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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선진대국’ 대구발 혁신 속도

-민선 8기 전반기에 대구 미래 50년 비전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다. 전반기 시정혁신 성과와 후반기 시정운영 계획은.△민선8기 2년 대구가 다시 우뚝 일어설 수 있도록 미래, 산업, 공간 등 전 분야에 걸쳐 100가지 혁신으로 대구를 변화시켜 왔다. TK신공항과 달빛철도로 새로운 하늘길, 철길을 열고, 산업동맹으로 대한민국 남부 거대경제권 조성의 기틀을 마련했다. 군위군 편입으로 특·광역시 중 전국 최대 면적(1499㎢) 확보, 도심군부대 통합이전, 규제프리존 K-2 후적지 개발을 통해 경제 영토를 확장해가고 있다. ABB, UAM, 로봇 등 5대 미래 신산업으로 개편하고, 2년 만에 8조5532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제2국가산단 유치 등 산업을 혁신했다.맑은 물 하이웨이 국가주도 추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등 민생 분야에 대해 집중 혁신했다. 기득권 타파와 공공기관 통폐합, 최단기간 청렴도 전국 1위 달성, 민선 출범 최초 2년 연속 지방채 발행없는 예산 편성,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등의 혁신에 대구경북행정통합을 더해 대구혁신 100+1의 틀을 완성했다. 남은 2년은 대한민국이 선진대국시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대구발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TK신공항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신공항특별법 연내 개정과 SPC 구성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TK신공항 건설은 남부 거대경제권 조성을 통해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 100년 핵심과제다. 지난해 4월 TK신공항특별법이 제정되고 민간공항 예타 면제, 군 공항 기부대양여 심의 등을 거쳐 군 공항 이전 사업대행자(SPC) 선정 절차를 추진 중이다. 개정안에는 초과사업비 국가지원 명시, 민간공항 건설 일부를 대구시에 위탁, 지방채 발행 등을 포함하고 있다. 연내 SPC 설립을 위한 LH 등 공공시행자와 SPC 구성 방안 협의와 민간참여자 공모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공능력 20위권 내 10개사 등 47개사의 사업 참여 의향을 확보했다.-최근 지역 이슈인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의미 및 효과와 경북 북부지역의 반대여론 확산 우려에 대한 해결방안은.△대구경북 행정통합은 100년 이상 된 지방행정조직 대혁신의 출발점이자 대한민국 행정체제 대개혁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통합으로 대구경북특별시는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되어 서울과 함께 대한민국 양대 경제축을 형성하게 된다. 경북 북부지역에는 산단 조성, 통합공기업 이전,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 더 발전된 지역으로 만들 것이다.-동대구역과 대구 대표도서관에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사업 추진의 의미는.△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구국정신, 2·28민주화 운동의 자유정신,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품은 긍지 넘치는 도시다.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5000년 가난과 빈곤에서 벗어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산업화 정신만은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셨는데 대구의 산업구조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ABB산업의 경우 지역 디지털 혁신거점 조성사업 선정, 8000억 원 규모의 SK AI데이터센터 건립 MOU 체결 등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반도체 분야는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해 RD 인프라 확충, 기업 유치 등의 성과를 창출해냈다. 모빌리티산업은 모터소부장특화단지 유치, UAM산업 육성 관련 MOU를 각각 체결했고 로봇산업은 국내 유일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성사업 예타통과 이후 후속절차를 진행 중이다.-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현재 추진 상황은.△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은 환경부가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부 대안(취수량 46만㎥/일+α, 관로신설 L=110㎞, 사업비 1조4200억원)을 마련하고 지역 부단체장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지는 등 의견수렴 중이다. 7월 중에 정부 대안을 확정할 예정이며 필요시 특별법(예타면제 등) 제정과 후속 행정절차인 낙동강물관리위원회 심의를 연내 완료할 예정이다./이곤영기자lgy1964@kbmaeil.com

2024-06-23

수도권 대항 ‘메가시티’ 급선무

-지난 2019년 시작된 행정통합논의가 홍준표시장의 취임으로 중단됐다 최근 되살아났다, 통합에 대한 의견은.△인구가 급격하게 소멸돼가는 상황에서 이대로 가면 경북의 경우 상당한 시군이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현재 지방정부는 할 수 있는게 거의없는 등 모든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한 예로 수해로 인해 사람이 죽고 다치고 엄청난 피해가 나도 국가하천의 경우 경북도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행정통합을 해 지역을 수도권에 대항하는 메가시티로 키우고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가져와 광역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지역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대구나 경북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젊은이들이 수도권에 가면 지방은 공동화가 될 수밖에 없다.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지금까지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절대로 사심이 있어서 하는게 아니다. 거대화되는 수도권과 맞서고 지역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역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덩치를 키우고 지방자치를 실현하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있다.-경북에서 통합에 대한 반대의견이 심하다. 대구의 경우 경북이라는 말을 아예 하지않는 등 흡수통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대해 경북민들의 상실감이 크다. 특히 북부권을 중심으로 도청이전이 정착도 안된 상황에서 통합은 안된다라는 생각이 강하다.△경북이 사라지면 안된다. 그렇지않아도 많은 시도민들로부터 대구경북통합 명칭을 ‘대구직할시’ 또는 ‘대구광역시’로 한다는 언론 보도에 적극 대응하라는 주문이 많다. 분명히 밝히지만 지금은 통합자체의 성사가 매우 중요하므로 보다 큰 틀을 성사시켜놓은 후 세부 논의과정에서 명칭을 정하면 된다.이 문제로 통합의 근본을 깨뜨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통합명칭, 청사 위치 등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시도민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충분한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청사 위치도 현 위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시·도민 공감대 형성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북부권은 현재 도청 청사에 더해 중앙으로부터 이관받은 공공행정기관들을 집적하는 통합 대구경북의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만들겠다.도의회 협의와 관련, 먼저 상의했으면 더 좋았으나 아직 통합 논의가 설익은 단계로 통합안을 짜서 의원들과 대화하겠다,홍준표 대구시장도 경북 반박을 우려해 ‘대구직할시’나 ‘대구광역시’(명칭을) 고집하지 않고 통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있다.이 문제는 추후 협의과정에서 잘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 시도민들이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관건은 미국의 주처럼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이양 받아 완전한 자치를 이뤄 한나라처럼 운영, 대한민국을 초일류 국가로 가는 선도적 역할이 되도록 합심, 노력하는 것이다.-행정통합 로드맵은 어떻게 되나△지금 행정통합을 늦추면 더 이상 통합은 못 한다.더는 시간을 늦추면 굉장히 어렵고 단체장을 새로 뽑은 후에는 서로 양보를 하지 않을 테니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일부에서는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알고 있다. 하지만 거듭 강조하거니와 지금을 넘기면 통합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양 시도는 2026년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올해 안에 시도의회 동의와 특별법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특히 특별법 국회통과는 쉽지가 않은 만큼 시도와 협력해 지역정치권을 비롯해 국회 등과 활발하게 접촉해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여당의원을 비롯 야당의원과도 긴밀히 접촉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도의회와도 긴밀히 협력하겠다. 주민투표는 여러사정상 어렵더라도 시도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하는 만큼 도의원들에 여러사정을 잘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겠다.이를 위해 지역균형발전 방안을 통합하기 전에 미리 내놓겠다. 경북 북부, 서부, 동부 등 각 지역 발전 방안을 특색있게 만들어 청사진을 보고 도민이 공감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 만큼. 총력을 쏟겠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24-06-23

경주가 마침내 해냈다…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 확정

주낙영 경주시장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의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에 성공해 APEC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 롤모델의 걸작을 만들어 낼 것을 다짐했다.경주시가 지난 2021년 7월 전국 최초로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 도전장을 내고 약 3년간 전 시·도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경주유치에 최선을 다했다.그 결과 지난 20일 외교부 산하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에서 경주를 선택했고, 조만간 외교부 준비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사실상 경주로 확정된 것이다.주낙영 경주시장은 “APEC 최적의 인프라를 갖췄지만 경주가 유일한 중소도시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불릴 만큼 여러 가지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260만 경북도민의 결연한 의지가 있었기에 두 광역도시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마침내 유치에 성공을 했다”면서 “위대한 성과가 있기 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철우 경북지사와 김석기 국회의원을 비롯해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소회를 전했다. □ 범시민 유치 노력경주시는 일찌감치 경북도와 함께 범시민추진위와 민간추진위, 도시의회 유치특위 구성 등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APEC 경주유치 공감대를 전국적으로 전파했다.이어 경북지사, 지역 국회의원과 함께 대통령실, 외교부 등 여러 요로로 대정부 유치활동을 전개해 왔다.그리고 싱가포르 APEC 사무국을 찾아 경주 당위성을 피력했고 APEC 유치 기원 경주 벚꽃마라톤 대회와 슈퍼 콘서트, 각종 포럼 및 시민사회단체 등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APEC 유치 물결이 끊이지 않았다.특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단순한 회의가 아닌 외교·경제·문화적 역량을 십분 발휘해 국격을 높이고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경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도시이자 국가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도시로 신라 천년 역사를 품고 있으며 한반도 최초의 통일문화로서 국제교역과 K-컬처의 출발지이자 불국사·석굴암 등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역사적 품격이 깊어, 세계 정상들에게 진정한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곳임을 주장해 왔다.특히 지난해 9월 ‘APEC 경주유치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한 결과 불과 85일 만에 25만 경주인구 보다 약 6배 많은 146만3874명이라는 많은 국민들드리 지지와 성원 보내줬다. 경주가 APEC 정상회의 최적지로 손색이 없고 국민적 공감대가 완성되었음을 대변한 것이다.□ 최적의 입지 조건경주는 유치 3파전을 벌인 인천, 제주 중 유일한 지방중소도시이다. 일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경주시는 경쟁 도시들과 비교 우위를 부각하며 경주 유치의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했다.경주는 APEC 교육장관회의와 세계물포럼, G20 재무장관회의,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등 다양한 국제행사의 성공 개최 노하우가 풍부하다.특히 6월 국제컨벤션협회(ICCA) 발표 전국 기초단체 중 국제회의를 가장 많이 개최한 도시 1위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APEC의 포용적 성장과 지방화 시대 지방균형발전 가치 실현의 최적모델 역시 경주다. 그간 멕시코 로스카보스(2002),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2012), 인도네시아 발리(2013), 베트남 다낭(2017) 등 역사와 문화가 있는 세계 중소도시들의 성공 개최 사례를 보면 경주의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경주는 정상 경호와 안전에 최적 요새다. 보문관광단지는 회의장과 숙박, 전시장 등이 3분 이내 모든 인프라가 집적되어 있어 회의진행 및 정상경호의 최적이다.또 경재 후보도시와 달리 바다와 접해있지 않고 보문관광단지 전체 1200만㎡를 민간인출입통제구역으로 설정, 시민 불편 없이 완벽한 경호가 가능하다. 2005년 APEC이 부산에서 개최될 때 한미정상회담은 보문관광단지에서 열렸음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숙박시설도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 회의장 주변 3㎞ 이내에 5성급 호텔을 비롯해 45~250평 규모의 초특급 스위트룸 187실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황룡원(43실)와 교원드림센터(104실), 온협경주연수원(235실), 소노벨경주(417실), 한화콘도(395실), 켄싱턴리조트(555실) 등 럭셔리한 연수시설과 초특급 리조트가 103개소가 있다. 4463실의 정부대표단 수요대비 157%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반경 10km 이내에는 1333개소 1만3265실을 확보하고 있어 경제대표와 미디어 관계자, 행사요원 등의 수요대비 280% 객실 확보하고 있다.또한 2005 부산 APEC 정상회의 시 소요된 회의장 및 기능실 사용면적 2만6185㎡와 비교해 2만8199㎡의 충분한 회의공간을 갖추고 있다.50분대의 김해국제공항과 대구국제공항, 포항경주공항, 울산공항 4곳을 활용할 수 있고 이 중 울산공항을 제외한 3개가 민간·군사공항이다. 이는 기상악화나 일정변경 등 상황변화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고 혼잡한 민간공항에 비해 통제와 관리가 용이해 비용적 이점이 크고 무엇보다 국빈 의전과 경호 측면에서도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최근 포항경주공항 국제선 부정기편 취항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해 경주 최단거리 공항에서 국제선 운항도 기대되고 있으며, KTX·SRT 등 완벽한 교통망도 빼놓을 수 없다. 주낙영 경주시장 □ APEC 경제 효과경주는 영남권 산업벨트의 중심허브 도시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일구어 낸 성장축의 중심에 있어 대한민국 경제발전상을 공유할 수 있는 최적지다.경주의 한수원·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와 포항(포스텍, 이차전지), 울산(완성차, 조선), 구미(반도체), 안동(바이오) 등으로 이어지는 산업 대동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APEC이 개최될 11월은 형형색색의 단풍 최절정기로 세계 정상과 영부인들이 한복을 입고 불국사, 동궁과 월지, 대릉원 등에서 찍은 사진이 전 세계에 소개되면 세계의 이목이 경주와 대한민국에 집중될 것이다.APEC 유치로 국내외 관광객 증가 등 생산유발효과가 1조8863억, 부가가치유발효과 8852억, 1만4438명의 취업유발효과를 비롯해 국제MICE 관광도시 위상제고 등 경주의 미래 100년 대계를 앞당길 마중물이 될 것이다.경주는 APEC 개최 효과가 국한될 수밖에 없는 광역도시가 아니라 국제회의 인프라와 역량, 발전 가능성을 모두 갖춘 지방도시에 유치해 APEC의 이념적 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각료회의를 비롯한 200여 관련회의를 대구, 울산, 부산, 경남의 동남권 전체로 파급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 지방화시대 국가균형발전에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주낙영 경주시장은 “앞으로의 임무는 세밀하고 철저한 준비로 경주의 미래 100년 대계를 앞당기고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APEC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 롤모델로 승화시키는 걸작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시도민들이 다시 한마을 한뜻으로 뭉쳐 APEC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도록 많은 협조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4-06-23

‘해양생태계 지킴이’ 포항제철소, 건강한 바다 환경 조성 앞장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지역 해양생태계 보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건강한 바다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포항제철소 직원들로 구성된 ‘클린오션봉사단’과 ‘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이 꾸준히 해양 환경 정화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도 수산자원 증진을 위한 바다숲 조성을 추진하는 등 노력을 쏟고있다. ◇ 바다 수중은 우리가 지킨다, 클린오션봉사단포항제철소 클린오션봉사단은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가진 임직원들이 제철소 인근 해역에 직접 잠수해, 수중 바다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는 봉사단이다. 2009년 11월 창단돼 포스코 포항지역 직원, 자회사, 사외봉사자로 구성됐다. 이들이 꾸준한 활동을 펼친 결과, 포항 지역 바다에서는 2023년 약 58t(톤)의 해양 오물이 사라졌으며 15년 간 누적 1110t의 해양쓰레기가 수거됐다.클린오션봉사단은 지난 15일 포항 영일만 해역 일대에서 수중 정화 활동을 펼치며, 해양 폐기물로 불편을 겪는 인근 지역 주민들과 청정한 지역 해양 생태계를 위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이날 단원들은 깨끗한 해양 환경을 위해 타이어, 폐플라스틱, 폐어구 등 쓰레기 수거를 했다. 전용 선박을 이용한 대형 해양 폐기물 수거 활동도 병행해 보다 청결한 해양생태계 조정에 앞장섰다. ◇ 해안 둘레길은 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올해로 창단 3주년을 맞이한 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은 해변에 떠밀려온 표류물과 쓰레기를 수거하는 봉사단이다.지난달 26일 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은 포항 두호동과 환호동 해안가를 방문해 해안 둘레길 환경정화 활동을 펼쳤다. 이날 봉사단은 두호동과 환호동 일대 해안을 청소하면서 주변에 버려져 있던 폐어구와 폐스티로폼 등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며 바다 사랑을 실천했다. 봉사단은 정화 활동과 함께 해양환경 지키기 캠페인 활동을 함께 진행하며, 인근 주민들의 해양생태계 관련 인식 개선에도 앞장섰다.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장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강설비부 김영학 과장은 “평일에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봉사 단원들이 함께 모여 포항 해안가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있다”며 “관광객들이 포항을 깨끗한 도시로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어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며 더 많은 사람들이 해양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동해안 보존을 위한 포스코의 노력포스코의 노력은 동해안 깊은 바다 속까지 전해지고 있다.지난 4월 포스코는 해수부 등 4개 기관과 함께 바다숲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이 협약은 포스코의 대표적인 해양생태계 보존 활동 중 하나로, 바닷속 인공어초인 ‘트리톤’을 활용해 바다숲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트리톤은 포스코의 철강 부산물인 ‘슬래그’를 활용해 만든 인공어초로, 해양생태계에 유용한 칼슘과 철 등의 미네랄 함량이 일반 골재보다 높아 해조류의 생장과 광합성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실제 포스코는 2020년 5월 울릉도 남양리 해역과 2023년 5월 포항 청진 3리 해역에 트리톤을 활용한 바다숲을 조성하기도 했다.그 중 울릉도 남양리 바다숲은 3년간 해조류 생체량이 조성 초기 40배 이상 증가하고, 해조류의 출현 종수는 초기 10종에서 19종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다채로운 해양 생태 복원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철강슬래그는 트리톤 외에도 시멘트 원료 및 토목 공사용 골재 등 다방면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자원으로, 향후 포스코가 추진하는 ‘수소환원제철’ 용지조성사업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지속 가능한 제철소 구현에 앞장한편 2023년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89년부터 2022년까지 34년간 지구온난화 등 기후 위기로 인해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면이 매년 평균 3.03㎜씩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동해안은 해류의 영향으로 서해나 남해보다 수온 상승과 열팽창 효과가 더 두드러져 평균 해수면 상승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포스코는 해양생태계 보존을 위한 노력과 함께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하고,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춘선 클린오션봉사단장클린오션봉사단은 가입자 대상 자격증 취득비와 스쿠버 장비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포항 앞바다를 지키고 싶은 영웅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바닷속에 방치된 해양쓰레기는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선박사고 등의 위험 요소가 되는 만큼 더욱 신경써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해 나가고 있다. 청정한 해양 환경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클린오션봉사단장인 포스코 포항연구인프라그룹 이춘선(52) 과장과 최근 인터뷰를 가졌다.-‘클린오션 봉사단’에 참여한 계기는.△아이들이 어릴 때 가족이 함께 해안가를 산책하다가 철새로 보이는 제법 큰 새 여러 마리가 바닷가에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죽은 새 옆에는 생활 쓰레기와 스티로폼 덩어리, 여러 가지 비닐 쓰레기 등이 잔뜩 있었다. 아마도 이 새들은 오염된 물고기를 먹었거나 사람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죽은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철새들이 죽지 않도록 어떻게 도울까 상의 끝에, 우리 가족이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이후 관련 봉사 단체를 찾다가 2011년 아내와 함께 ‘클린오션 봉사’ 활동을 시작하고, 아들 둘은 2017년부터 ‘클린오션 봉사단’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클린오션 봉사활동 참여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빠에게 이끌려서 나올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자원해서 토요일 봉사활동을 어디서 하는지, 친구를 데리고 와도 되는지 물어보는 등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가족 모두가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부부간 대화도 많아지고, 자식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어 가족이 더욱 화목해진 것 같다.- 봉사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해양쓰레기 총량으로 보면 우리가 주워서 처리하는 해양쓰레기는 너무나 적다. 우리의 미미한 활동결과 보다 활동을 대외적으로 알림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조금씩 영향을 받아서 바다의 관심을 가지고 바다가 깨끗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희망을 갖고 봉사하는 것이 보람의 시작인 것 같다.- 앞으로의 포부는.△클린오션 봉사활동을 통해 해양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책임의식이 더욱 강해졌고, 해양 환경 정화와 포항 바다 생태계 보호에 작게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클린오션 봉사단 활동에 참여하며, 해양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 또한, 더 많은 사람들이 해양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가족과 함께 시작한 이 봉사활동이 나에게 큰 의미를 주었듯이, 앞으로도 꾸준히 해양 환경 보호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6-23

포항의 미래는 항만… 북방물류 중심항으로 나아가다

포항항은 경북 동해안의 관문역할을 하는 수출입 무역 전진기지로 산업화 시기 철강제품을 수송하면서 국가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포항항은 삼국유사를 통해 역사전면에 모습을 드러낸다. ‘연오랑 세오녀’의 전설에 따르면 연오와 세오는 현해탄을 건너 일본국의 왕과 왕비가 된다. 포항항이 신라 초기 부터 해상교류의 중요한 거점이었다고 짐작되는 부분이다. 조선시대 포항은 영일현에 속했는데 1732년(영조 8)에 통양포(通洋浦) 아래에 포항창(浦項倉)을 설치하고 별장(別將)을 파견했다. 포항창에 모인 곡식은 함경도로 진휼할 재료였기에 포항창 주변은 함경도와 경상도를 잇는 동해안 해로의 구심점이 됐다. 1919년경에는 현재의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일대에 접안시설이 축조돼 어업과 해운업이 활성화되면서 근대적인 항만기능을 갖추게 됐다.포항항은 1962년 6월 12일 국제무역항으로 지정 공포돼 새로운 도약을 맞게 된다. 포항항이 실질적인 무역항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은 포항종합제철소(현 포스코)의 건설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969년 포항신항 부두를 준공하고 철강제품을 수송하면서 포항항은 본격적으로 국제 무역항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대북방 교역에 대비한 환동해권의 국제물류 거점항만으로써 영일만항이 건설되면서 포항항은 재도약 계기를 맞았다. 포항시는 영일만4산업단지에 이차전지기업,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이차전지, 철강부품, 수소연료전지 기업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이들 기업과 함께 영일만항은 환동해 관광·물류 중심항으로 뛰어올라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항만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항 물동량 회복 ‘잰걸음’포항항의 부두길이는 1만1915m, 하역 능력은 9133만5000t이며 접안시설은 선박 55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는 국제무역항이다. 포항구항은 1962년 동빈동에 개항해 9선석을 확보했으며 연안모래나 기름 등의 물류 이동을 돕는다. 포항신항은 1972년도 청림동에 첫 부두가 완공된 이후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포스코와 철강공단을 지원하는 철강산업의 중추항만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 38선석을 보유하고 있다. 영일만항은 2009년 흥해읍에 개항해 컨테이너부두 4, 일반부두 2, 국제여객부두 1, 관공선부두 1선석 등 8선석을 갖췄다.포항항은 2020년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인 공장 셧다운과 국경폐쇄, 글로벌물류운송 차질로 영일만항의 물동량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2022년 태풍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도 받았다. 2019년 포항항의 컨테이너 185만4633t, 비컨테이너 5901만5798t이던 물동량이 점점 감소해 2022년 81만5999t, 5004만6753t으로 각각 56%, 15%까지 줄었다.포항항 물동량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컨테이너 28만1000t, 비컨테이너 1539만8000t로 빠르게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도, 포항시와 포스코, OCI 등은 지역 수출입기업체의 지역 상생협력 노력의 일환으로 포항항 이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포항시는 영일만산단, 블루벨리산단 내 이차전지 관련 물동량 유치에 나섰다. 이차전지 화주와 선사, 국제물류주선업자인 포워더 연결을 추진 중이다.더불어 대경권 내 자동차 부품 177개 업체들도 대경권 내 대형화물 물동량 발굴, 유치에 나서, 동일 수출지역 화주의 물동량을 수합하고 신규항로 개설에 필요한 물동량을 확보키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우드팰릿 물동량 증대를 위해 주 5회 운행되는 영일만항 인입철도를 8월부터 주 10회로 증편 운행함에 따라 물동량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대구·경북 유일의 컨테이너 항만인 영일만항포항 영일만항은 우리나라의 17곳 컨테이너 항만 중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컨테이너 부두를 보유한 동해안 종합 무역항이다. 1992년에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영일만항은 2009년 컨테이너 부두 4선석을 갖춘 항만으로 개항했다. 영일만항은 현재 안벽1000m, 폭600m, 수심12m의 규모로 3만t급 선박 4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다. 영일만항은 총사업비 2조8463억원이 투자되는 사업으로, 내년 7월 준공예정인 해경부두에 이어 2030년까지 연안여객부두·연안여객터미널 건설, 항만배후단지 2단계 사업, 항만시설용부지 등 건설이 추진된다.포항시는 항만이용장려금(인센티브) 지원과 홍보를 통해 지역 내 부산항 이용 화주와 포워더의 물동량을 영일만항으로 전환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부산항이 세계 2대 환적 중점 항만임을 감안해 항로부족과 항차수 부족의 문제는 부산항 환적을 통해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또 시는 포스코 물동량 중 소(小)코일(냉연코일, 전기강판, 스테인레스강판)을 컨테이너화로 추진한다. 포스코는 선재 화물을 컨테이너화 해 연간 40만t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 뿐만 아니라 영일만항이 환동해권을 순회하는 크루즈 노선의 기항지로서 역할할 수 있도록 노력해 관광산업 활성화는 물론 포항이 국제관광 도시로 도약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포항해수청은 영일만항의 국가 기간산업 지원 및 환동해와 북방 물류·관광 거점항을 목표로 각종 항만 인프라를 늘려가고 있다. 영일만항 내 국제여객터미널 확충과 연계, 기존 포항구항의 연안여객터미널을 영일만항으로 이전하고, 기존 연안여객터미널은 중소형 화물부두로 전환하도록 준비 중이다. 국가어업지도선부두 기능을 도입해 동해권 어업지도 활동 지원과 어업지도선의 안전 운영이 가능한 피항지를 확보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항만 환경개선에도 나서 미세먼지 저감 등 항만대기질 개선을 위한 육상전원공급설비(AMP)를 도입한다. 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환경규제 강화로 온실가스 배출관리를 위한 통계시스템 도입과 선박 배출가스 저감 추진 방안 또한 마련한다.△포항항 발전 과제포항시·포항해수청은 포항항의 물동량을 늘려 지역산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와 산업 기능을 전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영일만항이 지금보다 더 다양한 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항만배후단지에 단순한 물류창고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물동량을 창출할 수 있는 제조업, 유통업, 수산물 활어보세장 등 다양한 업종을 입주시켜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에는 수입 활수산물 통관에 필요한 활어보세장치장이 없어 대부분 부산항과 동해항을 통해 공급되는 실정이다.영일만항은 앞으로 개발될 항만 인프라와 기반 시설을 바탕으로 대구·경북의 관문항으로, 북방물류 중심항으로 한 단계 더 도약이 필요하다. 현재 영일만항 2단계 개발구역 55만9000㎡과 시멘트 부두, 모래 부두, 수리조선 부두가 개발될 예정이나 개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포항항만의 문제가 아니라 포항구항 재개발과 도시재생 사업과 맞물려 있어 조속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전국의 항만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과 시설 투자를 하고 있다.경북 유일의 종합항만인 영일만항도 미래 항만물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자생력을 높일 수 있도록 발 빠른 준비와 움직임을 보여야 된다. 이와 더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발전 가능한 항만개발이 추진돼야 한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최근 영일만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에다 포항과 강원 삼척을 잇는 동해중부선 철도가 올해 개통이 예정돼 포항 항만의 가치가 오르고 있다”며 “향후 포항항을 더욱 개발해 환동해권 중심 항만을 넘어 우리나라 대표 항만으로 발돋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4-06-23

“나와 같은 공간서 태어나 현재도 같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뿌듯”

34년, 34세.꿈과 도전의식으로 의기양양했던 10대와 20대를 지나고, 질풍노도와 시행착오의 청년기를 마무리하며 장년으로서의 성숙을 준비해야 할 시기고, 나이다. 이는 조직이나 개별 인간이 크게 다를 바 없다.눈 밝은 옛사람들은 34년, 34세를 이립(而立·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당당하게 선다는 뜻)을 지나 불혹(不惑·세상 잡사에 현혹되지 않는다는 의미)으로 가는 중간 지점이라 봤다.본지가 올해 창간 34년을 맞았다. 장구한 세월이라 할 순 없지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앞서 언급처럼 ‘성숙을 준비해야 할 때’인 것이다.포항에 기반을 둔 신문사로서 동갑내기 지역민 중 주목할 만한 사람을 찾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아닌, 조직과 사람 사이에도 벤치마킹과 반면교사(反面敎師)가 가능하니까.1990년 6월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공대에서 공부했고, 현재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일하는 오은진(34)씨가 기자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오 교수는 지난해 1970년대부터 연구된 중요한 과학적 과제의 해결 실마리를 제시한 논문으로 학계에서 주목받았고, 교수가 되기 전엔 컴퓨터 이론 분야 우수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리제 마이트너상(Lise Meitner Award)을 한국인 최초로 받은 사람.인간과 사물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제대로 판단하는 현명함을 얻기 위해선 성실과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그 외엔 어떤 게 더 필요할까?이 질문은 34주년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본지와 아직 ‘걸어야 할 길’이 먼 34세 젊은 학자 모두에게 의미 있고 유용할 듯했다.포항공대 오은진 교수는 바쁜 일정임에도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초여름 햇살이 목덜미를 기분 좋게 간질이던 지난주. 강의를 마친 오 교수를 만났다. 무엇보다 환한 웃음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1990년생으로 알고 있다. 정확한 출생일과 출생지는.△1990년 6월 17일에 포항 성모병원에서 태어났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인데 ‘경북매일’과 태어난 달까지 같다.(웃음)-그렇다면 유년시절도 포항에서 보낸 건가.△태어난 직후 부모의 직장을 따라 경기도 안양과 충청남도 천안 등에서 생활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경기도에서 졸업했다.-대학에 입학하며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 셈인데, 포항공대를 선택한 이유는.△어릴 때 수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니, 수학 공부도 열심히 했다. 포항공대에 오기로 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수학이 재밌었고, 그 분야를 더 빨리 더 많이 알아보고 싶어서다. 포항이 ‘내 마음속 고향’이라 고민의 시간도 짧았다. 더불어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했는데, 우리 학교는 타 대학에 비해 조기 졸업생이 많았고, 그들에게 호의적이었다. 입학을 위한 면접을 보러 왔을 땐 조용한 캠퍼스 분위기와 따뜻한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공부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모두 포항공대에서 했다. 학교를 떠나기 싫었던 것인지.△포항공대엔 학사 과정을 마친 후 석·박사 과정을 그대로 여기서 이어가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타 대학에 비해 그 비율이 높다고 알고 있다. 학사 과정 공부를 해보니 학교와 포항이란 도시가 썩 마음에 들었다. 굳이 석·박사 과정을 이어갈 다른 학교를 찾아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성격이 내향적이라 익숙한 공간이 편하기도 했고. -‘박사 후 과정’(Postdoc)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했다고 들었다. 어떤 곳인가.△독일 여러 곳에 산재한 독립적인 연구소의 집합체라고 보면 된다. 일반과학 전 분야를 다루는 연구기관이다. 2018년 봄부터 1년 6개월쯤 거기 있었다.-당신의 주요 연구 분야가 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컴퓨터공학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면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그걸 수학적으로 정의하고 풀어내는 일이다. 예를 들면 택시 여러 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중 어떤 택시를 선택해 승차하는 게 사람들에게 가장 유리하고 합리적인지 찾아내는 거다. 좀 더 확장하면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연구를 한다고 설명하면 될 듯하다.-과학자(연구자)로 산다는 건 어떤가. 재미는 없을 것 같다.△왜 연구자의 삶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웃음) 풀고 싶은 문제가 있는데 그것의 해결을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하고 고민하다가 마침내 그 문제가 풀렸을 때 느끼는 연구자만의 ‘카타르시스’ 같은 게 있다. 내 경우 다른 일을 하면서는 그런 감정을 맛본 적이 잘 없는데, 연구 과정에선 자주, 그리고 강하게 느낀다.-연구와 강의 외의 시간에 즐기는 취미는 뭔가.△사실 공부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일이 일상생활의 거의 대부분이다. 남자친구와의 가벼운 산책은 언제나 즐겁다. 출장이 잦은 편인데 그걸 여행처럼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바다 보는 걸 좋아하는데 포항에 살고 있으니 행운이라 생각한다. 독일에서 공부할 땐 해변이 그리워 스웨덴 스톡홀름(Stockholm)의 차갑고 맑은 바다를 보러 가기도 했다.-스물아홉 살에 교수가 됐으니 벌써 5년차다. 포항공대 학생들의 특징과 따뜻한 사제 관계를 맺는 노하우는.△다른 대학 학생들을 만난 적이 드물어 비교하긴 조심스럽다. 다만 우리 학교 학생들은 순수한 면이 있는 것 같다. 학문적 열정이 느껴져 그것도 좋아 보인다. 관계 맺기의 노하우라…. 제자들이 힘들어하면 “나도 10년 전엔 너희와 같은 입장이었어”라고 해준다. 이런 말이 ‘너를 이해하려 노력할게’라는 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연구자와 교수로서 세운 장기 계획과 단기 계획은.△짧게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몇 가지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마무리가 중요하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연구라 잘 마치고 싶다. 최근에 장기간 진행할 연구 과제를 하나 받았다. 이걸 받기 위해 고심하며 계획을 세웠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거대 목표를 향해 가는 게 아닌 당장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써왔다. 좋은 기회가 왔으니 앞으로의 10년은 보다 큰 문제의 해결을 지향하는 삶을 살아볼 생각이다.-당신이 삶에서 이루고 싶은 건 뭔가.△나는 심오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연구도 지금 당장이 재밌으니까 했고,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한참 후의 일이 되겠지만 사람은 죽어도 그가 쓴 논문은 어떤 형태로든 남는다. 내가 사라진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내 논문을 읽고 길을 찾는데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다. 어떤 연구는 1~2년이 지나면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반면, 어떤 논문은 10년이 지나도 읽힌다. 오래 기억될 논문을 쓰고 싶다.-당신과 같은 해, 같은 달 태어난 ‘경북매일’이 창간 34주년을 맞았다. 꽤 긴 시간 알게 모르게 같은 공간 포항에서 지내온 지역 언론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 한마디 부탁한다.△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34년 동안 꾸준히 시민과 함께했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듯하다. 나와 같은 공간에서 태어나 현재까지도 같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포항에서 오래 살았음에도 이 지역을 잘 몰랐고, 지역사회에 기여한 부분도 거의 없어 부끄럽다. 이에 비해 신문사는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작지 않은 사회적 기여를 한 것 아닌가? 포항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6-23

사람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교육도시 ‘구미’ 만든다

반도체 특화단지,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유치한 구미시가 첨단산업도시 특성에 맞는 ‘전생애 맞춤 교육체계’구축에 나섰다.그동안 구미 국가산단에는 반도체·방산·이차전지 등 첨단산업과 관련된 소재·부품 기업들이 많이 위치해 있음에도 정작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은 구미 국가산업단지로의 이전을 기피해 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재 수급 문제였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역 인재들은 지방에 대기업과 같은 좋은 일자리가 없어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것이고, 대기업은 이러한 수도권 인재 쏠림 현상을 핑계로 지방으로 이전을 회피하는 이상한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미시는 민선 8기에 들어서며 ‘사람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교육도시’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전생애에 걸친 맞춤 교육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구미시가 만들어가고 있는 교육도시의 모습을 알아본다. □ 지속 가능한 돌봄 제공지난 2월 교육부의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공모사업에 선정된 구미시는 젊은 도시의 특성에 맞게 아동 중심의 지속 가능한 돌봄 지원을 가장 먼저 강화했다. ‘365 소아 청소년 진료센터’, ‘구미시아픈아이돌봄센터’, ‘신생아 집중치료센터’등의 의료·보건 시스템을 구축한 구미시는 이를 연계한 돌봄 지원을 강화하고, ‘구미24시 마을돌봄터’를 2026년까지 3개소 확대, ‘다함께 돌봄센터’를 13개소로 확대해 수요맞춤형으로 보육 시간 트랙을 다양화하고 있다. 또 돌봄 지원 온라인 시스템 LMS 구축으로 신개념 돌봄 체제를 마련한다. 학교복합시설을 통한 늘봄학교 시설의 단계적 확충, 구미 거점형 돌봄센터 건립 추진을 통해 공백없는 돌봄 서비스 제공, 유보 및 유초 연계 이음 프로그램 운영으로 아동 중심의 지속 가능 돌봄을 실현할 계획이다. 특히, 신도심 학령인구 과밀지역인 산동, 옥계 일원의 돌봄교실이 부족함에 따라 거점형 돌봄센터 ‘구미 늘품뜰’을 2024∼2026년까지 72억원을 투입해 산동초에 3층 규모의 돌봄교실 6개실(150명), 방과후 학교 6개실(200명)을 건립한다. ‘구미 늘품뜰’은 2026년 하반기부터 대상자를 선정해 맞춤형 돌봄 프로그램을 무료 운영하며, 틈새·수시 대상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기업이 참여하는 공교육 혁신공교육 혁신을 위해 고등학교-구미시-대학-산업계 연계를 통한 ‘산학 협약형 자율형 공립고 2.0’을 추진하고, 구미교육의 다양성 강화를 위한 ‘예술·과학 중점 통합 중·고등학교’를 운영한다. 또 사교육 부담 경감을 위한 공교육 지원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중심의 ‘기업공유형 산학연계 교육과정 운영·지원 강화’로 기업 실무형 인재양성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여기에 장학재단을 교육재단으로 재편해 지역 교육자원 통합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역 교육자원 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산업 맞춤형 인재 육성을 위해 시-교육청-대학-기업체 협력 거버넌스를 통한 구미지역의 실효성 있는 직업교육체계를 구축하고, 반도체·방산 등 구미 특화 전략산업과 연계한 관련분야 전문 연구 인력과 현장 실무인력 집중양성 등을 통해 지역의 인재가 지역에서 취업하고 정주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 시는 교육부 컨설팅을 통해 사업별로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도교육청-구미교육지원청-지역대학 등으로 구성된 구미교육발전특구 지역 협력체를 중심으로 실무협의회, 사업추진단을 구성해 실효성 있고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든든한 길잡이… 구미시 진학진로지원센터수도권, 대도시와의 교육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개소한 구미시 진학진로지원센터가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학생들의 진로 탐색에 든든한 길잡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도권 입시 전문기관과 연계한 ‘대입 1대 1 맞춤 컨설팅’과 ‘상시 상담’등 무료 입시컨설팅 프로그램은 대입 합격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또 변화된 입시제도를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입시 설명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과목 폐지, 고교 내신 평가 5등급제 변경 등 주요 개편안의 내용분석에 따른 전망과 대응 방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수험생의 불안감을 해소했다. 지난 4월에는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및 관리’라는 주제로 경쟁력 있는 학생부 관리 방안에 대한 대입 설명회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밖에도 지역의 명문 학교 육성과 공교육 역량 강화를 위해 학력 제고 공모, 고교 특성 프로그램, 특성화 학교 지원, 동영상 수능 강의 등 학교별 맞춤형 교육지원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사업 선정구미시는 구미대학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역 소멸 및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부 주관의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공모 사업에 지난 4월 최종 선정됐다. 이번 공모사업 선정으로 구미시와 구미대는 2년간 국비 36억원, 시비 4억원 등 총 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 특화 분야인 반도체, 메타버스 마케팅, 도시조경디자인 분야의 인재 양성을 주축으로, 정주 인력 확대를 위한 반도체 생산공정 전문과 과정 등 다양한 직업교육역량 강화사업,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특히, 지역 특화 분야 인력양성을 위해 반도체전자통신공학부는 반도체 8대 생산공정 실습실 환경 구축과 실험 실습 기자재를 구입을 완료했다. 메타버스디지털마케팅과와 도시조경디자인과 역시 메타버스디지털 실습실과 1인 스튜디오, 스마트팜 실습실 환경 구축과 더불어 실습 기자재 구입을 완료했다. 이 3개 학과는 2024년도 모집정원 100% 충원을 달성했다. □ 지역산업기반 인재양성 및 혁신기술개발 지원사업구미시가 시행하는 ‘지역산업기반 인재양성 및 혁신기술개발 지원사업’은 지역 주도로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 및 실용화를 지원하고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으로, 지역의 금오공대, 경운대, 구미대, 한국폴리텍대 구미캠퍼스 등 4개 대학이 참여한다. 특히, 이번 사업은 첨단사업 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지자체 권한을 확대한 점에서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어갈 핵심 정책으로 꼽힌다. 구미시는 지역 4개 대학을 대상으로 △반도체 및 방산 분야 역량강화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 지원 △지역산업기반 첨단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 및 교육지원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 및 실용화 지원 △현장기반 실무형 인재양성 등의 사업을 내년 8월까지 총사업비 30억원을 들여 추진한다. 시는 이번 사업추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정주여건 개선, 산업환경 변화 중점 대응 분야(방위산업 및 반도체 산업연구)구성으로 지역 발전 전략의 실효성 확보, 지역 내 혁신기관 간 협력체계 강화 및 기업지원 프로그램 통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DGIST 공학전문대학원 설립구미시가 지역 첨단산업의 도약을 이끌 현장 리더형 공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경상북도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손잡고 금오테크노밸리에 ‘DGIST 공학전문대학원’(DGIST 경북 구미캠퍼스)을 설립한다. 이르면 내년 3월 개원하게 되는 DGIST 공학전문대학원은 학사 학위자 중 3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가진 20명 내외의 입학생을 선발해 2년제 공학 전문 석사 과정을 운영하며, 코어과목(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로봇·모빌리티, 의료·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수요자 맞춤형 오픈 커리큘럼을 구성한다. 공학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학제적 접근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직면하는 고난도 문제를 프로젝트 형식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DGIST 연구원과 교수진이 함께 이론과 실습을 통합한 팀티칭을 추진한다. 구미시는 오는 7월까지 지역기업체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통해 반도체, 방산을 필수로 한 전문분야를 설정한다. 지난해 7월 지방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선정된 구미시는 소재·부품 기술 자립화, 초격차 반도체기업 육성, 글로벌 반도체 시장 초격차 유지 목표 달성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DGIST 공학전문대학원 설립은 기술력을 갖춘 국내외 굴지의 기업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김장호 구미시장은 “반도체와 방산산업 등 구미의 미래신산업 육성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재를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라며 “지역의 인재가 지역에서 취업하고 정주하는 선순환 체계를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4-06-23

시민·작품·작가… 제2 미술관 소통 ‘활짝’

올해로 개관 15주년을 맞이한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제2관 건립을 추진하며 문화도시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그동안 포항시립미술관 제1관은 문화도시 포항의 랜드마크로서 역할을 해오며 호평받아왔다.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제2관이 건립되면, 포항은 지역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가치를 드높이며 문화 중심도시로 더욱 더 발돋움 할 것이다. 이에 본지는 창간 34주년을 맞아, 제1관에 이어 또 하나의 문화 상징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포항시립미술관 제2관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경북 최초 공립미술관으로 첫발 … ‘시민이 감동하는, 작지만 차별화된 세계적인 미술관’경북 최초의 공립미술관인 포항시립미술관은 2009년 12월, ‘시민이 감동하는, 작지만 차별화된 세계적인 미술관’을 목표로 개관했다.포항시 북구 환호동 347 환호공원에 세워진 미술관은 ‘철강 산업을 통해 조국 근대화를 견인한 도시’, ‘영일만의 기적’이라는 수식의 도시 포항에서 지역의 상징성과 이슈로 미술관의 정체성을 제대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항문화의 근간인 스틸(steel)을 테마로 미술관 외에도 스틸아트공방, 스틸아트페스티벌 등에 주력하며 지역문화를 견인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함으로써 스틸아트미술관을 실현해왔다. △제2관, 환호공원 부지 내 242억 투입, 지상 2층 연면적 6125㎡ 규모로 2027년 완공 목표포항시는 포항시립미술관 제2관 건립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현재 포항시립미술관이 위치한 환호공원 부지 내에 건립할 계획이며, 총사업비 242억 원에 지상 2층, 연면적 6125㎡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지난 3월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계약을 맺고 기본 설계를 추진 중이며, 2025년 4월 착수할 예정이다.제2관은 환호공원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시민의 삶에 녹아들도록 하고자 한다. 세계 유일의 스마트 미술관을 목표로 문화예술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용·복합 커뮤니티 허브 조성 및 다양한 문화·여가 활동이 이뤄지는 이용자 중심의 스틸 스마트 뮤지엄을 구축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포항시는 제2관 구축 TF팀을 발족했다. 앞으로 수집·보존·연구 중심의 1관, 지역 소통형 커뮤니티 중심의 2관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운영할 예정이다.앞서 시는 지난해 12월 설계 공모를 실시해 5개의 제안서 중 포스코AC의 공모안을 당선작(최우수작)으로 선정한 바 있다. △스틸 뮤지엄 너머 해양관광도시 비전 담아낼 새로운 랜드마크포항시립미술관은 변화하는 시대와 가치, 창작환경과 미술관의 패러다임 등에 대처하며 ‘사람’ 중심의 목적 지향적 공간으로서 제2관을 건립해 예술과 시민이 동등한 주체로 존재할 수 있는 미술관 실현에 집중하고자 한다.포항시립미술관은 지난 2009년 개관 이후 매년 관람객 및 체험 교육 참가자들이 증가해왔다. 2관 건립은 늘어나는 시민들의 문화·예술을 즐기려는 욕구들을 충족시킬 필요성에서 비롯됐다. ‘스틸 아트 뮤지엄’을 표방한 전형적 역할의 미술관인 1관에 이어 2관은 ‘철’이라는 지역 특성을 가진 동시에 시민, 작품, 작가 등 모든 매개가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 등으로 이례적 역할을 하는 미술관으로 건립할 가치가 있다. △‘라키비움’ 형태의 공립미술관으로서의 전문성 역할 수행포항시립미술관은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권 증대에 이바지하고, 시민과의 열린 소통을 통해 지역문화를 조성하고자 ‘고급 문화(high culture)’라고 부르는 문화의 재생산 도구가 아닌 시민의 지적·정신적·윤리적 함양에 이바지한다는 미술관의 역동성, 창의성 및 미래지향적 역할을 실현해왔다.특히 포항시립미술관은 현대미술관의 아카이브(자료보관소) 역할 중요성에 대해 공감, 이미 개관 초, 지역 출신 장두건 화백이 기증한 아카이브를 비롯, 지역 미술 관련 자료를 꾸준히 수집해 왔다. 과거의 기록뿐만 아니라 오늘 진행 중인 미술관의 전시 및 학예의 역사가 담긴 아카이브를 정리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으며 그간 수집한 자료로 지역 미술사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세계 미술관의 관심사는 수장-전시-교육-연구기능으로 확장되고 있다. 좋은 미술관이 되기 위해서 모든 주요 박물관에서는 연구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포항시립미술관 또한 제2관 개관 시 ‘라키비움(도서관·기록관·박물관의 기능을 가진 복합문화공간)’의 형태로 공립미술관으로서의 전문성 역할이 요청된다.△제2관은 시민의 삶의 질 고취·미래의 꿈과 희망 심어주는 역할 수행해야미술관의 핵심 기능은 일반인이 다른 곳에서는 접할 수 없는 훌륭하고 희귀한 사물을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사람들이 풍부한 지식과 새로운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이를 ‘최고의 경험(peak experiences)’이라고 했다. 미술관은 영혼을 고양시켜 사고와 감각의 폭을 넓히고 상상력을 자극해 매혹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다.이러한 경험들은 어떤 새로운 지역, 독특하고 이국적인 문화가 담겨져 있는 미술관을 방문할 때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즉, 미술관은 지역주민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그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에게는 신비감과 경외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장소다. 미술관은 방문하는 이들에게 아름다움과 삶의 여유를 통해 미래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다양한 문화와 관람자의 견인차 역할로서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 기대미술관 건립은 지역 작가들의 자유로운 창작 기반이 되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에게는 문화·예술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구미 각국의 미술관 건립은 이미 콘텐츠뿐만 아니라 외부의 건축물까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식, 세계적인 관광 콘텐츠로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최근 미술관 건립 패러다임의 현대적 양상을 뉴뮤지올로지(미술관학)의 관점에서 보면 과거 소장품의 중요성에서 인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막시현대미술관이나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중심에 위치한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 사례와 같이 유연한 미술관에 대한 관심과 리서치를 통한 새로운 유형의 미술관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나오시마현대미술관은 미술관 안에 최상의 서비스 시설뿐만 아니라 숙박시설까지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능동적인 주체자로서 현재를 질문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미술관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6-23

최대 140억 배럴, 2200조 규모 가스 29년·석유 4년 쓸 수 있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발견된 석유·가스전의 탐사 자원량이 1998년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다는 발표가 나왔다.정부는 현재 물리 탐사를 마친 단계로 앞으로 직접 탐사 시추를 통해 부존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2035년경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에너지 수입을 대체하고 남는 물량은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동해 석유·가스전의 매장 가치가 현시점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시총을 약 440조 원으로 계산했을 때 약 2200조 원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안 장관은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세계적 에너지 개발 기업들이 이번 개발에 참여할 의향을 밝힐 정도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최대 매장 가능성으로 보면 약 140억 배럴 정도의 막대한 양이 매장된 것으로 보이며 4분의 3이 가스, 4분의 1이 석유로 추정된다”고 했다.이날 정부가 밝힌 예상 매장량은 최소 35억 배럴, 최대 140억 배럴이다. 가스 3억2000만∼12억9000만 톤(t), 석유 7억8000만∼42억2000만 배럴을 석유로 환산한 수치로 우리나라 전체가 석유는 최대 4년, 천연가스는 최대 29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시추 성공률을 20%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유전 개발은 물리 탐사, 탐사 시추, 상업 개발 3단계로 이루어지는데, 현재는 물리 탐사 과정을 통해 석유가 영일만에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만 확인한 단계다.이런 제반 상황과 관련해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 앞바다에서 원유가 발견되고, 이를 지역에서 산업화하면 석유·화학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기존 산업의 전후방 효과도 클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단정민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06-23

모두가 누리는 고령으로, 군민과 함께 새로운 미래로 변화

2022년 7월 민선 8기의 출발을 알리며 변화를 예고한 고령군.마라톤처럼 이어졌던 수많은 군민과의 소통콘서트를 통해 ‘군민의 목소리’를 듣고, 더 나은 ‘군민의 삶’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고령군은 민선 8기 전반기 동안 세계유산도시 도약, 철도시대 개막, 대도시권 배후도시 기반 마련 등 사회전반에 괄목한 성과를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민선 8기 전반기 성과민선 8기 고령군의 가장 큰 성과와 변화는 ‘지산동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꼽을 수 있다. 가야고분군 중 핵심유산으로 인정받는 지산동 고분군을 보유한 고령군은 진정한 세계유산의 도시로 도약했다.세계유산과 야간관광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기획된 고령 대가야축제는 역대 최대 22만명이 방문하는 등 성공적으로 개최로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문화관광축제’, ‘3년 연속 경북도 최우수축제’에 선정됐다.대도시와 연접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며 각종 개발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던 다산지역이 개발제한구역 해제 절차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곽촌지구를 비롯한 공동주택 건설, 천년건축 시범마을 등 신규 주거단지 조성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어서 고령군은 대도시권 배후도시로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또한,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제정으로 고령역사 건립의 발판을 마련하고, 고령 철도시대의 서막을 올렸다. 더불어, 한국중부발전과 ‘친환경 청정에너지 발전소 조성 MOU’를 체결하는 등 9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유치 성과를 올리면서 미래 성장동력도 마련했다.청년임대주택 준공 및 고령청년 드루와락, 뮤즈하우스 등 청년을 위한 주거 및 문화 거점공간 조성, 청년창업지원센터 개소 등을 통해 청년들의 정주기반을 크게 개선했다. 산모 산후조리비 지원 어린이놀이터와 어린이과학체험관을 개소해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 기반도 마련했다.다산 좌학리 임대형 스마트팜과 고령군 드론센터 등을 준공해 새로운 농업인을 지원하고 농촌지역 생활여건 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며 농촌 정주 여건을 크게 향상시켰다. □ 꿈이 현실이 되는 청년희망도시청년임대주택 확대 및 매입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천년건축 시범마을, 청년농촌보금자리 등 청년세대를 위한 주거인프라 구축한다.다자녀가정 대상 양육장려금 및 학자금을 지원하고, 청년 정착의 근간이 될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위해 지역특화 맞춤형 공공일자리사업, 일자리와 청년창업지원센터 운영, 청년몰 사업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특히, 연말 준공 예정인 월성일반산업단지 내 중견기업을 유치,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고령청년 드루와락 및 뮤즈하우스 활성화는 물론, 체류형 창작공간인 문화예술창작소와 청년희망이음클러스터 등을 통해 청년문화 정착을 지원한다.□ 글로컬 역사문화 힐링도시세계유산의 도시로 거듭난 고령군은 지산동 고분군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방문자센터 건립과 야간경관 조성, 세계유산 축전 및 야행 등 세계유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나아가 대가야 고도(古都) 지정, 대가야역사문화클러스터 사업 및 문화예술특화지구 조성으로 대가야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역사문화도시로서 품격을 제고할 계획이다.휴식과 힐링, 자연친화적 관광선호 추세에 따라 다산 은행나무숲 일원 바래미 생태레저단지와 낙동강문화권 에코뮤지엄 조성, 회천변 어북실 초화단지 조성사업 등을 추진한다.야간경관 명소화사업 및 미디어아트숲 조성 등으로 온종일 꽃과 빛으로 물드는 매력적인 웰니스 관광도시 도약을 나선다. □ 경쟁력 있는 미래농촌 건설국가 전략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산업에 대응해 추진 중인 그린바이오 산업화시설 조성사업을 통해 지역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이자 수출산업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새로운 농업인구 유입을 위해 귀농·귀촌 통합플랫폼 임대형 스마트팜을 확대 구축하고, 청년복합귀농타운 조성 및 고령화와 농촌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농업인력뱅크를 운영한다. 또 농업근로자 기숙사 건립, 농기계 임대사업소 확대 조성할 계획이다.스마트 농업을 위해 시설 현대화사업의 지원을 확대하고, 과학영농시스템 조성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기반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농산물 가공 종합처리장 및 고령딸기 농촌융복합산업지구 조성, 농촌 크리에이투어 지원사업 등을 통해 지역 농·특산물 및 농촌 테마상품의 특화산업화로 고부가가치 창출을 도모, 경쟁력 있는 6차산업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 대도시권 배후도시 도약대구 제2국가산단이 지정되고,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논의되고 있어 고령군은 다산지역 개발제한구역 해제 절차를 밟으며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월성일반산업단지 완공을 앞두고 있어 대구 배후도시로서 역할이 커지고 있다.달빛철도 역사 건립 추진과 대구·경북 대중교통 광역환승제 도입, 대가야 하이패스 IC 설치 및 다사-다산 간 광역도로 개설사업 등은 고령군의 도시접근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이렇듯 기업하기 좋은 도시 여건 조성을 위해 기회발전특구 지정 또한 계속해서 추진해 나가며,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세일즈행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동고령 IC 물류단지 등 신규 산업단지 조성, 중소기업 운전자금 지원 및 환경개선사업, 소상공인 특례보증 및 이차보전지원 확대 등으로 지역의 산업, 경제 기반을 탄탄하게 지원할 계획이다.□ 모두가 누리는 따뜻한 보금자리대가야읍 신규 청사와 연계한 ‘대가야권역 거점형 돌봄교육센터’를 조성해 돌봄·교육·문화 기능이 결합된 원스톱 완전돌봄 지원 공간을 마련한다.노인복지센터와 장애인 종합복지관을 건립해 다양한 형태의 저소득층 일자리를 창출해 ‘군민 행복시대’를 열 계획이다. 또한, 종합병원과 연계한 유기적 의료협업시스템을 갖추고, 마을주치의 사업과 같은 고령군만의 특색 있는 보건·의료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군민 맞춤형 건강사업을 추진한다.이와 함께, 다산건강가족센터 건립과 읍면별 파크골프장 확대, 맨발걷기 길 조성 등 생활체육과 여가 인프라를 확충해 건전하고 건강한 군민의 삶을 보장할 방침이다.□ 군민과 함께 만드는 군정고령군은 군민과의 만남, 소통의 장을 통해 현장의 소리를 청취하고, 군정에 반영하는 동행의 행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대가야읍 청사 건립 및 성산·쌍림면사무소 등 행정 인프라 개선을 통해 최고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스마트시티 솔루션 확산사업, 도시재생사업, 생활밀착형 숲 조성해을 통해 편리하고, 한층 더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한다. 지역의 힘을 키울 교육여건을 만들어가기 위해 교육발전특구 지정, 원어민 영어교실 운영 및 군민독서실 이전 등을 추진해 지방을 살리는 교육혁신을 완성할 계획이다./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4-06-19

1980년 5월 ‘핏빛 광주’그 아픔을 기억합니다

‘반성으로 돌아보지 않은 역사는 또 다른 비극으로 잉태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는 장르를 불문한 한국의 작가들이 ‘1980년 5월 광주’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문학적으로 형상화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44년 전 5월. 열흘간 전개된 ‘5·18광주민주화운동’이 한국의 인권 신장과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부정하는 이들은 드물다.잊어서는 안 될 한국 현대사 속 ‘5월정신’을 알리는데 진력해온 5·18기념재단(이사장 원순석)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최근 출간된 ‘오월문학총서’ 시리즈는 바로 이 5·18기념재단 주도로 한국의 시인, 소설가, 희곡작가, 문학평론가들의 ‘5월항쟁’ 탐구 성과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서적 간행의 실무 총괄책임은 이승철(시인·한국문학사 연구가·사진)이 맡았다.본지는 20대부터 50대까지 3명의 기자가 참여해 이 책을 함께 읽었다. 아래 23세 성지영 인턴기자, 30세 단정민 수습기자, 54세 홍성식 특집부장이 각자의 역사의식과 세대 감각으로 읽어낸 ‘오월문학총서’ 독후감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 시·평론 시는 파토스(patho)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문학 장르다. 시인들에게 순간의 격정과 열정을 보여주기에 ‘1980년 5월 광주’만한 소재가 또 있을까?그게 슬픔과 비극의 역사라 할지라도, 한국의 시인들은 그 속에서 눈물 어린 희망과 어두운 터널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환한 미래를 찾아내고자 고군분투 해왔다.‘오월문학총서’ 1편으로 묶인 ‘시’. 여기엔 200명이 넘는 시인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각기 다른 형식과 스타일로 ‘5월 그날’의 아픔을 문장 사이사이에 새기고, 역사 속에서 부활하는 5월 희생자들을 노래하고 있다.자신의 작품을 이 책에 기꺼이 수록해준 시인들은 최근 타계한 문단의 원로 신경림(1936~2024)부터 2007년 ‘5·18민주화운동 기념 서울 청소년 백일장’ 당시 18세 여고생이던 장원 수상자 정민경까지 연령대의 프리즘이 넓다. 그렇기에 각각의 세대가 인식하고, 해석하고, 전망하는 ‘5월정신’을 한 권의 책에서 효과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을 듯하다.어느 시인의 특정 작품을 지목해 거론할 것도 없다. 책에 실린 시인들의 노래 하나하나 모두가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위대한 ‘시민정신’을 기억하고, ‘절대공동체’라는 아름다운 ‘대동세상’을 소환할 것”이란 간행위원회의 바람에 답하는 것들이 분명해 보인다. 시가 행간에 숨은 의미를 은유와 상징을 해석해 읽어내는 것이라면, ‘평론’은 로고스(logos)를 기반으로 쓰인 글이기에 보다 이성적인 태도의 독서가 필요한 문학 장르.오월문학총서 4편 ‘평론’은 “5·18에 대한 근본 문제를 중심에 둔 총론격의 글과 문학 장르를 중심으로 시, 소설, 복합 영역으로 나누어 기존 발표작 중에서 골라낸 11편의 글, 5월문학 형성에 기여한 문학예술인과 작품을 심도 있게 논의한 신작 원고 5편 등 총 16편을 수록했다”는 게 간행위원회의 설명이다.‘5월정신과 아시아 민주주의’라는 김동춘의 평론으로 시작되는 책은 ‘5월 시문학의 흐름과 전망’(이성혁), ‘고통과 문학, 고통의 문학’(김영찬), ‘절대 신화 너머의 자리, 포스트-광주’(김영삼), ‘5월, 죽음이 삶이었던 시의 시대’(이영진) 등으로 이어진다. 수록된 평론 대부분이 주도면밀한 읽기와 비판적 재해석이 필요한 글들로 보인다.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단단한 벽돌 역할을 할 것들이기에 그 중요성이 시와 다를 바 없이 만만찮게 느껴진다. 소설 2011년 5월,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를 기념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올해 5·18기념재단과 출판사 ‘문학들’은 ‘오월문학총서’ 제2차분을 최근 출간했다.이 총서는 1980년 이후 발표된 오월문학 작품을 집대성해 5월정신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목표로 하며, 5·18의 왜곡된 진상을 바로잡고자 기획됐다. 이번 총서 중 하나인 소설집은 40여 편의 중단편 소설 중 15편을 선정, 세대와 시각을 초월한 다양한 작품을 담고 있다.책을 펼치면 이순원의 ‘얼굴’이란 소설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주인공인 아들은 월부로 자기 방에 놓아둘 텔레비전과 비디오 세트를 구입하고, 구할 수 있는 대로 ‘광주항쟁 관련 비디오’를 구해 복제하기 시작한다. KBS의 ‘광주는 말한다’를 볼 때도 그는 내내 거기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자신의 얼굴을 찾기에 바쁘다. 그러나 찾을 수 없었고 이에 안심하지만, 한 번씩 오랫동안 묵혀뒀던 기계를 점검하듯 테이프를 꺼내 그것들을 다시 확인한다. 어느 날 문득 그 속 어딘가에 자신의 얼굴이 화면 안에서 바깥으로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기게 되면서다. 1980년대 이른바 ‘서울의 봄’. 33개월의 군 복무 기간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더 길고도 아득했던 살육의 현장에 서 있던 아들은 죄책감에 빠져 술과 함께 긴 밤을 지새우지만, 오늘도 철모를 쓴 계엄군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순천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전성태의 ‘지워진 풍경’에는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으로 인해 말하지 못할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노인과 그 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들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자신의 기억을 믿지 못하고 있다. 계엄군이 돌아와 시민들을 살해하던 밤. 그는 이불 속에 숨어 총성을 들었다. 숨죽여 우는 어머니, 윽박지르는 아버지,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 누이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지만 지금도 그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는 듯하다. 아들의 아버지인 노인은 아들과 같은 증상으로 치료를 받는 많은 환자들이 망상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큰 지장 없이 일상을 견딘다는 말에 위안을 받지만….이처럼 오월문학총서 소설 15편에는 광주 오월의 모습이 다각적으로 담겨있다. 특히 ‘5월정신’을 승화시키고자 한 작가들의 마음이 실감 나는 묘사를 통해 잘 전달되고 있어 다양한 세대가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5월 광주의 소설’을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희곡 ‘오월문학총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자 집필한 책이다. 오늘날 우리는 군사정권에 맞서 국가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그 시절 젊은이들의 피를 숭고하게 생각하는가?‘오월문학총서’ 희곡편은 지금의 우리를 뜨거웠던 민주항쟁의 현장으로 데리고 가 광주시민들이 느꼈을 뜨겁고 무거운 호흡에 동참시킨다. 그중 박지현의 ‘어느 봄날의 약속…’은 5·18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고 싶은 18세 안종팔이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와 담임선생님(박선조), 그리고 기독교 전도사(문운동)와 함께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 죽음에 이르는 비극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극의 분량이 그다지 길지 않음에도 18세의 어린 나이로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서 싸우고자 하는 안종팔의 의지와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혼을 앞두고도 국가를 위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문운동 전도사의 용기가 경이로웠다.극은 안종팔의 시신을 보고 창자가 끊어질 듯 절규하는 안종팔의 어머니(김경숙)의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문운동 전도사는 정의를 지키는데 어린 생명이 제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5·18은 셀 수 없이 많은 어린 생명을 앗아갔다.박지현의 ‘어느 봄날의 약속…’은 독자들에게 ‘만약 내가 광주항쟁 현장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거듭해 고민하게 만든다. 총칼을 거머쥐고 있는 군인들 사이로 뛰어가 “계엄령을 해제하라”, “유신잔당 퇴진하라”를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겠는가.극의 마지막인 에필로그. 5·18 민주화 운동으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과 살아남은 사람이 항쟁 전 약속했던 것처럼 한자리에 모여 극의 주제곡인 ‘어느 봄날의 약속’을 부른다.1980년 5월 광주에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참 많았을 듯하다. 이미 4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떨어지는 꽃잎처럼 지지 말고 활짝 핀 꽃으로 돌아오라”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안종팔의 앳된 얼굴이 오랫동안 아른거렸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단정민 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성지영 인턴기자 thepen02@kbmaeil.com

2024-06-18

“청소년을 성장시키는 건, 부모의 무한한 사랑 아닐까요”

최근 청소년 시집 ‘해저 연애 통신’을 펴낸 이병철 시인. 1407일 동안 특정 신문사에 칼럼을 연재했다. 3년 6개월의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단 한 번 자신의 원고를 ‘펑크’낸 적이 없다. 그 사람이 타자와 맺은 약속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한국에서 ‘대학 시간강사’란 세칭 ‘3D 업종’에 가깝다. 그 일을 얻기까지의 시간과 노력은 경제적 이익과 무관하다. 이병철은 대학 시간강사다. ‘돈이 되지 않는’ 그 일을 유지하기 위해 중고 오토바이를 구입해 음식 배달까지 했지만, 그때도 절망하거나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상대와 한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며, ‘도저한 예술가의 낙관성’까지 지닌 이병철은 30대의 끝 무렵을 살고 있는 시인이다. 문학평론도 한다. 뿐인가. 프로페셔널 수준의 낚시꾼이며, 아마추어를 넘어서는 야구 선수(투수)의 면모까지.바로 그 이병철이 이번엔 ‘청소년 시집’을 출간했다. 이 시인의 10번째 책이다. 기자에겐 이번 출간이 ‘의외의 이벤트’로 느껴졌다.그의 활동 영역이 앞으로 얼마나 더 확장될 것인지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어째서 ‘청소년을 위한 책’을 썼는지는 궁금했다. 더불어, 아직도 ‘앞길이 구만 리’인 그의 향후 계획까지 묻고 싶었다.아래는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전화 통화와 이메일을 통해 이병철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간략하게 요약한 것이다. -청소년 시집 출간은 처음으로 안다. ‘해저 연애 통신’을 내고자 마음먹은 이유는.△한 선배 시인이 내가 쓴 시 한 편을 보더니 청소년들을 위한 시로 바꿔 보면 좋겠다고 했다. 호기심이 생겼는데 아예 자연, 낚시, 학창시절 등을 소재로 50편쯤 시를 써 책으로 묶으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받았다. 10년 전 서대문구 성산 지역아동센터에서 저소득층 아이들과 동시 창작 수업을 했고, 또 몇 해 전에는 단대부고 문학동아리 지도 교사를 맡은 적이 있다. 그때 아이들이 참 좋았다. 청소년 문학에 대한 생각이 없지 않았다.-‘해저 연애 통신’이란 제목이 흥미롭다. 어떤 의미인가.△원래 제목은 ‘나, 너한테 낚였어!’였는데, ‘낚시’라는 소재가 너무 부각되는 느낌도 있고, ‘낚다’에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같은 신종사기 수법을 연상시키는 데가 있다며 출판사에서 ‘해저 연애 통신’으로 바꿨다. 깊은 바다 속은 뭐가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다. 사춘기 청소년의 내면도 저 바다 속처럼 무궁무진하며 무한한 잠재력과 꿈들로 가득하지 않나. 이 시집은 어른들이 모르는 청소년들만의 비밀스런 세계에서 알록달록한 산호초처럼, 은빛 정어리떼처럼 다채롭게 반짝이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우리가 통칭하는 ‘시’를 쓸 때와 ‘청소년 시’를 쓸 때는 뭐가 다른가. 그리고, 어떤 게 더 어려운지.△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시가 좀 더 쉽고, 쓰면서도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관념이나 잠언, 화려한 기교나 수사를 배제하고 내가 청소년 화자가 돼 또래 친구와 마주앉아 있다고 생각하며 시를 썼다. 읽는 청소년 독자들도 시 속 화자를 어른이 아닌 친구로 느꼈으면 한다. 청소년이 읽을 시에서는 아무래도 가독성과 흥미 요소, 그리고 무엇보다 여리고 예민한 감수성과 그들만의 세대 문화에 부합하는 공감대가 중요한 듯하다.-기획-집필-퇴고-출간까지 걸린 기간은. 출간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2019년 초에 청소년 시집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고 겨울방학을 이용해 시집 한 권 분량을 탈고했다. 산문집과 평론집 등 다른 책들이 나올 예정이라 청소년 시집 출간은 다음으로 미루었는데, 출판사에서 원고가 좋으니 우수출판콘텐츠 등 지원사업 수혜를 받아 내면 어떻겠냐고 해서 그렇게 몇 차례 사업에 응모하고 탈락하고를 반복하느라 출간이 늦어졌다. 올해 경기도와 안양문화예술재단 지원사업인 ‘모든예술31’의 수혜를 받아 원고가 완성된 지 5년 만에 출간되게 됐다.-이번 책에서 딱 한 편만 골라 읽어야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걸 추천하는가.△미학적인 시, 메시지가 좋은 시, 핍진한 페이소스가 재현되는 시 등 추천하고 싶은 시가 여럿 있지만, 표제작 ‘해저 연애 통신’을 꼽고 싶다. “여기는 비밀, 우리만의 세상”에 어른들이 많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해서다. 청소년들을 개성과 취향과 자의식을 지닌 독립된 인격으로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원하는 무엇이 되기보다 “나는 네가 원하는 뭐든지 될 수 있어”라고 짝사랑 상대 아이에게 큰소리치는 낭만은 오직 그 시절에만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이다. 청소년들의 그 순수함을 예쁘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시를 추천한다. -‘해저 연애 통신’ 출간 이후 선후배 작가와 독자들의 반응은.△재밌게 읽었다는 반응이 많다. 내 청소년기가 자전적으로 담겨 있는 시들도 있어서 시를 읽으며 시인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몇몇 시들에는 사람 이름이 나오는데 거의 다 친구들이나 주변인들 이름을 가져다 쓴 것이다. 시집 출간 전에 친구들한테 “네 이름이 나온다”고 하자 다들 흔쾌히 기뻐했다.-청소년을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뭐라고 생각하나.△역시 사랑이 아닐까. 부모님과 가족의 조건 없는 그 무한한 사랑. 어릴 때는 그것이 사랑인 줄 몰랐다. 티브이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끌어안고 쓰다듬고 “사랑해”라고 말해야 사랑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세가 기울어 넉넉지 못한 형편에서도 당신들의 삶을 다 제쳐두고 자식을 위해 사셨다. 그 억척스럽고 지난한 삶에서 다정함이나 살가움 같은 게 참 힘들고 어렵다는 걸 나이 먹으니 좀 알 것 같다. 삼시 세끼 먹이며 공부시켜야 한다는 부모님의 일념이야말로 가장 뜨거운 사랑이었다.-이번 책이 10번째 저서다. 적지 않은 숫자다. 집필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지.△술 마시고 놀고 낚시 다니고 여행 가는 등 바깥으로 보이는 한량의 생활이 압도적인 것 같아도 실은 보이지 않는 방 안에서 읽고 쓰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항상 무엇이든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듯하다. 가장 큰 동력은 열등감과 무력감이다. 어떤 글을 써도 만족스럽지 않다. 시를 쓰면 마음에 들지 않아 산문을 쓰고 산문을 쓰면 또 마음에 들지 않아 비평을 쓴다. 비평이 형편없어 다시 시를 쓴다. 벌써 10년 가까이 매주 혹은 격주 쓰고 있는 신문 칼럼은 문학적 글쓰기를 위한 일종의 준비운동으로 여긴다. -다음에 출간될 책은.△세 번째 시집 원고가 꽤 모였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50편쯤 되는데 그중 20~30편은 버리고 새로 쓰고 싶다. 다음 책으로는 시집이 가장 앞줄에 있고, 박사학위 논문을 조금 라이트한 학술서적으로 고쳐 출간할 생각도 있다. 2019년에 경북매일에 연재한 ‘경북 바닷길 기행문’에다 다른 지역 여행기를 합쳐 전국 기행으로 완성한 가칭 ‘길에서 부르는 노래’라는 원고가 있는데, 출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책을 내줄 출판사가 있으면 좋겠다.-문학을 가르치는 대학 시간강사다. 어떤 보람과 어려움이 있는지.△비전임교원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건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늘 괴로워해야 하는 일이다. 출강하는 두 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있지만 사실 시간강사의 다른 이름이다. 강의와 학생 지도, 상담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질 않으니 외부강의나 집필활동, 부업 등을 겸할 수밖에 없다. 내 경우엔 지난해까지 배달 라이더로 일했다. 비전임교원은 방학에 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건강보험도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그리고 학교에 연구실이나 휴게실이 될 만한 공간 또한 제공되지 않으므로 강의와 강의 사이 휴식이나 학생 상담 같은 게 어렵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학생들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가 좋아서, 소설이 좋아서 반짝이는 그 눈빛들을 보는 일은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수업을 통해 무언가 얻어갈 때 정말 기쁘다.-멀리 10년 후를 내다보는 당신의 장기계획이 궁금하다.△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닐 때 지하 납땜 실습실에서 ‘전문대 문창과 입학-4년제 편입-육군 학사장교-대학원 진학-석사 및 박사-등단-책 출간-강의’라는 10여 년의 단계적 꿈을 꿨고 운이 좋아 그대로 됐다. 현실적으로는 대학의 전임교원이 되는 걸 최우선 계획으로 삼아야 하는 게 맞는데, 이상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그저 계속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지금 사랑하는 것들을 계속 사랑하면서 살 수만 있다면 좋겠다.-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해저 연애 통신’은 청소년들이 읽기 좋은 책인 동시에 학부모와 교사들도 함께 읽어볼 만하다. 시집에는 여름방학의 계절감이 주로 펼쳐져 있으니 곧 다가올 여름방학 동안 부모와 자녀가 함께,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모든 분들에게 푸른 바다를 달리는 은빛 물고기떼처럼 맹렬하게 반짝이는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6-11

6세기 ‘한강유역 점령’ 고구려가 포항 흥해까지 남하했다고?

백고무신…. 학창시절 한강을 점령한 순서(백제, 고구려, 신라)를 외우던 암기비법(?)이다. 5세기 중국 대륙을 호령하던 고구려는 갑자기 남하 정책으로 대외 노선을 변경한다. 북위(北魏), 양쯔강 일대 한족과 화평했던 고구려가 굳이 정복전쟁을 펼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고구려는 신라 진흥왕이 한강으로 진출하기 6세기 중반까지 강(江) 일대를 차지했는데, 당시 고구려 국경은 충남 당성군(唐城郡·남양만)에서 충북 진천에 이르고 있었다는 게 학계 정설이었다. 그러나 1992년 포항시 신광면에서 발견된 냉수리고분은 이런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것이어서 역사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무덤 형식이나 부장된 유물들이 모두 고구려계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강 일대에 그친 줄 알았던 고구려 강역이 중원을 넘어 신라 턱밑에까지 칼끝을 겨눴다는 사실에 학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6세기 흥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냉수리고분 속으로 들어가 보자. ◆6세기 고구려는 한강-중원-대전까지 진출영남대박물관에 가면 ‘고구려강역도’(高句麗疆域圖)가 있다. 6세기 고구려가 어디까지 남하했는지 알 수 있는 지도로, 당시 지명과 고구려 지명을 병기하고 있다.지도에는 당시 충남 남양-진천-청하를 연결하는 동서라인을 고구려 영역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는 고구려 지배 범위를 한강유역으로 한정한 기존 학계의 견해를 뒤집는 것이다.이를 뒷받침하는 사료도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기읍지’(燕岐邑誌)다. 이 읍지엔 ‘개소문’성에 대한 기록이 보인다. 연개소문은 천개소문(泉蓋蘇文), 개금(蓋金), 개소문 등 많은 별칭으로 불렸다.읍지엔 ‘소문산성’ 기록이 세 군데나 나타나 이곳이 고구려와 백제의 접전지였음을 알 수 있다. 6세기 고구려가 서울(한강)을 훌쩍 넘어 충남 일대까지 세력을 펼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최근 대전에서 발견된 ‘월평동유적’의 토기도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이곳 토기들은 저온에서 구워 갈색을 띠고 바닥이 평평한 전형적인 고구려 토기 특징을 보이고 있다.청림문화연구소의 박승규 원장은 “최근까지 사학계에서는 고구려 강역을 한강 즉 차령산맥 이북으로 비정해 왔지만, 최근 고구려의 군사력이 대전, 연기군까지 미치고 있다는 사료, 유물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냉수리고분에서 고구려계 유물 출토냉수리고분은 포항시 북구 신광면에 위치해 있다. 도음산(384m)의 서측 자락과 용천저수지 사이에 자리잡고 있으며 모두 7기의 고분이 확인되었다. 고분이 위치한 곳은 안강 방면에서 동해로 통하는 길목으로 이곳은 고대부터 중요한 교통로로 기능했다. 즉 삼국시대 경주를 중심으로 한 신라가 동해안과 북쪽 산악지대로 진출하는 길목이었다.냉수리고분은 1992년 도로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됐다. 당시 조사단은 신라 수도였던 경주와 50km 이상 떨어져 있고 주변에 뚜렷한 유적지도 없어 지방 토족(신라계)의 수장급 무덤으로 여겼다.무덤 양식도 신라의 무덤 양식 즉 횡혈식석실(橫穴式石室) 형태를 띠었기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덮개석이 들어올려 졌을 때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연도(羨道) 부분에 측실(側室·곁방) 이라고 부르는 ‘이실’(耳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석실은 고구려계 무덤에서만 주로 나타나는 유적이다. 고구려는 초기에 적석총(積石塚) 묘제를 주로 사용했지만 4세기 이후 곁방이 있는 다실묘(多室墓) 등으로 변천했다.출토된 유물들도 연구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묘제에 이어 부장품들도 고구려와의 교류 흔적을 잘 나타내주고 있기 때문이다.먼저 학자들의 주목을 끈 건 ‘부뚜막형 토기’. 이 토기는 고구려 토기 양식을 대표하는 유물로 주로 의례, 제례용으로 널리 쓰이던 양식이다. 조리기구를 부장함으로써 ‘저 세상에서도 배불리 먹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쟁반, 소반 모양의 ‘반형(盤形)토기’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출토된 반형토기는 3중으로 겹쳐진 형태로, 이 역시 전형적인 고구려 양식이다.발굴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은 “신라 영토로 여겨졌던 경북에서, 그것도 한강과 수백km 떨어진 흥해에서 고구려계 유물, 유적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영주 순흥리고분벽화도 고구려계 유적6세기 ‘고구려의 경북 진출설’과 관련해 영주 순흥리고분벽화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5년 발견된 순흥리고분에서 고구려 화풍이 뚜렷한 벽화가 발견되었다. 당시 언론은 ‘신라영토에서 고구려 벽화 발견’ 제목으로 대서특필하며 세기적 사건에 열광했다.장수왕의 남하정책이 펼쳐지던 시기 학계에서 고구려는 남한강을 따라 중원(中原)에서 신라와 전선(戰線)을 형성했다고 보았다. 이 기록은 ‘중원고구려비’에서도 잘 나타나 고구려의 군사 주둔 범위가 충주-청주-단양 일대에 미치고 있음이 확인됐다.그러나 순흥리에서 고구려계 벽화가 발견됨으로써 고구려 군사 접경이 중원을 뛰어넘어(훨씬 남하해) 경북 내륙까지 미치고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당시 고분을 발굴했던 이명식 전 대구대 교수는 “순흥리고분의 벽화 화풍이 고구려 영향을 받은 흔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고구려와의 긴밀한 정치적, 문화적 연결성을 확인해줬다. 벽화 소재인 산악도(山岳圖)도 고구려의 덕흥리고분, 무용총의 소재와 비슷해 이 학설에 무게를 실어줬다. 반형토기. /고로로블로그 제공 ◆‘고구려 경북 북부 지배설’ 학문적 모색 필요고구려 묘제, 고구려 양식 토기, 고구려풍 벽화가 발견됐다고 해서 모두 그 지역이 고구려의 영토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시 점령과정에서 생긴 과도기적 사건일 수 있고, 양국간 교류 과정에서 나타난 문화현상일 수도 있다. 삼국사기 등 사료에서도 이와 배치되는 기록도 많이 보이고 반론도 만만찮다.당시 고구려가 한반도 남부에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은 다양한 사료에 나타나지만 이를 정치적 지배로까지 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당시 6세기 대외팽창기 고구려는 신라, 백제 일부지역을 선(線)적으로 지배했을 뿐 면(面)적 통치에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그럼에도 대전·충남지역, 경북 내륙에 이어 동해안 지역까지 고구려의 흔적이 많이 보이고, 비슷한 시기에 고분, 벽화, 부장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북방 흔적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이를 단편적인 사실(史實)이나 문화현상으로 치부하기에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6세기 고구려 강역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중원인가, 대전·충남인가, 영남 내륙, 동해안인가. 이제 학계가 가설을 넘어 학문적으로 정리를 할 때가 아닌가 한다./글·사진=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06-06

판이한 시절을 살아온 두 세대의 눈으로 본 ‘퓨리오사’

영화란 1만 명이 본다면 1만 개의 해석과 감상이 나올 수 있는 예술 장르다. 각자가 가진 세계관과 처한 입장, 정치·경제·사회적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관객마다 다른 감상문을 남길 수 있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영화 해석과 감상에 세대 차이도 존재할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동일한 영화를 선택해 서로 다른 지향과 목표를 가지고 판이한 시절을 살아온 두 세대가 리뷰를 써보기로 했다. X세대인 본지 홍성식(1971년생) 특집부장과 MZ세대인 성지영(2002년생) 인턴기자가 이 흥미로운 실험에 참여했다. 리뷰 대상으로 지목된 영화는 ‘퓨리오사: 매드 맥스 사가’다. / 편집자 주 X세대의 눈“영화란 답답하고 변화 없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신나는 꿈을 꾸는 순간”이라 말하는 이들에겐 이 영화와의 만남이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었을 게 분명하다.골라 뽑은 미남·미녀 주연배우의 흠 잡을 것없는 연기에 전작(前作)에서도 이미 증명된 조지 밀러 감독의 스릴감 넘치는 연출, 여기에 박진감 가득한 자동차 추격신과 사실적인 전투신 등 할리우드 스타일의 다양한 흥미 유발 요소들까지.최근 개봉해 흥행 가도를 거침없이 달려가는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이야기다. ‘대중예술로서의 영화’ ‘산업으로서의 영화’에 포커스를 맞출 것 같으면 이 작품은 비판의 여지를 거의 주지 않는다.일단 시원시원하고 재밌다. 음악과 미술 등 각종 예술 장르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최고의 상업성을 갖춘 매력적인 상품으로 탄생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게다가 영화의 스토리는 ‘구조’라는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평화와 안정을 지향하는 작은 공동체에서 살던 여자아이가 악당에게 엄마를 잃는다. 소녀의 불구대천(不俱戴天) 원수가 된 사람은 폐허로 변한 세상에서 에너지의 독점을 통해 인간을 지배하려는 독특한 캐릭터의 악당. 소녀는 지난하고 힘겨운 과정을 거쳐 악당의 숨통을 끊는 것으로 복수에 성공한다.2시간이 훌쩍 넘는 꽤 긴 영화를 단 160자로 요약할 수 있다는 건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관람 시간 내내 고민할 게 하나도 없는 영화라는 뜻이 아닐까?‘재밌는 상업영화=철학이 부재한 유치한 작품’이란 등식은 독선적이고 낡아 보인다. 그렇다고 이 등식이 무용할까?재미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이 있다면, “영화란 한가한 인간들의 시간 때우기용 팝콘이 아닌 변혁의 수단”이라 말하는 관객도 분명 존재한다.사회 진화와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영화가 미치는 힘을 믿는 이들에겐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를 보고 있는 시간이 지겹고 무료했을 터.왜냐? 영화의 핵심이자 키워드라 할 수 있는 퓨리오사가 갖은 모욕과 고통을 견디며 아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엔 인간적 성찰과 복합적 고뇌가 빠져 있다.그저 “내 엄마를 죽인 원수를 기필코 갚고야 말겠다”는 20세기식 단순한 절치부심(切齒腐心)만으로 세련된 21세기 영화팬들에게 수긍의 고개 끄덕임을 얻어낼 수 있을까?대부분의 인간은 영화 속 퓨리오사처럼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행동의 저변에 그 행동을 추동하는 수십, 수백 가지의 이유를 가지는 게 보편의 인간. 복수심 하나만으로 평생을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거나 아예 없다.‘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악당 디멘투스의 캐릭터 역시 단선적이고 맹목적으로 느껴진다. ‘좋은 영화’의 기본이라 할 인물의 캐릭터 형성에 실패한 것이다. 이는 영화의 핍진성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결점이다.‘문명’이라 부를만한 것들은 모조리 사라지고, 모래바람 부는 황량한 땅에 합리적이지 못한 극단의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반목에 카메라를 들이댄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극장에 들어서기 전엔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디스토피아가 돼버린 미래와 그런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에 관한 철학적 성찰이 아주 조금은 보일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는 기대만으로 끝났다. 매번 속으면서도 할리우드의 영화 홍보 방식에 또 속았다는 느낌. 영화를 본 후 입맛이 씁쓸했다. MZ세대의 눈액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극장에 앉은 148분 중 120분 이상을 누군가를 찌르고 협박하는 영상물을 왜 봐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포스터를 본 순간부터 영화관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어깨는 움츠린 채로, 눈은 반쯤 감은 채로 영화를 봤다.‘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2015년에 개봉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이전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 퓨리오사는 ‘시타델’의 사령관으로 황무지가 된 세상에서 물을 차지하고 있는 임모탄의 충실한 부하다. 최근 공개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는 그녀가 어떻게 시타델이 들어오게 되었고, 왜 갑자기 임모탄을 배신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영화를 보면서 퓨리오사의 MBTI가 ESTP임을 확신했다. 그 이유는 기자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선택들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 기자는 ENFJ로 퓨리오사와 정반대되는 사람이다. 퓨리오사는 모험심이 넘치다 못해 지나치고, 의리에 휘둘리는 인간이라 도망칠 수 있는 상황에도 다시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 물론 그녀의 극단적인 성격들로 인해 14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지긴 하지만.퓨리오사는 어머니를 죽이고 시타델로 자신을 팔아버린 디멘투스를 죽이고, 고향인 ‘풍요의 땅’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타델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원했던 결과를 이루기 위해선 시타델의 상위 계층에 속해야 했다. 그랬기에 퓨리오사가 임모탄의 충실한 사령관인 척했던 것.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퓨리오사가 디멘투스에 머리에 총을 겨눈 채 나누는 대화다. 디멘투스 자신을 죽이려는 퓨리오사를 향해 “우리는 이미 죽은 자들이야”라고 말한다. 이 말은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명 그 자체의 소중함은 잃은 채 죽음에서 오는 자극만을 쫓고 있는 본인과 퓨리오사는 이미 정식적으론 죽은 자들이며, 퓨리오사가 자신을 죽이더라도 허망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디멘투스의 말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복수는 결국 복수를 하고자 하는 상대와 나를 동일한 존재로 만든다. 그럼에도 복수까지의 여정은 늘 짜릿하기에 퓨리오사는 복수를 멈출 수 없었던 게 아닐지.일부 관객은 디멘투스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입장에 처한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사이다’를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기자는 이 장면이 찜찜했다. 복수가 주는 짧은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 복수를 하고자 하는 대상과 같은 존재가 되는 건 적어도 기자에겐 어리석은 일처럼 보인 탓이다. ‘매드맥스’ 시리즈는 황무지가 된 세상에서 물, 무기, 기름을 차지한 세 집단들의 생존기를 담은 영화다. 그런데, 인간이 물, 무기, 기름이라는 ‘자연물’ 을 완전히 소유 하고 이를 기반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당연한 걸까?감독은 자연물을 기괴한 형태로 소유하고 있는 세 집단을 등장시킴으로써 ‘인간이 궁극적으로 완전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하는가?’라는 무겁고 철학적인 질문을 대중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것 같다.자연에서 오는 것들 중 우리가 완전히 소유 할 수 있는 건 없다. 잠시 그걸 가졌다고 착각할 뿐, 결국 그 모든 것들은 자연에게 돌려줘야 한다.퓨리오사도 디멘투스에 대한 복수는 ‘소유’했지만. 그의 생명까지 온전히 ‘소유’할 수는 없었다. 과연 퓨리오사에겐 디멘투스의 생명의 빼앗는 방식의 복수만이 유일했던 것일까?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이런 의문을 부르는 영화다./홍성식·성지영 인턴기자

2024-06-04

백두대간 초목 푸르게 푸르게… “산림은 가꾸고 지키는 것”

기후 온난화로 인한 기후 재앙이 지구촌을 뒤덮고 있다. 대형 산불과 극강의 호우로 인한 각종 재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과도한 탄소배출과 무분별한 도시개발 등으로 인한 자연생태계 파괴에서 비롯되고 있다. 기후 위기 극복은 우리의 소중한 산림자원을 지키고 가꾸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산림자원은 대형 산불과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창궐하는 재선충병 등으로 파괴되고 있다. 이에 대한 예방대책은 물론 지속적인 숲가꾸기 사업을 통해 산림생태계를 보존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도시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인 문경시의 산림행정은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서있다. □ 백두대간 산림보호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해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를 일컫는다.문경시에는 황장산, 조령산, 희양산, 대야산이 백두대간에 속해있다. 백두대간 전체 길이 1400㎞ 중 110㎞에 이른다. 황장산과 조령산은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포함되어 있다.백두대간은 대한민국 국토의 중심 축이며, 수려한 경관을 간직한 생태계의 보고로 우리나라의 자연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법률로서 보호하고 있다.올해 4월 산림청은 경북도, 문경시와 함께 지구의 날의 기념하기 위해 백두대간 하늘재에서 백두대간사랑운동 캠페인을 개최했다. 문경시는 이처럼 중요한 백두대간 산림생태계를 지키고 관리하고 있다.□ 산림보호의 최대적 산불우리는 최근 5년 내 울진과 포항, 안동을 비롯한 경북전역에 대형산불이 잇따라 엄청난 산림이 훼손됐다. 기후변화로 산불은 점점 더 대형화되고 있고, 인적, 물적 피해도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막대하다.산불예방을 위해 봄철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를 산불조심 기간으로 정해 산불대책 본부를 운영한다. 대책본부는 산불예방활동과 산불조기 발견을 위해 읍면동별 산불감시원을 배치하여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산불발생 시 진화를 위해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대책 본부하에 운영하고 있다.문경시는 산불발생 시 초동진화를 위해 3400ℓ급 헬기를 상주시와 공동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가을철 산불은 10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산불조심 기간으로 정해 운영한다. 봄철에 비해 산불 발생빈도나 피해규모 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산불은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피해를 유발하는 만큼 예방활동과 진화에 있어 봄철과 동일하게 대책본부를 운영한다. 산불진화진화는 필수 전문인력인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나, 진화조직은 비정규직 약 40명으로 봄철 4개월, 가을철 2개월간 운영된다. 전문성 향상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이에 대한 중앙부처의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 대형산사태 예방여름철 장마와 극한강우로 인한 산사태가 재난분야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문경시와 예천군, 영주시, 봉화군은 기록적 폭우로 인해 많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아직도 그때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문경시도 집중호우로 인해 2명의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났고, 농경지 유실, 도로 파손, 산사태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산사태는 예측이 어려운데다 순식간에 산림 내 토석류가 흘러내려 큰 피해가 발생한다.산사태 예방을 위해 사방댐 건설과 계류보전사업을 통해 유속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계곡으로부터 유출되는 토석류를 막아주는 사방사업 확대 추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무엇보다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집중호우 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다.과거 집중호우 시 대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사례를 거울삼아 대피체계를 구축하고 주민들의 인식이 강화되고 대피가 일상화되어야 할 것이다. 문경시는 산사태 발생에 대비해 363곳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산사태 취약지역은 사방댐 건설 등 사방사업을 우선 추진하게 되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매년 취약지역을 확대하고 있다.문경시는 올해 집중호우에 대비하가 위해 마을 단위의 대피소 안전여부를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부적정 판정을 받은 대피소를 보다 안전한 곳으로 재지정할 계획이다.지방은 고령화로 인해 거소주민의 상당수가 연로하거나 몸이 불편한 분들이 많아 대피소가 있다 하더라도 신속한 대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문경시는 이에 따라 소방서와 경찰서와 합동으로 부상자나 몸이 불편한 주민 대피 훈련을 상시적으로 하고 있다.□ 재선충병 방제우리나라 산림은 소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1998년 우리나라에 소나무의 위기가 찾아왔다. 1905년 일본에서 최초로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이 1998년 부산에서 발생해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된 상황이다.정부는 2005년도 소나무재선충병방제특별법을 제정하여 본격적인 방제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단기간에 급속히 나무를 고사시키는 시들음병으로 한 번 감염되면 치료 회복이 불가능하고 100% 고사해 흔히 소나무에이즈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소나무재선충병은 현재 치료방법이 없어 병에 걸린 나무를 제거해 추가 확산을 방지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지금은 지역에 맞는 방제방법을 택하고 있고, 항공방제, 약제방제, 천적활용 등 다양한 방제방법을 시도하고 있다.문경시 산림보호팀은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고사목 제거, 수간주사, 항공방제 등을 실시해 최상단 백두대간까지 확산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숲을 가꾸는 산림행정산림보호팀의 특별한 업무 중 하나가 산림을 지키고 가꾸는 일이다. 문경시 산림녹지과는 산림경영팀, 산지관리팀, 산림보호팀, 녹지조경팀, 산림휴양팀으로 구성돼 산림행정을 펼치고 있다.산림경영팀은 숲가꾸기사업과 입목벌채허가, 백두대간주민지원사업 등 업무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중 주목할 업무는 백두대간주민지원사업이다.백두대간주민지원사업은 지리적으로 백두대간과 인접해 산림경영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역(문경읍, 가은읍, 농암면, 동로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각종 보조 사업을 추진한다.산지관리팀은 산지의 이용적 측면에서 산지를 농업인 주택 및 창고 등 산지전용허가와 쇄골재용, 토목용, 건축용재 생산을 하기 위한 토석채취허가, 광물생산 관련시설 설치를 위한 산지일시사용허가 등의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녹지조경팀은 유휴토지를 활용해 숲조성, 소공원조성, 가로수 조성 및 관리의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산림보호팀은 산림 내 불법임산물채취, 불법산지전용, 불법입목벌채 등 산림 내 위법행위에 대해 조사와 수사를 거쳐 검찰청에 사건을 송치하는 업무를 한다. 산림휴양팀은 문경시 10대 중점추진 업무인 문경새재하늘길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문경읍의 랜드마크인 봉명산 출렁다리를 준공해 문경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신현국 문경시장은 “각종 재난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여 안전한 문경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특히 산불, 산사태 등 산림재난에 대해 유관기관과 면밀히 소통하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재난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24-05-30

“고향을 찾아가는 일은 묻었던 옛 기억을 소환하는 일”

한 사람이 한 가지 일을 제대로 잘하기도 어려운 세상이다.그런데, 묵직한 중저음으로 노래하는 가수이자,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 거기에 사진전시회를 열 정도의 카메라 촬영 실력을 갖췄고, 대학에서 한국 대중음악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쳤으며, 글까지 잘 쓰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이런 질문을 던질 법하다.“그게 대체 누구야?”중언부언 하지 않고 바로 답한다.“이지상(58)이다.”1998년 첫 번째 음반 ‘사람이 사는 마을’을 필두로 몇 해 전엔 여섯 번째 음반 ‘나의 늙은 애인아’를 대중들에게 선보인 이지상은 노래와 작곡 활동 외에도 여행기 ‘스파시바, 시베리아’와 ‘여행자를 위한 에세이 북(北)’을 출간하며 음악 만들기와 글쓰기 2가지 측면 모두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 왔다. 바로 그 재능 승한 이지상이 또 한 권의 책을 자신의 프로필에 보탰다. 이름하여 ‘포천’(21세기북스 출간). ‘대한민국 도슨트-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서적이다.경기도 포천시는 이지상의 고향. 이번 책에서 그는 포천의 산과 호수, 숲과 거리를 수십 번 거듭 살펴 걸으며, 제 고향의 진면목과 숨겨진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앞서 언급된 ‘도슨트(docent)’는 안내자 혹은, 길잡이로 해석이 가능한 단어다.책에 수록돼 포천시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사진도 모두 이지상이 직접 촬영한 것이다. ‘팔방미인(八方美人)이 쓴 흥미로운 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향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은 경기도 사람과 대구·경북 사람이 다를 수 없다. 그래서다. 이지상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부탁했다.“그럽시다.” 시원하고 흔쾌한 대답으로 시작된 기자와 이지상의 제법 길었던 대화. 아래 그걸 요약해 독자들께 전한다. ‘포천, 대한민국 도슨트-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포천은 당신의 고향이다. 그러나, 그것과 고향에 관한 책을 쓰는 건 다른 문제다. 집필의 이유는.△출판사로부터 집필 의뢰를 받았다. 대한민국의 곳곳을 책을 엮어 안내하는 ‘도슨트 시리즈’를 기획 중이었는데 ‘포천’편을 내가 쓰게 된 거다. 지역의 역사와 문학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심도 깊은 인문 안내서 집필을 주문받았다. 책방을 꼭 넣어달라는 부탁이 인상적이었다.-읽어보니 취재를 위해 소요된 시간과 공력이 적지 않았을 듯하다. 지치고 힘들 때 에너지는 어디에서 얻었나.△계약서에 도장 찍고 출판까지 4년 정도 걸렸다. 첫 문장을 바로 시작하지 못했고 최초 6개월 정도의 사전 취재를 거친 후 취재와 집필을 반복하는 형식이었다. 고향을 찾아가는 일은 묻어 두었던 옛 기억을 소환하는 일이다. 찾아가는 동네마다 생각나는 이름이 있었다. 각색되지 않고 고스란히 내 머릿속에 저장돼 있던 오래된 풍경들은 더없이 좋았다. 집필 기간은 3년 정도였는데 지칠 일이 없었던 이유는 그때마다 충전되는 그리움이라는 양식이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포천은 당신이 ‘나의 하느님’이라 부르는 어머니가 살다가 돌아가신 곳이다. 거길 다녔으니 당연지사 어머니를 떠올렸을 텐데.△난 자연을 신으로 믿는 사람이다. 내가 익혀왔던 자연의 중심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있었다. 모든 순간 내가 신께 나의 기도로 의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믿는 신이 어머니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서다. 포천의 25곳을 선정하고 100여 번을 넘게 다니면서 그리움의 흔적을 적어내는 일은 거기서 어머니와 나눈 대화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픈 다리로 절며 평생을 사신 어머니가 장터로 가신 길을 함께 다녔고, 생전의 어머니가 한 번도 다녀가지 못했던 포천의 명소도 함께 걸었다. ‘여기 참 좋다’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을 어머니의 육성을 환청으로나마 듣는 순간이었다. -출간 과정에서 행복했던 순간과 힘겨웠던 순간은.△어려웠던 일이라… 내가 원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하는 일이 많았다. 울미마을 연꽃이나 산정호수의 잔물결은 새벽안개가 있어야 했다. 또한 밤늦게 까지 머물러야 하는 시간도 있었다. 명성산 갈대밭의 우체통은 저녁 무렵이어야 했고, 한탄강 하늘다리위에는 꼭 별이 있어야 했으니까. 명성산에서 하산할 땐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반면 행복한 기억도 많이 떠올렸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던 벗들의 이름을 기억할 때였다. 어느 동네를 가든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었고, 그 이름을 대면 동네 사람들은 마치 오래된 이웃처럼 반겨줬다. 그 중에는 벌써 세상을 등진 이름들도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움과 회한조차 그리움으로 여겨지는 순간이었다.-책에는 포천의 명소가 여럿 등장한다. 그중 딱 한 곳만을 골라야 하는 사람에겐 어떤 곳을 추천하고 싶은지.△서점 ‘무아의 계절’이다. ‘이건 현실이지만 멋지군’이란 영화의 명대사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공간이다. 경영난에 언제 문을 닫을지도 모를 위태로운 공간이기도 했다. 미래의 불안을 책과 함께 이겨내려는 서점의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책이 나오기 전에 서점이 사라지면 어떡하지’란 걱정을 한 적도 있다. 다행히 공간을 옮겨 상가가 많은 곳에서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나와 같은 삶의 불안을 내재하고 있어 더 애정이 가는 공간이다. -본업이 가수다. 그럼에도 정확한 단어 선택과 유려한 문장의 조합이 썩 좋아 보였다. 문장 강화를 위해 특별한 노력을 했는지. 당신만의 글쓰기 노하우가 있는 건가.△대학에서 국문학과를 다녔지만 글 쓰는 것과는 무관한 학교 생활을 했다. 다만 노래를 만들고, 시대와 불화하는 삶을 살면서 주워들은 얘기가 많았던 것 같다. 굳이 노하우를 묻는다면 어떤 창작을 하건 오래 걸린다. 분량과 무관하게 글 한 편, 노래 한 곡 만드는데 보통 이틀이나 사나흘 밤을 샌다.-이번 책의 제목이며, 당신의 고향인 ‘포천’은 어떤 매력이 있는 곳인지.△잘나지는 못했지만 모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 아닐까 싶다. 내가 누구라고 우쭐댈 필요도 없고, 또한 같은 이유로 비굴해질 필요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도시다. -당신 존재의 2가지 측면 즉, 가수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각각의 계획은.△다가올 가을에 7집 음반을 발매해야 한다. 기다리는 사람은 없어도 해야 할 일은 해야겠기에(웃음). 노래는 준비가 돼있다. 제목을 ‘천천히 순하고 뜨끈하게’로 해볼까 생각 중이다. 발매 후엔 당연히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또, 연말까지 순천 와온해변을 무대로 생의 가치를 재점검하고 새로운 삶을 기약하는 책을 써야 한다. 계약 기간을 훌쩍 넘겼는데 아직 시작을 못했다. 2년 동안 와온해변을 숱하게 다녔다. 지난해 9월엔 사진전도 열었다. 5년쯤 뒤 다시 준비할 사진전을 위해서도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포천을 소개하는 책이지만, 포천을 매개로 한 ‘자기 고백서’로 읽어주시면 더 좋겠다.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았거나, 비슷한 생각을 하거나, 비슷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거라고 여긴다. 이 책을 통해 그들과 교감할 수 있다면 좋겠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5-28

영주에 생활·문화인프라 갖춘 청년들의 보금자리 들어선다

영주시에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지역활력타운이 들어선다. 2024년 지역활력타운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됐기 때문이다.영주시는 최근 국가산단 최종 승인과 영주댐 준공에 따라 산업, 문화, 레저 등 다양한 부분에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이는 영주시의 미래를 밝게 하는 청신호다. 지역활력타운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8개 중앙부처가 합동으로 청년층·은퇴자 등의 지역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주거·문화·복지·일자리 등을 복합 지원해 살기 좋은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영주시는 최근 국가산단과 영주댐 준공에 따른 산업, 문화, 관광 레저 기반이 확충되면서 이를 뒷받침 할 정주여건 등 대도시 수준의 생활서비스 필요성에 대한 주민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이런 가운데 지역활력타운 선정은 영주시로서는 미래 성장 예측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은 주거, 생활인프라, 생활서비스가 연계된 인구유입 활력 플랫폼을 구축, 영주의 새로운 생활거점을 조성해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필수 생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신거점으로 만들어 나가게 된다. □ 사업계획지역활력타운은 청년인구 유입 여건 조성과 지역 주민 활력 제고를 위해 주거, 생활인프라, 생활서비스가 연계된 인구유입 및 활력 플랫폼 조성에 중점을 두고 시행된다.2027년 첨단베어링 국가산업단지 조성 및 지역 대기업 SK스페셜티의 추가 투자로 일자리가 늘어나 유입 청년 근로자의 지역정착 유인에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이 사업은 신도심 대비 인프라가 부족한 구도심 권역에 거점 인프라를 조성해 열악한 지역 정주여건을 개선, 대도시 수준의 삶의 질을 보장하게 된다.HIVE(벌집)처럼 북새통을 이루는 영주시 지역활력타운은 신규 산업단지 조성과 청년창업 특화프로젝트 운영으로 청년인구 유입과 정착 플랫폼을 구축하게 된다.생활SOC 재배치로 도심 균형발전 및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구도심 활력을 위해 주거, 인프라, 서비스가 결합된 생활거점 공간으로 조성한다.지역활력타운 조성을 두고 시민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공모 사업 신청 전 시민들의 의견은 청년 및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공간 부족과 정주 불만족해소, 지역 유입 청년들을 위한 저렴하고 쾌적한 주거공간 확충의 필요성을 지적했다.이와 함께 영주형 주민 정주여건 개선과 서비스 부족, 신도심 중심의 도시 인프라, 국가산단 등 투자 기업에 의한 청년 유입과 이에 따른 주거공간 확충의 필요성을 들었다.이번 지역활력타운 사업이 확정되면서 지역민들의 의견 및 지적 사항이 해소되게 됐다. □ 추진 방향지역활력타운은 총사업비 693억원을 투입해 하망동 514번지 일원 4만3088㎡에 조성된다.주요사업 내용은 크게 3개 분야로 구분된다.주거부분은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연립형 타운하우스 70세대 주거단지 조성과 생활인프라 부문은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교육, 창업, 문화예술, 공동체 활성화 공간이 마련된다.실내스포츠복합시설에는 수영장, 다목적체육관, 건강증진센터, 체육특화 돌봄 공간 등으로 구성된다.생활서비스 부분은 주거, 인프라 시설과 연계 제공되는 특화 생활 서비스 공간으로 Hi Live는 새로운 주거와 정주공간으로 정착지원과 지역 융화, Hi Vive는 교육, 문화, 청년창업 등 교류의장, Hi Five는 체육특화 돌봄, 웰니스 건강증진 공간으로 조성된다.지역활력타운은 지역여건 고려 및 연계방안을 통한 인프라 구축,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데 역점을 둔다.특히 주민건강증진을 위한 의료서비스, 보육환경 만족도를 높여줄 영유아, 어린이 교육, 행정서비스 접근 편의 증진, 골목상권 회복을 위한 생필품 구매 및 로컬브랜딩 활성화, 편리한 금융서비스, 도서대여와 놀이방, 문화프로그램 운영, 아동, 노인, 장애인복지 통합 서비스, 교육환경 개선, 공원녹지 조성 등 주거 만족도를 높이게 된다.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홍보 컨텐츠를 활용해 지역활력타운 홍보 및 유입대상자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홍보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홍보활동은 하이브 홈페이지 제작 등 브랜드를 활용한 영주시 홍보와 지역활력타운 시설 상시 안내, 연간 월간 이벤트 등을 다양한 SNS를 통해 홍보하게 된다. 홍보는 영주시와 도슨트, 영주시관광협의회, 입주민협의체가 주체가 된다. □ 기대효과지역활력타운 사업의 기대 효과는 무엇보다 주민 만족도 제고 및 지역경제 파급 효과와 주민 생활여건 개선 부분이다.시는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가능성 부분에 대해 수요자 니즈에 맞춘 지역활력타운 조성으로 주민 생활여건을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실수요자의 의견을 고려 주거, 생활인프라, 생활서비스를 구성해 제공하고 구도심 지역을 지역활력타운 인프라 및 서비스 연계로 입주자와 지역민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영주첨단베어링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지역 대기업 SK스페셜티의 대규모 추가 투자 등으로 유입되는 청년 근로자의 지역정착을 유인하고 구도심 권역에 거점 인프라를 조성, 대도시 수준의 생활서비스를 제공을 위해 영주시는 행정력을 집중하게 된다.영주시의 미래를 위해 청년층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과 낙후된 구도심 발전을 위한 획기적 계기 마련을 위해 현재 지역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사업들과 더불어 지역을 떠난 청년들을 유입해 도시 활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등 영주 발전을 전략적으로 실현해 나가게 된다.지역활력타운 조성으로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1258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513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742명의 취업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시는 사업유지 및 관리계획의 적절성을 위해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운영 관리를 위한 민관협업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협력체계 구축은 유관기관, 입주자 등 6개 기관 협력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주거, 생활인프라, 생활서비스별 협력 체계를 마련한다.시는 사업의 연계성과 종합적인 성과를 도출하고자 시민과의 소통을 통한 현장 요구 해소 등 다양한 협의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전국 243여개의 지방자치단체들 중 광역 및 인구밀집 도시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비슷한 환경의 지역 문화, 관광자원, 산업기반, 교육 자원을 갖고 있다.각 지자체는 지역 발전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시책으로 적극 추진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지방자치시대가 되면서 주민들의 요구와 그 다양성도 세분화되고 있다. 또한, 지역주민의 동시다발적인 숙원사업의 요구도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주민 요구는 지방재정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숙제이기도 하다.그러나 이번 영주시의 2024년 지역활력타운 조성 공모사업 선정은 영주시가 한층 더 발전하는 새로운 변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4-05-26

작지만 강한 도시 청송… 크게 펼치는 ‘보편 복지 시스템’

한국이라면 어느 시·군이랄 것 없다. 이전 시대와는 변별되는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정책 개발과 실행에 골몰하는 게 21세기를 규정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됐다.경상북도의 크지 않은 지자체지만 청송군 역시 이런 시대적 흐름에 눈 돌릴 수는 없는 일. 청송은 빼어난 자연 풍광에 사람들의 마음을 평화와 안정으로 이끄는 맑은 공기로 요약되는 ‘작지만 강한 도시’다.여기에 더해 지역에 거주하는 군민들을 위한 복지 정책의 입안과 수립에도 여념이 없는 게 청송군의 오늘이다.윤경희 청송군수는 올 초 2024년 복지 정책의 핵심을 “군민이 원하는 곳에 맞춤으로 들어서는 보편복지의 실현”이라고 요약했다. 이는 군민 중심의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과제와 함께 쉼 없이 추진돼야 할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아래에서 ‘모두가 행복으로 한 걸음 다가서는 청송군’ 복지 시스템의 핵심을 요약해본다. □ 이웃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의 수립과 실행청송군은 올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노인·아동·청소년·여성·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계층에게 적합한 복지서비스를 지원해 군민 모두가 행복한 맞춤 복지를 구현해나갈 방침이라고 천명했다.이를 위해 사회보장수급가구(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차상위계층 등) 결정에 사회보장시스템을 활용한 조사, 방문 실태 확인 등으로 적정한 급여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또한 인적·소득재산 변동사항을 수시로 조사해 수급 자격을 정비함으로써 최저생활 보장과 생활안정 지원을 위한 맞춤형보장급여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더불어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인적안전망, 이를테면 가칭 ‘안녕 살피미’의 창립,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원활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 복지 위기가구를 조기에 발견하고, 주민 조직화 및 주민 역량의 강화로 지역민이 주도적으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을복지계획을 수립·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또한, 올해 신규 사업으로 고독사 및 사회적 고립가구 예방사업을 추진키 위해 상시 발굴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이는 민·관 협력 사회적 고립가구 해소 캠페인으로 구체화 된다는 것이 군의 부연이다. 고독사 위험가구에 대해서는 통합사례 관리, IoT 장비를 통한 스마트 안부 확인과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중장년 1인가구를 위한 요리교실 등도 운영해 건강한 식생활까지 지원하게 된다. □ 국가유공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도 대폭 강화숱한 시련의 역사 속에서 구국·호국 의지를 불태우다 목숨을 잃은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에 대한 예우와 지원도 강화한다는 게 청송군의 의지다.참전명예 수당, 보훈예우 수당, 참전배우자 수당을 제때에 지급하고, 소외되기 쉬운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와 소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일자리 제공과 확대 시책을 보다 넓힐 예정이다.지역의 노인들이 쾌적한 휴식 공간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경로당을 보수하고, 경로당 운영 지원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특히 경로당에 소파, 테이블, 의자 등 입식 시설을 보급해 연로한 지역민들의 건강하고 편안한 생활을 조력한다는 것도 청송군의 복지 방침 중 하나다.더불어 기초연금 인상, 어르신 목욕비 지원, 노인 일자리와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를 매년 확대해 노령층의 안정적 소득기반을 조성하고, 사회참여 기회도 늘여나갈 계획이다.노인교실과 ‘경로당 행복선생님 사업’ 운영도 그 폭이 확대된다. 경로당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통해 지역 노인층의 건강한 여가활동을 지원하고,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취약 노인들에게는 맞춤돌봄 서비스와 독거노인 응급안전안심 서비스를 제공해 일상생활 유지를 가능토록 할 예정이다. 이런 것이 바로 “실질적인 사회 안정망 확충”이라고 전문가들도 입을 모은다.맞춤형 보육서비스 제공 또한 청송군이 주목하는 문제다. 아이 키우기 좋은 보육환경 조성은 한국사회 어느 곳 할 것 없는 주요한 과제. □ 지역 노령층에게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 제공청송군은 부모급여, 영유아보육료, 가정양육수당 등을 다양한 형태로 지원해 양육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노후화된 보육시설에 대한 환경개선사업으로 안전한 보육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청사진도 이미 제시했다.저소득 한부모가족·미혼가족·조손가족 등이 가족의 친밀함을 느끼고, 밀착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내실 있는 지원사업을 수행함으로써 한부모가족의 생활안정과 자립기반 조성에 도움을 주는 것에도 윤 군수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아이 돌봄 서비스 제공과 양육 공백의 최소화, 결혼이민 여성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 등도 청송군을 복지가 실현된 지자체로 만드는 프로젝트의 하나다.이를 위해 청송군은 결혼이민 여성의 한국사회 조기 적응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다문화가족 자녀의 효과적 언어 발달과 기초학습의 기회 확장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 약속했다. 드림스타트사업·지역아동센터·다함께돌봄센터 운영, 청소년방과 후 아카데미 활성화, 청소년 보호육성사업 등은 이를 위한 구체적 프로젝트로 지목될 수 있다.방과 후 학교의 운영은 학교 교육 지원 차원에서 백안시할 수 없다. 중·고등학교 신입생 교복 구입비 지원과 고등학교 무상교육 지원 역시 공공성 강화 차원의 문제이니 그냥 두고 볼 수 없을 터. 청송인재양성원을 통한 지역 학생들의 교육 의지 고취도 이런 차원에서 함께 해석될 수 있을 듯하다.이처럼 위에 언급된 청송군의 각종 복지 프로트와 관련해 윤경희 군수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복지 정책, 그리고 군민의 삶이 보다 안정될 수 있는 정책의 꾸준하고 지속적인 추진으로 모두가 빠짐없이 행복한 청송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알려왔다. 이 약속의 현실적 실현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김종철·홍성식 기자

2024-05-22

구미, 산업도시 이미지 벗고 낭만과 문화가 흐르는 도시로

구미시가 민선 8기에 들어서면서 산업도시의 의미지를 벗어내고 낭만과 문화가 흐르는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공공디자인과 지역 특색을 살린 참신한 콘텐츠로 구미만의 색깔을 입히면서 시민들의 호응과 더불어 도시의 이미지를 바꿔가고 있다.구미의 주요 도심에는 새롭게 설치된 대형 조형물들이 방문객들의 이목을 끌고, 야간경관을 활용한 수변공간 조성, 특색있는 관광·스포츠 인프라 확충을 통해 회색도시 이미지를 벗고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도시로 변화 중이다.김장호 구미시장은 “지역 특색을 살린 새로운 시도들이 호응을 얻으며, 무미건조했던 산업도시 구미의 색깔이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도 구미의 지속적인 변화와 다채로운 매력 발산을 기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구미만의 대형 조형물…도시경관 업그레이드올해 경북도민체육대회를 개최한 구미시는 6년 만에 종합우승을 달성하며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대회를 준비하며 도시 주요 길목에 대형 조형물을 설치해 도시경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도시의 관문인 구미IC 진출로에 대형 ‘WELCOME GUMI’ 조형물을 설치해 방문객들에게 환영 메시지를 전하고, 시민운동장 앞 광장에는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을 상징하는 ‘승리의 주먹’을, 운동장 전면에는 넓이 67m의 초대형 입체조형물로 이목을 끌었다.경기장 앞 회전교차로에는 다이내믹한 육상경기 조형물도 설치했다. 각각의 조형물에는 경관조명이 있어 야간에도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시는 앞으로 주요 장소에 미디어 콘텐츠가 담긴 대형 조형물과 서울에서나 볼 수 있었던 ‘미디어아트 월’도 추가 설치해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영상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 비산 나룻길과 지산 샛강 생태공원 명소화 사업지난 2월 개방한 낙동강 탐방로 ‘비산 나룻길’은 비산 나루터에서 구미천 종점부까지 이어지는 길이 1㎞의 산책로로 총 55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수상 보도교와 데크길로 해당 구간을 연결했다. 낙동강을 따라 조성된 ‘비산 나룻길’은 강가의 아름다운 풍경과 잘 보존된 자연생태계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어 구미의 새로운 힐링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시는 낙동강과 구미천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갈대 습지 1.3㎞ 거리에 탐방로를 조성한다. 탐방로는 습지에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만큼 상세한 계획 수립과 하천점용 등의 절차를 거쳐 올해 연말에 개방될 예정이다.도심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지산 샛강 생태공원은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연꽃, 겨울에는 천연기념물 큰고니의 도래 등 천혜의 자연을 시민들에게 선물하고 있다.시는 전국 3대 천연기념물 큰고니를 상징하는 큰고니 부부 상징 조형물을 데크 광장에 설치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 황토 맨발 길 체험에 대한 수요 급증에 따라 지산 샛강 생태공원 기존 산책로에 황토 맨발 길 시범 구간(L=250m)을 조성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황토길, 황토풀, 황토볼, 세족장, 신발장도 설치했다. 올해는 황토 맨발 길을 추가로 연장(L=750m)해 다양한 체험 공간을 확충해 구미의‘핫 플레이스’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 야간경관 활용, 아름다운 야경 선물시는 최근 자연과 빛, 조명이 어우러지는 수변공간과 도심 속 골목 정원 조성으로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야경을 선물하고 있다.지산샛강 생태공원 둘레길의 벚나무에 경관조명 250개를 설치하고 민들레와 초승달, 갈대 조명 등 특색있는 야간조명으로 야경 맛집으로 소문났다.비산나룻길에는 165개의 핸드레일바 경관조명과 43개의 보안등을 설치해, 야간에도 화려한 조명과 함께 산책이 가능해 시민들의 야간산책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원평동 금오천 일원에는 옹벽의 실루엣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옹벽경관등과 벚꽃나무에 수목투과등을 설치해 금오천을 방문한 시민들에게 멋진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여기에 야간조도를 더 높이고 주요 길목에 미디어를 활용한 특화연출조명 설치로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금리단길(각산 마을) 골목길과 문화광장 등에 6개의 포토존과 디자인 가로등, 시간대별 다른 로고라이팅 연출로 거리경관을 개선했다.또 마을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가드닝팀(gardening-team)을 결성하고 골목 벽면과 유휴지에 장미와 화초를 심어 생동감과 향기가 있는 마을길을 조성했다.산호대교에는 배면부를 특징적으로 표현하는 특화연출조명을 설치하고, 낙동강 체육공원에도 30억원을 투자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조형물과 미디어아트를 설치할 계획이다. □ 파크골프장과 인조 잔디 야구장 조성도내 최다 홀수의 파크골프장을 보유한 구미시는 지난 4월 지역 파크골프장 7개소(장애인파크골프장 포함)의 잔디보호 및 생육을 위한 휴장을 마치고 전면 재개장했다.휴장기간 홀컵 주변 잔디 보식, 배토 작업, 잔디보호 매트 및 복합 잔디 설치, 주차장 차선도색 등 시설물 정비를 완료했다. 또 구미파크골프장의 재래식 화장실을 철거하고 수세식 화장실 3개소를 설치했다. 올해 총 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설 개선 및 이용자 편의증진 사업으로 최상의 파크골프장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시는 구미대교 아래 낙동강변에 전국대회가 가능한 공인 규격의 인조 잔디 야구장(3면)을 지난 4월 개장했다. 기존 흙 구장 3면 야구장(3만6000㎡ 규모)에 총사업비 40억원을 투입해 인조 잔디, 휀스, 더그아웃, 본부석 등을 설치했다.또 올해 지산 낙동강 체육공원에 인조 잔디 야구장 1면을 추가로 조성해 총 4면의 정규 공인 규격의 야구장으로 각종 전국 단위 대회를 유치해 스포츠 도시로써의 위상도 높여나갈 계획이다.□머무르고 싶은 도시, 체류형 관광인프라 조성회색 산업도시 구미에 낭만이 가득한 관광 인프라가 늘어나며, 머무르고 싶은 도시로 변하고 있다.지난 4월 구미 원도심인 새마을중앙시장에서 개장한 낭만야시장은 개막 당일 3만명의 구름인파가 몰려 대박을 터트렸다. 다른 야시장과 차별화된 콘텐츠와 특색있는 메뉴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통시장 활성화와 원도심 부흥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도심 속 힐링공간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지산샛강 생태공원은 맨발걷기와 아름다운 야경, 무인카페 고니벅스로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 3월 벚꽃 개화 기간에만 6만명의 방문객이 찾았으며, 구미시민과 함께 인근 지역에서도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구미의 대표적인 젊은이들의 거리인 금리단길은 로컬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북카페 거리로 조성하고 있으며, 전선지중화, 보행로 개선 작업을 통해 보행자 특화거리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이 밖에도 구미의 교촌통닭 1호점을 테마로 한 특화거리 조성을 비롯해 진평동 먹자골목과 송정동 송정맛길 등 젊은 세대들의 입맛과 관심을 사로잡을 특색있는 문화거리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4-05-21

“과감히 생략하는 용기…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는 방법”

푸른 바다가 지척에서 일렁이는 포항에서 유년과 소녀시절을 보낸 시인 이소연(41)이 깔끔하게 단장된 매혹적인 산문집을 출간했다. 이름하여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10년 전 시인으로 등단한 이소연은 그간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거의 모든 기쁨’이란 제목을 단 시집을 펴내며 서서히 그러나, 성실하게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젊은 작가다.운문으로 구축된 시와는 달리 에세이 혹은, 수필이라 불리는 문학 장르는 산문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한국 문단을 떠도는 흥미로운 풍문 가운데 하나가 “산문을 주로 써온 작가는 운문을 잘 쓰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운문을 쓰는 시인들은 산문을 못 쓰는 경우가 드물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대부분의 시인은 수필도 잘 쓴다.그런 통상적인 기대를 가지고 이소연의 산문집을 펼쳐들었다. 기자의 예상과 풍문은 틀리지 않았다. 조그맣고 앙증맞은 판형의 산문집(수필집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는 여름날 먹는 시원한 국수처럼 술술 넘어가듯 읽혔다. 뿐 아니다. 행간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의 무게도 만만찮았다. 기대 이상의 즐거운 독서였음을 고백한다.이소연의 산문집에선 세계와 인간의 내밀한 본질을 시인의 예민한 촉수로 더듬어낸 눈 밝은 문장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해낼 수 있다. 이는 쉽게 이루지 못할 인정할만한 작가적 성취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것들.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 중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는 방법’이란 소제목을 단 글의 몇 문장을 인용한다.“(전략)…중국 북송 황제 휘종이 궁중의 화가들에게 ‘말발굽에 묻은 꽃향기’를 그리라고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꽃향기를 어찌 그리란 말인가. 화원 하나가 말발굽을 쫓아가는 나비 떼를 그린 그림이 휘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고 한다. 누군가 내게 참새 지저귀는 소리를 그리라고 하면 인동덩굴을 가득 그려 놓으면 될까? 휘종이 깊은 산속에 감춰져 보이지 않는 절을 그리라고 하는데도 많은 화가가 눈에 보이는 절을 그리는 데 집착했다고 한다. 그 마음도 이해가 간다. 내가 말하지 않아서 알아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럴 땐 결심이나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내 의도를 정확히 읽어 내리라는 기대 속에서 과감히 생략하는 용기 말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지 않는 상태로 둘 수 있는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것이 있다.…(후략)”마지막 책장을 넘겨 책 읽기를 끝내니, 산문집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가 어떤 경로를 통해 탄생한 것이고, 이소연은 ‘이걸 무슨 마음으로 썼을까’라는 게 궁금해졌다.그래서다. 스무 살에 포항을 떠나 현재는 서울에 살고 있는 이소연에게 질문지를 보냈다. 보통의 독자들이 던질만한 질문 몇 가지가 쓰였다. 다음은 그 물음을 접하고 친절하게 보내온 이소연의 답변을 요약한 것이다. -포항에서 유년을 보낸 것으로 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인상적인 풍경은.△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포항에서 머물렀다. 부모님은 아직 포항에 있다. 산문집 곳곳에 포항에 대한 기억이 담겨 있다. 아홉 살 때까지 살았던 동네 풍경이 생생히 떠오른다. 산 밑에 자리한 집까지는 버스가 다니지 않아 연일사거리에서 한참 걸어 들어가야 했다. 그 하염없이 이어지던 길이, 양쪽으론 논밭뿐인 그 후끈후끈한 여름길이 자꾸 떠오른다. 어머니가 아픈 날 데리고 그 길을 걸어 나오는 동안 병이 낫곤 했다. 이상했다. 보건소 문이 닫혀 진료를 받지 못했는데도 보건소 옆 슈퍼에서 사이다 한 병 마시면 병이 낫곤 했으니까.-시집을 2권 낸 시인이다. 시와 산문을 쓸 때는 마음가짐이 다를 듯하다.△시를 쓸 땐 본업의 마음이 있다. 더 고심하고 애쓰는 시간이 힘들면서도 힘들지가 않다. 노력이 허투루 돌아가도 아깝지가 않다. 시를 쓰고 나면 기분이 좋다. 할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반면 산문을 쓸 때는 고심하고 애쓰는 시간보다 솔직하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리는 것 같다. 시에서도 솔직하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차원의 솔직함이 산문에는 있다. 말 안 해도 아는 것과 말을 해야 아는 것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다. 시는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를 건너뛰어도 사유를 만들어 놓고 산문은 쓰는 과정을 통해서, 뭔가에 대해서 알아가는 느낌 속에 사유가 있었다.-2014년 ‘한국경제’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니, 10년차 시인이다. 시는 무엇이고, 시인은 어떤 존재인가.△시는 과거를 현재로 살아가게 하는 일이고 나와 나를 대면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봄이라 포항 곳곳에 아카시아 꽃이 만발했다, 아카시아 꽃을 보니 백일장 나가던 때가 떠올랐다. 백일장 장소가 수도산이었던 것 같다. 마치 이미지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 놓는 사다리 같다. 10년차 시인이 되어서 작은 변화라면 이제는 시를 쓰는 일이 두렵지 않다. 물론 예전에도 두렵지 않았다. 그때는 몰라서 두려운지 몰랐다.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지금도 역시 시를 모르지만 실패가 단순히 실패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에게 시는 그저 쓰는 과정일 뿐이다.-산문집 출간의 계기가 있었는지.△‘한국경제신문’에 2022년 4월부터 칼럼을 연재했다. 오피니언을 눈여겨 본 편집자가 있어 제안 받았다. 출판사에서 새롭게 원고를 집필하라고 했으면 산문집 출간이 어려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연재 마감 덕분에 매달 원고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고, 그간 여기 저기 발표한 산문들도 결이 비슷해 함께 모았더니 한 권의 산문이 됐다.-산문집 제목이 좋다.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 직접 지은 것인지,△세상 여기저기에 놓인 글감들은 그저 예쁜 것 같다. 그것에게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준다. 글을 쓰려면 먼저 다가가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은가. 요즘 속이 안 좋아 한약을 먹고 있다. 그 탓에 밀가루 음식을 피하는 중이다. 밀가루 아닌 것들과 친해져야 하는데 그것을 찾는 일이 시를 찾는 일과 비슷한 것 같다. 자꾸 먹을 수 없는 것에 가 닿게 한다.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라는 제목은 ‘포란의 계절’ 산문의 첫 문장에서 따온 것이다.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는 ‘포란(抱卵)’이다. 동물이 알을 품는 행위를 뜻하는 말이지만, 나는 이 말을 봄과 나란히 두며, 많은 걸 품었다. 글이라는 건 말을 말로서 지나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품게 해서 좋다. -시와 산문, 통칭해 문학은 인간에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아직도 문학은 읽고 싶은 이들에게, 사유하고자하는 이들에게 파동을 일으킨다. 문학에 관심 없어 보이는 것 같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렇지 않다. 많은 이들이 아직 시를 좋아하고 문학에 관심을 가진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의 SNS채널마다 공유하는 문학들이 있고 난 그것들에 영향을 받는다. 적어도 문학은 나에게 힘을 발휘하고 있고, 내가 아는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힘을 발휘하고 있다.-주목하는 동년배 작가는 누구이고, 주목의 이유는.△김은지 시인이 생각난다. 이제 거의 버릇처럼 튀어나오는 이름이다. 같이 활동을 많이 한다. 김현 시인, 유현아 시인도 있다. ‘해변’이라는 공간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주목하는 이유는 함께하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이들의 작품을 주목하지 않고 나를 가꿔 나갈 수는 없다. 그밖에 철공소에서 일하는 사람, 소금가마니를 지고 히말라야를 오르는 사람, 절벽을 타고 올라 꿀을 따는 사람들이 내가 주목하는 미래의 작가다. 이런 분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다. 거기에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시인으로서 단기 계획과 중장기 계획은.△5월 마지막 날 출판사 ‘창비’에서 세 번째 시집 ‘콜리플라워’가 출간될 예정이다. 그리고 청소년 시집 출간과 오피니언 연재도 이어나가야 한다. 앞으로 다음 시집은 10년 동안 퇴고하겠다. 물론 그 안에 낼 수도 있다.(웃음)-‘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를 읽은 후 독자들이 보내준 가장 인상적인 의견은.△셋째 이모가 전해준 얘기다. 병원에 입원한 이모부에게 심심할 때 읽어보라고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를 선물했는데, 평소 책도 잘 안 읽고 대화도 거의 없는 사람이 ‘정말 재미있게 소설을 읽었다’며 책 내용을 상세하게 이야기 해주더라는 얘기였다. 에세이를 썼는데 소설로 이야기 한 게 너무 재밌어 기억에 남는다. 문학과는 거리가 먼 분이라 장르도 잘 모르시는 분도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이 좋았다. 나의 문학이 사람들에게 그렇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면 좋겠다.-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나를 낳아주고 품어준 아빠 엄마의 바다, 포항 바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