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기획ㆍ특집

“빠듯한 생활비에 자식 부담될까…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죠”

퇴직 후에도 경제적 이유로 노동 시장에 남아야 하는 고령층의 현실은 고단하다.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살고 있는 A씨(70)는 50대 초반 대기업에서 퇴직한 후 몇 년간 작은 가게를 운영했지만, 경기 악화와 매출 부진으로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50대 후반부터 다시 일자리를 구해 일을 해왔고, 현재는 대형 마트에서 출납원으로 일하고 있다. A씨는 “몸이 예전 같지 않아 힘들지만, 생활비 마련과 자녀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어쩔 수 없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2022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퇴직 연령은 49.3세. 실질적으로 노동 시장에서 퇴장하는 나이는 72.3세로 조사됐다. 고령층이 퇴직한 후에도 약 23년간 다른 일자리를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66세 이상의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40.4%로, OECD 평균 14.2%의 세 배에 달해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제적 불안정성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포항시 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B씨(66)는 “국민연금을 받긴 하지만, 그 돈으로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비원 일은 다행히 나이 제한이 덜해서 내 나이에도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다. 월급과 국민연금을 합쳐야 겨우 생활이 가능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지난달 3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12월 기준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498만명으로, 전체 973만명 중 무려 5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급률이 노인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것은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최초다.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82만원 정도다. 국민연금만으로 안정된 노후를 기대하기 어려운 고령층이 노동 시장에 재진입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진다.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 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고령층 55~79세 인구는 1598만3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50만2000명 증가했다.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은 60.6%로 전년 동월 대비 0.4%p 늘었다. 고령층 취업자는 943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만6000명 증가, 고용률은 59.0%로 0.1%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래 근로 희망자는 1109만3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0.9%p 상승, 희망 근로 연령은 평균 73.3세로 0.3세 증가했다.경북도의 경제활동 인구 현황에 따르면 55~64세 예비노인은 69만2000명, 65세 이상 노인은 59만 9000명으로 집계됐다. 대구시의 경제활동 인구는 55~64세 예비 노인이 53만1000명, 65세 이상 노인이 22만800명으로 드러났다. 포항시의 노동 연령 별 취업자는 50~64세 9만1200명, 65세 이상 취업자는 3만5400명으로 조사됐다.김진홍 포항시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은 “한국의 고령층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노동 시장에 남아야 하는 현실은 사회적 안전망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이러한 상황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지방정부는 은퇴 고령자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의 선택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재교육, 재훈련의 역할을 지역의 대학과 협력 연대해 예비 고령자들의 전반적인 지식과 직업 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지역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영훈 포항 시니어클럽 관장 인터뷰 / 황영훈 포항 시니어클럽 관장“고령자 경험·능력 활용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마련돼야”저소득층·고연령 어르신 위한단순 노무직·공공근로에 집중경제적 자립·자아실현 충족 못해보상·근무형태 등 맞춤지원 기대 은퇴후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다양한 취미생활에 몰입하면서 평온한 노년을 보내는 것은 이제 꿈이 되어 버렸다.한국의 고령층들은 경제적 이유로 노동 시장에 계속 남아야 하는 상황이다. 평균 퇴직 연령은 49.3세지만, 실제 노동시장에서의 퇴직 연령은 72.3세다. 심지어 66세 이상의 노인 중 40.4%가 소득 빈곤에 처해 있으며, 국민연금만으로는 안정된 노후를 기대하기 어렵다.황영훈 포항 시니어클럽 관장은 고령근로자가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 세대는 약 713만 명에 이르며,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했다는 것.“은퇴는 했지만 경제적 필요, 건강 개선, 사회적 참여 욕구로 인해 이들은 꾸준히 일자리를 찾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령 근로자가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황 관장은 고령 근로자의 사회적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현재 대부분의 노인 일자리는 저소득층과 고연령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익형 일자리에 편중되어 있어, 이들의 경험과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자리는 낮은 임금과 제한된 근로 시간으로 경제적 자립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 고령 근로자들의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죠.”노인일자리의 대부분이 시청이나 동사무소에서 주선해주는 단순 노무직이나 공공근로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 지속적이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무엇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다양화와 전문화가 필요합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교육, 창업 지원, 사회적 기업 연계 등의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또한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합니다. 고령 근로자들이 교육,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봉사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황 관장은 또 노인들이 꾸준히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맞춤형 지원과 인센티브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유연근무제나 시간제 근무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제공하고 보상(급여)도 성과에 맞게 현실화 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노인들도 보람과 성취감을 가지고 일을 하죠.”황 관장은 노인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노인에게 일자리를 시혜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의 경험과 경력을 사회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지역 내 기관 및 기업과 협력해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성과를 토대로 성공모델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08-28

‘첫 국·공립 통합대학’ 국립경국대, 내년 3월 첫발 내딛어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기피 현상으로 지방 대학교들이 큰 위기를 맞으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경북도립대와 국립안동대는 이같은 교육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통합을 추진해 왔다.두 대학은 마침내 전국 최초로 국·공립대 통합대학교를 출범한다. 교명은 ‘국립경국대학교’로 짓고 2025년 3월 새롭게 출발한다.국립경국대는 경북도와 지자체,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경북도의 대표 거점 국립대학으로 지역사회의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대학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 전국 최초 국·공립 통합대학 출범경북도립대학교와 국립안동대학교는 학령인구 감소와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교육체제 전반의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고자 대학 통합을 추진해 마침내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 2025년 3월 ‘국립경국대학교’로 새롭게 출범한다.통합의 주요내용은 △(학사조직) 학부 12, 학과 15, 대학원 4(일반 1/특수 3) 운영 △2025학년도 입학정원 1539명 선발 △(행정조직) 총장 1, 부총장 2, 4처 1국 1본부 1센터, 4행정실 운영 등이다.국립경국대학교는 전국 최초의 통합 국·공립 통합대학이자 경상북도 지역대표 거점 국립대학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안동, 예천캠퍼스가 소재한 지자체, 산업체, 공공기관과 유기적 네트워크를 기반한 통합대학으로서 경북 중심의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한 인문, ICT, 바이오, 백신 및 공공수요 분야 특성화와 교육여건 개선을 통해 통합대학교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안동캠퍼스는 인문, ICT, 바이오, 백신 분야를 특성화 분야로 전통문화 기반 K-인문 글로컬 인재양성, 농생명과 공학 간 융합을 통한 AgTech 인재양성, 지·산·학·연 협업 기반 경북백신산업 성장 견인을 목표로 한다.또한 학과 간 벽을 허물 수 있는 융합교육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인문사회·IT 단과대학 같은 융합단과대학을 운영하며 전공 분야가 상이한 전공을 통합한 광역 학부제를 추진한다.예천캠퍼스는 축산, 응급구조 등 공공수요 분야를 특성화를 통해 지역 공공수요 기반 인재양성을 통한 지역발전 선도를 목표로 한다. 향후 지역수요 기반의 새로운 전공 신설과 함께 글로벌 한글학교 등을 설치해 캠퍼스별 차별화된 특성화 전략을 추진한다.캠퍼스별 특성화를 기반으로 지역 맞춤형 인재 양성 및 청년들의 지역정주 유도를 통한 지역소멸 예방에 기여하고 다양한 계층에 맞춤형 교육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대학의 책무를 다할 예정이다. □ 광역 학부제 통합모집국립경국대학교는 2024년 9월 9일부터 9월 13일까지 2025학년도 신입생 수시 원서접수를 실시한다. 선발인원은 정원 내 1521명, 정원 외 86명을 포함한 전체선발인원 1625명의 98.9%인 1607명을 수시에서 모집한다.특히 이번 수시모집은 작년 학과 단위 개별모집과는 달리 광역 학부제 통합모집을 통해 학부 내 전공선택권을 100% 보장한다.학부 입학생은 1학년 2학기에 학부 내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사범대학 전 학과, 간호학부, 성인학습자학부 제외)할 수 있으며 학과(전공)를 선택한 이후에도 자유전과제를 통해 학년 제한 없이 학과(전공) 변경이 가능하다. 국립경국대학교는 경북지역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도 마련했다. 2025학년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경북도에 주소를 둔(2025. 6. 30. 기준) 학생에게 1년간 등록금이 면제된다. 안동시·안동시의회와의 협약에 따라 안동시에 주소를 둔 신입생에게는 매년 100만 원의 학업장려금이 지원된다. 이외에도 천원의 아침밥 사업, 다양한 장학제도, 풍부한 해외연수 등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4-08-28

철강업계도 AI 홀릭, 정확하고 안전하게 작업...AI 제철소로 변신한 포스코

사람의 개입이 없는 자동화가 실현된다.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붐이 일면서 철강업계도 고위험·고강도 현장에 산업용 로봇을 도입한다.안전한 현장과 생산성 향상을 제고하고, ‘인텔리전트 팩토리’ 구현을 지원하기 위함이다.글로벌 업황 둔화 속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용 로봇과 AI 기술의 적용이 핵심요소라는 판단에서 해당 분야에 대한 회사 차원의 투자와 인력육성 및 인재 영입을 강화해 나간다.포스코는 주력 생산현장을 대상으로 로봇을 우선적으로 적용해 무엇보다도 안전한 현장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CCTV를 활용한 육안작업 자동화, 조업상황 및 소재품질 상시 모니터링 등에 AI기술을 접목시켜 운전자의 작업 부하를 줄이고, 생산성과 수익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로 코크스오븐 연소 제어코크스는 제철소에서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연·원료로, 코크스의 품질은 곧 쇳물의 품질과 직결된다. 코크스는 코크스오븐에서 석탄을 가열해 만들어진다. 이때 코크스를 어떻게 가열하느냐에 따라 코크스의 품질이 결정된다.열화상 이미지와 AI를 활용한 코크스오븐 자동 연소 제어 시스템은 열화상 이미지를 이용해 코크스의 건류 상태를 판단한다. 이를 딥러닝으로 학습시켜 AI가 적정 연소량에 맞춰 연소를 제어하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시범 도입을 통해 70만 개 데이터를 실시간 검증한 결과, 기술 정합성이 95%가량으로 높게 나타나 실제 조업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포항제철소 2코크스공장은 3기 코크스오븐에 자동 연소 제어 시스템을 일부 활용하고 있다. 연소 제어는 작업자가 수동으로 하되, AI가 제안하는 적정 연소량을 작업에 활용하는 것이다.시스템을 실제 조업에 적용한 결과, 코크스 품질과 연소 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열화상 카메라로 코크스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해 품질 편차를 줄이고, 코크스 제조에 필요한 최적의 연소량을 도출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었다. 안정적인 연소 제어를 통해 질소산화물(NOx) 배출량 또한 감소시킬 수 있어 대기오염물질 저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까지 자동연소제어시스템은 작업 보조용으로만 활용되고 있지만, 향후 포항제철소는 시스템만으로 자동 연소 제어가 가능하도록 사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2코크스공장 3기 코크스오븐 외에도 시스템 적용 개소를 4기, 5기 코크스오븐 설비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 작업 데이터 재학습하는 AI기술 개발철강제품은 두께와 성분 등 고객사의 주문사항에 맞춰 출하되는데, 생산을 거친 제품의 형상이 고객사의 요구 규격을 만족하지 못하게 되면 교정 공정에서 이를 바로잡게 된다.가장 두꺼운 제품을 생산하는 후판공장에서는 별도의 온도조정 없이 생산된 제품을 롤(Roll)과 롤 사이로 통과시켜 물리적인 힘으로 제품을 정정하는 ‘강력교정’ 방식을 사용한다. 현재까지의 강력교정은 제품의 규격과 변형 정도에 따라 압하량이 정량적으로 정해져 있어, 정해진 데이터에 맞게 입(入)측과 출(出)측의 롤 사이 간격을 조절해 실시해왔다.‘후판 강력교정 자동화 모델 재학습 기술’은 단순 정량 데이터 적용을 넘어 AI가 이전 조업 결과를 바탕으로 재학습하고, 보다 효과적인 압하량을 스스로 찾아 교정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재학습 기술을 적용한 이후 포항제철소 후판공장에서는 교정 전과 비교한 교정 후 평탄도 형상관리 지표가 10% 이상 개선되는 등 효과적인 정정작업이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고강도강 교정 시 제기됐던 설비사고 위험성도 크게 줄었다.◇ ‘지게차 안전제동 AI시스템’ 현장도입고용노동부에서 공개한 산업재해 분석정보에 따르면, 제조업 12대 사망사고 기인물 중 지게차에 의한 사망사고가 1위로 20%(632건 중 124건)를 차지하고 있다.‘지게차 안전제동 AI시스템’은 영상인식 기술과 자동정지 속도제어 기술 등이 적용돼 충돌에 따른 재해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지게차가 주변 작업자에게 접근하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지게차가 단계적으로 자동 정지한다. 충돌 위험 거리가 6m 이내일 경우 알람이 울리고, 4m 지점에서는 감속이 시작되며, 2m 이내로 작업자가 근접하면 지게차가 자동 정지한다.해당 기술은 운전자 또는 작업자가 스스로 주변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돌발상황 발생 시 지게차 속도를 자동으로 제어해 지게차 충돌에 의한 재해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제철소 열악한 현장과 다양한 지게차 Maker에 ‘지게차 안전제동 AI 시스템’을 적용한 실증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부터 포스코 DX는 (주)태양전기와 협업해 포스코 뿐만 아니라 포스코그룹 전체로 적극 확산할 계획이다. ◇ Smart CCTV와 AI기술 융합으로 선재제품 라벨 검수작업 자동화포항제철소에서 생산돼 고객사로 출하되는 선재, 코일, 후판 등의 제품 생산 정보와 차량에 상차된 현품 정보의 일치 여부를 검수하는 검수장이 있다. 만약 제품라벨이 검수위치의 반대편에 부착될 경우, 검수자가 차량에 탑승해 직접 육안으로 검수를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때 검수자가 MES 송장정보와 제품라벨을 육안으로 대조하기 때문에 휴먼에러 발생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고객사의 클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적재 차량 위에서 검수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생산기술부 제품출하섹션은 포스코DX와 협업해 Smart CCTV를 활용한 ‘선재제품 라벨 검수 자동화’ 기술은 12대 카메라의 회전과 줌 기능을 제어하는 ‘추적좌표 영상분석’ 모델이 차량에 불규칙하게 적재된 선재제품의 라벨위치를 자동으로 추적해 문자를 인식한다. 인식된 문자는 MES 데이터와 비교한 뒤 검수 결과를 시스템으로 출력한다.해당 스마트 기술은 객체인식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것으로, 고정된 화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AI모델이 직접 CCTV의 각도와 줌 기능을 제어해 라벨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개발된 객체인식 AI 알고리즘을 기존에 설치된 CCTV에 적용하면, 선재제품 뿐만 아니라 후판, 코일 등 다른 제품의 출하 검수장에도 쉽게 확대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포항제철소는 2025년까지 코일 및 후판 제품 검수장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 AI 영상기술로 스마트 제조 혁신 추진포항제철소는 포항 체인지업그라운드에 입주한 AMSquare사, SensingPlus사와 함께 인공지능 및 영상기술 분야에서 합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포스코는 산업현장의 데이터와 제철 공정의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벤처기업은 이를 최신 스마트 기술과 혁신적인 분석 아이디어를 활용해 스마트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양측은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특히 인공지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AMSquare사와의 협력을 통해 포항제철소는 생산 공정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영상분석 전문업체 SensingPlus사와는 열연공장 및 STS냉연공장 입측을 고해상도 3D 스캐너와 카메라로 정밀 실사해 정교한 3D 모델링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포항제철소는 디지털트윈 및 고위험개소 원격점검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이러한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의 상생협력 모델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8-25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지방의회 혁신’ 필요하다

‘의회 없는 자치 없고 자치 없는 민주 없다’는 말이 있다. 지방자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나라에 민주주의란 무의미하단 뜻이다. 하지만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는 ‘지방의회 무용론’이 대세다. 포항시의회의 경우, 원구성에서 파행과 갈등을 거듭해 시민들의 우려가 더욱 심화했다. 이번 제9대 후반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평소에도 의회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뚜렷한 정치철학이나 기조 없이 중앙 정치의 논리와 의석수에 따라 움직인 결과물이다. 뿐만이 아니다. 의원들이 의회 활동 중 일으키는 물의도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민생과 관련된 시급한 안건들도 별다른 진전 없이 대부분 묶여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방의회가 다시 제 기능을 하도록 혁신할 방법은 없는지, 여러 각도에서 모색해봤다. ◇정당공천제 폐지지방의원 정당공천제는 광역의회는 1991년부터, 기초의회는 2006년부터 도입해 지속해오고 있으며 현재는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지방선거에 정당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지방자치도 민주정치의 일환으로서 정당 참여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의사 결정에 대한 책임소재가 명확해진다. 현실적으로도 지방선거에서 정당 참여는 이뤄져 왔다.하지만 정당공천제도로 인해 지방선거의 중앙 정치 예속화가 점점 심화됐다는 부정적 의견도 커지고 있다. 또 지방선거가 지역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중앙정부의 중간평가로 전환, 정당의 지역패권주의가 재현되고 있다. 포항시의회 제9대 후반기 원구성에서도 국민의힘 중앙당의 공문에 따라 의장단 선거 전 의원총회를 열고 내정자를 선임했다. 국민의힘 의원이 다수라 내정자는 그대로 본회의 선거에서 당선됐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당공천을 받기 위해 중앙당이나 지역 국회의원에게 일종의 줄서기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초단체장이나 의원 출마자들이 지역 국회의원에게 고액 후원을 하는 일도 다반사다. 또 각 정당이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을 줄이고 ‘내 사람 끼워 넣기’식의 형태가 계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당공천제도는 정당에 대한 충성심이 강조돼 지방자치를 역행하는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중앙당도 이 같은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일방적인 공천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자 여야 정치권은 지난 4월 총선에서 향후 치러질 지방선거에 시민 투표로 결정되는 ‘상향식 공천’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이 나왔지만 이것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우수인력의 지방의회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때 일부 대상에 대해 정당공천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기초의원의 경우 정당공천제를 없애고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 배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를 거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 포항시의회 한 의원은 “기존에 논의되던 국민경선제의 방식을 보다 체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정당공천을 완전히 배제하는 점진적인 대응책 마련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섭단체 조례 제정포항시의회 김성조(개혁신당, 장성동) 의원은 지난달 31일 제317회 포항시의회 임시회 전 5분 발언에서 “‘포항시의회 교섭단체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광역·기초의회에서 산발적으로 ‘교섭단체 조례’가 제정되고 있다. 25일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243개 기초·광역지방자치단체 중에서 교섭단체를 구성·운영하는 곳은 91개 지자체다. 지난해 3월 개정된 ‘지방자치법’ 63조의2에는 ‘조례로 정하는 수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국회에서와 같이 교섭단체를 지방의회에서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교섭단체는 의회 의사 진행에 관한 중요한 안건을 의장과 협의하기 위해 일정한 수 이상의 의원들로 구성된 의원 단체를 말한다. 보통 의회에서 일정한 정당 또는 원내 단체에 소속한 의원들의 의사를 사전에 통합·조정해 정파 간 교섭의 창구역할을 함으로써 의회의 의사를 원활하게 운영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국회에선 20명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기초의회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를 보면 많게는 9명에서 적게는 3명만 있어도 구성할 수 있다. 소수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해 원내에서 배제되지 않을 수 있게 됐다.지방의회의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국회에서의 각 당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의회 정책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방의회 교섭단체와 그 대표의원의 권한은 의회 의원 구성 협의, 소속 의원의 상임위 배정,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등 직위에 관한 인선, 위원회 위원 선임과 개선의 요청과 협의, 의회 일정과 의사 진행순서 협의, 대집행부 질문의원 수와 질문순서, 긴급 현안질문 관련 협의, 정례회 중 대표연설 등과 같이 막중하다. 즉 소속 정당 의원들의 의사를 수렴하고 의회운영에 있어 상당한 결정권을 가지며 정당 간 교류에도 핵심적 역할을 한다.포항시의회는 교섭단체 구성·운영에 관한 조례가 아직 없다. 지역 사회에서는 정당이나 원내 단체에 속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파 간 교섭 창구 역할을 할 교섭단체가 구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포항시의회 더불어민주당 김상민 원내대표는 “현재 포항시의회는 7명의 소수당 의원을 배제함으로써 포항시민 약 5분의 1을 배제하고 있다”며 “교섭단체를 통해 정당 간 견제와 협력으로 균형을 이뤄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더 보장하고, 포항시의회 민주주의 또한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회법 제정지방의회는 지방정부를 통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지방의회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5일 현재 지방의회(광역의회 17개·기초의회 226개) 의장 협의체인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장협의회는 지방의회법 제정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지방의회법 제정은 지방헌법을 만들어서 각 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인정하고 각자의 권한 속에 진행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책지원관 정상화, 수석전문위원실 증설 등 숙원 과제를 지방의회에 관한 독립법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지방의회와 관련한 법률 조항은 ‘지방자치법’에 포함돼 있는데 △지방자치 분권에 따른 지방의원 역할 확대 △의원 2인당 1명 배정방식의 정책지원관 부족 문제 △특례시의회 출범 등 변화하는 사회적 환경을 법 조항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조직·예산권을 규정하지 않아 의회사무처 운영 등에 있어 차질을 빚고 있다.문제는 전국 243개에 달하는 지방의회 규모와 기능에 비해 지방의회법 등 독립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낮다는 것. 때문에 국회 등 중앙 정치에서 지방의회법은 주요 법안으로 분류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회법은 지난 2018년 전현희(더불어민주당, 강남을) 국회의원이 최초 발의했지만 계류,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4건의 지방의회법이 상정됐지만 모두 불발됐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지방시대위원회’도 지난해 7월 10일 출범, 약 1년 넘게 지역 균형발전 정책, 지방분권 과제 등을 총괄해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방의회법을 주요 안건으로 삼지 않고 있다.지방의회법은 일선 지방의회에서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후반기 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시군자치구의장협의회 활동이 본격화되면 전국 지방의회 대표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난 14일 열린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정기회’에서도 지방의회법 제정 촉구를 논의했다. 또 각 당 대표들에게도 지방의회법 필요성을 전달해 국회에서 공론화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대구권 대학의 한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기관대립형 정부형태지만 단체장 권한이 우위에 있다”며 “지방의회법 제정으로 지방자치를 실현할 법률을 만들어 의회와 단체장의 관계가 각 지역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은희기자

2024-08-25

포항 아치못-아치골-연화재-대안저수지 돌아보기

포항 IC를 빠져나와 연화재에 이르면 길 양옆으로 산줄기가 나란히 펼쳐진다. 오른쪽이 포항 도심의 주산(主山) 양학산 줄기고, 왼쪽이 오늘 소개할 아치재다.‘아치재’는 이름에서 보듯 산(山)도 아니고 령(嶺)도 아닌 재(峙)다. 100m 남짓한 조그만 봉우리이지만 시계를 잠시 전통시대로 돌려보면 재밌는 사실들과 만난다. 아치재 인근은 조선 후기엔 흥해군에 속했다. 당연히 인접한 포항과 흥해 사이에서 행정구역을 둘러싸고 많은 조정 과정이 있었다. 또 이름(阿雉)에서 보듯 꿩과 관련된 재미있는 설화를 간직하고 있다.행정구역 상 같은 북구지만 외곽에 위치한 탓에 우창동이나 용흥동처럼 도시의 주류에 포함되지 못했고, 늘 도시의 변방으로만 머물렀다. 개발 수혜는 비켜갔지만 옛 전통부락 마을길, 지명 등 민속적 전통이 잘 남아 있어 포항의 옛 자취를 더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조선 후기 아치골은 흥해읍 동상면에 위치아치재가 위치한 북구 우현동은 조선후기에는 흥해군 동상면(東上面)에 속했다.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여천동(余川洞) 일부를 통합해 우현동이 됐다. 한자로 ‘우현(牛峴)’은 우리말로 ‘소티’ ‘쇠퇴’의 뜻인데 지명 유래와 관련해서 몇 가지 설이 전한다.첫째는 7번 국도를 따라 흥해로 넘어가는 재의 모습이 마치 ‘누운 소(牛峴)’같다 하여 유래됐다는 설, 둘째는 옛날 소장수가 날이 저물어 이 고개에서 잠을 자던 중 소뼈가 쌓여 있는 꿈을 꾸고 이 골짜기를 소티골로 불렀다는 설, 셋째는 ‘작은 고개’라는 뜻의 소티가 변음되어 ‘소현 ‘우현’으로 바뀌었다는 설 등이다.우현동 일대는 옛부터 숲이 울창해 산 좋고, 물 맑고, 인심 좋은 고장으로 소문이 난 곳이다. 현재는 시세(市勢)가 확장,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신흥 주거지로 주목받고 있다. 또 2019년 개통한 서울∼포항간 KTX의 역사가 흥해읍 이인리로 이전함에 따라 포항의 새 관문으로서 도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꿩이 알을 품고 있는 지형이라 하여 아치재우현고개는 연화재와 함께 7번국도에서 포항과 흥해를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아치재는 우현고개와 비슷한 공간에서 재(峙)로써 역할을 해왔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기능과 역할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우현고개가 큰 도로와 인접한 중심 도로에서 포항 북부와 흥해를 연결하던 재(峙) 역할을 했다면, 아치재는 아치골이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주변의 마을과 마을을 잇던 산속 교통로로써 의미를 갖는다.‘아치골’이라는 이름 유래도 재미있다. 마을 뒷산 봉우리가 알을 품고 있는 꿩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유래됐다고 한다. 사실 꿩은 닭이나 오리처럼 가금(家禽)은 아니지만 산이나 들, 민가 주변에 동거하면서 반(半) 가금 상태로 인류와 함께 해왔다. ‘꿩먹고 알먹는다’‘꿩 잡는 게 매 ‘꿩 궈 먹은 자리’ 등과 같이 우리 속담에 등장하며 민중들의 일상 속에서 함께 공감해왔다. ‘꿩! 꿩!’ 하고 힘차게 우는 소리는 까치소리와 함께 마을을 울리던 정겨운 소음이었다. 또 밀밭, 보리밭이나 산에 수북이 알을 낳아 민초들에게 간식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아치골은 흥해-대련-연화재로 통하던 교통로고향이 포항인 사람들도 아치재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북부 너무 외진 곳에 위치해 밖으로 드러낼 기회를 잘 얻지 못해서다.나루끝 큰도로에서 우현동 쪽으로 접어들어 아치골사거리에서 한신휴 아파트, 우현 화성타운을 끼고 직진하면 잠시 후 아담한 못이 나오는데 바로 아치못이다. 전통시대 우현동 일대 농사를 위한 관개(灌漑)시설로 추측된다.못의 북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본격 아치재의 시작이다. 아치재는 앞서 언급한대로 옛날 우현마을과 흥해읍 이인리, 대련마을, 연화재를 연결하는 교통로는 몰론 밤밭골, 수태골, 뒷골 같은 재(峙) 주변 마을을 이어주던 산 속 교통로다.우주선이 행성을 날아다니고, 도로가 사통팔달로 뚫린 시대에 옛날 고샅길, 마을길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마는 의미를 두고 다가가면 전통시대 길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전통시대 옛길 걸으며 선조들 자취 탐방아치골 등산로는 사방으로 뚫려 있어 어느 쪽으로든 진출이 가능하다. 골짜기 전반을 아우르고 싶다면 아치못-아치재-대안지-연화재를 모두 돌아보는 코스를 권한다.전체를 천천히 둘러보는데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10~20분 간격으로 이정표가 나타나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아치재에서 20분쯤 비탈길을 급한 걸음으로 오르면 삼거리가 나타난다. 오른쪽으로 가면 아치골이고 왼쪽으로 가면 대안지-연화재 가는 길이다. 아쉽게도 아치골 골짜기에 민가(民家)는 이제 거의 없다. 흥해와 통하는 큰길 공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삼거리에서 10분쯤 오르면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가면 흥해읍 이인리 방향이고 직진하면 연화재다. KTX 역사가 들어선 이인리 쪽은 이제 전통마을은 볼 수가 없고, 대단위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다.산에서 만난 배정숙(72)씨는 “20~30년 전만 해도 아치재 주변엔 ‘뒷골’ ‘말골’ ‘큰골’ ‘밤밭골’ 같은 전통부락들이 널려 있었다”며 “이 모든 마을들의 중심에 아치재가 있어 (이 재가) 산속 교차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이 길을 따라 흥해에서 포항장으로 가던 장꾼들이, 행정문서·세수미(稅收米)를 실은 아전들이, 대련으로 마실을 가던 민초들이 왕래했다.◇연꽃 활짝 핀 대안저수지 돌며 늦여름 정취 만끽아치재와 연화재는 30분 거리에 있다. 양학산으로 연결해서 산행을 하고 싶다면 연화재 육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산림조합 뒷산을 지나 시청 뒤 양학산과 연결된다.흙산(土山) 위주 밋밋한 산행에 식상했다면 대안못 방향을 추천한다, 연화재 갈림길 못 미쳐 대안못-포항여자전자고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 길로 접어들면 된다.대안지는 전통시대 조성된 소류지로, 작은 연못이지만 규모에 비해 호수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다. 아담한 저수지를 푸르게 덮고 있는 연잎과 그 위를 아름답게 채색한 연꽃에, 싱그러운 초록의 기운에 빠져드는 것도 여름 산행의 이벤트다. 저수지 둘레길을 따라 데크가 조성돼 있고 못을 둘러싼 백일홍 등 수 십여 종 식물이 수채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늦여름 한나절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아치재 옛길, 저수지 둘레를 걸으며 선조들의 자취를 한 번 느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인 듯하다. 글·사진/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08-22

37년 쇳물 인생, 명장의 한마디“기술력, 혼자만의 산물 아니다”

“기술력은 혼자만의 산물이 아닙니다. 서로 소통하면서 함께 노력하고 발전해 나가려는 생각을 통해 완성도를 올립니다.”2015년 대한민국 명장, 2019년 포스코 명장에 동시 선정된 김공영(56) 금속재생산 대한민국 명장.각 명장 동시 선정은 작년 광양제철소에서 1명이 추가돼 2명으로 늘었지만, 포항제철소에서는 아직도 김 명장이 유일하다.포스코명장 제도는 포스코에서 2015년부터 뛰어난 기술은 물론 타의 모범이 될 만한 인품까지 겸비한 탁월한 직원을 선발해 예우하고 포상하는 제도이다. 포스코는 매년 2~4명을 선발하고 있다. 명장으로 선발되면 특별 승진·포상금 5000만원·명예의전당 헌액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어 현장 기술인들의 최고 영예이자 롤모델로 여겨진다.최근 김 명장에게 최고의 기술자가 되는 길에 대해 들어봤다. - 금속재생산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진학을 포철공고로 하게 된 것이 첫 계기이다. 부친은 함경도 원산이 고향인데, 6·25 때 혈혈단신으로 피난을 와 결국 고향에 가보지 못하고 작년 12월 별세했다. 잠깐 떠났다 집에 돌아갈 줄 알았는데, 가족들과 영원한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부친은 친척이라곤 한명도 없는 남한 땅에서 일가를 이루었다. 넉넉지못한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혼자라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자식들이라도 많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7남매를 두게 됐다고 했다. 나는 3남 4녀 중 다섯째였다. 중학교 때 공부를 제법 잘 했지만, 가난한 가정 형편으로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해 대학을 가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했다. 3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해 제강과 수석으로 졸업했다. 포스코의 제강부에 배치받아 현재까지 금속재생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금속재생산 분야 명장이 된 것은 특별한 선택이 아닌, 그때 당시의 사정에 의한 선택의 결과였다.- 포스코에 입사 후 취련사가 된 과정은.△1987년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같은 해 4월 포스코에 입사했다. 처음 배치받은 부서는 제강부 2제강공장 전로였다. 전로는 용광로에서 생산된 선철을 정련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강으로 만드는 공정으로, 전로에서 용강을 정련하는 작업자를 취련사라고 했다. 기술력이 부족했던 그때 당시 취련사는 매우 힘든 직무로 누구라도 좀 더 수월한 부서에 근무하는 것을 원했고, 전로에 근무하는 것을 기피했던 때였다. 나는 일이 힘들고 쉬운 것에 크게 개의치 않고 근무했다. 그런데 입사 1년 후인 1988년 10월에 스테인리스제강부 정련로로 근무 부서를 옮기게 됐다. 스테인리스제강부도 제강부와 동일하게 취련사라는 직무가 있는데, 제강부 취련사와 거의 같은 일을 한다. 다만 차이는 스테인리스강은 일반 탄소강에 비해 3~5배정도로 비싼 강인데, 정련 과정에서 사용하는 합금철이 제강부 전로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비싼 부분이고, 취련사가 어떻게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원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입사후 5년 차인 1992년에 취련사가 됐는데, 이때부터 포스코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취련사로서의 노력은.△취련사가 되면서 스스로 다짐한 것이 동료 취련사보다 훨씬 싸게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해 회사에 이익을 매년 내 연봉의 10배 이상은 벌어줘야겠다는 것이었다. 스테인리스강을 싸게 만들려면 고가의 원료인 크롬과 니켈의 성분조정을 가능한 낮게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가능하다면 저가원료를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매일 취련 작업을 하고 나면 복기 과정을 거치면서 내 작업의 잘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공부하고, 개선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부족한 이론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책을 통해 열심히 공부도 했지만, 잘 모르는 것은 연구소에 근무하는 박사님들께 찾아가서 묻고, 배우고, 이런 과정을 약 5년 하다 보니 취련 작업에는 도사 수준이 됐다. 그때 당시 취련사들은 매월 2~5개의 불합격 작업을 해 불량에 의해 원가손실과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나의 경우, 불합격작업 자체가 월 1~2개 수준으로 적게 발생되다가 5년 동안 불합격작업 자체를 한번도 안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불합격 작업을 5년 이상을 못한 것은 내가 최연소 반장으로 승진해 취련 작업을 못하게 되었기 때문인데, 취련사로 근무하는 약 10년의 세월동안 내가 처음 다짐했던 동료취련사들보다 훨씬 싸게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하겠다는 것은 이룬 것 같다. 이 밖에도 설비개선을 통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원가를 절감하는 노력을 계속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개선활동을 해 성과를 보상받을 수 있는 제안활동과 자주관리 분임조활동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하곤 했다.- 명장이 되기 위해서는.△처음부터 계획하고, 노력한 경우는 아니다. 매 순간순간에 충실했던 것이 밑거름이 돼 어느새 명장으로 선정될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내가 명장이 된 것은 항상 개선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 싸고 품질좋은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우고 노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雨垂穿石(우수천석)’이라는 글귀를 가슴에 새기고 생활하고 있다. ‘천년을 두고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법구경에 나오는 글귀와 일맥상통하는 글귀인데, 1만시간의 법칙과 비슷하다. 오랜 세월 노력하고 익히면 못할 것이 없다. 명장이 되기까지 회사생활에서 이와 비슷하게 생활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우수제안 활동을 통해 탈산적중률을 획기적으로 올린 일이다. 약 23년 전 일이다. 스테인리스강 정련공정 탄소제거과정에서 발생된 크롬산화된 것을 모두 회수해야 원가나 품질, 생산성 등에 문제가 없다.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때 당시 환원제 적중률이 65%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35%는 원가쪽으로 불리하기도 하고, 품질 불량이 발생되기도 하고, 성분격외가 발생되기도 했다. 이게 고질적인 문제라서 부서에서는 엔지니어를 투입해 1년 동안 개선활동을 진행했는데 1년 활동 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못한 상태였다. 이것을 내가 6시그마에 기반, 취련작업 데이터를 활용해 회귀모형을 만드는 활동을 했다. 환원제 적중률을 93% 수준까지 향상시킨 것이다. 아주 획기적인 일이었고, 이 활동은 우수제안 2등급과 특허등록으로 마무리했다. 지금까지도 그때 개선한 것이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2018년 우수제안 1등급 개선활동을 한 것이다. 포스코 56년 역사에서 우수제안 1등급은 아직까지 10건 정도밖에 나오지 않은 아주 귀한 것이다. 스테인리스제강부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1등급이다. - 숙련기술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혼자 하려고 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이나 먼저 그 길을 간 선배들, 나를 따라오는 후배들 등 모두와 소통을 잘 해야 한다. 나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주변 그 누구와도 모두 공유한다.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노하우는 언제나 동료들과 공유하고, 한 단계 레벨업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결국에는 자신의 기술력을 더욱 높이는 수단이 된다는 부분이다. 나만이 아는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으면 불완전한 노하우로, 언젠가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얻은 노하우를 모두와 공유하면 내가 사용할 때는 발견하지 못한 부분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노하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예전의 방식이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기존의 것에만 의지하면 변화가 없고 발전 자체를 기대할 수 없다.- 앞으로의 포부는.△숙련기술인으로 성장하려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수준 높은 전문교재를 편찬하고자 한다. 제강분야 전문교재를 보면 아직도 1970년대 이론과 내용이다. 최근의 기술동향이나 설비동향 등을 파악하기 어려워 공부하고자 하는 후배들이 제대로 공부하기 힘든 현실이다. 최근의 조업기술과 이론을 포함한 전문교재를 편찬해 후배들이 배우고 익히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또한 포항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언젠가는 포항지역 문화해설사로 봉사를 할 계획도 갖고 있다./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8-19

엘리트 체육 도시로… 문경, 국제대회·전지훈련 성지로 뜬다

문경시는 2013년 국가스포츠의 요람이자 엘리트 체육의 산실인 국군체육부대의 문경 이전과 함께 2015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의 성공적 개최로 국제적 스포츠 인프라를 구축해 국내·외 스포츠대회는 물론 전지훈련의 메카로 우뚝 서 있다.문경시는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로서, 전국 어디에서나 2시간대에 접근이 가능한 대한민국의 중심지이다. 현재 차질없이 진행중인 중부내륙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수도권과 1시간대에 접근가능해 진다.여기에 국군체육부대의 우수한 스포츠 인프라와 함께 천혜의 자연환경과 관광자원까지 품고 있다. 융복합 스포츠 산업으로 스포츠·전지훈련의 메카로 발돋움해 앞으로도 더 많은 대회와 전지훈련 유치가 가능할 전망이다.신현국 문경시장은 “문경은 완벽한 스포츠 인프라를 구축해 엘리트체육의 전지훈련은 물론, 각 종목의 대회 개최지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며 “세계대회를 치러낸 경험을 바탕으로 숙박, 관광 등의 분야와 접목된 ICT스포츠 융복합산업 육성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국군체육부대국군체육부대는 2013년 성남에서 문경으로 이전됐다. 태릉선수촌의 5배 규모로 국제규격 스포츠 시설을 자랑하는 국가 스포츠의 요람이자 엘리트 체육의 산실이다.건립비 3900억원으로 호계면 견탄리 일대 45만평 규모로 조성됐다. 실내훈련장 18동과 실외훈련장 10동, 실내육상장 1동, 선수 숙소 등 29개 동과 영외 아파트가 있다.1만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메인스타디움은 4개면의 축구장, 근대5종 복합경기장, 사이클 벨로드롬을 갖추고 있다. 국제규격 경기장은 축구, 럭비, 핸드볼, 농구, 유도, 복싱, 레슬링, 수영, 육상, 태권도, 아이스하키, 빙상 등 25개 하계종목과 바이애슬론, 아이스하키, 빙상, 스키, 루지,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 7개의 동계종목을 치러낼 수 있다. 특히, 14개 종목 동시훈련이 가능한 V자형(520m)의 세계 정상급 수준인 국내 최대 실내훈련장, 세계 유일의 근대5종 전용 실내경기장 등이 있다. □ 완비된 체육 인프라문경시는 국제규격의 최신시설을 갖춘 국군체육부대가 있고, 시민운동장에는 트랙 8레인을 갖춘 육상경기장이 있다. 시민운동장(천연잔디)과 영강체육공원(인조잔디)에 축구장이 조성되어 있다. 또한, 문경국제소프트테니스장(13면)과 배드민턴 전용경기장, 온누리스포츠센터, 국제클라이밍센터, 문경야구장, 그라운드골프장 등 다양하고 우수한 스포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지난해 마성 남호리에 위치한 씨름전용훈련장에 다목적 야외씨름훈련장을 설치해 올해 10월에 완공예정이다. 경북도 여자하키팀 훈련 및 전지훈련팀을 유치해 국군체육부대와 연계한 전지훈련 거점 조성을 위해 호계면에 필드하키장을 조성중이다.그리고 베이미부머 세대가 골프를 은퇴하고 파크골프에 입문하는 등 농촌을 중심으로 파크골프가 새로운 여가 활용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제11회 대한체육회장기 파크골프대회를 유치하고, 각 읍·면·동별로 파크골프장해 명실상부한 스포츠 메카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문경시는 지난 3월 28일 2007년 부산광역시를 연고지로 창단한 상무여자축구단의 연고지 이전을 위해 국군체육부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4월 첫 홈경기를 치른 문경상무팀은 창녕 WFC를 상대로 2대1로 승리를 거뒀으며, 7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군인여자축구대회’에서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1대 0으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 전지훈련의 메카국내에서 수영과 승마 펜싱 사격 크로스컨트리로 구성된 근대 5종을 한꺼번에 훈련할 수 있는 곳은 문경 체육부대가 유일하다보니 국내·외 선수단의 인기 전지 훈련장이다.문경을 방문하는 전지훈련팀은 종목별 국가대표팀과 국가대표 상비군, 한국체대를 비롯한 각종 대학팀, 전국의 체육 중·고등학교, 실업선수팀 등 다양한다. 특히 문경시-국군체육부대-한국관광공사 등 3개 관계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노력한 결과 미국, 중국,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스페인,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등 해외 훈련팀의 참여도 해마다 늘고 있다.문경 전지훈련의 가장 큰 매력은 국군체육부대의 최첨단 시설을 갖춘 경기장에서 국가대표급 체육부대 선수들이 멘토로 지도를 해주는 등 훈련 파트너로서 실전연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또한, 훈련장과 숙소 간 차량지원과 함께 관광체험, 지역 특산품 홍보 등 전지훈련 선수단에 대한 타지역과 차별화된 문경시의 다양한 정책으로 문경을 방문하는 전지훈련 선수단들이 훈련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문경이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마케팅의 강점이다. □ 성공적인 체육대회 유치문경시는 문경 브랜드를 앞세운 전국 단위 체육대회를 개최해 스포츠도시 문경의 이미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매년 문경의 특산품과 관광명소를 타이틀로 하는 체육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2021년 7개의 전국대회에 이어 2022년에는 25개 전국대회를 성황리에 치렀다.지난 2월 2023 민속씨름 문경장사대회를 시작으로 3월에는 제53회 전국장사씨름대회, 제51회 춘계 전국 초중고 유도연맹전, 아시아 하키연맹 총회를 개최했다.4월에는 파크골프 중앙회 임원대회와 제23회 경북협회장배 합기도 대회 및 국무총리기 대표선발전을 유치했다. 5월에는 선수·임원 1000여 명이 참여하는 동아일보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가 10일간 열렸으며, 8월에는 1만여 명이 함께하는 문경새재 맨발 페스티벌이 개최됐다.또한, 오는 26일부터 8월 31일까지 6일간 국군체육부대 실내종합경기장에서 8개국 초청 국제대학 배구대회가 열린다. 8개국 160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SBS스포츠채널을 통계 중계될 예정이다.오는 11월까지 50여 개 전국 규모 대회가 이어진다. 대회와 관련된 선수와 임원 등 대회관계자, 학부모, 응원단 등 연간 8만여 명이 문경을 찾는다. 대회기간 동안 문경에 체류하며 숙박과 음식점, 관광지를 이용할 것으로 보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24-08-19

“할아버지 명예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 결심”

“미미가 한국 국가대표로 시합을 나갔으면 좋겠구나.”처음부터 한국인이었다. 한국과 일본, 두 개의 국적을 가진 이중국적자였지만, 한국을 택했다. 할머니의 유언이었다.언어도 모르고 낯선 땅이었지만 두렵지 않았다. 대한의 딸이었기 때문이다.허미미(21·경북체육회) 유도 선수는 독립운동가 허석 지사의 후손(5대손)이다. 할아버지 허무부씨는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증손자이다.허 선수는 할머니의 바람대로 2021년 국가대표선발전을 거쳐 2022년 태극마크를 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유도 여자 -57㎏급 은메달 및 혼성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해 국위를 선양했다.귀국 후 한국에서의 첫 일정으로 지난 6일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에 있는 허석 선생의 기적비를 참배했다. 4년 뒤엔 반드시 금메달을 가지고 이곳에 다시 오겠다는 다짐과 함께.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허 선수에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이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다음은 허미미 선수와의 일문일답. - 허미미의 5대조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이다.△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정말 놀랐다. 할아버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최로 열린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 참가했다. 어떤 대화를 나눴나.△윤 대통령과는 두 번째 만남이다. 메달을 따서 감사하다, 축하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유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아버지가 유도 선수였다. 유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멋있었다. 그래서 유도를 시작하게 됐다.- 기억에 남는 올림픽 경기 순간은.△몽골 선수인 엥흐릴렌 라그바토구와 시합을 한 것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작년과 재작년 모두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만나 패배했다. 올해에는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도 졌다. 3승 무패의 상대이다보니 8강전에서 대결하게 됐을 때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고 너무 부담감이 있었는데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이겨서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 슬럼프 극복은 어떻게.△나는 나를 믿고 있다. 자신감이 별로 없는 편인데도, 언제든지 ‘내가 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매일 운동도 하니 나를 믿는다.- 유도를 시작하려는 어린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이번 올림픽을 보고 유도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생각을 한다. 유도를 좋아해 주고 사랑해 주고 유도를 하면서도 재밌게 해주면 좋겠다.- 한국과 일본 유도의 다른 점은.△한국에만 있는 게 있다. 유도에 집중할 수 있는게 좋다. 제일 차이가 있는 것 같다. - 경북에서 좋아하는 관광지는.△아직 안 가봐서 모르겠다. 나중에 다녀오면 말씀드리겠다. 찾아보겠다.- 허미미 선수에게 유도란.△유도는 재미, 행복 같다. 유도를 하면 고민이나 힘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집중할 수 있으니까 유도가 정말 좋다.- 유도의 매력은.△사실 매력을 모르겠다(웃음). 왜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너무 재밌다.- 앞으로의 계획은.△파리올림픽에서 아쉽에 은메달을 받았는데 금메달을 따고 싶은 마음이 크게 생겼다. 2028 LA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이번에 올림픽 응원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유도를 사랑해주면 좋겠다.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은“하늘에는 두 태양이 없고 백성에게는 두 임금이 없다. 충(忠)은 곧 생명을 다하는 것이요, 마땅히 힘을 다하는 것이다. 어버이를 섬기는 도(道)와 임금을 섬기는 마음은 우리와 더불어 다를 것이 없는데 어찌하여 임금이 다른가. (중략) 너희들은 일시에 진멸(盡滅)코자 하노라.”1910년 7월 경술국치(庚戌國恥)를 겪은 후 망국의 한을 품고 있던 허석(許碩·1857~1920).그는 일본인들의 조선 침탈에 분개해 동포들에게 일제의 침략상을 알리고자 계획했다.1918년 8월경 군위군 의흥면(義興面)으로 통하는 도로 부근의 눈에 잘 띄는 암벽에 항일 격문을 작성해 동포들의 항일의식을 고취했다.이로 인해 일경에 붙잡혀 1919년 5월 3일 대구지방법원 의성지청에서 소위 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렀다. 만기출옥 후 3일 만에 옥중 여독(餘毒)으로 순국했다. 1982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대통령표창에, 1991년에 건국훈장 애국장에 각각 추서됐다.고향 마을인 대구광역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리에 ‘효의공 허석 의사 순국 기적비(孝義公許碩義士殉國紀蹟碑)’가 세워져 있다. 인터뷰  / 김정훈 경북체육회 유도팀 감독2024 올림픽에서 유도 메달리스트를 키워낸 경북체육회 유도팀 김정훈(43·사진) 감독.허미미(21)는 유도 여자 57㎏급에서 은메달과 혼성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김지수(23)는 혼성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두 제자는 모두 재일교포. 한국의 뿌리를 찾아 조국을 빛나게 해 준 김 감독을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허미미 선수와의 인연은.△고등학생 전국 체전 때부터 지켜봐 왔다. 재일교포인 김지수 선수를 통해 허 선수가 우리 팀에 오고 싶어 하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전달받았다. 김 선수가 한국에서 잘 적응하면서 지내고 있으니 허 선수도 그런 마음이 들었을거다. 또 김 선수의 할아버지가 경북 상주 출신이고, 허 선수의 허석 할아버지 기적비도 군위에 있다. 이게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 같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도 허 선수를 원했고, 자기도 오고 싶어 했고, 서로 같은 마음이었다.- 허 선수를 한국에 데려오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허 선수는 재일교포 3세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데 2021년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일본 입국시 2주 격리’ 등 여러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좋은 성적을 내고 유도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허 선수가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 과정을 알고 싶다.△허 선수가 2021년에 왔을 때 혼자 자가 격리를 여러번 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한국에 와서 선수 생활을 하려고 하는데, 한국에 가족도 없이 혼자 외롭게 있는 모습이 많이 안쓰러웠다. 옛날 본적지를 찾아가면 혹시 친척이나 가족이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수소문을 했다. 우연찮게 마을 주민한테 독립운동가의 후손일 수도 있다는 그 얘기를 듣고, 관공서를 찾아다니면서 직계 가족인 것을 알게 됐다.- 경북체육회 소속의 허미미, 김지수 선수가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던 비결은.△재일 교포 출신이다 보니 두 선수 모두 어찌보면 특별한 케이스다. 우리나라 선수 자격 유무 등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두 선수가 유도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이 분들의 도움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행정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이철우 경북지사를 비롯해 경북도청 관계자, 체육회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부용기자

2024-08-15

포항시의회 후반기 출범식 33명 중 18명 출석… 멀고 먼 화합의 길

◇민의는 소홀한 포항시의회 의원들…입법·정책 감시 뒷전상당수 포항시의원이 공천과 이권 챙기기에만 눈이 멀어 본연의 업무인 입법 및 민원 해결, 정책 감시기능에 소홀하다는 비판이다.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경북매일신문이 지난 14일 포항시의원 33명의 제9대 지방의회 임기 동안 본회의 시정질문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시정질문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시의원은 전체의 63.6%인 21명에 달했다. 정당별로 보면 현재 국민의힘(이하 국힘)이 24명 중 18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7명 중 2명, 무소속 1명이 여기에 해당됐다. 김은주·전주형 의원이 각 4회로 시정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국회는 법률을 제·개정하고, 각 지방의회는 이 법률에 근거해 해당 지역에서 시정에 여러 영향을 미치는 자치법규인 조례를 만든다. 제9대 지방의회 임기가 시작된 2022년 7월부터 현재까지 포항시의회에 접수된 조례 제·개정안 중 시의원들이 발의한 의안은 총 98건이었다. 시의원들은 한 명당 평균 2.97건의 조례안을 발의한 셈이다. 제9대 전반기 임기 동안 조례를 단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은 7명에 달했다.현재까지 발표한 5분자유발언은 101건으로 한 명당 평균 3번이었다. 전체 시의원 중 지금까지 단 1번도 5분자유발언을 하지 않은 의원은 모두 4명이다. 김성조 의원이 16번으로 가장 많이 발표했고 이어 김은주 의원 13회, 김영헌 의원 8회, 박칠용 의원 6회 순이었다. 30년 넘은 지방의회, 이대로 괜찮은가 (1) 제 밥 그릇 챙기기 급급, 정당 간 기 싸움까지 (2) 해법은 없나…정당공천제 폐지, 교섭단체 조례제정, 지방의회법 제정(3) 해외 선진사례…영국·일본·미국을 중심으로 ◇소속 정당 간 기 싸움·의회 권력 두고 내부갈등 위험수위 넘어 포항시의회 제9대 후반기는‘반쪽짜리’ 원구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수당인 국민의힘에서 자체적으로 의원총회를 열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후보를 내정하고 그대로 진행했다.포항시의회는 지난달 24일 제317회 임시회를 열어 제9대 후반기 원 구성을 완료하고 출범식을 개최했다. 하지만 상당수 시의원이 임시회 출범식에 불참했다. 국힘 포항남·북당원협의회는 의장단 선거 며칠 전인 6월 28일 포항시산림조합에서 의총을 열어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후보를 미리 내정했다. 포항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국힘 의총이 열리기 하루 전인 27일 성명서를 통해“포항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독점을 시도하는 것은 야권의 목소리를 원천차단하는 다수당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또 포항시의회 더불어민주당 김상민 원내대표는 이날“국힘 원내대표 추경호 국회의원의 지역구인 달성군의회는 개원 이래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 부의장도 배출했다”며“중앙당에서 지령이 배포됐다고 하지만 지역 사정에 맞게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포항시의원 33명 중 국힘 소속이 22명(민주당 7명, 무소속 3명, 개혁신당 1명)이어서 다수당의 의견에 따라 내정된 그대로 본회의에서 통과됐다.이 뿐만이 아니다. 포항시의회는 지난달 31일 제31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조영원 의원, 부위원장에 함정호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문제는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또한 모두 국힘 소속이라는 것. 소수당 소속 의원은 본회의에 앞서 열린 전체 의원 간담회에서 즉각 반발했다.개혁신당 김성조 의원과 민주당 김상민 의원은“특위에서는 화합이 이뤄질 줄 알았는데 윤특위 위원장과 위원 모두 국힘 의원들로만 구성돼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한다”고 했다. 그러자 김 의장은“9월 임시회에서 사·보임 등을 통해 재구성할 의사가 있다”고 해명했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2년, 잡음 이어져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방의회가 소속 직원의 인사권을 행사하게 된 지 올해로 2년이 됐다. 당초 지방의회 전문성 강화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의회의 인사권 독립에 반발한 집행부와 갈등을 빚는가 하면,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는 등 잡음이 생기고 있다.포항시의회는 포항시 파견 공무원 인사를 협상의 여지 없이 바꿨다. 포항시의회는 지난 6월 21일 전문위원 3명(5급)의 결원이 발생해 포항시에 파견을 요청했다. 포항시는 3명의 파견 공무원 명단을 확정하고 포항시의회에 보냈다. 또 의회에 파견할 3명의 직렬과 직급에 맞춰 포항시 인사를 준비했다.하지만 포항시의회는 포항시가 파견하기로 한 경제산업전문위원을 기존 파견 대상 명단에 없었던 공업직 A씨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포항시 확대간부회의 상황을 녹음해 특정 당협에 넘겨줬다는 의혹을 받아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병가를 낸 바 있다. 김일만 의장은 7월 2일 포항시가 A씨를 파견하지 않는다면 다른 2개 위원회 공무원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에 포항시는 내부 인사를 예정일보다 2주 뒤에야 완료할 수 있었다. 이같은 포항시의회의 독불장군식 인사로 공직사회의 인사 질서를 붕괴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이후 포항시의회는 지난달 16일 인사권을 발휘, 내부 인사이동을 진행했다. 파견 받지 못한 3명의 인원을 메우기 위해 타 시도에 전출을 요청했다.현재 의회 인사 시스템으로는 업무 능력이 미흡한 검증되지 않은 직원을 채용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동안은 포항시와 적절한 인사교류로 직원들의 직무역량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 시에서도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거나 관련 부서에서 어느 정도 근무한 인력을 뽑아서 파견받았다. 현재 구조로서는 의장의 권한으로 임용·승진된 직원에 대한 업무 능력에 따라 의장의 신임도와 인사권 실효성이 인정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은 마땅히 필요하나 지방공무원 내에서 검증받은 직원을 파견받는 현재 방안과 적절히 병행해 장·단기의 전략적 방안을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통·화합·협치’는 먼 나라 이야기포항시의회는 지난 9대 전반기부터 남·북구 의원들의 신경전에 이어 후반기에는 초·재선 의원들의 불협화음으로 시작됐다. 타 지방의회는 원구성이 마무리 되면 화합과 협치를 강조하는데 비해 포항시의회는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의장단은 김일만 의장은 북구, 이재진 부의장은 남구로 각각 한 자리씩 맡았다. 상임위원장은 남구 3명, 북구 2명으로 국힘 자체 의총에서 배정했다. 의원은 국가 또는 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하지만 현실적으로 직위유지(공천), 선거구 관리를 위한 전략 차원, 주민들의 이익이 복잡다기해 전체를 대표하기 어려운 현실적 사정 등으로 지역구 중심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하더라도 의회는 전체 대표와 선거구 대표의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이번 후반기 의장단 구성 과정과 그 후 의장단의 전횡에 다선 의원들이 홀대를 받았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달 24일 본회의에는 전체 의원 33명 중 19명이, 출범식에는 18명이 출석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 7명과 개혁신당 시의원 1명 외에도 여러 국힘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것이다. 같은달 25일 각 위원회별로 진행된 주요 업무보고에서도 4개 위원회 모두 2명 내지 5명까지 위원들이 불참했는데 재선 이상급 위원들이 대거 불참했다.법률상·형식상으로 시의원 간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 매월 수령하는 의정비도 같다. 하지만 국회의 경우 국회의장단 선임과정과 상임위원장, 원내대표 선임과정 그리고 본회의장 내 좌석 배정에서 다선을 중요한 요소로 배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포항시의회 한 의원은“경북도의회에서는 상임위원장 후보가 되려면 재선부터 의장단은 3선부터 출마가 가능한 암묵적 룰이 있다”며 “포항시의회에서도 소속 당과 지역구에서 여러 번 선출된 경험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4-08-15

“포항 대전리, 3·1운동의 역사·문화 계승하는 호국 성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국권 회복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3·1의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업적이 없었다면 조국 광복은 이룰 수 없었겠죠.”포항 북구 송라면 대전리 마을. 이곳은 3·1운동 때 영일 지역 만세운동의 근거지가 된 마을이며 14명의 3·1의사가 난 곳으로서 전국에서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호국 성지다.광복절 79주년을 앞두고 12일 대전리에서 만난 안시호(62·포항시 북구 송라면 대전리) 대전3·1 독립운동 유족회장은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포항 지역의 3·1운동 의사들의 숭고한 독립 정신과 호국정신을 기억하고, 민족의 숭고한 자주독립 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매년 대전리 3·1만세촌에서는 3·1절 기념행사와 만세 재현 행사를 개최해 선열들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리고 있다”고 마을을 소개하며 반겼다.안 회장은 대전길120번길 22-5에 자리한 대전3·1의거 기념관에서 지난 2019년부터는 단체 관람객에게 대전리 3·1운동사를 전하는 도슨트(전시해설) 역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현재 1층으로 된 기념관을 2층으로 확장해 체험관 등 부대시설을 갖춰 요즘 세대에 맞춘,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독립운동 기념관으로 거듭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20년째 대전3·1 독립운동 유족회를 이끌고 있는 안 회장은 1919년 3·1운동 당시 포항시 북구 청하면 청하장터에서 수백 명의 군중과 함께 3·1만세 운동을 일으킨 송라면 대전리 출신 윤영복, 윤영만, 이준석, 이영섭, 이준업, 안천종, 안상종, 안덕환, 안화종, 김진순, 김종만, 이명만, 김진봉 등 3·1의거 14명 의사 중 한 사람인 안도용(1893∼1921) 의사의 손자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었던 아버지가 8살인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인 안도용 의사가 돌아가셔서 힘들게 자랐을 거 같은데, 어땠나?△할아버지는 감옥에서 고문당하신 후유증으로 집에 오신 다음 계속 누워 생활하시다 2년 후에 돌아가셨다. 어린 아버지는 할아버지 곁에 가는 것을 두려워해서, 할머니로부터 1919년 3·1 운동 당시 포항 청하 독립 만세운동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포항 대전리 ‘만세촌’ 14명의 의사 중 9명이 대전교회 교인이었는데, 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아버지가 기억을 많이 못하고 계신 탓에 나는 이명만 의사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1981년, 대학교 1학년 때, 14인의 의사 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이명만 의사(당시 81세)가 서울에 있던 나를 불러 14인 의사의 공적을 적어 보훈청에 제출하라고 하셨다. 이명만 의사는 그 5년 뒤에 돌아가셨다. 이 의사의 말씀에 따르면 1919년 3·1 운동 당시 대전교회는 영수 윤영복을 중심으로 만세 시위를 주도했다. 대전교회 창립자인 이익호 선생의 아들 이준석·이준업 형제의 집에서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준비하고, 교인들은 3월 21일 청하 장날에 맞춰 500여 명의 군중과 함께 독립 만세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로 90여 명이 검거됐고 대전리 마을의 14인 지사도 끌려갔다. 이익호 선생은 배재학당 졸업 후 낙향해 청하면 일대에 3개의 교회를 세워 기독교 중심의 구국 계몽운동을 전개했지만 일찍 병사해 그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의 민족의식과 신앙 구국의 의지가 아들과 교인들에게 그대로 이어졌고, 교회가 만세운동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안시호 대전3·1 독립운동 유족회장 -대전3·1의거 기념관을 소개한다면.△이준석·이준업 형제의 생가 바로 옆에 대전3·1의거기념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준석 의사의 증손자인 이병찬 계명대 석좌교수가 3·1의거 당시 태극기를 제작했던 생가 부지를 포항시에 기증해 포항시가 2001년 개관했다. 이곳에는 대전리 출신 14인 의사들이 당시 항일 운동을 전개하면서 사용했던 유품과 판결문, 훈장, 영정 등 관련 유물 180여 점이 전시돼 있다.-다른 지역에서도 독립운동가들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관 등 여러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데, 대전3·1의거 기념관의 차별점이 있다면?△포항은 경상북도에서 가장 먼저 독립운동을 전개했으며 1919년 3월 12일 대전리 출신 14인과 청하 출신 9인이 중심이 되어 청하장터에서 수백군중과 함께 만세운동을 펼쳤으나 무자비한 무력 탄압으로 23인이 투옥되고 옥사하기도 하였다. 대전리 사람들이 체포되자 마을 사람들은 마을 앞 두곡숲에 모여 독립만세를 외쳤다. 이후 옥고를 치르고 마을로 돌아온 의사들은 청년회를 조직하여 항일 운동을 이어갔으며, 어린아이들도 골목에서 만세놀이를 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태극기를 제작했던 장소에 기념관이 건립되었으며, 기념관 옆 복원한 이준석 의사의 생가에는 당시 대전교회의 종탑과 태극기 만들던 장면도 재현되어 있다. 마을 안에는 1913년 3월 2일 설립되어 만세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던 대전교회가 여전히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독립운동사 교육 방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할 듯한데….△독립운동 기념관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기억의 전달 장소로 이용돼야 한다. 그래서 포항시에서 시대의 흐름이나 요즘 세대에 맞게 어떻게 변화해야 할 건지 다방면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특별전시나 문화행사, 교육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문화정책 전문가, 해설사 배치 등을 위한 시의 예산도 필요하다. 단지 건물을 세우고 1년에 한 번 이벤트성 3·1절 기념 행사를 운영하는 것에만 기념관 건립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모순이다. 현재적 시점에서 미래에 전달하는 역사 교육 기관으로서, 기념관은 현재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분류되고 있다. 박물관미술관 진흥법 제2조에, 역사·고고(考古)·인류·민속·예술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교육하는 시설로 정의돼 있다. 여러 물품을 모아놓은 공간이라는 의미로 접근하기보다 유산을 수집, 보존, 연구, 교류, 전시하는 옛사람들의 문화를 함께 향유하고 교육하는 공간으로 인식해야 한다.현실적인 방법 중엔 우선 독립운동가의 개별적 스토리를 좀 더 들여다보고 콘텐츠로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전3·1 독립운동의 주인공 격인 대전교회 설립자 이익호 선생을 조명하는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그리고 80호 작은마을에서 14명의 멸사봉공 독립운동가가 나온 전국 유일의 마을인 만큼 이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문화제 개최 또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면?△2017년 독립·참전유공자에 대한 지원 강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후속 조치로 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생활 형편이 어려운 (손)자녀에 대한 생활지원금이 신설됐다. 기준중위소득(전체 가구 중 소득을 기준으로 50%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 50% 이하 및 70% 이하의 (손)자녀가 지원 대상이다.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융통성 있는 지원금 설정과 후손 예우의 폭을 넓혀 증손자까지 보상 대상에서 포함시켜 주었으면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사진/안성용 사진가 제공

2024-08-12

한적한 시골장터 ‘갯마을 차차차’ 촬영 이후 글로벌 관광지로

‘내가 맛집 기사 한 줄 쓰면 다음 날 음식점 앞에 줄이 쫙 섰지’. 10여 년 전 맛집 소개로 필명을 날리던 한 선배의 후일담이다.몇 줄 글에도 손님들이 식당을 칭칭 감던 신문의 위력은 이제 예전 같지 않다. 오히려 ‘6시 내 고향’이나 ‘생생 정보통’ 같은 방송 매체에 주도권이 넘어가 버린 느낌이다.요즘은 특정 장소를 알리는데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 세트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극(劇)에서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드라마 현장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MZ세대들에게 소구력이 크다고 한다.근래 포항에서 드라마에 등장한 후 크게 인기를 끄는 곳이 있다. 바로 포항시 청하면에 있는 ‘청하시장’이다. 2021년 tvN ‘갯마을 차차차’가 방영되면서 청하시장은 전국적 명소 반열에 올라섰다. ‘3년이나 지났는데 드라마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아직도 시장통에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심지어 곳곳에서 외국인들의 수다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한가로운 시골 전통시장이 경북의 명소를 넘어 글로벌 관광지로 도약한 사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고려 후기 이후 동해안 지역 물산 집중포항에 본격적으로 인간이 터를 잡은 것은 흥해읍의 지석묘를 통해 보듯 청동기시대부터였다. 이 지역엔 변진 24국 중 하나인 근기국(勤耆國)이 자리잡고 있었고 이들은 동해안을 배경으로 정치 세력을 형성했다. 근기국은 후에 신라에 복속되면서 경주 세력의 군현체제 아래 편제됐다.6세기 후반 청하 일대에는 냉수리고분을 축조한 세력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무덤 양식, 부장품을 통해서 볼 때 냉수리 세력은 포항의 북부, 동해를 배경으로 상당한 정치, 경제 세력을 형성했음을 알 수 있다.통일신라시대 아혜현(阿兮縣)이 있었던 청하면 일대는 고려 후기 이후 동해안의 물류 집산지로 뿌리를 내렸다.‘청하(淸河)’라는 지명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려 태조 13년으로 이때부터 청하는 흥해, 영일, 장기와 함께 독자적인 행정 구역으로 발전하게 된다. 청하시장의 개시(開市) 연도는 여러 문헌을 종합해 볼 때 1920년대 일제강점기로 추측된다. 1910년대 이미 청하면은 17개 리(里)와 동(洞)을 관할할 정도로 면세(面勢)를 형성했다고 하니 전통시장의 출현은 훨씬 그 이전이 아닌가 한다. ◆1970~90년대 장날엔 장꾼들 대혼잡청하시장은 위로 영덕, 남쪽으로는 흥해 사이에 위치한 소규모 시장이다. 주변에 우시장, 어시장이 들어섰다는 기록이 보이지 않고 장옥(場屋) 규모도 크지 않아 읍면 단위의 상권을 담당한 정도였던 것 같다.청하시장은 단층상가 두 곳을 아케이드로 연결한 형태로, 점포수도 많지 않다. 그러나 시장 전체 면적은 상당히 넓은 편이고, 광장이 잘 발달돼 있어 상설시장보다는 오일장(1, 6일)에 최적화된 구조다. 현재 대로변과 장옥 등의 상가는 약 90여 곳으로, 입점 상가들은 보통 시골 장터처럼 과일, 건어물, 철물점, 신발, 잡곡, 의류, 어류, 농약, 종묘, 가축 등이다.30년째 시장을 지켜왔다는 한 어르신은 “1970~90년대만 해도 청하시장 장날엔 인근 흥해, 영덕, 포항은 물론 영천, 경주에서도 장꾼들이 몰려들 정도로 성시(盛市) 이루었다”고 말한다. 바다에 인접해 꽁치, 가자미, 오징어, 고등어 등 각종 수산물이 풍부하고, 또 인근에 평야, 산지 농사가 잘 발달해 과일, 채소 등 농작물 난전도 크게 발달했기 때문이다.한때 주변 20~30리 장꾼들과 난전들을 불러 모으던 청하시장은 2000년대 이후 상권이 급속히 위축되었다. 그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고령화, 이농현상, 저출산 등 전반적인 사회현상 때문이다.◆‘갯마을 차차차’ 방영 이후 전국적 명소로경북 동해안 오지의 작은 시장으로 활력을 잃어가던 청하시장에 2021년 귀한 손님들이 찾아들었다. tvN의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제작팀이었다.짠내, 사람 내음 가득한 바닷가 마을 ‘공진’에서 펼쳐지는 힐링, 로맨스 드라마는 국내는 물론 넷플릭스 시청률 전체 순위 10위권에 랭크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드라마 히트는 극의 무대인 청하시장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음은 물론이다. 드라마가 회(回)를 거듭할수록 촬영장을 찾는 방문객들이 늘어났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다음에 초까지 약 10만여 명의 관광객들이 시장을 다녀갔다고 한다. 한 달 평균 3만~4만 명이 이곳을 다녀간 셈인데, 덕분에 지역 경제에도 관광 특수가 일었고, 시장 매출도 몇 배씩 늘었다고 한다.노점을 운영하는 한 어르신은 “드라마가 방영되던 당시에 하루 종일 젊은이들이 시장을 찾아 사진을 찍고, 세트장을 둘러보느라 연일 인파로 북적거렸다”고 말한다.드라마를 시청했던 외국인들의 방문도 러시를 이뤘다.모종을 파는 한 상인은 “주말이면 관광객들을 실은 관광버스, 승용차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며 “덕분에 시장통에서는 하루 종일 외국어 소리가 떠나질 않았다”고 기억했다. ◆보라슈퍼, 공진반점, 청호철물 그대로청하시장엔 현재도 드라마 속 공진시장 세트장과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드라마 촬영 당시 시장의 25곳 점포는 드라마 세트장이 됐지만 상인들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촬영에 협조했다고 한다.동네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보라슈퍼’도 남아 있다. 현재 보라 엄마는 없지만 쫀드기, 아폴로, 사탕, 과자와 장난감들을 팔고 있다.자장면, 탕수육을 부지런히 실어 나르던 ‘공진반점’ 간판도 그대로다. 대신 메뉴는 곰탕, 소머리국밥, 국밥으로 바뀌었다.보라 아빠가 일하던 ‘청호철물’엔 지금도 옛날처럼은 아니지만 셀카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문앞에 소품용 의자를 준비해 사진을 찍도록 배려했다. 전직 가수 오윤이 운영하던 ‘한낮에 커피 달밤에 맥주’도 사진 촬영 명소로 사랑을 받고 있다. 파스텔톤의 건물과 고즈녁한 풍경 덕에 드라마 당시 낭만적인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 있다.‘여기가 정말 우리가 찾던 곳이었어요.’ 당시 드라마 제작진들이 촬영을 위해 이곳을 답사했을 때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라고 한다.이런 ‘준비된’ 세트장 분위기를 배경으로 드라마가 성공을 거두고 시장이 관광지로 부상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개인과 국가가 성장, 발전 과정에서 흥망성쇠를 겪듯 동네 어귀의 시장도 수없이 부침(浮沈)을 반복한다. 일제강점기 청하, 신광면에서 생필품 조달 창구로 시작한 청하시장은 1980~90년대 사방 30리 난전(亂廛)들을 불러 모을 정도로 번창하다 안타깝게 이제 쇠락기를 맞았다.이런 침체기에 갑자기 나타난 ‘갯마을 차차차’ 촬영팀은 시장을 지역 명물, 국가적 명소를 넘어 글로벌 관광지로 도약시켰다.시장으로 치면 로또를 맞은 셈인데, 이젠 자치단체와 상인들이 이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혜를 모을 때가 아닌가 한다.글·사진/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08-08

“수소환원제철소 건립, 포항서 꼭 이뤄져야 할 핵심 정책”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통해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 대응 공동 의제로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으며, 한국도 이에 동참했다.포항의 탄소중립운동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따른 정부와 포항시청의 지침을 따르자는 측면도 있지만, 시민들과 함께하는 환경운동을 펼치자는 취지다. 우리 지역에서 탄소중립운동의 속도를 높이고 확대해야 포항, 나아가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정책을 성공시킬 수 있다.손종수 포항환경연대 공동대표는“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은 포항에서 펼쳐지는 모든 탄소중립운동보다도 더 절실한 과제”라며 “포스코의 이산화탄소 제로 정책인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포항에서 꼭 이뤄져야 할 가장 핵심적이고 절실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포럼에서는 하준수 고려대 미래건설환경융합연구소 연구교수가 ‘탄소중립과 한국경제’, 유성찬 포항환경연대 공동대표가 ‘수소환원제철의 포항지역사회 경제적 사회적 의의’, 이부용 본지 기자가 ‘수소환원제철 도입과 기업경쟁력’등을 각각 발제했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소와 탄소중립유성찬 포항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이산화탄소 제로 달성을 위해 포스코의 탄소중립이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포스코는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야 한다. 포항시민들이 포스코가 제대로 일을 잘하도록 도와줄 때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도록 해야, 포항시와 포항시민의 경제활동이 성공할 수 있다. 2026년이후, 포스코 철강제품의 유럽수출 가능하려면 석탄으로 생산한 철강제품으로는 어렵다. 2050 탄소중립 정책으로 모든 생산활동이 환경경제산업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포스코가 친환경 철강재를 생산해 탄소국경세에 대한 걱정 없이 세계적으로 철강산업을 리드해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에 대해서는 포항시와 포항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고 있다. 지역 지도자들의 탄소중립, 환경경제에 대한 한계를 보여 준다.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포항의 경제산업과 탄소중립경제를 위해서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은 2차전지 만큼이나 중요하다. 포스코의 철강산업이 일몰(sunset) 산업이 아니라면 탄소제로와 환경경제를 이차전지산업과 동일하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포항이 국제도시로 번창할 길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환원제철법을 성공시키는 것이다.△탄소중립을 향한 글로벌 기업들의 노력, RE100RE100은 기업이 100%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하는 민간차원의 글로벌 캠페인이다.영국의 비영리단체인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공개프로젝트의 주도로 2014년에 13개 기업에서 시작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화력발전이 아닌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 제품을 생산하자는 자발적인 약속이다.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전기를 100%를 사용해야 투자가 가능하다. 2050년까지 RE100 실천은 가입을 위한 최소 조건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가 40%이다.2022년 7월말 기준으로 RE100에 가입한 세계적 기업은 구글, 애플, 인텔, 제너럴모터스(GM), 이케아 등 376곳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2020년에는 6개, 2022년 2년 만에 21개 기업으로 증가했다. RE100 참여로 생산비용이 상승되지만, 세계의 소비자들이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흐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애플과 같은 글로벌 IT제조사가 국내 반도체 공급사에 RE100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대만의 반도체기업인 TSMC로 물량을 돌리겠다고 선언했다. RE100 회원사 중 애플은 자신의 공급망에 포함돼 있는 협력업체에게도 신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해 생산된 부품을 납품하도록 요구했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국내대표 전자기업도 RE100을 추진하지 않으면 수출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다. 세계 경제가 탄소중립 실현중심으로 완벽하게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포스코도 2050 탄소중립경영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U 집행위원회가 2021년 7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규정안을 발표했다. 2023년에서 2025년까지 전환기를 거쳐 2026년부터는 EU로 수입되는 시멘트, 전기, 비료, 철강, 알루미늄의 직접배출 탄소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향한 우리의 노력한국정부는 2022년 12월 10일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4번째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이다. 포스코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 선언, 로드맵을 발표했다.2018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시나리오1.5℃’를 통해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2019년 12월, 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참가국 모두가 서약했다. 2021년 9월,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했다. 기본법 12조 1항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은 국가·시도계획을 고려해 10년 계획기간으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한다. 포항시의 탄소중립 추진 및 노력의 법적 근거가 만들어진 것이다.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와 탄소중립추진계획에 따라, 정부도 포항시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해야 한다.△수소환원제철에 대한 세계의 동향과 우리의 대응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프랑스는 약 2조 4000억원, 독일은 4조원, 영국은 2조원, 일본은 4조원 정도의 개발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미국 또한 탄소중립시대 대응을 위해 2050년까지 7조 9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중공업 분야의 탄소중립에 투자한다.현재 수소환원제철소에 몇조원씩 투자하는 나라들은 유럽선진국들이다. 이전에는 철강산업이 개발도상국들의 공해산업이었지만 현재는 친환경, 수소환원제철로 변화했다. 개발도상국과 중진국에게서 철강산업을 다시 찾아오려는 선진국들의 노력을 무시할 수 없다. △포항지역사회·경제적 의의포스코 이전의 포항 전통사회의 경제는 고기잡이와 농업이 중심이다.포항의 경제가 ‘근대화경제개발’의 중심으로 일어선 것은 ‘제철보국’의 포스코 창립의 결과임은 분명하다.대한민국은 수출주도형 경제,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다. 철강산업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정부도 좀 더 적극적으로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에 투자를 해야할 단계이다.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유럽의 각국정부 프랑스는 약 2조4척억원, 독일은 4조원, 영국은 2조원, 일본은 4조원 정도의 개발보조금 지급할 계획이다. 현재 수소환원제철소에 몇조원씩 투자하는 나라들은 유럽선진국들이다. 수소환원제철로 철강제품 생산하려는 강대국과의 경쟁을 해야 한다. 수소환원제철소가 성공을 해야 탄소중립도 성취하고 강대국 사이에서 뒤처지지 않는 나라로 설 수 있다.△포항시민들의 협력과 포항 변화의 모멘텀기후위기 극복과 과학기술발전의 계기로 지역사회가 변화하고 있다. 친환경사회 건설, 신재생에너지 100%실현, RE100. 탄소중립경제,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문제에는 정견의 차이가 없어, 포항시민들의 협력이 중요하다. 포스코는 이제 제철보국을 넘어 ‘탄소중립보국’이라는 사명, 그 중심에는 ‘수소환원제철소’가 있다. 포항지역시민들의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을 전환하고 탄소중립에 대한 지역공동체의 협력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미래에는 포항의 탄소중립 넷제로운동이 전국의 표준이 되고 수소환원제철로 인해 대중화 될 것이다. 포항의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극복하고 수소환원제철소 건립, 탄소제로운동의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글·사진/이부용기자

2024-08-04

주왕산 탐방로·얼음골·신성계곡 걷다 출출해지면 ‘달기탕 백숙’

어느 도시 할 것 없다. 낮과 밤 모두 펄펄 끓는 가마솥 더위가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8월의 초입. 높아지는 불쾌지수와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감이 우리를 지치게 하는 성하(盛夏)의 계절이다.일상이 돼버린 뜨거운 폭염을 잠시라도 피하고 싶은 이들은 휴가를 계획 중이다. 그렇지 않아도 8월은 여름휴가의 피크 시즌.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공기 좋고, 계곡 그늘 시원하고, 맛깔스런 먹을거리도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지.경북 청송은 주왕산의 멋들어진 풍경 속에서 ‘산소 카페’로 불릴 만큼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청정한 고장이다. 무더운 여름철에 어울리는 쾌적한 피서지로 손색이 없다는 이야기. 올 여름 어디로 휴가를 갈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윤경희 청송군수가 조언한다. “우리 청송군에 오시면 깨끗하고 맑은 자연의 매력을 만끽하면서, 가족과 연인이 행복한 추억을 쌓아 가실 수 있다”고. 과연 그럴까? 아래 청송군을 방문한다면 꼭 가봐야 할 시원한 피서지 몇 곳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주왕산을 지나 얼음골로 가다 보면...국에서 12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주왕산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높은 암석 봉우리와 깊고 수려한 계곡이 빚어내는 절경을 간직한 곳이다. 탐방로를 따라 연화봉, 급수대, 시루봉, 학소대 등을 만날 수 있고 수려한 계곡도 매력적이다.용추, 절구, 용연폭포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뤄 ‘한국 3대 암산’에 꼽히지만, 사람들이 이용하는 탐방로는 유모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평탄하다. 가을 단풍철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지만 지금은 다소 한적한 길을 조용히 거닐 수 있다. 주왕산에서 영덕군 옥계계곡으로 가다 보면 얼음골 인공폭포가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계곡 주변은 한여름 온도가 32°C가 넘으면 얼음이 얼고, 계곡 물은 얼음처럼 차갑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보며 얼음골 생수 한 잔 마시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는 게 청송군의 설명이다. ▲달기·신촌 약수탕 물로 끓인 백숙은...달기약수탕은 청송읍 부곡리에 위치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30여 년 전 조선 후기 때 금부도사를 지낸 권성하가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부곡리에 살면서 마을 사람들과 수로 공사를 하던 중 바위 틈에서 솟아오르는 약수를 발견하게 됐다고.권성하가 그 물을 마셔봤더니 막혔던 속을 뚫어주는 트림이 나오고 위장이 편안해져 그 후 즐겨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달기약수탕은 가뭄이 아무리 심해도 솟아나는 물의 양이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으며, 색과 냄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상주-영덕간 고속도로 동청송 인터체인지 인근에는 신촌약수터가 있다. 조선시대 말 무렵 조정에서 전국의 약수를 조사한 일이 있는데, 당시 이곳 약수가 가장 무겁고 맛이 독특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 물은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고 한다.이 두 곳 약수터에서 솟아나는 물에는 철분이 많이 함유돼 약수터 주변이 빨갛게 산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탄산수는 톡 쏘는데 근처 가게에서 파는 달달한 엿과 함께 마시면 그 맛이 더욱 좋다. 또 약수로 밥을 지으면 푸른색 윤기를 띠며 찰기가 생겨 지친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데 그저 그만이라고.약수탕에서 시원한 달기약수 한 모금 마셨다면, 주변의 먹을거리를 찾아보는 게 보통의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 맛있는 음식은 여름휴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달기·신촌 약수탕 근처에는 약수를 사용해 우려낸 닭백숙이 여름철 보양식으로 이름 높다.약수 닭백숙은 철분 함량이 높은 약수가 닭의 지방을 제거해줘 맛이 담백해진다. 또, 소화가 잘돼 위에 부담이 없다. 약수에 닭, 인삼, 황기, 감초, 대추, 녹두를 넣어 푹 고아서 닭이 알맞게 익으면 건져내 따로 담고, 국물로 죽을 쒀 닭고기와 함께 먹는 게 일반적이다. 이 닭죽은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 좋고, 지친 몸의 기운을 찾아준다고 한다. ▲일상 지친 눈 편안해지는 신성계곡 녹색길청송의 또 다른 명소 신성계곡 녹색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여름 관광지로 추천한 걷기 좋은 여행길이다.갯버들 하천 길, 갈대 봇도랑 길, 방호정 길, 자암 길, 하천 과수원 길, 백석탄 길로 이어진 12km의 녹색길은 맑은 물과 푸른 숲을 더불어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지저귀는 새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일상에서 벗어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녹색길을 아우르는 신성계곡은 뻬어난 풍광과 맑은 물, 그리고 빽빽한 소나무숲을 자랑한다. 방호정에서 고와리 백석탄에 이르는 계곡 전체가 청송 8경의 ‘제1경’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은 신성리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 방호정 감입곡류천, 백석탄 포트홀 등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 명소를 4곳이나 품고 있어 지구 환경 학습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신성리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는 2003년 태풍 매미에 의해 산사태가 발생해 약 400개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곳이다. 공룡 모형이 설치돼 있는 소공원은 학습장과 포토존으로 활용된다. 방호정 감입곡류천은 아름다운 하천, 퇴적암 절벽, 도지정 민속문화재 ‘방호정’이 어우러진 명소다. 방호정은 조선시대 선비 방호 조준도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해 생모 안동 권씨의 유택이 보이는 곳에 세운 정자다. 신성계곡을 찾게 된다면 현대인이 잊고 사는 효(孝)의 가치를 떠올리며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이다.청송 안덕면 고와리 계곡에 있는 백석탄 포트홀은 알프스산맥의 미니 암봉과 닮은 바위군이다. 하얀 바위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은 “이곳이 선계(仙界)가 아닌가”라는 혼잣말을 하게 만든다. 계곡 흐름에 따라 오랜 시간 동안 침식된 암반에 항아리 모양의 깊은 구멍들이 생겨있으며, 조선 인조 때 경주에 살았던 송탄 김한룡은 이곳 시냇물이 맑고 아름다워 고계(금)라 부르기도 했다.▲시원한 실내 전시장과 체험장으로청송백자 전시·체험장도 가볼만한 곳이다. 청송백자는 조선후기 ‘4대 지방요’로 분류될 만큼 명성이 높았던 생활 자기다. 이곳에서는 전통도자기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청송백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청송백자를 활용한 다양한 도자기 체험도 가능하다.남관문화센터는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남관 화백을 기리고자 조성한 문화 예술공간. 7월 16일부터 9월 1일까지는 ‘2024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동 협력 전시’의 일환으로 미디어아트홀에서 ‘헤어짐의 단상, 그리고 새로운 만남’이라는 주제로 특별 전시가 열린다.야송미술관은 청송에서 태어난 동양화가 야송 이원좌의 작품 36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기획전시도 함께 이뤄진다. 별도의 건물로 조성된 ‘청량대운도 전시관’에는 동양화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작품인 한국화 ‘청량대운도’가 전시돼 있다. /김종철·홍성식 기자

2024-08-04

김천시, 성공적 투자유치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 도약

김천시가 ‘일자리가 풍부한 경제도시’를 시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전략적 기업투자유치 활동에 매진한 결과 김천1일반산업단지 3단계 100% 조기분양으로 총 36개 기업체, 7721억 원이라는 투자유치와 3529개의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 냈다.이는 경기침체 등 국내외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산업단지의 우수한 입지여건과 함께 적극적인 기업유치, 저렴한 분양가, 풍부한 산업 인프라 등으로 투자유치 활성화에 김천시의 관심과 역량이 집중된 결과로 분석된다.특히 김천시는 2008년부터 시 직영으로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해 재정 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산업단지 분양가를 15% 이상 낮추는 등 파격적인 분양가로 투자유치 효과를 극대화했다.이러한 자구책은 2011년 김천일반산업단지 1단계 사업의 성공적인 분양에 힘입어 2단계·3단계를 연이어 조성해 조기에 100% 완판하는 등 총 106개의 기업을 유치해 김천의 산업지도를 다시 그렸다.이에 그치지 않고 현재 김천일반산업단지 4단계 조성사업에 착수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거쳐 토지 및 지장물 보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4단계 조성사업을 통해 4800여 명의 일자리 창출과 연간 3조 3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돼 명실상부한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4단계 산업단지는 어모면 다남리, 개령면 신룡리, 대광동 일원에 124만㎡(38만 평) 규모로 총사업비 2349억 원을 투입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등 10개 업종을 유치할 계획이며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입주의향서가 142%(113만㎡) 접수돼 기업체 간의 입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 230만평의 대규모 산업단지 매력적인 투자지역2027년 완공을 목표로 김천1일반산업단지 4단계(38만 평) 조성이 완료되면 이미 준공된 1단계(24만 평)·2단계(42만 평)·3단계(35만 평)와 90년대 조성한 김천1·2차 산업단지(62만 평), 감문·대광·지례·아포농공단지(27만 평) 등 총 230만 평의 대규모 산업단지 벨트를 구축하게 된다.그리고 김천시는 경부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경유하고 KTX김천(구미)역이 입지해 있는 광역교통의 요충지로서 기업의 물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입지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또한,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김천~거제간 남부내륙철도가 개설되면 김천은 서울까지 1시간 30분, 거제까지는 1시간 10분에 도달이 가능해져 수도권과 남해안을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로서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되며 사통팔달의 탁월한 교통환경이 갖추어진 물류교통의 허브도시가 된다.더욱이 154㎸급 산업단지 전용 변전소와 열병합발전소의 증기공급, 도시가스 및 하수종말처리시설 등 완벽한 인프라도 갖추고 있으면서도 저렴한 분양가로 기업투자에 매력적인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 입주기업에 다양한 지원 혜택김천시는 우수한 입지여건으로 찾아오는 기업에 만족하지 않고 발로 뛰는 기업유치와 기업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시책을 추진해 왔다. 투자유치진흥기금을 운영해 투자기업에 대한 보조금 및 기업유치를 위한 각종 기반시설 조성 등에 240억여 원을 투입했다. 2019년에는 투자유치진흥기금 100억 원을 추가로 조성해 공격적인 기업유치 활동을 전개한 결과 일반산업단지 3단계 조기분양 완료라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을 통해 국내에서 창업 3년 이상 된 기업이 지방에 신·증설 투자를 하거나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기업 본사 등을 이전 하는 경우 당해 지역에 1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10명 이상을 신규로 고용하면 해당 기업에게 설비투자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 주고 있다.이밖에도 김천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은 취득세 75% 감면, 5년간 재산세 75% 감면 등 세제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창업 기업으로 인정받을 경우 법인세 감면 혜택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다.지역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도모하고자 중소기업 운전자금 및 이차보전금을 지원하고 있다. 김천시의 이차보전율은 도내 최고인 4%이며, 지난 한 해 524억 원의 융자 실적으로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했다.그밖에도 기업 현장의 애로기술 해결을 위한 기술주치의 119 지원 사업, 중소기업의 제조현장 경쟁력 제고를 위한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사업, 지역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근로환경 개선 및 생활 안정을 제공하기 위해 중소기업 기숙사 임차비 지원 사업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기 상황을 주시하며 지역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업지원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 근로자를 위한 복합문화센터 신축김천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고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주관한 ‘산업단지 복합문화센터 건립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31억7천만 원, 도비 4억 원을 확보하고 시비를 포함해 총사업비 65억 원으로 복합문화센터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일반산업단지 2단계 부지 내에 위치한 등대지 주차장에 건립 중인 복합문화센터는 문화·편의시설을 확충하고 공연장과 전시홀, 코인세탁실, 공유주방, 동아리실, 심리상담센터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근로자 복지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또한 주변에 수변공원과 산책로를 조성하고 키즈룸과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어 근로자 가족들이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천1일반산업단지 복합문화센터는 2024년 12월 완공할 예정이다.김충섭 시장은 “민선7기에 이어 민선8기에도 일자리가 풍부한 경제도시를 첫 번째 시정 목표로 우량 기업 유치에 매진하겠다. 일자리 창출 및 지역주민의 소득 증대는 물론 연관 산업의 파급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김천에서 투자한 기업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성공신화’를 계속해서 써내려 가겠다”고 밝혔다./나채복기자 ncb7737@kbmaeil.com

2024-08-01

日 ‘어린이 패스트트랙’ 혜택·핀란드 ‘엄마 상자’ 제공

저출산 문제는 비단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많은 나라가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인구정책을 도입 중인 것.저출산은 양육비 부담부터 여성 경력 단절 등 다양한 원인을 포함하고 있어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래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주목할 만한 출산장려책을 내놓은 해외 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 일본정부와 기업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각각의 어린이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게 일본이다.일본 정부의 대표적인 어린이 친화 정책은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 어린이 패스트트랙은 국립박물관·공항·관공서 등을 이용할 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임산부를 다른 대기자보다 먼저 입장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도쿄 국립박물관의 경우 어린이날이나 연휴 기간엔 어린이 동반 가족을 위한 매표소를 따로 운영한다. 현장 상황에 따라 어린이 패스트트랙도 시행한다. 어린이 동반 가족만 입장할 수 있는 날도 별도로 있다. 노키즈존이 늘어나고 있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기업들도 앞장서 출산 장려책을 펼친다. 일본의 대표적 카메라 제조사인 캐논(canon)은 아이가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1주에 2번씩 조기 퇴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 해상화재보험사는 ‘육아휴직 응원수당’과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대체하는 직원에게 최대 10만 엔(한화 86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도 있다.□ 헝가리헝가리는 2000년대 초까지 저출산국이었다. 하지만, 2011년 1.23명 이였던 출산율이 2020년엔 1.56명으로 증가했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것.대표적인 출산 지원 정책은 결혼을 하면 최대 약 4000만 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것이다. 이후 아이 1명 출산 시 이자 면제, 2명 출산 시 대출액의 3분의 1 탕감, 3명 이상 출산 시 전액을 탕감해준다. 4명 이상의 자녀를 낳은 여성은 평생 소득세가 면제되며, 3명 자녀 가정은 7인승 자동차를 구매할 때 1000만 원의 지원을 받는다. 또 주거비 보조, 국영 시험관시술기관 무료 지원, 보육시설 2만1000곳 확대 등 출산 인프라 정비도 시행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2030년까지 출산율을 2.1명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독일독일은 과거 특유의 ‘남성은 일, 여성은 주부’라는 성(性)역할 고정이 저출산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있다. 산업화 이후에도 고정화된 가부장적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자 결혼하지 않는 여성들이 많아졌다.정부는 2000년대 1.3명 까지 떨어진 출산율 반등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현재 3년간의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기간엔 여건에 맞는 부모수당제도(현금)을 이용해 소득 대체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아동수당(자녀당 36만 원), 형제보너스수당(최대한도 월 287만 원)을 지급한다.또한 ‘거주허가 및 정주법’(이민법)을 제정해 정주형 이민정책도 시작했다. 전문인력인정법, 기술이민법 등 숙련 기술자 정주 중심의 이민정책을 펼침으로써 생산인구 반등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스웨덴스웨덴의 여성 고용률은 2020년 기준 78.3%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맞벌이 부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수년째 합계출산율이 1.5~1.6명을 유지하는 이유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기 때문.스웨덴은 출산 전후로 480일의 휴가를 부모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 휴가 기간 소득대체율이 80%에 이른다. 영아기를 지난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보육시설 확충에도 신경을 쓴다쓰고 있다. 종일제 어린이집, 아이돌보미 등 다양한 육아 서비스 이용료가 가구 소득 3% 이하로 책정돼 무상에 가깝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의 공교육은 대학을 포함해 국가가 모든 재정을 부담한다.만 16세 이하 아이에겐 매달 1520크로나(약 17만 원)씩 아동수당도 지급한다. 학생인 경우 20세까지 연장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핀란드‘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올해까지 7년 연속으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조사된 국가는 핀란드. 출산 지원 정책도 잘 갖췄다. 임신 초기부터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돌보는 정부 산하 진료기관인 네우볼라(Neuvola·모성 클리닉)를 운영해 임신부를 돕는다.핀란드 정부가 운영하는 사회복지기관은 모든 임산부에게 출산 전 육아 필수품이 담긴 ‘엄마 상자’를 제공한다. 이는 핀란드 모든 엄마들에게 주어지는 보편 복지이면서 ‘국가도 당신과 함께 태어난 아이를 키우겠다’는 사회적 약속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상자를 열면 가장 먼저 ‘임신을 축하하며 이 상자가 가정에 행복을 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가 나온다. 더불어 신생아를 위한 열 벌의 옷과 보온 담요, 장갑, 장난감, 온도계 같은 기본적인 육아용품이 들어있다.이외에도 핀란드는 출산이 여성의 사회 진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육아휴직 기간에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했다.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동등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키도록 한 것도 핀란드판 출산장려책이다.□ 중국중국도 저출산 문제로 고민이 깊다. 지난해 중국의 출산율은 1.0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0.72명)과 비슷하다. 이는 중국이 1961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 겪는 인구 감소라 많은 이들이 심각성을 인정한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중국의 저출산 문제는 1인당 GDP의 6.9배에 달하는 높은 양육비와 출산 휴가의 부족 탓이라 지적했다.중국은 1978년부터 2014년까지 ‘한 자녀 정책’을 고수하다 2021년 ‘세 자녀 정책’ 법안을 공식 통과시켰다. 같은 해 7월 쓰촨성(四川) 판즈화시(攀枝花)는 중국 최초로 출산·양육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두 자녀 및 다자녀 가정에는 만3세까지 아이 한 명당 500위안(약 9만3000원)의 보조금이 매달 지급된다는 내용.산시성(陕西) 센양시(咸阳)의 경우 세 자녀를 출산한 여성 근로자에게는 기존 출산휴가 외에 15일의 휴가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배우자에게는 돌봄 휴가 10일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중국의 저출산 극복 대책은 이처럼 출산·양육 보조금 형태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 양육의 어려움을 유발하는 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교육 금지 정책도 내놓았다./황인무·김채은수습기자/성지영인턴기자

2024-07-28

출산 고민하는 젊은 세대들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경북도가 올해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다양한 정책을 통해 출생률을 끌어 올리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과연 실질적으로 출생률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경북도는 지난 2월 저출생과의 전쟁을 공식화하고, ‘경북이 주도하는 K-저출생 극복’ 기본구상을 발표했다.만남 주선, 출산·돌봄 주거지원,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 6개 분야 100대 과제를 통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빠르게 구축하고 일·생활 균형 인식 확산 등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가정의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 이를 위한 예산은 1조2000억 원 규모다.문제는 경북도가 추진하는 저출생 대책이 큰 틀에서 지금까지 정부가 해왔던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6년간 280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저출생 문제 89.5%가 공감하지만, 90.8%가 정책 효과 불신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전국 25~49세 남녀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분석 결과를 보면, 89.5%가 저출생 문제에 대해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저출생 정책에 대해서는 90.8%가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여성계도 경북도의 이 같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지난 5월 성명서를 통해 “저출생 문제에 긴밀하게 대응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우리 사회가 합계출산율 0.65명이라는 수치가 나타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주장했다.여성계는 저출생의 원인으로 △OECD회원국 평균보다 연간 122시간 많은 노동시간 △결혼과 출생 비용 및 육아 비용 부담 △불평등한 가사노동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불이익 및 소득 불안정 등을 강조한다. 이에 더해 “경북이 내놓은 정책엔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여성계의 주장과는 별개로 △출산과 직업 유지의 어려움 △비싼 주택 가격 △청년 취업난 △육아복지 부족 △심각한 비교 문화와 젠더 갈등 △SNS 널리 퍼져 있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 △늦은 초혼 연령과 이에 따른 노산 문제 △심각한 낙태율 문제 등도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이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경제적 이유다. 경북도는 물론 정부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 제한적인 지원 정책은 출산율을 높이지 못한다는 것을 지난 16년 간 확인했다. 높은 주택 마련 비용과 육아 비용 등은 제한적인 지원으로 해결이 안 되기 때문.특히, 부모가 가진 재산과 권력에 따른 계급 문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아이가 부모의 재력 등으로 인해 다른 아이에게 배척되고 놀림을 받는 사회에서 누가 아이를 낳아 그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을까?아파트 브랜드별로 나뉘는 계급 앞에선 어떤 지원책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 사회에 등장한 ‘개근 거지’라는 신조어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 단어는 학기 중 여행 한 번 못가고 꼬박꼬박 등교하는 학생들을 비하하며 사용되고 있다 우리 아이가 ‘개근 거지’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의 출산 독려는 오히려 반감만 불러올 뿐이다.□ 가부장적 인식과 경제적 문제 등이 야기한 저출생 세태여기에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에 따른 불이익과 ‘육아와 집안일은 여성이 하는 것’이라는 가부장적 인식도 타파해야 할 문제다. 이는 남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결혼을 미루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어느 정도 바뀌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부모 세대를 보고 자란 남성들의 경우 여성들의 육아와 가사 전담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여성들은 이런 가부장적인 문화가 여성들을 더 힘들게 한다고 본다. 맞벌이 없이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도 어렵다. 그러니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고 토로하면서 이를 포기하게 된다.이는 남녀 간 만남을 늦추는 이유가 되고, 초혼 연령도 높아지게 만드는 원인이면서 저출산의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로 조사됐다. 10년 전과 비교해 남성은 1.6세, 여성은 1.9세 늘어난 수치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은 3.9세, 여성은 4.3세 늘었다.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노산 문제가 심각해졌다.보건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여성들의 난임률은 나이가 들면서 급격히 올라간다. 25~29세 여성들의 난임률은 14.2%지만 35세가 넘어가면 49.3%, 40세가 넘어가면 무려 71.9%가 난임을 겪는다.여성이 31세에 결혼해 신혼을 즐긴다는 이유로 몇 년만 출산을 늦추면 아이를 가질 확률이 줄어든다. 심평원 불임·난임환자 진료비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약 두 배가 늘었는데 만혼에 따른 출산연령 증가가 가장 높은 이유로 지적됐다.이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문제도 야기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수 급감으로 학교 수가 줄어드는데 반해 특수학교의 학생 수는 증가하고 있다. 2018년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9만780명이었던데 비해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든 2022년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가 10만3695명으로 늘어났다. 이렇다보니 만혼 가정에서는 아이를 출산하지 못할 바에는 딩크족으로 살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비혼 출산 포함한 다양한 가족 지원 정책 펼쳐야”낙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입법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법적 제재 없이 낙태를 선택하는 젊은이가 늘어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낙태율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낙태 건수는 하루 3000건으로 1년에 약 110만 건에 달했다. 지난해 신생아 출산 23만여 명과 비교해 4배가 넘는다.이런 상황에서 경북도가 추진하는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이 모든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특히 실제로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전문가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문제의 당사자인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더 중요하다. 특히, 숨겨진 목소리를 잘 찾아 듣고 가능한 게 뭔지 따져야 한다.일부 전문가들은 “지금 저출산의 요인은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다. 여성의 역할과 지위에 있어 전통적이고 고질적인 관념들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높은 출산율의 선진국을 보면 출산하는 30% 이상이 비혼자”라며 “비혼 출산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 지원 정책에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한 근무환경, 정시 퇴근문화 조성 등 기업들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2024-07-28

창단 60주년 맞은 대구시향, 매회 공연 마다 전석 매진에 뿌듯

오케스트라에서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한 사람, 바로 지휘자다. 포디움에 선 지휘자는 두뼘 남짓 바톤(Baton)을 통해 자신의 음악 철학을 녹여내고 전체 하모니를 완성한다. 그래서 지휘봉을 ‘세상에서 가장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악기’로 부른다.백진현 지휘자가 작년 11월에 대구시향에서 첫 지휘봉을 잡은 지 취임 9개월 차를 맞았다. 전임 고(故) 줄리안 코바체프가 탁월한 곡 해석 능력을 기본으로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백 지휘자는 압도적인 몰입감과 카리스마로 역동적인 지휘 스타일을 내보이고 있다. 동작도 크고 동선에도 거침이 없다. 절제된 동작과 디테일로 청중의 공감을 끌어내는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주회 도중 마이크도 없이 육성으로 곡해설을 곁들이며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도 이젠 그의 트렌드가 됐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제11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백진현, 그를 만나봤다. -대구시향 상임지휘자로 취임 9개월을 맞은 소회는?△지난해 11월 취임 연주회부터 대략 14회 정도 공연을 지휘했다.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의 정기 및 기획연주회뿐만 아니라 서구, 동구, 달서구 공연장을 비롯 코오롱야외음악당, 신천둔치 등 대구 곳곳에서 시민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며, 따듯한 관심과 사랑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그동안 단원 개개인의 장단점도 충분히 파악했고,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을 이루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호른 연주자로 첫발을 내디딘 마음의 고향과 같은 대구시립교향악단에서 지휘자로 함께하는 요즘, 단원들이 자신의 실력과 잠재력까지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으며 의욕 넘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지휘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오케스트라 연주의 핵심은 앙상블이다. 오케스트라에서 연주자 개인의 기량이 아무리 탁월해도 앙상블을 이루지 못하면 불협화음에 지나지 않는다. 평소 단원 각자의 기량 연마는 필수이고, 합주 때 서로의 사운드에 귀를 기울이며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해 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지휘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궁극적으로 ‘재연의 예술’을 한다. 항상 작곡가의 작품에 대한 창작 의도를 잘 파악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곡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상황과 시대 배경 등 작품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토대로 연주 깊이와 넓이를 더해 시민들이 양질의 문화를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클래식의 대중성과 음악성(작품성, 전문성) 사이에서 고민 해결법은?△대중성과 음악성 두 가지 모두 균형감 있게 추구해 나가는 것이다. 한때 클래식은 특정인이 향유하는 고급스러운 음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오늘날 클래식은 이미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고, 대구시립교향악단의 객석만 보더라도 남녀노소 다양한 관객층이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대중성은 공연의 때와 장소, 연주자의 성향 등 공연 기획에 맞춘 선곡을 통해 관객의 기호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음악성은 어떤 작품을 선곡하든 그 나름의 음악적 가치를 찾고 표현함으로써 실현해 나가고 있다.-매 정기연주회 마다 임팩트, 생동감 있는 지휘와 디테일로 청중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화 있는 지휘를 위해선 팀워크가 필수인데, 단원들과 호흡은 잘 맞나?△당연히 잘 맞을 수밖에 없다. 합주 때면 단원들에게 연주에 필요한 바를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단원들도 여기에 맞춰 잘 따라주고 있다. 지휘자와 단원도 음악으로 서로 소통한다. 우리는 전문 연주단체이고, 연습실과 무대 위에서만큼은 철저하게 자신의 본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단원은 지휘자의 해석과 요구를 잘 수용하여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휘자는 단원들이 어떤 부분에서 연주와 표현의 어려움을 겪는지 파악해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나갈 때 같은 색채로 표현하는 것이 최상의 음악적 호흡이고, 그것이 잘 이뤄졌을 때 관객도 최상의 무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지난 2월 정기연주회 앙코르곡으로 에르난데스의 ‘엘 쿰반체로’를 연주하며 록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가 연출돼 관객들이 함께 즐기며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백진현 지휘 코드’로 해석해도 되나.△연주회를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에 비유하자면 서곡은 에피타이저, 협주곡과 심포니는 메인 요리에 해당한다. 그리고 앙코르는 멋진 코스가 끝난 아쉬움을 달래줄 특별한 디저트라 할 수 있다. 때로는 디저트가 더욱 기대되는 만찬도 있듯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앙코르에 ‘진심인 편’이다. 쉐프가 자신 있게 내놓는 ‘오늘의 메뉴’처럼 말이다. 최근에 만난 한 지인은 대구시립교향악단의 다음 연주 때 앙코르는 어떤 곡일지 기대와 궁금증을 내비치기도 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세상의 모든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되기 위해서는 음악적 ‘다양성’에 기반한 풍부한 레퍼토리가 기본이다. 앙코르의 변신도 대구시립교향악단의 레퍼토리 확장, 연주력 향상을 위한 노력으로 봐주시면 좋겠다.-앞으로 대구시향 운영 방향은?△음악가이자 지휘자로서 늘 추구하는 바는 이 세상의 모든 곡을 연주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우선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최근 10년간 연주한 곡목을 분석했고, 오케스트라의 실력 향상과 청중의 다양한 음악적 욕구까지 충족시킬 레퍼토리로 선정하고 있다.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대, 다양한 음악가의 작품을 꾸준히 연주해 나갈 예정이다. 창단 60주년을 맞이한 지금, 거의 매 공연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시민의 큰 사랑을 받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위상에 걸맞게 내실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백진현 상임지휘자는?현재 동서대 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계명대 음악대학, 맨해튼 음악대학원(MM), 브루클린 음악원(PG-D), 하트퍼드대 음악대학원(AD), 파이스턴 국립예술대학원(DMA)을 졸업했다.미국, 러시아,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쿠바, 체코, 브라질, 페루, 카자흐스탄, 헝가리, 몽골, 루마니아, 멕시코,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의 활발한 공연을 펼쳤다.국내에서는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 부산시향, 광주시향, 충북도향, 창원시향, 포항시향, 강릉시향 등을 지휘했다.‘제27회 오늘의 음악가상’, ‘제33회 부산음악상’, ‘2018 한국음악상’ 등을 수상했다./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07-25

포항 철강산업 경쟁력 유지… ‘수소환원제철’로 승부수

지금은 지구온난화, 기후위기의 시대이다.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으로 치닫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서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공적인 토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포항지역의 시민사회, 공동체, 지역언론 등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마련됐다.포항환경연대는 23일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탄소중립·수소환원제철 포럼’을 개최했다.이날 김영식 전이엠솔루션 수소환경 총괄본부장이 ‘수소경제와 수소환원제철’이라는 주제로 국내외 수소경제 동향과 진단, 국내 기업의 기술력 현황 등을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의 수전해 수소 생산 기술력 제고를 통한 경제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수전해 효율 향상, 저가·고효율 소재개발 및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대규모 수소생산 시스템 실증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최만규 (주)대영엔지니어링 환경사업부이사는 환경영향평가 진행경과와 주민 및 전문가의 의견수렴, 관계기관 협의절차 이행, 사후모니터링 체계 수립, 제언 등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최 이사는 “포항제철소 조강생산량 유지를 위해 수소환원제철 3기 및 관련 설비 건설을 위한 135만㎡ 용지 필요하다”며 “제철공정 상 수소환원제철 설비는 기존 고로가 위치한 선강지역에 인접 배치가 필수이며 포항제철소 내 가용부지가 없어 북측 공유수면 매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탄소중립과 한국 경제하준수 고려대 미래건설환경융합연구소 연구교수는 “포항시에 제철산업이 핵심산업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망지원 정책의 유기적 결합은 탄소중립 정책과 지역 경제활성화가 융합할 수 있는 녹색경제의 성공적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탄소중립을 경제와 밀접한 산업부문을 중심으로 분석하면, 전력·열 등 간접 배출을 포함할 경우 국내 전체 온실가스의 약 56%가 산업부문에서 배출되고, 업종별로는 철강, 정유·석유화학, 시멘트 및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이 산업부문 온실가스의 82%를 배출하고 있다. 반면, 이들 4대 업종은 2019년 기준 국가 제조업 매출액의 약 52%를 차지하고 있어 전형적인 고탄소산업에 의한 지배적인 배출기여를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직접배출과 간접배출을 포함한 산업부문의 지역별 배출현황은 2021년 배출량 기준 발전소가 가장 많은 충남이 가장 높고 경북은 4순위로 나타났다. 권역별 고탄소산업의 배출비중은 대구경북권은 금속제품이 49.0%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여 주고 있고 충청권, 동남권 및 수도권은 전기가스 산업이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여 주고 있다. 다만, 일반 도시와 달리 산업부문 배출이 45% 이상을 점유하는 산업도시 유형의 배출 특성이 나타나고 있어 탄소중립 도시 구축과 같은 지역의 온실가스 관리를 위해서는 산업계와의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탄소중립정책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여러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마이너스 효과와 플러스 효과 사이에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IMF(2020)는 2021~2035년 기간은 녹색 인프라 투자의 경기부양효과가 성장에 플러스로 작용하고 그 이후에는 탄소세 부과 효과가 커지면서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한국은행 이슈분석 보고서(배한이, 2023)에 따르면, 탄소중립 정책의 경제적 영향평가를 NGFS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NGFC는 저탄소경제 이행 경로를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 억제 경로에 따라 ‘질서있는 이행’, ‘무질서한 이행’ 및 ‘현상 유지(hot house world)’의 3가지 경우로 구분하고, 이를 더 세분화해 2050년 ‘탄소중립’, ‘2°C 이하’, ‘산발적 탄소중립’, ‘지연된 2°C 이행’, ‘각국의 배출 감축목표(NDCs)’, ‘현재정책(current policies)’ 시나리오의 6가지로 구분하고 분석했다.시나리오에 따라 기후변화 이행으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탄소중립 및 2°C 이하 시나리오 하에서 2021~2050년 중 연평균(Baseline 시나리오 대비) 각각 약 0.6%p, 0.4%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기술발전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효율성이 상당폭 개선될 경우, 탄소중립 및 2°C 이하에서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각각 약 0.5%p, 0.1%p 하락해 하락폭이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별로는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 즉 동남권, 호남권, 충청권, 대경권 등의 순으로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고탄소산업이 주로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환경 이슈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심화비수도권에서는 주력산업의 탄소배출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과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 개발 지원 등 유인구조 마련을 통해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저탄소경제 이행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다른 측면에서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 관리정책이 시작된 시기를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 2015.06)’ 수립 시기로 고려하고 국가 실질 총생산(GDP) 측면의 경제적 현황을 검토하면 2013년 1563조원에서 2022년 1969조원으로 10년간 연평균 2.6% 매년 외견상의 경제규모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다만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 가장 크게 반영된 것으로 논의되고 있는 2020년 한해에만 전년 대비 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2015년 이후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이 우리 경제에 현재까지는 외견상 우려할 만한 영향이 있지는 않은 것처럼 보여진다. △탄소중립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현재까지는 충분한 전략적·기술적 대비가 없는 경우 대부분 다소 부정적인 경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탄소세 등의 직접적인 경제부담과 감축을 위한 시설 전환 비용 등의 요소를 고려하는 경우, 산업부문 중심의 경제적 위축현상은 일반적으로 예상될 수 있다. 이러한 탄소중립 정책의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녹색경제 및 정의로운 전환과 같은 환경과 경제의 양립을 위한 지원제도와 기후 약자 또는 도태될 우려가 높은 산업군의 대응을 위한 전략 등을 제시하고 있다. 즉, 국가 탄녹기본계획(2023.04)에 수록된 온실가스 감축인지예산제도와 기후대응기금 활용과 같은 재정 정책, 녹색분야 자금 지원 확대 및 전환과정 지원 등의 녹색 정책금융 등의 금융정책과, 지난 5월에 발표된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 선정과 같은 기후기술 기본계획과 탄소중립 전문기술인력 양성 정책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기후기술의 개발과 연관인력의 양성정책기후 선진국인 영국 기후변화 위원회보고서(CCC, 2023)는 평균 급여지수가 국가 전체 평균보다 높은 탄소중립 전환 사업 종사자 일자리가 2020년 이후 약 8만개 이상 증가하고, 2020~2021년 저탄소 기업의 직접 고용이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탄소중립 전략이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탄소중립과 경제관계를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자 포항시의 핵심 기업인 포스코와 제철분야 탄소전환을 위한 수소경제로 국한해서 보면, 한국형 100대 녹색기술 및 전략회의(탄녹위 7차 회의, 2023)에서 철강분야 탄소중립 로드맵으로 장기적으로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고로-전로를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기 위해 공정 및 설비 설계 등의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2029년까지 100만t(톤)급 준상용급 실증화 및 2040년 이후 단계적 전환 전략을 수립했다.수소경제 전환을 위해서는 많은 기술개발과 재정 투입과 연관 공급망의 구성을 위한 넷제로 인력 양성이 중장기적으로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글·사진/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7-23

“몽족은 고구려 후예” 여행·출장 땐 꼭 먀오·몽족촌 방문

가장 먼저 독특한 이력이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챈다. 얼마 전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역사에세이 ‘역사의 파편-또 다른 한국인의 초상, 몽족의 슬픈 역사’(들꽃출판사 刊)를 쓴 윤기묵(63)은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이학(理學·물리학, 화학, 천문학, 지질학 등 자연과학을 통칭하는 단어) 석사 학위도 가졌다. 지금 하는 일도 역사 연구나 글쓰기와는 멀어 보인다. 그는 강원도에서 기계 사업과 식품 제조업, 수제맥주 양조장을 운영 중이다.그런데, 늦은 나이인 마흔셋에 시인으로 등단했고, 이후 ‘역사를 외다’ ‘외로운 사람은 착하다’ ‘촛불 하나가 등대처럼’ 이란 제목의 시집을 냈다. 역사에세이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만주 벌판을 잊은 그대에게’는 윤씨의 역사 관련 전작(前作). 이쯤 되면 우리가 흔하게 보는 고만고만한 사업가는 아닌 게 분명하다. 비즈니스 마인드와 시인의 성정(性情)을 두루 갖추고, 거기에 아마추어 역사학자의 면모까지 보이며 1인3역을 해내고 있으니. △한국문단 중진 이승철 시인이 본 윤기묵은 사업가이자 시인, 아마추어 역사학자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윤기묵씨. ‘다재다능’이라 불러도 무방한 윤기묵의 그간 행적과 정체성에 대해선 ‘역사의 파편’ 뒤표지에 실린 선배 시인 이승철의 문장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런 대목이다.“역사의식을 갖고 글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 시(詩)문학사를 살펴보더라도 신동엽, 김남주, 고정희 시인 등이 그런 부류에 속할 정도로 매우 드물다. 윤기묵도 역사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갖고, 역사적 사실에 대해 그만의 새로운 해석으로 독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그는 역사의식을 중심에 두고 그간 출간된 시와 에세이를 통해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펼쳐왔다. 결국 참된 시는 역사고, 역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주는 진실의 빛이 아닐까.”이승철의 발문(跋文)을 읽고 다시 보니 윤기묵이 어째서 바쁜 사업의 와중에도 한국과 관련된 아시아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왔는지 어렴풋이 짐작된다.윤기묵은 바이어나 사업 파트너를 만나러 중국에 가면 꼭 먀오족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고 했다. 마시면 다음 날 숙취로 괴로울 것이 뻔한 독한 술임에도 베트남에 갈 때면 반드시 몽족 술집에서 술을 마신다. 왜 그럴까? 윤기묵은 이렇게 답한다.“나는 고구려 음식도 모르고 술 맛도 모르지만 먀오족과 몽족이 고구려 유민일 가능성이 높다기에 그들의 밥과 술을 조상의 음식인양 챙겨 먹었던 것”이라고.어? 정말 그럴까. 여행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여러 차례 봐왔던 화려한 의상의 몽족이 정말로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란 말인가. △아마추어 역사학자의 꼼꼼한 ‘몽족 탐구’윤기묵에게 몽족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한 책이 있다. 김인희가 2010년 출간한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이 바로 그것. 그 책은 먀오족과 몽족이 고구려 유민의 후예라고 주장한다.“668년 고구려가 신라당나라 연합군에 의해 멸망하고 이듬해인 669년 20만 명에 이르는 고구려 유민이 중국으로 끌려갔다. 그중 10만 명이 중국 남방으로 이주해 먀오족의 기원이 됐다. 이후 명나라·청나라 시대에 들어서며 이들 가운데 일부가 동남아시아로 이주해 몽족이 됐다.”김인희는 19가지의 증거를 들어가며 먀오족의 중심세력이 고구려 유민임을 증명했다는 게 윤기묵의 생각이다.‘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 외에도 윤씨에게 역사적 영감과 정보를 제공한 책은 여럿이다.유재현의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미국 예일대 제임스 스콧 교수의 저서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 AP통신 기자로 활동한 찰스 펜의 ‘호치민 평전’ 등.윤기묵의 ‘역사의 파편-또 다른 한국인의 초상, 몽족의 슬픈 역사’는 베트남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생생한 체험담과 아시아 역사 속에서 풍파를 겪은 몽족의 역사, 여기에 소설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몽족의 이야기까지를 다채롭게 담았다.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느낀 행복한 독서 체험을 했다는 게 기자의 독후감이다.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됐다. 불가피한 이유로 도시에 남은 사람이라면 윤기묵과 함께 ‘몽족의 역사’를 찾아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게 어떨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7-23

전 세계 약 1000만명 거주, 中 5대 민족 중 하나

몽족(Hmong족)은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태국, 미국 등에서 거주하는 소수민족이다. 중국어로는 먀오족(苗族)이라 한다. 동남아식 발음은 메오족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몽(hoong)족이라 불렀다.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뜻.몽족은 베트남뿐 아니라 라오스, 버마, 태국 산간 지역에 살고 있다. 중국 내에서 한족, 좡족, 만주족, 회족을 포함한 5대 민족에 들어가는 큰 민족 중 하나다. 라오스에서는 3대 종족 중 하나. 묘족과 같은 민족 집단으로 같은 계통의 언어를 사용한다.몽족의 기원은 기원전 3세기 중국 황하 유역에서 발원한다. 지난 2000년 동안 중국 남부 일부 지역에서 생활했음을 학자들이 밝혀낸 바 있다. 명·청나라 시절엔 묘족에게 부과되던 불합리한 과세에 저항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정치적 보복을 피해 점차 서쪽으로 이주했다. 특히 청나라 말기에 있었던 한족과의 전투 이후 동남아로 대거 이동했다고 알려졌다.몽족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른바 ‘베트남 사건’이다 1960년대에 미국은 공산주의 베트남 정부에 반감을 가진 소수민족을 찾았고 그중 대표적인 집단이 몽족이었다. 미국 중앙정보부(CIA)와 그린베레는 몽족을 무장시켜 라오스, 베트남 공산화를 막고 북베트남의 후방을 교란하는 비밀 작전을 진행했다.몽족은 미국을 신뢰하며 열성적으로 참전했지만 전쟁이 끝난 후 미군이 철수하면서 보복의 대상이 됐다. 1975년 사회주의 성향의 정당이 라오스를 장악하자, 수만 명의 몽족이 태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시도했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기아나, 캐나다 등의 국가로도 떠났다.여려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는 몽족의 인구는 약 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중국 800만 명, 베트남 79만 명, 라오스 70만 명, 미국 22만 명, 태국 15만 명, 프랑스 1만5000명, 오스트레일리아 2000명, 기아나 1500명, 캐나다 600명, 독일 500명 등.몽족 일부는 유엔의 재정착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라오스로 돌아왔다. 몽족의 언어인 몽어(Hmongic)는 두 개의 주요 방언군으로 나뉜다. 이 두 방언은 발음과 어휘에서 차이가 있고 상호 이해는 제한적이다. 몽어 문자가 없었으나, 20세기 중반에 로마자로 표기한 몽어가 개발됐다 .몽족은 전통적으로 농업과 산간지대에서는 임업에 종사했다. 또한 화려한 전통 의상과 수공예품으로 유명하다. 몽족의 사회 구조는 가족 중심주의며, 대가족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현재 몽족은 여러 국가에서 소수민족으로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중이다. 교육과 경제적 기회의 부족, 문화적 차별 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정리=황인무 수습기자

2024-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