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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외국인 노동자의 낮은 목소리

“세상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큰아이가 꿈을 이야기할 때마다 변함없이 등장하는 문구다. 한때 난민을 지원하는 공익법센터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아이는 세상의 끝에 놓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게 되었고, 자신은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가끔은 엄마인 나에게 교훈을 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사함과 함께 숙연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 의회에서는 ‘포항 외국인 노동자 인권 개선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동대학교 아시아인권법학회 지도교수와 학회원, 포항시 관계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지난해 7월 숲 가꾸기 사업 현장에서 폭염으로 네팔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시정질문을 했고,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그 연장선에서 이번 간담회를 마련하게 되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포항 외국인 선원 인권 보호’ 실태를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실제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기는 어려웠지만, 구룡포 일대를 중심으로 외국인 선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포항시는 경제노동과에서 외국인 근로자 상담센터 운영 현황을 공유했고,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해 외국인 노동자를 배려한 5개 국어 안전지침 안내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촌활력과에서는 E-10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선원 관리 실태를 설명했고, 녹지과는 네팔 노동자 사망 이후 산림사업 업무 대행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더욱 강화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폭염 속 숲 가꾸기 사업 도중 사망한 네팔 노동자 사건과 관련해 시정질문을 준비할 당시, 포항시와 산림조합, 시공사가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업 전반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지침과 매뉴얼은 존재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서류 속 매뉴얼’에 불과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다가왔다. 2017년 포항 지진 당시, 한 장애인 단체가 재난 대피소 이용 경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대피소에 개별 텐트가 설치되었지만,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텐트 줄에 걸려 이동조차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 들었던 말 가운데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은, 비장애인도 살기 좋은 세상이다”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재난 대피 시설뿐 아니라 일상 속 이동 환경과 안전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은 특정 집단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는 뜻이었다.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도 같은 맥락에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인권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망망대해에서 조업하는 일부터 농촌 비닐하우스 작업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들고 위험한 일자리를 떠받치고 있다. 이러한 노동은 아직 AI로 대체할 수 없는 필수 노동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는 세상의 낮은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며, 따뜻한 환대로 이들을 맞이해야 한다. 포항이 그들을 더 넉넉하게 품을 수 있는 도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바란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6-01-11

소박한 우리의 새해 소망

2026년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날 포항은 호미곶을 비롯해 영일대와 송도 해수욕장, 영일만항까지 일출 명소마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른 새벽부터 도로 위는 해맞이객들로 분주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포항은 어디에서든 해맞이할 수 있는 도시다. 장소를 골라 떠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도시에 대한 작은 자부심이 생긴다. 이날 나는 효자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시민들과 함께 새해 첫 태양을 마주했다. 동이 트기 전, 주위를 붉게 물들이던 여명을 바라보며 곧 떠오를 태양을 기다리는 마음은 이내 벅차올랐다. 매일 떠오르는 해이지만, 1월 1일에 마주하는 해돋이는 우리에게 늘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더 이루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조급해진다. 크고 분명한 목표를 세워야 할 것 같지만, 올해만큼은 조금 더 소박한 우리의 소망들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제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에 감사할 수 있는 오늘, 출근길 바다가 오늘은 유난히 잔잔하기를 바라는 마음, 신호등 앞에서 괜히 숨을 재촉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누군가는 사무실 한켠에서 건네는 따뜻한 인사 한마디에 하루를 시작할 힘과 용기를 얻고, 누군가는 병원에서 듣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더 건강해질 내일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누군가는 오늘 하루만큼은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고, 잘 견디고 버텨온 스스로를 토닥이며 칭찬할 수 있는 여유로 채워지는 그런 하루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처럼 소박한 우리의 새해 소망은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을 묵묵히 지탱해 주는 힘은 어쩌면 이런 사소하고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포항은 수많은 파도를 넘으며 지나온 도시다. 산업의 굴곡이라는 파도를 넘어왔고, 지금도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높은 파도 앞에 서 있다. 하지만 그 숱한 파도 앞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살피고 다독이며 함께했기에 오늘까지 올 수 있었다. 그래서 2026년의 포항은 성장이라는 속도만큼이나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가 더욱 필요하다. 지난해 우리 모두는 큰 파도와 어려움을 함께 넘어왔다. 거친 파도를 견디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과 자세가 더욱 겸손해졌는지도 모르겠다. 2026년 포항은 도시의 변화와 성장만큼이나 사람의 온기가 차가운 철의 도시를 따뜻하게 채워가길 바란다. 기업은 노동자를 살피는 마음으로, 노동자는 경기 침체로 어려운 기업의 입장을 한 번쯤 돌아보면 어떨까.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민의를 살피며 공공의 선을 위해 일하고, 시민들은 서로의 이웃을 돌아보며 알뜰하게 챙긴다면, 이 도시는 다시 생명력으로 가득 차고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소망은 꼭 거창할 필요가 없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내일을 다시 마주할 용기만 있다면 우리 모두의 2026년은 충분히 단단해질 수 있다. 새해를 맞은 포항의 아침이 조용하지만, 깊은 희망으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에 천천히 스며들기를 바라며, 올 한 해도 서로의 안부를 묻는 도시로 함께 걸어가고 싶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6-01-04

어린이의 질문에, 포항이 답해야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역 아동센터에 다니는 ○○입니다.” 얼마 전 의회로 뜻밖의 선물이 도착했다. 포항의 한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초등학생이 직접 쓴 편지였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어린이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또박또박 담겨 있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가끔 생각해보면 어른들은 참 좋지 않은 것을 하는 것 같아요. 우리에게는 건강에 나쁘다고 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욕하지 말라고 하면서 운전할 때 욕하는 어른들도 봐요. 어린이들이 보는 곳이든 안 보는 곳이든, 우리에게만 하지 말라고 하면 될까요?" 그리고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을 배웠다며, 도대체 누가 윗물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규칙 같은 법도 있다는데, 어른들이 그것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이야기로 편지는 마무리돼 있었다. 어린이의 문제의식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지역아동센터가 있는 건물임을 알면서도, 바로 아래층이나 주변에서 어른들이 담배를 피우는 현실, 그로 인해 겪는 간접흡연의 고통을 또렷이 짚어냈다. 이 편지를 읽으며 ‘민원’이라는 말보다 ‘부끄러움’이 먼저 떠올랐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어린이들이 오히려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을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독 ‘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하는 어른들이 정작 자신에게만은 지나치게 관대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모범을 보여야 할 어른들을 향해 단호하게 질문을 던지는 어린이들의 태도 앞에서 숙연해지기도 했다. 포항시의 대부분 행정은 지역 현안과 개발, 예산 논의가 중심이고, 아동과 청소년의 생활환경을 세밀하게 살피는 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아동, 청소년들은 민원을 제기하기도 어렵고, 자신의 불편을 제도로 연결할 통로도 거의 없다. 그렇기에 이 편지는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 의정활동의 방향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편지를 받은 뒤 해당 지역아동센터에 전화를 걸었고, 직접 찾아가 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4여 년 동안 많은 민원인을 만났지만, 이렇게 정성스러운 민원을 받은 것도 처음이었고, 가장 어린 민원인들의 민원이라 더 감동적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안전한 공간에서 신나게 놀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자라는 동네. 그것은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기본 조건이다. 어린이들이 잘사는 동네는 결국 모두가 살기 좋은 동네가 되고, 그런 동네가 모여 포항이라는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의정활동 4년을 마무리해 가는 지금, 어린 민원인의 목소리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도시를 잘 만든다는 것은 거창한 개발계획 이전에, 가장 작은 시민의 일상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그것이 포항시를 제대로 만들어가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다시 마음에 새기며, 정성스럽게 편지를 보내준 나의 첫 어린이 민원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5-12-21

지속 가능한 포항시 2040 도시기본계획의 조건

지난주 금요일부터 포항시의회는 내년도 예산 심사에 돌입했고, 건설도시위원회는 첫 순서로 도시안전주택국 예산을 심사했다. 특히 이번 심사에는 포항시 도시계획과가 제출한 2040 도시기본계획 수립 용역비가 포함되어 있다. 본 의원은 도시안전주택국 정책 질의에서 ‘2040 도시기본계획 수립의 중요성’을 집중 다뤘다.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이 계획은 앞으로 포항시의 행정·재정·공간정책을 이끄는 도시의 헌법과도 같은 존재다. 사실 그동안 포항시의 도시기본계획은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대표적으로 △생활권 구조 분석의 부족 △인구·경제 전망의 과도한 낙관주의 △구체적 실천 전략의 부재 등이다. 특히 지난 계획에서는 인구 감소 추세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 택지 과잉 조성, 녹지 훼손, 공동주택 공급 과잉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포항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2040 도시기본계획은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검토한 다음 계획 수립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산업 전환을 반영한 미래 도시상을 제시해야 한다. 포항은 오랜 기간 철강 산업 중심의 산업도시였지만 지금은 AI, 2차전지, 수소 등 신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다변화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변화다. 산업이 바뀌면 도시공간의 기능, 주거와 교육, 교통체계, 청년 정주 환경까지 모두 달라져야 한다. 둘째, 남·북구 균형 발전을 실질적으로 실현할 도시계획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포항은 남구에 산업단지와 공업시설이 집중되면서 환경 부담이 커지고, 반대로 북구는 주거와 상업 기능이 몰리며 지역 간 편차가 심화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출퇴근 시간 증가, 교통 혼잡, 주거·교육 서비스 격차 등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남·북구 생활 SOC 균형 배치, 원도심 활성화 전략 등을 포함해 도시 전체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셋째, 2040 도시기본계획은 개발 중심을 넘어 지속 가능한 도시를 목표로 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도시는 “아파트를 지으면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개발 중심 논리를 앞세웠지만, 저출생·고령화·인구 유출이라는 구조적 변화를 고려하면 이러한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포항 역시 1인 가구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 인프라, 아이를 키우며 일할 수 있는 보육·교육 환경, 어르신의 돌봄 공백이 없는 촘촘한 복지체계를 우선적으로 담아내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도시 숲 확대, 안전도시를 위한 환경·재난 계획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2040 도시기본계획은 행정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계획이 아니라,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산업 전환, 균형 발전, 지속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2040 도시기본계획이 설계된다면 포항은 단순히 ‘성장하는 도시’를 넘어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 다음 세대가 꿈꿀 수 있는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2040 도시기본계획이 지속 가능한 포항시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5-12-07

포항, 치유농업으로 농업 대전환을 꿈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치매마을 호그벡(Hogeweyk)은 전 세계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9월 포항시 농업기술센터와 민간 농업 전문가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을 때 자유롭게 산책하는 치매 어르신들은 일반적인 시설에서 치매 환자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탈피해 일상적으로 삶을 온전하게 누리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전통적인 ‘농업 중심 치유농업 시설’은 아니지만 치유농업의 핵심 원칙인 자연·일상·자율성을 통한 치유를 지향하면서 전 세계 치유농업과 돌봄 농업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어 방문한 네덜란드의 세계적 농업 명문인 ‘바헤닝언 대학교(WUR)’에서는 기술과 데이터가 농업과 결합해 미래 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농업이 단순한 1차 산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핵심 산업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매우 큰 울림을 주었다. 포항에서도 얼마 전 ‘농업 대전환 시대의 나침반:치유농업 포럼’이 열렸다. 농업이 생산의 영역을 넘어 시민의 마음과 몸을 돌보는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치유농업은 “국민의 건강 회복과 증진을 위해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한 치유 서비스”라고 법에 명시하고 있다. 농업과 보건·복지가 결합한 새로운 공공서비스이자 지역의 새로운 산업 모델로 가능성은 이미 검증되었다. 현재 포항에서는 곤충을 활용한 체험형 농장, 원예와 미술 치료를 접목한 치유 농장 등 7곳이 운영 중에 있다.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농장주들의 치유를 향한 열정만큼은 여느 산업 못지않다. 그분들의 도전과 열정이 있기 때문에 포항농업의 대전환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포항이 지금 치유농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포항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철강 도시지만 성장 뒤에 환경이나 산업재해 등으로 시민들의 피로도 누적되고 있다. 이제 포항은 단순한 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넘어 시민의 삶을 회복하고 공동체를 바로 세우는 새로운 도시 전략이 필요하다. 그 해답 중 하나가 바로 치유농업이 될 수 있다. 바다와 산에 둘러싸인 도농 복합도시 포항이 자연 자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치유농업의 장은 더 넓고 깊게 펼쳐질 수 있다. 해마다 입학식 때마다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 농부학교에 어린 농부들은 한해 농사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 잠시 게임에서 벗어나 직접 모종을 심고 더운 여름에 물을 주고 흙과 친해지면서 텃밭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치매 어르신들은 원예치료로 기억의 끈을 좀 더 붙잡을 수 있을 것이고, 장애인들도 작은 화분에 자신만의 식물을 심으면서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앞으로 포항시가 국비 공모사업으로 치유농업 센터 건립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포항농업이 치유농업으로 대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지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 기회가 이 도시에 새로운 생명과 가능성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5-11-23

포항형 빈집 실험 프로젝트

포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우체국 앞에서 만나자”는 말이 익숙할 것이다. 한때 시민들의 약속 장소이자 도심의 중심이었던 중앙상가와 육거리 일대는 이제 사람의 발길이 드문 거리로 변해가고 있다. 낡은 간판과 ‘임대 문의’ 현수막이 늘어가며, 포항의 상징이었던 이곳은 세월의 흔적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도시의 빈집과 빈 건축물은 더 이상 버려진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도시가 스스로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여백이며, 시민과 지역이 함께 미래를 실험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최근 한동대학교가 주최한 ‘다시, 육거리(RE:CROSSING)’ 프로젝트는 그 가능성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중앙상가의 20여 개 빈 점포를 임대해 전시·공연·체험 공간으로 꾸민 이 프로젝트는 대학, 상인회, 예술가가 함께 만든 민간 주도형 도심 재생 모델이다. 학생들의 졸업 작품이 골목 전시로 이어지고, 청년 밴드의 공연이 상가의 불빛을 다시 켜는 장면은 빈집이 단순한 철거 대상이 아니라 도시를 재창조하는 무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얼마 전 열린 ‘포항시 빈집 정비 및 관리방안 대토론회’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더욱 구체화하였다. 포항은 2019년 기준 노후 공동주택 빈집 수 3,556호로 전국 3위 수준에 이른다. 토론회에서는 “도농 복합도시인 포항은 획일적인 정비보다 지역 맞춤형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충남대 건축학과에서 “멋진 건물보다 살기 좋은 동네가 중요하다”며 빈집을 공유와 휴식의 오픈 스페이스로 조성한 사례도 소개되었다. 이제 포항은 단순히 철거형 빈집 정비사업에서 벗어나 소유주·시민·공공이 함께 관리하는 거버넌스 형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국내외에서는 이미 빈집을 도시재생의 자산으로 삼은 성공 사례가 많다. 일본은 ‘아키야(빈집) 뱅크’를 통해 노후 주택을 청년 창업자나 예술가에게 연결했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폐공장을 리모델링해 문화와 기술이 공존하는 ‘이노베이션 허브’로 재탄생시켰다. 우리나라 전주의 팔복예술공장은 버려진 산업단지를 예술공간으로 바꾸어 시민의 발길을 되돌려놓았다. 이제 포항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포항형 빈집 실험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지금의 빈집 정비사업은 공영주차장이나 임시 텃밭 조성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상상력을 더해 시민들이 즐겨 찾는 문화·예술·공유공간으로 재탄생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민·관·학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형 빈집 프로젝트를 구축해야 한다. 한동대에서 주최한 ‘다시 육거리’처럼 지역 대학과 청년, 기업이 협력해 쇠퇴한 원도심에 창의적 활력을 불어넣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정부의 ‘뉴:빌리지 사업’이나 ‘범정부 빈집 관리계획’을 포항 실정에 맞게 접목해 철거보다 관리·활용 중심의 도시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빈집은 도시의 상처가 아니라, 새로운 실험의 무대다. 포항의 빈집이 다시 빛을 켜고, 사람의 온기가 돌아오는 그날까지 시민·대학·기업이 함께하는 ‘포항형 빈집 실험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길 기대한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5-11-09

포항 지진소송의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하며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포항 지진 관련 정책 포럼에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포항 촉발 지진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에 정의롭고 현명한 판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른 새벽부터 국회까지 한걸음에 달려오신 포항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국회와 대법원에 전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은 지열발전소의 촉발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그날의 충격은 단순히 건물의 균열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과 공동체의 기반까지 무너졌다. 8년이 지난 지금도 포항은 지진복구와 피해 배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지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2019년 정부조사연구단은 포항 지진이 국책사업인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으로 발생한 ‘유발 지진’임을 공식 확인했다. 이후 2023년 1심에서는 피해 주민 1인당 200만~ 300만 원의 정부 배상을 인정했지만, 올해 5월 2심에서 일부 패소 판결이 내려지면서 시민들은 또다시 지진으로 혼란과 분노에 휩싸였다. 그 충격은 5.4 강진만큼이나 시민들의 삶을 흔들고 있다. 왜 포항 시민들은 지진 이후에도 ‘손해배상 소송’이라는 또 다른 재난에 흔들려야만 하는가? 이제 포항 지진 손해배상은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 대법원이 손해배상 상고심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한번 시민들은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다.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포항 지진은 국책사업으로 인한 촉발 지진이다. 촉발 지진으로 국민의 재산과 안전이 침해받은 만큼 국책사업에 대한 책임소재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손해배상에 대한 증명책임은 포항 시민에게 있지 않다. 포항 시민들은 이미 재난으로 오랜 시간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견뎌왔다. 포항은 지진 이후에 힌남노라는 대형재난까지 겪으면서 안전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도시보다 높다. 대법원의 정의롭고 현명한 판결은 포항 시민들이 안전하게 일상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둘째, 이번 판결은 포항 지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 일본이나 대만, 뉴질랜드의 경우 지진 이후에 지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박물관이나 문화적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에 반해 포항은 지진복구나 배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패러다임 전환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포항도 손해배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된다면 지진을 치유와 성장의 역사로 전환하고 문화적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포항 지진 손해배상 소송은 단순히 금전적 차원을 넘어 국책사업을 안전하게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제대로 판결한다면 향후 진행되는 국책사업은 더 안전하게 추진될 것이며 제2의 포항 지진과 같은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갖출 수 있다. 무엇보다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을 통해 포항 지진 손해배상 소송이 원만히 마무리 되길 바란다. 이번 판결이 지진으로 8년간 흔들렸던 포항 시민들의 삶과 일상이 안전하게 회복되는 이정표가 되길 다시 한번 기대한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5-10-26

포항시, 글로벌 AI 선도 도시로 비상하다

철강 경기 침체로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포항시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일, 포항시가 ‘챗GPT’를 만든 오픈 AI의 AI 데이터 센터 건립지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대형 프로젝트지만 이번 결정이 포항의 산업구조와 도시의 미래를 바꿀 중대한 전환점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오픈AI는 왜 한국, 그리고 왜 포항을 선택했을까? 첫째, 이재명 정부의 AI 강국 실현 의지와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큰 역할을 했다. 정부는 출범 이후 ‘AI 3대 강국 도약’을 국가 비전으로 내세우며, 데이터·반도체 등 핵심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자,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 생산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오픈 AI가 필요로 하는 AI 산업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 둘째, 포항의 입지적 강점이다. 오픈AI는 삼성과 함께 바다 위에 세워지는 차세대 친환경 ‘플로팅(부유식) 데이터 센터’를 개발할 계획이다. 포항은 해양 접근성이 뛰어나고, 포스코와 에코프로 등 국가 첨단 전략산업이 집적되어 있으며, 대규모 전력 확충이 가능하다. 또한 포스텍과 한동대를 비롯해 방사광가속기, 나노융합기술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 세계적인 연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포항시의 실력 있는 체계적인 대응 전략이다. 오픈 AI의 투자가 지역경제와 시민의 삶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향이 필요하다. 첫째, AI 선도 도시로 가기 위한 체계적인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중앙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포항시의 전략적 역량이 핵심이다. 부지 선정과 인허가 절차, 인프라 구축, 기업 협력 등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인허가 패스트트랙 지원 TF팀’을 구성하고, 분야별 전문가로 이루어진 실무추진 TF팀을 함께 운영해야 한다. 둘째, 지역 산업과의 연계 및 인재 양성이다. AI 데이터 센터 유치는 단순한 시설 유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포스코, 에코프로, 포스텍, 한동대 등 지역 산업과 대학 등이 함께 참여하는 ‘AI+철강’, ‘AI+이차전지’, ‘AI+대학’, ‘AI+창업’ 같은 융합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동시에 ‘포항형 AI 아카데미’와 시민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포항 시민이 AI 시대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AI 선도 도시를 위한 차별화된 정주 환경 조성이다. AI 전문가와 연구자들이 포항에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 교육, 문화, 복지 인프라를 적극 확충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며 일할 수 있는 도시,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이 중심이 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포항시가 AI 선도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하루 아침의 기적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 공무원들의 땀과 노력, 포항 시민의 염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그 땀이 결실을 맺을 시간이다. 철강 산업으로 실력을 다진 포항시가 AI 선도 도시라는 새로운 결실을 시민의 삶 속으로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다시 한번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큰 박수와 감사를 보낸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