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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준장 어머니 “축하 보다 별의 책임 느껴야”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6-01-11 16:36 게재일 2026-01-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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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과 초조⋯2년 동안 가족들 웃음 잃고 지내
무죄 선고 받던 날 아들 끌어안고 안도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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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준장의 어머니이자 포항시 북구 우창동 신경북새마을금고 이사장인 김봉순씨(77)가 지난 10일 포항의 한 카페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아들의 장군 진급에 관한 소회를 밝혔다. /단정민기자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의 수사외압을 주장해온 박정훈 대령이 준장으로 진급했다. 해병대 군사경찰 출신으로는 첫 준장 진급자이다. 박 준장의 어머니 김봉순씨(77)는 “별은 자랑이 아니라 책임이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포항의 한 카페에서 본지 기자와 만난 김씨는 “아들의 진급은 축하보다 무게감이 먼저 느껴지는 일이다”고 운을 뗐다. 부모로서 기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별 하나가 더해진 만큼 짊어질 몫도 커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들에게 “별을 단 것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책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먼저 건넸다고 했다.

김씨가 아들을 키운 방식에 대해 “(어떤 일을 하지 않도록) 금지하는 것보다 기준을 세우는 쪽이었다”고 회고했다. 아이를 키우며 “하지 마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스스로 옳다고 판단한 길이라면 끝까지 가보라는 말을 반복했다. 가장 강조한 기준은 “남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피해는 주지 말자”, “내 몫만큼만 살자”였다.

이 기준은 김씨 자신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오랜 기간 지역 새마을운동에 참여했고 현재는 포항시 북구 우창동 소재 신경북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천 명 조합원의 자산과 신뢰를 책임지는 자리에서 김씨가 가장 경계해 온 것은 ‘사적인 판단’이었다. 대표자는 감정보다 원칙이 앞서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자식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자식을 주관적으로 평가하면 사회에서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칭찬에도, 걱정에도 일정 선을 두려고 했다. “부모가 앞에서 길을 닦아주면 아이는 넘어질 기회를 잃는다”는 생각으로 아들에게 선택의 책임을 물었다.

아들이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하던 2023년 여름에도 김씨의 태도는 같았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말리지 않았고, 그때 건넨 첫 반응은 “잘했다”였다. 군인이 해야 할 일은 결국 진실 앞에 서는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 선택 이후 가족의 시간은 길고 무거웠다. 보직 해임과 기소를 거치며 가족은 거의 2년 동안 웃음을 잃고 지냈다. 전화가 울릴 때마다 긴장이 먼저 앞섰고, 신문방송의 기사 한 줄에도 마음을 놓기 어려웠다.

2025년 1월 9일 중앙지역군사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던 날, 김씨는 재판정에서 아들을 끌어안았다. 김씨는 “재판관이 ‘피고인은 무죄’라고 말하는 순간, 그제야 숨이 쉬어졌다”고 회상했다.

진급 소식이 전해진 뒤 김씨가 아들에게 건넨 말은 길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것은 국민이 지켜봤기 때문인 만큼, 그 자리에서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들의 답은 “원칙대로 하겠다”는 한마디였다.

김씨의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채 상병과 유가족이 남아 있다. 그는 이번 진급이 개인의 영광으로만 소비되지 않기를 바랐다.

김씨는 “아들을 키운 게 아니라, 그렇게 살라고 가르쳤을 뿐”이라며 “사람이 높아질수록 더 낮아져야 한다”고 했다.

박정훈(55) 해병대 준장은 포항시 북구 우현동에서 태어나 포항 대동고와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해군사관후보생(OCS) 90기로 해병대 장교로 임관했다.

해병대 헌병단 작전과장, 해병대 제1사단 헌병대장, 해병대사령부 인사근무차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으며, 2022년 신설된 해병대 수사단의 초대 단장으로 임명됐다.

2023년 7월 발생한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를 지휘했으며, 국방부의 이첩 보류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같은 해 8월 보직 해임됐다. 이후 군사법원 재판에 회부됐으나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지난해 1월 9일 상관명예훼손, 항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군 검찰이 항소를 취하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복귀한 그는 국방부 조사본부 차장 직무대리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9일 국방부의 소장 이하 장성급 장교 인사에서 준장으로 진급해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로 임명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박정훈 당시 대령에게 헌법 가치 수호를 이유로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여했다. 

글·사진 /단정민·김보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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