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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새 희망과 재도약 원년 만든다”

민선 8기 1주년을 맞은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이 “동구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희망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동구는 1년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통과, 공항후적지 개발 등 지역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굵직한 사업을 맞이하며 바쁜 한 해를 보냈다.특히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통과는 올해 동구에 가장 큰일이었다. 이번 특별법 통과로 사업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오는 2025년 착공, 2030년 공항이전이라는 주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다.동구에서는 주민들이 수십 년의 세월동안 비행기 소음부터 고도제한까지 많은 고통을 받은 부분을 늘 과제로 안고 있었다.동구에 따르면 피해면적은 49.1㎢로 대구시 면적의 5.6%에 해당하고, 피해 규모로 따지면 24만 명에 달했다. 이는 수원공항 14만 명, 광주공항 1만 명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수치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이뿐만이 아니라 비행기 소음으로 인해 관내 39개 학교가 학습권을 침해당해왔다. 소음 피해 배상액도 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5천138억 원이나 됐다.또 고도제한에 따른 재산권 침해로는 대구시 면적의 약 13%인 114.32㎢가 침해당해왔기 때문에 이번 특별법 통과는 주민들에게 큰 희망으로 다가왔다.이와 연결돼 공항후적지 개발 방안 역시 지역의 이슈가 됐다.최근 대구시에서 공항후적지 개발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했고, 동구는 특히 관심을 갖는 부분인 도심항공교통 ‘UAM’을 주요 사업으로 선택했다.앞서 동구는 지난해 공항후적지 개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공항후적지가 UAM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고도 설정과 회랑 설계 용이 및 충분한 서비스 인프라를 반영할 수 있는 점을 확인했다.이를 통해 향후 드론 택시로 이동하는 시민들, 버티포트라고 불리는 UAM 정류장에서 하늘로 날 준비를 하는 플라잉카를 동구에서 볼 수 있다는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동구는 후적지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역시 세심히 신경 쓰고 있다. 공항후적지 인접 지역이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후적지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밖에도 주민들의 정주 여건 핵심을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동구는 명품교육도시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기존 장학회를 교육재단으로 확대 개편해 동구만의 차별화된 교육 정책을 펼칠 방침이며, 올해 말 출범 예정인 교육재단은 지역 내 학령인구의 안정적인 학습 여건 조성에 주력하게 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동구의 교육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또한, 국가공모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지방정부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고, 맞춤형 취업지원서비스를 강화해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노력 중이다.아울러 최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팔공산과 금호강 등 자연자원과 곳곳에 산재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관광 활성화도 이룩할 계획이다. 동화사를 중심으로 호국불교 관광 콘텐츠를 만들 준비를 하는 동구는 사명대사 체험관 및 교육관 건립한다. 이는 팔공산의 문화유적과 연계한 사업으로 국비, 시비, 구비 등 총 100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마지막으로 관광과 연계되는 먹거리 역시 활성화해 다양성 있는 관광의 도시 동구를 조성할 방침이며, 지역 내 어르신들이 소외되지 않는 복지정책을 펼치고, 경직된 공직사회 분위기를 탈피한 후 역동적인 문화를 정착하고자 노력 중인 동구는 현재도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윤석준 동구청장은 “1년 동안 많은 동구 주민들을 만나고자 노력했고, 느낀 것은 우리 주민들 모두 동구의 기분 좋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또한, 동구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도 알 수 있었기에 남은 시간 동안 주민들의 기대가 실망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3-07-10

낮은 자세·열린 소통… 군민이 하나 되는 새로운 청송

세상사 무엇이건 다를 바 없다. 지나온 날을 꼼꼼히 돌아보고, 현재를 명확하게 판단해, 앞날을 준비한다면 실수는 적어지는 법이다. 이는 군정도 마찬가지.‘하나 되는 청송, 그 이상의 도약’을 슬로건으로 주민들과 함께 애혼 청송군이 최근 민선 8기 1주년을 맞아 그간의 군정 성과와 향후 군정 운영방향을 발표했다.윤경희 청송군수는 1년 전 취임식에서 “갈등과 반목을 극복하고 낮은 자세로 누구와 언제라도 소통하며 청송을 새롭게 변화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공약 이행은 군민에게 한 약속을 실천 과정에 다름 아니다. 윤 군수는 새롭게 피어나는 미래농촌, 발맞춰 함께하는 나눔복지, 문화로 미소 짓는 상생경제를 군정목표로 내세운 뒤, 각 부서에 공약사업 검토를 지시하고 업무보고를 통해 추진 방향을 설정했다.군민배심원단 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 73건의 민선 8기 공약은 △농업 시스템 혁신 △일자리를 창출하는 관광 기반 구축 △청정 도시 환경 조성 △하나 되는 보편적 복지 실현 △소통과 협치의 공감 행정 등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농어촌버스 무료 운행을 비롯한 13개 공약은 이미 완료됐고, 나머지 공약 또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청송사과의 품질 향상과 농업 시스템 혁신이중 윤경희 군수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농업 시스템 혁신이다. 청송사과는 11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브랜드에 선정됐다. 소비자들은 청송사과를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생각하고 있지만, 청송사과 명성을 이어가려면 품질을 향상하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현재 청송군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약 6만t 정도이고 전국 생산량은 56만t에 이른다. 사과 소비량 감소와 함께, 청송군 생산량의 3분의 1 수준인 강원도에서 본격적으로 사과가 생산되면 생산량 증가로 사과 가격 폭락이 우려되는 실정.이에 청송군은 늘어나는 사과 생산량 속에서 청송사과 브랜드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청송사과 시장을 국내에서만 찾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청송군이 집중하는 해외 시장은 동남아시아다.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며 동남아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한류 열풍으로 한국과 관련된 물품에 신뢰와 소비욕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청송군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에 청송사과 300t 수출 쿼터 승인을 얻어 냈다.사과주스는 5년간 무제한으로 수출한다. 6월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사과는 30t, 사과주스는 15t에 달하고 수출된 청송사과는 인도네시아 현지 롯데마트, 헤르그룹, GS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한, 지난 5월에 필리핀 현지 대형 유통업체 디존팜과 수출협약을 체결하고 11톤을 수출하기도 했다.향후 청송군은 청송사과 수출량을 1만t 이상으로 늘려갈 계획. 1만 t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올 3월 청송군 농산물 수출 촉진 지원 조례를 제정해 수출을 촉진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한국 문화와 한국 생산품에 관심이 높아진 동남아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수출용 청송사과 명칭을 ‘K-애플’로 바꾼 새 포장재를 개발했으, 청송사과 수출 촉진 자금과 글로벌 GAP 인증 농가 출하 지원 장려금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형 과원 조성과 주민 복지 향상에 주력청송은 이와 더불어 인건비와 재료비는 절감되고 품질과 생산성은 높은 미래형 과원 조성 사업도 추진 중이다. 미래형 과원 조성 묘목비 지원으로 생산비를 절감하고, 농산물 품질관리 센터 운영을 통한 과학적인 품질검사는 소비자의 신뢰를 높였다.또한, 청송 황금사과 기술혁신관과 우량대목 전문 육성센터를 갖춘 청송 황금사과 연구 단지를 이른 시일 내 완공해 청송사과의 품질 향상 기반을 다져나갈 예정.이런 노력이 있음에도 청송사과는 매년 서리와 냉해 피해를 상습적으로 받아 농가에 치명적인 손실을 불러오고 있다.윤 군수는 “군과 농가가 부담하는 재해 피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미세살수장치 보조 비율을 현재보다 높여 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재해로부터 안전한 과수 생산구조 혁신을 임기 내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주민 복지 향상도 빼놓을 수 없는 청송군의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해 청송군은 무료 버스를 운행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지방자치단체로 대중교통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현실로 만든 청송군을 향해 언론과 다른 지자체가 놀라움과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게 지금의 상황.여타 지자체들도 요금 무료화 정책을 추진하거나, 추진 예정이지만 무료 혜택이 주민과 특정 계층에 한정돼 있어 청송군처럼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청송을 방문하는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청송군청의 설명이다.요금 무료화로 얻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교통사고는 줄어들고, 지역경제는 활기를 띠게 되었다. 군민 누구나 교통비 걱정 없이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장을 보고, 목욕탕을 가고, 병원에 가면서 버스 이용자가 25%까지 늘어나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준다. 버스 요금을 받지 않아도 되는 기사는 승객 안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무료버스 운행은 환경개선에도 효과가 작지 않다. 1km를 이동할 때 승용차는 210g의 탄소를 배출하지만, 버스는 27g을 배출한다. 보기 드물게 맑고 건강에 좋은 공기로 유명한 청송군의 공기는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버스를 이용하면 할수록 더 맑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편 복지 실현하고, 관광객 찾아오는 청송 만들 것청송군은 노인인구가 40%를 넘는다. 군민을 위한 생계, 주거, 교육 등 다양한 복지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아쉬움은 늘 상존했다.형광등을 갈아야 할 때, 배수구가 막히고 현관문이 고장나면 어르신들이 직접 수리하기 어려워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이나 친척이 방문할 때까지 불편을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청송군이 운영하는 ‘8282 민원처리 기동반’이 있다. 주민이 전화만 하면 기동반이 현장을 방문해 형광등을 갈고, 보일러를 점검하고, 막힌 배관을 뚫어 준다. 지금까지 민원처리 기동반은 1천395가구 이상이 이용해 3천534건의 생활민원을 처리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그간 청송군의 도시 환경도 변했다. 삼자현 터널 개통으로 산남지역과 청송, 진보는 더 가까운 이웃이 되었고 더 많은 관광객이 청송을 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청송읍 중앙로와 금월로의 전신주와 전선이 없어지면서 도로는 넓어지고 아이들의 등굣길은 안전해졌다. 진보면 전선지중화 사업도 진행되고 있으며, 국비를 더 확보해 부남과 산남지역의 전선과 전신주도 없앨 계획.이외에도 청송군 주민의 생활환경을 바꿀 청송읍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금곡지구 도시재생 인정 사업, 진보 진안지구 도시재생 뉴딜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된다.이중 덕리지구 정비를 위한 사업비 180억 원 확보가 눈에 띈다. 덕리지구에는 주택가 옆에 개 3천 마리, 소와 염소를 키우는 견사와 축사 19동이 있다. 오랫동안 흉물스러운 견사가 도시 미관을 해쳤고 가축의 배변이 하천을 오염시켜 왔으며, 견사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악취와 소음으로 고통 받았다.윤경희 군수는 사업비로 용지를 매입하고 견사와 축사를 조속한 기간 내에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확보된 부지는 공공기관과 교육기관 유치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조성하고 스마트팜을 만들 예정.청송군은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도 빈틈없이 추진하고 있다. 소상공인 재정·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 경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청송사랑화폐 유통 규모를 700억 이상으로 확대해 지역 소비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대표축제인 청송사과축제에 참여한 인원이 50만 명을 넘기면서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으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주산지 왕버들 복원사업도 진행하고 있다.청송의 명소 가운데 하나인 주산지는 많은 사랑을 받아 왔지만, 안타깝게도 근래 들어 왕버들이 고사하면서 옛 풍광을 많이 잃었다. 이를 알고 있는 청송군은 반변천에 서식하는 왕버들 18주를 11월 중에 이식해 주산지 옛 경관을 회복할 계획이다.윤경희 군수를 포함한 청송군 공무원들은 “청송사과의 명성을 잇고, 보편 복지를 실현하며, 생활환경을 개선한다면 주민의 행복도는 높아질 것이다. 더불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청송을 만들어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새삼 다지고 있다./김종철·홍성식 기자

2023-07-10

“어자원 보호해야 구룡포의 미래도 있어”

1970년대 3만 5천 명이던 구룡포 인구는 현재 7천여 명으로 크게 줄었다. 만선의 풍족함을 선사하던 바다는 어족 자원이 고갈되었다. 강신규 선생과의 인터뷰는 바다에 대한 걱정으로 흘러갔다. 선생과 구룡포 골목을 걸으며 과거의 유산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선생은 두세 걸음마다 멈춰 주민들과 인사했다. 배 : 골목을 거닐면 과거의 풍경이 겹쳐 보이겠습니다.강 :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까지 구룡포는 전성기였어. 어황도 좋았고 인구 유입도 많았지. 셋방 하나에 두 식구가 살았을 정도였어. 근대역사문화거리에 있는 버스터미널(현재 구룡포길 85-1 인근)에서 대구와 감포, 부산까지 다녔지. 근처에 버스 안내양과 운전기사가 묵었던 여인숙이 아직 남아 있어. 그만큼 경기가 좋았지. 수도가 없을 때라 대구에서 수돗물을 공수해 아이들 분유를 데워 먹였어. 식수는 구룡포교회 뒤쪽 우물에서 길어다 먹었고.배 : 근대문화역사거리에는 누가 살았나요?강 : 근대문화역사거리 입구를 바라보고 오른쪽 도로가에는 배를 수리하는 철공소가 많았어. 근대문화역사관 앞 골목은 부자들이 모여 살았지. 구룡포 근대역사관은 일본인 하시모토 젠기치(橋本善吉, 선박을 운영하며 구룡포어업조합 감사로 활동)가 지은 집인데, 광복 후에 수산업계의 거부(巨富)였던 고치원 씨가 살았어. 아버지와 친분이 두터웠던 그분은 일찍 망하려면 수산업을 하고 늦게 망하려면 교육을 하라고 했지. 배 : 구룡포에도 빈부의 차가 컸나 봅니다.강 : 구룡포시장과 구룡포초등학교 앞은 모래사장으로 판자촌이 형성되어 있었어. 강원도에서 먹고살려고 온 어부가 많았지. 동부초등학교(현 아라예술촌) 너머 용주리(현 구룡포 6리)는 특히나 가난했어.배 : 선생님은 어릴 때 구룡포에서 눈에 띄는 아이였겠군요.강 : 항상 누구 집 아들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지.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부친 귀에 여과 없이 들어가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아버지는 늘 바빠서 교회나 가야 볼 수 있었어. 내 아들도 강두수 손자라는 말을 듣고 자랐고. 손녀들은 아버지를 왕할배라 부르며 따랐지.배 : 가업을 물려받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강 : 아버지 그늘에 들어가기 싫었어.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서울 구로 3공단(현재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완구진흥공단에서 근무했어. 당시 완구 수출이 활발했는데 봉제완구를 솜이 아니라 짚으로 채우는 황당한 불량품이 쏟아졌지. 공단이 품질을 보증한 제품만 수출하는 시스템이 된 거야. 구룡포로 돌아와 수협에 잠깐 근무하다 다시 서울로 가서 장로회신학대학 학생과에서 일했어.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중반이었는데 정치적으로 혼란한 상황이 계속되자 그 분위기가 싫어 다시 고향으로 왔지.배 : 수산업 관련 일은 전혀 안 하셨나요?강 : 오징어 조미 가공업과 어선 운영을 잠깐 했어. 꽁치 배는 처가 도움을 받아서 하다가 1년여 만에 접었지. 손발이 맞는 선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 뱃일을 천대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뱃님’이라 불러야 해. 선원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어. 결국 1990년대에 아버지 그늘로 들어가 냉동공장 사업을 했지.배 : 강두수 선생은 포경업을 접고 어떤 일을 하셨나요?강 : 포경업은 1980년대 초반에 끝났어. 그즈음 장생포의 백경호 선주가 아버지에게 배로 돈 벌어 하늘에 다 보낸다고 했어. 고기를 잡아도 선박 기름값 대면 남는 게 없었거든. 1986년 법적으로 포경이 중단되면서 일부는 연근해 어업 등으로 업종을 바꿨고, 우리는 폐선을 했어. 다른 허가를 받아봐야 쓸데없다고 본 거야. 고래잡이는 하지 못했지만 쥐치와 꽁치, 명태 등을 잡았어.배 : 1990년대에 포경선 수입을 알아보기도 했다고요?강 : 김대중 정부 시절, 고래 자원 조사가 시작되었어. 고래 자원 실태를 파악하는 시험선 신청을 받았지. 그때 포경 관련 자료가 필요해 찾아봤는데 거의 없더라고. 동네 사진관에 걸린 귀신고래 사진을 찍어서 올렸지. 그때 일본에서 포경선을 수입하려고 실제로 알아보기도 했어.1986년 국제포경위원회의 포경 금지로 중단된 이후 학계 차원의 고래 자원 조사가 이어지다 1999년 대한민국 정부 차원의 첫 고래 자원 조사가 시작되었다.국립수산진흥원은 “그동안 2차례에 걸친 고래 자원 조사를 근거로 한국 연안에 서식하고 있는 고래를 조사한 결과, 긴부리 참돌고래 6만여 마리, 짧은부리 참돌고래 2만 2천여 마리, 밍크고래 2천500여 마리 등 8종 11만여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해양부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내년 6월 호주에서 열리는 국제포경위원회(IWC)에 보고, 상업 포경 재개를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고래 11만 마리 동·남해 서식 추정’, ‘경향신문’ 1999년 7월 13일배 : 냉동공장 사업은 어땠습니까?강 : 정부 지원 대출을 받아 호미곶 강사 2리에 냉동공장을 지었어. 완공이 늦어지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지. 건축업자를 잘못 만난 데다 완공 직전에 화재까지 났어. 상환일은 다가오는데 이자 갚기도 힘들었어. 그 사업으로 가세가 기울었지.배 : 강두수 선생이 1998년 4월 7일 작고하셨습니다. 그때 상황을 말씀해 주시지요.강 : 심장 질환으로 선린병원에서 6개월간 입원해 계시다가 돌아가셨어. 선린병원 김종원 원장과 친분이 있어서 몸이 불편한 이웃들을 선린병원으로 많이 모셨다고 들었어. 너희 아버지 덕에 살았다는 어르신도 있었고. 결국 당신도 선린병원에서 마지막을 보내셨지.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어. 나도 자동차에서 숙식하면서 병시중을 했고. 아버지는 장로로 기억되기를 원하셨지. 배 : 지금 어선의 사무장을 맡고 계시지요?강 : 어선의 조업을 뭍에서 돕는 역할이야. 출항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어획물을 경매시장에 판매하지. 새로 충원된 외국인 선원의 정착을 돕기도 해. 얼마 전 베트남에서 나이 어린 선원이 와서 간단한 세간 장만을 도왔지. 말이 안 통해서 소통하느라 혼났네. 과거에는 중국인이 많았다면 요즘은 베트남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많이 와. 바다 일이 워낙 힘들어서 그런지 오래 견디는 선원들이 많지 않아.배 : 구룡포항에 정박한 배가 많은데 조업 상황은 어떤가요?강 : 조업 나가는 배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기름값과 인건비를 감당하는 것 같아. 강풍이나 풍랑주의보가 뜨면 배는 쉬지만 선원들 월급은 지급해야지. 대게 값이 좋을 때는 선주도 돈을 벌지만 나머지는 별로야. 비용을 아끼려고 선주가 선장을 겸하는 ‘자배 자선장’을 하거나 외국인 선원을 고용하고 있어.배 : 어업 종사자로서 관계기관에 건의할 사안이 있으신가요?강 : 당장 눈앞의 이익을 쫓기보다 바다부터 관리해야 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다에 쓰레기를 휘몰고 다니는 조류가 있어. 육지의 쓰레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온갖 것들이 뒤엉켜서 흘러 다녀. 잘 가던 선박의 속도가 갑자기 떨어지면 대부분이 쓰레기 조류를 만난 거지. 항구에 오래 정박된 폐선도 문제야.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어선은 썩지도 않고 화약약품 때문에 바다가 오염되지.배 :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겠습니다.강 : 우리나라 방파제는 너무 높아서 물의 흐름을 막아. 일본처럼 방파제를 낮게 해서 파도가 넘나들 수 있도록 해야 해. 해류가 항만을 돌아야 크릴새우가 모이는데 지금은 방파제가 해류를 막으니 크릴새우도 고래도 없지. 선박도 안전하고 생태계도 살리는 해법을 찾아야 해. 선장들의 말을 들어보면 구룡포는 지금이 IMF야. 오징어나 홍게가 끊임없이 나오는 건 아니잖아. 휴식년을 지정해서 어자원을 보호하고 바다를 청소하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해. 이런 식으로 잡기만 하면 안 돼. 구룡포의 다음 세대를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봐.강신규1947년 구룡포에서 부친 강두수와 모친 하순분의 1녀 3남 중 셋째로 태어났다. 강두수(姜斗洙, 1919~1998) 선생은 광복 후 포항과 구룡포에서 처음으로 고래잡이를 허가받은 포경선 선주이며 구룡포수협 초대, 3대 조합장을 지냈다. 적산가옥에 살면서 구룡포항을 놀이터 삼아 자란 강신규(姜信圭) 선생은 구룡포 동부초등학교를 나와 대구 계성중·고등학교, 국민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 완구진흥공단과 구룡포수협, 장로회신학대학에서 근무하다가 1990년대 부친과 함께 호미곶 강사 2리에서 냉동공장을 운영했다.대담·정리 : 배은정(소설가) / 사진 촬영 : 김훈(사진작가) /사진 제공 : 강신규끝

2023-07-09

바이오·물·관광산업 강력한 드라이브로 1년 성과 ‘괄목’

‘취임 1주년’을 맞은 안동시 민선 8기 권기창 호의 도전과 혁신의 발자취가 주목받고 있다. 열린 소통을 바탕으로 시정혁신을 선도하며 미래 100년 발전의 기틀을 세워가고 있다는 것이다.최근, 국토교통부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에 ‘안동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가 선정되며 글로벌 백신·바이오 허브 도시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991년부터 30여 년간 추진한 국가산단 유치의 실마리를 풀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큰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또한, 안동댐 주변 자연환경보전지역의 용도 변경을 위한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통과로 주민의 생활권과 재산권을 보장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대구광역시와 안동댐·임하댐 맑은 물 공급과 상생 발전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영주시와 상수도 상호 공급 협약을 맺는 등 물산업 육성에도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하회별신굿탈놀이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경상북도 안전체험관 건립 후보지 선정 등 새로운 성장 잠재력을 속속 확보하고 있다. 민선 8기 1년 만에 찾아온 겹경사에 지역경제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 민선 8기 1년 성과권 시장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기쁨보다는 엄중한 책임감으로 소외된 시민이 없도록 살피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지난 1년간 매일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시민들을 만나 고충을 듣고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시정을 혁신해왔다. 시장실·읍면동장실을 1층으로 내려 문턱을 낮추고 △같이 걸어요, 안동 △걸어서 시민 속으로 △바퀴 달린 시장실 등으로 시민과 교감의 폭을 넓혔다. 인허가 민원처리 기간은 반으로 줄이고, 시민불편은 즉시 해결하고자 했다.도시 곳곳에 활력 넘치고 기분 좋은 변화를 이끌며 시민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노인을 위해 △경로당 운영비 자율권 확대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급 △중증장애인 돌봄지원사 파견 및 가족 휴가비 지원 등 차별과 경계가 없는 복지 정책을 구축했다.출산 여성과 가정을 위한 정책적 배려도 눈에 띈다. △안동맘 출산꾸러미 제공 △다자녀 및 출산 가정에 상수도요금 감면 △신혼부부 무료 건강검진 등 새로운 시책을 적극 발굴·확대했다. △어린이집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을 축소하고 △전국 최초의 경로당 연계 돌봄서비스로 아동 돌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농민의 고충을 이해하며 농가 비용은 덜고 편익은 대폭 늘렸다. △외국인 계절제 근로자 도입으로 농촌일손부족 문제의 근본적 해소에 기여하고 △365일 농기계 임대·배송 확대 △농기계·농자재 보조사업 위임제 폐지 및 가격 현실화 △농산물 공판장의 지역 농민 불편 해소 등으로 농가 편의를 향상하고 농업경영비 절감에 힘썼다.청년일자리 확보 및 창업 지원을 위한 정책도 활발히 진행했다. 지역인재 채용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청년전용지식산업센터 개소로 기업의 발전과 청년의 지역 정착에 힘을 보탰다.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과 차전장군 노국공주 축제를 원도심에서 개최해 시민 참여형 거리 축제로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하고 국내를 넘어 세계 속으로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가고 있다.3대문화권 사업장을 성공적으로 개장하고 국제교육도시연합 세계총회 등 국제회의를 다수 개최해 국내외 방문객의 참여 속에 세계 인문가치의 전진기지이자 국제 마이스 산업의 중심지로서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다.안동·예천 행정구역 통합으로 경북의 성장을 견인하는 균형발전의 거점도시로 나아갈 비전으로 활발한 공론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최근 예천군과 맞손을 잡고 경북도청 신도시 상생 행정협의회를 구성해 주민의 불편 해소를 위한 상생의 첫 발걸음을 뗐다.민선 8기 안동시는 안동·예천 행정구역통합으로 정주인구 30만, 신산업 성장과 기업투자 확대로 경제인구 50만, 안동 관광자원화로 관광객 1천만 시대를 열어나갈 계획이다. 특히, 109개 공약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실천계획서 평가에서 전국 최고 수준의 실천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희망의 청사진을 현실로 바꿔가고 있다.권기창 시장은 “미래 100년을 이끌 성장동력 유치에 더욱 박차를 가해 새로운 희망으로 두근대고 청년들로 들썩거리는 안동을 만들겠다”며, “안동시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주도한다는 큰 비전을 가지고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소통하며, 시민이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민선 8기 지속적인 도전과 혁신안동시는 지난 민선 8기 1년 동안 시민 숙원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민선 8기 2년 차를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먼저 안동시는 7월 중 혁신적인 조직개편을 실시해 정부의 정책 방향과 미래역점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또한, 일하는 공직자가 대우받는 조직으로 바꾸어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나간다는 방침아래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인구정책 부서 신설 △1천만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관광분야 개편 △시민 편익 중심 ‘ONE-STOP 서비스’를 위한 종합허가과 신설 △깨끗하고 안정적인 용수공급을 위한 맑은물사업본부 설치 △미래농업 육성을 위한 농정부서와 농업기술센터 통합 등 역점사업 완수를 위해 새로운 포석을 짰다.또한, 민선 8기 2년 차 안동시의 최대 현안을 안동·예천 행정구역 통합 추진으로 정하고, 안동과 예천이 함께 힘을 모아 경북 신도청을 유치했듯, 양 도시가 상생발전하고 경북의 성장을 견인하는 거점도시로 우뚝 서기 위해 다시 한번 역량을 모아나가야 한다고 밝혔다.안동시는 예천군과 행정통합을 위한 주민 공론을 진행해 시·군민의 뜻에 따라 통합을 위한 결론을 이끌 계획이며, 지난 5월 도청 신도시의 문제점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경북도청 신도시 상생 행정협의회 협약식’을 개최하는 등 상생 교류를 시작했다.안동댐 인근 천혜의 자연환경을 관광자원화하는데도 집중한다. 안동시는 안동댐 주변의 수자원 등 천혜의 자연환경에 재미와 감동이 있는 역동적인 콘텐츠를 입혀 새로운 체류형 관광자원으로 활성화해나갈 게획이다. 특히, 안동댐 진입로 빛터널, 월영교 인근 상설 수상공연장, 댐사면 대형미디어파사드 등을 조성해 새로운 야간 볼거리를 제공하고, 마리나 리조트, 유람선, 수상호텔, 경비행기 등으로 관광객들이 머무르며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관광 기반을 구축한다.중앙선 폐선구간과 구역사부지는 안동의 핫플레이스로 조성한다. 구 역사부지에 키즈테마파크와 술테마파크, 야외물놀이장 등 체류형 복합문화관광타운을 조성하고 남북연결도로를 개설하여 도심관광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중앙선 폐선구간 35.1Km에는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를 개설하고, 간이역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콘텐츠로 테마역을 만들어 시민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 복합문화레포츠 공간으로 탈바꿈한다.경북의 균형발전을 견인하는 성장축으로 지역경제 100년 대도약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한 기틀을 세우고,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응, 국내 유수기업 유치로 산업단지 활성화를 이룰 기회발전특구 유치에 행정역량을 집중한다. 이에 더해, 경북북부지역의 의료복지 향상을 위한 공공의과대학 유치, 지역 인재 육성으로 지역이 주도하는 지방시대를 만들 교육자유특구 유치에도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권기창 시장은 “경북도청 소재지 안동의 잠재력을 깨워 경북의 신성장거점도시는 물론, 글로벌 백신 바이오 허브 도시로 부상해 시 승격 60주년을 원년으로 미래 100년 안동 발전의 대전환점을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3-07-09

억겁의 세월로 빚은 절경이 가득 ‘영월 무릉도원’

4세기 중엽 중국에 있었던 옛날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한다. 산속을 헤매던 남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낙원’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풍요로운 논밭이 이어져 있고 사람들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며칠간 머물다가 남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그곳으로 가려고 하지만 낙원은 두 번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갔던 곳은 무릉도원이었다. 강원도 영월에도 무릉도원이 있다. 원래는 영월군 수주면이었는데 주민들의 요청으로 무릉도원면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물론 무릉도원처럼 이상향은 아니지만 자연이 수려하고 사람들은 순후하다. 억겁의 세월이 만든 기묘한 풍경들이 가득하다. 초여름 무릉도원에서 잠시 시름을 잊고 자연 속에 머물러 보면 어떨까. ◇절묘한 너럭바위 요선암에 경탄무릉도원면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주천강이 흐른다. 주천강은 강원 평창과 횡성의 경계에 솟은 태기산(1261m)에서 발원해 남한강까지 물길을 밀어낸다. 영월을 대표하는 동강과 서강 못지않게 풍광이 수려하다. 주천강의 물결은 급하지 않다. 강변 구석구석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천렵을 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영겁의 시간이 빚어낸 놀라운 풍경에 도달한다. 요선암(邀仙岩)으로 불리는 묘한 바위덩어리들에 관한 이야기다. 안평대군, 김구, 한호와 함께 조선 전기의 4대 서예가로 불린 봉래 양사언이 평창군수를 지낼 때 이곳의 풍광에 반했다. 양사언은 ‘신선을 맞이하는 바위’라는 뜻으로 ‘요선암(邀仙岩)’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거기서 이름이 유래했다. 세월이 흘러 글자는 찾아볼 수 없지만 양사언을 감탄하게 만든 풍경은 그때 그대로다.강가에 널브러진 너럭바위가 뭐 그리 대단하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신묘한 자연의 솜씨에 경탄하게 된다. 바위를 만져 보면 도자기처럼 매끈한 것이 마치 조각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깎아놓은 것 같다. 족히 50m는 돼 보이는 주변의 강바닥이 온통 기묘한 바위로 뒤덮여 있다. 바위는 모두 오목하게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를 돌개구멍 혹은 구혈(穴)이라고 한다. 돌개구멍은 암반의 오목한 곳에 물이 소용돌이칠 때 모래나 자갈이 함께 섞여서 암반을 마모시켜 만들어졌다고 한다. 돌개구멍은 지름이 1m에 달하는 것도 있고 깊이가 3m에 이르는 거대한 것도 있다. 파도처럼 너울너울 곡선을 그리기도 하고, 거대한 이무기가 지나간 것처럼 굵은 원통형의 모습도 보인다. 기묘한 풍경이다 보니 무수한 전설이 담겨 있다. 신선들이 탁족을 했다거나 선녀들의 목욕탕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숙종 어제시 걸려 있는 요선정요선암에서 10분 거리에 요선정(邀仙亭)이 있다. ‘신선을 맞이하는 정자’라는 뜻의 이름과 달리 요선정은 단출하기 이를 데 없다. 요선정은 일제강점기인 1915년 조선 19대 임금 숙종의 어제시(御製詩)를 봉안하기 위해 건립했다. 정자보다 유명한 것은 현판이다. 숙종이 내린 어제시 현판이기 때문이다.숙종의 어제시는 원래 영월군 주천면 청허루에 걸려 있었는데 화재로 소실됐다. 숙종에 이어 즉위한 영조가 숙종의 어제시를 직접 찾아내 다시 쓴 뒤 편액을 내렸다. 일제강점기에 청허루가 쇠락하고 걸려 있던 편액이 일본인 손에 들어가자 주천의 유지들이 편액을 재구입해 요선정에 봉안했다. 요선정 안에 영조가 쓴 숙종대왕 어제시와 정조 어제시 편액이 같이 걸려 있다.요선정 옆에는 무릉리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크기 3.5m의 석불은 머리와 어깨 부분이 바위에서 빠져나오려는 기묘한 형태로 새겨져 있다. 바위에서 나와 대중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부처의 마음을 담은 것일까. 요선정은 풍광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마애불 뒤편으로 돌아가면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주천강과 법흥계곡의 물줄기가 내려다보이고, 온통 푸른 산줄기가 겹겹이 이어진다. 절벽 끝자락에는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주천강의 풍경을 더욱 고즈넉하게 한다.◇평창강 끝머리에 있는 한반도 지형무릉도원에서 10㎞ 정도 떨어진 평창강 끝머리에서도 자연이 만든 또 하나의 걸작을 볼 수 있다. 한반도면 옹정리에 있는 한반도 지형이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를 쏙 빼닮아 ‘한반도 지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이 굽이쳐 흐르는 한천의 침식과 퇴적 현상이 반복돼 만들어진 지형이다. 한반도 지형을 평지에서 보면 전체가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 지형 주차장을 찾아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야 한반도 지형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지붕없는 박물관의 도시 영월영월에는 20여 개의 공·사립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어‘지붕 없는 박물관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이 중에서도 국제현대미술관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70개국의 조각 작품 350여 점과 60여 점의 상설 전시 등 수준 높은 다양한 작품이 마련돼 있다. 폐교한 삼옥초등학교를 활용해 만든 미술관으로 야외조각공원이 잘 꾸며져 있어 영월의 멋진 경치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세계의 음악과 악기를 통해 인류애를 나누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경기 파주 헤이리와 영월에 각각 자리 잡고 있으며,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영월관은 100여 개국 2000여 점의 악기를 소장하고 있다. 동아시아, 인도·서남아시아, 중동·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 남태평양·대양주 등 문화권별로 악기를 분류해 전시하고 있다. 종교미술박물관은 프랑스, 독일, 로마의 목공방에서 도제 시절부터 평생 이어져온 최바오로 작가의 성화와 그만의 창조적 조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수장고에 있는 약 600점의 작품을 시기에 따라 교체하면서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은 부산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으로, 예수상의 크기가 3m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호야지리박물관은 지리 교육에 평생을 바친 호야 양재룡 선생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지리 테마 사설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우리나라 광물 자원의 천연 표본실이자 카르스트 지형, 석회암 동굴 등 각종 지리 지형 현상이 집약돼 있는 영월군에 있다. 지리학의 역사와 종류, 체험 등 지리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 직접적인 체험과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는 호야지리박물관은 단순한 유물의 전시 진열과 관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고 학문적 원리를 깨달을 수 있는 사회 교육 현장을 지향하고 있다. 인도미술은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바탕으로 수많은 신화와 의식 속에 인도만의 독특한 전통을 고수해 오고 있다. 인도에는 찬란했던 오랜 역사의 유산으로 가히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수많은 유적들과 미술품들이 남아 있다.인도미술박물관은 1981년부터 인도미술에 매료되어 인도에 살고 여행하며 여러 차례 인도사회와 인도인의 삶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개최한 미술가 박여송 관장과 인도 지역연구를 하는 남편 백좌흠 교수가 그동안 하나씩 모아온 다양한 인도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인도미술 기법들에 대한 체험과 헤나 바디페인팅, 인도 의상문화 체험, 인도 홍차 체험 등 다양한 인도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영월=글·사진 최병일 작가

2023-07-06

문경 태고 신비 간직한 기암괴석·층암절벽 ‘탄성 절로’

여름 무더위가 시작됐다. 35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계속되고, 밤새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 잠 못드는 열대야로 고통스럽다. 도심의 더위를 피해 바다, 산과 계곡으로 ‘피서(避暑) 여행을 떠난다.내리쬐는 태양에 맞서는 이열치열의 바다도 좋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조용하게 휴식을 보내는 산과 계곡은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의 심신을 달래줄 휴식처로 최상이다.수려한 자연 경관을 품은 문경으로 여름 휴가를 떠나보자. 문경은 예로부터 산세가 뛰어난 곳으로 전국 100대 명산 중 4곳이 포함되어 있다. 신림욕과 계곡 캠핑, 체험 관광으로 보내는 문경 여름 휴가는 올 여름 최고의 선물이다.물 맑고 골 깊어 물놀이 하기 좋은 곳 1위쭉쭉 뻗은 소나무 숲서 솔향 맡으며 힐링□ 쌍용계곡 대정숲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에 자리 잡은 쌍용계곡은 골이 깊고 물이 맑으며, 청룡 황룡 두 마리가 놀다 간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곳이다.속리산봉 동쪽 골짜기 따라 흐르는 물이 낙동강으로 합류하기 전 농암천 상류쪽 도장산 기슭 4km 구간에 펼쳐놓은 계곡이다. 태백준령에서 내륙 깊숙히 서남쪽을 향해 달려온 소백산맥이 마지막 힘을 모아 빚어 놓은 비경이다.도장산과 불일산의 기암괴석과 층암절벽 등 솜씨를 자랑하는 조물주의 작품들이 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옥계수가 구비구비 휘감아 돌며 부딪혀 깨어지며 수천년 세월속에 거대한 암석을 갈고 쪼아내서 훌륭한 예술품으로 조각한 걸작들을 이곳 저곳에 펼쳐놓아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울리게 한다.문경의 물놀이하기 좋은 계곡하면 1위로 손꼽히는 쌍용계곡은 오랜 시간 동안 물의 흐름에 의해 깎여진 천연암반이 절경이며, 널찍한 곳에 앉아 쉬기도 좋다.수심이 깊은 상류에서 수심이 얕은 하류까지 여름철은 더위를 피하고 물놀이를 즐기러 온 피서객들로 계곡 전체가 붐비고 있으며, 특히 늑천정 주변이 물놀이 포인트로 유명하다.마찬가지로 농암면에 위치한 대정숲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었으며, 의자와 원두막 등 도란도란 앉아 쉬며 힐링하기 좋은 명소이다.계곡에서 물놀이를 마친 뒤 그냥 돌아가기 아쉽다면 솔향 내음 가득한 대정숲에서 산책도 하고 잠깐의 힐링의 마무리를 해도 좋을 것이라 추천한다. 무료 숲 해설·산림교육프로그램 제공 인기용 승천 때 남긴 화강암 바위 비늘 흔적 장관□ 대야산 자연휴양림 용추계곡대야산자연휴양림은 문경시 가은읍에 위치한 용추계곡, 선유동계곡 등 물놀이 명소와의 용이한 접근성으로 인해 여름철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휴양림이다.대야산자연휴양림에서는 용의 전설을 간직한 용추계곡을 탐방하며 즐기는 무료 숲해설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숲은 살아있다’는 산림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 그 인기가 뜨겁다.용추계곡은 문경시가 지정한 문경팔경 중 하나로, 계곡의 화강암 바위에는 용이 승천할 할 때 남겼다는 용비늘 흔적도 찾아 볼 수 있어 장관이다. 폭포 아래로 하트 모양으로 깊게 파인 소는 보기 드문 모양을 하고 있어 많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 중 하나다.바로 아래로는 바위 경사가 있고, 너른 바위가 펼쳐져 있어 천연 워터슬라이드가 형성돼 아이들이 미끄럼틀 타듯이 내려오곤 하지만, 무당소는 최대 수심 3m로 안전에 유의하는 것이 좋다. 문화콘텐츠 테마파크로 충청 이남 최대규모석탄 역사 살펴볼 수 있는 은성갱도 관람 가능□ 에코월드 가은역 꼬마열차문경시 가은읍에 위치한 ‘에코월드’는 가은오픈세트장, 에코타운, 야외체험시설 등을 갖춘 문화 콘텐츠 테마파크로 충첨 이남 최대 규모를 갖추고 있다.석탄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거미열차도 체험할 수 있으며, 94년까지 실제로 사용되었던 은성갱도도 관람 가능하도록 개방해 두었다.은성갱 안은 서늘하고 시원해서 에코월드 야외놀이터로 조성된 자이언트 포레스트를 즐기다가 땀을 식히러 들르기 제격이다. 다만, 석탄박물관의 경우 올해 리모델링 관계로 휴관하고 있으므로 방문객들의 유의가 필요하다.가은읍 에코월드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는 ‘가은역 꼬마열차’도 운행하고 있는데 아이와 어른이 함께 탈 수 있어 어린 유아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근처에는 폐역을 활용한 ‘가은역’카페도 있고, 카페 뒤편으로는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철길이 위치하고 있어 감성 포토존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으니 문경시 가은읍을 여행지로 계획하고 있다면 에코월드. 가은역 꼬마열차, 카페 가은역까지 함께 묶어 여행하면 200%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미자 와인·오미자 가공식품 홍보 판매장태조 왕건 남진 때 지나간 ‘토끼비리’도 볼만□ 오미자테마터널 토끼비리덥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시원한 국내 여름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문경 마성면에 위치한 오미자 테마터널을 추천한다. 진남교반 고모산성 아래에 위치한 오미자테마터널은 입구부터 문경 특산물인 오미자를 만나볼 수 있다.터널 초입은 오미자를 테마로 꾸며놓았으며, 오미자 와인을 맛볼 수 있는 휴게공간은 물론 오미자로 만든 가공식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홍보 판매장도 마련되어 있다.색색의 조명과 각종 포토존이 잘 조성되어 있어 무더운 여름이면 인생샷을 건지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이기도 하다.오미자테마터널만 방문하기 아쉽다면, 근처에 토끼비리, 고모산성, 진남교 등이 함께 위치하고 있으니 돌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토끼비리는 ‘토끼가 지나간 길’이라는 의미로, 토끼비리에서 ‘비리’란 강이나 바닷가의 위험한 낭떠러지를 말하는 ‘벼루’의 사투리라고 한다.이 이름의 유래는 태조 왕건이 남쪽으로 진군할 때 이곳에 이르러 길이 없어졌는데, 마침 토끼가 벼랑을 따라 달아나는 것을 보고 따라간 것에 기원한다고 전해진다.‘토끼비리’는 문경 가은에서 내려오는 영강과 문경새재에서 내려오는 조령천이 합류하는 협곡에 있는 길이 500m의 천도로, 데크길로 잘 정비되어 있으며, 그 길의 끝에는 진남교반의 절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바로 앞을 흐르는 동강과 고모산성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작은 연못 뒤 배 형상 바위 위에 위치한 정자여름이면 능소화·연꽃 활짝 펴 포토존 핫플□ 주암정 근암서원문경하면 문경새재는 이제 그만, 잘 알려지지 않는 여름 문경 여행지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명소, ‘주암정’이다. 문경시 산북면 금천변에 위치한 ‘주암정’은 그 이름 그대로 배의 형상을 한 바위 위에 위치한 정자이다. 주암정은 조선 현종 때의 선비인 주암 채익하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후손들이 1944년에 세운 정자로. 정자 앞으로는 작은 연못이 있고 여름이면 능소화와 연꽃이 그 분위기를 더하고 있어, 많은 사진작가들이 앞다투어 찾고 있는 명소이다.산북면에 위치한 한 곳을 더 들른다면 ‘근암서원’을 추천한다.근암서원은 조선시대 명현인 칠현을 배현하는 서원으로 고종 때 서원 철폐로 사라졌다가, 2011년 지역 유림과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옛 모습대로 복설되었다.지원루를 지나면 동재와 서재가, 전면에는 강당이 위치하고 있으며, 강당 뒤에는 내삼문과 경현사로 이루어진 사당 공간이 별도로 배치되어 있다. 근암서원에서는 ‘출사동이 선비체험교실’, ‘한자왕 선발대회’, ‘인문학 아카데미’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기도 했다.이번 여름 선비정신을 되새기고 고즈넉한 서원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근암서원을 찾아 힐링의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23-07-06

“새로운 미래를 향한 혁신과 도전으로 변화하는 청도”

김하수 청도군수가 ‘청도를 새롭게! 군민을 힘 나게!’란 군정 슬로건으로 출범한 민선 8기의 1주년을 맞았다.지난 1년 군민과 함께 발로 뛰며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현장 소통행정으로 변화와 혁신의 군정을 펼쳤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지난해 총 33건의 공모사업 선정으로 595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을 포함한 총 21건의 공모사업 선정으로 475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청도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과 안정적인 농가소득 보전, 지역의 미래 인재 육성과 어르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 든든한 기반을 마련했다.2023년 본예산 6천20억 원을 편성해 청도군 역사 이래 처음으로 6천억 원대 예산 시대를 열었다.또 대한민국 자원순환 부문 ‘환경대상’과 농촌 활력 업무평가 ‘대상’, 경북도 새마을종합평가 ‘최우수상’ 등 32개 분야의 수상으로 지역 위상을 높였다.김하수 청도군수는 ‘유지경성(有志竟成,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자세로 군민과의 소통, 현장 행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미래농업 육성으로 부자가 많은 고장청도군은 기후변화와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대응하고자 청년들이 초기 부담 없이 고소득 농업에 진입할 수 있는 임대형 스마트 팜 조성과 농산물 안전분석실 건립, 농축산물 가격 안정 기금 100억 조성(목표 200억 원) 등 미래 지역농업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6차산업 육성과 농업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다양한 농업정책을 추진해 친환경 우렁이 농법으로 재배한 다솜쌀을 캐나다로 수출하고 감 말랭이 해외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일본 (주)팜마인드와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지역의 근간인 농가 일손 부족 해소를 위한 농촌 일자리 지원센터 직접 운영과 필리핀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치, 미래농업 전문인력 양성, 농어민 수당 지원 등 농업인의 복지와 편의 증진에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다 함께 누리는 행복한 복지어르신을 위한 노인복지기금 조성과 복합시설인 청도 드림생활봉사센터를 11월 준공해 수요자 중심의 노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경로효친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100세 이상에게 장수축하금(100만 원)을 지급하고 지역 내 균등한 서비스 제공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생활민원 바로 처리 서비스를 7월부터 시행한다.여기에 치매 안심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맞춤형 치매 통합관리 서비스 제공에 각종 감염병에 대응한 보건소 이전 신축도 추진한다. 출산장려금 지원과 외래 산부인과 운영, 다 함께 돌봄 센터 확대, 학교급식 지원 등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한다.□ 신성장산업 육성지역의 새로운 활력을 위해 2천657억 원이 투자되는 청도 자연드림파크 조성사업으로 700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유휴시설을 활용한 지역 청년 농부 등 민간 자생조직의 액션그룹을 육성하고 농촌 신활력플러스 사업도 지속으로 진행한다.사람들이 즐겨 찾는 새로운 핫플레이스를 조성하기 위한 반려동물을 위한 콘서트 개최와 반려동물 치유 센터 건립, 140여 개의 전원 카페 축제도 개최한다.전통시장 시설개선과 확충, 공공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 청도 먹거리촌 조성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더 빠르고 편리한 교통 중심지 역할청도는 영남의 중심지로 인근 대도시와 1시간대 1천300만 명의 유동 인구의 강점을 살려 물류 인프라 확충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빠르고 편리한 교통망을 구축한다.동대구를 20분대로 연결하는 대구권 광역철도 ‘경산~청도’ 구간 연장, 청도 풍각면~창녕 성산면을 잇는 마령재터널 건설, 금천 박곡~울주 언양 간 터널개설 등 현안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으로 교통환경 개선을 개선한다.또 광역도로망 구축과 각종 농어촌도로 확·포장에도 속도를 높인다.□ 상생의 균형개발주거·문화·복지 등이 복합된 주거단지인 지역활력타운조성으로 청년층의 지역 정착을 지원하고 청도읍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2025년 준공해 90세대의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한다.내년에 공용주차장과 상생협력상가, 활력 쉼터 등을 마무리하고 산복도로 야간조명 경관개선 및 도시계획도로 개설, 청도역 신축으로 청도 중심지에 변화의 새 바람을 불어넣는다.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화양읍, 각북면)과 기초생활거점 육성사업(운문면, 매전면) 등으로 낙후된 농촌의 균형 발전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또 주거지 공영주차장을 확대해 주차난도 해결한다.□ 매력 있는 교육문화 관광도시청도군은 평생학습 교육도시로 발돋움하고자 대구한의대와 MOU를 체결해 전국 최초로 ‘청도인적자원개발학과’를 설치하고 도민행복대학 등 지역특화 평생교육을 지원하고 조성된 142억 원의 인재육성장학기금을 확대 지원해 인재를 육성한다.지역과 깊은 연관이 있는 화랑과 세속오계의 정신·문화·체험활동 등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청도를 문화·레저 관광명소로 발전시켜 나간다.특히 새마을운동발상지 기념공원 운영 활성화와 해외 새마을 시범 마을 조성, 흙 살리기 운동과 재활용품 경진대회 등을 새마을정신을 지속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간다.환경 변화와 새로운 관광지 개발 등 미래 지향적 관광 트렌드를 반영하고자 선정한 청도관광 9경(景)을 잘 활용해 방문객들이 또다시 찾고 싶은 고장으로 만들어 간다.운영 중인 자연휴양림과 건립될 산림치유힐링센터, 청도읍성, 레일바이크 등 청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활용한 특색있는 치유와 힐링의 환경을 조성한다.□ 군민이 행복한 공감의 행정도시청도군은 군민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청도 행복 헌장’을 올해 초 제정해 군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지난 3월에는 청도군민 아이디어 프리 토크로 제안된 61건의 의견을 수렴하고 5월에는 민간 사회단체장과 함께하는 확대 간부회의를 전국 최초로 개최했다.열린 군수실 운영과 찾아가는 현장민원실 운영, 민원실과 보건소에 민원 안내 AI 로봇 도입, 재활용품 선별 AI 로봇을 작업 현장에 투입해 안전한 환경조성 등 변화된 행정 서비스로 신뢰받는 행정을 추진한다.24시간 통합 관제센터 운영하고 1 마을 1개소 이상의 CCTV 설치, 풍수해 생활권 종합 정비와 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 생태하천 조성사업 등 각종 재해 예방사업 추진으로 군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김하수 군수는 “민선 8기 1년 동안 군민이 행복하고 미래가 있는 희망 청도를 위해 열정을 다해 군정을 펼쳐왔다”며 “새로운 미래를 향한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 정신으로 다시 한번 신발끈을 동여매고 600여 공직자와 합심해 군민들이 새롭게 변화하는 청도의 모습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김하수 청도군수의 2년 차 군정의 핵심은 △군민의 의식 선진화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평생학습 교육도시 △고부가가치의 문화관광사업 육성과 문화예술공간 조성 등으로 문화관광예술 도시 △핵심 농업 인재 양성 등으로 새로운 농정 패러다임 등이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3-07-05

1925년 초가 세 칸에서 시작한 구룡포교회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촌에는 무속신앙이 강하다. 예측 불가능한 바다에서 일하려면 무속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신규 선생의 집안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줏단지를 깨고 기독교로 개종했다. 사업을 일으킨 뒤에는 지역 교회를 개척하는 데 앞장섰다. 설립 100주년을 앞둔 구룡포교회(2011년 늘푸른교회로 명칭 변경)와 구룡포의 신앙에 관해 들어보았다.배 : 해안 지역은 무속신앙이 강할 수밖에 없었지요?강 : 바닷가에는 샤머니즘이 강해. 바다 일은 사람의 힘으로 안 되니까. 특히 바람을 다스리는 영등(영두)할머니를 끔찍하게 섬기지. 영등할머니가 딸을 데리고 오면 바람을 일으키고, 며느리와 함께 올 때는 비가 내린다고 해. 다시 태어나도 영등을 통해야 하고, 아들도 점지해준다니 섬길 수밖에. 당시만 해도 배는 남자들만 타는 전유물이었어. 출항 전에 여자가 어선에 오르거나 그물을 밟으면 안 된다고 했지.배 : 지금도 예전 풍습이 남아 있지요?강 : 새해 첫 수산물 거래를 앞두고 초매식(初賣式)을 해. 처음 매매하는 생선으로 제상을 차리고, 수협 조합장과 이사들이 절을 하고 풍어와 무사 안녕을 기원하지. 매년 이어지는 풍습이야. 그리고 풍어제도 있어. 용왕당에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를 지내지. 올해도 어황이 안 좋으니 동네에서 무당을 불러 1박 2일 굿을 했어. 등록된 무속인이 와서 전복과 해삼, 성게도 많이 잡고 어촌계원들의 안전을 빌었지. 예전에는 선박이 나갈 때마다 고사를 지냈어. 무속인이 와서 징을 치고 축수(祝手)를 했지. 부친이 교회 장로여서 굿을 못 하게 했지만 선원들은 가만있지 않았어. 배 : 선주도 굿을 말리지 못했군요?강 : 목사까지 와서 무속을 금했지만 선원들은 듣지 않았어. 바다에 생명을 맡겨야 하는 선원들로서는 오랜 믿음을 깨기가 쉽지 않았던 거지. 고기잡이를 나가는 선원들은 포항이나 발산, 흥안으로 배를 옮겨 무당을 불러서 고사를 지내고 출항했어. 그렇게까지 하는데 별수 있나. 부친이 경비는 보낸 걸로 알아. 교회는 날씨가 좋아도 일요일에는 출항을 금했지만, 선원들은 그럴 수 없었지.배 : 선원들은 생계가 걸린 일이니 물러서지 않았나 봅니다.강 : 그렇지. 생계 때문에 날씨만 좋으면 바다로 나가야 했지. 포경선 선원들은 흥안리와 발산리에서 걸어왔어. 후동리에 있는 하수종말처리장을 지나 산길을 넘었지. 지금이야 등산로라도 있지. 당시엔 빨리 걸어도 두 시간 걸리는 거리를 새벽에 걸어왔어.배 : 교회에 다니는 선원은 없었나요?강 : 한때 동해에서 장어가 엄청나게 잡힌 적이 있는데 발산리에 있는 작은 교회에 교인들의 헌금이 1억 원이 넘었다고 해. 예배를 보고 나가면 사고도 안 나고 고기도 잘 잡힌다는 소문이 돌자 신도가 많아진 거지.배 : 강두수 선생이 교회에 헌신한 이유가 궁금합니다.강 : 대구고등성경학교(1919년 개교 당시는 ‘대구동산 성경학교’라 불림)를 다녔으니 말해 뭐해. 이 학교의 교육 목표가 장래 교회 인도자 양성이라고 하더군. 아버지가 1955년에 장로가 되시고 나서 사업은 나날이 번창했어. 부친은 베풀기를 즐겨 기부를 많이 했어. 상정, 장길리, 석병 등에 교회를 개척하는 데 큰 보탬이 되었지. 아버지를 비롯해 신도들이 흙을 나르며 물심양면으로 도왔어.배 : 구룡포의 교회 역사가 100년이 다 되어 간다고 들었습니다.강 : 1925년에 구룡포교회가 설립되었지. 연혁을 보면 대구 동산기독병원에서 박덕일 목사를 파송해 설립했어. 용주리에 초가 세 칸 예배당으로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제대로 된 건물이 없어서 가마니를 깔고 예배를 봤다고 해. 광복 후에는 구룡포 5리에 있던 일본인 사찰을 인수해 예배를 봤지.구룡포교회는 일제강점기 대구 동산기독병원(동산의료원)에서 조직된 전도회를 통해 개척되었다. 동산의료원 선교사들이 건립한 교회는 대구·경북에 100개가 넘는다고 전한다. 동산기독병원 전도목사였던 박덕일 목사는 구룡포교회의 초대 목사로 파송되었다.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제2대 플레처 원장은 부임 후 전도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갔다. 그는 우리말이 서툰 선교사들보다 현지인이 전도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고 박덕일(1930년까지 시무) 목사를 1921년 1월에 동산기독병원 전도목사로 임명했다.전도회 최초 개척교회는 1921년 11월에 박덕일 목사가 개척한 고령군 덕곡면 반성교회이며, 병원 전도회가 147개 교회를 설립하였다고 하나 기록상으로는 127개 교회로 되어 있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대표적 교회 가운데 대구 시외에 있는 교회는 영천금교회, 구룡포교회, 경주아화교회, 청도신읍교회, 장기교회, 건천제일교회, 칠곡동명교회 등이다.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블로그 “다시 보는 동산 역사 : 1921년 ‘동산 기독병원 전도회’ 설립, 복음의 씨앗을 뿌리다!” 배 : 구룡포교회를 구심으로 인근에 여러 교회가 세워졌다고요?강 : 교회에 큰 종탑이 있었는데 종소리가 온 동네로 퍼져 나갔어. 새벽 4시에 종소리가 울리면 배 나갈 시간으로 알았으니까. 구룡포교회가 ‘어머니 교회’가 되어 인근 지역으로 교세를 확장했어. 1960~70년대 신도는 300명에 가까웠어. 인구가 3만 5천 명 정도 되던 때지. 어려운 시절이지만 십시일반으로 서로 도왔어. 1990년대 이후 교세가 점차 약해졌지.배 : 교인들이 예배당을 짓는 사진이 있군요.강 : 교인들이 모래와 자갈을 옮겨가며 건물을 지었지. 교인들의 인력 봉사로 1949년 상정교회, 1953년 장길리교회, 1961년 석병교회, 1979년 삼정교회가 설립되었어. 교회를 개척하는 일 자체가 포교였고 신앙생활이었던 거지. 부친은 교회 일이라면 두 팔을 걷어붙였어. 전도사들 학비도 대주었다고 해. 사업이 기울던 1990년대는 빚을 내 헌금했을 정도야. 교회에 그렇게 애정을 쏟으니 구룡포교회를 강두수 교회라고 말하는 교인도 있었어.배 :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교회 풍경이 있나요?강 : 어머니가 교회에 가서 고무신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당부했을 정도로 아이들이 많았어. 그때 사진이 있는데 워낙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새까맣게 모여 있어 내가 나를 못 찾겠어. 1948년에 구룡포교회 부설 유치원이 설립되었는데 나도 거길 다녔지. 아버지가 그 유치원을 설립할 때 자금을 대셨고 초대 원장을 맡은 걸로 알아.배 : 유치원에 다닐 때 추억이 있나요?강 : 당시엔 두세 살 차이가 나는 아이들과 함께 유치원을 다녔어. 홍역이나 천연두가 무서웠던 시절이어서 아이가 태어나도 어느 정도 자라서야 호적에 올렸거든. 찾아보니 내 사진은 남아 있는 게 없는데 친하게 지내는 후배 사진은 있더라고. 원복을 맞춰 입은 모습을 보면 여유 있게 잘살던 시절이다 싶어. 다른 기록은 2011년 교회를 신축하면서 거의 사라졌어. 당회록도 1940~50년대 기록은 소실되었어.배 : 강두수 선생은 교육사업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강 : 구룡포 수산고등학교에 교육용 선박을 기증했어. 연안에서 운항 기술을 가르칠 저인망 실습선이었어. 20~25t 어선이 대부분이던 시대였지만 실습선은 30t 넘는 목선이었어. 구룡포수협조합장을 할 때 기증하셨을 거야. 실습을 안 할 때는 외삼촌이 속초로 몰고 나가 고기를 잡아왔어. 아버지는 나한테 교육자가 되고 싶지 않은지 물어보셨지만 나는 관심이 없었어.배 : 기증한 선박은 실습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겠습니다.강 : 그랬을 테지. 구룡포 수산고등학교를 다닌 친구들이 있었는데 실력이 꽤 좋았어. 성적은 뛰어나도 타지로 갈 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없는 친구들이 수산고로 진학했지. 수산고등학교 항해과를 나와서 부산 해양대학을 거쳐 상선을 모는 선장도 배출되었고. 내가 대학 다닐 때 원양어선을 타고 제법 큰돈을 버는 친구도 있었지.강신규1947년 구룡포에서 부친 강두수와 모친 하순분의 1녀 3남 중 셋째로 태어났다. 강두수(姜斗洙, 1919~1998) 선생은 광복 후 포항과 구룡포에서 처음으로 고래잡이를 허가받은 포경선 선주이며 구룡포수협 초대, 3대 조합장을 지냈다. 적산가옥에 살면서 구룡포항을 놀이터 삼아 자란 강신규(姜信圭) 선생은 구룡포 동부초등학교를 나와 대구 계성중·고등학교, 국민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 완구진흥공단과 구룡포수협, 장로회신학대학에서 근무하다가 1990년대 부친과 함께 호미곶 강사 2리에서 냉동공장을 운영했다.대담·정리 : 배은정(소설가) / 사진 촬영 : 김훈(사진작가) /사진 제공 : 강신규

2023-07-05

대의와 명분의 이름으로 ‘비극의 굴레’에 갇힌 명장

몰락한 금관가야의 후손으로 신라사회에 편입한 김유신의 가문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갖춘 신라 귀족과는 거리가 멀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그럼에도 열다섯 살에 수백 명의 용화향도(龍華香徒)를 이끄는 화랑이 됐고, 이후 백제·고구려와 수십 년 이어진 전투에서 신라의 다른 어떤 장수도 흉내 내지 못할 전공(戰功)을 세웠다. 뿐인가. 내란이 발생했을 땐 왕의 곁에서 듬직한 보디가드 역할을 했다.다섯 명의 아들과 딸 넷을 뒀으니 자식복도 없지 않았다. 남성의 평균수명이 겨우 마흔 안팎이었을 7세기에 머리는 물론 수염까지 하얗게 센 일흔여덟까지 살았으니 천수(天壽)를 누렸다.죽음 이후에는 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존재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고, 사후 1천30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문맹의 노인들까지 ‘김유신은 신라의 명장’이란 걸 모르지 않는다.논쟁의 여지가 없이 분명하다. 김유신은 삼국통일, 또는 삼한일통((三韓一通)을 이야기할 때 가장 첫머리에 언급되는 인물.그렇다면 입이 아프도록 앞서 열거한 ‘화려한 이력’만이 김유신의 전부일까? 당연지사 아니다. 그럼 무엇이 그의 삶에 드리웠던 어둡고 습한 그림자였을까. ◆ 사랑하는 여인에게 등 돌려야했던 서러운 사연비단 역사 속에 뚜렷한 이름을 남긴 사내만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남자들 절대다수는 ‘첫사랑’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이는 ‘감성적 생물’로서의 인간이 가진 특질이니까.김유신이 화랑이 된 후인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시기로 추정된다. 그에게도 생애 처음인 사랑이 찾아왔다. 천관(天官)이라는 여성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기녀(妓女).김유신의 부모가 그녀를 두 팔 벌려 환영했을 가능성이 있었을까? 없었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신라 정통귀족이 아닌 것에 콤플렉스를 가졌을 김유신의 집안에서 술 따르고 춤추는 여자를 아들의 배필로 원하지는 않았을 터.고려의 학자 이인로(李仁老·1152~1220)는 ‘파한집(破閑集)’에서 김유신과 천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관해 쓰고 있다. 요즘의 방식으로 풀어 쓰면 이런 내용이다.“김유신이 젊었을 때 어머니인 만명부인은 엄한 가르침에 더해 교유(交遊)함을 잊지 말도록 했다. 만명부인이 말하기를 ‘나는 이미 늙었다. 밤낮으로 네가 성장하는 모습만을 바라보고 있다. 공을 세워 나라의 영광이 되어야 하거늘, 너는 술 파는 아이와 유희나 즐기고 있구나’라며 울었다. 이에 김유신은 다시는 천관에게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어느 하루. 만취한 김유신을 태운 말이 옛길을 따라 가다 천관의 거처에 이르고 말았다. 김유신은 한편으론 기뻤지만, 눈물을 흘리며 반갑게 맞이하는 천관을 못 본 척했다. 그곳까지 자신을 데려간 말은 목을 잘라버리고, 안장은 그곳에 버렸다. 이에 천관이 크게 절망해 노래 하나를 지어 불렀다고 한다. 경주의 천관사(天官寺)가 그때 그 집이다.”그렇다면 실연(失戀)한 천관은 어떻게 됐을까.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소설 속 주인공 ‘베르테르’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또 다른 속설에 의하면 “머리 깎고 여승(女僧)이 돼 다시는 환속(還俗)하지 않았다”고 한다.이처럼 김유신에게도 첫사랑에 실패하고 좌절했던 홍안의 소년 시절이 있었다. 몇 주 전 경주를 찾아 천관사지(天官寺址·천관사가 있었다고 추정되는 절터)를 돌아봤다.슬픔으로 기록된 신라 청춘남녀의 눈물겨운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금은 푸른 풀만이 무심하게 바람에 나붓거리고 있었다. ◆ 계백과 맞선 황산벌에서 조카를 죽음으로 내몰다삼국통일의 과정에서 가장 드라마틱하며, 후일담이 많이 떠도는 사건 중 하나가 ‘황산벌전투’다. 백제의 맹장 계백과 김유신이 맞붙었던 싸움. 여기서 만들어진 게 ‘신라 화랑의 전설’로 남은 관창과 반굴의 피비린내 나는 에피소드다.TV드라마와 영화로 수십 차례 재탕된 것이니 황산벌전투에 관해선 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660년. 지금의 충남 논산 일대에서 죽음을 각오한 백제의 ‘오천 결사대’에 밀리던 신라군이 화랑 두 명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고는 분노했고, 이에 전의(戰意)를 불태워 백제 군대를 전멸시킨 게 바로 황산벌전투. 백제는 이 전투 이후 몰락한다.바로 여기서 피어보지도 못한 꽃봉오리처럼 사라진 두 화랑 중 한 명이 김유신의 조카 반굴이다.당시 국방부장관 겸 육군참모총장의 역할을 수행하던 김유신에겐 황산벌전투의 양상을 뒤집을 카드가 절실하게 필요했다.‘젊은 지휘관의 희생’이 그가 선택한 ‘히든 카드’였다. 당시 김유신 동생 김흠순의 아들 반굴은 겨우 20대 초반, 좌장군(현재 육군참모차장 정도의 계급에 해당) 김품일의 아들 관창은 만으로 15세에 불과했다.육군사관학교 군사학과 이상훈 교수의 논문 ‘황산벌의 위치와 전투의 재구성’은 반굴과 관창의 죽음을 감정은 배제한 채 드라이하게 서술하고 있다.“황산벌전투 당시에는 백제군이 참호나 목책 등으로 방어시설을 구축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신라의 반굴은 ‘입진(入陣·맞서 싸우는 상대의 진영으로 들어가는 것)’하여 싸우다가 사망하였고, 관창은 말을 타고 ‘적진(敵陣·상대편 군대가 밀집한 진영)’에 뛰어 들어갔다가 포로가 된 후 되돌아왔다. 관창은 신라군 진영에 돌아온 후, 우물물을 마시고 다시 적진에 뛰어들어 싸우다 사로잡혀 참수됐다. 백제군은 관창을 참수한 후 말안장에 매어 신라군 진영으로 돌려보냈다.”비단 신라만이 아니다. 나라의 명운을 건 전쟁에 최고 권력층의 자제가 참전하거나, 거기서 전사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중국 국가주석 모택동(毛澤東)의 아들 모안영(毛岸英)은 인민지원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죽는다. 70여 년 전 이야기다.영국 왕위 계승 서열 5위였던 해리 윈저(Henry Windsor·39) 왕자는 10년을 영국군에서 복무했다. 그는 헬기를 조종할 줄 알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아프가니스탄에 두 차례나 다녀온 걸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높은 지위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의 완수를 위해 조카 반굴을 죽음의 길로 보내야했던 김유신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보통의 사람들로선 짐작이 어렵다. 그러나, 그게 흔쾌한 결정이 아니었음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듯하다.조카 반굴의 전사는 김유신이 예순다섯에 겪은 참혹한 비극이다. 이 또한 김유신의 삶에 드리운 눅눅한 그림자가 분명하다. ◆ 왕에게 전투에 패한 아들을 처형하라고 청하다앞서의 언급처럼 김유신은 일흔여덟에 사망한다. 그가 죽기 1년 전. 당나라와의 전투가 석문에서 벌어진다. 김유신의 차남 원술(元述)이 참전한다. ‘삼국사기-김유신열전’에 이 싸움이 기록돼 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원술은 672년 석문전투에 비장(裨將)으로 참가하였다가 패배했다. 당시 원술은 나아가 죽고자했으나, 그를 보좌하던 담릉이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고 만류해 결국 죽지 못했다. 원술이 살아서 돌아오자, 김유신은 국왕(문무왕)에게 ‘왕명을 욕되게 했을 뿐 아니라 가훈을 저버렸기에 목 베어야 합니다’라고 했다. 국왕의 만류로 처형당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 김유신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듬해 원술이 김유신의 사망 소식을 듣고 찾아오자, 이번에는 어머니가 원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원술은 675년 매소성전투에서 공을 세워 상을 받았으나, 부모에게 용납되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여겨 결국 벼슬을 하지 않고 세상을 마쳤다.”문무왕은 김유신 여동생 문명왕후(文明王后)의 아들이다. 그러니, 문무왕과 원술은 사촌지간. 아무리 큰 실수를 했더라도 사촌을 처형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그 실수는 원술이 의도한 것도 아니었다.물론, 김유신 역시 그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자식이 듣는 앞에서 “너는 죽어 마땅하다”며, 다시는 얼굴을 마주보지 않았다는 건 21세기의 상식으론 이해가 쉽지 않다.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이 아닐까?대의와 명분을 위해 “내 아들의 목을 베라”고까지 말해야했던 김유신은 그날 무너지던 심정을 가까스로 남들 앞에서 숨겼을 게 분명하다. 바로 그게 그의 삶을 가장 넓고 깊게 그늘지게 했던 그림자였을 것이다.(계속)/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23-07-04

“공공기반 활용한 지역 연극계 동반성장이 목표죠”

예술은 특정한 누구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향유하는 권리이다. 이 같은 예술의 공공적 가치는 공립예술단의 존재 근거가 된다. 전국에 산재한 국공립극단이 만나는 ‘대한민국 국공립극단 페스티벌’이 올해로 14회를 맞았다. 내일(오는 5일)부터 한 달여간 전국 8개 극단이 경주를 찾는다. 축제를 주관하며 피날레를 장식하는 경주시립극단의 김한길 예술감독을 만났다. 경주시립극단 출범 이후 가장 젊은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지난 7년간 경주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경주말과 지역민의 정서를 담아왔다. 창작인으로서의 꿈과 고뇌, 지역 연극 발전을 위한 공립극단의 역할까지 그의 고민은 깊었다. -경주시립극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한지 벌써 7년이 됐다.△임기 2년으로 와서 지금까지 있을지 몰랐다. 집주인 할아버지가 좋은 분이어서 몇 년째 같은 집에 산다. 민간에서 공립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면서 책임감과 부담감이 컸고 공립극단으로서 역할을 고심했다. 지역민에게 문화적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우선을 두고 경주의 브랜드가 될만한 소재 발굴을 고민해 왔다.-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을 선보였나.△경주말과 경주 사람의 정서를 담으려 했다. 오태석의 연극 ‘자전거’를 경주 사투리로 바꾸고, 경주를 배경으로 손기호 작가가 쓴 ‘송화꽃 지면 송화 날리고’를 연출했다. 경주를 소재로 극을 쓰고 연출한 작품도 꽤 있다. 경주 웃시장(성동시장)과 아랫시장(중앙시장)을 무대로 한 악극 ‘바람아 구름아’, 일제강점기 경주에서 일어난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1915 경주 세금마차사건’,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경주 남산과 삼릉을 배경으로 만든 ‘동경이의 마술피리’ 등이다.-경주시립극단을 이끌면서 역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콘텐츠를 다양하게 선보이려고 노력했다. 코미디 작품 다음은 따뜻한 가족사, 그다음은 묵직한 주제 혹은 친근한 소재의 작품을 배치했다. 코로나로 공연이 힘들 때는 웹드라마도 제작했다. 관객 접근성에 중점을 두다 보니 아직까지 과감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시도해 본 적은 없다.-경주에 오기 전부터 극단 ‘청국장’을 이끌며 소시민의 일상을 세밀하게 풀어내는 연극을 해왔다. 연극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고교 시절 별생각 없이 들어간 연극반에 깊이 빠졌다. 연극을 가르쳐 줄 교사가 없어 선배들 어깨너머로 배웠다. 첫 무대는 철학과 교수였던 강월도의 ‘알’로 기억한다. 난해한 내용이라 작품 해석이 제대로 됐을 리 없다. 참여 가능한 인원이 정해지면 서점에서 희곡을 뒤져서 공연작을 골랐다. 진로를 일찌감치 연극으로 정하고 신촌이나 명동, 대학로 무대를 찾아다녔다. 공부는 뒷전이니 집에서 좋아할 리 있나. 이근삼의 ‘연극개론’과 성경책을 챙겨서 가출까지 감행했다.-가출하면서 어떻게 책을 챙길 생각을 했나.△기독교인도 아닌데 성경책을 챙긴 건 삐뚤어지진 않겠다는 의지가 아니었을까. 당시 내게는 그 책들이 안전장치였던 것 같다. 이후로 부모님도 크게 말씀을 안 하셨다. 그러다 극단 ‘로얄 씨어터’의 ‘삼일로창고극장’이 건너 골목으로 이사를 왔고,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극단에 들어가 포스터부터 붙였다. 선배의 대타로 첫 무대에 올랐고, 제대 후 창작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마차’로 정식 데뷔했다.-배우로 연극을 시작한 것인가.△그렇다. 연기를 하면서 뭘 자꾸 끄적이는 날 보더니 당시 ‘로얄 씨어터’ 연출이던 류근해 상명대 교수가 희곡을 써보라고 했다. 그해 서울예대 극작과에 진학했다. 쟁쟁한 98학번 동기들과 희곡을 쓰고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뮤지컬 스타 정영주와 극단 ‘여행자’의 김은희 대표, 한윤섭 아동문학가 등이 동기다.-극단 ‘청국장’을 오랫동안 이끌고 있다.△처음에는 대학 친구들과 극단 ‘누에’를 창단했다. 간결하면서도 주제를 압축하는 단막극이 한국에도 필요하다는 대학 은사의 권유로 비롯됐다. 생활전선으로 나가는 단원들이 많아 오래가지 못했다. 극단 ‘청국장’은 내가 쓰고 연출한 ‘장군슈퍼’와 ‘사랑의 피아노’ 스텝들과의 의기투합이었다. 고초균으로 발효되는 청국장과 연극 작업이 비슷하다고 술자리에서 이름을 지어놓고 다음날 진짜 그걸로 할 거냐고 확인하고 그랬다.-소시민의 담백한 삶에 가치를 두는 이유는.△한 작가의 작품은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지나 세계를 확장하는 과정을 거친다. 무대는 일상과 다른 공간이고 허구의 이야기가 극적인 언어로 펼쳐진다. 무대 언어로 꽉 찬 공간에서 쨍하도록 투명한 일상의 언어를 발견하는 것은 즐겁다. 주변에서 ‘디테일 김’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확실히 섬세한 일상 묘사에 관심이 크다. 현실적인 이유를 들자면 주로 소극장에서 공연했기 때문이다.-대한민국 국공립극단 페스티벌이 14년째 이어온다. 페스티벌에 대한 연극계의 인식이 궁금하다.△공공극단의 유일한 페스티벌로 의의가 크다. 각 지역의 공립극단은 지역의 소재와 사투리의 가치를 담은 작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각 지역에 소속되어 있고 단 1회 공연이라 신작을 선보일 수 없어 아쉽다. 전국의 공립극단이 지역 민간 연극단체와 교류하며 연극의 발전에 힘쓰는 만큼, 국공립극단 페스티벌과 대한민국연극제가 서로의 곁을 내어주며 연극계 전체의 축제로 확장하는 것도 제안하고 싶다.-‘공립’과 ‘극단’은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국공립 단체의 예산은 세금이다. 내 또래의 연극인들은 대부분 대리운전을 비롯한 아르바이트를 한다. 안정적이라는 것은 장점이자 동시에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월급이 ‘연극쟁이’로서의 기질을 앗아간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지만 개선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공익성과 공공성 추구라는 공립극단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 시민연극교실과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찾아가 그림책을 읽어주는 ‘경단(경주시립극단)이와 떠나는 그림책 여행’이 고민의 산물이다. 더불어 공공적 기반을 활용해 지역 연극계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경주 지역 연극인들과도 교류를 하나.△경주 연극계는 토양이 훌륭하다. 경주시립극단의 모태가 된 ‘에밀레 극단’이 건재하고, 인형극으로 출발한 ‘극단 깨비’는 장르를 넓히는 등 쟁쟁한 창작진이 모여있다. 이러한 토대 위에 공공 영역이 민간을 포용하면서 지역 연극계가 발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탄탄하고 안정적이지만 신선함에 목마른 공립극단과 예술혼으로 활활 타오르는 민간 영역이 상호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다양한 시도를 모색해 볼 가치가 있다.-페스티벌 폐막작으로 ‘1915 경주 세금마차사건’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일제강점기 실제로 독립자금 확보를 위해 경주에서 일어난 세금마차 탈취사건을 다룬 연극이다. 무대에서 한번 관객을 만난 작품은 연습 과정에서 농축된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거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지나갔던 대사가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 사이 연극은 숙성된다. 보통은 두 달 연습해서 사흘 공연하니 늘 아쉽다.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를 2주간 공연한 적이 있다. 작품에 자신이 있었기에 그럴 수 있었다. 수요 관객이 그만큼 안될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갈수록 관객이 늘었다.-올해의 참여작 성향은 어떤가. 주목되는 작품을 소개해준다면.△가족 콘텐츠가 늘었다. 새로운 형식이 기대되는 무대는 경남도립극단의 오브제음악극이다. 수원시립극단은 권호성 예술감독이 부임하고 첫 작품이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악극을 자주 공연하는 경산시립극단의 무대에서 악극의 노하우를 살펴봐도 좋겠다. 한 인물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조명하는 ‘전명출 평전’을 인천시립극단이 어떻게 녹여낼지도 궁금하다. 옆 동네 포항은 물론이고 어린이극으로는 첫선을 보이는 목포, 작년과 동일한 작품으로 농익은 정도를 살피기 좋은 부산도 기다려진다. 작년 페스티벌에서 전 작품을 모두 관람한 관객이 200여명이었다. 올해도 여덟 작품 모두 놓지지 않길 바란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과 배우와의 포토타임, 내가 뽑은 최고의 배우상도 즐겨주길 바란다.-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시도가 있나.△더 이상의 일을 벌이기보다 임기를 잘 마무리하려 한다.(경주시 조례상 예술감독의 임기는 연임 3회로 제한된다.) ‘경주시민 연극교실’과 ‘경단이와 떠나는 그림책 여행’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길 바란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로 관객의 기운을 온전히 받지 못한 ‘동경이의 마술피리’를 제대로 된 무대에 올리고 싶은 바람도 있다. 국공립극단 페스티벌이 끝나면 바로 다음 공연을 준비한다. 무언극인 ‘안네의 일기’로 호평을 받은 주혜자 연출이 객원으로 참여한다.-김한길 감독에게 ‘연극’이란.△과거이고 현재이며 미래이다. 연극을 시작하면서 꿈꿔왔던 대부분이 이뤄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꿈을 더 크게 꿀 걸 그랬나 싶다. 나를 대학로에서 경주로 데려온 것도 연극이니, 연극이 또 다른 미래로 나를 데려놓지 않을까. /배은정 작가김한길 경주시립극단 예술감독은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4기 동인으로 활동했다. 극단 ‘청국장’ 대표이다. 극을 쓰고 연출한 ‘장군 슈퍼’로 한국예술위원회 신진예술지원을 받았고, 2006년에는 ‘춘천 거기’로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했다. ‘장군 슈퍼’, ‘슬픔 혹은’, ‘임대 아파트’로 PAF 극작상을 받았다. 2016년 경주시립극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해 ‘삼도봉 미스터리’,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유쾌한 하녀 마리사’, ‘지금도 가슴 설렌다’,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 ‘장마’, ‘귀로’, ‘1915 경주 세금마차사건’, ‘동경이의 마술피리’, 악극 ‘바람아 구름아‘ 등 12여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2023-07-03

“역사·미래 공존하는 경주, 중단 없는 지역발전 이끌 것”

민선 8기 1주년을 맞이한 주낙영 경주시장.재선에 성공한 주낙영 시장은 지난 4년간 신라왕경 특별법 및 시행령 제정을 비롯해 문무대왕 과학연구소 착공 등 지방 소도시를 명품 도시로 성장시켜 많은 지자체의 이목을 끌었다.지난 3월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국가산업단지 유치에 성공했다. 이는 2025년 준공 예정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함께 국내 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의 한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경주시는 이제 경주의 미래 백년대계를 앞당길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로 화룡점정(畵龍點睛) 찍겠다는 각오다.무엇보다 올해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큰 어려움에 처한 서민생활의 안정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에 역점을 두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주낙영 경주시장은 “민선 7기에 이어 중단 없는 지역 발전을 위해 지난 1년간 쉼 없이 달려온 결과 최근 SMR 국가산단 유치 등의 굵직한 공모사업 선정의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며 “앞으로 20년 전 태권도 공원의 정치적 무산을 타산지석 삼아 2025 APEC 정상회의를 반드시 유치해 미래 경주 발전을 위한 화룡점정을 찍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역점사업 가시적 성과 도출로 경제지도 대변화경주시는 지난 1년 동안 각종 공모에 53건 사업이 선정되면서 국비 6462억 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지난 민선 7기 1주년 국비 700억원(22건) 성과와 비교하면 무려 9배 이상 국비 예산이 증가했다.이 중에서 단연 으뜸은 국내 처음으로 조성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국가산업단지 유치다. 동경주 일원에 조성되는 SMR 국가산단은 규모만 150만㎡에 달하고 투입되는 예산도 3천966억원에 이른다.경주시는 SMR 관련 기업의 집적으로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을 구축해 SMR 수출시장 선점을 기대하고 있다. SMR 국가산단이 가동되면 225개 기업이 입주해 경제적 파급효과는 6조7천357억원, 고용유발효과는 2만2천80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형산강이 지난해 12월 환경부 주관 ‘홍수에 안전한 지역맞춤형 통합하천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36㎞ 구간에 3천367억원 예산을 투입해 홍수 안전, 하천 환경개선은 물론 친수공간까지 24개 사업을 추진한다.이번 신형산강 프로젝트는 형산강 발전을 골자로 추진된 ‘형산강 에코트레일’과 ‘형산강 프로젝트’에 이은 세 번째 전략 프로젝트다.신경주역세권 해오름 플랫폼 시티가 국토부 주관 공모사업인 투자선도지구로 지난해 12월 선정됨에 따라 신경주역 일원 113만2천529㎡에 총 5천407여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2031년까지 광역교통 연계 융복합 자족도시로 추진된다.경상권 광역교통의 중심지 해오름 플랫폼 센터(복합환승센터)를 건립하고 주변 양성자 가속기 확장, SMR 국가산단 조성에 맞추어 연계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살림살이 2조원 시대 개막지난해 2조 1천억원 규모의 2회 추경예산에 이어 올해 1회 추경예산도 2조 10억원으로 편성해 본격적인 예산 2조원 시대를 열었다.이는 국회와 중앙부처를 수시로 찾아 지방재정의 어려움과 현안사업의 필요성을 토로하고, 각종 공모사업 신청 등 지방교부세 확보에 적극적으로 노력해 온 결과로 분석된다.민선 8기 1주년을 맞아 각 분야별 평가에서는 59건의 기관표창을 받는 등 역대 최다 수상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국민권익위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2022년)에서는 전국 75개 기초자치단체 시 부문 종합 1등급을 획득했다.2020~2021년 3등급에서 2단계를 오른 결과다. 2017년부터 3년 연속 최하위 5등급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5단계나 수직으로 상승했다.또 올 4월에는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주관 공약 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이는 민선 8기 공약을 10대 분야로 확정한 후 지난해 8월 공약실천계획 점검 주민평가단 구성하고 3차례 회의를 개최하면서 꼼꼼하고 촘촘한 그물망 계획을 완성한 결과이다.더불어 지방물가 안정관리 최우수 및 안전대전환 집중안전점검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돼 경주시가 살기 좋고 안전한 도시로도 평가 받았다.□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글로컬 문화관광 도시2025년 우리나라에서 20년 만에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미·중·일·러 4강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21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정상회의 개최 도시가 얻게 될 유무형의 사회경제적 유발 효과는 상상 이상일 전망이다.경주시는 △경호·안전 안심 최적 △풍부한 숙박시설, 회의시설 및 수많은 국제행사를 치른 경험 풍부 △문화유산 최다보유, 가장 한국적인 도시 △다양한 산업시찰 가능 등을 강점으로 내세워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향후 경주시는 ‘경주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와 ‘경주시유치지원위원회’를 중심으로 △정상회의 유치 전략 개발 △대정부 활동 및 유치 공감대 확산 △민간주도의 시민의식 선진화 운동 전개 △친절하고 안전한 손님맞이 준비 등 4대 실천과제 중심으로 유치 활동에 전력투구할 방침이다.올 상반기 최고 이벤트는 단연 대릉원 입장료 전면 폐지와 천마총 발굴 50년을 기념해 열린 ‘대릉원 미디어아트’이다.특히 대릉원 미디어아트 운영기간인 한 달 동안 대릉원을 찾은 관광객 수는 31만4천163명으로 지난해 1년간 전체 대릉원 방문객 132만 9천114명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여기에 경주시는 대릉원과 황리단길에 집중된 관광객들을 중심상가로 유인하기 위해 중심상권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인 ‘중심상권 동행’ 행사와 골목야시장인 ‘불금예찬’을 준비해 경주 관광 외연을 시내 전역으로 확장하고 있다.옛 경주역은 ‘경주문화관1918’로 개관 후 복합 문화공간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올해는 △1918 콘서트(정기공연) △아트마켓 1918(문화광장) △유명 미술가 레플리카 전시(미술 전시) △무료 대관 △문화창작소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MZ세대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경제가 살아나는 첨단 과학·산업도시경주에 지난 4월 처음으로 자동차 소재부품 연구센터인 ‘차량용 첨단소재 성형가공센터’가 경주 e-모빌리티 연구단지에 들어섰다.경주시는 여기에 △탄소 소재부품 리사이클링센터(2023. 12.)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통합관제허브센터(2024. 10.)가 차례로 완공되면 자동차 신기술 보급, 기업지원, 전문 인력 양성 등 글로벌 미래형 모빌리티 소재·부품 전진기지로 조성할 계획이다.현재 감포읍 대본리 일원에 국내 최대 원자력 연구단지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공사가 한창이다. 이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지역분원 형태로 설립된다. 연구인력 400명과 지원관리 인력 100명 등을 포함해 규모가 꽤 크다.경주 SMR 국가산단이 관련 기업집적과 지원이 중심이라면,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SMR 혁신기술 개발이다. 이 두 곳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면 경주는 SMR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더불어 경주엔 월성원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방폐장이 있다. 여기에다 ‘중수로 해체기술원’까지 예정대로 들어서면 경주는 완전의 설계~건설~운영~해체~처분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사이클을 보유하게 된다.민선8기 1년 동안 내실 있는 투자유치 업무협약 10건, 투자금액만 5315억 원의 괄목상대한 성과도 거뒀다.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자동차(1천339억원) 5곳 △소재 제조(2천30억원) 3곳 △물류업(946억원) 1곳 △수소 연료전지(1천억원) 1곳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유치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3-07-03

‘혁신’과 ‘변화’의 1년…구미 재창조 기반 다졌다

지난해 ‘새 희망 구미 시대’를 기치로 취임한 김장호 구미시장은 ‘혁신’과 ‘변화’만이 구미의 옛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며 행정시스템을 ‘속도’와‘성과’중심으로 탈바꿈 시켰다. 김 시장이 이끈 이러한 변화는 1년간의 실적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굵직굵직한 대규모 국책사업을 연이어 유치·구축하고, 현재는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선정에도 높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예산 2조원 시대와 구미를 대표하는 축제를 개발하고, 정부도 하기 힘든 소아과 진료체계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경제성장과 정주여건 개선이 인구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발품을 팔아 굵직한 국책사업 유치작년 11월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5돌 숭모제’에서 김장호 시장은 “방위산업 클러스터, 반도체 특화단지 등을 유치해 구미시가 지방시대를 선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시장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말에도 쉬지 않고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서울 대통령실과 국회, 세종 정부청사, 경북도청 등을 38회 방문했다. 이 기간 이동거리는 4만5천600㎞에 달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57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기업체도 37회 방문했다. 이러한 노력 등으로 구미시는 ‘방산혁신클러스터’유치에 성공했고, 7월 중순 발표 예정인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선정에도 높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이차전지 474억원(거점센터 280, 하이테크롤 첨단화 194), 로봇 267억원(애자일 제조 실증기반 121, 자율주행로봇 플랫폼 146), 메타버스 200억원(동북권 메타버스 허브) 등 대형 국가 RD사업 유치도 연이어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발품 행정의 결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업투자에도 이어졌다. LG이노텍 1조 4천억원, SK실트론 1조 2천360억원 등 글로벌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비롯, 모든 제조업의 근간으로 ‘뿌리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며, 민선8기 1년만에 3조 7천900억원(214개사, 2천791명 고용창출)의 투자유치를 이끌어 냈다.□ 예산전문가, 예산 건전성을 확보하다김장호 구미시장은 예산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안전행정부 교부세과장, 행정자치부 재정정책과장, 경북도청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경력 때문이다. 김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구미시의 재정건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작년 12월 사상 첫 예산 2조원 시대로 진입한 구미시는 2023년 1조 8천20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2022년 본예산 1조 5천억원 대비, 1년만에 3천200억원이 증가한 역대 최고 규모로, 지난 12년간(2010∼2022년)의 예산 증가액(3천500억원)과 맞먹는 엄청난 수치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대부분 예산 규모가 대폭 증가하게 되면 지방채가 늘어나 재정적인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데, 구미시의 경우는 달랐다. 오히려 지방채 365억원(일시 최고액)을 상환해 39억원의 이자를 절감했다. 재정의 양적성장과 건전성,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다. 구미시가 지방채를 상환할 수 있었던 것은 전년대비 57%(1천749억원)나 증가한 지방교부세(4천794억원) 확보와 국·도비 사업 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미시는 지난 1년간 산업, 문화, 농업 등 시정 전반에 걸쳐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정부사업에 선정됨으로써 총 42건에 8천512억원 규모의 신규 국·도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김 시장은 이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받아왔던 농촌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올해 농업분야에 1천483억원이라는 역대최고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고, 상하수도사업소를 선산출장소로 이전하는 등 농촌 활성화에 대해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농촌분야 공모사업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이끌었다. 총사업비 450억원의 ‘농촌협약’에 선정됐으며, ‘밀산업 밸리화 시범단지(30억원)’조성, ‘경북 디지털 혁신 농업타운(21억5천만원)’등 전년대비 농업관련 국책사업 확보는 총 237억원이 증가했다.□ 살기 좋은, 살기 편한 도시를 만들다민선8기 1년 성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라면 구미를 대표하는 축제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작년 8월에 열린 ‘제1회 구미라면캠핑 페스티벌’은 3만명이라는 역대 최다 방문객을 기록한 것은 물론,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과 축제를 결합해 전국 최초의 행사를 만들었다. 올해 열리는 라면페스티벌은 ‘2023 경북 미색 축제’에 선정됐으며, 개최장소를 낙동강 체육공원에서 구미역사 인근 원도심으로 이전해 구미 문화로, 금리단길, 새마을중앙시장을 연결함으로써 지역 소상공인과 방문객의 참여도를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 또 작년에 처음 선보인 ‘제1회 구미푸드페스티벌’도 10억원 규모의 경북도 공모사업에 선정된 ‘송정 맛울림 문화거리 조성 사업’과 연계해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여기에 아시아권 육상대회 중 가장 큰 규모인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가 구미에서 개최됨에 따라 글로벌 도시로의 인지도 향상과 도로·체육시설 등 인프라 측면에서도 다양한 국책사업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미시는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아응급문제를 해결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김 시장의 공약인 ‘공백없는 소아의료진료체계’를 충실히 이행해 올해 1월 1일부터 응급실 소아청소년과 전담인력을 배치하는 ‘구미 365 소아청소년 진료센터’가 원활히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연중 24시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상주하며 진료하는 ‘구미 365소아청소년 진료센터’는 칠곡, 김천, 상주 등 인접 도시 주민들까지 수요 저변이 확대되며, 현재 경북권 소아응급진료 중심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구미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돌봄보육정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국 최다 규모의 통합형 시간제 보육사업을 시범추진(27개소), 도내 최대 공공형 24시 돌봄센터(정원 70명) 운영과 더불어 2023년까지 총 11개소를 목표로 마을돌봄터(현재 9개소)를 확충하고 있다. □ 도시변화는 공직사회의 혁신으로부터김장호 구미시장은 “시민들이 살기좋은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공직사회부터 강력한 혁신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행정의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 빠른 의사결정으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서비스 구축에 힘썼다. 이를 위해 스탠딩 회의, 종이없는 회의(태블릿PC 등 활용), 영상회의, 원스톱 티타임을 도입했다. 특히, 당면현안에 대해서는 시장이 직접 주재 하에, 관련 부서가 모여 한번에 방향성을 결정하는‘원스톱 티타임’을 상시 운영함으로써 의사결정 절차를 간소화했다. 최근에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사업소 등 본청을 제외한 시 산하 기관의 당직 근무를 폐지하고 상황관리 및 대응체계를 본청으로 일원화해 예산을 절감하고,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또 시청직원들에게 최신 트랜드와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굿모닝 수요 특강’을 매주 수요일 오전 7시30분에 실시하고 있다. 자율참여로 진행되는 수요특장은 현재까지 49회 진행되면서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김 시장은 또 시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현장소통시장실을 25회 운영해 310건의 건의사항을 접수하고 266건을 정책에 반영(반영률 86%)했다. 그 결과 40여 년간 악취로 주민을 괴롭힌 고아읍 돈사를 직접 매입해 농산물유통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오랜기간 방치된 구미역 지하주차장을 구미시에서 직접 리모델링한 후 개방하는 등 장기 반복적으로 지속되어온 민원부터 빠르게 해결해 나가고 있다. 공무원 조직도 새롭게 정비했다. 도시 경쟁력 및 실행력 제고를 위해 인구정책과, 미래도시전략과, 낭만축제과, 공공시설과 등의 부서를 신설했으며, 경북도 내 최초로 중요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전문직위 확대(17개→21개), 우수 성과자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제도 마련 등 인사운영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꾀했다.김장호 구미시장은 “지난 1년은 도약의 기반을 마련한 시기였다”며 “이제 구미시 전반에 대한 재창조를 본격적으로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3-07-02

“큰 권한을 누렸던 구룡포수협 조합장…선거도 치열해”

어업인들은 그들만의 단단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수산 단체는 거친 바다에서 서로의 생명을 보호하고 불법 어로와 과잉 조업으로부터 어족 자원을 관리하는 주요한 역할을 한다. 구룡포 지역 어업인들의 구심점인 구룡포수산업협동조합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2년 설립된 구룡포어업조합에서 출발해 1962년 수산업협동조합법이 공포·시행되면서 구룡포어업협동조합이 공식 발족했다. 지금과 같은 협동조합 시대가 열린 것이다. 치열한 선거를 거쳐 강두수 초대 조합장이 취임했다. 배 : 부친께서 구룡포수협 초대 조합장을 지내셨지요?강 : 구룡포수협은 호미곶과 구룡포, 장기 일원을 업무 구역으로 하고 있어. 동해안 최대의 어업 전진기지를 관할하지. 아버지는 구룡포수협 초대, 3대 조합장을 지냈어. 정확한 임기를 몰라서 수협에 확인해보니, 1대 임기는 1962년 4월부터 1965년 3월 9일까지, 3대는 1968년 4월부터 이듬해 8월 20일까지였어.배 : 구룡포수협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요?강 : 구룡포수협의 모태는 일제강점기에 있던 ‘어업조합’이야. 줄여서 ‘어조’라고 했지. 엄격하게 말해 수협은 아니지만 어민들의 자조(自助) 단체 역할을 했고 수협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어.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 공원으로 가는 돌계단 끝에 일본인 공덕비가 있잖아. 일제강점기에 신사(神社)가 있던 자리로, 현재는 6·25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는 사당이 있어. 공덕비 주인이 어업조합을 설립했지.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 공원으로 가는 가파른 돌계단 끝에 이름이 지워진 비석이 있다. 광복 후 시멘트로 덧입힌 공덕비의 주인인 도가와 야사브로(十河 彌三郞)가 구룡포어업조합의 창립자다. 구룡포수협은 역사를 거슬러 어업조합까지의 연혁을 따진다면 1922년 11월 9일 일본인 도가와 야사브로에 의해 설립되어 구룡포, 병포, 삼정, 석병, 강사, 호미곶 등 현재 지역의 북쪽 6개 마을로 출발했다. 도가와 야사브로는 구룡포어업조합을 주도적으로 설립하고 조합장이 되었는데, 구룡포 근대사를 이야기하면서 그를 빼놓기는 어려울 정도로 구룡포 일본인의 중심인물이다.한편, 일반적으로 수협으로 약칭되는 수산업협동조합 조직은 1962년부터를 말한다.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착수되면서 정체 상태에 있던 수산업도 일대 전환기를 맞이한 시기다. 구룡포어업조합을 대신해 협동이라는 이름의 구룡포어업협동조합이 공식 발족했고 강두수 초대 조합장이 취임했다.‘구룡포수협사’, 구룡포수산업협동조합, 2016, 132쪽·351쪽배 : 수협 초창기의 조합장 권위는 어느 정도였습니까?강 : 대단했지. 구룡포 읍장보다 높았으면 높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거야. 돈을 취급하는 곳이니까 힘이 있었지. 구룡포 전체 수입원의 80%가 구룡포수협에서 나왔어. 수협 직원도 선망의 직업이었고. 수협 판매과장에게 중매인들은 꼼짝 못 했어. 누구에게 물건을 판매할지를 결정했거든. 판매과장의 권한이 그 정도였는데 인사권을 가진 조합장은 어떻겠어? 어족 자원이 풍부할 때니까 권한이 정말 대단했지. 행사장을 가도 단상의 자리 배치부터 달랐어. 행정기관에서 공무원들끼리 치르는 행사보다 조합장이 초청받는 행사가 더 성대했지. 조합장은 인사권뿐 아니라 재정권도 있었으니까.배 : 재정권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권한인가요?강 : 조합장이 수협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결재권을 가졌어. 그때는 어황이 좋아서 선박에서 나오는 수수료가 어마어마했거든. 우뭇가사리(천초)와 해조류, 전복, 해삼이 많았는데, 어촌계에서 나오는 수입도 수협에서 관리했어. 어획물을 잡거나 채취해서 타지로 반출하려면 수협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전표를 끊어야 했지.배 : 전표 없이는 본인의 어획물을 팔지 못했다고요?강 : 수협에서 초소를 만들어 관리했어. 당시 구룡포로 오가는 길은 비포장도로 하나뿐이었거든. 구룡포로 들어오고 나가는 양쪽에 초소가 하나씩 있었어. 초소를 통과하려면 전표가 있어야 했지. 원칙적으로 불법 반출이 불가능했지만, 뒷돈을 주고 뒤로 빼돌리는 일이 흔했어.배 : 일본으로 수출도 많이 했다고요?강 : 우뭇가사리와 성게는 전부 일본으로 수출했어. 오퍼상들이 와서 공동구매를 했지. 두원리에서 대동배까지 어촌계에서 나오는 수산물을 모두 쓸어갔어. 그때부터 일본은 기르는 어업으로 갔던 거야. 우리는 어자원 보호라는 개념이 없으니 어린 운단(말똥성게)과 성게까지 돈만 되면 모조리 팔았어.배 : 조합장의 권한이 크니 선거 역시 치열했겠습니다.강 : 1960년대는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가 성했지. 조합장 선거도 마찬가지였어. 초대부터 3대 조합장 선거는 대의원이 했거든. 어촌계원들이 뽑은 대의원들이 투표권을 가지는 방식이야. 대의원이 20여 명이었으니까 대의원을 납치한다고 했을 정도로 대의원 쟁탈전이 치열했어. 조합장 선거에 나가면 기둥뿌리 뽑힌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지. 아버지는 선거와 관련해 가족들과는 상의 한마디 없이 출마 사실만 통보했어. 전국적으로 조합장 선거가 과열되자 조합장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었다.당국이 비공식으로 추산한 매표 자금은 3천만 원선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M특수조합에서는 200만 원이 총대(총회 대의원) 매수 자금으로 뿌려졌다고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이번에 실시했던 조합장 선거가 전례 없이 무질서했으며 매표 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일부 지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개탄하고 있다. 관계 당국은 조합장 선거가 이처럼 타락한 것은 수산 금융의 대폭 확대에 따라 수산 자금의 배정 등에 조합장의 재량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 조합장의 권한을 축소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수협조합장 선거 당선 무효 사태’, ‘경향신문’ 1968년 3월 27일 배 : 부친의 상대는 누구였습니까?강 : 2대 조합장이 된 문용화 씨였어. 당시 농촌에서 소달구지가 있으면 부자라고 한 것처럼 어촌에서는 어선이 있으면 부자라고 했지. 6대 조합장까지는 모두 어선을 소유한 선주라고 알고 있어. 꽁치며 오징어며 어족이 풍성하던 시절이었지. 지금은 수산업 수입이 줄고 금융 쪽 수입이 많아. 내가 근무하던 1980년대에 법이 개정되면서 조합장 직선제가 도입되었지.배 : 부친이 조합장을 지낸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가 구룡포의 전성기였지요?강 : 그랬지. 지금 구룡포 인구가 7천 명 정도인데, 당시는 3만 명이 넘었어. 배만 타면 돈이 생기니 술집이며 기생집이 수두룩했지.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시절이었어. 추운 날에도 술에 취해 길바닥에 자는 사람들이 흔했지. 구룡포길 153번길은 ‘산가쿠마치’라고 불리는 술집 거리였어. 가파르고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은 낡은 집들이 모두 요정이었지. 구룡포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선원들이 찾는 술집이 많았어. 여자들이 한복을 입고 조명 아래 줄을 서 있었지. 통행금지가 있던 시대지만 불을 켜놓고 술장사를 했어. 그 시절 구룡포에는 극장이 두 개나 있었어.배 : 지금도 없는 극장이 50년 전에 있었다고요?강 : 극장이 두 개 있었는데 부친이 인수해서 외삼촌이 경영했어. 우리 쌍둥이 형제가 돈통을 하나씩 맡아 용돈벌이를 했지. 영화관이었지만 쇼단과 서커스단도 왔는데, 공연을 앞두고 관객 몰이꾼이 북을 치고 돌아다니며 홍보했지. 극장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마트와 호텔이 들어섰어. 마트 자리 규모가 컸는데, 낡은 간판이 아직 남아 있지.배 : 극장에서는 어떤 영화를 상영했나요?강 : 기억이 다 나지 않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인기는 당시에 최고였어. 좌석이 부족해서 통로 계단이나 바닥에도 관객이 빼곡했어. 여름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다닥다닥 붙어 서서 봤지. 영화를 보려고 호미곶, 양포, 흥안, 발산에서 두세 시간씩 걸어왔어. 통행금지가 있었지만, 영화가 끝나면 또 밤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지.배 : 필름은 어떻게 배급받았나요?강 : 대구의 배급사에서 버스로 필름 통을 받았어. 영사기에 걸어서 2, 3일간 상영하고 다른 걸로 바꿨지. 흑연을 태워서 반사경에 빛을 비추는 ‘카본식 영사기’였는데, 초점이 멀어지면 관객들이 안 보인다며 소리치고 그랬지.배 : 당시 구룡포의 거의 유일한 문화공간이었겠군요.강 : 그런 셈이지. 영화가 히트하면 배우들이 와서 쇼를 하기도 했어. 한창 인기를 누렸던 태현실과 액션 영화 ‘9인의 해병’에 출연했던 황해, 최무룡도 극장에 왔어. 배우들을 보려고 관객이 구름처럼 몰렸지. 배우들이 와서 노래를 불렀는데 요즘으로 치면 아이돌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인기였어.배 :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가까이서 보셨겠어요.강 : 식사도 같이했지. 포항에 왔다가 다른 곳으로 가기 전에 구룡포에서 하루 더 공연하던 식이었어. 숙박 시설이 여의치 않으니 여인숙에서 잠을 잤는데 주연만 방을 따로 주고, 다른 스텝들은 한방에서 묵었어. 바깥에서 아무렇게나 자기도 했으니 비 오는 날을 싫어했지. 수익은 손님 수를 계산해 극장과 기획사가 나눠 가졌어.강신규1947년 구룡포에서 부친 강두수와 모친 하순분의 1녀 3남 중 셋째로 태어났다. 강두수(姜斗洙, 1919~1998) 선생은 광복 후 포항과 구룡포에서 처음으로 고래잡이를 허가받은 포경선 선주이며 구룡포수협 초대, 3대 조합장을 지냈다. 적산가옥에 살면서 구룡포항을 놀이터 삼아 자란 강신규(姜信圭) 선생은 구룡포 동부초등학교를 나와 대구 계성중·고등학교, 국민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 완구진흥공단과 구룡포수협, 장로회신학대학에서 근무하다가 1990년대 부친과 함께 호미곶 강사 2리에서 냉동공장을 운영했다.대담·정리 : 배은정(소설가) / 사진 촬영 : 김훈(사진작가) /사진 제공 : 강신규

2023-07-02

“‘노력·성과’ 지렛대 삼아 변화·혁신으로 행복한 영덕 건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출범한 민선 8기가 1년을 맞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취임 1주년 성적표가 나오는 시점이다. 영덕군은 행정경력 40년 이상의 베테랑이 키를 잡으며 지역사회의 기대가 컸던 곳이다. 본지는 23일 창간 33주년을 맞아 김광열 영덕군수의 지난 1년의 성과와 지역사회의 과제들을 짚어본다.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지금까지를 소회한다면.△영덕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지역 발전을 위해 공복으로 살아왔다. 군수가 됐다고 해서 나의 관심과 목표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더욱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고, 좀 더 적극적으로 지역 현안을 추진할 수 있어 나의 경험과 추진력이 지역 사회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감히 여기고 있다.거의 모든 지자체장이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1년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무엇을 위해 바쁜지에 대해서는 되돌아봐야 한다. 군민의 실제 생활과 밀접한 삶의 여건들을 살피다가도 한발 물러나 우리 군이 나아가야 할 저 먼 곳을 바라보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목적의식과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영덕군 민선 8기의 비전은 무엇인가.△비전은 실천에 있고, 실천은 공약에 있다. 공약이라는 것이 주권자들과의 약속이기에 꼭 지켜야 하는 의무이지만 군민의 실질적인 요구와 예산에 맞게 정제될 필요가 있다.하여, 주민배심원들의 심의를 거쳐 군민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공약을 점검했다.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공약의 투명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작업이다.이렇게 정제된 46개의 공약은 민선 8기 군정 목표에 잘 반영되어있다. 매력적인 투자환경 조성, 색다름이 있는 문화관광, 같이 하면 행복한 복지, 웃음꽃 피는 농산어촌, 마름 나누는 소통 행정이 그것이다.-영덕군 민선 8기의 군정 목표에 맞춰 소기의 성과는.△임기 1년 된 지자체장이 성과를 언급하는 것은 섣부르다. 목표는 분명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물적 토대가 선행되어야 한다. 안정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국비와 도비를 확보해 재정을 건실히 해야 하고, 선순환 경제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활발한 민간투자도 이끌어야 한다.희망적인 것은 영덕군의 행정력은 여러 공모사업에 선정될 만큼 경쟁력이 뛰어나다. 취임 후만 하더라도 여러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도비 포함 2천123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민간투자 또한 적극적인 유치 전략을 수립해 최근 성과를 보이고 있다. MOU를 포함해 민자 6천여억 원이 지역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지자체마다 지역 발전을 위해 민간투자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하우가 있다면.△영덕 해상케이블카는 전임 군수께서 2020년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해 민간 자본 336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이지만 안전 문제나 행정 절차로 인해 제대로 진행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해양수산부의 공유수면 매립목적 변경 승인 심의를 통과해 사업 추진이 가시권에 들어갔다.많은 분이 묘수나 특효 같은 것을 좋아하시는데, 저에게 있어 행정이나 정치는 그렇게 신출귀몰한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문제해결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찾고, 경북도 사항을 조율하고, 중앙부처나 국회를 방문해 의사를 개진하고, 다시 이를 바탕으로 행정적인 목표를 설정해 경주해나가는 이 모든 과정을 끈기 있게 지속하는 것이다.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것일 뿐 노하우라고 할 것은 없다. 온돌방 구들목처럼 불을 때면 땐 만큼 온기가 드는 법이다.-지역소멸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지역 경기도 좋지 않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구조적인 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선 핵심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정주여건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우리 군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전략은 3가지 방면으로 이뤄진다. 먼저, 공모사업 선정으로 스마트 수산가공 종합단지, 어촌신활력 증진사업, 국립 해양생물 종복원 센터 조성, 해양 심해바이오 뱅크 건립 등 1천700여억 원의 국비를 확보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다.다음 민간투자로 진행될 축구트레이닝센터와 호텔, 삼사 바이노소 호텔, 해상케이블카 사업들을 지역의 관광 아이템과 연계해 자유시장 경제에서 파생되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이뤄낼 것이다.정주여건 개선을 위해선 이웃사촌마을 확산사업, 농촌 중심지 활성화 사업, 도시재생사업, 어촌뉴딜사업 등 공모에 선정되면서 확보된 2천여억 원이 투입되는 활성화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또 강구건강활력센터, 예주행복드림센터, 미래인재양성관, 통합 도서관 등 대규모 생활형 SOC 복합화 사업 등이 진행돼 군민의 복합적인 생활 만족도를 높일 것이다.-군민 소득 증대와 복지수준 향상 등 군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지역 활성화의 경우 추진되는 방안과 사업들이 많지만 크게 보자면, 우리 군 산업의 60%가 넘는 관광산업의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남부권은 어촌신활력 증진사업을 중심으로 삼사 바이소노 호텔이나 해상 케이블카와 같은 민자 관광 아이템을 연계해 다양한 해양 레저관광 서비스 를 제공할계획이다.북부권은 지역의 문화·역사 유산인 상대산 관어대를 ‘이색풍경’ 웰니스 관광지로 개발해 이웃사촌마을 확산사업, 근대문화공간 사업, 괴시리 전통마을 인근의 영덕 블루로드, 고래불·대진 해수욕장과 국민야영장, 인문힐링센터 여명, 영영 에코힐링센터, 등과 연계한 웰니스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 향후 건립되는 대진 물치유호텔, 경상북도수련원, 국립 해양생물 종복원센터와의 확장성을 타진해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주민 소득 증대효과를 올린다는 게 목표다.영해면 대진리에 있는 상대산 관어대는 목은이색 선생이 그곳에 올라 고래가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이름 붙인 고래불해수욕장의 청정 바다와 명사 20리의 모래사장, 동해안 최대의 충적평야인 영해·병곡 들녘과 송천강, 백두대간 끝자락에 자리 잡은 칠보산 등이 한눈에 들어와 국내에선 유일하게 5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주요 개발 계획으론 100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해 상대산 정상에 있는 관어대까지 오르는 모노레일을 설치하고, 관어대 정자 보수와 야간 등산로 정비 및 경관조명 설치 등의 주변 정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마지막으로 영덕군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코로나19라는 악재에서 벗어나 활기찬 영덕을 되찾으려는 마당에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로 다시금 가시밭길이 예견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위기와 좌절 앞에서도 절대 굴하지 않고 항상 역경을 이겨내며 스스로를 증명해 왔다.다가올 어려움에 맞서 영덕군민의 곁에서 함께 호흡하며 적극적인 행정과 능동적인 정책으로 현재의 위기에 대응해 나가겠다.지금까지의 노력과 성과를 지렛대 삼아 과감한 변화와 혁신으로 ‘군민이 행복한 영덕’을 반드시 이룩하겠다. 군민들이 보내주신 지지와 응원을 신뢰와 정직으로 답하겠다고 약속드린다.영덕/박윤식기자newsyd@kbmaeil.com

2023-06-29

“크릴새우 따라 영일만에 고래가 몰려왔지”

동해의 다른 이름은 ‘고래 경(鯨)’을 쓴 ‘경해(鯨海)’다. 옛 문헌에는 동해를 ‘경해(鯨海)’로 표기한 사례가 적지 않다. 고래잡이는 조선시대까지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다가 19세기 중반 서구 열강의 포경선이 동해로 진입하면서 거침없이 진행되었고 결국 일본이 독차지했다. 한국인의 본격적인 포경은 광복 이후 시작된다. 포항과 구룡포의 고래잡이는 1951년 구룡포 강두수의 해승호(海勝號)가 제1호 허가를 받으며 시작되었다. 그렇게 구룡포항은 고래잡이 어항으로 변모했고, 장생포와 더불어 우리나라 근대 포경의 원조가 되었다. 배 : 선생이 태어난 1947년에 촬영한 사진인데 한국 포경사에 기록될 만한 자료를 소장하고 계시더군요.강 : 1947년 12월 24일 영어호(永漁號)가 39자나 되는 귀신고래를 포획한 기념사진이야. 39자면 11.8m나 되지. 사진 아래에 ‘강두수 씨 포경선 영어호 귀신고래 포획 기념’이라고 적혀 있어. 구룡포항 남방파제 옆에 있는 수협 탱크 자리일 거야. 몸집이 워낙 큰 고래라 구룡포항에 둘 자리가 없어서 방파제에 올린 거지. 동해에서 포획된 마지막 귀신고래라고 들었어. 사진 속에 아버지는 안 계시고 큰아버지가 계셔.배 : 큰아버지도 포경업에 종사했나요?강 : 큰아버지는 안 하셨고 아버지가 포경선 세 척을 운영했어. 나도 사진처럼 큰 고래를 본 적이 있어. 구룡포항까지 끌어오지 못하고 병포리 조선소에 올려놓은 걸 봤지. 조선소에서 반을 해체하고 나머지는 위판장으로 가져와서 작업했어. 고래 둘레가 어른 키보다 컸으니 어마어마했지. 고래는 힘이 좋아. 한번은 호미곶에 주둔하던 미군이 지나가다 돕겠다고 나선 적이 있는데, 고래가 꼬리를 치니까 군용 지프도 뒤로 밀리더라고.배 : 강두수 선생이 포경업을 시작한 것은 언제였나요?강 : 광복 즈음에 일본인에게 포경선을 넘겨받아 시작했다고 들었어. 정식 허가를 받은 것은 1951년 해승호야. 1935년에 건조된 제9영어호와 1953년에 건조된 제13영어호도 있었는데 모두 목조선이었어. 1972년에 제9영어호와 제13영어호는 퇴출되었지만 해승호는 남아 있었어. 그 밖에도 꽁치 배가 2척 더 있어서 흑산도까지 가서 조기와 꽁치를 잡았어. 아버지는 포경선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사업을 일궈내셨지.포항의 포경업이 강두수에서 시작되었음은 ‘포항시사’에서도 확인된다.포항 지역은 울산 방어진과 더불어 포획 고래두수가 많아 고래어장이 성업을 이루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구룡포 근해에 고래 어장이 형성되어 강두수의 해승호가 1951년 12월 20일 허가를 득하여 포경업을 시작한 사실이다. 그 후 주길호, 제9영어호 등을 투입하여 구룡포항을 고래잡이 어항으로 변모시켰다. 포경허가번호 1호, 2호, 3호는 구룡포에 소재하였는데 우리나라 근대 포경의 원조라 할 만큼 이 지역의 포경업이 발달했다.제3장 수산업, 포항시사, 포항시, 2010, 419쪽배 : 목조선으로 그 큰 고래를 잡았다는 얘기인가요?강 : 목선에 망통(고래를 찾기 위한 전망대)과 총을 설치해 포경선으로 썼다고 들었어. 포경선은 모두 구형 동력선이었지. 지금과 같은 디젤 엔진이 아니라 소구기관 엔진(이른바 ‘야키다마’라고 한다)을 사용했어. 먼저 열을 가하는 과정이 필요한 엔진이지. 디젤 엔진으로 교체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들어서야. 처음에는 운전할 줄 몰라 애를 먹었지.우리나라 포경업은 1960년대 중반부터 포획 두수가 증가해 1970년대 중후반 최고의 어획고를 올렸다. 1976년 8월 28일 자 ‘경향신문’에 당시 50대인 강두수의 인터뷰가 실렸다.구룡포항에서 27년간 고래잡이만 했던 강두수 씨(58)는 지금은 읍내에서 손꼽히는 부자다. 20t급 부경호로 잡은 고래만 수백 마리라고 자랑한다. 길이 5m 정도의 고래 한 마리가 50만 원 정도, 운 좋은 날이면 아침나절 출항하여 어둡기 전에 1마리를 잡는다.‘해풍 따라 마을 따라-구룡포’, ‘경향신문’ 1976년 8월 28일배 : 포경선을 타본 적이 있나요?강 : 학창 시절 포경선을 타고 바다에 나간 적이 있어. 할머니가 배를 타면 안 된다고 야단쳤지만 삼촌에게만 귀띔하고 몰래 탔지. 어린 나이의 호기심이었어. 선박에는 아무나 안 태우거든. 누가 멀미라도 하면 신경이 그리로 쏠리니까. 포경선은 당일 돌아오니 슬쩍 다녀오곤 했지. 어선에서 먹는 밥은 짭조름했어. 식수가 귀한 시절이라 바닷물로 먼저 쌀을 씻고 나서 민물을 넣어 앉혔거든. 목선이지만 장작불을 피워 밥을 지었어. 연기가 얼마나 나는지 조리장 얼굴이 시커멓게 되었지. 파도가 센 날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면 다리가 뻐근했어.배 : 포경선에는 누가 탔나요?강 : 포수와 선장, 갑판장과 기관장, 조리장 등 대개 예닐곱 명이었어. 선장이 망통에 올라가 고래가 있는지를 살폈어. 체구가 작고 재바른 나도 망통에 올라가서 구경했지. 고래를 잡으려면 선장과 포수의 호흡이 중요해. 고래는 수면 바로 아래로 다니는데 윤슬과 구분이 안 되거든. 고래를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해. 고래를 잘 보는 이들은 시력이 탁해진다고 술도 안 먹었어. 고래를 발견하면 ‘눈값’도 받았지. 포경선은 아무나 못 탔어. 포경선 선원은 고급 인력에 속했지. 그래서 다른 배를 타다가 포경선에 태워달라고 사정하는 선원도 있었어. 새벽에 나갔다가 해가 빠지면 돌아오니 일하는 시간도 좋고. 그때는 주로 대보와 감포까지 나가서 고래를 잡았어. 구룡포 해안선을 따라 귀신고래가 자주 출몰했지.일명 ‘눈값’의 구체적인 액수는 포경선 선원이던 고(故) 김복엽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다.고래를 잘 찾아내는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명포수만큼이나 대우를 받았다. 선원들의 월급은 육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비슷했지만 고래를 잡는 성과에 따라 돈을 더 받을 수 있었다. 고래를 처음 발견한 사람에게는 월급의 15%를 얹어줬고, 1마리를 잡을 때마다 월급의 10%에 해당하는 돈을 추가로 더 받았다.‘4장 해방 후의 수산업과 어업조합’, ‘구룡포수협사’, 구룡포수산업협동조합, 2016, 246쪽배 : 고래를 포획하는 장면도 보셨나요?강 : 포경선은 총포 허가가 있어야 해. 대포로 작살을 쏴 고래를 잡았어. 촘촘한 금 저울에 화약을 부어 작살을 쏘았지. 작살 촉이 고래 살에 박히면 자동으로 날개가 펴져 빠지지 않았어. 창끝은 고래의 심장을 향해 있었지. 바다도 땅처럼 딱딱해서 작살을 사선으로 쏘아야 해. 위에서 바로 꽂으면 작살이 구부러지지.배 : 구룡포에서 고래가 많이 잡혔던 이유는 뭘까요?강 : 만(灣) 지형에 크릴새우가 많아서야. 크릴새우가 지나가는 길목에 고래가 몰려들었지. 물을 들이켰다 크릴새우만 남기고 뱉는데, 크릴새우가 풍부하니 고래 살집이 좋았지. 당시는 고래가 해안 가까이에서 잡혔기 때문에 포경선에서 육지가 보였어.배 : 고래를 잡아오면 해체는 어떻게 했나요?강 : 고래 해체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었어. 작업자의 체온에도 고래 살이 허물어지기 때문에 자루가 긴 칼로 빠르게 해체했지. 고래 해체 작업을 하면 신선한 육회를 먹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어. 소금 한 줌, 소주 한 병 가져와서는 고래 바로 옆에서 먹었어. 그때는 비교적 저렴하게 고래 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 있었어. 고래 고기는 열두 가지 맛이 난다지. 젖먹이 동물이라 그런지 몇 해를 냉동공장에 보관해도 표면만 걷어내면 뒤탈이 없었어.배 : 주로 포획된 고래 종류는 뭔가요?강 : 밍크고래가 주로 잡혔고, 몸집이 큰 나가수(참고래)도 더러 잡혔어. 맛 차이는 크게 없었고. 대형 고래는 기름을 얻기 위해 필요했어. 표피층이 두꺼워서 기름이 많이 나왔지. 겨울에 잡힌 고래는 지방층이 두꺼워 기름이 더 많았어. 고래기름은 드럼통에 담아 팔았지. 정제해서 화장품 원료로 쓴다더군.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영업 중인 고래식당 사장은 칠십 대인데도 피부가 고와.배 : 당시 포경업자들은 큰돈을 벌었겠군요?강 : 밍크고래 몸통이 어른 앉은키 정도 되었지. 당시 밍크고래 한 마리가 30만~50만 원 정도였어. 날씨가 안 좋으면 한 달에 한 마리도 못 잡았지만 운이 좋으면 하루에 두 마리도 잡았어.강신규1947년 구룡포에서 부친 강두수와 모친 하순분의 1녀 3남 중 셋째로 태어났다. 강두수(姜斗洙, 1919~1998) 선생은 광복 후 포항과 구룡포에서 처음으로 고래잡이를 허가받은 포경선 선주이며 구룡포수협 초대, 3대 조합장을 지냈다. 적산가옥에 살면서 구룡포항을 놀이터 삼아 자란 강신규(姜信圭) 선생은 구룡포 동부초등학교를 나와 대구 계성중·고등학교, 국민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 완구진흥공단과 구룡포수협, 장로회신학대학에서 근무하다가 1990년대 부친과 함께 호미곶 강사 2리에서 냉동공장을 운영했다.대담·정리 : 배은정(소설가) / 사진 촬영 : 김훈(사진작가) /사진 제공 : 강신규

2023-06-28

항복한 이는 죽이지 않아… 이순신과 더불어 ‘한국의 장군’

21세기처럼 가까운 약국에만 가도 위장병과 두통, 소화불량을 치료하는 각종 약과 상처에 바르는 연고를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또한, ‘내과 수술’이란 단어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다. 신라(기원전57~935)를 통틀어서 그러했다.그럼에도 우리식 셈법으로 여든을 목전에 둔 79세까지 살았다. 그뿐 아니다. 열다섯에 수백수천의 낭도를 이끄는 화랑이 된 그는 사다함, 관창과 더불어 ‘신라 화랑의 트로이카’로 불린다.벼슬? 고대왕국 신라에 존재했던 벼슬 중 그가 해보지 못한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왕 아래 세 번째로 높았던 소판(蘇判)과 두 번째 관등 이찬(伊飡),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불린 대각간(大角干·오늘날 국무총리), 거기에 클 태(太)자를 하나 더 붙인 태대각간(太大角干)은 오로지 그만을 위한 만든 벼슬이었다. 이른바 위인설관(爲人設官·특정인을 위해 만든 자리)의 직위.그가 죽었을 때 왕을 포함한 정부의 고위관료와 친인척, 지인들이 슬픔을 전하며 보내온 부조(扶助)는 현대의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500억 원이 훌쩍 넘었다고 한다.마지막은 더 흥미롭다. 그는 신라 역사에서 유일하게 왕으로 추존(追尊)된 사람이다. 그를 달리 부르는 명칭은 ‘순충장렬 흥무대왕(純忠壯烈 興武大王)’. 사후 1천350년이 흐른 지금도 경주에서 벚꽃이 가장 아름다운 길을 ‘흥무대왕로’라고 부른다. ◆ ‘불멸하는 이름’으로 남은 신라의 장군오래 전 세상을 떠난 한 사람을 설명하는데 위와 같은 긴 문장이 사용됐다. 아니, 겨우 685자의 글로는 그의 굴곡 많고, 영화 같았던 삶과 죽음을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 갓 젖먹이에서 벗어난 아이들까지도 ‘한국의 장군’이라 하면 임진왜란 때의 명장으로 “내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았다”고 일갈한 이순신(1545~1598)과 더불어 가장 먼저 입에 오르는 김유신(595~673).육체는 이미 흙이 돼 사라졌지만, 그의 이름은 길고 긴 세월을 뛰어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았다. 이를 ‘불멸(不滅)’ 혹은, ‘사라지지 않은 정신’ 외에 어떤 단어로 부를 수 있을까?‘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 편찬위원회’가 펴낸 책 ‘통일신라 시기 1-중앙과 지방’ 역시 김유신이 신라 역사에서 차지하는 높은 자리를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80여 명의 인물을 다룬 ‘삼국사기’ 열전 10권 가운데 3권을 김유신에게 할애하고 있다.…(중략)”이 책은 김유신이 무열왕과 문무왕을 도와 성공시킨 ‘삼국통일’이 가지는 역사적 의의에 관해서도 약술하고 있는데,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신라는 백제, 고구려를 멸한 데 이어 한반도 전역을 차지하려던 당군마저 물리치고 676년 삼국통일을 이룩하였다. 비록 불완전한 통일이지만 한반도에 처음 통일국가를 형성하였다는 것은 민족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 신라인들은 이를 ‘일통삼한’으로 인식하였고, 신라의 국가적 위상도 고양되었다.”‘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의 고문헌에 의하면 김유신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은 아니다. 신라의 정통 귀족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정설. 그는 가야 왕족의 후손이다. 신라가 가야를 병합할 때 항복한 왕족 중 하나가 그의 조상이었다.신라의 성골(聖骨) 바로 아래 계급인 진골(眞骨)로 편입됐지만, 왕의 혈족들과 결혼할 수 있는 진성(眞成) 귀족은 되지 못한 것.그가 여동생 문희를 김춘추에게 시집보내기 위해 임신한 문희를 “통정한 사내가 누구냐?”라고 매섭게 추궁하며 불에 태워 죽이려 했다는 건 잘 알려진 설화다. 여기에서 숨겨진 김유신의 ‘정치적 야심’을 읽을 수 있다.이 사건(?)은 누이와 ‘통정한 사내’가 김춘추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벌인 김유신의 드라마틱한 자작극에 가깝다고 이해해도 무방할 듯하다.결과적으로 김춘추는 후에 왕위(태종무열왕)에 올랐고, 김춘추와 김유신은 제부와 처남 사이가 된다. 왕의 손위 처남이 된 김유신의 정치적 위상이 한 단계 더 높아졌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미래를 내다보며 마음속으로 신라 사회의 ‘블루칩’으로 지목한 사내 김춘추를 자신의 여동생과 혼인관계로 맺어준 주도면밀한 연출자의 모습에서 김유신의 내적 명민함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 명민한 정치적 판단력과 함께 ‘일당백 무장’의 모습도김유신은 위와 같은 빠른 정세 판단과 내면적 깊이에 더해 외적인 용맹성도 갖춘 사람이었다.일당백(一當百) 무장(武將)으로서의 김유신이 삼국통일을 위한 각종 전투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고, 어떤 공을 세웠으며, 그 공적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 것인지는 영남대학교 군사학과 이영찬 객원교수의 논문 ‘김유신의 군인정신과 리더십 연구’에 잘 드러나 있다. 다소 길지만 그대로 인용한다.“김유신은 신라의 무신으로 백제를 멸망시키고 삼국통일의 대업에서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본관은 김해이며 가야국 김수로왕의 12대손으로 15세가 되던 해 화랑으로 낭도를 이끌고 수련하다가 신라군이 고구려의 낭비성을 공격할 때 최초로 전투에 참여하여 큰 공을 세웠다. 이후 압량주 군주로서 백제군을 격퇴하고 통일 전쟁에서 뚜렷한 공적을 세우는 등 신라의 중추적 인물로 성장했다. 당나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뒤 신라까지 침략하려 하자 그는 군사를 지휘하며 지도자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그가 사망한 이후 신라는 당의 군대를 대동강 이북으로 몰아냈다. 이순신이 우리나라를 침략해오는 왜적을 물리쳤다면 김유신은 삼국을 통일하고 한반도를 지배하려는 당나라를 물리쳐 명실상부 자주독립의 국가를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지략가가 아닌 무정단호(無情斷乎)한 무인(武人)으로서 김유신이 보여줬던 결기는 선덕여왕 때 발생한 ‘비담과 염종의 반란’에서도 드러난다.반란이 일어나자 1만여 명의 군사를 가진 김유신에게 그 곱절인 2만 명의 병력으로 무장한 비담은 “패배할 게 분명한 싸움에 나서지 말고 내 밑으로 들어와”라고 조롱했다.이에 발끈한 김유신은 “너희 반란군 중 항복하는 자는 용서하겠으나, 내 군대에 저항하는 이들은 구족(九族·고조, 증조, 조부, 부, 자기, 아들, 손자, 증손, 현손까지의 동종 친족을 아우르는 단어. 즉, 피붙이 전부)을 멸하겠다”고 응수했다.실제로 김유신은 반란이 진압된 후 항복을 거부한 반란 수뇌부의 구족을 모조리 죽였다. 반란 가문의 목을 베는데 어른과 아이의 구분 따위는 없었다. 반면 항복한 이들은 약속대로 죄를 묻지 않았다고 한다.중국 역사 속에도 유사한 전례가 있다. 서초패왕(西楚覇王)으로 불리는 항우(項羽 ·기원전232~기원전202)는 진나라와 전투를 치를 때 상대편 군사 20만 명을 산 채로 땅에 파묻는다.맞서 싸우던 적군이 항복을 했음에도 지금의 경주 인구보다 조금 적은 숫자의 사람들을 모조리 생매장한 것이다.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Holocaust) 이상으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다.이를 보면 김유신은 항장불살(降將不殺·항복한 장군은 죽이지 않는다)을 넘어 항졸불살(항복한 졸병도 죽이지 않는다)까지 실천한 덕장(德將·덕을 갖춘 무장)이었던 모양.◆ 신라의 지배자였던 김유신은 행복하기만 했을까?비단 ‘비담과 염종의 반란’에서만이 아니다. 김유신은 온전한 삼국통일의 방해세력이었던 당나라 군대를 몰아낼 때도 가장 앞자리에 섰다. 앞서 언급한 이영찬 교수의 논문을 다시 인용한다.“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뒤 당나라는 백제 땅에 웅진도독부(熊津都督府)를 두고, 고구려 땅에는 평양에 안동도호부(安東都護府)를 설치하여 군정을 실시했다. 또한, 신라 본토에 계림도독부(鷄林都督府)를 두어 삼국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려 했다. 이러한 당의 침략 행위에 대한 투쟁에서도 김유신은 지도적 역할을 했다.…(중략) 672년 석문(石門·황해도 서흥) 벌판 전투에서 신라의 군대가 당에 밀리고 있을 때는 문무왕에게 전략을 자문하기도 했다. 결국, 신라군은 김유신 죽은 뒤인 676년 당나라 군대를 대동강 이북으로 몰아냈다.”이처럼 삼국통일의 과정에서 큰 공을 세우고, 나라로부터 누구도 부러울 것 없는 최고의 대접을 받았으며, 장수(長壽)의 복까지 누린 김유신.그런데, 과연 그의 삶에는 환한 빛만이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이어질 기사에선 그를 어둡게 뒤덮었던 ‘그림자’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계속)/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23-06-27

유네스코 인정한 ‘기록의 나라’ 종이의 힘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구 2·28 민주운동 당시 보도사진을 포함한 4·19혁명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나라가 기록물이 18건이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기록의 나라’가 된 데에는 종이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종이는 기록물에서부터 문살을 바르는 창호지나 방바닥을 덮는 장판지로 건축용, 산업용에까지 그 용도를 넓혀가면서 문명과 문화의 바로미터가 되었다. 종이는 인내심이 강하고 그래서 수명이 길다.그 종이에 한평생을 바친 이영걸 안동한지 대표는 지난날의 영광이나 현재의 어려움보다 문화유산으로서의 계승 발전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안동한지 전시관을 찾는 관광객이나 체험객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일부 체험객들이 다시 찾고 있지만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넓은 주차장에 대형버스가 가득 찼는데 지금은 한가하지 않나. 전시관이 한가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한지와 우리 전통에 대한 관심이 옅어지는 것같아 안타깝다.-한지가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지의 특성과 자랑을 해 달라.△한지는 부드러우면서도 가볍고 그러면서도 질기다. 보존성이 좋아 수명이 길다. 공기를 잘 통해주고 습기를 빨아들이고 내뿜는 통기성과 방음 보온효과도 뛰어나다. 이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2015년 전통한지 재현 사업 경연대회에서 안동한지가 선정됐고 현재는 정부 훈포장지로 한지가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우리의 기록문화 유산이나 목판이나 금속활자로 전해지고 있는 유산들을 비롯, 고문서들을 복원하는데 한지가 동원되면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삼국유사 목판사업에서 한지가 이용되고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이니 조선왕조의궤용으로, 또 국립문화재보존센터의 문화재복원용으로 한지가 동원되고 있다.-언제부터 한지와 인연을 맺게 됐나.△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대구공고)를 중도에 포기하고 친척의 권유로 안동신시장 옷가게에서 일했다. 그러나 가게가 파산하면서 고교 복학의 꿈도 무산되고 말았다. 그때 충북 제천에서 철도국에 근무하는 조카사위로부터 한지공장이 많은 제천으로 와보라는 권유를 받고 한지와 인연을 맺게 됐다.그때 나는 이미 30살로 세 아이의 아버지였지만 주위의 권유에 용기를 내서 고향을 떠나 제천에서 새 인생을 시작한 셈이다.-한지공장 직공으로 출발했다. 창업은 순조로웠나.△3년 동안 한지공장을 내 집 드나들 듯 열심히 공정을 익혔다. 그러자 내 공장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제천시 영천동에 ‘영천한지’ 공장을 설립했다. 처음 10여 명의 종업원을 채용한 한지공장은 조그마한 가내공업 수준이었지만 오늘날 안동한지의 모태가 됐다. 공장이 궤도에 오르니 일감도 늘어나고 종업원들 월급도 올라가면서 번창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주변에 한지공장들이 새로 들어서기 시작했고 우리 공장은 신기술 도입이 늦어지면서 판로가 막히고 회사 경영에도 어려움이 닥쳐왔다. 드디어는 종업원 월급을 체불할 지경에 이르렀다. 멋모르고 시작한 한지공장은 대량생산으로 이윤만 추구하다가 신기술 도입과 품질향상에 소홀히 한 탓이었다.-회사는 도산했지만 좋은 경험이 됐을 것 같다.△제천 공장을 팔아 직원 월급과 부채를 해결하고 15년만에 고향 안동 안막동으로 돌아왔다. 늙으신 부모님이 우리 5남매를 키우시던 논밭에 부모님을 설득해서 한지공장을 지었다. 제천에서 일하던 일당백의 직원 5명이 함께 했다. 안동을 비롯, 청송 영양 등지에서부터 멀리 원주까지 가서 닥나무를 수집해서 삶아 피닥을 전국의 한지 공장에 공급해주는 창고형 공장이었다.공장을 설립하고 1년동안 꽤 많은 돈을 모았다. 그런데 연료로 폐타이어를 썼는데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고 마을을 덮치니 주민들의 민원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업은 호황이었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주민들의 민원에 양심의 가책을 받아 공장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안동시가 제안한 지금의 풍산읍 소산동으로 이전하고 풍산한지로 재출발했다.-풍산으로 옮겨와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안동한지는 고급화를 지향했다. 인사동에는 전주한지가 주름잡고 있었는데 안동한지를 고급화하자 화선지와 서예지로 각광받았다. 대량생산보다는 고품질 고급제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 때 김휘동 당시 안동시장이 더 큰 시장을 내다보고 상호를 바꿀 것을 제안했다. 안동한지로 이름을 바꾸고 시설규모를 확장하면서 안동한지는 전국적인 한지 제조업으로 실력을 인정받게 되었다.-지금 현재 직원들 중에서 제천시대부터 같이 일한 직원이 있다고 들었다.△제천 한지공장 시절부터 오늘날 안동한지 공장으로 옮겨올 때 초지공 이창건 손춘모님과 건조공 김계회님이 같이 왔다. 30여 년 같이 일하다가 손춘모 초지공은 몇 년 전 작고했고 이창건 초지공은 고령으로 더 이상 한지를 뜰 수 없게 됐다. 김계회 건조공은 현재까지 40년 넘게 같이 일하고 있다.-안동한지가 생산하는 한지의 종류는 어떤 것이 있나.△한지는 용도에 따라 전문성, 실용성, 예술성으로 구분해서 생산한다. 전문성은 서예 족자용 족보 서적 전문화가용으로 쓰이고 실용성은 문종이 인테리어 장판 문화재 보수용으로 한지가 쓰인다. 예술성은 한지공예품이나 포장용으로 쓰이는 한지를 말한다.종류로는 순지 창호지에서부터 외발지 화선지 배접지 색한지 대발지 천연염색지 실크지 요철지 등 70종이 넘는다. 특히 최근에는 국보나 보물급 지류 문화재의 보수 복원용으로 안동한지가 활용되고 있으며 2016년부터 정부의 훈포장지로도 한지가 사용되고 있다.또 패션과 의류용 한지로 한복 속옷 양말에서부터 넥타이 손수건을, 공예용으로 핸드백 제기 닥종이 인형 찻상이나 쟁반 지승공예 등 80여 가지를 만들어 상설전시장에서 전시 판매하고 있다.-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안동방문이 안동한지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하회마을을 방문했다. 하회로 가기 전 입구에 있는 안동한지를 방문하기로 계획했고 우리도 사전에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공장 앞으로 흐르는 개울에 다리가 없었는데 방문 며칠 전 비가 많이 와서 개울이 넘쳐 여왕의 한지공장 방문이 불발됐다. 그러나 여왕의 안동 방문 전후로 주한영국대사와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안동한지를 방문했고 여왕의 안동 방문을 계기로 가장 한국적인 안동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안동한지도 붐을 탔고 그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회가 됐다.-한지의 또 다른 세계적 히트 사례를 소개해 달라.△서울 G20정상회의때 회의장 실내장식에 안동 한지가 사용되면서 한지의 우수성과 전통성을 세계에 과시하는 기회가 됐다. 2010년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정상회의 본회담장을 비롯한 15개 행사장 전체의 실내장식에 안동한지 2천500여 장이 사용됐다. G20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1만여 지도자급 인사들에게 전통 한지와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할 수 있었다.지금은 유럽 등 문화선진국에서도 문화재 복원용으로 일본의 화지 대신 우리 한지를 이용하고 있으며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한지 제조방식을 시연한 것은 우리 한지의 우수성을 인정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교황 요한23세의 애장품인 지구본을 우리 한지로 복원해 내기도 했다.-그런 한지가 지금 위기라고 했다.△한마디로 수요 부족이다. 소비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주거환경이 한옥에서 아파트로 바뀌면서 한지 도배 장판지 수요가 많이 줄어들었고 실내장식도 유리가 한지를 대신하면서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 사회가 디지털화 될수록 한지 쓰임새도 적어지는 것 같다.-안동으로 와서 기초의원으로 지역발전에 앞장섰던 시절도 있었다.△제천에서 이사와 사업을 벌였을 때 안막동은 안동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지역이었는데 지역 발전을 위해 나서달라는 지역민들의 바람이 있었다. 또 당시 친구였던 김길홍 국회의원의 권유도 있어 출마하게 됐다. 안동시의원으로 당선된 뒤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안막동의 외곽도로를 개통하는 등 기대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닥종이 명인이기도 하다.△전통한지는 전통기법을 활용한 제조와 신상품 개발을 위해 전통한지 제조기능 보유자 양성과 원료인 닥나무 재배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닥나무 명인에 신청해 2015년 종이문화재단으로부터 닥나무 명인으로 선정됐다.종이문화재단은 안동 전주 원주 등 전통한지를 생산하고 있는 전국의 한지 품질을 조사한 결과 안동한지가 가장 우수하다며 명인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지금 한지의 주 고객은 누구인가.△지금은 한지공예를 비롯한 전통공예 예술가와 전통사찰, 문화재 관계자 등이 주 고객이다. 고문서나 고서화 같은 문화재를 복원 재현하는 박물관이나 동화사 해인사 통도사 불국사 등 사찰들이다. 또 민화 작가나 교육기관도 한지의 주요 고객이 되고 있다. 특히 민화의 전통 안료와 색감이 잘 드러나고 보존성도 좋은 것이 안동한지이다. 민화 그리기에 사용되는 한지는 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그만한 값을 하기 때문에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표구에 쓰이는 배접지로도 한지가 쓰이는데 고품질 고품격의 작품을 담을 그릇으로 한지가 제격이기 때문일 것이다.-한지의 홍보와 보급을 위해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안동에서 한지 축제를 열고 있다. 2009년 시작해서 해마다 안동에서 한지 축제를 벌이는데 올가을에도 10월 한지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한류문화의 세계화 추진 전략으로 시작됐으며 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한지 산업의 지역 특화 및 다양화를 모색하는 행사로 한지 관련 업체 및 공예인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또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한지 패션쇼를 벌이기도 했고 서울 운현궁에서 한지 패션쇼를 벌이기도 했다. 또 대한민국 공예문화박람회와 한국 스타일박람회 등에도 참여해 한지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했다.-안동한지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는 문제는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안동한지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은 안동한지의 우수성을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것과 함께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등재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지난 3월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김형동 국회의원, 이재갑 안동시의원과 김은경 안동시 문화관광국장, 그리고 7개 대학총장 등이 안동한지를 찾아 안동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지혜를 모았다.이 자리에서 이남식 인천재능대 총장은 일본 화지는 연간 1조원 가량 유통되는데 비해 우리 한지는 1천억원대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한지 소비량을 늘이기 위해 건설업체와 협약을 맺어 신규 아파트나 주택을 건설할 때 방 한 칸을 한지로 도배해서 입주자의 건강도 위하고 한지 소비도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안동한지의 기술과 전통의 전승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세대를 이어 한지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이 AI시대, 빅데이터의 시대로 발전할수록 우리의 고유한 전통문화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대를 이어가며 전통문화로 한지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들(이병섭 사장)은 이미 현장에서 20년 넘게 일을 하면서 한지 문화를 계승하고 있고 손자도 대학교에서 학업을 마치면 한지를 배우고 이어갈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 □ 이영걸(李永杰·83)안동한지 대표. 닥종이 명인.안동 출신. 경덕중 졸, 대구공고 중퇴, 대구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 수료.제2대 안동시의원.제천 영천한지공장 설립(1970), 안동 안막한지공장 설립(1986), 안동한지 설립(1988).화엄사 고려대장경연구소에 화엄석경탁본용 한지 납품(2001).서울국립중앙도서관에 고문서 복원용 한지 납품(2004).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한지패션쇼(2006), 서울 운현궁에서 한지패션쇼(2008).자랑스러운 안동시민상 수상(2010).삼국유사 목판사업 인출 제책용 한지 납품(국학진흥원, 2015).정부포상 증서의 전통한지 재현 및 행자부 납품 시작(2016)자랑스러운 경북도민상 특별상(2017).영가문화상 수상(2020).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할 것을 생활신조로 삼고 자식들에게는 착하게 잘 살 것을 강조한다./이경우 편집위원끝

2023-06-26

“숨가쁘게 달려온 날들… 달성군 100년 미래 길 열었다”

민선 8기 최재훈 대구 달성군수의 ‘군민이 빛나는 달성’이 취임 1년을 향해가고 있다.지난해 7월 37대 달성 군수로 당선된 초선의 최 군수가 이끈 달성군의 1년간 변화는 다른 지역의 10년의 시간 이상 급물살을 탔다. 법정문화도시 선정, 국립근대미술관 화원 유치 노력, 제2국가산단 유치, 농수산물도매시장 하빈 유치 등 큼직한 사업들을 이룩하며, 달성군의 100년의 미래를 책임질 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특히 문화·관광·교육·경제·복지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성과를 이끌어낸 최 군수의 1년은 더욱 값진 시간임을 증명했다. □ 예술의 향기가 흐르는 문화관광도시최 군수가 취임 후 처음 달성군에 다가온 성과는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된 것이다.군은 지난해 12월 2번째 도전 끝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하는 ‘제4차 법정 문화도시’ 공모에 선정돼 올해부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5년간 국비 100억 원을 포함한 최대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기반으로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이번 법정 문화도시 선포식을 계기로 유휴공간을 기반으로 한 달성문화도시 플랫폼 조성, 시민 문화역량 강화, 일자리 창출, 문화관광 활성화 등 분야 전반에 걸쳐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에 기여해 문화적 포용을 통한 달성문화도시 환경 조성에 나선다.특히 법정 문화도시 조성을 위해 달성문화재단 내 달성문화도시센터를 중심으로 운영지원팀과 문화도시사업팀의 전문 조직체계 구성을 통해 향후 5년간 △시민주도형 문화기획 사업 △지역 문화원형 발굴 및 재생산 사업 △문화콘텐츠 제작 및 관광 활성화 사업 △문화도시 생태계 조성 사업 등 총 22개 사업 47개 세부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자리로 활력 넘치는 젊은 도시달성군의 제2의 경사는 제2국가산단을 유치한 것이다.군은 지난 3월 15일 화원읍 구라리와 옥포읍 간경리 일원에 약 100만 평 규모의 대구 국가 스마트기술산업단지(제2국가산단)이 최종 선정됐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2조2천억 원의 사업비로 글로벌 미래모빌리티 산업거점을 육성할 산단을 조성할 예정이다.현재 LH와 대구도시개발공사가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 확정됐으며, 대규모 재정 사업과 산단개발 경험, 협업 노하우를 가져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각종 첨단사업들이 유치될 제2국가산단에는 미래차와 로봇이 융합된 미래모빌리티 제조업과 스마트한 주행방식인 전기 수소차, 자율차, 이동형 로봇과 같은 자율주행 기반 이동체 그리고 빅데이터와 AI 등 지식서비스업 기업들이 들어설 예정이다.미래 모빌리티산업 육성과 동시에 타 산업과의 융합 활성화를 통한 미래 모빌리티 산업파급력을 확대하고 기존 성장거점과의 연계와 협력을 통한 산업가치사슬을 완성해 국가 미래 모빌리티산업단지를 조성한다.최적의 산단 구성을 위해 사업타당성조사 실시를 통해 최적의 산업 업종을 선정하고 구역을 조정한 뒤 신속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친다. 행정절차를 비롯해 산업단지계획이 수립되면 산업단지 지정을 완료 후 보상절차를 시작해 최종적으로 오는 2030년 완공이 목표이다.□ 농수산물도매시장 하빈 유치지난 3월 30일 대구시는 달성군 하빈면 대평리 일원 27만8천26천㎡(8만4천평)에 오는 2031년까지 첨단도매유통시설을 갖춘 도매시장이 들어선다고 발표했다.4천여억 원을 투자해 첨단 도매유통 시설을 갖춘 도매시장 건립을 목표로 삼고 있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은 미래 확장성 등 중장기적 잠재여건, 이전 사업비 등 경제적 여건, 교통 및 개발여건 등 20개 평가항목에 따라 면밀한 현장조사와 분석 및 전문 평가단의 검증으로 선정됐다.21세기 첨단 도매시장으로 건립하기 위해 온라인 거래소 개설, 전자송품장, 빅데이터 유통정보시스템 등 스마트 물류시설을 구축하고, 집배송장 및 전처리 시설(세척·선별·가공, 소분·소포장 등) 등 고도화시설을 운영한다. 출하품목 스케줄링, 반입·배송 차량관제 등 물류통합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온라인 전문 유통인 양성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품질 높은 농특산물을 신속하게 도매시장에 공급해 지역 농업인들의 소득향상에도 도움을 드릴 것으로 보인다.군은 다소 변방에 치우쳤던 하빈면을 유통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교통접근성 향상을 위해 기존에 좁았던 하빈 군도7호선(감문~대평)도로의 폭을 확장하고 한국도로공사와 협의해 하빈IC를 설치한다. 더불어 대형화재로부터 안전하게 도매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매곡 119안전센터도 하빈면 동곡리로 이전할 계획을 잡고 있다.□ 국립근대미술관 화원 유치 노력달성군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는 오랜 시간 차근차근 준비가 뒷받침된 결과이다. 당초 대구교도소 후적지 개발은 LH의 아파트단지개발 조정안이 나왔지만, 최 군수는 취임 직후 기재부를 방문해 문화창작공간 조성의 일환인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건의하고 이어 지난해 12월 국내 미술계 전문가로 구성된 달성군 국립 근대미술관 유치를 위한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진행해 당위성과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지난 4월 대구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공약인 국립근대미술관·국립뮤지컬콤플렉스 등 문화예술허브 조성을 위한 사업 부지를 달성군 대구교도소 후적지로 변경해 추진할 것”을 밝히며 미술관 유치가 가시화하고 있다.달성군은 지난 1970년대부터 강정현대미술제를 개최하며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달성대구현대미술제를 개최한 역사가 있는 곳이고, 무엇보다 화원 대구교도소후적지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같은 사례를 보았을 때, 도시재생차원에서 폐공간을 문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이다.또 교통접근성이 매우 편리한 곳이기도 하다. 대구교도소 후적지는 300m의 거리에 지하철 1호선 화원역이 있으며, 2027년 대구산업선철도가 준공되면, 지하철 1호선인 설화명곡역과 환승도 가능하다.이와 함께 대구 서부권(서구, 달서구, 달성군)은 상대적인 문화 불모지로서 주민들의 문화향유권 확대와 문화의식 제고를 위해서는 문화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대구 시민의 약 41%(100만 명)가 거주하고 있는 서부권에 위치한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수는 시 전체의 18%에 불과한 실정이다.이에 화원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는 현 정부의 공정한 문화접근성 보장과 대구 미래 50년 대도약을 위한 문화인프라 균형배치를 위해서도 최적의 장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재훈 달성군수 □ 지역 곳곳에 적재적소 행정 선봬최 군수는 굵직한 사업 외에도 지역 곳곳의 필요한 행정을 선보였다. 아이를 키우기 좋아야 군민들이 살기가 좋은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어린이집에 영어교사를 파견하고, 거점 도서관을 만들었고, 교육문화복지센터를 조성을 앞두는 등 교육 맞춤형 도시를 조성하고 있다.또 코로나 팬데믹으로 문화 향연에 목마른 군민들을 위해 의미있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대표적으로는 ‘달성 100대 피아노’축제와 이달 진행된 송해가요제가 있다. 이를 통해 군민들과 소통하고 문화를 즐길 기회가 마련됐다. 이에 보답하듯 두 행사에 군민들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행사장을 찾아줬다.이뿐만 아니라 최 군수는 달성군에 꼭 필요한 ‘24시간 응급의료센터 운영’을 올해부터 시작했다. 젊은 부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대구테크노폴리스 지역의 경우 영유아 환자들의 골든타임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4월 1일부터 ‘행복한 병원’에서 운영되는 응급의료시설에는 5월 말 기준 평일 야간과 주말, 공휴일을 포함 환자가 1천700여 명이 찾았고, 평일 야간에는 평균 20여 명, 주말 및 공휴일에는 평균 50여 명이 하루에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등 의사 3명이 상주해 24시간 산부인과 및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해 10세 미만 환자가 두 달간 1천여 명이 방문하는 등 많은 주민들에게 반응이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최재훈 군수는 “어느덧 더위가 찾아오고 취임한 지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려고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여러 성과로 달성군 발전에 이바지를 한 것 같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며 “남은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체계적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준비해 남겨진 공약들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3-06-26

일본인에 포경선 인수받아 자수성가한 아버지

“그 어른 참 대단한 분이셨지.” 구룡포항에서 만난 한 어민이 ‘강두수’ 석 자를 듣고 한 말이다. 구룡포에서 오래 살았다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라고 덧붙였다. 구룡포의 수산업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형성되었다. 광복 후 지역 수산업계는 한국인으로 재편되는데, 그 과정에서 구룡포 수산업을 주도한 인물 중에 강두수가 있다. 그는 포항과 구룡포에서 고래잡이를 처음으로 허가받은 포경선 선주이자 구룡포수협 초대, 3대 조합장을 지냈다. 구룡포 수산업의 황금기로 일컬어지는 1960~70년대, 구룡포 수산업을 이끌었던 강두수의 생애를 그의 아들 강신규 선생을 만나 들어보았다. 배은정(이하 배) : 고향 구룡포에서 지내고 계시지요?강신규(이하 강) : 배를 타지 않지만, 뱃일은 하고 있어. 어선의 사무장을 맡아 출항을 돕고 잡아온 고기를 새벽 경매시장에 내다 팔지. 선원을 충당하는 것도 내 일이야.배 : 1947년생인데, 어린 시절의 구룡포를 기억하시나요?강 : 구룡포항은 지금과 다르게 모래사장이었어. 모래사장을 매축(埋築)해 항구를 만든 거지. 구룡포항 맞은편 대로변의 적산가옥에서 살았어. 천장이 높은 다다미방으로 여름에는 통풍이 잘되고 겨울에는 햇볕이 들어 따뜻했어. 지금은 식당으로 쓰이고 있지. 다락방은 예전 그대로였는데, 최근에 다 정리했다더군. 1960~70년대의 구룡포는 포항보다 부촌이었고, 우리 집도 부유한 편이었어. 어릴 적에 친구들이 양은 도시락을 가지고 다닐 때 나는 보온 도시락을 갖고 다녔으니까. 점심시간이 되면 외삼촌이 교실로 가져다주었지.배 :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나요?강 : 할머니, 부모님과 함께 살았어. 위로 누나가 셋인데 둘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나와 일란성 쌍둥이인 형이 그다음이야. 열 살 아래 남동생이 있었고. 어쩌다 보니 둘째 누나와 나, 막내만 살아 있군. 할머니와 아버지, 동생은 몸집이 컸지만 나와 쌍둥이 형은 왜소했어. 우유가 귀한 시절이어서 마을 아주머니들에게 젖동냥을 했지. 그분들을 ‘젖엄마’라고 불렀는데 열두 명이나 되었어. 쌍둥이 형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연탄가스 사고로 먼저 저세상에 갔고. 어머니는 7남매의 맏이였는데, 막내 외삼촌이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았어. 배 : 윗대부터 구룡포를 터전으로 살았나요?강 : 대보에서 살다가 개종하면서 구룡포로 왔다고 들었어. 할머니가 허씨였는데 한마디로 여장부였지. 곰방대를 입에 물고 장작을 피워 무쇠솥에 밥을 안치던 분이야. 당시는 무속이 강해서 다들 갯바위에 초를 피우고 기도했어. 그러다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선교사의 말을 듣고 개종했지. 찬장 위에 둔 신줏단지를 깨뜨리고 담배도 끊고 교회를 다녔다고 하니 대단한 분이지. 대보 1리에 강씨 문중 입향조 묘가 있지만 개종한 뒤로는 발길이 뜸했어.배 : 구룡포에서 태어나서 줄곧 고향에서 보내셨나요?강 : 구룡포교회 부설 유치원과 지금은 폐교된 동부초등학교를 다녔어. 동부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줄면서 구룡포초등학교와 통폐합돼 구룡포생활문화센터 아라예술촌으로 바뀌었지. 중·고등학교는 대구에서 다녔어.배 : 대구로 유학을 가셨군요?강 : 고모가 대구 남산동에 방을 구해 우리 쌍둥이와 사촌들을 보살폈지. 내가 중·고교를 다니던 때가 1960년대인데, 대구는 4·19혁명의 도화선인 2·2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곳이야. 어린 나이에 시위에 휩쓸렸다가 경마 진압대에 붙잡힌 적이 있어. 당시는 말을 타고 시위를 진압했거든. 다행인지 하숙집 주인이 경마 진압대여서 다시 가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풀어줬지. 그 소식을 들은 아버지가 한달음에 달려와서 다듬잇방망이를 휘둘렀어. 얼마나 놀랐는지 2층 방에서 뛰어내렸지. 부친의 성미가 불같았거든. 자식에게 굉장히 엄해서 눈도 똑바로 못 쳐다봤지. 그런 아버지도 꼼짝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할머니였어. 누나 셋에 쌍둥이 아들이 둘이어서 할머니가 쌍둥이 아들을 엄청 챙겼어. 할머니에게 우리 쌍둥이는 귀한 손자였기 때문에 손도 못 대게 했지. 어린 시절에는 할머니 치마폭에 자주 숨었어.배 : 강두수 선생과 할머니가 닮으셨나 봅니다.강 : 방학이 되면 바람도 쐴 겸 외삼촌 배를 탔는데, 한번은 저인망어선을 타고 속초 앞바다로 가서 노가리와 기름가자미, 참가자미, 도루묵을 잡았지. 그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가 왔어. 얼마나 놀랐던지 그 추운 겨울날 구룡포로 돌아가려고 거의 전쟁을 치렀지. 속초 비행장에서 ‘세기 항공(1960년대 후반 영업했던 국내 항공사)’을 타고 김포로 갔어. 거기서 서울로 이동해 기차를 타고 대구로 갔지. 대구에서 차를 대절해 구룡포로 왔고. 그런데 돌아가셨다는 할머니가 두 눈 뜨고 살아 계시더군. 할머니 말씀이, 결혼하라고 불렀다는 거야. 쌍둥이는 같은 날에 결혼해야 잘 산다면서 말이지.배 : 젊은 나이에 받아들이기 힘들었겠어요.강 : 할머니를 이길 수는 없었지. 결국 스물다섯 살 되던 해에 형과 같은 날 결혼했어. 결혼하던 날이 마침 경부고속도로 대구-부산 구간이 개통되던 날이었어. 웨딩카를 타고 고속도로를 난생처음으로 달렸지. 그 뒤로도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에 놀러 다녔던 기억이 나. 1970년대 구룡포에는 자동차가 드물었거든.배 : 살림살이도 할머니가 하셨나요?강 : 할머니와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어. 배가 출항하기 전에 준비할 게 많거든. 바다에 나가면 주로 고기를 잡아먹지만 그래도 김치나 된장, 채소를 싣고 갔어. 우리 집에서는 해마다 김장을 몇백 포기씩 했지. 출항하면 김치를 단지에 넣어 갔거든. 메주를 뜰 때면 온 동네에 콩 냄새가 퍼졌지. 물 긷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야. 집 안에 우물이 있었지만 해수가 섞여 짭조름했지. 배 : 부친은 어떤 사람인가요?강 : 아버지는 몸집만큼이나 배포가 컸어. 일을 밀어붙이는 힘도 강했지. 집에서 바깥일은 함구했고 술과 담배는 입에 대지 않았어. 고등학교는 대구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어. 할머니의 먼 친척이 지금은 포항제철이 들어선 동네에 살았거든. 아버지는 그 집에서 대구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고 해. 선교사가 사위로 삼아 미국에 데리고 가려 했지만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해. 아버지는 공부에 한이 맺힌 분이었어. 자식들이 진학할 학과도 아버지가 정해줬지. 판검사의 위세가 대단할 때라 나한테는 법대를 추천하셨어. 나중에 들으니 수협조합장 시절에 워낙 시달렸다고 하더군. 자식이 법대에 가면 하다못해 경찰이라도 되겠다 싶었던 거지. 강두수 초대 구룡포 조합장 배 : 기독교 학교를 다닌 부친이 어떻게 수산업에 종사하게 되었나요?강 : 구룡포로 돌아와서 일본인이 경영하는 수산회사에서 행정을 보신 것 같아. 생전의 부친 말씀이 그 시절엔 일본어를 못하면 수산업을 할 수 없었어. 광복 후 일본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수산 행정에 공백이 생기자 일본어를 잘하는 부친이 그 일을 도맡았을 거야. 기독교 학교를 다녔으니 영어 실력도 있었고. 당시 구룡포에서 영어와 일어를 잘하고 수산업 실무에 밝은 사람이 누가 또 있었겠어. 부친은 일본인에게 포경선을 인수해 자수성가했지.당시 상황을 ‘구룡포수협사’는 이렇게 전한다.강점기 시절 구룡포의 부를 지배하고 독점했던 일본인들의 빈자리를 차지하고 가치가 높은 적산을 적은 돈으로 인수하여 큰 이익을 남기는 기회를 가지게 된 사람들은 단숨에 지역을 이끌어가는 유지로 성장할 수 있었고 큰 부를 누리게 되었다. 해방 후 어업을 통해 구룡포 지역의 유지로 성장하였던 대표적인 사람들로는 이상택, 안원수, 최사준, 신석주, 이완백, 고치원, 강두수, 문용화 씨 등이다. ‘해방 후의 수산업과 어업조합’, ‘구룡포수협사’, 구룡포수산업협동조합, 2016, 225쪽 배 : 강두수 선생이 운영한 어선은 몇 척인가요?강 : 포경선 세 척과 꽁치 배 두 척이 있었어. 흑산도까지 가서 조기와 꽁치를 잡았지. 포경선 생김새는 구룡포읍 행정복지센터 앞마당에 있는 제1동건호를 보면 돼. 실제로 고래를 잡던 어선이야. 고종사촌인 김건호 형님이 기증했지.강신규1947년 구룡포에서 부친 강두수와 모친 하순분의 1녀 3남 중 셋째로 태어났다. 강두수(姜斗洙, 1919~1998) 선생은 광복 후 포항과 구룡포에서 처음으로 고래잡이를 허가받은 포경선 선주이며 구룡포수협 초대, 3대 조합장을 지냈다. 적산가옥에 살면서 구룡포항을 놀이터 삼아 자란 강신규(姜信圭) 선생은 구룡포 동부초등학교를 나와 대구 계성중·고등학교, 국민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 완구진흥공단과 구룡포수협, 장로회신학대학에서 근무하다가 1990년대 부친과 함께 호미곶 강사 2리에서 냉동공장을 운영했다.대담·정리 : 배은정(소설가) / 사진 촬영 : 김훈(사진작가) /사진 제공 : 강신규

2023-06-25

‘경제·인구회복’ 두 토끼 잡기 나선 구미

경제, 문화, 인구 등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른바 ‘수도권 블랙홀’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소멸’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처지가 됐다. 수도권 블랙홀 현상으로 인한 국가 불균형으로 국가적 재난(災難)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이러한 상황에서 기초자치단체인 구미시가 경제와 인구회복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이를 극복하고 성장을 주도했던 K- 제조산업의 중심이었던 구미시였지만, 다른 지방도시들과 같이 침체기를 보내던 구미시. 그런 구미시가 기지개를 켜고 대한민국 최첨단 산업도시로 다시 태어나려 한다. 이에 본지는 구미시가 준비하고 있는 경제와 인구회복 방안을 들여다봤다. □ 경제가 살아야 인구도 늘어난다많은 지자체들이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전개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은 급감하는 가운데 지역 인구를 늘리는 방법은 전입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소갖기운동’등을 전개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효과만 거둘 뿐 실질적인 인구 증대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구미시는 민선8기를 시작하면서 지역경제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굵직굵직한 경제회복 정책들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다. 지역경제가 살아야 인구도 늘어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미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초격차 달성을 위한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 유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준비했다.구미에는 신속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입지(국가5산단 2단계 81만평)에 풍부한 공업용수와 전력, 통합신공항과의 거리가 10㎞ 이내로 수출 물류 경쟁력 등 기반시설이 확보돼 있고, 여기에 반도체 소재·부품 등 반도체 관련 기업이 359개사가 밀집해 있어 클러스터 구축이 용이하다. 여러모로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구미시이기에 7월 발표에서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또 구미시는 방산혁신클러스터 유치, 이차전지 육성 거점센터 구축, 동북권 메타버스 허브 구축 등 총 1천615억원에 이르는 국가 공모사업들을 유치해 추진하고 있다. 국가공모사업 뿐만 아니라 민간투자에 있어서도 민선8기 1년 만에 약 4조원에 이르는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면서 지역경제 회복에 신호탄을 올렸다.□ 청년 인구를 잡아라구미시는 경제회복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인구를 유입한다는 기본 전략과 더불어 기존 청년(19∼39세)인구가 더이상 빠져 나가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청년정책들을 전개하고 있다. 시는 지난 1월 인구청년과를 신설하고 청년정책과 인구감소문제에 대응하도록 했다.특히, 청년 문제에 초점을 두고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구미시가 청년인구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미래산업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청년인구가 2023년 1월 기준 11만5천956명으로, 2018년 13만6천677명에 비해 15%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22년 전체 전출자의 51.6%(2만4천231명)가 20∼30대 청년으로, 지역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청년들의 이탈은 구미시의 평균연령을 40.5세로 끌어올렸다. 이에 구미시는 취업부터 주거, 결혼까지 전 생애를 아우르는 ‘구미시 SE7EN UP 청년정책’을 지난 2월 발표하고 청년 지역 정착 다지기에 나섰다. 3대 분야 7개 과제 68개 사업으로 구성된 ‘구미시 SE7EN UP 청년정책’은 구미지역 학생들에게 지역 기업에 취업을 보장해주고,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역 기업에는 우수한 청년 인재를 적기에 제공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취업 지원과 더불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치는 청년들을 위해 창업 지원사업도 활발하게 추진해 청년 CEO 육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청년들이 저출산 원인의 1순위로 지목하고 있는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 월세 지원사업 확대 △청년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보증료 지원사업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 지원사업 등 청년들의 주거 부담 완화 대책과 더불어 청년들의 안정적 자립 기반, 결혼 장려를 위한 지원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들기구미시는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 ‘아이 키우기 가장 좋은 도시 만들기’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미시가 아이 키우기 가장 좋은 도시 만들기에 집중하는 것은 민선 8기 김장호 시장의 시정 운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그 중 올해 1월 문을 연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는 김 시장의 공약사업으로 소아청소년 전문의가 연중 24시간 상시진료하는 체계를 갖춰 지역 소아응급 의료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를 중단하고 소아과 폐과를 선언하며 소아진료 대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구미시의 선제적인 대응 사례는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는 구미지역 뿐만 아니라 인근 다른지역 주민들도 이용하면서 개소 첫 달인 1월에는 464명, 지난 4월에는 918명이 진료센터를 찾아 4개월 동안 2천200여 명의 환자가 센터를 이용했다.또 구미시는 도내 최초의 ‘구미형 아픈 아이 돌봄센터’도 하반기 개소를 준비하고 있고, 지난 4월부터 자정까지 운영하는 ‘야간연장 어린이집’은 10개소 더 지정해 총 29개소를 운영 중이다. 밤 12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마을돌봄터(9개)’도 도내 최대 규모(70명 정원)로 비산동에 추가 조성한다. 여기에 시민들의 선호가 높은 국공립어린이집(18개소)은 올해 3개소, 내년에 4개소를 추가 설치해 공공보육을 강화할 방침이다.구미시는 최근 다자녀가정 혜택도 강화했다. 공영 주차장 이용시 다자녀가정 감면 기준을 19세 미만 2자녀 이상으로 확대하고 주차요금을 50% 감면에서 전액 감면으로 확대했다.또 공공시설 이용료를 50∼60% 감면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다자녀가정이 전기자동차 구입시 보조금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종량제봉투 무상 지급혜택과 지역화페인 구미사랑상품권 충전시 구미 다둥e카드와 연계해 자녀수별 추가 마일리지도 지급한다. 세자녀 이상 가정에는 기존 소외계층에게 지원하는 공용차량 무상공유사업과 수도요금 지원 대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여기에 공공부문 고용과 출산·양육 친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올해부터 환경관리원 채용시 다자녀 가산점 제도를 대폭 확대하고 공무원 다자녀 직원에 대한 근무성적평정 실적 가점을 부여하고 승진우대도 보장한다.□ 인구유입 견인할 성장동력 확보구미시는 지속적인 인구유입을 위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시는 우선 내년부터 국가5산단 1단계(분양률 95%)에 기업들의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 인구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분양받은 기업 83개사 중 입주 완료한 기업은 10개사이며, 입주예정인 73개사 중 토지사용허가가 완료된 기업은 32개사이다. 토지사용허가 후 입주완료까지 통상 대기업은 2∼3년, 중소기업은 1∼2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인구유입이 점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또 건국이래 대구경북 최대사업이라 일컫는 대구경북신공항이 인근지역에 건설되면서 구미시는 공항배후도시로서 성장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 인천공항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항공물류의 변화도 구미지역에는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한국무역통계진흥원 2022년 항공수출입 기준에 따르면 대구경북 항공수출입의 구미시 비중은 금액으로는 전체 200억달러 중 159억달러로 79.5%를 차지하고, 중량으로는 6만8천790t 중 2만2천618t으로 32.9%를 차지하고 있어 대구경북신공항의 항공물류 최대 수혜지역을 될 전망이다.구미시는 신공항 배후도시와 항공물류를 위해 신공항연계 광역철도망구축, 5개 고속도로 연결, 국·지방도 개량 등을 추진하고 있다.김장호 구미시장은 “학업부터 취업, 주거, 결혼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청년 지원 정책을 마련해 청년들이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기업과 구미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3-06-22

“60년 낙후·소외지역 벗자” vs “여기서도 복지혜택 누려” 갈등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여부가 올 상반기 지역을 달구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기행위)는 23일 대구시가 제출한 ‘수성구와 달성군의 담당구역 경계변경 조정 신청 동의안’을 심사한다.이때 동의안이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동의를 얻으면 큰 막힘 없이 편입이 진행되겠지만, 부결될 시 상황은 또 한번 복잡해지게 된다. 하지만,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심의 유보를 촉구하는 등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미뤄질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대구참여연대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정책적 숙고와 주민 공론이 필요한 사안이 홍준표 시장의 막무가내식 행정 속에 권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달성군과 달성군의회가 편입에 반대하고 주민 찬반 의견도 분분한 만큼, 대구시의회는 동의안을 유보하고 합리적인 절차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가창면의 수성구 편입론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3월 9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기자실을 찾아 시정 현안에 대해 설명하다 처음 언급했다. 당시 홍 시장은 “가창면의 위치가 복잡하다. 달성군 다른 지역으로 건너가려면 비슬산을 지나야 하는 등 섬처럼 돼 있는 상황”이라며 “수성구에 편입시키는 게 가창면민의 편의를 위해서도 좋은 일 아니겠나”고 편입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 가창면 주민들, 극심한 대립가창면의 수성구 편입은 홍 시장이 추진의사를 밝힌 이후 상황은 급물살을 탔다. 지난 3월 15일 대구시는 가창면 수성구 편입 관련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이때부터 가창면 주민의 분열이 본격화됐다.특히 최재훈 달성군수는 편입과 관련, “가창을 잃어버린 군수가 되고 싶지 않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즉 달성군수로서는 다음 지방선거에서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창이라는 지역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말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셈이다.가창면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하중환 대구시의원(달성군1) 역시 “일방적 가창면 수성구 편입은 달성군 자치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주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주민들도 각자의 입장차이로 인해 찬·반으로 양분되면서 양측 간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갔다. 지난 3월 21일 가창면 주민 10여 명으로 구성된 ‘수성구 편입반대 추진위원회’는 수성구 편입 반대 현수막 30여 개를 지역에 내걸었다.바로 다음날 이에 대응하는 ‘수성구 편입찬성 추진위원회’도 가창면 곳곳에 수성구 편입을 찬성하는 현수막 100여 개를 게시했다. 또 가창면의 편입 찬성 주민들을 제외한 달성군 타 지역의 번영회는 일제히 달성군 전역에 편입 반대 의사를 표시한 현수막을 붙이는 등 찬반 의견이 현수막 경쟁으로 옮겨갔다.이런 상황에서 최 군수를 포함한 대구시 관계자들이 주민설명회를 여러차례 열었지만, 결과를 낼 수가 없었다. 심지어 한 설명회에서 찬반 양측 주민들 간의 사소한 언쟁이 결국에는 몸다툼으로 번지는 등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결국, 현 시점까지 주민들 간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어제까지 웃고 즐기며 형·동생으로 불리던 주민들이 원수가 된 것 처럼 ‘으르릉’ 대고 있는 것이 현지 분위기다.찬성 측은 “가창면은 개발제한구역에다 상수도보호구역으로 규제가 심한데, 수성구로 편입되면 시장 권한으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지상철 3호선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이어 “지난 60년 동안 가창면은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이었다”면서 “노인이나 여성들이 달성군 노인복지회관·여성문화복지센터를 이용하려고 단체로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이상 이동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반대 측은 “달성군에서 더 많은 복지 혜택도 누릴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도 근거가 없다”며 “달성군과 수성구의 연간 예산은 비슷한데, 인구는 수성구가 갑절이 많다. 달성군이 가창면에 지원하는 예산이 한해 300억 원 수준인데 이같은 지원이 계속될지 미지수”라고 반박했다.아울러 “수성구로 편입되면 그린벨트가 풀린다는 보장도 없고 부동산 개발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불확실한 기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한 주민은 “갑자기 동네 주민들끼리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면서 “의 좋던 가창면 사람들이 서로 으르릉대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고 넋두리했다. □ 정치적 책임에 대한 관계자들의 부담주민들의 극심한 대립으로 홍 시장과 대구시의회 역시 찬반 어느 한쪽 손을 들 경우 불어올 역풍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눈치다. 홍 시장의 경우 “대구시의회 판단을 맡기겠다”고 언급해 시의회 기행위에 공을 넘겼다.시의회 기행위는 찬성이든 반대든 입장을 표명해야 하지만, 서로 얽히고설킨 이해 당사자와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데다 홍 시장과의 관계도 고심해야 상황에 처했다.이렇다 보니 기행위는 달성군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동의안의 찬반 표결을 앞두고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달성군과 달성군의회를 중심으로 편입 반대 기류가 강한데다 일부 시의회 기행위 의원들은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대구시의회 기행위의 한 위원은 “수성구 편입 동의안을 유보 판단으로 유예하고 앞으로 안건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지역 사회 내 갈등을 줄이는 길”이라며 “설익은 판단으로 각종 역풍을 맞는 것보다 나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대구시가 이해 관계자들과 합의를 거쳐서 다시 시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하면 그때는 시의회가 큰 부담 없이 찬반 의사를 밝힐 수 있지 않겠느냐”고 언급하며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앞으로의 진행은23일 시의회 기행위의 심사에 따라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결과는 드러난다.가결로 끝날 시 편입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고 부결 시 편입 추진은 중단되지만, 다시 한번 조정을 거쳐 동의안에 대한 심사를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임인환 기획행정위원장은 “해당 지역 주민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며 결정만 남았다”며 “심도있는 심사를 거쳐 찬성이든, 부결이든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동의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시의회는 주민들의 찬반 의견도 팽팽하게 대립하는데다 동의안을 유보하고 합리적인 절차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동료 시의원들의 주장도 있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형국이다.현재 대구시는 수성구 편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당사자가 공식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는 자율협의체 구성까지 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자율협의체에서 협상이 결렬되면 분쟁조정위원회 심의를 받게 된다”며 “이 단계까지만 가도 대구시로써는 충분히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만일, 이날 시의회 기행위가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을 결정하게 되면 대구시는 지방자치법 6조에 따라 △대구시의회 동의 △행정안전부에 편입안 신청 및 자율협의체 구성 등 단계를 거쳐야 한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3-06-22

“미래 먹거리 ‘전력투구’… 시민들이 행복한 경산으로”

6월 말로 민선 8기의 1주년이 다가온다.재선 등으로 민선 8기를 시작한 자치단체장들의 기쁨도 크지만, 초선으로 자치단체의 행정을 1년간 꾸려본 시장·군수들의 감회는 새로울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지역민으로 바라보던 행정과 집행자로서의 행정은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인구의 지속적인 유입과 10개의 대학, 젊은 층이 생동감 있게 활동하는 경산시의 행정을 1년간 이끈 조현일 시장은 재선 도의원의 경험이 시의 행정을 이끌어 가는 것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꽃피다, 시민 중심, 행복 경산’을 시정의 최대 화두로 중앙정부와 지역민의 중간자 역할, 대변자 역할에 충실한 조 시장을 만나 1년의 소회와 앞으로 경산시장의 방향을 들어보았다. △ 먼저 축하하며 민선 8기 1주년을 맞는 심정은?-정말 빠르게 지나가고, 쉼 없이 달린 시간이었다. 코로나 팬더믹 시기를 지나오는 과정에서 함께 노력해준 시민들과 공직자들에게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난 1년은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졌던 현안 사업들을 챙기기에 바쁜 시간을 보내는 등 쉼 없이 달렸지만, 경산지식산업지구의 대형 아울렛 유치와 상방공원 민자 개발, 제4일반산업단지의 공공주택의 표류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시민들에게 보여주지는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지만 지역에 필요한 국비 등의 예산을 확보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등 시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쾌적한 도시환경을 위해 1천 300여 명 공직자와 시민들의 협조로 남천 둔치를 시민들에게 돌려준 것은 뿌듯하다.△ 1주년의 성과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경산시에는 지난 1년간 많은 일이 있었다.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상공인과 시민을 지원하고 분야별 소통간담회와 지역 청년들의 애로사항 청취, 대학과의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해 대학발전협의회 개최 등의 노력에 공직자들이 변화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지역의 벤처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지식산업센터와 창업 열린 공간 등을 포함하는 ‘임당 유니콘파크’의 선포와 프랑스의 소프트웨어 혁신 교육기관인 애꼴42를 런칭한 ‘42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설립’,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받는 행정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계획의 용역, 지역 특성에 맞는 문화콘텐츠 개발과 체계적인 문화정책을 추진할 ‘경산문화관광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지역의 경제를 살리고자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단을 파견해 1천200만 달러의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으며 2030 도시 경관계획 재정비 수립을 위해 일본의 도쿄와 요코하마의 우수사례를 견학해 지역의 아름다운 야경을 점쳐보기도 하는 등 국내·외를 바쁘게 움직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경북도의 2023년 시군종합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상 사업비를 확보했다.하지만, 시민의 처지에서 바라보면 민원창구와 허가부서에서 민원 해결의 속도가 나지 않고 불친절한 면에 익숙해 있어 개선해야 하는 것은 안타깝다.무조건의 꾸지람보다는 사기를 북돋우며 개선하려고 노력 중으로 민원실을 이전하며 사무실 공간의 확장, 당직 개선 등이 하나의 방편이었다.특히 경산지식지구의 대형 아울렛 유치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은 가장 큰 아쉬움이다.△ 앞으로 경산 시정을 이끌어 나갈 주요 포인트는 무엇인가.-미래 먹거리다. 미래 먹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한 것으로 100년 앞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2~30년 앞을 걱정하는 것이 맞다.이를 위해 임당 유니콘파크 조성, 42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설립 등 첨단산업이 지역의 산업을 주도하고 반도체 산업공단을 유치할 계획이다. 또 대학을 살릴 방안과 일상에서 시민들이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집중과 선택으로 지역과 대학이 함께 사는 방안을 마련하고 시민들이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남천과 남매지, 문천지,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조성할 갓바위 생태공원 등에서 시민들이 일상의 피로를 풀게 할 것이다.이들의 바탕에는 시민의 행복과 안전이 깔렸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편안한 삶 보장이 최우선 돼야 한다. △ 시민들의 주요관심사인 신세계 명품아울렛의 경산 입점의 현주소는?-대규모 아울렛의 경산 유치는 지역의 경제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고 경산의 추진력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시민들도 알다시피 대형 아룰렛은 지난 2000년 9월 경북도와 경산시, 경제자유구역청, (주)신세계사이먼, 경산지식산업개발(주)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해 지식산업지구 1단계 부지에 입점할 예정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추진되지 못하다 지난해 9월 경산지식산업개발(주)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에 제19차 개발계획 변경안(아울렛 유치)을 신청하고 이후 주민의견 청취와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행정적인 절차에 유치 건의 범시민 서명 부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하는 등 최대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제19차 개발계획 변경안은 경산지식산업지구 2단계 15만 4천 120㎥(4만 6천621평)에 대규모 명품 프리미엄 아울렛을 건축하는 것이다.지난 2월과 4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에 제19차 개발계획 변경안에 대한 보완자료를 요청해 보완자료를 제출해 이를 통한 경제자유구역 자문회의가 지난 1일 개최되었고 대형 아울렛의 경산 입점 문제는 8월까지는 결론을 지을 생각이다.대규모 아울렛이 들어서면 연간 500만 명의 방문으로 지역 경제와 관광이 활성화되고 2천여 명의 직·간접고용,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인구 유입과 지역 브랜드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특혜의혹은 아울렛 부지의 공개경쟁 입찰과 개발이익 지역산업 발전을 위한 공적 환원으로 불식시킬 것이다.△ 이외에도 시가 추진하는 많은 현안 사업들이 있다. 이들의 진행 상황도 알고 싶다.-청년 도시 경산을 위해서는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이를 위한 것이 임당 유니콘파크로 창업 열린 공간과 지식산업센터의 복합공간으로 스타트 기업부터 경쟁력을 갖춘 성장 벤처기업까지 혁신벤처생태계를 구축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며 임당역 인근에 2025년 준공된다. 유니콘파크라는 명칭에는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업 기업을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해 경산의 창업기업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대한민국 ICT 벤처창업 분야 최대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다.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혁신 교육기관인 42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많은 지역의 청년 인재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꿈을 실현하도록 돕는 것으로 7월에 프랑스 현지에서 에꼴42와 3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이미 시는 아카데미 준비강좌의 교육생 모집에 나섰고 이를 통해 교육받은 청년 인재들이 다시 지역에 정주해 지역 산업역량 증진과 벤처창업 활성화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던 남천은 둔치에 아름다운 화초를 식재하거나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러 공간을 조성했고 앞으로도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두루 다녀보면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시민들이 많지만, 경산시가 미래 먹거리를 위해 1~2년 내 전력투구해 고용창출과 세수확대로 시민들이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특히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시민들을 구해 내는 등 시민들에게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니 시민들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경산/심한식기자

2023-06-22

‘포항시립박물관 건립’ 희망의 불꽃을 쏘다

2026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 예정인 ‘포항시립박물관’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앞두고 있다. 올해 말 평가를 통과하면 실시 설계, 조직 구성 및 예산편성 등 향후 추진 과정에 돌입하게 된다.반세기 넘도록 지역의 역사 유물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 연구하는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공간과 기관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포항시는 지역 여론을 수렴해 지난해부터 포항시립박물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인구 50만의 경북에서 가장 큰 도시인 포항시가 ‘철강산업도시’에서 ‘해양관광역사문화도시’로 변신하기 위한 시립박물관 건립을 앞두고 시와 시민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포항시립박물관 건립은 포항 시민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다.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담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외지인들에게 포항을 알리는 전진기지 역할을 할 시립박물관 건립에 대해 중앙정부는 적극적으로, 그리고 시급히 응답해야 할 책무가 있다. ◇ 포항시, 랜드마크로서 포항시립박물관 건립 준비 박차최근 포항시는 시립박물관 건립에 대한 기초적인 방향 설정과 실천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시는 그동안 과업 지시서 등 제반 서류 준비와 함께 박물관 기본구상에 대한 내부 협의 절차를 거쳐 여수, 영천, 창원 등의 타 지역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실무 검토를 마친 상황이다. 지난 2021년 1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포항시립박물관 기본계획 및 건립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했고, 지난 4월에는 박물관 조성 관련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효율적인 운영방안 등을 논의했다.시는 이 수행 결과물을 중심으로 오는 7월 문체부 사전평가를 신청해 8∼11월 평가 결과에 따른 보완작업을 하기로 했다. 이후 포항에서 출토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라 비석 중성리 신라비와 냉수리 신라비 등 국보를 비롯해 서울과 대전, 경주 등 다른 지역 수장고에 보관 중인 문화재 수만 건을 모으는 한편 유물 구입·기증 공모를 통해 전시 유물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어서 2024년 박물관 건축·전시설계를 마치고 2025년 상반기에 건립공사를 착공, 오는 2026년 완공과 동시에 개관하겠다는 구상이다.박물관 건립 사업은 도비 170억원(문체부가 경북도로 이관), 시비 190억8천만원 등 총사업비 476억8천만원이 투입되는 부지면적 1만5천㎡, 연면적 1만㎡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포항시는 지난해 포항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한 문화체육관광부 건립 타당성 사전평가에서 부적정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유물 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둘째, 유물 편성 예산이 부족하다. 셋째, 전시 주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박물관 건립 예정부지(당시 포항시 남구 동해면 일월리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인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포항시는 지적된 사안을 보완하기 위해 ‘매머드급’ 자문단을 꾸렸다. 국립중앙박물관장과 문화체육부 장관을 역임한 최광식 고려대 명예교수가 자문위원장을 맡고, 천진기 전 국립민속박물관장 등 전문가 13명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 4월, 1차 회의에서 박물관의 콘셉트 개발, 건축 방향 규정의 필요성, 특색있는 박물관을 위한 전시 방법과 콘텐츠의 중요성, 박물관 건립 추진 전담팀 신설 등을 제안했다.현재 포항에는 지역의 역사성과 문화적 특성을 드러내는 박물관으로서의 시설과 공간이 갖춰진 공립계 박물관이 없다. 포항시에 시립박물관이 조성된다면 지역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뿐만 아니라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 국보 2점 등 포항 출토 다른 지역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포항에서 발굴된 문화재 수만 건이 지역에 보관 전시되지 못하고 다른 지역에 흩어져 있다는 것은 지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수치다. 국보인 포항 냉수리 신라비는 신광면사무소 앞마당 비각 안에 허술하게 보관돼 있다. 2009년 포항에서 발굴된 국내 최대 나무화석이자 천연기념물인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은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천연기념물센터에 들어가 있다. 포항 흥해읍에서 발굴돼 현존하는 신라비 가운데 가장 오래된 포항 중성리 신라비(국보)도 국립 경주문화재연구소에 있다. 포항은 지난 1995년 옥성리고분군 발굴조사를 통해 많은 유물을 수습했고 이후 성곡리 및 호동 유적지 등 많은 조사를 통해 1만5천점 가량의 유물을 발굴했다. 그러나 수장고를 갖춘 박물관이 없어 발굴된 유물은 인근의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등지에 분산 소장돼 있다.◇ 도시에 박물관이 건립돼야 하는 까닭▲지역의 문화적 정체성 수립= 박물관은 하나의 사회적인 인프라로서, 그 건물이나 유적지가 지역의 유형적 문화 자산인 동시에 지역의 자랑거리다. 자체 건축물 이외에 관련 도로나 주차 공간의 확충, 인근 녹지 확보를 통해 지역의 준사회간접자본의 시설로 존재한다. 동시에 지역성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전시물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역사적 삶의 증거로, 지역 주민들에게 강한 정체성을 부여해 준다. 박물관은 비공식적인 교육 기관인 동시에 지역문화의 중심체로서, 잠재적인 관람객과 지역 주민에게 시설과 공간을 제공해 다양한 문화행사와 활동을 용이하게 해준다. 또한 지역공동체의 주거환경, 서비스와 제조업, 도서관, 극장, 콘서트홀과 같은 문화공간을 총체적으로 묶어 문화 인프라 기반이 된다.▲생활문화 공간으로서의 박물관= 박물관은 지역 공동체의 일상적인 삶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문화시설을 총체적으로 묶어서 발전시킬 수 있는 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행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지역민을 위한 사회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박물관이 대중들에게 일상생활의 연장으로서 다가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로 하며 박물관의 물리적 영역에 얽매이지 않고 대중과 좀 더 적극적인 만남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박물관은 지역문화의 요체로서 후원자 그룹, 자원봉사자 프로젝트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역 공동체가 박물관 업무에 실질적인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 지역 문화재는 지역에 있어야 생명력이 있다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고, 문화관광사업을 통해 지역발전 동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에서 지역박물관이 폭발적으로 건립되고 있다. 지역박물관은 지역문화의 보존센터인 동시에, 그 지역의 역사나 민속자료를 수집 보존 조사 연구 전시 보급함은 물론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적 지역 문화시설이다. 지역박물관은 지역 연구 및 지역발전 실천의 장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제대로 된 박물관 하나 없어서 소중한 지역 문화유산이 타 지역으로 보내져야 하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일 뿐만 아니라 중대한 모순이다. 박물관 건립과 함께 문화유산 되찾기의 당위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박물관 건립은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와 지역문화의 정체성 확립, 역사의 보고(寶庫)라는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갖는다.◇ 중앙정부도 포항시립박물관 건립에 용단 내려야포항시립박물관 건립 필요성은 2009년 중성리 신라비가 발굴된 이후 15년째 꾸준히 거론돼왔다. 청동기 시대부터 고려와 조선,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풍부한 문화유산에도 불구, 소규모 박물관만으로는 제대로 된 지역 역사 보존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포항의 국립박물관 유치·건립을 위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포항시도 국립역사박물관을 비롯해 민속박물관, 해양박물관 등 각종 박물관 건립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중복 투자 문제, 전시물 확보 어려움, 부지 선정, 예산 등의 문제로 모두 무산됐다.포항시는 그런 실패의 경험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제대로 된 포항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한 절차를 빈틈없이 차곡차곡 밟아나가고 있다. 지역의 자존심과 결부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깊은 이해와 용단이 필수적이다. 포항시립박물관은 포항의 참다운 지방자치를 이끄는 민심의 중심 기둥을 세우는 일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6-22

“국가산업 DNA 가진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 최적지”

포항시가 정부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포항시는 최근 글로벌 산업기술 패권의 핵심으로 부상한 이차전지산업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여기에다 포항시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까지 얻을 수 있다면, 중장기적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확고히 다질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지난 2014년 이강덕시장 취임 이후 ‘제2 영일만의 기적’을 실현할 미래 먹거리로 이차전지(배터리)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어느 도시보다 발 빠르게 생태계 육성과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포항은 세계적인 철강도시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견인해 왔으나 ‘성숙기의 철강 중심 산업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면 자칫 미국 피츠버그 처럼 쇠락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20여년간의 최대 고민거리였다.하지만 포항은 미래를 안정적으로 이끌수 있는 신성장 동력을 찾아냈다.‘3+1(이차전지·바이오·수소+철강고도화) 신경제지도’를 승부수 전략으로 추진하면서 특히 이차전지의 역점 육성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지난 2017년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에코프로가 신축공장 부지를 물색한다는 소식을 접한 포항시는, 이강덕 시장이 직접 기업을 방문하는 등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펼친 결과 유치에 성공했다.이어 2019년에는 포항시가 전국 최초로 ‘배터리 규제 자유특구’ 지정에 성공했다.‘배터리 규제 자유특구’는 혁신·전략 신사업 육성을 위한 각종 규제가 대폭 완화돼 포항의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 조성을 촉진시키는 근간이 됐다.결국 포항배터리 특구는 지역 경제 성장과 국토 균형 발전,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성과를 인정 받아 ‘전국 유일’ 3년 연속 우수특구로 선정되면서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특구사례로 손꼽히고 있다.2021년에는 ‘이차전지 산업 육성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가 문을 열었고 지난해에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이차전지산업 육성 조례를 제정하는 등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 조성에 불을 붙였다. 포항시의 이같은 노력은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이어져 2027년까지 포항에 확정된 투자액만 무려 12조 원에 달하게 됐다.먼저 이차전지 선도기업인 에코프로는 영일만산단에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구축에 나서고 있다.에코프로는 이차전지 생산 수직 계열화를 위해 양극 소재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집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양극재 밸류체인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국내 유일의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함께 생산하는 포스코 퓨처엠의 경우 포항에 양극재 공장을 건립중이며, 음극재 2단계 공장 추가 건립에도 나섰다.에너지머티리얼즈(GS계열사)는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을 건립하고 있고 전구체 생산 글로벌 1위인 중국 CNGR도 포항에 생산 공장을 세우기로 확정했다.이외에도 솔루엠과 미래세라텍 등 영일만산단과 블루밸리국가산단에 입주했거나 예정인 중견기업은 모두 25개사에 이른다.이들 기업들은 배터리 원료와 리사이클링, 부품 생산 등 동반 성장을 위한 상생·혁신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치열한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 경쟁에서 기업 투자에 따른 성장과 RD에서 포항이 최적지임을 대규모 기업 투자가 입증한 셈이 됐다.포항시는 수년 동안 산 넘고 물 건넌 끝에 ‘배터리 분야 국내 최초·최고 도시’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거어쥐면서, ‘대한민국 글로벌 배터리 강국을 선도하는 도시’라는 닉네임을 얻어냈다.한편 포항시는 앞으로 다가올 배터리 산업의 미래에 대한 준비 작업에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이차전재 시장 확대에 따른 폐배터리 재활용 및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고안전 보급형 배터리 상용화 기반 구축‘ 등의 신산업 인프라 기반 작업에 이미 돌입했다.△ 포항은 ‘배터리 심장’인 양극재, 2030년 100만톤 생산 70조 매출기대.- 포항은 이미 이차전지 핵심소재 대량 생산과 소재 공급 요충지로 급부상했다. 원소재부터 양극재, 음극재 생산까지 대량 생산시설 집적에 성공했기 때문이다.특히 지난해 포항은 양극재 생산량 15만t을 기록하며 생산량 1위에 올랐다.‘배터리의 심장’이라 불리는 양극재는 이차전지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며 출력,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소재이다.포항시는 2030년 양극재 연산 100만톤을 점치고 있는데 그럴 경우 연매출 70조원이 추정된다.연매출 70조원은 글로벌 양극재 수요량 605만톤의 약 16.5%를 차지하는 막대한 규모다.여기에다 포항의 리튬과 전구체, 음극재 등 원료·소재 생산량까지 더하면 총생산은 200만톤을 웃돌게 된다.포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배터리 허브도시’로 대도약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기준 포항 지역 철강산업의 총 매출액은 35조원이었던 반면 이차전지 산업의 총매출액은 5조원이었다.하지만 이차전지 산업의 빠른 성장성을 감안할 때 머지않아 지역 내 이차전지 매출액이 철강 매출액을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포항이 ‘산업의 쌀’ 철강에 이어 ‘미래 산업의 쌀’ 이차전지로 대한민국 신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는 것이다.△ 포항은 ‘기업 집적+RD인프라+인재 양상’ 3박자 갖춘 도시.- 포항시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지정될 경우 핵심 인프라 구축, 인허가 간소화, 세제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글로벌 산업 패권·경제 안보 경쟁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포항시는 특화단지 유치를 위해 ‘지속가능한 인프라 구축’, ‘초격차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건실한 산업 생태계 확립’ 등 3대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물론 포항 특화단지 지정이 국가 발전과 큰 맥을 함께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현재 포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인프라와 전문 인력 공급이 원활하고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갖춘 점 등이 최고 장점으로 인정 받고 있다.포항은 포스텍과 가속기연구소 등 대학과 연구소, RD기관이 밀집해 있어 이차전지 분야 연구 및 기술 개발을 지원할 최적의 생태를 갖추고 있다.여기에다 포스텍을 중심으로 4개 대학과 마이스터고 2개교에서 배출하는 이차전지 전문인력은 연간 5천600명에 달하고 있다.포항시는 맞춤형 미래 인재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현장 운영과 전문 연구인력 양성 투트랙 전략으로, 지역 대학부터 마이스터고까지 이어지는 산업 최적화한 인력 확보 범위를 대구·경북 대학 등지로 확대하는 중이다.포항이 특화단지로 지정 되면 2030년 이후 7천200명에 달하는 핵심 인력을 매년 배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또 포항시는 ‘물류 요충지’로서 동해안 유일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과 동해선 철도, 대구-포항, 울산-포항고속도로, KTX, 포항경주공항 등 광역 물류망을 보유하고 있어 배터리 원료, 소재 수출입이 매우 수월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포항이 특화단지로 지정 되면 대구, 경주·경산, 울산 등지의 전기차 부품·소재 벨트를 연계시키면서 대구·경북의 새 성장동력으로 부상시킨다는 폭 넒은 구상도 가지고 있다.이는 포항의 양극재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전기차부품 산업벨트, 울산의 완성차와 연계한 클러스터를 조성해 미래차 신산업 대전환을 주도해 나간다는 복안인 것이다. △ 포항시민들의 용광로보다 뜨거운 유치 열기.- 지난해 11월 유치 구심점인 ‘경북 이차전지 혁신 거버넌스’가 포항시와 경북도,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등 도내 민관산학 30개 혁신 기관이 모여 출범했다.이어 혁신 산업 생태계 구축 및 인재 양성을 위한 기관 간 업무 협약, 국제컨퍼런스 등이 이어지고 있다.최근에는 이차전지산업의 미래 인재들인 대구·경북지역 대학생들이 포항을 방문해 현장 투어를 한 후 유치를 기원하는 종이비행기를 날려 눈길을 끌었다.지난 10일 ‘포항시민의 날’ 행사에서도 각계 각층의 시민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을 기원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신병 치료 중인 이강덕 시장 역시 이차전지 특화단지 포항 지정을 위해 최근 국회와 중앙정부, 포항시를 오가며 광폭 행보를 펼치며 유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이 시장은 지난달 서울 스퀘어에서 진행된 특화단지 전략 발표 평가에도 참석, 포항 지정 당위성을 역설한데 이어 13일에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이창양 산업부 장관을 국회에서 만나 ‘이차전지 특화단지 포항 지정’을 건의했다.특화단지 공모사업 최종 선정 결과 발표가 7월 초로 예정됨에 따라 이 시장은 향후 국회와 정부 기관을 연이어 방문, 포항이 이차전지 특화단지 최적지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이강덕 시장은 “포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철강으로 국가 산업화를 견인한 특별한 DNA를 가지고 있다”라면서 “포항에 특화단지를 유치해 국가적 미래 먹거리뿐 아니라 경제·안보 전략 자산인 이차전지의 글로벌 시장 선점과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진홍기자

2023-06-22

신공항 조기 개항… ‘글로벌 대구’ 성큼

지역 전통산업인 섬유산업 몰락과 함께 새롭게 대체할 산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지난 30년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대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아 비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과거 대구는 대한민국 3대 도시였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의 폐쇄성과 현실 안주로 지난 10년 간 인구가 250만 명에서 237만 명으로 감소하고, 경제는 30년 연속 1인당 GRDP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으며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그러나 민선 8기 홍준표 시장이 취임하면서 대구는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구 50년 미래 먹거리 발굴과 하늘길 개척을 통한 ‘미래번영 대구’를 슬로건으로 공공혁신, 재정혁신, 민생혁신, 3대 대구 대혁신으로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대구는 세계와 경쟁하는 ‘글로벌 대구’로 도약을 위해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 투자유치, 국제교류 확대 등 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홍 시장이 대구 미래 50년을 위해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핵심사업은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이다. 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지난 4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함에 따라 2030년 개항을 목표로 ‘항공산업 허브 도시’로 힘찬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일극 체제인 공항 산업에 맞서 ‘중남부권 항공물류 허브 기지’가 되기 위한 신공항 마스터플랜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신공항 건설 사업은 특별법 통과로 국가가 보증하는 사업이 되면서 안정적이고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군 공항의 기부 대 양여 차액 국비지원, 예타 면제, 종전부지에 대한 특별구역 지정 등 핵심 내용이 반영됐다. 법안의 발효 시기도 당초 6개월에서 4개월로 2개월 단축하는 등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게 돼 당초 2030년 개항 보다 2년 일찍 개항한다는 목표로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최근 대구시는 최초로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국제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LH와 대구도시공사, 중앙·대구 1군 건설업체 간 공동출자법인(SPC) 구성에 집중하고 있다. 특별법을 토대로 국가가 보증하는 사업인 만큼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사업은 역대 지역 최대 규모의 사업으로 30조 원 이상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신공항은 인천공항에 집중된 항공 여객물류의 30% 이상을 책임지고, 미주, 유럽을 드나드는 3.8㎞ 이상 활주로를 갖춘 글로벌 첨단 물류 중심 여객 복합공항을 목표로 건설된다. 커퓨 타임 없는 ‘24시간 잠들지 않는 공항’으로 만들고, 유사 시 30분 만에 마비되는 인천공항을 대체하게 될 대한민국 핵심 안보의 새로운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대구시는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사업설명회를 열고 건국 이래 대구·경북 최대인 30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대구경북신공항의 군 공항 이전과 후적지 개발을 맡을 SPC 설립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두바이식 후적지 개발군 공항은 기부 대 양여 방식, 민간 공항은 국토교통부가 재정사업으로 건설한다. 후적지 개발 등 미래 50년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지난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두바이(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조호주(말레이시아) 출장을 다녀온 홍 시장은 대구국제공항 후적지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처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후적지는 대규모 공공개발과 함께 세제감면, 규제개혁 등 투자유치를 위해 금호강 물길을 돌려 마리나 베이처럼 수변도시로 조성하고 랜드마크 대표빌딩을 중심으로 첨단기업, 상업 밀집 스카이라인을 이룬 글로벌 명품 도시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또 특별법에 따라 관광, 규제자유, 자역특화발전, 연구개발, 특별건축경제자유구역, 스마트도시 특화단지, 6개 특구를 반영해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로 만들어 대구의 신성장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대구시는 사업대행자(공공+민간) 선정 후 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실시계획 수립의 절차를 거쳐 2030년 공항 후적지 조성공사를 착공해 2032년 조성완료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대구 신공항 중심의 거대 신경제권 출범신공항이 개항되면 인천공항 여객과 항공 물류의 역할 분담에 따라 신공항을 중심으로 대구·경북과 호남·충청권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제2경제권이 생기게 된다.그동안 높은 분양가와 민원 등 때문에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한계에 부닥친 대구시(883.552㎢)에 군위군(614.34㎢)이 편입되면 대구는 1천497.86㎢ 확대된다. 신공항이 건설되는 군위·의성지역은 각종 규제 완화, 세제감면 혜택 등 대한민국 최초의 규제프리존이 만들어진다.인천공항에 버금가는 중남부권의 중추공항 역할을 하게 될 군위군 신공항 만항청사 주변으로 도심항공(UAM), 호텔, 컨벤션센터, 공공시설 등이 들어거게 된다.또 신공항 배후지에는 항공·물류 중심의 초거대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는 등 공항 및 주변 산업단지 종사자와 가족 등 군위는 30만 인구 수용이 가능한 새로운 에어시티로 변신하며, 첨단산업단지 전초기지로 자리잡아 미래 대구의 산업·경제를 견인하는 핵심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글로벌 항공교통 요충지로 부상신공항을 중심으로 광역교통망 등이 건설되면 대구는 하늘길을 여는 새로운 항공교통 요충지가 된다. 현재 발표된 광역교통망은 총 9개의 노선이다.대구 외곽순환도로가 지난해 3월 개통됐으며 신천대로와 팔공산터널을 잊게 될 조야~동명 간 광역도로가 기본 및 실시설계에 들어가 2027년 개통 예정으로 진행 중이다. 중앙고속도로 6차로 확장과 북구미IC~신공항 도로는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반영됐고, 군위관통도로도 군위군의 대구편입으로 대구시가 대구시민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또 서대구와 신공항을 잊는 대구경북 광역철도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됐다. 중앙선 도담~영천 간 복선화는 올해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이며 김천에서 신공항간 철도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광역교통망 건설이 완료되면 신공항은 국내 항공 물류의 30%를 책임지는 물류공항으로 거듭나며 이를 계기로 대구·경북은 물론 호남권과 충청권을 아우르는 새로운 하늘길의 교통요충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5대 신성장산업 육성과 대구 산업단지 재편대구시는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5대 신산업(UAM, ABB, 비메모리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육성에 돌입하면서 산업구조도 속속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지난해 SK텔레콤,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티맵모빌리티와 UAM 시범사업과 상용화 추진, UAM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시는 2030년 신공항 개항에 맞춰 항공모빌리티 서비스까지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서울 등 외지 기업 10여개가 대구 수성알파시티로 본사를 옮기거나 지사, 연구소를 신설하는 등 ABB 산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30년까지 수성알파시티에 2조 2천억 원을 투자키로 해 수성알파시티를 비수도권 최대 디지털 혁신거점 지구로 육성할 계획이다.올해 센서 반도체용 ‘D팹(Fab·반도체 기반 생산공정)’ 건립을 위한 설계 용역비 193억 원을 확보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D팹을 구축할 예정이다.대구는 2020년 7월 로봇 분야 전국 최초로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다양한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의료 분야도 제조업 중심에서 인공지능, 디지털치료기기, 전자약 등 디지털 헬스케어로 전환해 육성할 계획이다.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 미래 50년 밑그림을 시작으로 핵심 사업들도 힘차게 출발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기본 틀을 완성 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며 “다시 한번, 대구가 한반도 3대 도시의 영광을 반드시 되찾을 수 있도록 250만 시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이곤영기자lgy1964@kbmaeil.com

2023-06-22

친환경 우선 경영, 지속가능한 철강 제조기업으로 진화

포스코스틸리온(옛 포스코강판)은 1988년 설립된 포항도금강판 주식회사를 모체로 1999년 컬러강판 제조사인 포항강재와 합병하여 현재 도금과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그룹의 철강 표면처리전문 사업회사이다. 2002년 증권거래소에 상장, 2007년에는 제품 생산 누계 1천만t을 돌파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외형적 성장 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친환경 시대를 대비한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2013년에는 환경부로부터 ‘녹색 기업’으로 선정됐으며 2015년에는 수자원 절약과 폐수처리 약품 사용 절감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SG 열풍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환경을 중시하는 경영을 펼쳐온 것이다.2022년에는 34년간 사용해 왔던 ‘강판’이라는 단어 대신 철의 완성을 뜻하는 ‘스틸리온’이라는 사명으로 변경했다. 포스코강판이라는 사명은 때로는 포스코의 제품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어 왔으며 회사의 비전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사명을 포스코스틸리온으로 변경하면서 정체성을 보다 확실히 드러내고 미래지향적인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채비를 마쳤다. ◇ 뛰어난 내식성과 내구성을 보유한 도금제품 보유포항시 남구 장흥동에 위치한 포스코스틸리온의 도금공장에서는 포스코의 미소둔강판을 소재로 사용한 용융 알루미늄 도금강판, 용융 알루미늄·아연 합금 도금강판, 용융 알루미늄·아연·마그네슘 합금 도금강판 등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 가전, 건축 자재 등으로 사용되는 이러한 제품들은 포스코의 고품질 소재에 포스코스틸리온의 도금 기술력이 더해져 내식성과 내구성에서 탁월한 평가를 받고 있다.특히 용융 알루미늄 도금강판인 알코스타(ALCOSTA)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선정하는 세계일류상품 중 하나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품이다. 알코스타는 가전, 주방용품, 자동차 부품 등 부식에 강한 소재를 사용해야하는 고객사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특히 고유의 도금 기술을 통해 경쟁사 제품 대비 미려한 표면을 자랑하기에 오랜 세월 동안 포스코스틸리온 도금강판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해왔다.용융 알루미늄·아연·마그네슘 합금 도금강판인 맥코스타(MACOSTA) 또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포스코의 포스맥과 마찬가지로 알루미늄과 아연, 마그네슘을 사용한 삼원계 도금강판으로 내식성과 가공성이 매우 우수하다. 특히 포스맥과 동일한 원리로 삼원계 금속에서 나오는 생성물인 ‘시몬클라이트’가 표면에 필름처럼 형성돼 부식을 방지하는 것이 특징이며 이는 포스코그룹의 고유 기술 중 하나이기도 하다.이외에도 포스코스틸리온은 알루미늄·아연 합금도금강판과 알루미늄 도금 스테인리스강판 등 고객이 원하는 용도와 성능을 충족하는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도 포스코스틸리온은 용도에 맞게 온도, 습도 등으로 인한 부식이나 변색에 강한 고품질 도금강판을 지속적으로 개발 및 생산해나간다는 계획이다. ◇ 색상과 디자인을 넘어 가치까지 전달하는 컬러강판, ‘인피넬리(INFINeLI)’포스코스틸리온은 지난 2021년, 고객사와 이해관계자들을 초청하고 자사의 컬러강판 브랜드인 인피넬리를 론칭했다. 인피넬리는 컬러강판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Infinite)과 정교하고 아름다움(Finely)을 표현한 합성어로 포스코스틸리온이 앞으로 추구해나갈 컬러강판 사업 방향을 드러내고 있다.컬러강판 시장은 과거 단순한 색상을 지닌 제품 위주의 판매가 이뤄졌다. 하지만 중국재의 시장 범람으로 인해 현재 다양한 디자인과 패턴으로 차별화를 추구한 고급재 중심 시장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포스코스틸리온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피넬리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은 물론이고 고객에게 새로운 감성과 가치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친환경 시대에 걸맞게 대리석이나 나무 소재를 그대로 구현한 제품들은 유심히 보더라도 질감과 무늬가 자연 소재의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철강재이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자원의 선순환에도 이점이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불연, 항균, 유해물질 저감 등 기능성을 보유한 제품들까지 연이어 개발되며 고객에게 안전 최우선의 가치도 새롭게 제공한다.포스코스틸리온의 인피넬리는 포스아트(PosART)라는 고해상도 잉크젯 프린트 강판을 새롭게 내놓아 제품군을 확장했다. 고객이 원하는 어떠한 이미지도 구현이 가능하고, 소량으로 제작 가능한 포스아트는 2019년 세계철강협회로부터 ‘올해의 혁신상’을 수상할 정도로 기존의 철강 제품과는 결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디자인에 한계가 없고 적층 인쇄를 통해 질감의 구현까지 가능한 포스아트의 특징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됐다. 독특한 느낌의 건축 내외장재부터 미술작품, 안내판 등 문화 컨텐츠에도 적용되는 등 다방면에 활용된 것이다. 최근 경복궁과 청와대 등 문화 유산에 안내판 또한 포스아트로 제작됐는데 선명한 해상도는 물론 적층인쇄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를 구현해 관람 편의성을 증진시켰다. 기존 알루미늄 소재의 안내판 대비 강한 내구성과 높은 재활용률, 낮은 탄소배출량 등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어 관계자들의 호평을 들은 바 있다. 문화재청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적용을 확대해나가는 한편, 작년에는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재청으로 적극 행정 우수사례로 표창을 수여받기도 했다.이처럼 인피넬리는 친환경, 안전, 아름다움, 어떠한 디자인 니즈도 구현할 수 있는 기술 등의 다양한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또한 고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적 브랜드를 표방, 끊임없는 소통에 의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인 제품을 지속생산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 ESG 선도,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도약도금강판의 품질 향상을 통한 사용연한 증가, 디자인 기술력을 통해 자연의 소재를 대체하는 컬러강판 등의 발전 방향은 친환경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의 트렌드에 부합한다. 포스코스틸리온은 제품 뿐만 아니라 생산 공정에서도 친환경을 지향한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화하는 ‘탄소중립 로드맵’ 수립과 함께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도료, 후처리 용액 등의 원료에 바이오매스 성분을 적용, 각각 미국 인증기관인 UL 시험성적 취득과 농무부(USDA) 승인을 획득하는 등 생산 과정에서도 환경 친화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지역사회공헌 활동도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포스코스틸리온은 그동안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활동들을 매년 전개해왔다. 자사 제품을 활용해 지역 복지시설과 취약계층 주택 보수, 인근 지역인 대송면의 농산물을 이용한 김장 나눔 등의 공헌활동은 수십년 째 이어져 오는 포스코스틸리온의 고유한 사회공헌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최근에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3억원을 출연, 포항시 농어업 관계부처와 함께 지역 농어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농촌 영유아 보육 환경 개선을 위한 교육도구 지원을 시작으로 향후 폐어구 수거를 통한 해양 생태계 보존, 친환경 농업용 장비 지원, 농어촌 관광 명소화를 위한 리모델링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포항 농어촌 발전에 기여할 예정이다.이런 노력들과 함께 중대재해 제로의 안전한 일터 구축, 지배구조 개선 등의 결과로 인해 포스코스틸리온은 국내 철강기업 중 포스코와 함께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현재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기준은 ESG다. 즉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에 대해서 기업이 어떠한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기업이 지속가능한지를 평가하고, 이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되는 한국ESG기준원의 ESG평가가 가장 대표적이고 공신력 있는 평가인데, 포스코스틸리온은 컬러강판 동종업계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A등급을 획득해오고 있다. 그리고 지난 5월 3일에는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이 후원하는 ‘제17회 국가지속가능 ESG 컨퍼런스’에서 ESG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최고상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앞으로도 포스코스틸리온은 제품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친환경성확보와 지역사회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협력 강화 등 ESG 우선 경영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3-06-22

경북 지방시대 대전환, 신규 국가산단 3곳이 책임진다

지난 3월 15일 국토교통부가 신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를 선정했다.경북도는 이번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에 경주SMR과 울진 원자력수소, 안동 바이오생명 3곳을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에 신청했고, 3곳 모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써 경북도에는 1969년 구미1공업단지를 시작으로 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된 3개소가 정식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되면 총 13개소 80.20㎢(2천431만평)의 국가산업단지를 보유한 광역자치단체가 됐다. 여기에 영주시도 첨단베어링을 앞세워 올해 6월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목표로 현재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다.국가산업단지는 건국 이래 계속되어온 수도권 독과점 시대를 타파하고 △500만 명 규모 광역경제 공동권 구축 △지역별 혁신생태계 조성 △지방정부 권한이양으로 교육혁명, 일자리혁명, 지방정주시대 혁명 등 경북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시대 대전환 프로젝트’의 핵심적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경북도가 추진하는 지방시대 대전환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 등 경제적인 부분이다. 지역에 일자리가 많아야 젊은이들의 유입이 조금이라도 더 쉬워지고, 그렇게 일자리를 찾아온 젊은이들로 인한 인구 증가는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서 수도권 독점화를 자연스럽게 타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를 위해 경북도는 지난해부터 윤석열 정부가 지역주력산업 경쟁력 제고 및 산업거점 조성을 위해 추진하는 신규 국가산업단지 유치를 위해 국정과제 및 지역정책공약에 반영된 사업 중 지역의 주력육성산업으로 원자력과 수소, 백신산업이라 판단하고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선정과정에서 국가산업단지의 필요성, 국정과제와의 정합성, 산업 입지적 장점 등을 내세우며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 대응해 신청한 3곳이 모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경북도는 현재 이들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함께 각 후보지별 사업시행자 선정결과 보고 및 신규 국가산단 추진계획 발표, 지원 사항을 논의한 끝에 경주 SMR국가산단는 LH공사 단독시행하고, 안동 바이오생명국가산단과 울진 원자력수소국가산단은 LH공사와 경북개발공사 공동 사업시행자로 선정하고, 예비타당성조사, 산업단지계획 수립 등 후속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사업시행자와 실무협의체 구성하고 실무회의를 통한 기본협약체결 및 기업수요 확보에도 만전을 기해 예비타당성조사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지원할 방침이다.경주, 안동 울진군에서도 사업을 위한 발걸음도 빨리하고 있다. 현재 각 지자체는 정부의 계획에 발맞춰 신규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위한 행정절차를 착실히 밟고 있다. 경주SMR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먼저 문무대왕면 두산리 일대 150만㎡에 총사업비 3천966억 원을 투입, 2030년까지 SMR국간산단을 조성할 계획인 경주시는 SMR국가산단 조성사업과 관련해 빈틈없는 사업추진을 위해 LH공사와 6월 중 상생협약을 체결과 지역의 현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경주시는 SMR국가산단 지정과 관련해 국민들의 이해와 관심을 제고하고 향후 차세대 SMR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자리인 만큼, 슬로건을 ‘경북, 소형모듈원자로(SMR) 시대를 열다’로 정했다. SMR산업은 오는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85GW 규모, 최대 620조 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짧은 건설기간과 운영·관리 비용 등을 감안하면 대형원전에 비해 발전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한국은 이미 지난 2012년 원자력연구원이 한국형 SMR인 ‘SMART’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면서, 전세계 SMR시장의 새로운 강자가 될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다. 경주시는 SMR국가산단이 경주의 미래 100년을 견인할 신성장동력인 만큼, 국가산단 지정까지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는 SMR원자력 국가산업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과 원전기업 유치로 지역경제의 동력을 갖췄다”며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의 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경제를 도약시킬 구원투수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동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안동시도 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 후속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단은 서안동 IC 및 국도35호선과 인접한 안동시 풍산읍 노리 일원 132만㎡(약 40만 평) 부지에 사업비 3천579억 원을 투입해 바이오·백신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대마(헴프), 천연물 활용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융복합 신소재 산업 육성한다는 계획이다.안동시는 안동에 구축된 바이오·백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바이오·백신 생산거점 국가산업단지로 조성하고자 한다.특히, 핵심업종에서는 의약품 및 의료용품 제조, 의료용 화합물 및 생물학적 제제 등의 연구개발 기업을 유치하고, 연관업종으로는 헴프(HEMP)를 기반으로 한 특수직물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바이오식품과 헬스케어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이를 통한 경제효과는 산단 조성 완료 시점에는 70여 개의 입주업체가 4조 원을 투자하고, 이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는 8조 원, 고용창출은 3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안동시는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백신 및 헴프(HEMP) 시장이 매년 20%대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이를 주요 핵심 산업군으로 하는 국가산업 단지로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안동시는 기업지원 및 유치전략으로 취득·등록세를 50% 감면하고 기반시설 설치비를 최대한 지원해 분양가를 70만 원/평에 공급할 예정이다. 조성 원가 대비 차액 부분은 안동시가 부담해, 준공과 동시에 분양이 완료되도록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권기창 안동시장은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가 세계적인 첨단바이오 국가산업단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현 정부 지방발전 정책인 기회발전특구 지정에도 총력을 다해 국가산단 추진과 맞물려 지역 경제 활성화에 주춧돌로 삼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울진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울진군도 원자력 수소 산업의 역할과 발전 방안을 찾고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 기반을 다지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특히 지난 9일 포럼에서는 울진 원자력 수소 생산·실증단지 협력방안, CF100(Carbon Free 100%)의 현황과 시사점을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울진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는 국내 최다 원전집적지로 잉여전력을 활용한 수소 대량생산과 연계산업 육성을 위해 울진군 죽변면 일원에 약 158만㎡규모로 총사업비 3천996억 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는 생산유발 효과 7조1천억 원, 고용유발효과 2만4천 명 등 미래 백년을 책임질 성장동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이곳에는 청정수소 RD 연구실증단지 등을 조성하고 저비용의 수소 생산·저장·운반·활용과 수소산업 전 분야에 대한 미래가치 창출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에너지자립 실현을 뒷받침해 나갈 예정이다.특히, 수소 1kg 생산 단가가 재생에너지는 7천500~1만1천 원/kg인데 반해 원자력은 3천500원/kg에 불과하다. 수소 1kg 생산 시 탄소 배출량은 천연가스는 10.4kg, 석탄은 16.9kg에 이르지만 원자력은 없다. 이에 따라 울진군은 원자력 수소 국가산업단지에 한수원을 비롯한 공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원자력 활용 수소 생산·실증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2030년까지 연간 20만t 규모의 수소 생산기반을 갖춰나갈 계획이다.손병복 울진군수는 “수소 전주기 산업생태계 구축, 산학융합지구 지정 및 대학 유치를 통한 산업 현장인력 양성, 물류·수소 운송을 위한 철도·고속도로·수출항만 등 산업기반SOC를 확충, 글로벌 원자력수소 허브로서 일자리가 넘쳐나고 사람이 모이는 지방강소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한편, 경북도는 3곳의 국가산업단지가 약 22조 원, 고용유발효과는 8만 2천여 명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지역의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산업생태계로 조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3-06-22

‘2025 APEC 정상회의’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에서!

□ 2025 APEC 정상회의2025 APEC 정상회의는 미·일·러·중 세계 4강을 비롯해 태평양 연안의 21개국 정상·각료·언론인 등 6천여 명이상이 한국을 방문하는 경제번영과 평화구축의 대규모 국제행사다. 참가 21개국 인구는 약 30억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40%에 해당한다. GDP는 61.5%, 교역량은 50.4%를 육박하는 세계 최대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이다.이번 한국 APEC 정상회의는 2005년 부산 개최 후 20년 만에 열리는 국제회의로 단순회의가 아닌 5천년 유구한 한국의 역사문화를 소개하고 개도국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기적을 공유함으로써 한국의 국격을 드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경주시는 경북도와 함께 2021년 7월에 APEC 유치의향을 공식표명하고 본격적인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올해 11월 도시 결정을 목표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이자 APEC 준비된 도시 경주가 최적이라는 당위성을 가지고 전 시·도민들이 혼연일체가 돼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다. □ 지금은 지방화 시대, 지방 중소도시 성장 발판현재 경주, 부산, 인천, 제주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경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광역단체이다. 일각에서는 지방 중소도시인 경주에서 어떻게 국제행사를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엄청난 착오다. 경주는 2005 APEC 에너지장관회의를 시작으로 2012 APEC 교육장관회의, 2015 세계물포럼 등 총 16회의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풍부한 노하우가 있어 이는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하다.또한 경주는 현 정부의 지방화시대 및 국가 균형발전 철학과 APEC 비전의 포용적 성장가치(소규모 도시개최) 실현의 최적지로 꼽힌다. 그간 개최된 정상회의 중 멕시코 로스카보스(2002), 러시아 블라디보스톡(2012), 인도네시아 발리(2013), 베트남 다낭(2017) 등지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사례를 보면 경주유치의 당위성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이를 증명하듯 2005년 APEC이 부산에서 개최되었을 때 한미정상회담은 보문단지에서 열렸다. 단순히 회의만 한다면 서울, 부산 같은 대도시에 하면 된다. 그러나 APEC 정상회의의 개최 의미와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리고 싶다면 그 도시는 바로 경주가 되어야 한다.□ 경호 안전·안심 최적, 편리한 교통접근성경주는 정상 경호와 안전의 최적도시이다. 주 회의장인 화백컨벤션센터가 있는 보문단지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항아리 모양으로 반경 1.5㎞ 이내 고층건물이 적고, 모든 회의장과 숙박시설이 밀집해 있어 이동 동선이 매우 짧다. 특히 단지 내 특급호텔 등 354개소의 1만1천405실의 풍부한 숙박시설을 갖췄다. 이 중 10개소 164실은 정상용 숙소로 활용이 가능하다.특히 보문단지 내 일부 통제만으로도 경호,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어 타 도시처럼 도심 구간봉쇄에 따른 시민불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여기에 주 회의장인 화백컨벤션센터의 리모델링 사업이 2024년까지 완료될 예정이어서 굳이 새로운 회의시설을 지을 필요도 없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화백컨벤션센터와 보문단지 일원 178만㎡가 비즈니스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선정됨에 따라 APEC 경주유치에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지방이어서 교통이 불편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주는 1시간 거리대의 보잉 747급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김해공항이 있고, 40분 거리에 울산공항과 포항경주공항이 있다. KTX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2시간 만에 올수 있는 편리한 교통접근성도 갖추고 있다.특히 강대국 정상들이 전용기를 타고 성남서울공항을 이용한다고 볼 때 그곳에서 인천으로 가는 시간보다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가깝고 편리하다. □ 다양한 산업시찰이 가능한 가장 한국적인 도시경주는 최근 SMR 국가산단 유치를 비롯해 한수원, 원전,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양성자가속기센터, 중수로해체연구원, e-모빌리티 연구단지 등 원전·자동차 첨단과학도시로 급부상 하고 있다. 더욱이 포항(철강), 구미(전자·반도체), 안동(바이오산업), 울산(완성차, 조선)이 인접해 있어 개발도상국들에게 한국의 경제산업 기적을 소개할 수 있는 인프라도 풍부하다.또한 경주는 불국사, 석굴암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4점, 국가문화재 36점, 사적 77점 등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전통문화 유산의 보고다.전 세계 여행객들의 바이블로 불리는 ‘론니플래닛’, ‘내셔널지오그래픽’, 타임지 등 세계 최고의 저널리스트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꼭 가봐야 할 세계 100대 관광도시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경주를 소개하고 있다.또한 1400년 전 찬란했던 옛 신라를 복원하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전력질주 중이다. 총 1조 150억을 투입해 월성·황룡사·동궁과월지 등 15개 핵심유적 복원정비가 완료되면 APEC 참가자들에게 신라 천년고도의 위엄을 한껏 보여줄 수 있다.아울러 APEC이 개최될 11월은 형형색색의 단풍 최절정기로 세계 정상들이 한복을 입고 불국사, 석굴암, 동궁과 월지, 대릉원, 첨성대 등에서 찍은 사진이 전 세계에 방영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감동 그 자체로 세계의 이목이 경주와 한국에 집중될 것이다. □ 2025 APEC 유치효과 및 유치활동APEC 경주 유치로 1조원 육박하는 생산유발효과와 5천억 규모의 부가가치 효과, 8천여명의 취업유발 효과를 비롯해 무엇보다 국제MICE 관광도시 위상제고 등 경주의 미래 100년 대계를 앞당길 마중물이 될 것이다.그간 APEC 경주유치 기원 콘서트, APEC 유치 범도민 추진위 발족, 국무총리 면담 등 정부 각 요로를 통한 경주유치 지지 협조를 요청해다. 또한 한중일 3개국 협력사무국(TCS) 언론인 및 인플루언서, 지역 문화 전문가를 대상으로 경주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정계, 경제계, 법조계, 문화계, 학계, 외교 등 여러 요로로 경주유치 홍보 및 세일즈에 전력을 기울였다.경주는 20년 전 태권도 성지가 경주임에도 태권도공원 유치 무산의 뼈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이번 APEC 정상회의 만큼은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일념으로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주낙영 시장은 “2025 APEC 정상회의는 21개국 정상들의 안보·경제 등 국제회의를 비롯해 우리의 5천년 유구한 역사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이자 지방시대 국가 균형발전의 가치를 실현하는 최적지는 오직 경주뿐이다”고 강조했다.주 시장은 이어 “중소 지방도시의 국제행사 성공개최 의구심은 기우에 불과하며, 풍부한 국제회의 성공 노하우에 경호·교통은 물론 원전·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시찰이 용이한 점 등 강점을 최대한 알려 정상회의를 기필코 유치해 경주발전의 100년 대계로 삼겠다. 또한 APEC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 행사를 개최할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국민들의 성원과 협조를 당부했다./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3-06-22

경북 힘으로 새 대한민국 건설

지난 1년간은 대한민국 지방시대 원년이었다. 이제는 확실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제도와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 균형발전 컨트롤타워의 핵심인 ‘지방시대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자치재정, 자치교육, 자치조직권도 과감히 되찾아야 할 것이다.-올해 하반기 도정운영 방향은.△고물가에 수출과 투자는 부진하고 경기는 둔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민생을 잘 챙겨야한다. 최근 일어난 전세사기사건에 도민의 피해는 없지만, 피해사례가 생기지 않게 도차원의 사전 대책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그리고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산업은 경북의 미래 50년을 책임질 먹거리들이다. 현재는 당면 현안인 구미의 반도체 특화단지와 포항의 배터리 특화단지 지정에 전력투구하고 있다.구미는 SK 최태원 회장이 지난 2월 5조 5천억원의 투자를 약속했고 포항은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 등이 올해만 5조원의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고 기대해도 좋다.경주 SMR, 울진 원자력수소, 안동 바이오 등 경북이 추진 중인 국가산단은 지난 4월 대통령의 방미 성과로 날개를 달게 됐다. 한미 기업간 체결된 첨단산업분야, 청정에너지분야 업무협약이 경북도의 주요 전략산업과 관련되어 있어, 반도체, 이차전지, 청정에너지 등 관련 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관련산업들이 탄력 받을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도내 공항신도시 조성이 4개 권역으로 나눠 진행되는데.△이전부지 선정 후 일찌감치 공항신도시 조성을 준비해왔고, 4개 권역의 공항신도시 개발계획을 수립했다.첫 번째 권역은 스마트 항공물류단지 조성이다. 중남부권 항공물류 허브공항의 핵심으로 통합물류센터와 백신·신선식품 저온저장유통시설 등이 건설된다. 향후 자유무역지역으로도 지정해 전자상거래 국제물류센터와 첨단제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두 번째 권역은 항공산업의 육성을 위한 항공산업협력단지(클러스터)다. 대통령 지역공약에 반영된 항공전자부품거점단지, 중소형항공기 MRO클러스터를 비롯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UAM 기체 제작과 소재·부품·정비단지, 전문인력양성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세 번째 권역은 미래식품 기술경쟁력 강화와 농식품 해외수출 거점 마련을 위한 농식품산업협력단지를 조성한다. 스마트팜 연계 첨단생산단지, 가정간편식이나 펫푸드와 같은 첨단식품기업단지, 농식품수출종합지원센터 등을 조성해 지역의 농식품 산업의 판로개척과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네 번째는 공항신도시의 교통인프라에 관한 것으로 도시 전체를 미래 모빌리티 특화도시(M-City)로 조성할 계획이다. 도시계획 단계부터 자율주행은 물론 UAM 시범사업과 상용화에 대비한 버티포트 등 UAM 인프라를 구축한다.올해 국토교통부의 민간공항 건설계획이 발표되면 공항신도시 조성 사업시행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사업시행자는 공항신도시 조성계획을 다시 한 번 검토해 사업타당성을 분석하고, 경북도와 협의해 토지이용계획을 수정·보완하게 된다. 이후 2025년부터 관련기관 협의 등을 거쳐 개발계획을 확정하고 2027년에 공사를 착수할 예정이다.-민선 8기 경북도정을 정리한다면.△민선8기의 소명은 한마디로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50년 넘게 이어온 수도권 집중의 물길은 기업,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등 모든 측면에 격차를 심화시키고, 국토면적의 10%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상이 몰려 과도한 경쟁사회가 됐고, 과밀의 심화는 세계 10위의 부자국가가 되었지만 국민은 행복하지 않은 나라를 만들었다.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만이 살길이라 생각했다. 대통령은 인수위 최초로 ‘균형발전TF’설치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라는 국정목표로 화답했다.국정목표까지 채택된 ‘지방시대’를 우리 경북이 주도하기 위해 농업대전환, 고등교육 혁신 등을 포함한 지방시대 8대 정책과제도 도민들께 보고 드렸고 23개 시장, 군수와도 뜻을 함께 했으며 국회차원에서도 차등전기요금제, 외국인광역비자를 위한 입법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23-06-22

대구 옛 영광 찾도록 힘 모으자

민선 8기 출범 이후 대구에는 미래 50년을 위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통과로 대구 재건과 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초석을 다진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미래 대구 50년을 위해 대구·경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 등을 들어봤다.-오는 7월 1일이면 대구시장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대구시정을 추진한 성과와 소회는.△국내 3대 도시이었던 대구는 섬유산업 몰락과 함께 산업구조 개편 실패로 30년째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취임 초 지역 폐쇄성과 기득권 카르텔 타파,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5대 신산업 중심의 산업혁신 등 대구 부흥을 위해 지난 1년간 거침없이 달려왔다. 대구 대혁신의 길에 일부 반대와 불만이 있더라도 결코 멈추거나 물러서지 않고 250만 대구시민만 바라보며 당당히 나아가겠다.-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한 통합신공항특별법이 통과됐다. 대구 미래 50년 발전을 위한 신공항 개발 방향과 앞으로 할 일은.△특별법 제정으로, 신공항 사업이 국가가 보증하는 사업으로 전환되어 신속하고 안전하게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신공항은 대구미래 50년 번영을 위한 핵심 기반시설로서,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공항시설 규모를 반영해 첨단 물류·여객 중심 복합공항으로 건설해야 한다.이제 시작이다. 신공항 주변에 첨단산업단지와 에어시티를 조성하고 수도권 첨단산업 기업을 유치해 대구경북신공항 경제권을 만들어 대구·경북이 다시 부활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국토부의 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가 6월말 완료 예정으로 신공항이 조기 개항될 수 있도록 하반기에 기본계획 수립 등 후속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최근 두바이와 싱가포르를 다녀왔는데, 양 도시에서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았고 어떤 부분을 지역에 도입하려 하는가?△두바이에서는 대규모 공공주도형 개발사업에 해외 투자자들을 참여시킨 과정과 전략을 살펴보고, 공항 프리존을 둘러보며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유치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싱가포르에서는 글로벌 물류·여객 거점공항으로 운영되는 창이공항과 대표적 수변도시인 마리나베이를 둘러봤다. 커퓨 타임이 없어 24시간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고, 각종 복합편의시설 및 서비스 등을 갖춘 창이공항의 혁신적인 운영 사례를 신공항에 적극 반영해 민·군 겸용 물류중심의 세계적인 공항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후적지는 금호강 물길 연결을 통한 수변공간을 중심으로 상징적인 랜드마크 건축물과 함께 금융·관광·상업·첨단산업이 들어가는 미래 글로벌 수변도시로 탈바꿈시켜 글로벌 신성장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대구 5대 신산업 중심의 지역 산업 구조개편 정책의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은.△신공항 특별법 통과로 5대 신산업 중심의 산업재편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본다. 신공항 중심의 신경제권이 생기고 그에 걸맞는 산업구조 재편을 위해 5대 미래 신산업에 중점 투자 중이다. 수성알파시티는 과기통신부와 예타사업, 재정사업 등 추진해 ‘비수도권 최고 디지털 혁신 거점’으로 육성키로 했고 반도체 분야는 민선8기 출범 1년 만에 국비 1천73억 원을 확보했으며 테크노폴리스의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성 사업도 8월에 예타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SKT·한화시스템·한국공항공사 컨소시엄과 함께 신공항 개항 시기인 2030년에 UAM을 상용화할 예정이고 디지털 헬스케어도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내년에 제22대 총선이 치러진다. 현재의 여야 상황을 전제로 한다면 내년 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의 향방은 어떻게 보나.△(여당 압승은)일부 여론조사에서 나온거라 믿기 어렵다. 120석이 넘는 수도권 국회의원 90%가 민주당이다. 아무리 여당이 우세하다 해도 될만한 사람을 공천해야 하는데, 인재고갈이 문제다. 이에 대한 준비를 안하고 있다. 대통령실 측근도 강남이나 지방으로 가려고 한다.-대구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수도권에 버금가던 대구의 GRDP가 전국 꼴찌다. 대구·경북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5대 신산업을 중심으로 대구산업을 개편하고 신공항 중심으로 거대한 첨단산업단지을 만들어 대기업을 유치해 대구·경북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곤영기자

2023-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