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큰아이가 꿈을 이야기할 때마다 변함없이 등장하는 문구다. 한때 난민을 지원하는 공익법센터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아이는 세상의 끝에 놓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게 되었고, 자신은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가끔은 엄마인 나에게 교훈을 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사함과 함께 숙연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 의회에서는 ‘포항 외국인 노동자 인권 개선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동대학교 아시아인권법학회 지도교수와 학회원, 포항시 관계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지난해 7월 숲 가꾸기 사업 현장에서 폭염으로 네팔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시정질문을 했고,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그 연장선에서 이번 간담회를 마련하게 되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포항 외국인 선원 인권 보호’ 실태를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실제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기는 어려웠지만, 구룡포 일대를 중심으로 외국인 선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포항시는 경제노동과에서 외국인 근로자 상담센터 운영 현황을 공유했고,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해 외국인 노동자를 배려한 5개 국어 안전지침 안내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촌활력과에서는 E-10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선원 관리 실태를 설명했고, 녹지과는 네팔 노동자 사망 이후 산림사업 업무 대행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더욱 강화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폭염 속 숲 가꾸기 사업 도중 사망한 네팔 노동자 사건과 관련해 시정질문을 준비할 당시, 포항시와 산림조합, 시공사가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업 전반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지침과 매뉴얼은 존재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서류 속 매뉴얼’에 불과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다가왔다.
2017년 포항 지진 당시, 한 장애인 단체가 재난 대피소 이용 경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대피소에 개별 텐트가 설치되었지만,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텐트 줄에 걸려 이동조차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 들었던 말 가운데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은, 비장애인도 살기 좋은 세상이다”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재난 대피 시설뿐 아니라 일상 속 이동 환경과 안전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은 특정 집단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는 뜻이었다.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도 같은 맥락에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인권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망망대해에서 조업하는 일부터 농촌 비닐하우스 작업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들고 위험한 일자리를 떠받치고 있다. 이러한 노동은 아직 AI로 대체할 수 없는 필수 노동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는 세상의 낮은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며, 따뜻한 환대로 이들을 맞이해야 한다. 포항이 그들을 더 넉넉하게 품을 수 있는 도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바란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