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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항, 치유농업으로 농업 대전환을 꿈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치매마을 호그벡(Hogeweyk)은 전 세계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9월 포항시 농업기술센터와 민간 농업 전문가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을 때 자유롭게 산책하는 치매 어르신들은 일반적인 시설에서 치매 환자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탈피해 일상적으로 삶을 온전하게 누리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전통적인 ‘농업 중심 치유농업 시설’은 아니지만 치유농업의 핵심 원칙인 자연·일상·자율성을 통한 치유를 지향하면서 전 세계 치유농업과 돌봄 농업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어 방문한 네덜란드의 세계적 농업 명문인 ‘바헤닝언 대학교(WUR)’에서는 기술과 데이터가 농업과 결합해 미래 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농업이 단순한 1차 산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핵심 산업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매우 큰 울림을 주었다. 포항에서도 얼마 전 ‘농업 대전환 시대의 나침반:치유농업 포럼’이 열렸다. 농업이 생산의 영역을 넘어 시민의 마음과 몸을 돌보는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치유농업은 “국민의 건강 회복과 증진을 위해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한 치유 서비스”라고 법에 명시하고 있다. 농업과 보건·복지가 결합한 새로운 공공서비스이자 지역의 새로운 산업 모델로 가능성은 이미 검증되었다. 현재 포항에서는 곤충을 활용한 체험형 농장, 원예와 미술 치료를 접목한 치유 농장 등 7곳이 운영 중에 있다.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농장주들의 치유를 향한 열정만큼은 여느 산업 못지않다. 그분들의 도전과 열정이 있기 때문에 포항농업의 대전환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포항이 지금 치유농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포항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철강 도시지만 성장 뒤에 환경이나 산업재해 등으로 시민들의 피로도 누적되고 있다. 이제 포항은 단순한 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넘어 시민의 삶을 회복하고 공동체를 바로 세우는 새로운 도시 전략이 필요하다. 그 해답 중 하나가 바로 치유농업이 될 수 있다. 바다와 산에 둘러싸인 도농 복합도시 포항이 자연 자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치유농업의 장은 더 넓고 깊게 펼쳐질 수 있다. 해마다 입학식 때마다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 농부학교에 어린 농부들은 한해 농사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 잠시 게임에서 벗어나 직접 모종을 심고 더운 여름에 물을 주고 흙과 친해지면서 텃밭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치매 어르신들은 원예치료로 기억의 끈을 좀 더 붙잡을 수 있을 것이고, 장애인들도 작은 화분에 자신만의 식물을 심으면서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앞으로 포항시가 국비 공모사업으로 치유농업 센터 건립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포항농업이 치유농업으로 대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지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 기회가 이 도시에 새로운 생명과 가능성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5-11-23

포항형 빈집 실험 프로젝트

포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우체국 앞에서 만나자”는 말이 익숙할 것이다. 한때 시민들의 약속 장소이자 도심의 중심이었던 중앙상가와 육거리 일대는 이제 사람의 발길이 드문 거리로 변해가고 있다. 낡은 간판과 ‘임대 문의’ 현수막이 늘어가며, 포항의 상징이었던 이곳은 세월의 흔적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도시의 빈집과 빈 건축물은 더 이상 버려진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도시가 스스로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여백이며, 시민과 지역이 함께 미래를 실험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최근 한동대학교가 주최한 ‘다시, 육거리(RE:CROSSING)’ 프로젝트는 그 가능성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중앙상가의 20여 개 빈 점포를 임대해 전시·공연·체험 공간으로 꾸민 이 프로젝트는 대학, 상인회, 예술가가 함께 만든 민간 주도형 도심 재생 모델이다. 학생들의 졸업 작품이 골목 전시로 이어지고, 청년 밴드의 공연이 상가의 불빛을 다시 켜는 장면은 빈집이 단순한 철거 대상이 아니라 도시를 재창조하는 무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얼마 전 열린 ‘포항시 빈집 정비 및 관리방안 대토론회’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더욱 구체화하였다. 포항은 2019년 기준 노후 공동주택 빈집 수 3,556호로 전국 3위 수준에 이른다. 토론회에서는 “도농 복합도시인 포항은 획일적인 정비보다 지역 맞춤형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충남대 건축학과에서 “멋진 건물보다 살기 좋은 동네가 중요하다”며 빈집을 공유와 휴식의 오픈 스페이스로 조성한 사례도 소개되었다. 이제 포항은 단순히 철거형 빈집 정비사업에서 벗어나 소유주·시민·공공이 함께 관리하는 거버넌스 형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국내외에서는 이미 빈집을 도시재생의 자산으로 삼은 성공 사례가 많다. 일본은 ‘아키야(빈집) 뱅크’를 통해 노후 주택을 청년 창업자나 예술가에게 연결했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폐공장을 리모델링해 문화와 기술이 공존하는 ‘이노베이션 허브’로 재탄생시켰다. 우리나라 전주의 팔복예술공장은 버려진 산업단지를 예술공간으로 바꾸어 시민의 발길을 되돌려놓았다. 이제 포항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포항형 빈집 실험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지금의 빈집 정비사업은 공영주차장이나 임시 텃밭 조성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상상력을 더해 시민들이 즐겨 찾는 문화·예술·공유공간으로 재탄생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민·관·학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형 빈집 프로젝트를 구축해야 한다. 한동대에서 주최한 ‘다시 육거리’처럼 지역 대학과 청년, 기업이 협력해 쇠퇴한 원도심에 창의적 활력을 불어넣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정부의 ‘뉴:빌리지 사업’이나 ‘범정부 빈집 관리계획’을 포항 실정에 맞게 접목해 철거보다 관리·활용 중심의 도시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빈집은 도시의 상처가 아니라, 새로운 실험의 무대다. 포항의 빈집이 다시 빛을 켜고, 사람의 온기가 돌아오는 그날까지 시민·대학·기업이 함께하는 ‘포항형 빈집 실험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길 기대한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5-11-09

포항 지진소송의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하며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포항 지진 관련 정책 포럼에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포항 촉발 지진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에 정의롭고 현명한 판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른 새벽부터 국회까지 한걸음에 달려오신 포항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국회와 대법원에 전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은 지열발전소의 촉발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그날의 충격은 단순히 건물의 균열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과 공동체의 기반까지 무너졌다. 8년이 지난 지금도 포항은 지진복구와 피해 배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지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2019년 정부조사연구단은 포항 지진이 국책사업인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으로 발생한 ‘유발 지진’임을 공식 확인했다. 이후 2023년 1심에서는 피해 주민 1인당 200만~ 300만 원의 정부 배상을 인정했지만, 올해 5월 2심에서 일부 패소 판결이 내려지면서 시민들은 또다시 지진으로 혼란과 분노에 휩싸였다. 그 충격은 5.4 강진만큼이나 시민들의 삶을 흔들고 있다. 왜 포항 시민들은 지진 이후에도 ‘손해배상 소송’이라는 또 다른 재난에 흔들려야만 하는가? 이제 포항 지진 손해배상은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 대법원이 손해배상 상고심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한번 시민들은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다.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포항 지진은 국책사업으로 인한 촉발 지진이다. 촉발 지진으로 국민의 재산과 안전이 침해받은 만큼 국책사업에 대한 책임소재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손해배상에 대한 증명책임은 포항 시민에게 있지 않다. 포항 시민들은 이미 재난으로 오랜 시간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견뎌왔다. 포항은 지진 이후에 힌남노라는 대형재난까지 겪으면서 안전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도시보다 높다. 대법원의 정의롭고 현명한 판결은 포항 시민들이 안전하게 일상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둘째, 이번 판결은 포항 지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 일본이나 대만, 뉴질랜드의 경우 지진 이후에 지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박물관이나 문화적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에 반해 포항은 지진복구나 배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패러다임 전환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포항도 손해배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된다면 지진을 치유와 성장의 역사로 전환하고 문화적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포항 지진 손해배상 소송은 단순히 금전적 차원을 넘어 국책사업을 안전하게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제대로 판결한다면 향후 진행되는 국책사업은 더 안전하게 추진될 것이며 제2의 포항 지진과 같은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갖출 수 있다. 무엇보다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을 통해 포항 지진 손해배상 소송이 원만히 마무리 되길 바란다. 이번 판결이 지진으로 8년간 흔들렸던 포항 시민들의 삶과 일상이 안전하게 회복되는 이정표가 되길 다시 한번 기대한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5-10-26

포항시, 글로벌 AI 선도 도시로 비상하다

철강 경기 침체로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포항시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일, 포항시가 ‘챗GPT’를 만든 오픈 AI의 AI 데이터 센터 건립지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대형 프로젝트지만 이번 결정이 포항의 산업구조와 도시의 미래를 바꿀 중대한 전환점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오픈AI는 왜 한국, 그리고 왜 포항을 선택했을까? 첫째, 이재명 정부의 AI 강국 실현 의지와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큰 역할을 했다. 정부는 출범 이후 ‘AI 3대 강국 도약’을 국가 비전으로 내세우며, 데이터·반도체 등 핵심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자,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 생산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오픈 AI가 필요로 하는 AI 산업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 둘째, 포항의 입지적 강점이다. 오픈AI는 삼성과 함께 바다 위에 세워지는 차세대 친환경 ‘플로팅(부유식) 데이터 센터’를 개발할 계획이다. 포항은 해양 접근성이 뛰어나고, 포스코와 에코프로 등 국가 첨단 전략산업이 집적되어 있으며, 대규모 전력 확충이 가능하다. 또한 포스텍과 한동대를 비롯해 방사광가속기, 나노융합기술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 세계적인 연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포항시의 실력 있는 체계적인 대응 전략이다. 오픈 AI의 투자가 지역경제와 시민의 삶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향이 필요하다. 첫째, AI 선도 도시로 가기 위한 체계적인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중앙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포항시의 전략적 역량이 핵심이다. 부지 선정과 인허가 절차, 인프라 구축, 기업 협력 등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인허가 패스트트랙 지원 TF팀’을 구성하고, 분야별 전문가로 이루어진 실무추진 TF팀을 함께 운영해야 한다. 둘째, 지역 산업과의 연계 및 인재 양성이다. AI 데이터 센터 유치는 단순한 시설 유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포스코, 에코프로, 포스텍, 한동대 등 지역 산업과 대학 등이 함께 참여하는 ‘AI+철강’, ‘AI+이차전지’, ‘AI+대학’, ‘AI+창업’ 같은 융합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동시에 ‘포항형 AI 아카데미’와 시민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포항 시민이 AI 시대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AI 선도 도시를 위한 차별화된 정주 환경 조성이다. AI 전문가와 연구자들이 포항에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 교육, 문화, 복지 인프라를 적극 확충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며 일할 수 있는 도시,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이 중심이 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포항시가 AI 선도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하루 아침의 기적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 공무원들의 땀과 노력, 포항 시민의 염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그 땀이 결실을 맺을 시간이다. 철강 산업으로 실력을 다진 포항시가 AI 선도 도시라는 새로운 결실을 시민의 삶 속으로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다시 한번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큰 박수와 감사를 보낸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