 뜬금없는 비보가 들려온다. 그 친구 남편이 운동 삼아 늘 다니던 산에 갔다가 발을 헛디뎠단다. 갑작스런 사고에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었던지 발인을 하루 앞두고 부음을 전한다. 황망한 비보에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달려간다. 며칠 전 잔칫집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장례식장에서 또 만난다. 그렇게 할 말들이 많던 친구들이 침묵한다. 말이 의미를 잃었다. 어떤 위로의 말이 도움이 될까? 침묵으로 조문을 대신하고 돌아오는 길. 경주 수도산 밤 벚꽃이 너무나 화사하고 화사해서 차를 세운다. 하얀 벚꽃 잎이 색색의 조명 위로 흩날리는 모습이 가히 환상적이다. 그냥 텅 비우고 밤 벚꽃의 화사함을 즐기자 했다. 가슴이 아릴만큼 아름답다. 여전히 만개한 벚꽃이 화사하게 흩날리는 날 “새댁, 집에 있지 말고 쑥 캐러 와”라는 동네 형님 전화에 과도와 비닐봉지 챙겨들고 나선다. 동네 사람 몇몇이 여기저기서 쑥, 달래, 개망초 등 봄나물을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뜯는다. 문득, 폰을 들여다보던 누군가 “대통령 탄핵이라네요…. 만장일치로….”라며 말을 흐린다. 다들 부지런히 움직이던 손을 놓고 침묵한다. 또 한 번 말이 의미를 잃는다. 같은 마음인지 다른 마음인지 봄나물 캐던 이들이 말을 아낀다. 섣부른 정치얘기는 서로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탄핵이 되어야 자유민주주의가 지켜진다 하고 또 누군가는 탄핵이 되지 않아야 자유민주주의가 지켜진단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탄핵이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거늘 작금의 상황에 일상도 버거운 민초들 마음이 편치 않다. 저 멀리 하얀 벚꽃 잎 화사하게 나리는 꽃비 아래서 어린이집에서 소풍 나온 듯 선생님과 아이들이 소리 지르며 뛰어 놀고 한 무리의 상춘객은 자리 펴고 둘러앉아 봄을 즐기고 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봄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흩날리는 하얀 벚꽃이 슬프도록 아름답다. 어느 유튜버가 대만을 여행하던 중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는 현지인을 만난다. 왜 이민을 생각 하냐고 하니 불안해서란다. 어느 나라로 갈 거냐고 물으니 대한민국이란다. 대한민국을 택한 이유를 물으니 ‘가장 안전한 나라’라고 답한다. 유튜버는 그냥 선한 웃음으로 답을 대신한다. 친구의 기쁜 소식도 친구의 슬픈 소식도 대통령의 탄핵 소식도, 많은 소식을 하얀 벚꽃 잎 화사하게 흩날리는 이 봄에 듣는다. 삶은 누구에게나 유한하다. 소중하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시인인 친구는 삶을 ‘동의도 조언도 불필요한 일들, 상황들. 삶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미묘해서 가닥잡고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꽃잎 흩날리는 화사한 이 봄. 복잡 미묘한 마음 밀쳐두고 그냥, 맛있는 쑥국을 끓이는 데 정성 쏟아 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10

울산 반구대에 다녀간 기록을 남기다

포항수필사랑 회원들과 울산으로 봄 야유회를 갔다. 세계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반구대 암각화를 발로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골짜기로 굽어 들어가니 외형부터 특이한 울산암각화박물관이 엎드렸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큰 고래가 몸을 휘며 동해에서 태화강으로 거슬러 올라 이곳 대곡천으로 올라오는 중이다. 뒷문에서 바라보면 고래의 꼬리가 퍼덕이며 유영하는 듯하다. 안으로 우리 일행이 들어가니, 해설사가 반갑게 맞았다. 책이나 자료에서 알려주지 않는 생생한 전설을 듣고 싶어 바싹 따라가며 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암각화가 37개 발견됐다고 한다. 7000년 전의 바위 낙서와 3000년 전 문양이 이곳에 있다고 했다. 1970년 12월 24일 울주지역 불교 유적 조사를 진행 중이던 동국대학교 박물관 조사단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진 반고사 터를 찾기 위해 반구대를 방문하였다. 이때 마을 주민의 제보로 천전리 각석을 발견하여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암각화가 학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듬해 1971년 12월 25일 천전리 각석을 답사하다가 마을 주민의 도움을 받아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발견하였다. 쪼기, 갈기, 긋기, 돌려파기 방법으로 고래와 같은 바다 동물과 호랑이, 사슴 같은 육지 동물, 동물 사냥과 고래잡이 과정 등 선사시대 사냥과 해양 어로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특히 동물 그림은 생태적 특징을 매우 상세하게 표현하고 고래, 거북, 바다사자, 새, 상어, 물고기, 사슴, 멧돼지, 호랑이, 표범, 담비, 늑대 등 20여 종의 동물을 구분할 수 있다. 대곡리 암각화에는 고래사냥 과정 중 고래를 자세히 관찰하는 탐색의 결과로 고래 종과 습성 등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고래의 종류는 분기(分岐) 형태, 머리와 입의 모양, 몸통의 형태, 가슴지느러미와 꼬리 등의 특징을 통해 구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고래는 북방긴수염고래, 혹등고래, 귀신고래, 향고래, 들쇠고래, 범고래, 상괭이로 최소 7종이다. 대곡리 암각화 암면의 상단부는 2~3m 정도 처마처럼 튀어나와 자연적인 바위 그늘을 만들어 비바람으로부터 암각화를 보호한다. 암면은 북서쪽을 향하고 있어 3~11월 오후 3~5시 사이 햇빛이 들어오면 그림이 더욱 뚜렷하고 입체적으로 보인다. 두 바위 면은 크고 판판하며, 자연적으로 절벽에 그늘이 생기는 구조와 소리 울림 현상이 있어 신성하게 여겨 그림을 새겼을 것이다. 남겨진 그림과 문자는 신석기 시대부터 제작이 시작되어 신라시대까지 암각 제작 전통이 이어진 유산의 증거이다. 암각화가 수천 년간 이어져 제작되는 동안 기존의 그림을 피해 남겨졌다는 점은, 서로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 앞 작품을 인지해가며 그들의 문화를 그림과 문자를 누적하여 새긴 결과 현재와 같은 구도를 갖추게 되었다. 천전리 암각화에는 끝이 뾰족한 금속 도구로 신라시대에 새겨진 문자가 총 127점 확인된다. 문자는 중국의 표의문자인 ‘한자(漢字)’로 기록되어 있으며 한 글자로 이루어진 짧은 문자에서 10행이 넘는 장문의 문자까지 다양하게 확인된다. 문자의 구성 방식은 언제, 누가, 왜 이곳에 왔는지를 주로 기록하였다. 특히 신라 법흥왕 대 명문이 새겨져 있어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널따란 바위에 자리를 깔고 물고기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먹으며 계절을 보냈다하니 지금의 우리도 그 앞에 자리를 펴고 싸 온 간식을 펼쳤다. 새콤달콤한 딸기를, 호박시루떡을 돌리고, 폭신한 빵을 권하고, 쓴 커피 달디단 커피 골라 먹으며, 강구에서 사 온 타우린 달걀을 목 막히지 않고 먹었다. 그리고 그들이 여기 있었다는 기록을 바위에 새겼듯 우리도 우리 시대의 기록인 스마트 폰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08

일만 김상년 8번째 개인전 열려

서예가이자 전각가인 일만(一晩) 김상년의 8번째 개인전 ‘달가루zip 전’이 열렸다. 지난 3월 27~4월 2일 서울 백악미술관을 시작으로 4월 3~8일 안동시립박물관 별관 전시실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古有一小兒 見星曰 “彼月屑也”, 예전에 한 어린아이가 하늘의 별을 보고 “저것은 달가루야”라고 하였다. ‘달가루’라는 제목은 조선시대 문장가로 알려진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의 한 구절을 모티브로 한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고 달에서 떨어져 나온 가루라 생각한 순수함을 읽고, 붓으로 글씨를 쓴다는 것 또한 꾸밈없는 순수에서 무르익음으로 끝없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간결한 글귀, 현대적 감각, 강건하나 온화한 성정이 드러나는 붓끝 그리고 여백의 미. 김상년 작가는 2018년 ‘오늘 전’을 시작으로 ‘좋은 일만 전’ 등 8번째 개인전을 선보이며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서양화가 덧칠의 미학이라면 서예는 일획의 미라고 할 수 있어요. 한번 끊으면 덧칠해서 고칠 수 없으니까요. 먹의 농담, 획의 흐름을 숨길 수가 없으니까 얼마나 열심히 작업했는지 단박에 알 수가 있죠. 개인전은 나의 실력을 오롯이 보여주는 장이라고 생각돼요.” 칭찬도 신랄한 비판도 기꺼이 받아들여 지금 자신의 실력에 대한 객관적 점검을 하다 보니 언제나 허투루 임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일까 작품과 사물, 일상과 삶을 대하는 그의 자세는 사뭇 단단하다. “붓으로 큰 뜻을 이루려는 건 아녜요. 글씨로 과거와 현재, 미래의 나를 끊임없이 만나서 종래에는 ‘참 나’를 찾으려는 아우성이죠. 오롯이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탄탄한 마음으로 무장할 따름입니다.” 아득한 외길에 밝은 등불이 되어 줄 달가루, 그 순수함에서 희망을 보았다는 김상년 작가는 국립안동대학교 한문학과와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서예문화학과를 졸업하고 안동에 마련한 작업실 일만서소(一晩書巢)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에세이집 ‘좋은 일만’(2021), 작품집 ‘달가루zip’(2025)이 있다. 특히 순수하고 서정적인 ‘달가루집zip’의 표제는 작가의 어머니 김순남 여사의 첫 휘호로 그 의미를 더했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08

AI, 꼭 배워야 할까

AI, 꼭 배워야 하는 걸까. 최근 챗 GPT의 지브리(일본 애니메이션 회사) 스타일 이미지 생성 서비스 열기가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이미지 생성 기능이 출시된 지 일주일 만에 7억 장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며 그 열기를 짐작하게 했다. 사람들은 당연한 듯이 지브리 스타일의 만화 이미지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며 그 분위기를 이어갔다. 인공지능(AI)이 더 이상 과거의 상상 속 기술을 넘어 자연스레 일상으로 스며들어 우리 앞에 와 있는 것이다. 요즘 뜨고 있는 AI 관련 자격증 응시에도 2030 젊은 세대만이 아닌 50대 이상의 응시자도 늘어나고 있어 모두가 큰 관심을 보이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관심에도 아직 중장년층에게는 막상 써보려고 하면 너무 어렵게 느껴지고 전문가만 쓰는 것 같아 나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야기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때론 ‘AI를 꼭 배워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그건 현재 우리가 익숙하게 쓰고 있는 스마트폰과 같이 생각하면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전화와 문자만의 기능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영화도 보고 사진도 찍고 은행 일과 일정도 관리하는 다기능 도구가 된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AI와 마주하며 그 도움으로 대부분의 일이 수월해진 지금은 단순히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을 더 편리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AI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70대의 어르신도 도서관에서 마련한 AI 수업을 듣게 만들었다. “지금은 AI를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앞으로의 세상이 재미있고 주변의 어린아이들과도 대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두렵기보다는 잘 즐겨야 하는 세상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금 낯설어도 이제 필수가 되어버린 AI를 배우는 일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부터 하나씩 하면 어렵지 않다. 첫걸음은 스마트폰으로 음성 비서를 이용하면 일정 관리가 가능하다. AI 번역기로 외국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AI를 잘 활용하면 자기 계발도 한 발 더 쉬워진다. 예를 들면 영어 공부하기가 그렇다. 챗 GPT와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게 가능해진다. 또 여행 계획을 짠다든지 건강을 잘 관리하기 위한 나만의 운동과 식단으로 맞출 수 있다. 직장인들에겐 업무 정리 등 여러 가지 일들이 5분 안에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AI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도구지만, 이를 활용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천재가 되거나 세상을 바꿀 능력을 갖게 되는 건 아니다. 오랫동안 학습하고 경험을 쌓아야만 가능했던 일들을 훨씬 더 빠르게,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들이 쌓여 시간이 지날수록 이를 배우지 않는 사람과는 점점 더 능력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AI를 활용하는 사람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을 수행하고 업무의 효율성과 창의성에서 격차는 갈수록 커지게 된다. AI를 잘 쓰려면 결국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다. 먼저, 스마트폰에 말을 걸어 AI에게 질문하고 답 받기, 구글 번역을 실행에 번역할 문장을 입력하거나 카메라로 문서를 찍으면 AI가 번역한다. 네이버 파파고 앱에서도 가능하다. 이렇게 쉬운 기능들로 천천히, 꾸준히 연습하면 어느새 익숙해지는 순간이 온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