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의 대표 먹거리 축제인 ‘제14회 문경약돌한우축제’가 오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간 문경새재 야외공연장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는 ‘함께가자 Yes 문경, 함께먹자 약돌한우!’를 주제로, 문경의 청정 자연과 명품 축산물 브랜드를 전국에 알리는 가을 미식 대축제로 마련됐다. 31일 개막식 박지현·정서주·윤윤서·개그맨 영기 등 출연 무대 빛내 11월2일 ‘읍면동 노래 경연대회’, 시민·관광객들 함께 축제 즐겨 30m 대형구이터에서 약돌한우-돼지 요리, 800명 동시 이용 가능 사과·오미자·약돌한우 3대 특산품, 대한민국 명품 브랜드로 육성 ◇ 문경약돌한우, 전국으로 ‘Yes!’ 문경의 대표 브랜드 ‘문경약돌한우’는 청정한 산간지대에서 자란 한우로, 약돌(藥石)을 먹여 키운 건강한 프리미엄 고기다. 축제 추진위원회는 “문경약돌한우의 우수성을 전국에 알리고, 관광객이 직접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준비했다”며 “문경의 가을을 대표하는 브랜드 축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KTX 문경역 이용객을 대상으로 할인권과 경품권을 증정하며, 교통 접근성을 살린 관광객 유치에도 나선다. ◇ 화려한 개막, 스타들이 빛낸다 축제 첫날인 31일 오후 2시 개막식은 식전공연과 내빈 소개, 개막선언에 이어 ‘약돌 퍼포먼스’로 본격 막이 오른다. 무대 중앙에 ‘약속의 낙관’을 찍는 장면과 함께 조명이 색을 바꾸고, 약돌한우 캐릭터가 리프트로 떠오르며 현수막이 펼쳐지는 연출은 ‘문경의 약속과 화합’을 상징한다. 이후에는 미스터트롯2 준우승자 박지현, 미스트롯3 우승자 정서주, 문경 출신 윤윤서 홍보대사, 개그맨 가수 영기 등이 무대를 빛낸다. 팬클럽 수만 명을 보유한 트롯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축제장은 개막 첫날부터 ‘전국 팬들의 문경행’으로 붐빌 전망이다. ◇ 둘째 날, ‘토요음악회 in 문경’ 11월 1일 토요일에는 인기 프로그램 ‘토요음악회 in 문경’이 열린다. ‘미스터트롯2’ 우승자 안성훈, ‘트로트퀸’ 우승자 지원이, ‘트롯전국체전’ TOP8 출신 한강, 그리고 합창 퍼포먼스 그룹 하모나이즈가 무대를 꾸민다. LG헬로비전이 현장을 녹화해 전국 송출할 예정으로, 문경 관광의 전국 홍보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날에는 국가대표 팔씨름 선수 주민경과 맞붙는 1대100 도전 이벤트, 한우 레크리에이션, 한우오락실(골든볼차기, 해머오락실)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 마지막 날, 읍면동 노래경연과 폐막 축제 마지막 날인 11월 2일 일요일에는 문경 전역에서 참여한 읍면동 노래경연대회가 열려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패밀리 콘서트’ 분위기를 만든다. ‘무장상(무대장악상)’, ‘흥이 폭발했상’, ‘한마음 뭉쳤상’ 등, 재치 있는 상명과 시상금 300만~150만 원대의 풍성한 상품이 마련됐다. 폐막식 무대에는 ‘꽃을 든 남자’의 최석준, 김다나, 문경시 홍보대사 윤진우와 장혜진이 출연해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후 경품추첨과 폐막인사를 끝으로 3일간의 대축제가 대미를 장식한다. ◇ 맛과 체험, ‘먹거리+놀이+흥겨움’ 3박자 축제의 백미는 단연 약돌한우 구이터다. 문경축산농협이 직접 운영하며, 갈비·등심·살치살 등 인기 부위를 20~33% 할인 판매한다. 800명이 동시에 이용 가능한 대형 구이터(30m×40m)에서 즉석 시식이 가능해 가족단위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약돌한우·약돌돼지 시식회, OX퀴즈 및 약돌높이쌓기 대회, 농특산물 판매부스(32동), 문경가수 가요무대, 경품추첨 행사 등 풍성한 부대행사가 마련돼 축제기간 내내 흥겨운 잔치가 이어진다. ◇ “한우 먹고, 문경 새재길 걸어요” 문경새재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와 맞물려 열리는 이번 축제는, 사과축제에 이어 ‘가을 관광 2탄’으로 기획됐다. 문경시 관계자는 “문경사과축제의 열기를 이어 약돌한우축제가 관광객 소비와 지역경제로 이어지도록 준비했다”며 “새재의 가을과 약돌한우의 풍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 축산농가의 참여 확대와 농특산물 공동 홍보,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 등 지역경제 선순환 모델도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한우협회 문경시지부와 한돈협회 문경시지부가 공동 운영하는 시식행사는 문경산 축산물의 경쟁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 “문경약돌한우, 대한민국 대표 한우로” 송명선 문경약돌한우축제추진위원장은 “약돌한우는 문경의 자존심이자 대한민국 최고 품질의 한우 브랜드”라며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고, 농가와 상권이 함께 웃는 축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문경사과, 문경오미자, 문경약돌한우 등 지역의 3대 특산품을 축제 콘텐츠로 연계해 대한민국 대표 농특산 도시로 도약하겠다”며 “가을 문경새재에 오면 맛과 흥, 그리고 따뜻한 정을 모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문경약돌한우축제는 ‘문경의 맛을 전국에 알리는 브랜딩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화려한 공연, 체험, 시식, 관광이 어우러진 축제의 열기가 문경새재의 단풍처럼 붉게 타오르며, ‘맛의 고장 문경’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전국에 각인시킬 것이다. ◇ 약돌 ‘약돌’은 거정석으로 전통적인 한약재로 알려져 있으며, 문경에서 산출되는 광물이다. 칼슘·마그네슘·아연·게르마늄 등 미네랄이 풍부해 물을 정화하고 신진대사를 돕는 효능이 있어 예로부터 ‘약이 되는 돌’로 불려왔다. 문경시는 거정석을 미세하게 분쇄해 사료와 음용수에 섞는 사육 방식을 도입, 한우의 면역력과 소화력을 높였다. 그 결과 고기는 부드럽고 육즙이 맑으며 고소한 풍미가 살아난다. 2011년에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획득하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약돌은 소화 효소의 분비를 촉진해 소화 기능을 개선시키고, 복부 불편을 줄여주며, 항산화 성분은 체내 자유 라디칼을 제거하고, 면역 세포의 활동을 촉진해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또한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고 피부 세포 재생을 촉진하며, 염증을 줄인다.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혈압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10-27
경북도와 포항시 주최, 경북매일신문 주관으로 열리는 ‘스틸에세이 공모전’은 산업도시 포항의 대표 문학 행사로 자리 잡았다. 철을 소재로 삶의 순간을 문학으로 승화시켜, 차갑고 단단한 철의 이미지를 따뜻하고 부드러운 문화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기획된 이번 공모전은 올해로 9회째를 맞는다. 지난 24일 발표된 ‘제9회 스틸에세이 공모전’에서 일반부, 청소년부, 포토에세이 부문 대상 및 금상 수상자 3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일반부 대상 진상용씨 -“ 철이 세계 평화와 인류 공동체의 삶에 올바르게 쓰이길…” "올가을, 근래 가장 풍성한 결실을 맺었습니다. 뜻밖의 수상 소식에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설레었지요. 하지만 일흔의 나이에 마주한 인터뷰 요청은 여전히 떨리고 조심스럽습니다. 함께한 이들의 냉소 어린 시선이 귓가를 스치는 듯해 더욱 그렇습니다. 미처 다듬지 못한 글이 선택받도록 살펴주신 심사위원께 감사드리며, 전쟁 속에서도 검게 그을린 주전자에 정성껏 끓여주던 그 땅의 차이 한 잔이 그리워지는 가을입니다.“ -수상작이 ‘청동 낙타, 한마리’이다. 청동 낙타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70세를 훌쩍 넘기면서 운전면허증 반납부터 시작해 하나씩 줄이고 버리는 시기에 접어들어섰습니다. 이는 소중히 간직할 것과 쓸모가 적어진 사물을 구분 짓는 세대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집안 청소를 하던 중 눈에 띈 청동 낙타는 1980년대 중동 근무 후 귀국길에 챙겨온 기념품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묻혀 있던 이 낙타를 ‘철’을 주제로 한 에세이 공모전을 통해 세상 밖으로 꺼내주고자 마음먹었습니다. 글의 주요 소재는 철근이지만, 굳이 제목을 ‘청동 낙타’로 정한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철근은 사막으로 수출되었고, 그 땅의 청동 낙타가 저를 따라온 셈이니까요. 어쩌면 저 자신도 한 마리의 낙타였는지 모릅니다. -글을 쓰는 과정과 작품을 통해 남기려는 메시지를 소개한다면. △젊은 시절 한동안 ‘철근쟁이’로 불리며 현장을 누볐습니다. 철근(鐵筋)을 우리말로 풀어쓰면 ‘힘줄 쇠’ 또는 ‘쇠 힘줄’이 되겠지요. 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철근은 단단한 콘크리트 속에 갇혀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를 악용해 부실 공사를 저지르는 이들이 있지만, 결국 수명을 다한 건축물이 철거될 때 끝까지 저항하는 것도 철근의 가닥입니다. 최근까지도 빈번히 들려오는 건물 붕괴 사고 소식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순살 아파트’라는 최악의 신조어가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랄 뿐입니다. -철이란 무엇인가. △인류사에서 가장 필수적이며, 시대별 문명의 척도가 되는 물질입니다. 진흙과 돌이 전부였던 사막 지역에 유입된 신문명은 탱크와 무기 같은 살상용 무기로 변질되기도 했지만, 현지인들 역시 철을 생활 도구로 삼아왔습니다. 선과 악의 경계 없이 활용되는 철이 세계 평화와 인류 공동체의 삶에 올바르게 쓰이길 소망합니다. -좋은 산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6·25 전쟁 직후 태어난 우리는 험난한 시대를 겪으며 살아왔습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글로 옮기면 책 몇 권 분량은 된다고 말하지만, 저 역시 살아온 만큼의 이야깃거리만 있을 뿐입니다. 과장하거나 포장하려 들면 겉치레 허울이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세상사에 대한 푸념이나 넋두리로 흐르지 않으려면 더욱 그렇습니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살아온 경험 자체가 소중한 글감이 된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문학작품의 장점이란 뭐라고 생각하는가? △솔직히 말해 저는 저는 문학 세상에 대해 어둡습니다. 생업에서 물러난 뒤에야 글 읽기와 쓰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창작 수업이나 문학 동호회, 강좌 등에 참여한 적은 없습니다. 특정 문학인과 교류한 경험도 없고요. 다만 글쓰기는 자기 수양의 과정이라 믿습니다. 쓰고 다듬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교정하게 되니까요. 글감은 삶의 관찰력에서 순간 포착되지만, 내용은 정제될수록 빛을 발합니다. 또한 타인의 글은 나보다 뛰어난 이가 썼다는 마음으로 경청하려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 능력의 범위 안에서 겸손하고 이해하기 쉬운 글을 써나갈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말과 글만큼은 부끄럽지 않게 남기고 싶고, 남은 생 동안 기록의 본능을 잃지 않겠습니다. 비록 영원한 늦깎이 습작생으로 남을지라도 말입니다. 청소년부 금상 정희강 군 - “녹슨 철 구조물은 삶 속에 마주하는 위로이자 가능성” “저는 이 글에서 “괜찮아, 넌 충분히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살면서 실패나 실망 앞에 자신을 작고 부족하다 느낄 때도 있지만, 녹슬고 낡은 철 구조물도 제자리를 지키듯 우리 역시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버텨낸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시험 점수나 결과가 전부가 아니라 그 너머의 기억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수상 작품 ‘시험지보다 무거운 철, 그보다 가벼운 웃음’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작품에서 ‘녹슨 철 구조물’은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니라, 실패 속에서도 버티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상처 입고도 제자리를 지키는 철은 삶 속에서 마주하는 위로이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철’을 좋아합니다. -놀이터 녹슨 철 구조물이 작품 구상에 도움이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녹슨 철 구조물을 마주했을 때, 실패로 주저앉은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다. 상처 입고도 자리를 지키는 철처럼 저 역시 버틸 수 있다는 위로를 받았고, 이를 글로 표현하고 싶어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정희강 학생에게 문학작품은 무엇인가요. △문학작품은 다양한 인물의 삶과 갈등을 통해 인간의 선택과 그로 인한 후회, 그리고 그 과정을 거쳐 얻는 성장을 깊이 있게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공감하며,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받는 동시에 언어적 표현력도 길러집니다. 또한 문학은 시대와 문화를 반영해 사회를 이해하게 하고, 때로는 위로와 치유를 전하며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수상작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은 무엇인가요? △삶에서의 실패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며, 그 순간은 마치 무거운 철처럼 우리를 짓누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실패의 경험조차 시간이 지나면서 녹슬고 흔적으로 남아 결국 우리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된다는 점입니다. -정희강 학생이 생각하는 좋은 수필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좋은 글이란 단순히 문장이 아름답거나 표현이 화려한 글이 아니라, 읽는 이의 마음에 닿아 공감과 울림을 주는 글입니다다.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하며,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성과 표현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글은 읽고 난 후 마음에 무언가를 남기며, 생각을 움직이고 감정을 흔드는 힘을 가진 글이 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바람이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으로 더 많은 글을 작성하고 실력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발전하는게 목표입니다. 포토에세이부 대상 임기순씨 - “개인주의 팽배와 소통 부재… ‘함께’ 의미 전하고 싶어” “저는 이 글에서 “함께하는 삶”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요즘 개인주의가 팽배하면서 공동체가 약화되고, 소통의 부재와 갈등 증가 등 사회적 문제가 심화된 현실 속에서 ‘함께’의 가치가 더욱 절실하다고 느꼈습니다. 옷을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바늘도 결국 혼자서는 완성된 작품을 만들 수 없듯이, 우리 사회도 타인을 포용하며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상작 ‘어울림의 미학’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외출을 앞두고 옷에 단추를 달기 위해 바늘과 실을 찾았는데, 옷에 맞는 색상의 실이 없어 난감했던 경험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바늘이라도 그에 맞는 실이 없으면 멋진 옷을 완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특히 요즘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성공을 우선시 하는 이들에 대한 걱정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였습니다. 결국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아 아들에게 편지를 썼고, 그 과정에서 제 삶 전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남기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 글은 ‘혼자가 아닌 가정을 이루면서 시작되는 여정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날카로운 바늘(불완전한 혼자)이 실(배우자)을 꿰고 천(자녀, 후손)을 만나야 비로소 진정한 삶이 펼쳐지며, 그 책임감과 더불어 사회생활에서도 ‘진정한 어울림’이 무르익는다는 비유를 담았습니다. 저는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일하며, 아이들(바늘)과 교사(천), 학부모(실)가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협력할 때 교육의 목표가 달성된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일상 속에서 ‘어울림’의 미학을 실천해 창조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펼쳐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철(鐵)’이란 어떤 소재로 기억되는가. △어린 시절 철은 생활의 근본이자 창조의 상징이었습니다. 어른들에게는 가마솥, 칼, 농기구처럼 살림에 꼭 필요한 물건이었고, 아이들에게는 스케이트나 장난감을 만들고 싶은 간절한 꿈이기도 했습니다. 즉, 철은 삶의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픈 열망이 담긴 소재였습니다. 지금도 철은 거대한 건축물부터 미세한 의료기기까지, 모든 창작물의 핵심 뼈대로서 그 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일까? △독자에게 공감과 성찰의 기회를 주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수사보다는 보편적인 소재와 경험 속에서 삶의 진리를 발견하고, 이를 진솔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독자가 글을 읽으며 “내 삶도 그렇다”고 공감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글의 조건이 아닐까요? -문학 작품의 장점 또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문학은 일상의 경험을 예술로 승화시켜 타인의 마음에 울림을 전하는 힘이 있습니다. 마치 철이 생활 속에서 빛을 발하듯, 문학은 개인의 내면을 풍요롭게 하고 사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갈고닦아 독자와 공유하며, 독자는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이 문학이 지닌 가장 큰 가치이자 힘이라고 믿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수상은 제게 큰 격려이자 동시에 더 나은 글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앞으로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한 소중한 가치를 독자들과 나누며, 따뜻하고 진실한 글로 소통해 나가겠습니다. ‘어울림의 미학’을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지속하며, 독자들이 삶의 의미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6
제 13회 철강산업대상 수상자 철강 히어로 상 - (주)디에스아이 김윤수 대표이사 김윤수 대표이사는 철강산업 기반 중소기업의 기술 자립과 국산화를 선도하는 한편, 부산물 재활용을 통한 환경개선으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섰다. 또한 포항 철강산업 생태계의 상생과 협력, 안전문화 확산은 물론, 방산과 철강 융합기술 개발을 통해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으며,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소감 이처럼 영예로운 상을 받게 되어 송구하며,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수상은 철강산업의 기술자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모든 철강인과 관계기관의 노고에 대한 격려라 생각합니다. 비록 대외 여건이 어려운 시기지만, 지혜와 협력으로 철강산업이 다시 부흥의 길로 나아가리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기술혁신과 상생, 책임경영의 가치를 실천하며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위상을 높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철강 프런티어 상 - 엠에스파이프(주) 박력 대표이사 박력 대표이사는 수출국 다변화와 기업의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기술력 강화에 힘써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의 철강 고관세 정책 속에서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신기술·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 회사는 물론 국내 철강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이끌었고, 이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산업 발전에 기여한 점이 높이 평가된다. 소감 수상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세계 경기 침체와 무역 장벽으로 철강업계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번 상을 수출 기업에 대한 격려와 기대의 뜻으로 받아들이며, 앞으로도 우수한 품질의 한국산 철강이 해외 시장에서 더욱 안전하게, 더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더 넓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철강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동반성장 상 - (주)세아제강 홍만기 대표이사 홍만기 대표이사는 ‘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확고한 동반성장의 철학 아래, 상생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건강한 철강 생태계 조성에 힘써왔다. 또한 협력사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확대하고, 투명하고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 공정하고 신뢰 높은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국내 철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동반성장 모델 확립에 기여했다. 소감 2025 포항철강산업대상 동반성장상을 수상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는 헌신적으로 동행해주신 협력사 여러분과의 상생 협력, 그리고 사회적 책임의 실천으로 지역 사회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한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상생을 통한 건전한 동반 성장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 현대종합금속(주) 김용덕 대표이사 김용덕 대표이사는 투철한 직업관과 안전의식을 바탕으로 무사고·무재해 사업장을 조성해 산업재해 예방에 공헌하며 공정안전관리(PSM) 우수사업장으로 ‘S’등급 인증을 획득했다. 평소 노사 간 소통을 통한 신뢰를 기반으로 상생의 노사문화를 실천하는 한편, 책임 있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도 앞장서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문화를 구현했다. 소감 “ 자기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준 현대종합금속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내외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노사화합과 신제품 개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 경쟁력 확보에 힘쓴 결과, 매출 증대와 고용 안정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 지역에 기여하는 책임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경상북도지사상 - 동국산업(주) 박종결 팀장 박종결 팀장은 체계적인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안전보건 의무 이행 상태를 상시 점검하고, 아차사고 제안제도 등을 운영해 예방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중대재해 방지에 힘썼다. 본사·현장 합동 순회점검을 통한 위험요인 개선을 주도했으며, 타 사업장의 중대 재해 사례를 공유해 재발 방지 대책 수립과 전사적인 안전문화 정착에 기여했다. 소감 “안전이 최우선 핵심가치”임을 비전으로 삼고 사업장의 다양한 유해∙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개선조치를 시행한 결과, 산업재해율이 전년 대비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안전 관련 모든 구성원의 관심과 참여를 바탕으로 자기규율체계 고도화하여 지속가능한 무재해 사업장을 실현하겠습니다. 이 모든 것에 헌신한 관리·감독자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포항시장상 - (주)광우 신현민 수석팀장 신현민 수석팀장은 근면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맡은 직무에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수행함으로써 매출 증대와 생산성 향상은 물론, 원가 절감에도 크게 기여했다. 꾸준한 기술개발과 솔선수범하는 봉사정신은 동료들의 모범이 되었으며, 지역사회 공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의 성장에만 몰두하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상생과 동반 발전에 힘썼다. 소감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 매출 감소 위기에 직면했으나, 무엇보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고객만족도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고객사도 이러한 노력과 기술개발 의지를 적극 지지 협력함으로써 매년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고객과의 협력과 공동의 위기극복 자세로 제품개발, 품질향상, 원가절감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제9회 스틸에세이 공모전 - 인간적 온기 소재 진상용 씨 ‘청동 낙타, 한마리’ 대상 전국서 모인 스틸과 관련한 추억 담긴 수필 작품 600여 편 출품 일반 진상용 대상·청소년 정희강 금상·포토에세이 임기순 대상 경북도, 포항시가 주최하고 경북매일신문이 주관하는 철(스틸·steel)을 소재로 한 창작 문학작품 공모전 ‘스틸에세이 공모전’ 제9회 수상자들이 결정됐다. 제9회 스틸에세이 공모전 심사위원회는 지난 15일 심사를 진행, 진상용(72·인천시 부평구)씨가 응모한 수필 ‘청동 낙타, 한마리’를 대상작으로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일반 부문 대상 작품 ‘청동 낙타, 한마리’는 중동 건설 현장에서 철근공으로 일하며 동료와 쌓은 유대감과 전쟁 속 인간적 온기를 청동 낙타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란 벼룩시장에서 나눈 낙타 한 쌍은 황무지를 오아시스로 바꾸는 희망의 상징으로, 철근 작업과 대비돼 인간 내면의 순수함을 드러낸다. 제목은 물질적 유산 대신 정서적 연대를 강조하며, 개인적 경험을 역사적·사회적 보편성으로 확장한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금상은 김용수(포항시 북구 흥해읍)씨의 ‘철근 더미에서 일궈낸 금메달’, 은상은 정현우(포항시 북구 죽도동)씨의 ‘그 녹을 걷어내도’, 동상은 신명순(경기도 여주시 산북면)씨의 ‘철, 따뜻한 숲의 재생을 꿈꾸다’, 차민채(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씨의 ‘뜨겁게’ 등이 최종 수상작으로 각각 결정됐다. 가작은 백브리가(서울시 마포구 연남동)·김병윤(제주도 제주시 노형동)·김유환(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차성환(포항시 북구 두호동)씨가 뽑혔다. 청소년 부문 금상을 수상한 정희강(포항영신중 1년) 학생의 ‘시험지보다 무거운 철, 그보다 가벼운 웃음’은 놀이터의 녹슨 철 구조물이 흔들리면서도 제자리를 지키는 모습에서 자신의 불완전함을 직시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다짐을 학생다운 시선으로 담아내며 성찰적이고 단단한 울림을 전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은상은 조준호(경기도 분당대진고 2년) 학생의 ‘모루의 기억’, 동상은 박지민(대구 천내중 3년) 학생의 ‘가장 따뜻한 온도의 주전자’, 김단아(충남여중 1년) 학생의 ‘세상의 모든 경첩들에게’ 등이 최종 수상작으로 각각 결정됐다. 가작은 진주한(포항 대동중 1년), 김태민(포항 대동중 1년), 권태훈(포항 대동중 1년) 학생이 뽑혔다. 포토에세이 부문 대상의 영예를 안은 임기순(62·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씨의 ‘어울림의 미학’은 사진과 글이 조화를 이루며 관계가 엮이는 삶의 방식을 따뜻하게 담아냈고, 시각적 메시지와 서사의 깊이를 모두 갖춘 작품으로 호평받았다. 금상은 김미옥(대구시 동구 반야월)씨의 ‘너와 나의 시간’, 은상은 김은희(포항시 남구 대잠동)씨의 ‘신생의 얼굴’, 동상은 정미영(포항시 북구 흥해읍)씨의 ‘철 위에 새겨진 땀’, 황보민준(포항 영신중 3년)군의 ‘자전거 체인’ 등이 최종 수상작으로 각각 결정됐다. 가작은 장병연(경기도 과천시 원문동)·이은정(포항시 남구 오천읍)·문시화(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곽동근(서울시 성동구 금호동)씨가 뽑혔다.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은 현대문명의 상징이자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돼온 철강산업의 소중함을 함께 나누고 재도약을 기원하기 위해 마련한 전국 유일의 철(鐵·Steel)을 소재로 한 수필 작품 공모전이다. 포항시·경북도 주최, 경북매일신문 주관으로 치러진 공모전은 올해가 아홉 번째다. 지난 7월 21일부터 9월 30일까지 국내외 거주자를 대상으로 미발표된 순수 창작품을 접수한 올해 공모전에는 경북을 비롯 서울, 강원 등 전국에서 스틸과 관련한 추억이 담긴 수필 작품 600여 편이 출품돼 △일반부 대상 1점, 금상 1점, 은상 1점, 동상 2점, 가작 4점 △청소년부 금상 1점, 은상 1점, 동상 2점, 가작 3점 △포토에세이부 대상 1점, 금상 1점, 은상 1점, 동상 2점, 가작 4점 등 모두 25점이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회는 “수상작들은 차가운 금속의 이미지를 인간적 이야기로 재해석해 일상의 소중함을 담아낸 훌륭한 작품들로 평가받았다”며 “삶을 치열하게 마주하며 글을 써낸 모든 참가자들의 작품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단단한 울림으로 남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제 9회 스틸에세이 대상 수상 작품 ■ 제9회 스틸에세이 일반부 대상 수상 작품 - 진상용씨 ‘청동 낙타, 한 마리‘ 이룬 것도 없이 일흔 줄의 나이, 생업 일터에서 물러나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가사의 절반을 맡고 있다. 재활용품 분리수거일을 앞두고 집 청소 겸, 생활용품 정리를 시작했다. 자식들 모두 가정을 이루어 나가고 부부만 있다 보니 살림을 줄이게 되는 시기, 쓸모 없어져 내다 버릴 것과 챙겨둘 것들 구분을 두고 생각이 서로 달라 갈등을 빚기 일쑤다. 둬봤자 거추장스러울 뿐이라서 아내 모르게 처분한 것도 꽤 있다. 베란다 안쪽 구석을 정리하던 중, 폐품 더미 속에서 심하게 녹슨 청동 주물 낙타를 발견하였다. 수십 년 전, 수천수만 리 밖의 머나먼 땅에서 왔고 수십 번 옮겨 다닌 이삿짐에 악착같이 따라다니다가 기억에서조차 잊힌 기념품, 금붙이는 아니더라도 잡철보다야 값 낫게 쳐주는 쇠붙이이니 고물상에다 넘기려고 따로 모아두었으리. 1980년대 초, 건설회사 철근 직종으로 해외 취업한 곳은 이라크 북부의 키르쿠크였다. 유프라테스강물을 황무지로 끌어들여 농지화하는 관개수로 공사 현장, 미리 들은 바 있어 단단히 각오하고 왔지만 맞닥뜨린 현실 앞에선 지레 주눅 들고 만다. 잉걸불 태양은 아래 세상 모든 걸 불쏘시개 삼아 태워버릴 기세요, 혹독한 대기 온도 때문에 들숨 날숨마저 괴로울 지경, 지평선 끝에서 내달려온 열풍과, 대지를 뒤덮은 황사와, 갈가마귀 떼 그늘조차 만날 수 없는 극한의 자연환경 속에서 모든 생명들은 절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각종 공구를 챙긴 다음 허허벌판에 야적된 철근 더미 앞에 마주 선다. 고국의 어느 철강회사에서 생산돼 해양선박으로 터키의 항구에 도착한 뒤, 육로로 운송된 국산 쇳가락들은 나와 비슷한 시기에 떠나온 처지라 반가우면서도 애틋하다. 설계 도면대로 철근을 절단하고, 규격에 맞춰 가공과 배근한 다음 결속선으로 묶어 조립해 나간다. 건축물의 뼈대이자 힘줄 쇠(鐵筋)를 용도에 맞춰 다뤄야 하므로 온몸 근육을 일으켜 세워야 감당될 만큼 노동 강도가 세지만, 그렇다고 완력만으로 상대하려 들면 안 된다. 무거운 데다 땡볕에 달구어진 걸 만지다 보니 물집이 잡혔다 터진 손바닥이 덧나며, 아물며, 굳은살은 점점 단단해진다. 거대 공룡의 골격 같은 철근 구조물이 서서히 모습을 갖춰가고, 최종 작업 끝냈을 때의 성취감. 어떤 ‘쟁이’인들 자기 손끝으로 만든 것들에 대해 나름의 자긍심이 없으랴마는 내 열정 다 쏟아부은 작품이라 더 멋져 보이고, 조감도 없이도 완공 후의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숙소 캠프는 물론, 현장엔 장갑차며 대공포 진지를 갖춘 수백 명의 군 병력이 24시간 경비를 해주고 상황이 악화하면 중무장한 탱크들이 이동 대열 앞뒤에서 호위한다. 전쟁 상대국인 이란의 공격도 막아야 하지만 빈발하는 내전 때문이다. 이 지역 토착 종족인 쿠르드 민병대가 자치 독립을 요구하며 대정부 압박 차원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납치 살상, 중장비 방화, 공사 방해 등의 테러를 저지르곤 하니 우리 역시 그들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다. 그날 우리 철근 작업조 몇 사람이 구조물 작업을 위해 수십km 떨어진 현장으로 가게 됐는데 버스에서 식수통을 내려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한번 지나간 순환버스는 점심때나 돼야 들른다. 열풍은 점점 뜨거워지고 혀가 타들어 가는 갈증을 견뎌낼 재간이 없다. 꽤 떨어진 곳에 현지인 가옥이 보였고 현장 막내인 내가 그리로 향했다. 진흙집 안엔 검은 천을 두른 여인이 아궁이 앞에 앉아 뭔가 끓이는 중이다. 변변한 부엌살림도 없는 어둡고 좁은 공간, 그을음 찌든 주전자를 황토 화덕에 얹어놓고, 말린 가축분뇨를 밑불 삼아 온 정성을 쏟는 안주인의 주름진 얼굴. 손짓발짓으로 물을 얻어 현장으로 돌아온 나는 휴식 시간을 이용해 작업하고 남은 자투리 철근을 자르고 구부리고 결속해서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있는 거라곤 철근토막뿐이고, 내가 가진 재주라곤 철근 다루는 기술밖에 없다. 어머니가 숯불화로 위에 뚝배기 얹어 끓이던 구멍쇠를 떠올리며 화덕에다 걸쳐놓기 좋도록 기능과 모양을 여러 차례 바꾸고서야 그럴듯한 아궁이용 석쇠가 완성되었다. 빈 물통과 함께 내 솜씨 몽땅 바친 철물을 가져다주었다. 차도르 사이로 고마워하는 진심의 눈빛이 보인다. 얼마 뒤, 여인이 주전자와 컵을 쟁반에 받쳐 들고 온다. 현지어로 ‘챠이’인 홍차다. 내가 만들어준 석쇠 덕분에 조금이나마 끓이기 편해진 데 대한 고마움의 표현일까. 이열치열이라곤 해도 한여름 사막의 뜨거운 음료가 고마울 리 없지만 그들의 손님 대접 문화인 걸 알기에 여럿이 돌아가며 후룩후룩 다 마셨다. 오후 쉴 참에도 난 사막 살림에 편리할 몇 가지 간단한 부엌 기구를 더 만들어 건네줬고 노파는 집 뒤 대추야자와 텃밭의 방울토마토를 새참 시간 맞추듯 내왔다. 작업이 끝날 때까지 여러 날을···. 소외된 곳일수록, 핍박당해 온 사람들일수록 본성은 순수하다. 늘 점령군만 보아왔음에도 낯선 우리를 반갑게 대한다. 착취자가 아니라 도움 주러 왔다는 생각에 더 그럴 것이다. 이곳은 쿠르드족의 거주지역이고 가족이나 친인척, 지인 중의 누군가는 반군일지도 모르지만 참 평화로운 정경이다. 인간 한계의 시험장처럼 혹독한 땅일지언정 자신들의 조국이기에 목숨 걸고 지키며 살고 있는 그들, 이방인인 우리도 거기 적응하고, 땀방울로 사막을 적시면서 애증의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지상 어느 곳, 기후 차이가 얼마든 사람 체온은 36.5℃임을 실감하면서. 공정 순서대로, 가장 먼저 일을 시작한 철근공은 손도 일찍 떼지만 인력 수급이 쉽지 않은 현지 사정상 계약 기간에다 2년 연장근무까지 해서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귀국을 앞두고 동료와 마지막 쇼핑을 나갔다. 전쟁 중인 나라라서 썰렁한 시장 모퉁이에 펼쳐놓은 벼룩 장터, 초라한 행색의 현지인이 내놓은 낙타 한 쌍이 눈에 들어온다. 흥정 없이 구매한 뒤 동료와 하나씩 나눠 가졌다. 사철 흐르는 ‘인공의 강’ 덕분에 불모의 사막이 푸른 오아시스로 바뀌는 미래를 상상하며 귀국길에 올랐고, 수십 년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사는 중간에 연락이 끊어진 동료와 다른 낙타 한 마리는 잘 있을까. 이미 용광로에 들어가서 이 땅의 무엇으로든 재생되었을지도 모를 일. 철 수세미로 낙타 몸통을 정성껏 닦는다. 푸른 녹이 벗겨지고 본디 색깔 서서히 드러난다. 내세울 것 별로 없는 내 이력서 한 칸 증명해 줄 청동 낙타를 장식장 선반 맨 윗칸에다 자리 잡아준다. 움푹 눈 슬퍼 보이지만, 입은 빙긋이 웃고 있다. ■ 청소년부 금상 수상 - 정희강(포항영신중학교 1학년) ‘시험지보다 무거운 철, 그보다 가벼운 웃음’ 시험지를 내던 순간, 손끝이 덜덜 떨렸다. 계산 과정이 빼곡히 적힌 종이는 결국 오답으로 가득했다. 교실 문이 철컥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며 마음을 짓눌렀다. 머릿속이 텅 비고, 온몸이 무거운 철덩이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려던 발걸음은 이상하게도 방향을 바꾸었다. 무의식처럼 향한 곳은 오래전에 친구들과 웃으며 놀던 녹슨 놀이터였다. 기억 속의 철 구조물들이 나를 불러내는 듯했다. 놀이터에 들어서자, 삐걱거리는 그네와 벗겨진 페인트가 눈에 들어왔다. 한때 반짝이던 철봉은 이제 붉은 녹이 스며들어 있었다. 미끄럼틀의 표면은 갈라진 금속 결처럼 거칠었고, 철제 울타리는 휘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 낡음 속에서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완벽했던 기억이 아니라, 상처 입고 변한 모습이 오히려 지금의 나와 닮아 있었다. 실패의 흔적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철이,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듯했다. 나는 조심스레 철봉을 잡았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냉기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맑게 했다. 그 철은 예전에도 분명 차가웠을 텐데, 어린 시절에는 그 차가움을 의식하지 못했다. 그저 오르내리며 몸을 흔드는 재미에 빠져 있었을 뿐이다. 지금은 그 차가움이 현실의 무게처럼 다가왔다. 시험, 성적, 기대. 어릴 적에는 몰랐던 쇳덩이 같은 단어들이 마음속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철봉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철은 강하지만 영원하지 않다. 시간 앞에서는 녹슬고 갈라진다. 그러나 그 흔적조차 하나의 무늬가 된다. 나는 철의 그 상처에서 묘한 위로를 받았다. 시험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내 삶 전체가 무너지는 건 아니었다. 녹슨 철이 여전히 구조를 버티고 있듯이, 나도 버틸 수 있었다. 철의 단단함과 녹의 연약함이 공존하는 모습은 마치 인간 같았다. 나는 그 사실을 철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네에 앉아 발을 굴렀다. 삐걱거리는 체인이 내 몸을 위아래로 흔들며 낡은 철문이 열리듯 소리를 냈다. 어릴 때는 그 소리가 음악 같았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분을 주었다. 지금은 어쩐지 내 마음을 두드리는 위로의 종소리 같았다. 쇠사슬이 오래되어 불안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었다. 마치 불완전한 나를 지탱하는 힘처럼. 나는 눈을 감고 바람을 맞으며, 그 삐걱임에 몸을 맡겼다. 햇살이 놀이터 철골 사이를 뚫고 들어왔다. 금속에 부딪힌 빛이 반짝이며 녹과 함께 빛났다. 누군가 보기에 낡고 버려진 풍경일지 몰라도, 내 눈에는 살아 있는 듯 보였다. 시험의 실패로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졌다. 금속에 부딪히는 빛은 마치 내 안에도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듯 신호를 보냈다. 철이 빛을 머금듯, 나도 새로운 의미를 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철은 단단해서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약해진다. 그 모습이 지금의 나와 닮아 있었다. 완벽할 거라 믿었던 자신감이 조금씩 녹슬고 있었다. 그러나 철이 녹이 슬어도 제 자리를 지키듯이, 나 또한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강함은 완벽에서 오는 게 아니라, 오래 버티는 데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놀이터의 철 구조물은 그 단순한 진실을 묵묵히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네를 매달고 있는 철사 줄을 올려다보았다. 곳곳이 갈라져 있었고, 금속이 닳아 있었다. 아이였을 땐 그 위태로움조차 모르고 하늘 끝까지 올라가려 했다. 지금 다시 타보니, 그 위태로움이 삶과 닮아 있었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불안정 속에서도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철사 줄은 삐걱대며 흔들리지만 여전히 나를 지탱했다. 그 불안정한 버팀이, 오히려 더 진실하게 느껴졌다. 놀이터 한쪽에는 쓰러진 철제 울타리가 있었다. 그 위에 누군가 분필로 낙서를 남겨 두었다. “웃어라.” 단순한 두 글자가 녹슨 철판 위에 하얗게 새겨져 있었다. 낡은 철과 대비되는 그 글씨는 오히려 선명했다. 시험지의 붉은 X표보다 훨씬 힘 있는 문장이었다. 웃으라는 명령은 억지 같지만, 그 순간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녹슨 철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진심이었다. 나는 미끄럼틀 꼭대기에 올라섰다. 철제 계단은 삐걱이며 불안정했지만, 발을 내디딜 때마다 익숙한 기억이 따라왔다. 꼭대기에 서니, 작은 놀이터가 세상을 내려다보는 무대처럼 보였다. 철판은 여전히 차갑고 불편했지만, 그 위에 앉아 바람을 맞으니 마음이 환해졌다. 아이처럼 두 손을 벌리자 실패의 무게도 바람결에 흩날렸다. 철은 그대로인데, 그 위에서 바라보는 나는 변해 있었다. 시험 점수는 종이 위의 숫자로만 남는다. 잉크로 새겨진 그 숫자는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 그러나 놀이터의 철 구조물은 차갑지만 따뜻하게 다가왔다. 같은 금속인데도, 하나는 나를 억누르고 하나는 나를 품어준다. 나는 그 차이를 손끝으로 느끼며 앉아 있었다. 시험이 나를 규정하는 철장 같았다면, 놀이터의 철은 나를 기억 속 자유로 이끌었다. 그것만으로도 숨통이 조금 트였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녹슨 볼트를 주워 들었다. 작고 쓸모없어 보였지만, 한때 거대한 구조물을 지탱하던 힘의 일부였을 것이다. 작아도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 나 역시 지금은 실패에 눌려 있지만,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볼트를 주머니에 넣으며 다짐했다. 철이 완벽하지 않아도 제 역할을 하듯, 나도 내 자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놀이터 철봉 위에 새겨진 이름들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지나 글씨는 희미했지만, 여전히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어린 날의 우리도, 그곳에 존재했다는 증거였다. 시험 점수는 사라져도, 이런 흔적은 오래 남는다. 철이 기억을 붙잡아 두듯, 놀이터는 내 안의 웃음을 붙잡아 주었다. 나는 그 흔적들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잊고 있던 나의 일부를 되찾는 기분이 들었다. 해가 기울며 철 구조물들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그림자 속에서 나는 여전히 작은 아이처럼 느껴졌다. 실패도, 성적도, 미래도 잠시 멀어졌다. 녹슨 철 놀이터는 내게 두 가지 얼굴을 보여주었다. 하나는 차갑고 낡은 현실의 흔적, 다른 하나는 여전히 나를 품는 따뜻한 기억의 그릇. 나는 그 두 얼굴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놀이터를 떠나려 할 때, 철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닫혔다. 마치 나를 보내기 싫다는 듯한 소리였다. 그러나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의 실패는 철처럼 무겁지만, 시간 속에서 녹슬어 흔적이 될 것이다. 그 흔적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철 놀이터가 버텨왔듯, 나도 버틸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철 같은 기억이 내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 될 것이라 믿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 포토에세이 부문 대상 작품 - 임기순씨 ‘어울림의 미학’ 바늘꽂이에는 굵은 바늘, 가는 바늘, 긴바늘, 짧은 바늘들이 서로 어울려 빛나고 있다. 모두 각자의 역할과 가야 할 길이 있듯이, 우리도 저마다의 개성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다. 나는 작고 뾰족한 바늘이었다. 존재감을 찾으려고 혼자 발버둥 칠수록, 그저 날카로움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만 줄 뿐이었다. ‘혼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깊은 허무함이 밀려왔다. 그래서 우리네 어머니의 반짇고리에는 바늘과 실, 헝겊이 늘 함께 있었나 보다. 혼자 앞만 보고 달리던 나는 헐떡이며 뒤돌아보았다. 지나온 길마다 상처 구멍만이 빠끔빠끔했다. 그때, 누군가의 따스한 손길이 나를 일으켜 세웠고, 나는 실과 인연이 되었다. 실과 한 몸이 되니 따스함이 찾아온 듯하였으나, 곧 답답함에 빠졌다. 우두커니 붙어있자니 서로 엇갈리고 엉키고 꼬일 뿐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었다. 그때 맞잡은 손길에 의해 헝겊을 만났다. 헝겊은 일구고 가꿔야 할 대평원이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헝겊 위에서 한 땀 한 땀 나아가다 보니, 엇갈림도 얽힘도 사라지고 제 위치와 속도를 찾으면서 부지런히 걸을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헝겊 조각을 잇대어 만든 조각 보자기, 상보, 이불, 원피스 같은 창작품이 빛나고 있었다. 한 소녀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기만의 원피스를 입고 사뿐사뿐 춤을 춘다. 우리네 어머니는 이런 창작활동을 통해 우리를 키워주셨다. 혼자가 아닌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것. 바늘이 실과 어울려 헝겊 위에서 한 땀 한 땀 이어간 길들이 결국 아름다운 창작품으로 피어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어울림의 미학이라는 것을 바늘은 이제야 깨달았다. 심사평 - ‘철’을 소재로 다채로운 서사 꽃피워 ‘스틸에세이 공모전’은 ‘일상에서 만나는 철의 다양한 모습과 철의 숨은 이야기’라는 분명한 주제를 제시한다. 이 공모전은 차가운 금속에 불과한 ‘철(鐵)’이 어떻게 인간의 일상과 감정에 스며들어, 또 다른 언어와 서사로 태어나는가에 주목한다. 철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의 장면을 포착하고, 이를 문학적 언어로 끌어올리는 과정이 곧 작품의 깊이를 결정짓는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제9회 스틸에세이 공모전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중심에 두고 작품을 탐독하였다. 일반부 작품은 철을 단순한 소재가 아닌 삶의 상징으로 재해석하는 데 집중했다. 대상작인 진상용(인천)의 ‘청동낙타, 한 마리’는 해외 파견 노동자의 경험을 통해 철을 인간적 존엄과 공동체적 기억으로 승화시켰다. 개인의 체험을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청소년부는 철을 성장과 관계의 상징으로 재해석해 신선한 시각을 보였다. 금상 정희강(포항영신중 1년)의 ‘시험지보다 무거운 철, 그보다 가벼운 웃음’은 녹슨 놀이터에서 불완전함과 대면하는 청소년의 내면을 섬세히 포착했다. 특히 철을 삶의 균열과 성장의 은유로 풀어내 눈길을 끈다. 포토에세이는 사진과 글이 함께 동반되는 장르로, 시각적 이미지와 서사가 어떻게 어우러져 하나의 메시지를 완성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심사했다. 사진이 시선의 출발점이 되고, 글이 시선을 깊이 있게 확장하며, 철의 다양한 얼굴과 이야기를 새롭게 발견해 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공모전은 ‘철’을 소재로 서로 다른 삶과 시선이 만나 다채로운 서사를 꽃피웠다. 차가운 금속 위에 각자의 온기를 새긴 응모작은 이 시대의 흔적이며, 삶을 기록한 소중한 기억의 조각이다. 수상자의 성과뿐 아니라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치열하게 삶을 마주하며 문장을 빚어온 모든 이들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울림으로 남기를 바란다. 철이 세월을 견디며 본연의 자리를 지키듯, 그 문장들도 오랜 시간 기억 속에 살아 숨쉬리라 믿는다. /심사위원 양진오(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신용목(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박시윤(답사기행에세이작가)
2025-10-23
가을밤 문경의 도심이 노란 별빛으로 물들었다. 문경시는 19일, 점촌점빵길 ‘닻별 테마길’에서 열린 ‘점촌점빵길 가을음악회’가 약 6000여 명의 관람객이 운집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트로트 가수 박서진 팬클럽 ‘닻별’ 회원 1500여 명(대형버스 38대 규모)의 참여로 열기와 함성이 가득했다. 문경의 골목길은 노란 닻별풍선과 깃발로 수 놓였고, 공연장에는 가족 단위 시민과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져 진정한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이번 음악회는 문경시가 추진 중인 ‘닻별 테마길 조성사업’의 첫 성과로, 지역 상권 재생과 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기획됐다. 시는 점촌역전상점가·행복상점가·문경중앙시장을 잇는 점촌점빵길 130m 구간에 노란색 간판과 어닝을 새롭게 단장하고, 상징 조형물 13점과 조형벤치 20개, 18m 은하수 조명과 360여 개의 파티등을 설치해 도심 속 ‘빛의 거리’를 완성했다. ‘닻별’은 트로트 가수 박서진의 공식 팬클럽 이름이자, 이번 거리 조성의 상징이 된 문경의 새로운 문화 브랜드다. 문경시는 팬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역경제와 결합해 문화도시형 상권 회복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무대에는 문경시 홍보대사인 박서진을 비롯해 윤윤서, 장혜진, 장현욱, 김수찬, 윤수현, 지원이, 이수호 등 인기 트로트 가수들이 총출동해 화려한 무대를 꾸몄다. 박서진은 이날 마지막 엔딩무대를 맡아 히트곡 ‘문경이 좋다’와 ‘닻별의 노래’를 연이어 선보이며 관객들의 환호 속에 ‘별빛 피날레’를 장식했다. 공연 중에는 관람객들이 휴대폰 불빛을 흔들며 ‘닻별 물결’을 만들어내, 거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황금빛 파도처럼 반짝였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팬들과 시민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사진을 찍고, ‘닻별 포토존’과 ‘체험부스’를 찾는 등 열기가 이어졌다. 같은 날 운영된 ‘닻별(노랑)마켓’은 점촌상권 활성화의 중심 무대였다. 지역 상가 10개 팀이 참여한 특설 장터에서는 문경사과빵, 오미자청, 수공예품 등 지역상품이 판매되었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며 활기찬 장터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닻별 색상’을 활용한 체험부스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별모양 장식품을 만드는 체험을 즐겼고, 길거리 포토존은 전국 각지에서 온 팬들의 인증샷 명소로 인기를 끌었다. 행사 이후에는 숙박·음식업계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상가 주변 거리의 유동인구도 평소 대비 3배 이상 늘어나 ‘문화형 경제선순환’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문경을 찾아준 박서진 가수와 전국의 닻별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점촌 원도심이 활력을 되찾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거리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시장과 연계한 점촌점빵길 구간에 노란 닻별 테마길 조성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문화·경제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심재생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문경의 ‘닻별 테마길’은 단순한 팬테마 공간을 넘어, 지역문화·청년창업·관광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도심 재생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경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점촌중앙시장과 행복상점가 일대를 연결하는 추가 구간을 조성하고, 정기적인 버스킹 공연과 야간 조명 축제를 통해 ‘365일 즐기는 문화거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10-21
영천시의 대표 축제들이 동시에 열리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축제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다채로운 즐길거리와 풍성한 먹거리를 선사했다. 이번에 동시 개최된 축제는 △제22회 영천보현산별빛축제 △제23회 영천한약축제 △제13회 영천와인페스타·한우 명품구이축제 △제51회 영천문화예술제다. 축제들은 영천의 자연과 과학, 전통, 예술, 식문화를 한데 모아 보여주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 산업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천의 별빛 아래, 토성의 고리를 찾아’를 슬로건으로 열린 보현산별빛축제는 보현산천문과학관 일원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개막식에서는 별빛어린이무용단 공연과 초청가수 김필의 무대, 드론 라이트쇼가 펼쳐졌으며, 별자리 강연과 아마추어 천문동아리의 ‘스타파티’, 과학 체험 프로그램 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후원으로 운영된 드론 시뮬레이터, 레이저 사격, AI 오목로봇 체험 부스도 인기였다. 특히 보현산댐 출렁다리 야간 개방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했다. 영천강변공원과 한의마을에서 열린 한약축제는 한방 명의 진료, 약초전시터널, 희귀약재 전시 등 전통 한방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약초 향주머니 만들기, 어린이 갓 만들기, 조선시대 캐릭터와의 전통놀이 등 가족 친화적 체험도 마련됐다. 룰렛 이벤트와 스탬프 투어를 통한 경품 행사도 인기를 끌었다. 영천와인페스타와 한우 명품구이축제는 영천강변공원에서 동시에 열렸다. 와인페스타에서는 지역 10개 와이너리의 50여 종 와인을 시음·구입할 수 있었으며, 와인 담그기·병입체험 등 참여형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한우축제장에서는 할인된 가격의 한우를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첫날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우불고기버거, 돼지육포 등 축산물 시식 행사도 진행됐다. 영천문화예술제는 풍물·난타 경연대회, 품바 페스티벌, 전통 줄다리기 등 다채로운 행사로 시민과 관광객의 참여를 이끌었다.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왕평가요제가 피날레를 장식했으며, 주현미와 박구윤 등 트로트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흥겨운 분위기를 더했다. 시민 정미숙(43·영천완산동) 씨는 “한자리에서 와인도 즐기고 한우도 맛볼 수 있어 가족 모두 만족스러웠다”며 “밤하늘의 별빛축제까지 이어지니 영천이 정말 활기찬 도시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도심 가까이에서 전통과 과학, 문화가 어우러진 축제가 열린 건 오랜만”이라며 “매년 이런 축제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기문 영천시장은 “이번 축제는 영천의 자원을 활용한 특색 있는 행사로,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었다”며 “앞으로도 지역 문화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청송사과축제가 ‘청송-다시 푸르게, 다시 붉게’라는 슬로건으로 오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5일간 청송읍 용전천 현비암 일원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청송사과축제는 온라인 축제와 병행하고 축제 전용홈페이지를 구축해 행사의 안전성과 접근성을 더욱 높였다. 이는 사과축제장의 생동감과 온라인 축제의 지속적인 확대를 통해 축제 형태를 다양화해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자리매김 한다는 것, 올해 사과축제 주제인 ‘청송-다시 푸르게, 다시 붉게’와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13년 연속 대상을 연계한 태극무늬의 이미지를 활용한 홍보관을 운영해 청송을 상징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산소카페 청송군, 산소카페 청송정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국제슬로시티, 국립공원 주왕산 등 주요 관광자원을 최고의 청정 관광도시로 축제를 통해 부각시켜 나간다. 청송사과를 소재로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는 참여형 문화관광축제로서 전시·판매·관람의 위주가 아닌 모든 관광객이 참여해 즐기는 축제로 구성해 나가며 청송사과 생산자와 소비자의 소통과 공감의 장을 마련해 소비 신뢰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의 청송사과축제는 하이브리드 축제를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축제로 병행시켜 축제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대면 축제의 한계를 벗어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글로벌 축제로 도약한다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해 사과축제의 영상 노출을 극대화하고 청송군 SNS 홍보단을 통해 축제 숏폼을 수시로 업로드 시켜 대대적 홍보에도 주력한다. 이에 앞서 청송군은 한국관관공사와 협업해 수도권 중심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축제 사전 홍보를 통한 사과축제 인지도 제고를 위해 지난 8월 팝업 이벤트 복합문화공간인 ‘리얼월드 성수’에서 팜어스토어도 운영하고 있다. 또 방송사의 대표 저녁 프로그램인 전국시대 프로그램과도 협업해 청송사과축제를 지상파 노출로 홍보 효과도 극대화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사과축제와 청송을 상징하는 스템프 아이템을 고안해 주왕산과 축제장을 연결하는 스팸투어를 현장에서 진행하고 주왕산 등산객과 축제장 방문객의 교차 방문을 통해 축제의 만족도를 높여 나간다는 것. 특히 용전천 섶다리 하류부인 용전천 수변공간에 기존 조형물과는 별개로 청송과 사과축제를 상징하는 대표조형물을 설치해 사과축제를 더욱더 부각시켜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도 제공한다. 여느 축제장도 마찬가지로 골칫거리로 떠오르는 불공정 상행위에 대해서도 특별 대책도 마련했다. 각 파트별 파트장 선임과 구성원을 편성해 평가기준표에 의해 평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사과축제 입점 선정시, 인센티브 및 페널티를 부여해 입점자들에게 부스 운영의 책임감 부여와 경각심도 고취시켜 나갈 계획이다. 올해에도 사과축제장 내에 축제현장 불편 신고센터를 2개소를 설치해 공무원이 전담 상주해 바가지요금 자체를 근절하고 관람객들에게 축제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해 나간다는 대책을 세우고 있다. 제19회 청송사과축제는 초대형 산불과 개화기 이상 저온이라는 아픔을 이겨내고 개최되는 축제인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방문객 수도 약 40만 명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축제인 만큼 다양한 문화체험도 준비돼 있다. 이밖에도 각종 사과체험을 골고루 할 수 있고 유명 연예인들도 출연해 이번 청송사과축제는 ‘청송-다시 푸르게, 다시 붉게’란 주제 아래 가을을 맞아 주민과 관광객들에 큰 기대가 모아진다. /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
2025-10-16
호국과 평화를 기치로 한 국내 유일의 민군(民軍) 통합 축제인 ‘제12회 칠곡낙동강평화축제’와 ‘제16회 낙동강지구전투 전승행사’가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칠곡보생태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는 ‘평화, 칠곡이 아니었다면’이라는 주제로 열리며, 경상북도와 칠곡군, 대한민국 국방부가 후원하고 (재)칠곡문화관광재단과 제2작전사령부가 주최·주관한다. 칠곡군은 ‘디지털 2.0 시대’에 맞춰 축제 운영 전반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신개념 스마트 축제’를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팔찌형 ‘컴인핏(Com-In Fit)’을 착용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입장할 수 있으며, 행사 중에는 실시간 안내 시스템을 통해 일정 변경이나 공지사항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2.0 시대’ 맞춰 첨단 기술 접목 ‘신개념 스마트 축제’ 선보여 ‘평화, 칠곡이 아니었다면’ 주제 경북도-칠곡군-국방부 등 주최·주관 박서진·홍진영·임창정·자우림·이승기 등 국내 정상급 가수들 출연 지뢰 탐사·모의 소총 체험·드론 로봇 장비 관람 등 군 문화 체험도 이번 축제는 ‘평화를 위한 음악(Music for Peace)’과 ‘평화의 힘(Power of Peace)’ 두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주요 프로그램은 △보물찾기328 △오십오게임 △960톤의 숲 △이프칠곡 △낙동아일랜드 △미스터트롯TOP7콘서트 △피스뮤직페스티벌 등이다. 평화공연에는 △16일 박서진·홍진영·박지후 △17일 미스터트롯3 TOP7 △18일 임창정·이재훈·민경훈·손승연 △19일 자우림·이승기·다이나믹듀오 등 국내 정상급 가수들이 출연해 평화를 노래하는 감동 무대를 펼친다. 칠곡보 오토캠핑장에서는 ‘평화의 힘’을 주제로 KUH-1 수리온, UH-60 블랙호크, K-2 전차, K-9 자주포, 자주도하장비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첨단 무기를 전시한다. 또 칠곡보생태공원과 오토캠핑장을 잇는 낙동강 위에는 국내 최장 430m 부교가 설치되며, 도하장비를 타고 강을 건너는 ‘문교(們橋) 체험’도 진행된다. ‘오십오게임’은 6·25전쟁 당시 55일간 이어진 낙동강 방어선 전투를 모티브로 한 대형 체험 프로그램이다. 4개의 대형 콘텐츠를 통해 당시 치열했던 전투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보물찾기328’은 유해발굴 1호 지역인 ‘328고지’를 배경으로 한 체험형 프로그램이다. 유학산 328고지에서는 6·25전쟁 당시 12일 동안 15번이나 고지의 주인이 바뀔 만큼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으며, 관람객들은 이를 기리며 호국영령의 넋을 추모할 수 있다. ‘960톤의 숲 ECO존’은 전쟁 당시 960톤의 폭격으로 초토화된 땅이 평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생명의 터전’으로 되살아난 모습을 상징한다. ‘꿀맥펍(꿀맥+Pub)’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벌꿀로 만든 ‘칠곡 꿀맥’을 즐기며 낙동강의 평화를 위한 건배가 이어진다. 오토캠핑장에서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가 주관하는 ‘군 문화 체험존’이 운영된다. △과거존(6곳)=적 장비 전시, 6·25전쟁 사진전, 워커 장군 사진·영상전 △현재존(16곳)=지뢰 탐지, 모의소총 체험, 태극기 바람개비 만들기, 드론 축구장 등 △미래존(10곳)=전쟁 VR, 신병교육 메타버스 체험, 드론봇전투단 장비 전시 등으로 구성된다. 칠곡군은 축제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7곳의 주차장을 마련하고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주차장은 △제1주차장(1000대·칠곡보 야외물놀이장) △제2주차장(400대·칠곡호국평화기념관) △제3주차장(200대·칠곡 사계절썰매장) △제4주차장(500대·칠곡보생태공원) △제5주차장(800대·칠곡보생태공원) △제6주차장(300대·칠곡종합운동장) △임시주차장(300대·석적읍 중지리) 등이다. 18~19일 양일간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칠곡보 야외물놀이장, 왜관북부정류장, 칠곡종합운동장, 북삼읍사무소, 석적읍사무소, 지천면사무소, 동명·가산평생학습복지센터, 약목면사무소, 약목농협(기산지점)에서 축제장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또 16일 밤 9시부터 20일 새벽 2시까지는 약목면 관호리 칠곡보 서편~약목면 덕산리 무림배수장 구간의 교통이 통제된다. 한편 칠곡군은 같은 기간 18~19일 양일간 왜관시가지 1번 도로에서 ‘205칠곡문화거리페스타’를 함께 연다. 이 축제는 대형 가수 공연 위주가 아닌 마술·버블·서커스 등 거리공연 중심으로 진행된다. 마칭밴드와 인형탈 퍼레이드, 시니어 모델쇼, 지역 청소년·아동이 참여하는 개막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거리 곳곳에서 풍물과 난타공연이 이어진다. 개막무대에는 세계적 마술사 유호진이 출연해 스토리텔링 공연을 선보인다. 19일에는 독일 베르너 홀츠바르트 원작의 아동뮤지컬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가 무대에 오르고, △아크로바틱(브레이커스 컴퍼니) △서커스 밴드(팀 퍼니스트) △태권도 시범 △라인댄스 △스턴트 치어리딩 △마임과 코미디 마술 등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진다. ‘에코존’에서는 △공기정화식물 행잉 △업사이클링 키링 제작 △환경비누 만들기 △폐현수막 공예 등 친환경 체험이 가능하다. ‘인문학 마을존’에서는 화덕피자 만들기, 떡메치기, 식혜 체험도 마련됐다. 특히 ‘205 놀이터’에서는 7개 구역에서 이틀간 7회 프로그램이 교차 진행된다. △분필 낙서 거리 꾸미기 △버블 놀이터 △랜덤플레이댄스 △못박기·신발던지기 등 가족 체험형 순서가 이어진다. ‘205칠곡문화거리페스타’는 무대를 중심으로 한 행사를 넘어, 거리 전체를 참여형 축제 공간으로 확장했다. ‘럭키 칠곡’의 상징성을 담아낸 이번 행사는 공연과 체험이 어우러진 시민 참여형 축제로 왜관 시가지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한 이번 칠곡낙동강평화축제는 넓은 주차장과 편리한 셔틀버스로 방문객 편의를 높였다”며 “많은 국민이 참여해 호국평화의 의미를 나누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
2025-10-15
문경시는 ‘2025 문경사과축제’를 오는 18일부터 26일까지 9일간 문경새재도립공원 일원에서 개최한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문경사과축제는 문경사과의 명성과 함께 성장해온 축제로, 새롭게 도약하는 문경사과의 미래를 선포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판매행사는 축제 이후인 11월 2일까지 연장 운영된다. □ 감홍사과 숙기에 맞춰… “가장 맛있는 시기” 이번 축제는 문경의 대표 품종인 감홍사과가 가장 맛있게 익는 시기에 맞춰 열려, 방문객들에게 최상의 맛을 선사한다. 감홍사과는 과피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고두병 피해로 타 지역에서는 재배가 어려운 품종이었지만, 문경에서는 칼슘비료 활용 재배법과 동록 방지 기술 개발로 피해를 대폭 줄이고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1993년 문경에서 시험 재배를 시작한 이후 지속적인 품종 개량과 재배법 개선으로, 지금의 감홍사과는 크기(350g 이상)와 당도(16.5Brix 이상)가 뛰어나고 신맛이 적어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프리미엄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별칭처럼, 문경 감홍사과는 ‘인생감홍’으로 불리며 전국 재배면적이 800ha에 달하고, 이 중 65%인 520ha가 문경에서 재배된다. □ 개막 퍼포먼스·인기가수 축하공연 축제 개막식에서는 문경 농업의 결실인 감홍의 ‘비상(飛上)’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이어 김용빈·안성훈·전유진·손태진 등 국내 정상급 가수들의 축하공연이 열려 현장을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20주년을 맞아 문경사과홍보관도 새 단장했다. 외부에서도 내부를 볼 수 있는 투명 에어돔으로 조성했으며, 사과품평회 수상작 전시, 프리미엄 감홍사과 특별홍보, 포토존 등을 갖춰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강화했다. □ 가족 위한 체험 공간 ‘문경사과 플레이그라운드’ 축제 기간 동안 문경새재 1관문 앞 잔디광장은 ‘문경사과 플레이그라운드’로 변신한다. 감홍노래방·사과모자 만들기·인생네컷·에어바운스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큰 호응이 기대된다. 맛있기로 소문난 감홍사과는 시중 가격이 비싸지만 축제장에서는 무료 시식이 가능하다. 17농가가 참여하는 판매장에서는 모두 시식을 제공하며, 농가별로 미세한 맛의 차이를 느껴본 뒤 원하는 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19농가가 참여해 전국 어디서나 주문이 가능하며, 시나노골드와 부사도 축제 후반부에 판매될 예정이다. □ 사과 따기·나눔 행사로 풍성함 더해 문경의 13개 농장이 참여하는 사과 따기 체험은 무료로 진행되며, 수확한 사과는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특히 25일에는 ‘일곱난쟁이 사과밭’에서 1인당 2개씩 무료 수확 체험이 진행돼 인기를 끌 전망이다. 또한 사과 나눔 이벤트는 게릴라 형식으로 수시 진행되며, 24일 ‘애플데이’와 26일 폐막식 이후에도 사과가 무료로 배부된다. 문경오미자·표고버섯 등 문경특산물 32개 업체가 참여하는 특산물 판매장도 함께 운영된다. 축제 종료 후에도 직거래 장터는 11월 2일까지 연장 운영돼 가을 단풍철 문경새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풍성한 구매 기회를 제공한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문경의 자랑인 감홍사과는 오직 10월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사과”라며, “깊어가는 가을, 문경새재 단풍 길을 걸으며 제철 ‘인생감홍’을 맛보고 가족과 함께 축제를 만끽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문경시가 점촌 원도심 문화의 거리를 ‘닻별 테마길’로 조성하며 새로운 희망의 불빛을 밝혔다. 문경시는 별자리 카시오페아자리의 다른 이름인 ‘닻별’을 테마로 한 조형물·조명·마켓을 설치하고, OBS경인TV 특집 가을음악회를 마련해 침체됐던 점촌 구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특히 거리는 닻별의 상징색인 노란색으로 화사하게 꾸며, 마치 별빛이 내려앉은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노란색 간판·어닝 단장, 조형물13점·벤치 20개·파티등 360개 설치 “트로트 스타 팬덤·에너지를 구도심 활성화에 접목” 긍정적 평가 역전상점가-행복상점가·중앙시장·점촌점빵길 한 흐름으로 연결 닻별 테마길 조성 이후 주말마다 유동인구 급증, 상권도 살아나 □ 닻별의 노란빛으로 다시 태어난 문화의 거리 문경시는 점촌원도심상권 130m 구간을 정비해 ‘닻별 테마길’을 완성했다. 노란색 간판과 어닝을 새로 달고, 상징 조형물 13점, 조형벤치 20개를 설치했으며, 은하수 조명 18m와 360여 개의 파티등으로 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특히 거리를 수놓은 색상은 ‘닻별’의 상징인 노란색이다. 조형물은 황금빛 별 모양을 형상화했고, 벤치와 가로등에는 노란색 포인트가 더해졌다. 밤이 되면 파티등과 은하수 조명이 노란빛으로 거리를 밝히며, 시민들은 “거리 전체가 별빛 속에 잠긴 듯 황홀하다”고 감탄한다. 문경시 관계자는 “닻별의 노란색은 희망과 따뜻함을 의미한다”며 “시민과 방문객이 언제든 밝은 기운을 느낄 수 있도록 색채 계획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 팬덤문화, 원도심에 생기를 불어넣다 ‘닻별 테마길’의 출발점은 트로트 스타 팬덤이다. 팬클럽 ‘닻별’은 전국적으로 결속력 있는 팬덤을 형성하고 있으며, 문경시는 이들의 에너지를 구도심 활성화와 접목시켰다. 닻별 회원 이정은 씨(42)는 “닻별 덕분에 문경까지 오게 됐다”며 “거리 이름이 팬클럽 이름과 같아 자랑스럽다. 노란 닻별 조명이 너무 예쁘고, 팬으로서 마음이 벅차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클럽 회원 김민서 씨(38·서울)는 “문경이 닻별의 고향처럼 느껴진다”며 “도시 전체가 팬덤의 따뜻한 정성과 열정으로 물든 것 같아 감동받았다. 앞으로도 문경을 자주 찾고 싶다”고 했다. 시민들도 이 같은 변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점촌동 주민 박성호 씨(57)는 “예전에는 어둡고 한산하던 거리가 요즘엔 젊은 사람들로 북적인다”며 “닻별 덕분에 우리 동네가 밝아진 느낌이다. 상권도 되살아날 것 같아 기대된다”고 미소 지었다. 이처럼 트로트 팬덤의 문화적 열정이 지역 재생의 불씨로 이어지면서, ‘닻별 테마길’은 팬과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점촌역전상점가·행복상점가·중앙시장을 잇는 점촌점빵길 상생전략 문경시는 테마길 조성과 함께 점촌역전상점가·행복상점가·문경중앙시장을 잇는 점촌점빵길을 활용하는 전략을 세웠다. 거리에서 공연과 쇼핑을 즐긴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인근 상권으로 발걸음을 옮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문경중앙시장에서 20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 씨(56)는 “코로나 이후 손님이 줄어 어려웠는데, 거리가 환하게 단장되니 다시 북적일 것 같다”며 기대를 전했다. 행복상점가 상인회 관계자도 “닻별마켓을 계기로 시장 특산품과 점촌점빵길 상품까지 자연스럽게 홍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점촌역전상점가에서 의류점을 운영하는 이은정 씨(45)는 “닻별 테마길이 생긴 뒤 주말마다 젊은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사진 찍고 놀다 쇼핑까지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상인들도 거리 분위기에 맞춰 진열대를 새로 꾸미는 등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 □ 가을음악회와 닻별거리 첫 축제 오는 10월 19일 낮 12시 30분, 문화의 거리 공영주차장에서 OBS경인TV 특집방송 문경 문화의 거리 가을음악회가 열린다. 방송은 2주 뒤 방송 될 예정이다. 출연진은 화려하다. 문경 홍보대사 박서진, 윤윤서, 장혜진을 비롯해 김수찬, 윤수현, 지원이, 이수호, 그리고 문경 트롯가요제 대상 장현욱이 무대를 꾸민다. 이날 박서진은 마지막 엔딩 무대를 맡아, 별빛 같은 피날레를 장식한다. □ 닻별마켓, 청년 창업과 상인들에게 활력 같은 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는 ‘닻별마켓’은 지역 상가 10팀이 참여하는 특설 장터로, 노란 닻별 색상을 활용한 체험 부스도 준비돼 있다. 점촌 행복상점가에서는 “문화행사와 시장 소비가 연결되어 상생이 된다”며 “닻별마켓이 지역 상권에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경중앙시장에서 청년카페를 운영하는 최유진 씨(29)는 “닻별마켓을 통해 젊은 창업자들도 고객과 직접 만나 교류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며 “SNS 홍보 효과도 커서 손님이 꾸준히 늘고 있다. 앞으로는 지역 청년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터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점촌역전상점가에서 생활용품점을 운영하는 박진호 씨(52)는 “마켓이 열릴 때마다 거리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며 “외지 손님들이 많아지고, 상인들끼리 협력하는 분위기도 좋아졌다. 닻별마켓이 문경 상권의 새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보여주기식이 아닌 지속 가능한 거리” 문경시는 닻별 테마길과 가을음악회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정기공연·콘텐츠 프로그램 개발, 체험행사 등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닻별 테마길은 보여주기 식이 아닌, 장기적으로 시민·상인·관광객이 함께 살아가는 거리로 운영할 것”이라며 “점촌 원도심 전체가 활력을 되찾는 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박모 씨(67·점촌동)는 “예전엔 거리가 늘 썰렁했는데 요즘은 다시 활기가 도는 것 같다. 노란 닻별 조명이 켜진 밤거리를 걸으면 젊은 시절 생각이 난다.” 청년 상인 이모 씨(33)는 “닻별마켓을 통해 제 상품을 알릴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 문화와 경제가 함께 어울리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노란 별빛이 수놓은 ‘닻별 테마길’. 시민과 상인의 땀방울이 모여 문경 원도심이 새롭게 숨 쉬고 있다. 점촌의 밤하늘에는 닻별이 빛나고, 그 길을 걷는 발걸음마다 지역 상생과 부활의 희망이 반짝이고 있다. □ 닻별 ‘닻별’은 ‘카시오페이아자리’를 말한다. 가을철에 북극성을 중심으로 북두칠성의 맞은편에서 볼 수 있는 ‘W’ 모양의 별자리다. 우리나라에서 북두칠성과 함께 비교적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별자리인데, 그 별자리의 생김새가 닻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닻별’이라 불렀다. 북두칠성의 국자 바가지 끝을 이어가다 보면 붙박이별인 북극성이 나오고, 다시 비슷한 거리만큼 떨어진 곳에 닻별이 있다. 글·사진/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10-09
역대급으로 긴 추석 연휴에 국민 10명 중 4명이 여행을 계획(한국교통연구원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런데도 막상 어디로 떠날지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최근 인기를 누린 드라마를 따라가 보면 어떨까. 첫사랑의 설렘이 남은 해변, 싱글맘의 눈물이 스며든 계단, 판타지의 저주가 깃든 전망대 모두 포항을 배경 삼아 만들어낸 드라마 속 명장면이다. 포항의 매력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선다. 삼국유사의 전설이 살아 있는 해안,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간직한 골목, 그리고 철과 빛이 공존하는 현대적 야경이 한데 어우러진다. 바다와 숲, 시장과 철길, 도시와 항만이 교차하는 포항은 그 자체가 거대한 오픈세트다. 배우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면 스크린 속 장면이 여행자의 발자국 위에서 다시 살아나고, TV에서만 봤던 동해의 푸른 결이 코끝과 피부로 스며든다. 이번 연휴, 드라마 제목을 손에 쥐고 길을 나서보자. 삼정해수욕장의 잔잔한 파도, 청하공진시장의 노란 불빛,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의 붉은 기와, 송도송림테마거리의 솔향, 장길리 복합낚시공원의 은빛 잔교, 이가리 닻 전망대의 일출, 철길숲의 초록 터널, 포항운하의 반짝이는 수면···. 카메라가 담았던 모든 장면이 여행자의 두 발과 시선으로 완성된다. ◇ 동백꽃 필 무렵 –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싱글맘 동백(공효진)은 세상의 편견과 맞서 아이를 키우며 순박한 경찰 황용식(강하늘)의 사랑을 받는다. 동백꽃 필 무렵은 작은 마을의 상처와 연대, 치유를 촘촘히 그린 작품이다. 그들의 사랑과 아픔을 감싸 안았던 무대가 바로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다. 1920~30년대 일본식 목조 건물이 약 500m 구간에 80여 채나 남아 있으며 붉은 기와와 낡은 나무 문살, 좁은 골목길이 시간의 결을 그대로 품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직접 자재를 들여와 지었다는 ‘하시모토의 집’은 현재 ‘구룡포근대역사관’으로 운영돼 당시 생활의 흔적을 다다미와 부츠단, 란마를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 골목 초입에는 모형 우체통과 옛 심상소학교를 재현한 전시가 있어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상상하게 한다. 드라마 속 동백과 용식이 사랑을 확인하던 계단은 지금도 연인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앉아 사진을 남기는 포토존이다. 언덕 끝자락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면 짭조름한 바람이 역사와 현재를 함께 데려온다. ◇ 갯마을 차차차 – 청하공진시장 도시 치과의사 윤혜진(신민아)은 바닷가 마을에서 만능 이웃 홍두식(김선호)을 만나 ‘함께 사는 기술’을 배워간다. 극 중 ‘공진시장’의 실제 무대는 포항시 북구 청하시장이다. 드라마 방영 이후 시장은 ‘청하공진시장’이라는 간판을 달고 여행객을 맞는다. 1·6일마다 열리는 오일장에는 활어와 해산물이 넘치고 연탄불 위에서 고등어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냄새가 골목을 채운다. 해가 기울면 시장 천장에 매단 전구가 하나둘 켜져 노란빛의 긴 통로가 된다. 식당 한편에서는 따뜻한 국물 한 숟갈을 들이키면 순간 드라마가 말한 ‘동네의 온기’가 체온으로 스며든다. 시장 입구의 카페 세트장과 골목 끝 슈퍼마켓은 지금도 팬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명소다. ◇ 나의 완벽한 비서 – 송도송림테마거리 일 ‘만’ 잘하는 헤드헌팅 회사 CEO 강지윤(한지민), 일 ‘도’ 완벽한 비서 유은호(이준혁). 업무와 감정의 경계에서 서로에게 스며드는 두 사람의 로맨스는 송도송림테마거리의 숲길 위에서 완성됐다. 이곳은 포항시가 ‘그린웨이 프로젝트’로 조성한 보행 중심의 숲길로 해변을 따라 솔개천·바닥분수·벽천이 이어지고 스틸아트와 트릭아트가 곳곳에 배치돼 낮에는 햇살이 반짝이며, 밤에는 조명이 솔숲을 은은히 물들인다. 황혼 무렵 벤치에 앉으면 솔향 사이로 포스코 야경이 별처럼 스며들고 계절마다 열리는 거리예술제와 버스킹은 숲 전체를 무대로 변신시킨다. ◇ 런온 –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육상선수 기선겸(임시완)과 영화 번역가 오미주(신세경)가 서로의 언어로 달려가는 청춘 로맨스 런온. 이들의 감정선이 동해의 수평선과 만나는 장면은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에서 촬영됐다.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전설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이 공원은 해와 달의 조형물, 출렁이는 억새밭, 일월대 전망대가 어우러진다. 입구의 벽화 거리에선 연오랑과 세오녀의 여정이 펼쳐지고, 전시관 ‘귀비고’에서는 VR과 영상 체험을 통해 설화를 생생히 만날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가면 바다 위로 튀어나온 일월대 전망대가 동해를 한눈에 담아내며 해질 무렵이면 바다가 금빛에서 보랏빛으로, 다시 진청색으로 변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 이 연애는 불가항력 – 이가리 닻 전망대 저주로 얽힌 두 남녀 장신유(로운)와 이홍조(조보아)가 운명에 맞서는 판타지 로맨스.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결정적 장면은 이가리 닻 전망대가 만들어낸 공간 덕에 더 선명해졌다. 푸른 해송 숲 사이를 지나 바다로 길게 뻗은 스틸 데크는 위에서 보면 ‘닻’ 모양이 선명하다. 높이 약 10m, 길이 약 102m의 전망대 끝은 독도를 향하고 있으며 발아래 투명 데크를 통해 치솟는 포말을 내려다볼 수 있다. 새벽이면 닻 끝에서 태양이 솟아오르듯 일출이 열리고 난간을 타고 울리는 파도 소리와 해풍의 금속 차가움이 극의 ‘필연’을 촉각으로 전한다. ◇ 모래에도 꽃이 핀다 –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20년째 떡잎인 씨름 신동 김백두(장동윤)와 골목대장 출신 오유경(이주명)의 재회와 성장담. 주저하던 청춘이 다시 걷기 시작하는 장면이 바로 장길리 복합낚시공원에서 탄생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바다 위로 약 170m 뻗은 보릿돌교. 데크 틈새로 파도가 들고나며 염분이 미세한 안개로 흩어지고 해가 지면 해상 펜션의 불빛이 물결 위 별처럼 깜박인다. 보릿돌은 과거 미역이 풍성했던 바위로 알려져 마을의 ‘식탁’을 지켜온 기억을 품는다. 난간에 손을 얹으면 금속의 촉감이 파도의 리듬을 손바닥으로 전하고 금속 그림자와 물결이 겹쳐 은빛 물무늬를 만든다. ◇ 마이유스 – 삼정해수욕장 남들보다 늦게 평범한 삶을 시작한 선우해(송중기), 뜻하지 않게 그 평온을 흔들어야 하는 성제연(천우희). 첫사랑의 기억과 후회, 화해를 다루는 감성 로맨스 마이유스의 무대는 구룡포 남쪽 삼정해수욕장이다. 만곡형의 포근한 포켓 비치, 곱고 잘 드는 모래, 완만한 경사 덕에 파도의 호흡이 낮다. 해수면이 얕아지는 구간이 길어 해질녘 얇은 물막 위에 노을이 거울처럼 반사된다. 마을 고깃배가 돌아오는 이른 저녁이면 하늘과 바다의 색이 서서히 뒤섞이고 해변 뒤편 작은 포구와 횟집이 노을빛을 받아 붉게 달아오른다. 카메라가 없어도 영화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 철길숲 한때 도시의 대동맥이었던 옛 철도선로가 지금은 시민의 허파 같은 숲길로 환생했다. 아이돌 출신 리포터가 의뢰인의 사연을 안고 길을 대신 걸어주는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의 따뜻한 정서와 맞닿는 공간이 바로 포항 철길숲이다. 4.3km의 선형 공원으로 실개천·분수·인공폭포가 걷기의 리듬을 만들어 준다. 왕벚나무·느티나무·메타세쿼이아 등 수천 그루가 그늘을 드리우고 밤이면 은은한 조명이 길 전체를 터널처럼 밝힌다. 초여름이면 수국이 만발해 색색의 꽃길이 이어지고, 가을이면 단풍이 레일 위로 내려앉아 “기차는 없지만 여행은 계속된다”는 감상을 선사한다. ◇ 여행 동선 팁 추석 연휴에 포항을 찾는 이들을 위한 여행 동선을 한눈에 정리해 본다. 먼저 북부 코스는 청하공진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의 활기를 느낀 뒤 푸른 해송 숲 사이로 길게 뻗은 스틸 데크를 걸으며 동해 일출을 맞이할 수 있는 이가리 닻 전망대로 이어진다. 이어 도심 코스에서는 옛 철도선로를 숲길로 재탄생시킨 철길숲을 천천히 거닐고 해변을 따라 조성된 송도송림테마거리에서 스틸 아트와 야간 조명을 즐기며 포스코 야경까지 한눈에 담는다. 마지막으로 남부 코스는 1920~30년대 일본식 목조 건물이 남아 있는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에서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 보고 부드러운 모래와 잔잔한 파도로 ‘포켓 비치’의 매력을 품은 삼정해수욕장에서 여유로운 산책으로 마무리한다. 일출과 일몰 명소도 빼놓을 수 없다. 해가 바다 수평선 위로 솟는 장관을 보려면 이가리 닻 전망대, 석양이 금빛과 보랏빛으로 물드는 황혼을 담고 싶다면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일월대가 제격이다. 다만 해안 데크와 전망대는 강풍이나 결빙 시 출입이 제한될 수 있으니 방문 당일 포항시 관광 안내를 통해 최신 정보를 확인하고 안전을 챙기면 더욱 알찬 추석 여행이 될 것이다. 포항은 단순히 드라마의 배경이 아니다. 전설·근대·현대가 켜켜이 겹쳐 하나의 서사를 이룬다. 구룡포의 오래된 목조 가옥에서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연대의 시간을, 청하공진시장에서 함께 사는 기술을, 송도송림테마거리에서 일상 속 로맨스를, 장길리 끝에서 다시 걷기 시작하는 청춘을, 철길숲에서 기차 없이도 계속되는 여행을 배운다. 그리고 이가리 닻 전망대에서 일출을 맞으며 이번엔 우리가 주인공인 장면을 한 컷 더 찍는다. 카메라는 꺼져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번 추석, 포항에서 화면 밖의 장면을 완성해보자.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01
가을은 한국의 사계절 중 가장 짧지만 가장 깊은 계절이다. 여름의 열기를 식히는 바람이 불고, 나뭇잎은 붉고 노랗게 물들며, 하늘은 높고 푸르다. 이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지는 단연 경북이다. 산과 강, 고택과 서원이 어우러진 경북은 가을이 되면 그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추석 연휴는 가족과 함께 자연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다. 하지만 유명 관광지는 인파로 북적이기 마련이다. 경주 불국사, 안동 하회마을, 청송 주왕산 등은 이미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다. 이번 특집에서는 사람들에게 덜 알려졌지만, 경치와 분위기, 체험 요소까지 두루 갖춘 경북의 숨은 명소 10곳을 소개한다. 조용한 가을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1. 청송 주산지-물안개와 단풍이 어우러진 신비의 호수 청송군 주왕산면에 위치한 주산지는 조선시대 인공적으로 조성된 저수지다. 하지만 그 풍경은 자연 그대로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새벽이면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호수에 비친 왕버들나무는 마치 동양화 속 풍경처럼 고요하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10월 초에는 붉은빛과 안개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산지는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이른 아침에 방문하면 고요한 자연과 마주할 수 있다. 사진 애호가들에게는 특히 인기 있는 장소이며, 삼각대를 세우고 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도 흔하다. 주산지의 가을은 말없이 깊고, 그 고요함이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2. 고령 다산 은행나무숲-황금빛 산책로의 낭만 고령군 다산면 낙동강변에 위치한 은행나무숲은 수령 100년 이상의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장관을 연출한다. 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으로 물든 나뭇잎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1km 이상 이어지는 산책로는 강변 벤치와 어우러져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으며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부담 없는 힐링 공간이다. 특히 해질 무렵 강 너머로 떨어지는 햇살이 은행잎 사이로 스며들면 그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3. 문경 봉천사 개미취 꽃밭-연보라빛 가을의 정원 문경시 가은읍에 자리한 봉천사는 가을이면 개미취 꽃으로 뒤덮인다. 1만여㎡(3000여평) 규모의 꽃밭은 연보라빛 물결이 일렁이며, 절 주변을 수채화처럼 물들인다. 이곳에서는 차와 묵이 제공되는 힐링 공간도 마련돼 있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명상과 휴식의 장소로 손꼽힌다. 개미취는 국화과 식물로 가을에 피는 연보라빛 꽃이 특징이다. 봉천사에서는 이 꽃을 중심으로 사찰과 자연이 어우러진 정원을 조성해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꽃 사이를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절의 종소리가 들려오면 그 고요함은 더욱 깊어진다. 4. 영주 죽계구곡-선비의 길을 따라 걷는 단풍 트레킹 영주시 풍기읍에 위치한 죽계구곡은 조선 시대 선비들이 사색하던 계곡길이다. ‘구곡’이란 이름처럼 9개의 굽이 마다 고유한 이름과 풍경을 지닌다. 약 6.6km의 트레킹 코스로 단풍과 청량한 물소리를 즐기며 걷기 좋다. 죽계구곡은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선 철학적 공간이다. 선비들은 이곳을 걸으며 자연 속에서 도를 닦고 삶의 의미를 되새겼다.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과 계곡의 맑은 물이 어우러져 깊은 정서를 자아낸다. 붐비지 않는 한적한 길에서 가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5. 칠곡 가산수피아-가을꽃이 피어나는 테마정원 칠곡군 가산면에 위치한 가산수피아는 핑크뮬리, 구절초, 댑싸리 등 다양한 가을꽃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테마정원이다.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가족 나들이나 커플 여행에 적합하며 꽃과 함께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장소다. 가산수피아는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과 포토존은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꽃 사이를 걷는 길은 마치 동화 속 정원처럼 느껴진다. 10월 초에는 꽃들이 절정을 이루어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6. 경주 운곡서원-은행나무 아래 고즈넉한 서원의 풍경 경주시 강동면에 자리한 운곡서원은 400년 된 은행나무가 서원 앞을 지키고 있다. 단풍철이 되면 노란 은행잎이 서원 마당을 뒤덮으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조용한 산책과 사색의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운곡서원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 김굉필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서원으로 그 역사적 가치도 크다. 서원 내부에는 퇴계 이황의 정신을 기리는 공간도 있어 전통과 철학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가을의 서원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시간과 사색이 흐르는 공간이다. 7.울진 금강송 숲길-걷는 길이 곧 힐링이 되는 곳 울진군 북면에 위치한 금강송 숲길은 국내 최대의 천연 금강송 군락지다. 금강송은 곧게 뻗은 기품 있는 자태로 조선 궁궐의 목재로 쓰였던 나무로 그 숲을 걷는다는 건 역사와 생명의 흐름 속을 걷는 일이다. 가을이면 금강송 사이로 단풍이 물들고, 숲길은 붉은빛과 초록빛이 어우러진 오묘한 색채로 변신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발끝에 닿는 낙엽의 감촉, 그리고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는 도시에서 잊고 지낸 감각을 되살려준다. 금강송 숲길은 총 13km에 달하는 탐방로이다. ‘금강송 생태탐방로’는 자연 그대로의 숲을 보존한 구간으로 인위적인 시설 없이 오롯이 숲과 마주할 수 있는 길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평탄한 숲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할 수 있고,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은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금강송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8. 영덕 창포말등대공원-바다와 등대가 어우러진 산책 코스 경북 영덕군 창포리에 위치한 창포말등대공원은 동해의 푸른 바다와 하얀 등대가 어우러진 조용한 산책 명소다. 이곳은 관광지의 화려함보다는 바다와 하늘, 바람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조화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가을철에는 높고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닷바람이 어우러져 걷기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 창포말등대는 영덕 블루로드의 일부이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와 연결돼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공원 내에는 등대를 중심으로 작은 광장과 벤치, 전망대가 있어 바다를 바라보며 쉬어가기 좋다. 해질 무렵에는 붉게 물든 하늘과 등대가 어우러져 낭만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은 도시의 소음을 잊게 하고 바다의 너른 품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9. 청도 운문사 은행나무길-이틀만 공개되는 황금빛 절경 청도군 운문면에 위치한 운문사는 신라 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이곳의 은행나무길은 단풍철에 단 이틀만 일반에 공개되며, 그 희소성 덕분에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수령 300년이 넘는 은행나무들이 절 입구를 따라 늘어서 있다. 노란 은행잎이 바닥을 덮는 풍경은 마치 황금빛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운문사는 비구니(여성 승려)들이 수행하는 사찰로도 유명하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은행나무 아래를 걷다 보면 자연과 수행의 기운이 어우러져 마음이 차분해진다. 단풍과 은행잎이 어우러진 절경은 짧은 가을을 더욱 깊고 진하게 만들어준다. 10.안동 물길공원-낙동강과 가을빛이 흐르는 도심 속 쉼터 안동시 성곡동에 위치한 물길공원은 낙동강변을 따라 조성된 도심 속 자연공원이다. 이름 그대로 ‘물길’을 따라 걷는 산책로가 중심이며, 강변의 풍경과 계절의 색이 어우러져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힐링 공간이다. 가을에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노랗고 붉게 물들며, 강물에 비친 색채가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공원 곳곳에는 유교문화권의 상징물과 조형물이 설치돼 걷는 동안 안동의 정신적 뿌리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다. 강변 데크와 전망대, 쉼터가 잘 정비돼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적합하다. 해가 지는 시간에 물길공원을 걷다 보면 낙동강 너머로 붉게 물든 하늘과 강물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도심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자연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어 추석 연휴에 잠시 일상을 벗어나기 좋은 장소다. 안동댐과 월영교, 유교랜드 등 인근 명소와 연계해 하루 코스로 즐기기에도 알맞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경북의 숨은 명소에서 자연과 전통, 체험과 감성을 모두 담아보자. 붐비지 않는 조용한 공간에서 진짜 가을을 만날 수 있다. 단풍 아래서 걷고, 은행잎 사이에서 사색하며, 물안개 속에서 가을을 느껴보는 여행. 그 길 끝에서 당신은 아마도 잊고 있던 계절의 감성을 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대구시는 추석 연휴 기간 시민들과 대구를 찾는 방문객들이 즐길 수 있는 전시, 공연,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도심 곳곳에서 운영한다. 우선, ‘The Pulse of Life – 생명의 울림’을 주제로 30여 개국 200여 작가의 700여 점을 선보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사진전시회인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추석 당일을 제외한 연휴 기간 내내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대구 사진비엔날레 30여 개국 작품 700여 점 선보여 토요시민콘서트•대구예술제•청년버스킹 공연 풍성 ‘호러 축제’와 함께 진행되는 국제힐링공연예술제 근대역사관•방짜유기박물관 등 체험 프로그램 마련 이월드, 귀성길 승차권 등 인증•가족 특가 할인 진행 4일 가스공사 페가수스 vs 삼성 썬더스 프로농구 도심 속 독서 휴식 공간 ‘신천문화마당’•‘신천 시네마’ 고산도서관 이융남 교수 특별 강연 ‘공룡학자의 삶’ 수성아트피아 ‘이은결의 더 일루션-마스터피스’ 상영 수성못 수상무대서 국제오페라축제 ‘프린지 콘서트’ 이번 전시는 인간 중심의 시각을 넘어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고 공존하는 ‘공생세(Symbiocene)’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참여 작가들은 생명을 변화·연결·공명하는 힘으로 재해석하며, 관람객에게 지구와 공동체 속에서의 위치와 역할을 다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대구미술관은 지역 출신이자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인 이강소 화백의 회고전 ‘곡수지유(曲水之遊)’를 통해 지역의 문화 자긍심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대구간송미술관은 광복 80주년 기념 기획전 ‘삼청도도(三淸滔滔)-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정신적, 문화적 힘을 담은 작품을 소개해 많은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공연으로는 토요시민콘서트(신천 수변무대), 판타지아대구페스타 가을 축제인 2025 대구예술제(코오롱 야외음악당)와 청년버스킹(동성로 일원) 등 다양한 볼거리가 시민들이 즐겨 찾는 야외 도심 무대에서 열린다. ‘토요시민콘서트’는 시립교향악단, 합창단, 국악단, 무용단, 극단, 소년소녀합창단 등 6개 시립예술단이 참여하는 정기 야외 공연이다. 오는 8일까지 대구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열리는 ‘2025 대구예술제’와 ‘2025 청소년무대예술페스티벌’에는 대구예총 9개 회원협회와 3개 특별회원 단체, 대구예술문화대학 원우들이 참여한다. 특히 대구·광주 달빛동맹 예술교류와 대구·베트남 다낭 국제 예술교류 등을 더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가을밤 색다른 공연을 즐기고 싶다면, 2025 대구국제힐링공연예술제를 찾으면 된다. 비수도권 유일 공연 거리인 대명공연거리와 도심 곳곳의 공연장에서 다양한 연극을 접할 수 있어 공연문화도시 대구의 진수를 느낄 좋은 기회다. 호러 축제와 함께 진행되는 이번 예술제는 12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 내 소극장에서 열린다. ‘다시, 공연에 빠지다’라는 슬로건 아래, 해외 및 수도권 작품부터 지역 극단의 우수 레퍼토리까지 다채로운 무대가 마련된다. 특별초청작 2개, 지역 극단 공식 초청작 6개, 해외 초청작(튀르키예·영국) 2개, 자유 참가작 2개로 총 12개 작품이 관객들 앞에 선다. 추석맞이 체험 프로그램과 이벤트도 다채롭게 준비돼 있다. 대구시립박물관인 대구근대역사관과 대구방짜유기박물관, 대구향토역사관은 추석 당일(6일)을 제외한 연휴 기간(3~9일)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연다. 경상감영공원에 있는 대구근대역사관은 ‘2025 대구근대역사관에서 보내는 즐거운 한가위 연휴’라는 주제로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3일부터 5일까지 우리나라 전통 장신구인 노리개를 만들며 전통 문양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하루에 50명의 어린이가 참여할 수 있다. 7~9일은 하루 100명씩 한글 책갈피 꾸미기를 하며 한글날의 의미를 느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근대 대구 섬유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대구 도심 공장 굴뚝, 기계 소리’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1층 ‘대구 근대여행 길잡이방’에서 진행 중인 ‘100년 전 여류 비행사 권기옥·박경원, 대구와의 특별한 인연’ 전시와 ‘명예의 전당’ 앞에서 진행 중인 기증유물 작은전시 ‘박물관으로 온 두 책 –대구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와 파리만국박람회’도 관람할 수 있다. 팔공산국립공원에 위치한 대구방짜유기박물관은 ‘팔공산 달빛에 물든 풍요로운 한가위’라는 주제로, ‘보름달과 토끼’ 스티커 붙이기와 회오리 나무 팽이 놀이를 박물관 로비에서 펼친다. 연휴 기간 매일 선착순 90명을 대상으로 한다. 기획전시실에서는 현재 성황리에 진행 중인 국가 무형유산 이봉주-이형근- 이지호, 3대로 이어지는 방짜유기장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3대로 피어나는 방짜유기의 생명력’ 특별기획전을 관람할 수 있으며 유리 벽 전시실에서는 고지도와 옛 그림에 보이는 팔공산 역사 문화를 살펴보는 ‘옛 지도 속의 국립공원 팔공산’ 작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올해 개관 28주년을 맞이한 달성공원 대구향토역사관은 △향토역사관 생일 축하 메시지 쓰기(1~9일) △한가위 행운의 룰렛(1~3일) △전통의 멋, 갓과 호랑이 그림 알기(5~8일) 등의 체험을 준비했다. 2일에는 건국대 김해경 교수를 초청해 근대 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달성공원에 대한 특강을 개최한다. 상설전시실에서는 대구달성(달성공원) 변천을 소개한 ‘대구 역사의 중심, 대구달성(달성공원) 몇 장면’ 작은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경상감영 유적에서 출토된 조선시대 기와·도자기 편을 직접 만져보며 체험하는 ‘대구야, 고고(GoGo)유물과 놀자’도 진행된다. 지역 대표 유원지인 이월드는 귀성길 버스, 기차 등 이용 승차권 인증 할인과 가족 특가 할인을 진행하고,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스탬프투어 앱을 통해 대구 주요 관광지 스탬프 인증 시 추첨을 통해 치킨,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면 4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리는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대구)와 삼성 썬더스(서울)의 프로농구 경기 관람을 추천한다. 여름철 도심 속 휴식처였던 신천 물놀이장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가을철 꽃 정원으로 꾸며졌던 ‘가족풀’은 도심 속 독서와 휴식 공간인 ‘신천 문화마당’으로 탈바꿈했고, 야간 조명이 돋보였던 ‘유수풀 포토존’은 대구시 마스코트 ‘도달쑤’를 활용한 ‘대형 벌룬 포토존’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또 지난해 영화관람 장소로 큰 인기를 끌었던 ‘파도풀’은 형형색색 우산이 물결치는 그늘 쉼터와 함께 ‘신천 시네마’로 시민들을 맞이한다. ‘신천 문화마당’은 잔디 매트, 1인용 소파, 파라솔, 그리고 아동도서 200여 권을 비치해, 도심 속 자연에서 누구나 편안하게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북 쉼터’를 조성됐으며, 놀이공간 내 풋살 골대, 농구 골대, 놀이 블록을 마련해 가족과 어린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참여광장’도 마련돼 있다. 영화관람 공간과 우산 그늘이 물결치는 쉼터를 겸한 ‘신천 시네마’를 선보인다. 매주 토요일 총 6회에 걸쳐, 12m×5m 크기의 대형 스크린과 음향 시설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야외 영화관’을 제공한다. 야외 영화관은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운영한다. 연휴기간 상영작은 4일 ‘지금만나러갑니다’, 11일 ‘극한직업’ 등이다. 이 밖에도 수성구에 있는 고산도서관에서는 우리나라 최초 공룡 박사로 알려진 이융남 교수의 특별 강연 ‘공룡학자의 삶’이 열려 어린이와 학부모에게 유익한 시간을 선사한다. 또 수성아트피아에서는 세계적인 마술가 이은결의 ‘더 일루션-마스터피스’ 공연 실황 영상 상영,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 상영, 극단 솥귀의 창작 연극 ‘화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연휴 기간(7~9일) 야외광장에서는 윷놀이, 제기차기 등 전통 놀이 체험도 가능하다. 5일 수성못 수상무대에서는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프린지 콘서트’가 열리고, 10일 울루루문화광장에서는 ‘또 다른 시작’을 주제로 한 야간 상설 공연이 펼쳐진다. 대구시는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대구시티투어를 정상 운영하고, 관광안내소 4개소(대구공항, 동대구역, 동성로, 이월드)는 연휴 기간 내내 정상 운영하여 지역 관광명소를 찾는 방문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또 연휴 기간(2~12일) 귀성객과 방문객들의 주차 편의를 위해 공영주차장을 전면 무료 개방한다. 무료로 개방되는 공영주차장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직영주차장(61개소, 8128면)과 민간 위탁주차장(34개소, 1401면)으로, 총 95개소, 9529면이다. 공영주차장 95개소 중 59개소는 2일부터 12일까지 11일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민간 위탁주차장 중 33개소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시청 동인청사 부설주차장의 경우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개방되며, 서대구역 남편주차장과 동대구 맞이주차장의 경우 6일 추석 당일만 개방된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추석에 개천절과 한글날이 더해져 긴 연휴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고향에 가서 부모님을 뵙고, 오랜만에 어릴 적 친구를 만나고도 며칠이 남을 것이다. 가을 날씨를 느끼며 캠핑 의자를 펴고 벽돌보다 두꺼운 고전을 도장깨기 하듯 독파해 보고, 또 폰을 열어 지나간 영화를 보며 여유를 부려봐도 좋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지 않던가. □'어느 가족'(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18년)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떠올리면 가족 모두가 툇마루에 나와서 할머니처럼 오래된 집 지붕과 나무 때문에 좁은 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이다. 밖에는 불꽃놀이로 시끌시끌하다. 그런 바깥 분위기와 다르게 조용히 흘러가는, 연세 많은 할머니처럼 공기도 느려진 어느 가족. 아이들이 불꽃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자 안 보이지만 소리를 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다들 보이지 않는 불꽃을 들으려 하늘을 올려다본다. 자식이 부모를 선택할 수 없지만, 나쁜 부모가 아닌 어느 가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그게 더 강한 거 아닌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피가 안 이어져서 더 좋은 점도 있다. 괜한 기대를 안 하게 된다고. 마지막으로 가족으로 합류하게 된 유리가 앞니가 빠지자 지붕 위로 던지는 장면, 우리나라 풍습과 닮았다. 언론을 통해 국내에서는 ‘들치기(만비키)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많이 알려져 있었으나 국내 개봉 명은 ‘어떤 가족’이었다가 ‘어느 가족’으로 바뀌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노부부가 사망하자 그 자녀와 자손들이 사망 처리를 하지 않고 연금을 받아 생활하다 체포된 가족의 뉴스를 보고 영화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한편, 방구석 1열에서는 처분하지 않은 낚싯대 때문에 검거된 좀도둑의 뉴스를 보고, 왜 낚싯대를 처분하지 않았을까? 남자 어른과 남자아이가 낚시하는 모습, 둘이 부자가 아니라면?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쿄의 마트와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며 생활해 가는 생계형 도둑 쇼타, 그리고 그의 아버지 역할을 하는 오사무는 여느 때처럼 생계를 위한 물건을 훔치고 귀가한다. 이들이 사는 곳은 하츠에 할머니의 집. 고로케를 사 들고 돌아오는 길에 밖에 혼자 나와 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보게 되고, 측은한 마음에 고로케를 건네주고 집에 데려온다. 아이의 이름은 유리로, 잠시 돌봐준 뒤 집으로 보내주기 위해 처음 만난 유리의 집 앞으로 돌아갔으나 안에서는 유리의 부모가 아이가 사라진 일로 심하게 싸우면서 내가 (유리를)낳고 싶어서 낳았냐는 폭언을 퍼붓고 있었고, 측은함에 다시 집으로 데려와 유리를 자식처럼 키우게 된다. 할아버지가 가게 주인인 가게에서 오빠 쇼타가 유리와 함께 물건을 훔치고 나올 때, 할아버지가 불러세우고 추궁하지 않고 오히려 과자 두 개를 손에 쥐어주며 동생에게는 도둑질하는 것 가르치지 말라고 한다. 그동안 불쌍한 쇼타의 행동을 다 알면서 내버려두는 모습은 마치 신과 같다. □'퍼팩트 데이즈'(빔 벤더스 감독, 2024년)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 되지만 충만한 일상을 살아간다. 오늘도 그는 카세트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아들과 저녁 먹으며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틀어놓으니 익숙한 음악이 나온다. 제목은 검색해야지만 많이 들었던 노래, 아들은 잘 모르겠단다. ‘The House of the Rising Sun‘, 'Pale Blue Eyes’,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Redondo Beach’, 'Walkin‘ Thru the Sleepy City’, '青い魚‘(푸른 물고기), ’Perfect Day’, ‘Sunny Afternoon’, ‘Brown Eyed Girl‘, ’Feeling Good’. 한 번 들어보시라. 음악 우리가 들어 익숙한 것들. 영화에 삽입하려면 다 판권 샀겠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일본어로 ‘코모레비’라고 한단다.) 딱 그때만 볼 수 있는 햇살, 그래서 영화의 주인공이 사는 지금, 지금을 말하는 영화의 주제이다. 다음은 다음일 뿐, 지금은 지금이다, 조카랑 돌림노래 하듯 말하는, 요즘 내가 느끼는 낱말이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을 주세요 늘 기도 한다. 지금 같은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 잔(레몬소주?)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문고판 책이 100엔이라 가면 사고 싶다. 책방 주인이 책을 다 읽고 비평가 수준인 것도 좋았다.)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늘 혼자서 대화 없는 하루, 그래도 늘 만족하는 하루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가 소원한 조카가 찾아오면서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니코, 고양이를 네코라 하는데 조카 이름이 니코다. 일본어로 니코니코는 우리말로 싱글벙글 웃는 모습을 뜻한다. 해맑게 웃는 모습이라고 한다. 조카가 오면서 주인공의 첫 대사가 나온다. 웃기도 하고. 니코니코한다. 공중화장실을 일부러 여러 곳 찍은 거 같다. 독특해서 보는 맛이 있다. 화장실 변기와 벽 사이 빙고 게임을 그려놓은 누군가의 쪽지를 버리려다, 거기에 한 수 한 수 놓으며 다시 제자리에 꽂아 두는 배려. 땡큐라는 인사를 하자 윗옷 주머니에 넣는다. 좋다!! 이런 조용하고 늘 똑같은 일상 루틴이 좋다. 그러다 조카와 다카시의 빈자리, 단골집이 문을 안 열고 일상이 깨지니, 그의 얼굴에 웃음이 난다. 부잣집 도련님이 아버지랑 인생관이 안 맞아서 혼자 독고다이 하는 삶, 청소부도 전문적으로 열심히 하는 삶, 멋진 삶 같다. ‘퍼팩트 데이즈’ 좋은 영화다. 영화 내내 내 삶을 생각하게 만드니까. □'모나리자 스마일'(마이크 뉴웰 감독, 2004년) 편지 형식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이 입학한 학교 같은 분위기의 기숙사. 새로운 물결을 받아들이는 것이 학점 따는 것과 먼 일이 되는 곳이다. 캐서린이 준비한 강의를 챗봇처럼 외워 교수의 코를 납작하게 하겠다는 학생들, 교재를 외워 오는 학생들에게 교재에 나오지 않는 추상화에 대해 강의하자 학생, 학부모, 학교와 다른 교수들까지 캐서린을 내쫓고 싶어 한다. 그 자세는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의 모습이다. 잘 아는 현재에 만족하며 새로운 지식이 일으킬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싫어도 밀려오는 물결을 막을 수 없듯,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니 새로운 물꼬를 터 준 교수, ‘모나리자 스마일’ 역할에 잘 어울리는 줄리아 로버츠의 젊은 시절의 영화이다. □'리빙:어떤 인생'(올리버 허머너스 감독, 2023년) ‘어바웃 타임’, ‘러브 엑츄얼리’에 나온 배우 빌나이가 주연했다. 그는 명품 연기자다. ‘나, 다니엘 브레이크’에서 보면 영국 공무원은 일하는 속도가 엄청 느리다. 이 영화에서도 일 안 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책상에 서류가 많이 쌓여있을수록 인정받는 사람이라고 한다니 웃프다. 주인공도 매일 같은 루틴으로 그럭저럭 살다가, 삶이 시한부 삶이 되자 일분일초를 의미 있게 살다 간다. 삶이 지루할 때 보면 좋은 영화다. /김순희 수필가
청정지역 영주시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산물과 이를 가공한 식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농산물은 생산 과정에서 자연 환경적 요소 등이 중요하지만 이를 키우고 가꾸는 농심 또한 큰 몫을 한다. 영주시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은 환경적 요소에 농심이 더해져 우수 생산물이 생산되는 곳이다. 500년 역사 풍기인삼 약효 탁월 소백산맥 선물 영주사과 당도 ↑ 거세 우량소 사육 한우, 육질 으뜸 아토피•알러지 피부에 좋은 인견 국내산 고구마 활용한 ‘고구마빵’ 영주 産 찹쌀 원료 도너츠도 인기 영주시 농특산물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도를 높여나가는 것은 농가소득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영주시의 특화된 농업정책과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농가들의 기술 접목, 우수제품 생산을 위한 관계기관 및 작목반들의 연구와 노력의 성과가 모인 결과다. 특히 1차 산업에서부터 6차 산업에 이르기까지 생산된 제품에 대해 국내외 판로 확보와 소비자 신뢰도가 소비로 이어지기까지 유통 관련 지원업무가 적극 뒷받침된 것도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영주시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 중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몰이를 하는 품목은 풍기인삼, 영주사과, 영주한우, 영주기능성 쌀, 풍기 인견, 단산 포도, 순흥 기지떡, 고구마 빵, 정 도너츠, 소백산 오정주, 벌꿀, 순흥 복숭아, 영주 계란, 부각, 한과 등과 이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이 있다. □ 풍기 인삼 국내 최초 재배삼의 시배지인 영주 풍기 지역은 500여년의 재배인삼 역사를 통해 품질이 우수한 인삼을 생산하고 있다. 소백기슭의 풍부한 유기물과 대륙성 한랭기후와 배수가 잘되는 사질양토로서 인삼이 생육하기 좋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어 육질이 단단하며 유효 사포닌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풍기인삼의 특성을 살린 인삼가공제품은 20여종으로 전국에 유통되고 있다. 풍기인삼의 특징은 육질이 탄탄하여 중량이 무겁고 약효가 뛰어나고 같은 분량을 달여도 다른 인삼보다 훨씬 진하며 약탕기에 끊여 재탕, 삼탕을 해도 물렁하게 풀어지지 않는다. 피로를 빨리 회복하고 식욕을 돋구어 주고 적혈구 증가 등 신진대사를 원활히 해준다. 인삼의 효능은 많은 연구결과 장기적 복용 시 면역력을 높여 체내에서 병 발생에 대한 위험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의학적 효능은 당뇨병, 암, 동맥경화 및 고혈압, 빈혈, 노화방지, 피로 및 스트레스 해소, 한방적 효능으로 신체허약 개선, 강장효과, 간기능강화, 체력증진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삼 가공식품은 절편삼, 홍삼절편삼, 홍삼차, 홍삼정과, 홍삼정, 홍삼타브렛, 홍삼액, 홍삼분말, 인삼분말, 홍삼정, 홍삼캡슐, 황금홍삼비누, 홍삼벌꿀비누, 홍삼우유비누, 홍삼제리, 홍삼캔디 등이 있다. 문의 풍기인삼공사영농조합법인 054)638-2304 풍기인삼협동조합 054)636-2714 □ 영주사과 영주시는 전국의 사과 생산 중 14.5%를 차지하는 제1의 사과 주산지로서 백두대간의 주맥인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분기하는 지역의 소백산 남쪽에 위치한 산지과원에서 생산돼 풍부한 일조량과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 덕택에 맛과 향이 뛰어나며 성숙기 일교차가 커 당도가 높다. 쓰가루 품종은 품질의 우수성이 입증돼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고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품종이다. 영주사과는 포장단위를 5kg, 10kg와 소비자들의 다양한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봉지 사과를 출시하는 등 소비 다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저장시설의 현대화로 연중 질 좋은 사과를 출하하고 있다. 문의 영주농협공판장 054)636-8594 풍기농협공판장 054)636-3209 □ 영주한우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소백산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에서 사육된 영주한우는 개량된 암소에 1등급 정액으로 인공 수정해 생산된 우량 숫송아지를 5-6개월에 거세하고 한우고급육 표준사양관리프로그램에 의거 사육하며 비육 후기에는 영주시와 건국대학교 축산대학 정태영 교수팀이 협력해 1996년부터 1997년 2년에 걸쳐 개발한 아마종실을 첨가한 특수사료 급여와 초음파 육질 진단을 해 출하적기를 판단, 고품질의 육질만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영주한우는 부루세라병 등의 악성가축전염병을 완전차단하고 축산물의 위생,안정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해 사육·도축·가공·판매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쇠고기이력추적시스템을 2006년부터 시범실시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문의 영주축협유통센터, 054)630-6710, 하나로마트 630-6740 횡재먹거리 한우 054)638-0094 □ 풍기인견·고구마빵·찹쌀 도너츠 이 밖에도 식물성 자연섬유로 피부가 여린 갓난아기, 알레르기성 피부, 아토피성 피부 등 피부가 약한 분들에게 좋은 풍기인견과 전국 최초로 지역에서 생산된 순수 국내산 고구마를 활용해 만든 고구마빵, 영주지역에서 생산된 국내산 찹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찹쌀 도너츠 등이 있다. □ 단산포도·순흥복숭아 계절 과일로는 맛과 향이 뛰어나고 당도가 높은 순흥복숭아와 단산 포도가 인기다. 특히 순흥복숭아는 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인기가 높아 동남아 지역 7, 8개국에서 매년 수입하고 있다. 영주시는 추석을 맞아 농특산물 쇼핑몰 영주장날에서 9월 한 달간 추석맞이 할인전을 진행한다. 이번 할인 기간에는 축산류와 양곡류는 20%, 그 외 품목은 30%까지 할인하고 예산 소진시 행사가 조기 종료 될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믿을 수 있는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130여개 농가·업체가 입점해 3000여 개 품목 제품을 판매 중이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5-09-2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중동국가간 긴장고조로 세계 곳곳에 군비경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K-방산은 오늘날 국가 안보의 영역을 넘어 새로운 경제질서를 만드는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 특히 경북·구미 방산혁신클러스터는 경남·창원 클러스터 및 대전 클러스터와 함께 한국 방위산업을 이끄는 3대 중심축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구미컨벤션센터와 금오공과대 등 구미에서 열린 ‘2025 항공방위물류박람회(GADLEX)’와 ’제3회 제2작전사령관배 드론봇 전투경연대회’ 등 방위산업 행사는 구미를 위시한 창원·대전 등지 K-방산의 현주소와 미래 성장 잠재력을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국내외 기업 94곳 204개 부스 설치 VR 등 군 기술 체험 프로그램 운영 금오공대서 열린 드론봇 전투 관심 가공할 파괴력에 ‘게임 체인저’ 실감 市, 8개 기업 5841억 투자유치 성과 □ 2025 항공방위물류박람회(GADLEX)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구미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항공방위물류박람회는 세계적 방산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화시스템과 LIG 넥스원 등 국내외 94개 기업·기관이 참여해 204개 부스를 운영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박람회에는 △10개 해외기업이 참여하는 절충교역 연계 수출상담회 △방위산업공제조합·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진행하는 정부지원 사업 1:1 컨설팅 △대구경북공항 물류산업 육성 정책토론회, GDIP 포럼, UAM·드론방호돔 세미나, 구미시 투자설명회, 기술교류회, 2025국제드론산업포럼 등 각종 포럼과 세미나가 마련돼 산업계·학계·기업 간 협력과 교류가 활발히 이뤄졌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청년·대학(원)생 인재채용 상담 및 설명회’는 청년층에 취업 기회와 진로 탐색의 장을 제공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 ㈜대한항공,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퍼스텍, 위드포스, 한국우주항공산업(KAI), 한국항공서비스(KAEMS), 모아소프트, 넥스트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유수의 항공·방위산업 기업들이 참여해 현장에서 대학(원)생과 직접 소통하며 미래 인력 확보와 우수 인재 발굴에 나섰다. 또 박람회 기간동안 △안티드론건 재밍훈련 시뮬레이터 △헬기 조종 VR 시뮬레이터 등 다양한 군·항공 분야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돼 참관객들이 직접 최신 기술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와함께 구미시는 한국방위산업진흥회·경상북도와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 기관은 △방산기업 교육 지원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 △방위산업 분야 협력 및 공동교육·연구·정보교류 △방위산업 수출진흥 및 국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구미 방산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 방위산업 발전을 이끌 계획이다. □ 가공할 드론봇의 운영 시험무대, ‘드론봇 전투경연대회’ 금오공대에서 진행되는‘제3회 2작전사령관배 드론봇 전투경연대회’는 모두 7개 종목으로 나뉘어 ‘군사적 활용’분야와 ‘스포츠 참여형’ 분야로 운영됐다. 군사적 활용 분야는 드론의 군사적 활용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감시정찰, 폭탄 투하, 기체창작, 로봇 챌린지 총 4개 종목으로 진행되고 스포츠 참여형 분야는 드론축구, 드론 레이싱, 드론 배틀 3개 종목이 개최됐다. 이 대회는 △작전사 AI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을 위한 기반 조성 △드론봇 운용 고등 기술 숙달 및 전투발전 소요 창출과 대학의 첨단과학기술 연구분야 중 군내 활용 가능한 분야를 접목시키고 △민·관·군·산·학·연의 협력을 통해 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한 도시지역 작전수행 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시민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수리온 헬기전시 및 탑승, 항공·드론 시뮬레이터, 로봇 제작, 3D프린팅, 팝드론 배틀, 드론 조종, 레이저 각인, 모의사격 체험 등이 선보였고 군악연주, 의장대 시범, 버스킹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선보였다. 드론봇 대회 운영관계자는 “드론봇은 수십만원 또는 수천만원의 제작비만으로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전차 군함 항공기를 파괴하는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다”며 “드론봇의 뛰어난 성능은 최근 러·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입증된바 있어 국제 무기시장에서 주요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 삼양컴텍 등 8개기업 5841억원 방위산업 투자유치 앞장서 온 구미시 구미 방산혁신 클러스터는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반도체·반도체·통신 등 IT 기술을 방산 장비및 무기에 접목하는 핵심방산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가 조종사와 함께 전투기를 조종하고 로봇 병사가 인간 병사를 지원하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구미에는 지난해 세계 100대 방산기업에 진입한 한화그룹(24위)의 일원인 한화시스템과 LIG 넥스원(76위) 등 방산전자 대표 기업과 130여개 중소기업이 방산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LIG 넥스원은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인 천궁과 중거리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함대공 유도무기 해궁등 유도무기에 특화된 방산기업이다. 또 한화시스템은 군위성통신 및 전술정보통신 체계구축과 30mm 차륜형 대공포로 세계방산시장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밖에 K2 전차 특수장갑 생산업체인 삼양컴텍, 소형전자전장비와 함정용 방향탐지장치 전문업체인 빅텍, 유도무기 구동장치를 만드는 엘씨텍 등 중소기업들이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등 대기업과 협력체계를 가동중이다. 2026년 2월 구미 공단동에 준공예정인 ‘첨단방위산업진흥센터’는 260억원의 사업비 투입으로 무기 및 방산장비개발부터 양산, 운용까지 방위산업 전 주기에 걸친 통합 시험 인증 시스템 서비스를 중소·벤처기업에 제공할 예정이다. 또 지난 8월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 인근에 완공된 ‘무인 수상정 테스트베드’는 계류장, 진수장 등을 갖추고 해양무인체계 기술의 실증테스트를 위한 환경시설을 완비해 해군 전력의 고도화에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구미시는 지난 24일 항공방위물류박람회 개막에 앞서 삼양컴텍으로 부터 239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삼양컴텍은 방탄소재 분야 선도 기업으로 이번 투자를 통해 K2 전차와 K21 장갑차의 해외수출 물량 증가에 대응할 계획이다. 폴란드 튀르키에 등 해외수출을 위해 공장증설에 나선 삼양컴텍은 2026년까지 투자를 늘려 56명 가량의 신규 고용도 창출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지난 2022년 387억원 투자에 이은 후속 투자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부지 확보 등 기업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한 것이 추가 투자를 이끌어냈다. 9월 현재 구미시는 방산분야에서 한화시스템, LIG넥스원을 포함한 8개 기업과 모두 5841억원 규모의 투자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방위산업의 해외 수주는 한건 체결만으로도 수백억원 또는 수천억원의 수출효과를 낼 수 있다”며 “구미가 대한민국 방위산업과 항공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지원역량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 글·사진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2025-09-28
한국인의 ‘마늘 사랑’은 유별날 정도다. 각종 음식 관련 서적과 백과사전 등을 펼쳐보면 이런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유럽에서 마늘 소비량이 가장 높은 국가는 이탈리아다. 이 나라 사람들은 1년 동안 약 1kg의 마늘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은 1인당 연평균 소비량이 5kg이 넘는다. 유럽 사람들의 5배 이상을 섭취하는 것이다. 마늘의 원산지는 아프리카 이집트. 그럼에도 ‘마늘 사랑’은 이집트에서 멀고 먼 나라 한국에서 실현되고 있는 격이다. 3년 만에 우량종구 증식 성공… 170t 생산 공모농가 26곳과 협업 ‘균일한 품질’ 확보 타 지역보다 1세대 앞선 ‘주아 1세대 종구’ 가격마저 저렴… 경쟁력 강화·자급률 제고 ‘한국 마늘산업 박람회’ 우수상 수상 쾌거 요리사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한식에서의 마늘은 단순한 향신료가 아니다. 모든 요리를 망라해 그 저변에 깔리는 가장 주요한 재료”라고.“한국 요리의 시작은 마늘이고, 끝 또한 마늘”이란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란 건 주변 식당과 평범한 가정의 주방을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식품학자들은 “마늘은 혼자 지내는 독거생활인이나 편식이 심한 사람에게 유용한 식재료”라고 말한다. 마늘은 칼륨, 인, 칼슘 등의 무기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 B도 다량 함유됐기에 건강을 유지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는 것. 대중적으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령군은 경상북도에서 영천시, 의성군에 이어 마늘 재배 면적이 3번째로 넓은 마늘 주산지다. 농업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리적으로 인접한 경상남도 창녕군, 합천군과 함께 전국 대서마늘 산업을 선도하는 지역으로도 인식돼 있다. 그런 현실을 감안해 고령군은 이미 오래전부터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단일 작물 중 연매출액이 가장 높은 것 중 하나인 마늘 산업의 활성화와 안정적인 보급과 생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 마늘 특성 연구와 종구 구입 문제점 해결 위해 노력 그 중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대서마늘 우량 종구(씨마늘) 보급사업이 손꼽힌다. 고령은 이 사업을 3년에 걸쳐 추진했다. 그렇다면 우량 종구 보급사업의 추진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는 마늘은 인편(쪽)을 통한 영양번식 작물이다. 그렇기에 재배 연수가 길어질수록 병해충 및 바이러스에 감염돼 종구가 퇴화하고, 이로 인해 수량 감소와 품질 저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였다는 것.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필요했다. 둘째는 일부 농가에서 중국산 종구를 구입함으로써 국내 마늘 산업이 위축되고, 불량 종구로 인한 피해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농가 발전을 위해 선결돼야 할 문제였다. 셋째는 농가가 자체적으로 주아재배 종구를 생산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번거로움이 컸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넷째는 타 지역에서 들여오는 종구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매년 수억 원의 자금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어 지역 경제 측면에서도 대책이 필요했다. 그뿐 아니라 농가에서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 종구 보급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 2022년부터 사업 본격화...올해 씨마늘 170t 생산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고령군농업기술센터는 2022년부터 대서마늘 ‘우량종구 증식체계 구축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주아재배 종구 생산의 시작 단계인 주아 채취를 실시했고, 2024년에는 단구(씨마늘 전 단계) 생산을 거쳐, 올해는 최종적으로 주아 1세대 씨마늘 170t을 생산하는 성과를 이뤘다. 우량종구 증식체계 구축사업은 3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로 이남철 군수의 의지와 농업기술센터의 자체 역량을 결집해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하지만, 파종 및 수확 작업 등 기상 여건과 인력 수급 등의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씨마늘 생산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공개 모집된 26명의 증식 농가와 협업해 균일한 품질을 확보하는 등 민간과 지자체의 노력이 합해져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고령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고령군은 지난 7월 고령군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2025년산 주아1세대 씨마늘 수매 및 농가 보급 행사’를 통해 101명의 농가에 총 4772망의 씨마늘을 보급했으며, 거래금액은 모두 4억4989만원에 달한다. 이번에 보급한 종구는 타 지역보다 1세대 앞선 ‘주아 1세대 종구’로 가격 또한 저렴하게해 고령군 마늘 재배 농가의 경쟁력 강화와 자급률 제고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 □ 마늘산업 박람회서 품질의 우수성과 경쟁력 인정받아 또한 지난 8월엔 경북 영천시에서 열린 ‘2025년 제1회 한국 마늘 산업 박람회’에 고령군농업기술센터가 실증시험포장에서 생산된 조직배양 마늘을 출품했다. 이 마늘은 품종별 품질 평가회에서 ‘대서종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고령군 마늘의 우수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성과인 동시에 품질 경쟁력을 증명하는 사례로 기록됐다. 마늘은 건강에 좋은 식품 가운데 하나다. 항암 효과가 있고, 전립선 건강에도 좋으며, 피부의 노화도 막아준다고 알려졌다. 한의학계에서도 “마늘을 익혀 먹으면 음기가 강해진다”는 말이 전한다. 마늘에 함유된 알리신은 피로 회복과 스테미너 증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현재 고령군은 기존 주아재배 종구보다 품질이 뛰어난 조직배양 종구 생산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증시험포장 내 조직배양 종구 생산 및 증식 시설을 갖춘 ‘대서마늘 우량종구 증식보급센터’ 구축을 위해 국도비 공모사업도 추진 중이다. 2027년부터 연간 10t 규모의 조직배양 종구를 농가에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대서마늘 산업의 고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남철 고령군수는 “마늘 주산지인 고령의 명성에 걸맞게 사업 규모와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며 “마늘 뿐 아니라 고령군 주요 농산물의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고 약속했다. /전병휴 기자 kr5835@kbmaeil.com
2025-09-25
인간의 단위가 가족에서 부족으로, 다시 국가로 확대되며 전염병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이 강하게 요구되며 보건 행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보건 행정은 국민이 심신의 건강을 유지함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건강증진을 도모하도록 돕는 보건정책으로 구체적으로는 영유아와 성인에서 노인까지의 보건 대책, 성인병이나 전염병을 포함한 각종 질병 대책과 정신위생 대책 등을 말한다. 이러한 보건 행정을 수행하기 위해 전국의 시·군·구 단위에 설치된 행정기관이 보건소다. 보건소의 사업 또는 조직이 본격화된 것은 20세기 초반으로 일본은 1937년, 대만도 1945년부터 위생보건소를 설치해 보건 활동을 전개했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부터 보건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6·25 전쟁 등 빈약한 국가재정으로 보건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다 1956년 12월 ‘보건소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법률 제406호로 공포됨에 따라 전국적인 보건소 활동이 가능해졌다. 지방보건소는 인문지리적인 조건과 지역주민의 요구 등에 따라 조직과 체제가 다르게 발전돼 주로 도시형 보건소와 농촌형 보건소로 조직과 구조가 구분돼 발전돼 왔다. 응급 골드타임 사수·공공 심야약국·결식 아동들 식생활 문제부터 전문가 심리상담 까지 전 세대 아우르는 의료복지 사각 해소 노력 2023~2025년 ‘우수지자체’… 지난해 ‘치매 사업’ 등 총 9개 기관상 내년에 보건지소 원격협진 본격 가동 더 촘촘한 지역 밀착형 진료 □ 경산시보건소의 시작과 역사 경산에는 지난 1961년 1월 경산군보건소가 설치되고 2월에 남천면 보건지소가 설치되어 보건 행정의 첫발을 내디디고 1962년 4월에 자인과 와촌보건지소를, 1964년 4월에 하양·압량·진량·경산·용성·남산보건지소를 설치했다. 이후 보건 행정의 서비스를 넓히기 위해 1983년 12월 용성 육동보건진료소를 설치하고 1989년 12월 진량 대원보건진료소를 설치하기까지 10개의 보전진료소를 설치해 의료서비스 사각지대를 해결하고 있다. 1989년 1월 경산시·군이 분리되며 1991년 경산시 보건소가 설치되었다 1995년 1월 시·군이 통합되며 경안로30길 18(삼북동)로 이전했다. 2002년 12월 현재의 보건소로 이전해 여러 차례 개편을 거친 조직은 2024년 보건행정과와 건강증진과, 방문진료과, 식품의약과로 개편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 경산시 보건 행정의 도전 경산시는 ‘지속 가능한 건강 도시’를 목표로 감영병 예방과 치매와 만성질환 관리,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 등으로 시민의 삶 속에서 든든한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2026년에는 원격협진과 첨단 장비를 도입해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고 어르신과 임산부를 위한 예방접종을 강화한다. 보건기관 환경정비로 쾌적한 진료 환경을 구축하고 의료인력 부족으로 불편을 겪었던 7개 보건지소에 원격협진 사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지난 4월 도입된 화상 시스템은 진료와 처방, 복약지도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며 의료취약지역 주민들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고 있다. 또 10개 진료소에는 지역 밀착형 진료와 건강한 생활 습관 정착을 돕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첨단 의료 장비 도입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진료 환경을 마련한다. 올해부터 임신 27주 이상 36주 이내 임산부와 배우자,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까지 백일해를 무료 접종해 출산 친화적 환경을 조성했다. 또 65세 이상에만 지원하던 인플루엔자 무료 접종을 지난해부터 60세 이상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소아과·산부인과의 필수 의료 체계를 강화하고 응급의료 시스템을 혁신해 골든타임을 지키고 먹거리 플랫폼과 안전한 급식 관리로 시민이 안심하고 생활해 모든 세대가 웃으며 행복을 나눌 수 있는 도시에 도전한다. □ 경산시 보건 행정의 두드러진 성과 경산시는 2023년 제8기 지역 보건의료계획(2023~2026년) 수립 성과대회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24년 2차, 2025년 3차 연차별 계획에서도 우수 지자체에 이름을 올리며 시민 건강을 위해 효율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능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또 감염병 예방관리와 치매 예방 사업, 만성질환 예방, 맞춤형 건강증진 사업, 비대면 건강관리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경상북도가 주관한 제53회 보건의 날 기념 ‘2025년 보건 시책사업 우수기관 평가’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다시 한번 역량을 입증했다. 지난해에는 감염병 관리와 대응 부문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중앙정부와 경북도평가에서 2023년에 이어 연속 기관상에 ‘치매 극복 관리사업’을 비롯한 주요 보건복지 정책들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총 9개의 기관상을 받았다. □ 초고령사회 선제 대응과 출산 정책 강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6%를 넘기며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경산시는 예방접종 등과 더불어 어르신 건강관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치매 검진과 맞춤형 사례관리, 예방과 인지 강화 프로그램, 환자 쉼터 제공, 공공후견 사업 등을 연계한 치매 통합관리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어르신의 건강과 존엄성을 보장하고 있다. 또 화면형 AI 스피커와 블루투스 건강측정기를 활용해 어르신의 일상 속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맞춤형 돌봄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미혼 남녀의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결혼으로 이끄는 ‘경산시 솔로탈출 single, 벙글!’ 프로그램에 출산가정을 위한 정책도 확대하며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50만 원의 산후 조리비를 100만 원으로 상향하고 실생활에 필요한 출산 축하 박스도 지원한다. 다자녀 가정을 위한 농수산물과 35세 이상 고령 산모 진료비 지원, 생애 초기 건강관리사업 등 맞춤형 돌봄 정책으로 출산가정이 안심하고 건강한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처럼 경산시의 보건 행정은 응급환자 골드타임 사수, 공공심야약국, 어린이와 사회복지시설의 식생활 문제 해결, 전문가 심리상담 등 전 세대를 아우르고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의료복지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지난 성과를 밑거름으로 한 걸음 더나가는 경산시보건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신규사업을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다”며 “어르신·임산부 예방접종 확대, AI·IoT 돌봄과 응급·필수 의료 강화로 건강한 경산을 만들며 나아가 안전한 먹거리 관리와 출산·육아 지원 정책을 확대해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모든 세대가 어울려 건강한 일상을 만드는 행복 도시 경산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5-09-23
전통 정자 문화의 중심지인 봉화군에서 예술과 자연, 문화유산이 만나는 특별한 예술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이 기획한 이번 프로젝트는 ‘누정愛아티스트’라는 이름으로, 전통 건축물인 정자(亭子)를 모티브로 현대 예술 창작과 지역 문화의 융합을 시도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봉화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누정(樓亭)이 남아 있는 지역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전통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예술 실험이 가능한 최적의 무대를 제공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서양화가 김창한 작가를 첫 초청 작가로 맞이해 정자의 미학과 봉화의 풍경을 현대 회화로 재해석하는 시도를 담아낸다. 봉화정자문화생활관, 아티스트 레지던시… 전국 최다 누정 보유한 봉화서 시작 서양화가 김창한 참여 내년 봄까지 작품 25점 창작, 지역 문화·관광 활성화 기대 □ 봉화, 누정문화의 심장부 누정(樓亭)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자연 속에서 사색하고 풍류를 즐기던 정자 건축물로, 단순한 쉼터를 넘어 당대 지식인의 정신세계와 미의식을 반영하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봉화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3개의 누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청량산 자락과 백천계곡, 띠띠미마을 등 수려한 자연 속에 정자들이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청암정, 한수정, 몽화각 등 수백 년을 이어온 정자들은 봉화의 정신문화와 자연친화적 삶의 철학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선현들의 학문과 풍류가 교차하는 역사적 무대가 되었다. 이처럼 봉화에 누정이 유독 많이 남아 있는 이유는 단순한 사족(士族)의 거주 때문이 아니라 청량산과 문수산 등 조화로운 자연환경이 선비들의 풍류와 사색의 공간으로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정자들은 자연과 예술, 철학이 만나는 장소로 기능하며 선현들의 미학과 사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오늘날에도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 예술가를 위한 창작의 쉼터, ‘누정愛아티스트’ 레지던시 ‘누정愛아티스트’는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이 주관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예술가들이 일정 기간 머물며 창작 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레지던시는 예술가에게는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에는 예술과 문화가 스며들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적 플랫폼으로 자리한다. 특히 봉화의 누정이라는 독창적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점은 타 지역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최근 국내외 다양한 도시와 마을에서 레지던시가 예술과 지역이 상생하는 중요한 문화 생태계로 주목받고 있다. ‘누정愛아티스트’ 또한 단순히 창작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가와 지역 주민이 교류하며 서로의 삶과 문화를 나누는 과정을 중시한다. 정자라는 전통적 건축 공간과 현대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영감과 실험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창작은 더욱 풍성해진다. 이 프로그램은 예술가에게는 창작의 쉼터이자 예술을 꽃피우는 인큐베이터로, 지역에는 문화적 자산을 확장하는 동력이 된다. 봉화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정자가 품은 정신적 유산이 예술가의 상상력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콘텐츠와 공동체적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누정愛아티스트’는 예술과 지역 문화가 어우러져 미래지향적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야외 화가 김창한, 봉화의 풍경을 화폭에 담는다 이번 프로그램의 첫 초청 작가는 야외작업과 생동감 넘치는 풍경화로 정평이 나 있는 중견 서양화가 김창한이다. 김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개인전 54회, 단체전 230여 회를 개최한 중견 화가다. 특히 그는 어린 시절 봉화 외가에서 자라며 봉화와 깊은 인연을 맺었고 부친 또한 봉화 상운면에서 사과 농사를 지어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있다. 작품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일본, 호주, 캐나다, 미얀마 등지에서도 전시됐으며, 자연과 고향의 풍경을 서정적인 필치로 표현해왔다. 울산시립미술관, 현대예술관, 롯데호텔, SMS Korea 등 다양한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현재는 전업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와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은 누정갤러리에서 올해 6월에 첫 초대전을 개최한 것을 인연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하게 됐다. 김 작가는 2025년 여름부터 2026년 봄까지 봉화에 총 4회 이상 머물며 봉화의 주요 정자와 자연경관, 마을풍경을 소재로 대형 회화 작품을 포함한 25점 내외를 창작할 예정이다. □ 창작의 쉼터 솔향촌과 전시의 무대 누정갤러리 김창한 작가의 창작활동은 봉화정자문화생활관 내 체류형 숙소인 ‘솔향촌’에서 이루어진다. 솔향촌은 소나무 숲에서 풍겨오는 솔향기를 맡으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숙박시설로 정자와 숲, 마을이 조화를 이루는 조용한 자연 속 공간으로 예술가에게 창작의 몰입을 제공한다. 한편 작품전시는 내년 5월 말부터 약 3주간 봉화정자문화생활관 내 ‘누정갤러리’에서 진행된다. 누정갤러리는 2023년 6월에 문을 연 전시공간으로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의 누정오경과 조용한 자연환경이 제공하는 전통미와 현대적 전시 환경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 주민과 함께 만드는 문화와 관광, 예술이 만나는 프로젝트 ‘누정愛아티스트’는 예술가 혼자만의 작업에 머무르지 않는다. 프로그램 기간 동안 김창한 작가는 지역주민과 관람객을 대상으로 오픈스튜디오, 드로잉클래스, 작가와의 대화 등을 운영하며 예술적 체험을 통해 지역민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창작과정은 SNS와 유튜브(야외화가 김창한)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개되어 봉화의 문화유산과 자연을 전국에 널리 알리는 콘텐츠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문화·관광·예술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지역 브랜딩 모델로서의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봉화군 관계자는 “정자라는 전통 공간에서 탄생한 예술작품은 봉화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새롭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며 “향후 봉화를 사랑하는 다양한 예술가들과 함께 사진,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장르로의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5-09-22
- 포스코 명장으로 선정된 소감과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포항제철소 압연설비2부 STS압연정비섹션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재석이다. 1987년 포스코에 입사해 어느덧 38년째 압연정비 분야에서 한 길을 걸어왔다. 올해, 포스코 명장이라는 영예로운 자리에 오르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 명장이라는 타이틀은 내게 큰 자부심이자,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안겨준다. 사실 명장이란 목표는 나에게도 한때는 너무 멀고 막연하게만 느껴졌다. ‘명장이 되겠다’는 거창한 꿈을 품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매일매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오늘 내가 현장에서 개선할 수 있는 한 가지, 이번 달에 꼭 이루고 싶은 작은 변화, 올해 반드시 남기고 싶은 성과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명장이라는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 포스코에서의 시간은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수많은 기계 설비와 마주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 그리고 현장에서 크고 작은 난관들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명장이라는 자리는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함께 땀 흘린 동료들, 선배와 후배, 그리고 나를 믿어준 회사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다. 냉연정비과에서 ‘정비인의 길’ 시작 문제 설비 직접 조립하며 원리 터득 현장에서 부딪히며 ‘기술 본질’ 이해 2022넌 냉천 범람 당시 침수 제철소 ‘비상 복구용 다용도 유압장치’고안 발전기에 전기공급 위기 해결하기도 노하우·경험쌓은 후배들큰성장위해 해외법인 현장근무도 적극 권하고파 - 어린 시절과 포스코 입사 전 성장 스토리도 말해달라. 나는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에서 태어났다. 상동은 낯익은 곳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두메산골도 아니었다. 당시 상동은 텅스텐 광산촌으로, 속된 말로 ‘잘나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곳의 생활상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수입이 좋아 자녀들이 과외수업을 받을 정도였지만, 광산에서 일하지 않는 이들은 농사를 지어 광산촌에 납품하며 빈곤한 생활을 이어갔다. 나 역시 광산과는 거리가 먼 농가에서 9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와야 했다.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하교 후 곧바로 소에게 풀을 먹이는 일을 맡았다. 소를 데리고 산에 오르는 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어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생각의 틀, 방법의 틀을 만들게 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틀에 꾸준함을 더해 성과를 이뤄내는 습관이 자리 잡았다. 고향인 상동을 떠난 것은 포철공업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포항으로 오게 되면서였다. 포철공고를 선택한 이유는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가난한 농부인 아버지와 많은 식솔을 생각하면 대학 진학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포철공고를 졸업할 때쯤 자연스럽게 포스코 입사를 결심했다. - 포스코에서의 첫 시작은 어땠는지? 나는 포스코 압연정비부 냉연정비과에서 정비인의 길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설비를 새로 구축하고 안정화하는 시기여서, 선배들도 모든 것을 완벽히 아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뜯어보고 조립하면서 원리를 스스로 터득해야 했다. 단순히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고쳐서 다시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만큼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우는 경험이 나를 성장시켰고,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줬다. -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이처럼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얻은 경험을 통해, 나는 기술개발에서 ‘원리를 이해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주어진 방법을 따르기 보다는, ‘왜 이렇게 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원인을 파악하려고 했다. 실제로 기름 농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활용해, 냉각수에 섞여 나온 기름의 양을 알아낸 적도 있다. 이런 응용이 가능했던 건 센서의 원리를 잘 이해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후배들에게도 항상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직접 부딪히고 고민하면서 원리를 스스로 터득하라”고 조언한다. 이런 과정에서 진짜 실력이 쌓이고, 작은 성취라도 스스로 의미를 찾으면 힘든 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내면의 힘과 지혜가 생긴다. - 제철소가 침수된 위기 상황에서 ‘비상 복구용 다용도 유압장치’를 고안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들었다. 이런 발상의 전환은 어떻게 가능했는지? 2022년 냉천 범람으로 인해 제철소가 침수되고, 전기가 끊기면서 유압 시설까지 멈춰버린 현장을 마주했을 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제품이 설비에 그대로 물려 있는 상태라, 전기가 복구되더라도 바로 시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떠올린 것이 ‘비상 복구용 다용도 유압장치’였다. 설비에 임시로 유압을 공급할 수 있는 장치인데, 비상용 발전기를 연결해 전기를 공급하면 이동식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 장치 덕분에 설비에 물려 있던 제품을 안전하게 빼내고, 전기를 복구해 바로 시운전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장치가 획기적인 기술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던 건, 평소에 현장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습관 덕분이었다. 정비업무를 하면서 늘 ‘만약 이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대응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대안을 머릿속에 그려왔다. 이번에도 그 경험이 발상의 전환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위기 속에서 현장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늘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 명장이 된 이후, 후배 양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최근 들어 후배 양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후배들이 해외에 나가 현장을 직접 경험해보길 권하고 싶다. 설비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이 쌓이면 해외 법인에서 근무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는데,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상황이 절대 녹록지 않다. 본사에서는 문제를 함께 풀어줄 동료와 전문가가 많지만, 해외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나만 바라보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런 상황은 실로 엄청난 부담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포스코 대표, 더 나아가 국가대표’라는 책임감을 절실히 느꼈다. 자연스럽게 ‘최고의 전문가가 돼야겠다’는 각오가 생기고, 실제로도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이 소중한 경험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후배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앞으로도 후배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선배로서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지식을 나누는 데 힘쓰고 싶다. - 기술 특허, 수상 경력, 그리고 자격증까지 화려한 성과를 이루었는데,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멈추지 않고 작은 실천들을 행하는 것’이 내 삶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현장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그냥 넘기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개선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압연기능장, 용접기능장, 산업안전기사 등 여러 자격증을 취득했고, A등급 7건을 포함해 총 69건의 특허도 출원했다. 이런 성과들이 쌓일 때마다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낀다. 또, 오랜 시간 불우 아동을 1대1로 돕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나눔의 기쁨과 책임감도 배우고 있다. 앞으로도 내 삶에서 작은 실천들을 이어가며 주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 마지막으로, 명장으로서 앞으로의 목표와 다짐은 무엇인가? ‘명장’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는 단순히 기술력이나 경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 같다. 이제는 나의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현장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더 나은 포스코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앞으로도 늘 그랬듯,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에 집중하며, 현장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싶다. ‘포스코 명장’ 신재석 포항제철소 압연설비2부 STS압연정비섹션 부장은… △ 1968년 1월 5일생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 졸업 △ 1987년 7월 입사 (근속연수 38년) △ 2006년 포스코 창립기념 모범사원 선정 △ 2021년 경상북도 최고장인 선정 (기계분야) △ 2023년 대한민국 우수숙련기술인 선정 (기계분야) △ 2023년 국회의원 표창장 (봉사 부문) △2025년 포스코 명장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9-14
다식(茶食)은 다소 떫고 쌉쌀한 차를 마시는 문화와 함께 발달해왔다. 한국과 더불어 중국과 일본에도 차에 곁들여 먹는 달콤한 과자가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적지 않은 여행자들이 일본을 다녀올 때면 ‘일본판 다식’이라 불러도 좋을 화과자(和菓子)를 사온다. 화과자의 설탕 함유량이 엄청나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일본 역시 녹차와 홍차를 마시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건 화과자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나무위키’는 다식을 “한과의 일종으로 신라와 고려시대에 널리 성행했던 차(茶) 문화와 함께 생겨난 과자”라고 정의하며, “곡물가루를 꿀에 반죽하여 모양을 만든 것이기에 과도하게 달다. 두께는 동전 4~5개를 쌓아놓은 정도고, 크기는 손톱 만하게 작지만 하나만 먹어도 씁쓸한 녹차나 다류가 땡긴다”고 부연하고 있다. 그렇기에 체중 조절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먹기엔 적절한 음식이라고 할 수 없는 게 다식이다. 과도한 당분이 그 이유일 터. 하지만, 쳐다보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고 화려한 동시에 혓바닥을 녹일 듯한 매혹적인 단맛은 다식을 쉽게 끊을 수 없게 만든다. 우리가 시나브로 커피와 담배에 중독되는 것처럼. 그렇기에 가능하면 먹는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송홧가루나 콩가루, 밤이나 참깨 등 몸에 덜 해로운 재료로 만든 다식을 선택하는 게 다식에 의한 폐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지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