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맞이한 2026년. 병오(丙午)년 말띠 해다. 그것도 붉은 말, 적토마의 해다. 천간 ‘병(丙)’의 방위는 남쪽이며 색은 붉은 색, 오행으로는 화(火)에 해당한다. 삼국지에서 여포가 탔다는 적토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렸다고 전해지는 명마(名馬)다. 병오년이 상징하는 붉은 기운의 에너지가 유독 강렬하게 다가온다.
해마다 띠의 방위와 색이 달라지는 것은 천간의 위치 변화 때문이다. ‘갑·을’은 동쪽, ‘병·정’은 남쪽, ‘무·기’는 중앙, ‘경·신’은 서쪽, ‘임·계’는 북쪽에 위치한다. 동은 푸른색(木), 남은 붉은색(火), 중앙은 노란색(土), 서는 하얀색(金), 북은 검은색(水)이다. 이 질서에 따르면 2027년 정미(丁未)년은 ‘붉은 양’의 해가 된다. 음양오행 사상은 시간과 자연, 인간의 삶을 하나의 질서 속에서 이해하려는 오래된 지혜다.
음양과 오행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요일에서도 순환한다. ‘월·화·수·목·금·토·일’은 하늘에 떠 있는 천체의 이름이다. 고대인들은 이 천체들이 인간의 운명을 지배하는 신성한 힘을 가졌다고 믿었다. 요일 순서가 태양계 행성 배열과 다른 이유는 ‘플래니터리 아워(Planetary Hour)‘라는 고대의 천문 계산법 때문이다. 이는 하루를 지배하는 행성의 순환에서 비롯된 체계다. 이 7일 체계는 불교 경전과 함께 중국을 거쳐 동아시아로 전해진다.
이름을 지을 때 음양오행의 상생을 따지고, 날짜를 육십갑자로 헤아리게 했던 이 철학 체계는 중국 고대 제나라 사람 추연에 의해 집대성되었다. 유교문화가 확산되면서 이 사상은 동아시아 전반으로 퍼진다. 건곤과 팔괘로 이루어진 ‘주역’ 역시 음양오행 이전에 성립된 책이지만 유교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음양오행 사상과 결합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체계를 이루게 된다.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주역에서 뽑았다. ‘변동불거(變動不居)’다. 세상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뜻으로 한국 사회가 처한 불확실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중소기업계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을 선택해 불확실성 속에서도 쉼 없이 전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세종시는 ‘승풍파랑(乘風破浪)’을 통해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기세 좋게 헤쳐 나가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의 시대를 건너려는 의지가 담긴다.
경북매일의 신년휘호는 ‘정통인화(政通人和)’다. ‘정치는 통하고 사람은 화합하길’ 바라는 염원으로 붓을 들었다는 솔뫼 정현식 선생의 말처럼 혼탁한 정치가 맑아지기를 갈망하는 마음이 거친 필획 속에 담겼다. 피할 수 없는 변화를 이끄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병오년 적토마의 기운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변화를 감당하는 우리의 자세를 묻고 있다.
지식인들이 앞 다투어 나라를 걱정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결코 태평성대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변화의 시대는 동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 병오년 새해 첫날, 해맞이를 위해 새벽잠을 설치며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오도리 사방기념공원으로 향한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였던 묵은봉 정상에 어스름 홍반장의 배가 보인다. 추위도 아랑곳 않는 사람들. 붉은 해가 구름 사이에서 고개 내밀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지고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며 저마다의 소망을 가슴에 품는다. 적토마처럼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흔들려도 멈추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붉은 기운에 작은 희망을 실어 이 땅의 안녕을 기원해본다.
/박귀상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