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청송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친환경 사과반’ 첫 수업에 청강생으로 참여했다. 재작년 응애 피해로 자두 과원을 사과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제대로 된 교육이 절실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덜컥 교육 신청을 했다가 떨어졌다. 실망하던 우리 부부에게 지인은 “청강생으로라도 한번 들어보라”라고 권유했다. 첫날 청강생으로 들어갔지만, 빠듯한 자리 사정에 괜히 눈치가 보여 다음 수업부터는 발길을 접었다. 아쉬움은 오래 남았다.
올해는 달랐다. 농업경영체 종목 추가 등 자격 요건을 꼼꼼히 갖춰 다시 도전해 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남편은 교육생으로, 나는 청강생으로 다시 나란히 책상에 앉았다. 작년에는 주눅 들었던 그 자리가, 올해는 왠지 조금 든든하게 느껴졌다.
교육은 3~12월까지 80시간 내외로 진행된다. 시기별 재배 기술부터 전정 원리와 실습, 사과 재배 선진지 및 관련 시설 현장학습까지 일정도 알차다. 작년 막 사과를 시작한 우리 부부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배움의 시간이다.
수업 시작 전에 권영문 부군수가 참석해 교육을 응원하며 올해 군의 중점 사업을 설명했다. 이어 함께할 40명의 교육생이 차례로 자기소개를 했다. 귀농 1년 차 청년부터 은퇴자, 고령의 귀농인까지 면면이 다양했다. 무엇보다 2~30대 젊은이들이 눈에 많이 띄어 반가웠다. 인구 소멸 위기라는 말을 자주 듣는 청송의 미래가 그 순간만큼은 조금 밝아 보였다. 내년에 귀농 예정인 아들의 앞날을 떠올리니 마음도 든든해졌다. 다만 사과 재배 기술이 뛰어난 현동·현서면에 비해 내가 사는 파천면의 인원이 적은 점은 못내 아쉬웠다.
첫 강의는 사과 재배의 기초였다. 핵심은 전정이었다. 햇빛과 통풍을 위해 실시하는 동계전정과 하계전정의 원리를 초보자도 알기 쉽게 풀어주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꽃눈에 대한 설명이었다. 흔히 관리를 잘못하면 꽃눈이 잎눈으로 바뀐다고들 말하지만, 강사님은 그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내년에 필 꽃은 이미 올해 6월 20일경에 결정된다는 것이다. 멘토에게서 듣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상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믿었던 말 하나가 무너지는 순간, 비로소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청송군은 지난 5일 ‘2026 청송군 농업인대학 입학식’을 열었다. 지역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전문 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해 올해도 사과 사관학교, 친환경 사과반, 미래 농업반의 3개 과정이 운영된다. 특히 ‘미래 농업반’에는 올해부터 자두 과정이 신설되었다. 이는 지역 농업인의 수요와 변화하는 농업 환경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지난 1월 ‘자두GAP 사업단 총회’에서 윤경희 군수가 자두를 사과 못지않은 청송의 대표 품목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는데, 이번 과정 신설에서 그런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작년 교육 신청에서 떨어졌을 때는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지 않는 행정’이 불합리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접 나무를 심고 가꾸며 수업을 들어보니, 현장 경험과 함께하는 공부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나무를 모르고 듣는 수업과, 나무를 만져본 뒤 듣는 수업은 확실히 달랐다. 배움도 결국 손끝의 감각 위에서 단단해진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강의실 문을 나서는 순간, 방금 배운 내용이 휘발되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그래도 며칠 전 적어둔 메모를 다시 들춰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귀농 15년 차인 남편도 사과 품목만큼은 막 시작한 초보다. 우리 부부는 아직 서툴고 배울 것도 많다. 하지만 꾸준히 배우고 익히다 보면, 머지않아 고수익을 올리는 어엿한 사과 농장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지난해의 낙방이 올해의 배움을 더 단단하게 받쳐주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손정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