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우리고장은 지금 = 칠곡군

박호평 기자
등록일 2026-01-25 18:40 게재일 2026-01-26 17면
스크랩버튼
지방 소멸 시대, 거주지 계속 살고 싶다

 

김재욱 칠곡군수(오른쪽 두번째)가 한 농가를 찾아 농심을 경청하고 있다./칠곡군 제공

“군민 10명 중 8명, 칠곡군에 계속 살고 싶어요.”
지방 소멸이 일상이 된 시대에 주목할 만한 수치가 나왔다.

칠곡군이 지난해 10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웰에 의뢰해 주민 1207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82.9%가 현재 거주지에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단순한 만족도를 넘어, 지역에 남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응답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사람이 지역에 남겠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경제 지표 하나로 설명되기 어렵다. 이동 여건은 어떤지, 돌봄과 의료는 어느 정도 확보돼 있는지, 행정은 주민 요구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

‘계속 살고 싶다’는 응답은 정책 성과의 나열보다, 변화가 일상에서 어떻게 체감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칠곡의 최근 행정 흐름은 형식과 관행을 줄이고, 현장 중심으로 전환되는 과정이었다. 불필요한 보고 체계를 정비하고 주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확대한 변화는 행정의 태도를 바꾸는 출발점이었다. 행정의 방식이 달라지면서 정책 집행의 속도와 전달력도 함께 조정됐다.

이 같은 변화는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 해결에서도 확인된다. 북삼 오평산업단지는 20년 가까이 논의만 반복되며 진전을 보지 못했던 사업이다.

각종 규제와 절차, 이해관계가 얽히며 계획은 있었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최근 들어 이 산업단지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지역에서는 “말만 무성하던 사업이 처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장기간 표류하던 과제가 현실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신호이자, 지역의 미래 산업과 일자리 기반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정 기조는 국·도비 확보와 주요 공모사업 선정으로도 이어졌다. 중앙부처를 찾아 지역 현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 발전사업과 문화 기반 시설 조성 등 주요 사업들이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 주목할 점은 예산의 규모보다, 지역의 필요가 정책 논의 과정에서 설득력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다.

생활 여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구권 광역철도 개통과 광역 환승제 시행은 칠곡의 생활권을 넓혔고, 돌봄과 복지 분야에서는 경로당 식사 지원과 노인일자리 확대, 돌봄 체계 보완 등이 일상의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누적되면서 정주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 결과는 성과와 함께 과제도 함께 보여준다. 주민들은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종합병원을 비롯한 의료시설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계속 살고 싶다’는 응답과 이러한 인식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은, 현재의 변화가 완료 단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지방 소멸 문제는 이제 개별 지역의 위기를 넘어 전국적 구조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일부 지역은 단기 성과에 집중해 왔지만, 정주 인구를 붙잡는 데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방 소멸의 해법이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에 있지 않다는 점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칠곡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대규모 개발이나 일회성 처방보다, 행정의 태도와 정책 방향을 조정하며 생활 속 변화를 축적해 온 과정이 정주 의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방 소멸 논의에서 중요한 질문은 왜 떠나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남게 하는가다.

정주 의지는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는다. 군민 다수가 ‘계속 살고 싶다’고 답한 평가는 어느 한 시점의 성과라기보다, 변화가 누적된 결과에 가깝다.

의료와 생활 인프라, 산업 기반처럼 시간이 필요한 과제일수록 단기 대응보다 정책의 일관성이 요구된다. 변화의 흐름이 이어질 때 체감은 쌓이고, 신뢰는 유지된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지금의 방향을 유지하면서 미완의 영역을 차분히 보완해 나갈 수 있는 행정의 연속성이다. 지방 소멸 시대, 지역의 경쟁력은 속도보다 방향, 단기 성과보다 정책의 지속성에서 판가름 난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

우리 고장은 지금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