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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완성되지 못한 경주의 시간, 경주, 또 한 번의 갈림길

황성호 기자
등록일 2026-01-11 11:14 게재일 2026-01-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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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미래를 설계하는 또 하나의 변수, 축적 없는 변화가 남긴 것들
황성호 국징

지방자치 30년의 시간 속에서 경주는 수차례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경주는 늘 큰 계획을 세워왔다. 그러나 그 계획을 끝까지 완성한 기억은 많지 않다.

역대 경주시장 대부분은 재선의 문턱은 넘었지만, 3선의 벽 앞에서 멈췄다. 

그때마다 시정의 방향은 바뀌었고, 중장기 정책은 완결되지 못한 채 표류했다. 야심 차게 추진됐던 산업 정책과 도시 재편, 관광 전략은 ‘진행 중’이라는 이름으로 남았을 뿐, 끝까지 매듭지어진 사례는 드물다.

행정의 연속성이 깨질 때마다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됐다. 새 시장의 공약에 밀려 기존 사업은 재검토 대상이 됐고, 방향은 바뀌거나 속도가 늦춰졌다. 계획은 있었지만, 축적은 없었다는 평가가 반복되어온 이유다.

중요한 것은 ‘자리’가 아니라 ‘경험’이다. 

다선 정치인이 가진 강점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데 있다. 법과 제도의 흐름, 행정 절차의 맥락, 중앙과 지방의 힘의 구조를 이미 겪어본 경험은 중장기 과제를 추진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된다. 이는 개인의 정치적 성과를 넘어 지역 전체의 효율성과 직결된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간의 관계다. 

지역 발전은 어느 한 축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중앙 정치와 지방 행정이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정책은 속도를 얻고, 예산은 현실이 된다. 전략적 협력이 구축될수록 지역의 미래 설계는 구체성을 띤다.

현재 경주가 마주한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산업 구조 개편은 이제 막 궤도에 올랐고, APEC 정상회의 이후 경주가 어떤 도시로 남을 것인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제 행사의 성공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지, 도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향후 시정 운영에 달려 있다. 이 모든 과제는 한 임기 안에 매듭지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물론 3선이 자동으로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부담과 우려 역시 존재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선거가 권력의 연장이나 단순한 인물 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시작된 정책에 연속성과 책임을 부여할 것인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전환을 감수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에 가깝다.

정치는 늘 변화와 견제를 말한다. 그러나 행정은 축적과 책임이 필요하다. 경주는 그 균형을 찾지 못해 번번이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다시 ‘연속성’이라는 단어가 거론되는 이유다.

결국 판단은 시민의 몫이다. 

도시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어떤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가를 고민하는 시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행정의 연속성은 자동으로 주어지는 조건이 아니다. 

이번 선거는 그 연속성을 허락할 것인지에 대한 시민들의 질문이자, 동시에 답이 될 것이다.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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