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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그리워지는 한정식

등록일 2026-03-09 15:35 게재일 2026-03-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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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밥 헌터스 경주 ‘홍시’

다섯 가지로 구성된 전식
자글자글 닭죽, 쌀쌀한 꽃샘 추위에 딱
정식은 16가지 찬과 함께 나와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아 연구·조리
조미료 사용하지 않아 담백·깔끔한 맛
후식엔 쌍화차와 홍시
직접 여러 가지 약초 넣어 끓여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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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가게 정원.

홍시를 소개받았다. 무엇이든지 오래된 도시 경주에 살고 싶다는 문숙씨가 경주에 오래된 집을 샀다. 남편과 틈날 때마다 자신들의 손으로 고쳐서 아늑한 숙소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그 동네가 골목 골목이 볼 게 많아서 찾아다니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자랑했다. 그 골목에 있는 한정식 맛집이라고 홍시를 알려주었다. 듣자마자 나훈아의 노래가 떠올랐다.
 

 ‘홍시’의 도로명 주소는 화랑로, 옛 지번으로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으면 10분 거리인 성건동이다. 경주읍성 바깥 서쪽을 뭉뚱그려 구획한 ‘성서’와 북쪽인 ‘성북’을 합쳐 성건동이라 한다. 성건동의 乾이 8방위에서 서북방을 이르는 말이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도 제일 많았고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몰려 사는 동네였지만, 황성동, 용강동, 충효동, 현곡면 금장리가 차례대로 개발되면서 인구가 줄어들며 명성이 많이 퇴색되었다.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홍시’라는 간판을 끼고 안으로 들어서니 뜻밖에도 제법 주차장이 넓다. 정원에 나무와 꽃이 많아 봄이면 볼거리가 더 많아질 것 같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니 봉당에 신발이 가득했다. 손님들이 벗어두면 주인장이 얼른 달려와 가지런히 정리했다.
 

실내는 오래된 집이라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시간을 수집한다는 수석이 장에 가득했고, 곱게 자수를 놓은 병풍, 소의 멍에가 장식으로, 코너마다 놓은 반닫이장 위에 도자기들이 예사롭지 않다. 하나씩 둘러보려면 시간이 모자랐다. 예약도 안 된다고 해서 무작정 이른 점심시간에 달려왔더니 다행히 막 손님이 일어선 자리가 나서 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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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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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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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

보통으로 드릴까요? 네~. 한정식과 불고기 한정식 두 종류뿐이니 보통이라면 불고기를 뺀 것을 묻는 것이라 짐작하고 그렇게 달라 했다. 주문을 받으며 내 온 것은 차였다. 남편은 향이 좋다고 했고 그냥 물이 제일 즐기는 나로서는 디른 물병을 따로 받았다. 잠시 후 전식이 나왔다. 뚝배기에 담긴 게 무엇이냐고 물으니 닭죽이라고 했다. 자글자글 끓어 쌀쌀한 꽃샘 추위에 딱이었다. 찹쌀전병, 단호박샐러드, 채소샐러드, 얇게 부핀 파래전까지 다섯 가지였다. 닭죽을 먼저 먹고 파래전을 맛보니 쫄깃하니 입에 착 감겼다. 양이 적은 나로서는 이미 배가 불렀다.


뒤이어 정식이 16가지 찬과 함께 나왔다. 주인장의 말로는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이어받아 재래장류와 발효음식이고 직접 연구하고 조리하며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다. 특히 들깨탕은 과하지 않고 슴슴해 좋았다. 다른 찬은 약한 간과 심심한 것을 좋아하는 내 입맛엔 살짝 달았다. 후식으로 홍시와 쌍화차를 주셨다. 직접 여러 가지 약초를 넣어 끓였다며 자랑하는 바깥주인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가게 이름이 왜 홍시냐고 물으니 나훈아 노래 ‘홍시’처럼 엄마가 그립다는 가사가 어머님이 하던 음식을 듣고 따라 해서 잘 어울렸다고 한다. 


 홍시는 2018년 발매된 New Freestyle (40주년 기념앨범)에 수록되었다. 본래 1992년에 처음 발표된 ‘석류가 웃는 이유’로 후배 가수 김지애의 앨범 및 동명 곡으로 등장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나훈아가 광복 60주년 기념 공연 ‘나훈아의 아리수’에서 이 곡을 리메이크해 ‘아리수’, ‘사내’와 함께 무대에 올리면서 비로소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가게 홍시가 27년 되었다고 하니 노래가 먼저인지 이집이 먼저인지 헷갈리지만 둘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건 같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생각이 난다 힘든 세상 뒤쳐질세라 사랑땜에 아파 할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그리워진다’ 노래를 읊조리며 가게를 나섰다. 경북 경주시 화랑로19번길 5, 0507-1462-8668.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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