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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행정통합, 민주적 절차가 먼저다

등록일 2026-01-25 15:32 게재일 2026-01-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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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경북 도민의 의견 수렴 절차가 없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2024년 11월, 제319회 포항시의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필자가 밝힌 내용의 일부다. 그러나 이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정부가 지방 행정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경북도는 오는 28일 경북도의회 찬반 표결로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통합을 선택하는 광역자치단체에 대해 대규모 재정 지원과 제도적 특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북 22개 시·군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대구시와 경북도의회 표결만으로 통합을 강행하는 방식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는 이미 여러 차례 진행돼 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같은 한계에 부딪혔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속도만 앞섰고, 통합 이후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제시되지 못했다. 특히 경북 북부권과 동해안권에서는 행정과 재정, 핵심 기능이 대구로 집중돼 결국 ‘흡수 통합’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반복돼 왔다.

경북 22개 시·군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경북도는 이번에도 시·군 단위의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채 28일 도의회 찬반 표결로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절차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이전에도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경북도는 4개 권역에서 단 한 차례씩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공론화라고 부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이후 대구시장 사퇴 등의 정치적 변수로 통합 논의는 중단됐고, 충분한 숙의 과정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광역지자체 간 통합을 선택할 경우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과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 부여, 공공기관 이전 우대, 산업 활성화 패키지를 제시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점에서, 이는 지방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부가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하자, 경북도는 다시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채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

그렇기에 더욱 중요한 것은 행정통합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제도적으로 명문화하는 일이다. 경북 22개 시·군의 운명을 도지사 한 사람의 의지와 경북도의회 표결만으로 결정하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특히 경북처럼 정치 지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지역일수록, 민주적 절차를 법과 제도로 강제하는 장치가 더욱 필요하다.

행정통합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통합 자체가 목표가 되는 순간, 지역은 다시 주변부로 밀려날 수 있다. 수천억,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중대한 결정일수록 속도보다 내실이 우선돼야 한다. 정부의 행정통합 구상이 지방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 실질적인 해법이 되기 위해서는, 촘촘한 제도 설계와 함께 도민과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담아내는 민주적 절차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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