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날 포항은 호미곶을 비롯해 영일대와 송도 해수욕장, 영일만항까지 일출 명소마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른 새벽부터 도로 위는 해맞이객들로 분주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포항은 어디에서든 해맞이할 수 있는 도시다. 장소를 골라 떠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도시에 대한 작은 자부심이 생긴다. 이날 나는 효자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시민들과 함께 새해 첫 태양을 마주했다.
동이 트기 전, 주위를 붉게 물들이던 여명을 바라보며 곧 떠오를 태양을 기다리는 마음은 이내 벅차올랐다. 매일 떠오르는 해이지만, 1월 1일에 마주하는 해돋이는 우리에게 늘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더 이루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조급해진다. 크고 분명한 목표를 세워야 할 것 같지만, 올해만큼은 조금 더 소박한 우리의 소망들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제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에 감사할 수 있는 오늘, 출근길 바다가 오늘은 유난히 잔잔하기를 바라는 마음, 신호등 앞에서 괜히 숨을 재촉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누군가는 사무실 한켠에서 건네는 따뜻한 인사 한마디에 하루를 시작할 힘과 용기를 얻고, 누군가는 병원에서 듣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더 건강해질 내일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누군가는 오늘 하루만큼은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고, 잘 견디고 버텨온 스스로를 토닥이며 칭찬할 수 있는 여유로 채워지는 그런 하루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처럼 소박한 우리의 새해 소망은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을 묵묵히 지탱해 주는 힘은 어쩌면 이런 사소하고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포항은 수많은 파도를 넘으며 지나온 도시다. 산업의 굴곡이라는 파도를 넘어왔고, 지금도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높은 파도 앞에 서 있다. 하지만 그 숱한 파도 앞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살피고 다독이며 함께했기에 오늘까지 올 수 있었다. 그래서 2026년의 포항은 성장이라는 속도만큼이나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가 더욱 필요하다.
지난해 우리 모두는 큰 파도와 어려움을 함께 넘어왔다. 거친 파도를 견디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과 자세가 더욱 겸손해졌는지도 모르겠다.
2026년 포항은 도시의 변화와 성장만큼이나 사람의 온기가 차가운 철의 도시를 따뜻하게 채워가길 바란다. 기업은 노동자를 살피는 마음으로, 노동자는 경기 침체로 어려운 기업의 입장을 한 번쯤 돌아보면 어떨까.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민의를 살피며 공공의 선을 위해 일하고, 시민들은 서로의 이웃을 돌아보며 알뜰하게 챙긴다면, 이 도시는 다시 생명력으로 가득 차고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소망은 꼭 거창할 필요가 없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내일을 다시 마주할 용기만 있다면 우리 모두의 2026년은 충분히 단단해질 수 있다.
새해를 맞은 포항의 아침이 조용하지만, 깊은 희망으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에 천천히 스며들기를 바라며, 올 한 해도 서로의 안부를 묻는 도시로 함께 걸어가고 싶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