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포항 지진 관련 정책 포럼에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포항 촉발 지진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에 정의롭고 현명한 판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른 새벽부터 국회까지 한걸음에 달려오신 포항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국회와 대법원에 전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은 지열발전소의 촉발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그날의 충격은 단순히 건물의 균열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과 공동체의 기반까지 무너졌다. 8년이 지난 지금도 포항은 지진복구와 피해 배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지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2019년 정부조사연구단은 포항 지진이 국책사업인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으로 발생한 ‘유발 지진’임을 공식 확인했다. 이후 2023년 1심에서는 피해 주민 1인당 200만~ 300만 원의 정부 배상을 인정했지만, 올해 5월 2심에서 일부 패소 판결이 내려지면서 시민들은 또다시 지진으로 혼란과 분노에 휩싸였다. 그 충격은 5.4 강진만큼이나 시민들의 삶을 흔들고 있다. 왜 포항 시민들은 지진 이후에도 ‘손해배상 소송’이라는 또 다른 재난에 흔들려야만 하는가?
이제 포항 지진 손해배상은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 대법원이 손해배상 상고심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한번 시민들은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다.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포항 지진은 국책사업으로 인한 촉발 지진이다. 촉발 지진으로 국민의 재산과 안전이 침해받은 만큼 국책사업에 대한 책임소재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손해배상에 대한 증명책임은 포항 시민에게 있지 않다. 포항 시민들은 이미 재난으로 오랜 시간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견뎌왔다. 포항은 지진 이후에 힌남노라는 대형재난까지 겪으면서 안전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도시보다 높다. 대법원의 정의롭고 현명한 판결은 포항 시민들이 안전하게 일상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둘째, 이번 판결은 포항 지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 일본이나 대만, 뉴질랜드의 경우 지진 이후에 지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박물관이나 문화적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에 반해 포항은 지진복구나 배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패러다임 전환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포항도 손해배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된다면 지진을 치유와 성장의 역사로 전환하고 문화적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포항 지진 손해배상 소송은 단순히 금전적 차원을 넘어 국책사업을 안전하게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제대로 판결한다면 향후 진행되는 국책사업은 더 안전하게 추진될 것이며 제2의 포항 지진과 같은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갖출 수 있다.
무엇보다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을 통해 포항 지진 손해배상 소송이 원만히 마무리 되길 바란다. 이번 판결이 지진으로 8년간 흔들렸던 포항 시민들의 삶과 일상이 안전하게 회복되는 이정표가 되길 다시 한번 기대한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