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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도까도 새로운 매력이 펼쳐지는 제주 여행

최병일 기자
등록일 2026-05-18 16:00 게재일 2026-05-1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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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양파와도 같은 곳이다. 까도까도 새로운 매력이 흰 속살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제주의 다양한 모습을 찾아 나섰다. 유배지였던 제주에서 예술의 혼을 꽃피운 추사 김정희와 가난 속에도 불멸의 작품을 남긴 이중섭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스럽다. 일본의 천재 건축가 안도 다다오 작품 글라스하우스와 지니어스 로사이는 건축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섬속의 섬 추자도는 제주의 새로운 속살을 보여준다. 

△ 예술의 혼이 물씬 이중섭과 추사의 흔적 

이중섭 거리 풍경_한국관광공사 제공 

종이 살 돈이 없어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릴 정도로 빈곤했던 천재화가 이중섭. 그는 41년의 짧은 생에도 불구하고 한국 미술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강렬하면서 역동적인 필치로 소, 물고기, 게, 가족 등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를 주로 그렸다. 안타깝게도 이중섭 작품은 그가 죽은 뒤 가치를 인정받고 명작 대열에 올랐다.

이중섭은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1951년 1월 가족을 데리고 서귀포에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으며, 같은 해 12월 부산으로 떠나기까지 서귀포의 아름다운 풍광 등을 그렸다. 짧지만 서귀포에서의 삶은 그의 예술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파란 게와 아이들’ ‘서귀포의 환상’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은 그가 서귀포에 머무를 때 남긴 작품이다.

 

 

서귀포의 이중섭 미술관 _한국관광공사 제공 

서귀포시에서는 1996년 이중섭의 불꽃 같은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당시 거주한 초가 일대를 이중섭 거리로 명명했다. 1997년에는 그가 살던 집과 부속 건물을 복원해 이중섭 거주지와 그의 호인 대향(大鄕)을 본떠 대향전시실을 꾸몄다. 2002년에는 이중섭미술관이 개관됐다. 그의 서귀포 생활이 담긴 작품을 비롯해 담배 은박지에 그린 은지화 작품도 다수 남아 있어 눈길을 끈다. 

제주는 추사 김정희가 유배생활을 한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은 추사관_최병일 기자 

대정읍성 동문 안쪽의 추사적거지예전에 제주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배 없이는 탈출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범 유배지로 제격이었다. 한라산 서남쪽인 대정 지역은 제주에서도 가장 험한 유배지였다. 대정읍성 동문 안쪽에는 조선 후기 김정희가 9년간 유배생활한 초가가 있다. 서귀포 김정희 유배지다. 추사가 지낸 초가 네 채를 단장해 옛 모습을 복원해 놓은 곳이다. 추사는 안동 김씨 세력과 권력 싸움에서 밀려난 뒤 이곳으로 유배됐다.

 

 

추사 김정희 _한국관광공사 제공 

북학의 대가 추사는 금석문과 서화에 능통했으며, 서체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추사체로도 유명하다. 유배지는 추사가 살던 안거리(안채), 사랑채인 밖거리(바깥채), 그리고 모퉁이 한쪽에 세운 모거리(별채), 제주식 화장실인 통시와 대문간, 방앗간, 정낭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전형적인 ‘□자’ 모양의 제주 가옥으로 민가로서는 규모가 꽤 크다.

 

당대의 선구자 추사는 오랜 유배생활을 통해 제주 학문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추사는 배움을 청해 오는 마을 청년들에게 밖거리에서 학문과 서예를 가르치는 한편 모거리 작은 방에 기거했다. 집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위리안치형을 받은 추사는 이곳에서 학예를 갈고 닦아 궁극에 이른다. 추사의 서화(書畵) 경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세한도(歲寒圖) 역시 이곳에서 그렸다. 지금까지도 추사가 완성한 학문과 정신은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영감과 교훈을 주고 있다

△ 안도다다오의 흔적 본태박물관과 휘닉스 파크 

안도다다오의 작품 본태박물관 전경 _최병일 기자 

일본이 낳은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단순하고 절제된 조형미로 유명하다. 노출 콘크리트를 주로 사용하며 건물에 빛과 물을 끌어들여 자연과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 본태박물관과 전시작품본태박물관은 안도 다다오가 제주에 만든 건축물이다. 본태(本態)란 ‘본래의 형태’를 뜻한다. 본태박물관은 건축공간의 미학적 관점을 넘어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한 안도 다다오의 철학이 담겨 있다.

 

본태박물관은 산방산과 형제섬이 내다보이는 한라산 자락 중턱에 자리했다. 안도 다다오는 경사진 대지의 성격을 거스르지 않고 건물을 설계했다. 인위적으로 땅을 깎지 않고 서로 다른 높이에서 만나는 두 공간으로 나눠 지은 것. 박물관은 크게 민예박물관(제1관)과 미술관(제2관)으로 구분된다. 알파벳 L자 형태로 이뤄진 본태박물관의 두 건물은 비슷해보이면서도 각기 다른 느낌을 준다.

 

 

본태박물관에 전시된 쿠시마 아오이 작품인 노란 호박 _최병일 기자 
본태박물관 전시관 외부의 모습 _최병일 기자  

제1관에서는 한국의 전통 미술품과 수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다양한 소반, 목가구, 보자기 등을 통해 소박함과 화려함, 단정함과 파격을 동시에 보여주는 우리 수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제2관은 현대 미술과 다양한 문화행사를 여는 곳이다.

 

1층에는 20세기 현대조각의 새로운 장을 연 안소니 카로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안도 다다오의 특별 공간이 방문객을 반긴다. 산방산 풍경이 펼쳐지는 2층 실내 다리를 지나면 본태박물관 설계 변천 과정을 볼 수 있는 스터디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안도다다오의 철학이 깃든 지니어스 로사이의 독특한 풍광 _최병일 기자 

제주 섭지코지에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휘닉스 제주 글라스하우스’와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가 있다.

 

글라스하우스가 하늘을 향하고 있는 것에 비해 지니어스 로사이는 땅 밑으로 파고 든다. 상반된 모습 때문인지 두 건축물이 마치 음양을 이루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니어스 로사이는 라틴어로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선을 따라 가다 보면 콘크리트 벽을 액자 삼아 바다 건너 성산 일출봉을 볼 수 있게 한 직사각형의 창이 있다. 차경(借景)을 통해 성산 일출봉을 살아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계속 걸음을 옮기면 지하로 들어간다. 햇빛이 사라지고 최소한의 조명이 안을 밝히는 명상의 공간에는 비디오 아트 등의 미술세계가 마련돼 있다. 내부를 돌고 나오면 지니어스 로사이는 건축물이라기보다 안도 다다오가 만든 새로운 형태의 미술관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 섬속의 섬 바다낚시의 천국 추자도 

추자도 파노라마 전경_한국관광공사 제공 

추자도는 ‘바다낚시의 천국’이다. 섬을 둘러싼 모든 갯바위가 낚시 포인트다. 참돔을 비롯해 돌돔, 농어 등 고급 어종이 풍부해 낚시를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들르는 곳이다. 11월에는 낚시꾼들을 미치게 만든다는 힘좋은 감성돔이 잡힌다. 이렇듯 낚시꾼들이 즐겨 찾다 보니 추자도는 관광지로서보다는 낚시 명소로 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자도를 찬찬히 둘러보면 아기자기하면서도 꾸밈없는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추자도의 상추자 마을 벽화 모습_한국관광공사 제공 

추자도의 모습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상추자도 중앙에 있는 추자도 등대에 오르는 것이 좋다. 계단을 타고 20분 정도 오르면 해발 125m 산 정상에 등대가 우람한 모습을 드러낸다. 등탑의 높이는 24m이며 등대 불빛이 20초에 한 번씩 반짝인다. 불빛이 미치는 거리는 48㎞에 이른다고 한다. 추자도 등대 입구 홍보관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 모형이 있다. 등대 전망대에 올라서니 여름 초입에 들어선 추자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색색의 지붕과 바다, 마을 한가운데 작은 밭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추자도 용둠범목제계단길 _한국관광공사 제공 

상추자도와 하추자도 사이에는 추자대교가 세워져 있다. 대교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바닷길을 이어주는 212m의 작고 아담한 다리다. 다리를 넘어 추자도 인근의 섬을 조망할 수 있는 오지박 전망대로 발길을 옮겼다. 해안 절벽에 보호 펜스를 두르고 망원경 1대, 의자 몇 개를 설치한 것이 전부지만 눈 두는 곳마다 절경이 펼쳐진다.

 

수령섬, 염섬, 노린여, 검둥여, 추포도, 횡간도, 미역섬, 흑검도, 구멍섬, 보름섬…. 그리고 멀리 흐릿하게 보길도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예초리 입구 엄바위 장승(억발장사)이 서 있다. 사람들은 엄바위 장승을 수호신으로 모시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엄바위 장승은 바위 아래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엄바위 장승은 인근 바다에 있는 바위로 공기놀이를 할 정도로 거대하고 힘이 셌다고 전해진다.

 

추자도에서 빼놓지 않아야 할 곳이 추자면 사무소 옆에 있는 최영 장군 사당이다. 최영 장군은 고려 공민왕 23년(1374년) 탐라에 있던 몽골 군대를 몰아내기 위해 제주로 가던 중 심한 풍랑을 맞아 한동안 추자도에서 머물렀다. 추자도 금산곶에서 바람이 잔잔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장군은 추자도 백성들에게 어망을 만들어서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쳤다. 장군이 추자도를 떠난 이후 이곳 주민들은 그의 은덕을 기려 사당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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