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로드맵은
대구경북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쏘아올린 통합에 정부가 적극 나서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시·도지사 등 통합의 주체세력은 통합에서 가장 시급한 특별법을 올해내에 마무리짓고 2026년 7월에는 통합시도지사를 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들 양 수장은 통합으로 인해 현재 중앙에 편중돼 있는 절대 권력을 지방으로 완전히 분산시켜 거의 독립정부에 준하는 자치권을 부여받아 소멸하는 지방을 부활시키겠다는 빅 프로젝트로 시도민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에는 상당한 험로를 넘어야 한다. 많은 시도민들은 행정통합에 무관심하다. 오래동안 불경기가 이어지는 등 민생이 최악인 상황에 시도지사가 서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통합에 행정력을 집중하는데 대해 불만도 많은게 사실이다.
수면위로 떠오른 후 너무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통합에 대해 시도지사들이 자신의 개인적 입장과 차기 진로를 고려해 행정통합을 밀어붙이려는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 예로 홍준표 대구시장이 그동안 꾸준히 통합을 반대해오다 느닷없이 지난달 갑자기 통합카드를 꺼냈고, 이를 기다리듯 이철우 지사가 덥석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지역 일각에서는 통합의 명분을 내세우며 양 시도지사가 차기 자신의 입장을 겨냥한 이슈선점이라는 시각도 갖고 있다.
양 시도지사 모두 다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광역단체장 수장으로 차기 대권의 잠룡후보들인 만큼 시도통합으로 뉴스메이커가 돼 몸집을 최대한 불린 후 대권후보로 가거나, 아니면 통합시도지사로 가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2019년 시작돼 그동안 5년여간 수면위로 올랐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당선되면서 중단됐다가 다시 재 점화된 통합의 로드맵은 어떤것인가.
경북 이름 자체가 하나도 없는 흡수방식 내세우는 홍준표 시장
서울특별시처럼 행안부 통제 없이 총리실 지휘만 받는 체계로
이철우 지사는 국방·외교 제외한 중앙정부 모든 권한 이양받는
‘완전한 자치정부’ 모델 구상… ‘현 교부세+@’ 재정 운용 지향
조직 통폐합·슬림화·통합 자치단체 등 풀어야할 과제 첩첩산중
□ 통합 방향은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를 통합하자는 행정구역 개편안이다. 대구 경북의 시도지사 모두 통합이라는 큰 틀에서는 합의했다.
하지만 내부사정을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광역시가 경상북도를 흡수하는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가칭 대구광역시 포항시, 대구광역시 안동시 등 경북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도 없는 흡수방식이다. 경북을 통째로 대구와 합치는 것은 사실상 전례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지자체이다. 홍 시장은 총리실로부터 지휘받는 (가칭)‘대구직할시’ 구상을 내놓았다. 그는 과거 대구시와 경북도간 행정통합 논의는 3단계 행정체제를 유지하는 것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했었다.
이번에 추진하는 것은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로 연결되는 기존 3단계 행정체계를 2단계로 대폭 간소화하는 것이다.
통합된 ‘대구직할시’는 서울특별시처럼 행정안전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곧바로 총리실의 지휘만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구직할시는 서울에 이어 인구 500만명의 한반도 제2 도시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 시장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시와 경북도간 통합 논의와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시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대통령은)통합되는 대구직할시의 권한은 미국처럼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준하는 그런 독립된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기존 기초자치단체의 자치권에 대해서는 통합 추진 과정에서 논의를 좀 해봐야 할 문제라고 언급하고, 현재 서울시와 서울시내 자치구간 권한 배분 관계 등에 대한 연구를 해야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이철우 지사는 완전한 자치정부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번 통합의 성격은 단순한 지방간 통합이 아닌 ‘완전한 자치정부’ 모델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중앙정부의 모든 권한을 이양토록 하고 이민, 비자, 환경, 산림, 저출생 정책 등에 대해서도 완전한 지방자치가 가능토록 해야한다는 구상이다.
재정문제와 관련해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현재 받는 교부세를 그대로 받고 통합에 따른 플러스 알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합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도 양 지자체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제일 조건”이고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성공하면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고 지방시대를 활짝 열어 대한민국을 초일류 국가로 만드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 통합 절차는
통합을 위한 절차는 여론조사와 대구시·경북도 통합특별법 제정이 필수다.
기초자치단체간 통합은 주민투표와 의회 의결 등의 과정을 거치도록 되어있지만 광역자치단체간 통합은 이를 규정한 법률이 없어 주민투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치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도의회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시도의회가 강력히 반대할 경우 진척이 어려울 수도 있다. 최근 이철우 지사도 도의회 답변에서 “도의회가 강력히 반대하면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두 자치단체의 장이 이견이 없고 중앙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해 진행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통합특별법 제정이다. 양 시도지사를 비롯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에서 지지한다고 해도 특별법제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아직 국내에서 광역자치단체의 통합전례가 없고, 여소야대가 심각한 현실에서 민주당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 통합에 대한 문제점
통합논의가 빠르게 급진전하면서 통합 과정에 불가피한 조직 통폐합과 슬림화, 통합 자치단체의 명칭에 대한 상호 이해 등 풀어야할 과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통합 후 탄생할 자치단체의 명칭이다. 홍준표식의 대구직할시 명칭에 대해 경북도민의 반발은 싱상이상이다. 경북 북부권을 중심으로 벌써 반대 현수막이 나붙는 등 생각이상의 반대기류가 강한상태다.
이철우 지사도 이를 익히 알고 있는 만큼 현재는 통합자체를 성사시키고 대구시나 경북도 등 명칭은 추후 의논하자는 입장이다.
통합이 이뤄져 가칭 ‘대구직할시’가 탄생하면 기존 대구 중심으로 발전 계획이 수립돼 경북 외곽지역은 오히려 낙후할 것이라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구광역시에서도 상당수 시민들은‘자세한 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1981년 대구직할시 승격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 ‘시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냐’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간 행정통합은 2019년부터 추진해오다가 2023년 홍준표 대구시장의 취임과 동시에 중단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홍 시장이 지난달 17일 전격 제의하고 이 지사가 화답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지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의가 급진전하고 있다.
재정 50조 ‘분권형 통합’
정부 적극검토 입장확인
김호진 경북도 기획조정실장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역사적으로 한 뿌리였던 대구경북의 정체성을 다시 회복하고 완전한 지방시대를 열어 지방소멸과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대적 결단이자 중요한 전환점이다. 인구 500만과 지방재정 50조가 넘는 거대 규모로 통합돼 수도권에 대응한 대한민국 제2의 초광역 행정·경제권으로 도약하고 공동의 통합발전전략을 실행해 국가 발전을 주도적으로 선도하려는 것이다.”
행정통합의 실무 총 책임자인 김호진 <사진>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통합에 혼신의 힘을 쏟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실장은“대구경북 통합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 받고 재정을 보장받으면서 경제와 산업, 지역개발, 주민생활과 복지 등의 지방행정과 교육, 경찰, 소방 등 통합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완전한 분권형 통합자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 행정안전부, 지방시대위와 함께 한 4개 기관 통합 간담회에서 이러한 통합방향을 제시했으며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검토 입장을 확인하고 범정부 통합지원단 구성과 활동도 합의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통합에 대한 시도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통합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수렴과 활발한 연구를 통해 최선의 방안으로 대구경북의 의지와 역량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행정통합추진단, 통합자문위원회, 통합연구지원단을 중심으로 한 행정통합 민관합동추진단 체계를 구성하고 통합절차의 적극적인 추진과 시도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활동을 최우선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