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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 맛 없이 싱싱함 가득한 가자미 미역국

등록일 2026-03-16 18:23 게재일 2026-03-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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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밥 헌터스 포항 고을국수방

새벽시장에서 직접 사와 손질해 사용
밑반찬도 집밥처럼 제철 재료로 요리
차가자미 회국수·백합조개 칼국수 등
국수 종류와 계절별미 콩국수도 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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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을국수방 정문. 

필라테스하러 가서 강사님이 오늘은 스쿼트를 시켰다. 30분 만에 어지러워 주저앉고 말았다. 체력이 훅 떨어진 상태라 한 시간을 못 채우고 돌아왔다. 해외여행을 열흘 다녀온 뒤라 더 힘들었다. 비위가 약하고 입이 짧아 강행군인 패키지여행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거의 못 하고 돌아다녔다. 낮엔 과자로 저녁에 숙소에서 컵라면으로 버텼다. 
 

점심 약속으로 샐러드를 먹기로 했는데, 급히 장소를 바꾸자고 톡을 남겼다. 몸보신으로 소화가 잘되는 미역국을 먹자고. 마침, 우리 집 가까이 맛집이 있었다. 약속한 12시 30분이 되자 고을국수방은 빈자리가 없었다. 우리 두 사람이 마지막 남은 한 테이블을 차지했다. 사장님, 미역국 두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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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한상.

국수방이라는 이름에 맞게 국수 종류는 참가자미 회국수, 백합조개칼국수, 계절 별미로 콩국수와 전복죽도 있다. 다 맛있지만, 이 집은 가자미찜과 가자미 미역국이 단연 압권이다. 새벽 시장에서 싱싱한 가자미를 사 와서 손질한 가자미를 사용하니 비린 맛 하나 없이 시원함만 가득하다. 큰 대접에 푸른 바다를 가득 담아 손님상에 내온다. 호록호록 떠먹다 보니 몸속 가득 뜨끈한 기운이 퍼졌다. 필라테스하다 핑 돌던 어지럼증이 싹 달아났다.
 

안동이 고향인 나는 미역국을 끓일 때 넣는 생선은 한 가지뿐이다. 북어. 명태는 생선 중에 그나마 덜 비리지만 그 비린 맛조차 말리며 다 날려버리고 햇살과 협업한 감칠맛만 푸석한 몸속에 간직한 북어와 불린 미역을 달달 볶으면 뽀얀 국이 된다. 이런 초딩 입맛은 결혼 후 어머님이 끓여주신 가자미 미역국을 맛보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신혼 초, 그때는 토요일에 오전 근무를 했다. 남편이 퇴근할 무렵 1박 2일의 짐을 미리 싸놓고 기다렸다가 시댁으로 향했다. 일요일 새벽 어머님은 아들을 깨워 양포항으로 나갔다. 멸치가 싱싱한 날은 그걸로 젓갈을 담고, 홀띠기를 만나면 밥식해를 만드셨다. 그러다 가자미가 눈에 들어온 날에는 미역국을 끓이셨다. 어느 날엔 삶은 가자미를 소쿠리로 살살 흔들어가며 뼈와 살을 분리하는 방법을 내게 알려주셨다. 어머니는 잔가시 없이 잘 걸렀는데 내가 하면 꼭 가시가 목에 걸렸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다. 정육점에서 끊어 온 쇠고기는 이미 손질이 다 된 상태라 참기름에 볶기만 하면 되지만, 가자미는 살아서 펄떡거리니 까다로운 재료다. 일단 어떤 놈이 싱싱한 것인지조차 모르니 20년 넘게 옆에서 보기만 하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금도 가자미 미역국 만들기는 여전히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그래서 몸이 허할 때나 어머님의 손맛이 그리울 때면 고을국수방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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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물김치 쌈. 


이곳은 밑반찬이 엄마가 해주는 집밥처럼 제철 재료로 만든 것들이 나온다. 손이 많이 가는 나물 위주의 찬이라 더 좋다. 들에서 나는 시금치, 마늘쫑, 콩나물무침과 바다에서 건진 미역, 다시마무침, 멸치볶음이 함께다. 특히 멸치볶음은 눅눅하지 않고 바삭해 한 번 더 달라고 해서 먹는다. 김치와 물김치, 그리고 봄동물김치가 이 집 시그니처 반찬이다. 봄동 한 장을 밥에 올려서 강된장이나 젓갈을 올려 먹으면 공기밥은 무조건 추가다. 물론 미역국만으로도 충분한 곳이니 반찬은 덤이다.
 

실내에 6개의 테이블뿐이라 조금만 늦으면 웨이팅은 필수다. 테이블이 비자마자 다른 손님이 와서 앉는다. 미역국은 통에 담아 팔기도 하는데 전날 미리 전화하거나, 일찍 가야지 가능하다. 곧 날씨가 따뜻해지니 가자미회국수와 가자미찜을 먹으러 가자고 친구랑 약속했다. 주차장은 따로 없어서 가게 앞 골목길에 눈치껏 해야 한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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