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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치유농업으로 농업 대전환을 꿈꾸다

등록일 2025-11-23 15:13 게재일 2025-11-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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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치매마을 호그벡(Hogeweyk)은 전 세계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9월 포항시 농업기술센터와 민간 농업 전문가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을 때 자유롭게 산책하는 치매 어르신들은 일반적인 시설에서 치매 환자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탈피해 일상적으로 삶을 온전하게 누리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전통적인 ‘농업 중심 치유농업 시설’은 아니지만 치유농업의 핵심 원칙인 자연·일상·자율성을 통한 치유를 지향하면서 전 세계 치유농업과 돌봄 농업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어 방문한 네덜란드의 세계적 농업 명문인 ‘바헤닝언 대학교(WUR)’에서는 기술과 데이터가 농업과 결합해 미래 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농업이 단순한 1차 산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핵심 산업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매우 큰 울림을 주었다.

포항에서도 얼마 전 ‘농업 대전환 시대의 나침반:치유농업 포럼’이 열렸다. 농업이 생산의 영역을 넘어 시민의 마음과 몸을 돌보는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치유농업은 “국민의 건강 회복과 증진을 위해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한 치유 서비스”라고 법에 명시하고 있다. 농업과 보건·복지가 결합한 새로운 공공서비스이자 지역의 새로운 산업 모델로 가능성은 이미 검증되었다.

현재 포항에서는 곤충을 활용한 체험형 농장, 원예와 미술 치료를 접목한 치유 농장 등 7곳이 운영 중에 있다.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농장주들의 치유를 향한 열정만큼은 여느 산업 못지않다. 그분들의 도전과 열정이 있기 때문에 포항농업의 대전환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포항이 지금 치유농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포항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철강 도시지만 성장 뒤에 환경이나 산업재해 등으로 시민들의 피로도 누적되고 있다. 이제 포항은 단순한 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넘어 시민의 삶을 회복하고 공동체를 바로 세우는 새로운 도시 전략이 필요하다. 그 해답 중 하나가 바로 치유농업이 될 수 있다. 바다와 산에 둘러싸인 도농 복합도시 포항이 자연 자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치유농업의 장은 더 넓고 깊게 펼쳐질 수 있다.

해마다 입학식 때마다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 농부학교에 어린 농부들은 한해 농사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 잠시 게임에서 벗어나 직접 모종을 심고 더운 여름에 물을 주고 흙과 친해지면서 텃밭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치매 어르신들은 원예치료로 기억의 끈을 좀 더 붙잡을 수 있을 것이고, 장애인들도 작은 화분에 자신만의 식물을 심으면서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앞으로 포항시가 국비 공모사업으로 치유농업 센터 건립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포항농업이 치유농업으로 대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지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 기회가 이 도시에 새로운 생명과 가능성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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