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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물안개·가을꽃 물드는 고즈넉한 풍경속으로

가을은 한국의 사계절 중 가장 짧지만 가장 깊은 계절이다. 여름의 열기를 식히는 바람이 불고, 나뭇잎은 붉고 노랗게 물들며, 하늘은 높고 푸르다. 이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지는 단연 경북이다. 산과 강, 고택과 서원이 어우러진 경북은 가을이 되면 그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추석 연휴는 가족과 함께 자연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다. 하지만 유명 관광지는 인파로 북적이기 마련이다. 경주 불국사, 안동 하회마을, 청송 주왕산 등은 이미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다. 이번 특집에서는 사람들에게 덜 알려졌지만, 경치와 분위기, 체험 요소까지 두루 갖춘 경북의 숨은 명소 10곳을 소개한다. 조용한 가을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1. 청송 주산지-물안개와 단풍이 어우러진 신비의 호수 청송군 주왕산면에 위치한 주산지는 조선시대 인공적으로 조성된 저수지다. 하지만 그 풍경은 자연 그대로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새벽이면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호수에 비친 왕버들나무는 마치 동양화 속 풍경처럼 고요하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10월 초에는 붉은빛과 안개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산지는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이른 아침에 방문하면 고요한 자연과 마주할 수 있다. 사진 애호가들에게는 특히 인기 있는 장소이며, 삼각대를 세우고 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도 흔하다. 주산지의 가을은 말없이 깊고, 그 고요함이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2. 고령 다산 은행나무숲-황금빛 산책로의 낭만 고령군 다산면 낙동강변에 위치한 은행나무숲은 수령 100년 이상의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장관을 연출한다. 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으로 물든 나뭇잎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1km 이상 이어지는 산책로는 강변 벤치와 어우러져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으며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부담 없는 힐링 공간이다. 특히 해질 무렵 강 너머로 떨어지는 햇살이 은행잎 사이로 스며들면 그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3. 문경 봉천사 개미취 꽃밭-연보라빛 가을의 정원 문경시 가은읍에 자리한 봉천사는 가을이면 개미취 꽃으로 뒤덮인다. 1만여㎡(3000여평) 규모의 꽃밭은 연보라빛 물결이 일렁이며, 절 주변을 수채화처럼 물들인다. 이곳에서는 차와 묵이 제공되는 힐링 공간도 마련돼 있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명상과 휴식의 장소로 손꼽힌다. 개미취는 국화과 식물로 가을에 피는 연보라빛 꽃이 특징이다. 봉천사에서는 이 꽃을 중심으로 사찰과 자연이 어우러진 정원을 조성해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꽃 사이를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절의 종소리가 들려오면 그 고요함은 더욱 깊어진다. 4. 영주 죽계구곡-선비의 길을 따라 걷는 단풍 트레킹 영주시 풍기읍에 위치한 죽계구곡은 조선 시대 선비들이 사색하던 계곡길이다. ‘구곡’이란 이름처럼 9개의 굽이 마다 고유한 이름과 풍경을 지닌다. 약 6.6km의 트레킹 코스로 단풍과 청량한 물소리를 즐기며 걷기 좋다. 죽계구곡은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선 철학적 공간이다. 선비들은 이곳을 걸으며 자연 속에서 도를 닦고 삶의 의미를 되새겼다.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과 계곡의 맑은 물이 어우러져 깊은 정서를 자아낸다. 붐비지 않는 한적한 길에서 가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5. 칠곡 가산수피아-가을꽃이 피어나는 테마정원 칠곡군 가산면에 위치한 가산수피아는 핑크뮬리, 구절초, 댑싸리 등 다양한 가을꽃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테마정원이다.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가족 나들이나 커플 여행에 적합하며 꽃과 함께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장소다. 가산수피아는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과 포토존은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꽃 사이를 걷는 길은 마치 동화 속 정원처럼 느껴진다. 10월 초에는 꽃들이 절정을 이루어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6. 경주 운곡서원-은행나무 아래 고즈넉한 서원의 풍경 경주시 강동면에 자리한 운곡서원은 400년 된 은행나무가 서원 앞을 지키고 있다. 단풍철이 되면 노란 은행잎이 서원 마당을 뒤덮으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조용한 산책과 사색의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운곡서원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 김굉필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서원으로 그 역사적 가치도 크다. 서원 내부에는 퇴계 이황의 정신을 기리는 공간도 있어 전통과 철학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가을의 서원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시간과 사색이 흐르는 공간이다. 7.울진 금강송 숲길-걷는 길이 곧 힐링이 되는 곳 울진군 북면에 위치한 금강송 숲길은 국내 최대의 천연 금강송 군락지다. 금강송은 곧게 뻗은 기품 있는 자태로 조선 궁궐의 목재로 쓰였던 나무로 그 숲을 걷는다는 건 역사와 생명의 흐름 속을 걷는 일이다. 가을이면 금강송 사이로 단풍이 물들고, 숲길은 붉은빛과 초록빛이 어우러진 오묘한 색채로 변신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발끝에 닿는 낙엽의 감촉, 그리고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는 도시에서 잊고 지낸 감각을 되살려준다. 금강송 숲길은 총 13km에 달하는 탐방로이다. ‘금강송 생태탐방로’는 자연 그대로의 숲을 보존한 구간으로 인위적인 시설 없이 오롯이 숲과 마주할 수 있는 길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평탄한 숲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할 수 있고,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은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금강송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8. 영덕 창포말등대공원-바다와 등대가 어우러진 산책 코스 경북 영덕군 창포리에 위치한 창포말등대공원은 동해의 푸른 바다와 하얀 등대가 어우러진 조용한 산책 명소다. 이곳은 관광지의 화려함보다는 바다와 하늘, 바람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조화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가을철에는 높고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닷바람이 어우러져 걷기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 창포말등대는 영덕 블루로드의 일부이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와 연결돼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공원 내에는 등대를 중심으로 작은 광장과 벤치, 전망대가 있어 바다를 바라보며 쉬어가기 좋다. 해질 무렵에는 붉게 물든 하늘과 등대가 어우러져 낭만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은 도시의 소음을 잊게 하고 바다의 너른 품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9. 청도 운문사 은행나무길-이틀만 공개되는 황금빛 절경 청도군 운문면에 위치한 운문사는 신라 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이곳의 은행나무길은 단풍철에 단 이틀만 일반에 공개되며, 그 희소성 덕분에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수령 300년이 넘는 은행나무들이 절 입구를 따라 늘어서 있다. 노란 은행잎이 바닥을 덮는 풍경은 마치 황금빛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운문사는 비구니(여성 승려)들이 수행하는 사찰로도 유명하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은행나무 아래를 걷다 보면 자연과 수행의 기운이 어우러져 마음이 차분해진다. 단풍과 은행잎이 어우러진 절경은 짧은 가을을 더욱 깊고 진하게 만들어준다. 10.안동 물길공원-낙동강과 가을빛이 흐르는 도심 속 쉼터 안동시 성곡동에 위치한 물길공원은 낙동강변을 따라 조성된 도심 속 자연공원이다. 이름 그대로 ‘물길’을 따라 걷는 산책로가 중심이며, 강변의 풍경과 계절의 색이 어우러져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힐링 공간이다. 가을에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노랗고 붉게 물들며, 강물에 비친 색채가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공원 곳곳에는 유교문화권의 상징물과 조형물이 설치돼 걷는 동안 안동의 정신적 뿌리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다. 강변 데크와 전망대, 쉼터가 잘 정비돼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적합하다. 해가 지는 시간에 물길공원을 걷다 보면 낙동강 너머로 붉게 물든 하늘과 강물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도심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자연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어 추석 연휴에 잠시 일상을 벗어나기 좋은 장소다. 안동댐과 월영교, 유교랜드 등 인근 명소와 연계해 하루 코스로 즐기기에도 알맞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경북의 숨은 명소에서 자연과 전통, 체험과 감성을 모두 담아보자. 붐비지 않는 조용한 공간에서 진짜 가을을 만날 수 있다. 단풍 아래서 걷고, 은행잎 사이에서 사색하며, 물안개 속에서 가을을 느껴보는 여행. 그 길 끝에서 당신은 아마도 잊고 있던 계절의 감성을 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01

다양한 전시·공연·체험 ‘문화와 재미’로 채워진 도심 곳곳

대구시는 추석 연휴 기간 시민들과 대구를 찾는 방문객들이 즐길 수 있는 전시, 공연,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도심 곳곳에서 운영한다. 우선, ‘The Pulse of Life – 생명의 울림’을 주제로 30여 개국 200여 작가의 700여 점을 선보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사진전시회인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추석 당일을 제외한 연휴 기간 내내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대구 사진비엔날레 30여 개국 작품 700여 점 선보여 토요시민콘서트•대구예술제•청년버스킹 공연 풍성 ‘호러 축제’와 함께 진행되는 국제힐링공연예술제 근대역사관•방짜유기박물관 등 체험 프로그램 마련 이월드, 귀성길 승차권 등 인증•가족 특가 할인 진행 4일 가스공사 페가수스 vs 삼성 썬더스 프로농구 도심 속 독서 휴식 공간 ‘신천문화마당’•‘신천 시네마’ 고산도서관 이융남 교수 특별 강연 ‘공룡학자의 삶’ 수성아트피아 ‘이은결의 더 일루션-마스터피스’ 상영 수성못 수상무대서 국제오페라축제 ‘프린지 콘서트’ 이번 전시는 인간 중심의 시각을 넘어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고 공존하는 ‘공생세(Symbiocene)’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참여 작가들은 생명을 변화·연결·공명하는 힘으로 재해석하며, 관람객에게 지구와 공동체 속에서의 위치와 역할을 다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대구미술관은 지역 출신이자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인 이강소 화백의 회고전 ‘곡수지유(曲水之遊)’를 통해 지역의 문화 자긍심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대구간송미술관은 광복 80주년 기념 기획전 ‘삼청도도(三淸滔滔)-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정신적, 문화적 힘을 담은 작품을 소개해 많은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공연으로는 토요시민콘서트(신천 수변무대), 판타지아대구페스타 가을 축제인 2025 대구예술제(코오롱 야외음악당)와 청년버스킹(동성로 일원) 등 다양한 볼거리가 시민들이 즐겨 찾는 야외 도심 무대에서 열린다. ‘토요시민콘서트’는 시립교향악단, 합창단, 국악단, 무용단, 극단, 소년소녀합창단 등 6개 시립예술단이 참여하는 정기 야외 공연이다. 오는 8일까지 대구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열리는 ‘2025 대구예술제’와 ‘2025 청소년무대예술페스티벌’에는 대구예총 9개 회원협회와 3개 특별회원 단체, 대구예술문화대학 원우들이 참여한다. 특히 대구·광주 달빛동맹 예술교류와 대구·베트남 다낭 국제 예술교류 등을 더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가을밤 색다른 공연을 즐기고 싶다면, 2025 대구국제힐링공연예술제를 찾으면 된다. 비수도권 유일 공연 거리인 대명공연거리와 도심 곳곳의 공연장에서 다양한 연극을 접할 수 있어 공연문화도시 대구의 진수를 느낄 좋은 기회다. 호러 축제와 함께 진행되는 이번 예술제는 12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 내 소극장에서 열린다. ‘다시, 공연에 빠지다’라는 슬로건 아래, 해외 및 수도권 작품부터 지역 극단의 우수 레퍼토리까지 다채로운 무대가 마련된다. 특별초청작 2개, 지역 극단 공식 초청작 6개, 해외 초청작(튀르키예·영국) 2개, 자유 참가작 2개로 총 12개 작품이 관객들 앞에 선다. 추석맞이 체험 프로그램과 이벤트도 다채롭게 준비돼 있다. 대구시립박물관인 대구근대역사관과 대구방짜유기박물관, 대구향토역사관은 추석 당일(6일)을 제외한 연휴 기간(3~9일)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연다. 경상감영공원에 있는 대구근대역사관은 ‘2025 대구근대역사관에서 보내는 즐거운 한가위 연휴’라는 주제로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3일부터 5일까지 우리나라 전통 장신구인 노리개를 만들며 전통 문양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하루에 50명의 어린이가 참여할 수 있다. 7~9일은 하루 100명씩 한글 책갈피 꾸미기를 하며 한글날의 의미를 느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근대 대구 섬유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대구 도심 공장 굴뚝, 기계 소리’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1층 ‘대구 근대여행 길잡이방’에서 진행 중인 ‘100년 전 여류 비행사 권기옥·박경원, 대구와의 특별한 인연’ 전시와 ‘명예의 전당’ 앞에서 진행 중인 기증유물 작은전시 ‘박물관으로 온 두 책 –대구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와 파리만국박람회’도 관람할 수 있다. 팔공산국립공원에 위치한 대구방짜유기박물관은 ‘팔공산 달빛에 물든 풍요로운 한가위’라는 주제로, ‘보름달과 토끼’ 스티커 붙이기와 회오리 나무 팽이 놀이를 박물관 로비에서 펼친다. 연휴 기간 매일 선착순 90명을 대상으로 한다. 기획전시실에서는 현재 성황리에 진행 중인 국가 무형유산 이봉주-이형근- 이지호, 3대로 이어지는 방짜유기장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3대로 피어나는 방짜유기의 생명력’ 특별기획전을 관람할 수 있으며 유리 벽 전시실에서는 고지도와 옛 그림에 보이는 팔공산 역사 문화를 살펴보는 ‘옛 지도 속의 국립공원 팔공산’ 작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올해 개관 28주년을 맞이한 달성공원 대구향토역사관은 △향토역사관 생일 축하 메시지 쓰기(1~9일) △한가위 행운의 룰렛(1~3일) △전통의 멋, 갓과 호랑이 그림 알기(5~8일) 등의 체험을 준비했다. 2일에는 건국대 김해경 교수를 초청해 근대 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달성공원에 대한 특강을 개최한다. 상설전시실에서는 대구달성(달성공원) 변천을 소개한 ‘대구 역사의 중심, 대구달성(달성공원) 몇 장면’ 작은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경상감영 유적에서 출토된 조선시대 기와·도자기 편을 직접 만져보며 체험하는 ‘대구야, 고고(GoGo)유물과 놀자’도 진행된다. 지역 대표 유원지인 이월드는 귀성길 버스, 기차 등 이용 승차권 인증 할인과 가족 특가 할인을 진행하고,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스탬프투어 앱을 통해 대구 주요 관광지 스탬프 인증 시 추첨을 통해 치킨,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면 4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리는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대구)와 삼성 썬더스(서울)의 프로농구 경기 관람을 추천한다. 여름철 도심 속 휴식처였던 신천 물놀이장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가을철 꽃 정원으로 꾸며졌던 ‘가족풀’은 도심 속 독서와 휴식 공간인 ‘신천 문화마당’으로 탈바꿈했고, 야간 조명이 돋보였던 ‘유수풀 포토존’은 대구시 마스코트 ‘도달쑤’를 활용한 ‘대형 벌룬 포토존’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또 지난해 영화관람 장소로 큰 인기를 끌었던 ‘파도풀’은 형형색색 우산이 물결치는 그늘 쉼터와 함께 ‘신천 시네마’로 시민들을 맞이한다. ‘신천 문화마당’은 잔디 매트, 1인용 소파, 파라솔, 그리고 아동도서 200여 권을 비치해, 도심 속 자연에서 누구나 편안하게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북 쉼터’를 조성됐으며, 놀이공간 내 풋살 골대, 농구 골대, 놀이 블록을 마련해 가족과 어린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참여광장’도 마련돼 있다. 영화관람 공간과 우산 그늘이 물결치는 쉼터를 겸한 ‘신천 시네마’를 선보인다. 매주 토요일 총 6회에 걸쳐, 12m×5m 크기의 대형 스크린과 음향 시설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야외 영화관’을 제공한다. 야외 영화관은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운영한다. 연휴기간 상영작은 4일 ‘지금만나러갑니다’, 11일 ‘극한직업’ 등이다. 이 밖에도 수성구에 있는 고산도서관에서는 우리나라 최초 공룡 박사로 알려진 이융남 교수의 특별 강연 ‘공룡학자의 삶’이 열려 어린이와 학부모에게 유익한 시간을 선사한다. 또 수성아트피아에서는 세계적인 마술가 이은결의 ‘더 일루션-마스터피스’ 공연 실황 영상 상영,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 상영, 극단 솥귀의 창작 연극 ‘화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연휴 기간(7~9일) 야외광장에서는 윷놀이, 제기차기 등 전통 놀이 체험도 가능하다. 5일 수성못 수상무대에서는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프린지 콘서트’가 열리고, 10일 울루루문화광장에서는 ‘또 다른 시작’을 주제로 한 야간 상설 공연이 펼쳐진다. 대구시는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대구시티투어를 정상 운영하고, 관광안내소 4개소(대구공항, 동대구역, 동성로, 이월드)는 연휴 기간 내내 정상 운영하여 지역 관광명소를 찾는 방문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또 연휴 기간(2~12일) 귀성객과 방문객들의 주차 편의를 위해 공영주차장을 전면 무료 개방한다. 무료로 개방되는 공영주차장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직영주차장(61개소, 8128면)과 민간 위탁주차장(34개소, 1401면)으로, 총 95개소, 9529면이다. 공영주차장 95개소 중 59개소는 2일부터 12일까지 11일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민간 위탁주차장 중 33개소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시청 동인청사 부설주차장의 경우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개방되며, 서대구역 남편주차장과 동대구 맞이주차장의 경우 6일 추석 당일만 개방된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0-01

여유로운 긴 연휴···안방을 책임질 영화 한 편 어때요?

추석에 개천절과 한글날이 더해져 긴 연휴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고향에 가서 부모님을 뵙고, 오랜만에 어릴 적 친구를 만나고도 며칠이 남을 것이다. 가을 날씨를 느끼며 캠핑 의자를 펴고 벽돌보다 두꺼운 고전을 도장깨기 하듯 독파해 보고, 또 폰을 열어 지나간 영화를 보며 여유를 부려봐도 좋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지 않던가. □'어느 가족'(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18년)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떠올리면 가족 모두가 툇마루에 나와서 할머니처럼 오래된 집 지붕과 나무 때문에 좁은 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이다. 밖에는 불꽃놀이로 시끌시끌하다. 그런 바깥 분위기와 다르게 조용히 흘러가는, 연세 많은 할머니처럼 공기도 느려진 어느 가족. 아이들이 불꽃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자 안 보이지만 소리를 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다들 보이지 않는 불꽃을 들으려 하늘을 올려다본다. 자식이 부모를 선택할 수 없지만, 나쁜 부모가 아닌 어느 가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그게 더 강한 거 아닌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피가 안 이어져서 더 좋은 점도 있다. 괜한 기대를 안 하게 된다고. 마지막으로 가족으로 합류하게 된 유리가 앞니가 빠지자 지붕 위로 던지는 장면, 우리나라 풍습과 닮았다. 언론을 통해 국내에서는 ‘들치기(만비키)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많이 알려져 있었으나 국내 개봉 명은 ‘어떤 가족’이었다가 ‘어느 가족’으로 바뀌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노부부가 사망하자 그 자녀와 자손들이 사망 처리를 하지 않고 연금을 받아 생활하다 체포된 가족의 뉴스를 보고 영화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한편, 방구석 1열에서는 처분하지 않은 낚싯대 때문에 검거된 좀도둑의 뉴스를 보고, 왜 낚싯대를 처분하지 않았을까? 남자 어른과 남자아이가 낚시하는 모습, 둘이 부자가 아니라면?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쿄의 마트와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며 생활해 가는 생계형 도둑 쇼타, 그리고 그의 아버지 역할을 하는 오사무는 여느 때처럼 생계를 위한 물건을 훔치고 귀가한다. 이들이 사는 곳은 하츠에 할머니의 집. 고로케를 사 들고 돌아오는 길에 밖에 혼자 나와 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보게 되고, 측은한 마음에 고로케를 건네주고 집에 데려온다. 아이의 이름은 유리로, 잠시 돌봐준 뒤 집으로 보내주기 위해 처음 만난 유리의 집 앞으로 돌아갔으나 안에서는 유리의 부모가 아이가 사라진 일로 심하게 싸우면서 내가 (유리를)낳고 싶어서 낳았냐는 폭언을 퍼붓고 있었고, 측은함에 다시 집으로 데려와 유리를 자식처럼 키우게 된다. 할아버지가 가게 주인인 가게에서 오빠 쇼타가 유리와 함께 물건을 훔치고 나올 때, 할아버지가 불러세우고 추궁하지 않고 오히려 과자 두 개를 손에 쥐어주며 동생에게는 도둑질하는 것 가르치지 말라고 한다. 그동안 불쌍한 쇼타의 행동을 다 알면서 내버려두는 모습은 마치 신과 같다. □'퍼팩트 데이즈'(빔 벤더스 감독, 2024년)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 되지만 충만한 일상을 살아간다. 오늘도 그는 카세트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아들과 저녁 먹으며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틀어놓으니 익숙한 음악이 나온다. 제목은 검색해야지만 많이 들었던 노래, 아들은 잘 모르겠단다. ‘The House of the Rising Sun‘, 'Pale Blue Eyes’,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Redondo Beach’, 'Walkin‘ Thru the Sleepy City’, '青い魚‘(푸른 물고기), ’Perfect Day’, ‘Sunny Afternoon’, ‘Brown Eyed Girl‘, ’Feeling Good’. 한 번 들어보시라. 음악 우리가 들어 익숙한 것들. 영화에 삽입하려면 다 판권 샀겠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일본어로 ‘코모레비’라고 한단다.) 딱 그때만 볼 수 있는 햇살, 그래서 영화의 주인공이 사는 지금, 지금을 말하는 영화의 주제이다. 다음은 다음일 뿐, 지금은 지금이다, 조카랑 돌림노래 하듯 말하는, 요즘 내가 느끼는 낱말이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을 주세요 늘 기도 한다. 지금 같은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 잔(레몬소주?)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문고판 책이 100엔이라 가면 사고 싶다. 책방 주인이 책을 다 읽고 비평가 수준인 것도 좋았다.)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늘 혼자서 대화 없는 하루, 그래도 늘 만족하는 하루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가 소원한 조카가 찾아오면서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니코, 고양이를 네코라 하는데 조카 이름이 니코다. 일본어로 니코니코는 우리말로 싱글벙글 웃는 모습을 뜻한다. 해맑게 웃는 모습이라고 한다. 조카가 오면서 주인공의 첫 대사가 나온다. 웃기도 하고. 니코니코한다. 공중화장실을 일부러 여러 곳 찍은 거 같다. 독특해서 보는 맛이 있다. 화장실 변기와 벽 사이 빙고 게임을 그려놓은 누군가의 쪽지를 버리려다, 거기에 한 수 한 수 놓으며 다시 제자리에 꽂아 두는 배려. 땡큐라는 인사를 하자 윗옷 주머니에 넣는다. 좋다!! 이런 조용하고 늘 똑같은 일상 루틴이 좋다. 그러다 조카와 다카시의 빈자리, 단골집이 문을 안 열고 일상이 깨지니, 그의 얼굴에 웃음이 난다. 부잣집 도련님이 아버지랑 인생관이 안 맞아서 혼자 독고다이 하는 삶, 청소부도 전문적으로 열심히 하는 삶, 멋진 삶 같다. ‘퍼팩트 데이즈’ 좋은 영화다. 영화 내내 내 삶을 생각하게 만드니까. □'모나리자 스마일'(마이크 뉴웰 감독, 2004년) 편지 형식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이 입학한 학교 같은 분위기의 기숙사. 새로운 물결을 받아들이는 것이 학점 따는 것과 먼 일이 되는 곳이다. 캐서린이 준비한 강의를 챗봇처럼 외워 교수의 코를 납작하게 하겠다는 학생들, 교재를 외워 오는 학생들에게 교재에 나오지 않는 추상화에 대해 강의하자 학생, 학부모, 학교와 다른 교수들까지 캐서린을 내쫓고 싶어 한다. 그 자세는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의 모습이다. 잘 아는 현재에 만족하며 새로운 지식이 일으킬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싫어도 밀려오는 물결을 막을 수 없듯,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니 새로운 물꼬를 터 준 교수, ‘모나리자 스마일’ 역할에 잘 어울리는 줄리아 로버츠의 젊은 시절의 영화이다. □'리빙:어떤 인생'(올리버 허머너스 감독, 2023년) ‘어바웃 타임’, ‘러브 엑츄얼리’에 나온 배우 빌나이가 주연했다. 그는 명품 연기자다. ‘나, 다니엘 브레이크’에서 보면 영국 공무원은 일하는 속도가 엄청 느리다. 이 영화에서도 일 안 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책상에 서류가 많이 쌓여있을수록 인정받는 사람이라고 한다니 웃프다. 주인공도 매일 같은 루틴으로 그럭저럭 살다가, 삶이 시한부 삶이 되자 일분일초를 의미 있게 살다 간다. 삶이 지루할 때 보면 좋은 영화다. /김순희 수필가

2025-10-01

건강·맛·영양·듬뿍 ‘영주 농특산물’ 한가위 선물로 딱이네!

청정지역 영주시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산물과 이를 가공한 식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농산물은 생산 과정에서 자연 환경적 요소 등이 중요하지만 이를 키우고 가꾸는 농심 또한 큰 몫을 한다. 영주시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은 환경적 요소에 농심이 더해져 우수 생산물이 생산되는 곳이다. 500년 역사 풍기인삼 약효 탁월 소백산맥 선물 영주사과 당도 ↑ 거세 우량소 사육 한우, 육질 으뜸 아토피•알러지 피부에 좋은 인견 국내산 고구마 활용한 ‘고구마빵’ 영주 産 찹쌀 원료 도너츠도 인기 영주시 농특산물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도를 높여나가는 것은 농가소득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영주시의 특화된 농업정책과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농가들의 기술 접목, 우수제품 생산을 위한 관계기관 및 작목반들의 연구와 노력의 성과가 모인 결과다. 특히 1차 산업에서부터 6차 산업에 이르기까지 생산된 제품에 대해 국내외 판로 확보와 소비자 신뢰도가 소비로 이어지기까지 유통 관련 지원업무가 적극 뒷받침된 것도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영주시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 중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몰이를 하는 품목은 풍기인삼, 영주사과, 영주한우, 영주기능성 쌀, 풍기 인견, 단산 포도, 순흥 기지떡, 고구마 빵, 정 도너츠, 소백산 오정주, 벌꿀, 순흥 복숭아, 영주 계란, 부각, 한과 등과 이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이 있다. □ 풍기 인삼 국내 최초 재배삼의 시배지인 영주 풍기 지역은 500여년의 재배인삼 역사를 통해 품질이 우수한 인삼을 생산하고 있다. 소백기슭의 풍부한 유기물과 대륙성 한랭기후와 배수가 잘되는 사질양토로서 인삼이 생육하기 좋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어 육질이 단단하며 유효 사포닌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풍기인삼의 특성을 살린 인삼가공제품은 20여종으로 전국에 유통되고 있다. 풍기인삼의 특징은 육질이 탄탄하여 중량이 무겁고 약효가 뛰어나고 같은 분량을 달여도 다른 인삼보다 훨씬 진하며 약탕기에 끊여 재탕, 삼탕을 해도 물렁하게 풀어지지 않는다. 피로를 빨리 회복하고 식욕을 돋구어 주고 적혈구 증가 등 신진대사를 원활히 해준다. 인삼의 효능은 많은 연구결과 장기적 복용 시 면역력을 높여 체내에서 병 발생에 대한 위험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의학적 효능은 당뇨병, 암, 동맥경화 및 고혈압, 빈혈, 노화방지, 피로 및 스트레스 해소, 한방적 효능으로 신체허약 개선, 강장효과, 간기능강화, 체력증진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삼 가공식품은 절편삼, 홍삼절편삼, 홍삼차, 홍삼정과, 홍삼정, 홍삼타브렛, 홍삼액, 홍삼분말, 인삼분말, 홍삼정, 홍삼캡슐, 황금홍삼비누, 홍삼벌꿀비누, 홍삼우유비누, 홍삼제리, 홍삼캔디 등이 있다. 문의 풍기인삼공사영농조합법인 054)638-2304 풍기인삼협동조합 054)636-2714 □ 영주사과 영주시는 전국의 사과 생산 중 14.5%를 차지하는 제1의 사과 주산지로서 백두대간의 주맥인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분기하는 지역의 소백산 남쪽에 위치한 산지과원에서 생산돼 풍부한 일조량과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 덕택에 맛과 향이 뛰어나며 성숙기 일교차가 커 당도가 높다. 쓰가루 품종은 품질의 우수성이 입증돼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고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품종이다. 영주사과는 포장단위를 5kg, 10kg와 소비자들의 다양한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봉지 사과를 출시하는 등 소비 다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저장시설의 현대화로 연중 질 좋은 사과를 출하하고 있다. 문의 영주농협공판장 054)636-8594 풍기농협공판장 054)636-3209 □ 영주한우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소백산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에서 사육된 영주한우는 개량된 암소에 1등급 정액으로 인공 수정해 생산된 우량 숫송아지를 5-6개월에 거세하고 한우고급육 표준사양관리프로그램에 의거 사육하며 비육 후기에는 영주시와 건국대학교 축산대학 정태영 교수팀이 협력해 1996년부터 1997년 2년에 걸쳐 개발한 아마종실을 첨가한 특수사료 급여와 초음파 육질 진단을 해 출하적기를 판단, 고품질의 육질만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영주한우는 부루세라병 등의 악성가축전염병을 완전차단하고 축산물의 위생,안정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해 사육·도축·가공·판매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쇠고기이력추적시스템을 2006년부터 시범실시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문의 영주축협유통센터, 054)630-6710, 하나로마트 630-6740 횡재먹거리 한우 054)638-0094 □ 풍기인견·고구마빵·찹쌀 도너츠 이 밖에도 식물성 자연섬유로 피부가 여린 갓난아기, 알레르기성 피부, 아토피성 피부 등 피부가 약한 분들에게 좋은 풍기인견과 전국 최초로 지역에서 생산된 순수 국내산 고구마를 활용해 만든 고구마빵, 영주지역에서 생산된 국내산 찹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찹쌀 도너츠 등이 있다. □ 단산포도·순흥복숭아 계절 과일로는 맛과 향이 뛰어나고 당도가 높은 순흥복숭아와 단산 포도가 인기다. 특히 순흥복숭아는 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인기가 높아 동남아 지역 7, 8개국에서 매년 수입하고 있다. 영주시는 추석을 맞아 농특산물 쇼핑몰 영주장날에서 9월 한 달간 추석맞이 할인전을 진행한다. 이번 할인 기간에는 축산류와 양곡류는 20%, 그 외 품목은 30%까지 할인하고 예산 소진시 행사가 조기 종료 될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믿을 수 있는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130여개 농가·업체가 입점해 3000여 개 품목 제품을 판매 중이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5-09-29

구미시, K-방위·항공산업 글로벌 중심지 도약 가능성 확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중동국가간 긴장고조로 세계 곳곳에 군비경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K-방산은 오늘날 국가 안보의 영역을 넘어 새로운 경제질서를 만드는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 특히 경북·구미 방산혁신클러스터는 경남·창원 클러스터 및 대전 클러스터와 함께 한국 방위산업을 이끄는 3대 중심축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구미컨벤션센터와 금오공과대 등 구미에서 열린 ‘2025 항공방위물류박람회(GADLEX)’와 ’제3회 제2작전사령관배 드론봇 전투경연대회’ 등 방위산업 행사는 구미를 위시한 창원·대전 등지 K-방산의 현주소와 미래 성장 잠재력을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국내외 기업 94곳 204개 부스 설치 VR 등 군 기술 체험 프로그램 운영 금오공대서 열린 드론봇 전투 관심 가공할 파괴력에 ‘게임 체인저’ 실감 市, 8개 기업 5841억 투자유치 성과 □ 2025 항공방위물류박람회(GADLEX)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구미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항공방위물류박람회는 세계적 방산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화시스템과 LIG 넥스원 등 국내외 94개 기업·기관이 참여해 204개 부스를 운영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박람회에는 △10개 해외기업이 참여하는 절충교역 연계 수출상담회 △방위산업공제조합·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진행하는 정부지원 사업 1:1 컨설팅 △대구경북공항 물류산업 육성 정책토론회, GDIP 포럼, UAM·드론방호돔 세미나, 구미시 투자설명회, 기술교류회, 2025국제드론산업포럼 등 각종 포럼과 세미나가 마련돼 산업계·학계·기업 간 협력과 교류가 활발히 이뤄졌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청년·대학(원)생 인재채용 상담 및 설명회’는 청년층에 취업 기회와 진로 탐색의 장을 제공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 ㈜대한항공,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퍼스텍, 위드포스, 한국우주항공산업(KAI), 한국항공서비스(KAEMS), 모아소프트, 넥스트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유수의 항공·방위산업 기업들이 참여해 현장에서 대학(원)생과 직접 소통하며 미래 인력 확보와 우수 인재 발굴에 나섰다. 또 박람회 기간동안 △안티드론건 재밍훈련 시뮬레이터 △헬기 조종 VR 시뮬레이터 등 다양한 군·항공 분야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돼 참관객들이 직접 최신 기술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와함께 구미시는 한국방위산업진흥회·경상북도와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 기관은 △방산기업 교육 지원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 △방위산업 분야 협력 및 공동교육·연구·정보교류 △방위산업 수출진흥 및 국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구미 방산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 방위산업 발전을 이끌 계획이다. □ 가공할 드론봇의 운영 시험무대, ‘드론봇 전투경연대회’ 금오공대에서 진행되는‘제3회 2작전사령관배 드론봇 전투경연대회’는 모두 7개 종목으로 나뉘어 ‘군사적 활용’분야와 ‘스포츠 참여형’ 분야로 운영됐다. 군사적 활용 분야는 드론의 군사적 활용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감시정찰, 폭탄 투하, 기체창작, 로봇 챌린지 총 4개 종목으로 진행되고 스포츠 참여형 분야는 드론축구, 드론 레이싱, 드론 배틀 3개 종목이 개최됐다. 이 대회는 △작전사 AI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을 위한 기반 조성 △드론봇 운용 고등 기술 숙달 및 전투발전 소요 창출과 대학의 첨단과학기술 연구분야 중 군내 활용 가능한 분야를 접목시키고 △민·관·군·산·학·연의 협력을 통해 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한 도시지역 작전수행 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시민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수리온 헬기전시 및 탑승, 항공·드론 시뮬레이터, 로봇 제작, 3D프린팅, 팝드론 배틀, 드론 조종, 레이저 각인, 모의사격 체험 등이 선보였고 군악연주, 의장대 시범, 버스킹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선보였다. 드론봇 대회 운영관계자는 “드론봇은 수십만원 또는 수천만원의 제작비만으로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전차 군함 항공기를 파괴하는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다”며 “드론봇의 뛰어난 성능은 최근 러·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입증된바 있어 국제 무기시장에서 주요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 삼양컴텍 등 8개기업 5841억원 방위산업 투자유치 앞장서 온 구미시 구미 방산혁신 클러스터는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반도체·반도체·통신 등 IT 기술을 방산 장비및 무기에 접목하는 핵심방산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가 조종사와 함께 전투기를 조종하고 로봇 병사가 인간 병사를 지원하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구미에는 지난해 세계 100대 방산기업에 진입한 한화그룹(24위)의 일원인 한화시스템과 LIG 넥스원(76위) 등 방산전자 대표 기업과 130여개 중소기업이 방산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LIG 넥스원은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인 천궁과 중거리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함대공 유도무기 해궁등 유도무기에 특화된 방산기업이다. 또 한화시스템은 군위성통신 및 전술정보통신 체계구축과 30mm 차륜형 대공포로 세계방산시장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밖에 K2 전차 특수장갑 생산업체인 삼양컴텍, 소형전자전장비와 함정용 방향탐지장치 전문업체인 빅텍, 유도무기 구동장치를 만드는 엘씨텍 등 중소기업들이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등 대기업과 협력체계를 가동중이다. 2026년 2월 구미 공단동에 준공예정인 ‘첨단방위산업진흥센터’는 260억원의 사업비 투입으로 무기 및 방산장비개발부터 양산, 운용까지 방위산업 전 주기에 걸친 통합 시험 인증 시스템 서비스를 중소·벤처기업에 제공할 예정이다. 또 지난 8월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 인근에 완공된 ‘무인 수상정 테스트베드’는 계류장, 진수장 등을 갖추고 해양무인체계 기술의 실증테스트를 위한 환경시설을 완비해 해군 전력의 고도화에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구미시는 지난 24일 항공방위물류박람회 개막에 앞서 삼양컴텍으로 부터 239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삼양컴텍은 방탄소재 분야 선도 기업으로 이번 투자를 통해 K2 전차와 K21 장갑차의 해외수출 물량 증가에 대응할 계획이다. 폴란드 튀르키에 등 해외수출을 위해 공장증설에 나선 삼양컴텍은 2026년까지 투자를 늘려 56명 가량의 신규 고용도 창출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지난 2022년 387억원 투자에 이은 후속 투자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부지 확보 등 기업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한 것이 추가 투자를 이끌어냈다. 9월 현재 구미시는 방산분야에서 한화시스템, LIG넥스원을 포함한 8개 기업과 모두 5841억원 규모의 투자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방위산업의 해외 수주는 한건 체결만으로도 수백억원 또는 수천억원의 수출효과를 낼 수 있다”며 “구미가 대한민국 방위산업과 항공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지원역량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 글·사진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2025-09-28

대서마늘 ‘씨마늘’ 성공 재배… ‘안정적 종구 보급’ 돌파구 찾았다

한국인의 ‘마늘 사랑’은 유별날 정도다. 각종 음식 관련 서적과 백과사전 등을 펼쳐보면 이런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유럽에서 마늘 소비량이 가장 높은 국가는 이탈리아다. 이 나라 사람들은 1년 동안 약 1kg의 마늘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은 1인당 연평균 소비량이 5kg이 넘는다. 유럽 사람들의 5배 이상을 섭취하는 것이다. 마늘의 원산지는 아프리카 이집트. 그럼에도 ‘마늘 사랑’은 이집트에서 멀고 먼 나라 한국에서 실현되고 있는 격이다. 3년 만에 우량종구 증식 성공… 170t 생산 공모농가 26곳과 협업 ‘균일한 품질’ 확보 타 지역보다 1세대 앞선 ‘주아 1세대 종구’ 가격마저 저렴… 경쟁력 강화·자급률 제고 ‘한국 마늘산업 박람회’ 우수상 수상 쾌거 요리사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한식에서의 마늘은 단순한 향신료가 아니다. 모든 요리를 망라해 그 저변에 깔리는 가장 주요한 재료”라고.“한국 요리의 시작은 마늘이고, 끝 또한 마늘”이란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란 건 주변 식당과 평범한 가정의 주방을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식품학자들은 “마늘은 혼자 지내는 독거생활인이나 편식이 심한 사람에게 유용한 식재료”라고 말한다. 마늘은 칼륨, 인, 칼슘 등의 무기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 B도 다량 함유됐기에 건강을 유지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는 것. 대중적으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령군은 경상북도에서 영천시, 의성군에 이어 마늘 재배 면적이 3번째로 넓은 마늘 주산지다. 농업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리적으로 인접한 경상남도 창녕군, 합천군과 함께 전국 대서마늘 산업을 선도하는 지역으로도 인식돼 있다. 그런 현실을 감안해 고령군은 이미 오래전부터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단일 작물 중 연매출액이 가장 높은 것 중 하나인 마늘 산업의 활성화와 안정적인 보급과 생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 마늘 특성 연구와 종구 구입 문제점 해결 위해 노력 그 중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대서마늘 우량 종구(씨마늘) 보급사업이 손꼽힌다. 고령은 이 사업을 3년에 걸쳐 추진했다. 그렇다면 우량 종구 보급사업의 추진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는 마늘은 인편(쪽)을 통한 영양번식 작물이다. 그렇기에 재배 연수가 길어질수록 병해충 및 바이러스에 감염돼 종구가 퇴화하고, 이로 인해 수량 감소와 품질 저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였다는 것.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필요했다. 둘째는 일부 농가에서 중국산 종구를 구입함으로써 국내 마늘 산업이 위축되고, 불량 종구로 인한 피해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농가 발전을 위해 선결돼야 할 문제였다. 셋째는 농가가 자체적으로 주아재배 종구를 생산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번거로움이 컸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넷째는 타 지역에서 들여오는 종구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매년 수억 원의 자금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어 지역 경제 측면에서도 대책이 필요했다. 그뿐 아니라 농가에서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 종구 보급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 2022년부터 사업 본격화...올해 씨마늘 170t 생산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고령군농업기술센터는 2022년부터 대서마늘 ‘우량종구 증식체계 구축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주아재배 종구 생산의 시작 단계인 주아 채취를 실시했고, 2024년에는 단구(씨마늘 전 단계) 생산을 거쳐, 올해는 최종적으로 주아 1세대 씨마늘 170t을 생산하는 성과를 이뤘다. 우량종구 증식체계 구축사업은 3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로 이남철 군수의 의지와 농업기술센터의 자체 역량을 결집해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하지만, 파종 및 수확 작업 등 기상 여건과 인력 수급 등의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씨마늘 생산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공개 모집된 26명의 증식 농가와 협업해 균일한 품질을 확보하는 등 민간과 지자체의 노력이 합해져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고령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고령군은 지난 7월 고령군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2025년산 주아1세대 씨마늘 수매 및 농가 보급 행사’를 통해 101명의 농가에 총 4772망의 씨마늘을 보급했으며, 거래금액은 모두 4억4989만원에 달한다. 이번에 보급한 종구는 타 지역보다 1세대 앞선 ‘주아 1세대 종구’로 가격 또한 저렴하게해 고령군 마늘 재배 농가의 경쟁력 강화와 자급률 제고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 □ 마늘산업 박람회서 품질의 우수성과 경쟁력 인정받아 또한 지난 8월엔 경북 영천시에서 열린 ‘2025년 제1회 한국 마늘 산업 박람회’에 고령군농업기술센터가 실증시험포장에서 생산된 조직배양 마늘을 출품했다. 이 마늘은 품종별 품질 평가회에서 ‘대서종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고령군 마늘의 우수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성과인 동시에 품질 경쟁력을 증명하는 사례로 기록됐다. 마늘은 건강에 좋은 식품 가운데 하나다. 항암 효과가 있고, 전립선 건강에도 좋으며, 피부의 노화도 막아준다고 알려졌다. 한의학계에서도 “마늘을 익혀 먹으면 음기가 강해진다”는 말이 전한다. 마늘에 함유된 알리신은 피로 회복과 스테미너 증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현재 고령군은 기존 주아재배 종구보다 품질이 뛰어난 조직배양 종구 생산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증시험포장 내 조직배양 종구 생산 및 증식 시설을 갖춘 ‘대서마늘 우량종구 증식보급센터’ 구축을 위해 국도비 공모사업도 추진 중이다. 2027년부터 연간 10t 규모의 조직배양 종구를 농가에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대서마늘 산업의 고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남철 고령군수는 “마늘 주산지인 고령의 명성에 걸맞게 사업 규모와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며 “마늘 뿐 아니라 고령군 주요 농산물의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고 약속했다. /전병휴 기자 kr5835@kbmaeil.com

2025-09-25

‘지속가능한 건강도시’… 맞춤형 서비스로 더 든든한 지킴이

인간의 단위가 가족에서 부족으로, 다시 국가로 확대되며 전염병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이 강하게 요구되며 보건 행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보건 행정은 국민이 심신의 건강을 유지함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건강증진을 도모하도록 돕는 보건정책으로 구체적으로는 영유아와 성인에서 노인까지의 보건 대책, 성인병이나 전염병을 포함한 각종 질병 대책과 정신위생 대책 등을 말한다. 이러한 보건 행정을 수행하기 위해 전국의 시·군·구 단위에 설치된 행정기관이 보건소다. 보건소의 사업 또는 조직이 본격화된 것은 20세기 초반으로 일본은 1937년, 대만도 1945년부터 위생보건소를 설치해 보건 활동을 전개했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부터 보건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6·25 전쟁 등 빈약한 국가재정으로 보건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다 1956년 12월 ‘보건소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법률 제406호로 공포됨에 따라 전국적인 보건소 활동이 가능해졌다. 지방보건소는 인문지리적인 조건과 지역주민의 요구 등에 따라 조직과 체제가 다르게 발전돼 주로 도시형 보건소와 농촌형 보건소로 조직과 구조가 구분돼 발전돼 왔다. 응급 골드타임 사수·공공 심야약국·결식 아동들 식생활 문제부터 전문가 심리상담 까지 전 세대 아우르는 의료복지 사각 해소 노력 2023~2025년 ‘우수지자체’… 지난해 ‘치매 사업’ 등 총 9개 기관상 내년에 보건지소 원격협진 본격 가동 더 촘촘한 지역 밀착형 진료 □ 경산시보건소의 시작과 역사 경산에는 지난 1961년 1월 경산군보건소가 설치되고 2월에 남천면 보건지소가 설치되어 보건 행정의 첫발을 내디디고 1962년 4월에 자인과 와촌보건지소를, 1964년 4월에 하양·압량·진량·경산·용성·남산보건지소를 설치했다. 이후 보건 행정의 서비스를 넓히기 위해 1983년 12월 용성 육동보건진료소를 설치하고 1989년 12월 진량 대원보건진료소를 설치하기까지 10개의 보전진료소를 설치해 의료서비스 사각지대를 해결하고 있다. 1989년 1월 경산시·군이 분리되며 1991년 경산시 보건소가 설치되었다 1995년 1월 시·군이 통합되며 경안로30길 18(삼북동)로 이전했다. 2002년 12월 현재의 보건소로 이전해 여러 차례 개편을 거친 조직은 2024년 보건행정과와 건강증진과, 방문진료과, 식품의약과로 개편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 경산시 보건 행정의 도전 경산시는 ‘지속 가능한 건강 도시’를 목표로 감영병 예방과 치매와 만성질환 관리,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 등으로 시민의 삶 속에서 든든한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2026년에는 원격협진과 첨단 장비를 도입해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고 어르신과 임산부를 위한 예방접종을 강화한다. 보건기관 환경정비로 쾌적한 진료 환경을 구축하고 의료인력 부족으로 불편을 겪었던 7개 보건지소에 원격협진 사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지난 4월 도입된 화상 시스템은 진료와 처방, 복약지도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며 의료취약지역 주민들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고 있다. 또 10개 진료소에는 지역 밀착형 진료와 건강한 생활 습관 정착을 돕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첨단 의료 장비 도입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진료 환경을 마련한다. 올해부터 임신 27주 이상 36주 이내 임산부와 배우자,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까지 백일해를 무료 접종해 출산 친화적 환경을 조성했다. 또 65세 이상에만 지원하던 인플루엔자 무료 접종을 지난해부터 60세 이상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소아과·산부인과의 필수 의료 체계를 강화하고 응급의료 시스템을 혁신해 골든타임을 지키고 먹거리 플랫폼과 안전한 급식 관리로 시민이 안심하고 생활해 모든 세대가 웃으며 행복을 나눌 수 있는 도시에 도전한다. □ 경산시 보건 행정의 두드러진 성과 경산시는 2023년 제8기 지역 보건의료계획(2023~2026년) 수립 성과대회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24년 2차, 2025년 3차 연차별 계획에서도 우수 지자체에 이름을 올리며 시민 건강을 위해 효율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능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또 감염병 예방관리와 치매 예방 사업, 만성질환 예방, 맞춤형 건강증진 사업, 비대면 건강관리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경상북도가 주관한 제53회 보건의 날 기념 ‘2025년 보건 시책사업 우수기관 평가’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다시 한번 역량을 입증했다. 지난해에는 감염병 관리와 대응 부문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중앙정부와 경북도평가에서 2023년에 이어 연속 기관상에 ‘치매 극복 관리사업’을 비롯한 주요 보건복지 정책들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총 9개의 기관상을 받았다. □ 초고령사회 선제 대응과 출산 정책 강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6%를 넘기며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경산시는 예방접종 등과 더불어 어르신 건강관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치매 검진과 맞춤형 사례관리, 예방과 인지 강화 프로그램, 환자 쉼터 제공, 공공후견 사업 등을 연계한 치매 통합관리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어르신의 건강과 존엄성을 보장하고 있다. 또 화면형 AI 스피커와 블루투스 건강측정기를 활용해 어르신의 일상 속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맞춤형 돌봄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미혼 남녀의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결혼으로 이끄는 ‘경산시 솔로탈출 single, 벙글!’ 프로그램에 출산가정을 위한 정책도 확대하며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50만 원의 산후 조리비를 100만 원으로 상향하고 실생활에 필요한 출산 축하 박스도 지원한다. 다자녀 가정을 위한 농수산물과 35세 이상 고령 산모 진료비 지원, 생애 초기 건강관리사업 등 맞춤형 돌봄 정책으로 출산가정이 안심하고 건강한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처럼 경산시의 보건 행정은 응급환자 골드타임 사수, 공공심야약국, 어린이와 사회복지시설의 식생활 문제 해결, 전문가 심리상담 등 전 세대를 아우르고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의료복지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지난 성과를 밑거름으로 한 걸음 더나가는 경산시보건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신규사업을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다”며 “어르신·임산부 예방접종 확대, AI·IoT 돌봄과 응급·필수 의료 강화로 건강한 경산을 만들며 나아가 안전한 먹거리 관리와 출산·육아 지원 정책을 확대해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모든 세대가 어울려 건강한 일상을 만드는 행복 도시 경산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5-09-23

전통 정자, 예술로 피어난다… 봉화 ‘누정愛아티스트’ 출범

전통 정자 문화의 중심지인 봉화군에서 예술과 자연, 문화유산이 만나는 특별한 예술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이 기획한 이번 프로젝트는 ‘누정愛아티스트’라는 이름으로, 전통 건축물인 정자(亭子)를 모티브로 현대 예술 창작과 지역 문화의 융합을 시도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봉화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누정(樓亭)이 남아 있는 지역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전통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예술 실험이 가능한 최적의 무대를 제공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서양화가 김창한 작가를 첫 초청 작가로 맞이해 정자의 미학과 봉화의 풍경을 현대 회화로 재해석하는 시도를 담아낸다. 봉화정자문화생활관, 아티스트 레지던시… 전국 최다 누정 보유한 봉화서 시작 서양화가 김창한 참여 내년 봄까지 작품 25점 창작, 지역 문화·관광 활성화 기대 □ 봉화, 누정문화의 심장부 누정(樓亭)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자연 속에서 사색하고 풍류를 즐기던 정자 건축물로, 단순한 쉼터를 넘어 당대 지식인의 정신세계와 미의식을 반영하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봉화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3개의 누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청량산 자락과 백천계곡, 띠띠미마을 등 수려한 자연 속에 정자들이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청암정, 한수정, 몽화각 등 수백 년을 이어온 정자들은 봉화의 정신문화와 자연친화적 삶의 철학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선현들의 학문과 풍류가 교차하는 역사적 무대가 되었다. 이처럼 봉화에 누정이 유독 많이 남아 있는 이유는 단순한 사족(士族)의 거주 때문이 아니라 청량산과 문수산 등 조화로운 자연환경이 선비들의 풍류와 사색의 공간으로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정자들은 자연과 예술, 철학이 만나는 장소로 기능하며 선현들의 미학과 사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오늘날에도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 예술가를 위한 창작의 쉼터, ‘누정愛아티스트’ 레지던시 ‘누정愛아티스트’는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이 주관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예술가들이 일정 기간 머물며 창작 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레지던시는 예술가에게는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에는 예술과 문화가 스며들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적 플랫폼으로 자리한다. 특히 봉화의 누정이라는 독창적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점은 타 지역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최근 국내외 다양한 도시와 마을에서 레지던시가 예술과 지역이 상생하는 중요한 문화 생태계로 주목받고 있다. ‘누정愛아티스트’ 또한 단순히 창작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가와 지역 주민이 교류하며 서로의 삶과 문화를 나누는 과정을 중시한다. 정자라는 전통적 건축 공간과 현대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영감과 실험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창작은 더욱 풍성해진다. 이 프로그램은 예술가에게는 창작의 쉼터이자 예술을 꽃피우는 인큐베이터로, 지역에는 문화적 자산을 확장하는 동력이 된다. 봉화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정자가 품은 정신적 유산이 예술가의 상상력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콘텐츠와 공동체적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누정愛아티스트’는 예술과 지역 문화가 어우러져 미래지향적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야외 화가 김창한, 봉화의 풍경을 화폭에 담는다 이번 프로그램의 첫 초청 작가는 야외작업과 생동감 넘치는 풍경화로 정평이 나 있는 중견 서양화가 김창한이다. 김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개인전 54회, 단체전 230여 회를 개최한 중견 화가다. 특히 그는 어린 시절 봉화 외가에서 자라며 봉화와 깊은 인연을 맺었고 부친 또한 봉화 상운면에서 사과 농사를 지어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있다. 작품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일본, 호주, 캐나다, 미얀마 등지에서도 전시됐으며, 자연과 고향의 풍경을 서정적인 필치로 표현해왔다. 울산시립미술관, 현대예술관, 롯데호텔, SMS Korea 등 다양한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현재는 전업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와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은 누정갤러리에서 올해 6월에 첫 초대전을 개최한 것을 인연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하게 됐다. 김 작가는 2025년 여름부터 2026년 봄까지 봉화에 총 4회 이상 머물며 봉화의 주요 정자와 자연경관, 마을풍경을 소재로 대형 회화 작품을 포함한 25점 내외를 창작할 예정이다. □ 창작의 쉼터 솔향촌과 전시의 무대 누정갤러리 김창한 작가의 창작활동은 봉화정자문화생활관 내 체류형 숙소인 ‘솔향촌’에서 이루어진다. 솔향촌은 소나무 숲에서 풍겨오는 솔향기를 맡으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숙박시설로 정자와 숲, 마을이 조화를 이루는 조용한 자연 속 공간으로 예술가에게 창작의 몰입을 제공한다. 한편 작품전시는 내년 5월 말부터 약 3주간 봉화정자문화생활관 내 ‘누정갤러리’에서 진행된다. 누정갤러리는 2023년 6월에 문을 연 전시공간으로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의 누정오경과 조용한 자연환경이 제공하는 전통미와 현대적 전시 환경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 주민과 함께 만드는 문화와 관광, 예술이 만나는 프로젝트 ‘누정愛아티스트’는 예술가 혼자만의 작업에 머무르지 않는다. 프로그램 기간 동안 김창한 작가는 지역주민과 관람객을 대상으로 오픈스튜디오, 드로잉클래스, 작가와의 대화 등을 운영하며 예술적 체험을 통해 지역민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창작과정은 SNS와 유튜브(야외화가 김창한)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개되어 봉화의 문화유산과 자연을 전국에 널리 알리는 콘텐츠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문화·관광·예술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지역 브랜딩 모델로서의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봉화군 관계자는 “정자라는 전통 공간에서 탄생한 예술작품은 봉화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새롭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며 “향후 봉화를 사랑하는 다양한 예술가들과 함께 사진,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장르로의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5-09-22

“꾸준함을 더한 ‘작은 실천’ ‘원리 향한 집념’ 실력 키워”

- 포스코 명장으로 선정된 소감과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포항제철소 압연설비2부 STS압연정비섹션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재석이다. 1987년 포스코에 입사해 어느덧 38년째 압연정비 분야에서 한 길을 걸어왔다. 올해, 포스코 명장이라는 영예로운 자리에 오르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 명장이라는 타이틀은 내게 큰 자부심이자,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안겨준다. 사실 명장이란 목표는 나에게도 한때는 너무 멀고 막연하게만 느껴졌다. ‘명장이 되겠다’는 거창한 꿈을 품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매일매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오늘 내가 현장에서 개선할 수 있는 한 가지, 이번 달에 꼭 이루고 싶은 작은 변화, 올해 반드시 남기고 싶은 성과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명장이라는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 포스코에서의 시간은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수많은 기계 설비와 마주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 그리고 현장에서 크고 작은 난관들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명장이라는 자리는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함께 땀 흘린 동료들, 선배와 후배, 그리고 나를 믿어준 회사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다. 냉연정비과에서 ‘정비인의 길’ 시작 문제 설비 직접 조립하며 원리 터득 현장에서 부딪히며 ‘기술 본질’ 이해 2022넌 냉천 범람 당시 침수 제철소 ‘비상 복구용 다용도 유압장치’고안 발전기에 전기공급 위기 해결하기도 노하우·경험쌓은 후배들큰성장위해 해외법인 현장근무도 적극 권하고파 - 어린 시절과 포스코 입사 전 성장 스토리도 말해달라. 나는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에서 태어났다. 상동은 낯익은 곳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두메산골도 아니었다. 당시 상동은 텅스텐 광산촌으로, 속된 말로 ‘잘나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곳의 생활상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수입이 좋아 자녀들이 과외수업을 받을 정도였지만, 광산에서 일하지 않는 이들은 농사를 지어 광산촌에 납품하며 빈곤한 생활을 이어갔다. 나 역시 광산과는 거리가 먼 농가에서 9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와야 했다.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하교 후 곧바로 소에게 풀을 먹이는 일을 맡았다. 소를 데리고 산에 오르는 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어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생각의 틀, 방법의 틀을 만들게 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틀에 꾸준함을 더해 성과를 이뤄내는 습관이 자리 잡았다. 고향인 상동을 떠난 것은 포철공업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포항으로 오게 되면서였다. 포철공고를 선택한 이유는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가난한 농부인 아버지와 많은 식솔을 생각하면 대학 진학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포철공고를 졸업할 때쯤 자연스럽게 포스코 입사를 결심했다. - 포스코에서의 첫 시작은 어땠는지? 나는 포스코 압연정비부 냉연정비과에서 정비인의 길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설비를 새로 구축하고 안정화하는 시기여서, 선배들도 모든 것을 완벽히 아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뜯어보고 조립하면서 원리를 스스로 터득해야 했다. 단순히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고쳐서 다시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만큼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우는 경험이 나를 성장시켰고,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줬다. -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이처럼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얻은 경험을 통해, 나는 기술개발에서 ‘원리를 이해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주어진 방법을 따르기 보다는, ‘왜 이렇게 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원인을 파악하려고 했다. 실제로 기름 농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활용해, 냉각수에 섞여 나온 기름의 양을 알아낸 적도 있다. 이런 응용이 가능했던 건 센서의 원리를 잘 이해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후배들에게도 항상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직접 부딪히고 고민하면서 원리를 스스로 터득하라”고 조언한다. 이런 과정에서 진짜 실력이 쌓이고, 작은 성취라도 스스로 의미를 찾으면 힘든 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내면의 힘과 지혜가 생긴다. - 제철소가 침수된 위기 상황에서 ‘비상 복구용 다용도 유압장치’를 고안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들었다. 이런 발상의 전환은 어떻게 가능했는지? 2022년 냉천 범람으로 인해 제철소가 침수되고, 전기가 끊기면서 유압 시설까지 멈춰버린 현장을 마주했을 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제품이 설비에 그대로 물려 있는 상태라, 전기가 복구되더라도 바로 시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떠올린 것이 ‘비상 복구용 다용도 유압장치’였다. 설비에 임시로 유압을 공급할 수 있는 장치인데, 비상용 발전기를 연결해 전기를 공급하면 이동식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 장치 덕분에 설비에 물려 있던 제품을 안전하게 빼내고, 전기를 복구해 바로 시운전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장치가 획기적인 기술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던 건, 평소에 현장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습관 덕분이었다. 정비업무를 하면서 늘 ‘만약 이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대응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대안을 머릿속에 그려왔다. 이번에도 그 경험이 발상의 전환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위기 속에서 현장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늘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 명장이 된 이후, 후배 양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최근 들어 후배 양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후배들이 해외에 나가 현장을 직접 경험해보길 권하고 싶다. 설비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이 쌓이면 해외 법인에서 근무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는데,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상황이 절대 녹록지 않다. 본사에서는 문제를 함께 풀어줄 동료와 전문가가 많지만, 해외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나만 바라보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런 상황은 실로 엄청난 부담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포스코 대표, 더 나아가 국가대표’라는 책임감을 절실히 느꼈다. 자연스럽게 ‘최고의 전문가가 돼야겠다’는 각오가 생기고, 실제로도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이 소중한 경험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후배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앞으로도 후배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선배로서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지식을 나누는 데 힘쓰고 싶다. - 기술 특허, 수상 경력, 그리고 자격증까지 화려한 성과를 이루었는데,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멈추지 않고 작은 실천들을 행하는 것’이 내 삶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현장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그냥 넘기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개선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압연기능장, 용접기능장, 산업안전기사 등 여러 자격증을 취득했고, A등급 7건을 포함해 총 69건의 특허도 출원했다. 이런 성과들이 쌓일 때마다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낀다. 또, 오랜 시간 불우 아동을 1대1로 돕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나눔의 기쁨과 책임감도 배우고 있다. 앞으로도 내 삶에서 작은 실천들을 이어가며 주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 마지막으로, 명장으로서 앞으로의 목표와 다짐은 무엇인가? ‘명장’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는 단순히 기술력이나 경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 같다. 이제는 나의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현장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더 나은 포스코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앞으로도 늘 그랬듯,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에 집중하며, 현장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싶다. ‘포스코 명장’ 신재석 포항제철소 압연설비2부 STS압연정비섹션 부장은… △ 1968년 1월 5일생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 졸업 △ 1987년 7월 입사 (근속연수 38년) △ 2006년 포스코 창립기념 모범사원 선정 △ 2021년 경상북도 최고장인 선정 (기계분야) △ 2023년 대한민국 우수숙련기술인 선정 (기계분야) △ 2023년 국회의원 표창장 (봉사 부문) △2025년 포스코 명장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9-14

다식, 다이어트의 적이지만 달콤한 유혹을 어찌...

다식(茶食)은 다소 떫고 쌉쌀한 차를 마시는 문화와 함께 발달해왔다. 한국과 더불어 중국과 일본에도 차에 곁들여 먹는 달콤한 과자가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적지 않은 여행자들이 일본을 다녀올 때면 ‘일본판 다식’이라 불러도 좋을 화과자(和菓子)를 사온다. 화과자의 설탕 함유량이 엄청나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일본 역시 녹차와 홍차를 마시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건 화과자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나무위키’는 다식을 “한과의 일종으로 신라와 고려시대에 널리 성행했던 차(茶) 문화와 함께 생겨난 과자”라고 정의하며, “곡물가루를 꿀에 반죽하여 모양을 만든 것이기에 과도하게 달다. 두께는 동전 4~5개를 쌓아놓은 정도고, 크기는 손톱 만하게 작지만 하나만 먹어도 씁쓸한 녹차나 다류가 땡긴다”고 부연하고 있다. 그렇기에 체중 조절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먹기엔 적절한 음식이라고 할 수 없는 게 다식이다. 과도한 당분이 그 이유일 터. 하지만, 쳐다보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고 화려한 동시에 혓바닥을 녹일 듯한 매혹적인 단맛은 다식을 쉽게 끊을 수 없게 만든다. 우리가 시나브로 커피와 담배에 중독되는 것처럼. 그렇기에 가능하면 먹는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송홧가루나 콩가루, 밤이나 참깨 등 몸에 덜 해로운 재료로 만든 다식을 선택하는 게 다식에 의한 폐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지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9-09

안동 양반들 별식 ‘헛제삿밥’과 ‘다식’을 아시나요?

아래 기사는 본지 홍성식 기자가 한국기자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는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영남 음식’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이다…/편집자 주 경상북도 안동은 기자들에게 매력적인 취재처가 분명하다. 가까이는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사에서부터 멀리는 16세기 조선 성리학의 빛나는 편린,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으니. 서원(書院)과 고택(故宅)의 고풍스런 검은 기와는 또 어떤가. 어떤 사람이건 설레게 만드는 힘이 있다. 도처에 역사적 숨결이 깃든 하회마을을 산책하듯 유유자적 걸으며 그 옛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삶을 떠올리고, 밤이 이슥해지면 박재서나 조옥화가 빚은 ‘쨍한’ 안동소주 한 잔 맛보는 것. 이만한 여행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좋은 술엔 먹음직한 음식이 따르는 게 정한 이치. 안동엔 먹을거리도 적지 않다. 아예 골목 하나를 통째 차지하고 들어서 군침을 돌게 만드는 안동 갈비는 헐하진 않지만 비싼 값을 한다. 석쇠에 잘 구운 한우 갈비를 먹고 나면 서비스로 나오는 찌개도 더할 나위 없이 맛있다. 발골(拔骨) 과정에서 생기는 자투리 고기와 매운 풋고추를 넣어 칼칼하게 입 속을 정리해준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소금간이 잘 배어든 고등어를 구워 먹는 것도 안동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안동 간고등어는 아이들에겐 ‘밥도둑’ 주당들에겐 ‘술도둑’이라 불릴 만하다. 안동식혜도 그렇다. 대체 누가 식혜에 고춧가루와 무를 넣을 생각을 할까? 안동 사람들이 아니라면. 기자가 마셔본 바 숙취 해소에도 그저 그만이다. 서너 해 전이다. 나흘을 안동에 머물렀다. 취재 반·휴가 반의 여유로운 일정이었다. 그때 또 하나 안동의 별미와 즐겁게 조우했다. 이름하여 ‘헛제삿밥’. 흥미로운 작명이다. 안동엔 제 나름 양반이라 큰소리치는 가문이 여럿이다. 그런 집엔 제사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부친과 모친, 조부와 조모만이 아니라, 증조부와 고조부 제사까지 모시는 경우가 흔한 탓이다.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은 정갈하고 담백하다. 자극적인 양념을 최대한 배제한 것이 대부분. 그런데, 비단 제사 때가 아니라도 이런 것들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날이면 이른바 ‘양반 집안’에선 탕국을 끓이는 동시에 생선과 전을 굽고, 온갖 나물을 데쳐 가마솥에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과 함께 야식으로 먹었다. 요즘 애들이 밤늦게 피자나 양념통닭을 배달시켜 먹는 것처럼. 그게 ‘헛제삿밥’의 유래라면 유래다. 헛제삿밥의 백미(白眉)는 갖은 나물을 넣은 비빔밥이다. 거긴 고추장 대신 집에서 만든 조선간장을 넣어 간을 맞춘다. 안동의 제각각 가문마다 비빔밥 맛이 다른 이유다. 헛제삿밥은 집에선 만들어 먹기가 번거롭고 힘도 든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지금이 어떤 시절인가? 안동엔 헛제삿밥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에 몇 군데 있다. “어느 식당이 최고”라고 다툴 필요도 없다. 대부분 식당이 다 먹을 만하니까. 글을 쓰는 지금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인다. 박재서 명인이 빚은 알코올도수 45%의 안동소주를 반주로 헛제삿밥을 먹었던 날을 떠올리면, 그깟 왕후장상(王侯將相)이 부럽지 않다. 안동엔 종갓집이 많다. 대부분의 종가(宗家)는 날아갈 듯한 기와를 이고 선 멋들어진 고택(古宅)이다. 퇴계종택, 학봉종택, 농암종택, 경당종택, 제산종택 등이 그렇다. 그것들 가운데 학봉종택과 농암종택에선 하룻밤 자는 호사도 누렸다. 이른바 ‘종택(고택) 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농암종택에선 종손과 아침을 함께 먹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깔끔한 밥상이 수 세기 전 선비의 조반(朝飯)이 어떠했는지 짐작케 해줬다. 학봉종택에서 맛봤던 다식(茶食)은 색깔과 디자인 면에서 ‘미슐랭 3스타’에 올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날 밤 앞에 놓인 다과상 위에선 계절과 무관하게 각기 다른 빛깔의 장미가 피어났고, 잣과 흑임자는 별로 다시 태어났으며, 조청에 절인 사과와 잘 말린 곶감은 혀를 녹였다. 20세기 이전이라면 헛제삿밥도, 다식도 양반들만 먹었을 게 분명하다. 힘겨운 매일의 노동과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궁핍 속에서 가난한 백성이 그런 걸 만들어 먹는 건 언감생심이었을 터. 그래. 정말이지 다행이다. 기자가 살고 있는 지금이 양반과 상것의 구분이 사라져 형식적 평등이라도 이뤄진 21세기라는 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9-09

짜장면은 음식이 아닌 ‘추억’

50대를 넘긴 사람들에게 짜장면은 음식이 아니다. 추억이다. 졸업식이나 입학식이 있던 날. 1500원짜리 꽃다발을 들고 학교를 찾아온 엄마가 사주던 500원짜리 짜장면. 그날의 기억은 언제 떠올려도 애틋하고 훈훈하다. 고소한 냄새까지 고스란히 소환된다. 짜장면은 양파와 감자 등 채소와 돼지고기를 춘장과 함께 볶아 굵은 면발 국수에 올려 먹는 한국화된 중국 요리다. 물과 녹말가루를 넣지 않고 재료를 볶아낸 간짜장, 여러 가지 해물을 더한 삼선짜장, 고기와 채소를 잘게 다져 소스를 만든 유니짜장 등이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메뉴. 대중가요 노랫말에도 등장하고, 영화나 TV 드라마에서도 무시로 볼 수 있는 짜장면은 그 유래가 어디에 있는지를 두고 아직도 논쟁 중이다. 다만, 19세기 후반 중국 산둥에서 하역 작업을 위해 인천으로 건너온 노동자들이 춘장에 국수를 비벼먹는 걸 보고 만들게 됐다는 게 유력한 가설. 중국과 일본 요리는 물론 유럽 요리, 미국식 스테이크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짜장면은 아직도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외식 메뉴 가운데 하나다. 앞서도 말했지만 중년 이상의 세대에게 짜장면은 음식이 아닌 추억이므로. 1960년대 20~30원이던 짜장면은 1970년대 중반엔 200~250원으로 가격이 올랐고, 현재는 7000원 안팎을 지불해야 먹을 수 있다. 트러플 등 귀한 재료를 넣어 호텔 중식당에서 판매하는 짜장면은 5만원도 넘는다고.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9-02

대구 치과계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 한 목소리

대구 치과계가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작년 12월 연구원 설립의 근거가 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보건복지부는 현재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이다. 다음 달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며, 정부는 올해 말까지 후보지와 공모 방식을 확정할 계획이다. 전국 치과 산업의 90% 이상이 집적된 대구는 기공·위생·의료기기 전 분야가 맞물린 융합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연구원이 설립되면 중복 투자를 줄이고 신기술 상용화를 촉진하는 효율적 체계를 마련하는 동시에,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국가 균형발전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치과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배경은 바로 이러한 구조적 당위성에 있다./편집자주 일자리 없어 떠나는 ‘우수 인재’ 연구•개발 기회의 장 넓혀줘야 정보석 대구치과의료기기산업협회장 정보석<사진> 대구치과의료기기산업협회장이 “국립치의학연구원이 대구에 설립돼야 지역의 심각한 인재 유출 문제를 막고 산업과 연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연구원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대구 중구 아시아덴탈 사무실에서 만난 정 협회장은 “대구는 이미 임플란트와 치과기기 생산에서 국내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연구원 설립의 최적지”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치과의료기기산업협회는 제조업체, 수입업체, 도소매 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지역 치과 산업의 대표 조직으로,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 협회장은 18대 집행부에서 활동한 뒤 올해 19대 회장으로 연임하며 약 3년째 협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사업이사, 부회장 등을 오래 맡아 협회 운영을 가까이서 경험했기에 현안과 과제를 잘 알고 있다”며 “책임감과 무게를 크게 느끼지만, 지역 치과 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협회 운영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는 전시회 유치를 꼽았다. 덴티스 등 굵직한 기업 뿐아니라 성장잠재력 큰 中企와도 시너지 세계적 치과산업 전시회 개최 등 국가경쟁력 강화 입지 구축해야 정 회장은 “대구·경북에도 치과 산업 기반이 튼튼하지만, 지역이라 세계적인 치과 산업 전시회 유치가 어렵다”면서 “독일 쾰른 같은 작은 도시가 세계 최대 전시회를 여는 것을 보면, 대구도 치과 산업 중심지로서 충분히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치과의료기기 인허가 제도와 규제 개선도 현안으로 꼽았다. 그는 “고등급 의료기기는 인허가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 부담도 크다”며 “연구원과 협력해 기술 검증과 지원 체계가 마련된다면 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대구의 치과 산업 현황과 국립연구원 유치의 필요성을 연결 지으며 “대구는 덴티스, 메가젠, 세양, 세신 등 굵직한 기업뿐 아니라 성장 잠재력이 큰 중소업체도 많다. 연구원이 설립되면 이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청년 인재들을 붙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대구·경북 지역은 경북대·영남대·계명대 등 이공계 학과와 치과 관련 학과가 밀집해 있음에도, 졸업생들이 지역 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수도권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연구원이 설립되면 지역 기업과 연결된 연구·개발 기회가 확대돼 인재들이 지역에 머무를 수 있고, 외부 우수 인력까지 유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구는 국내 임플란트 생산액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연간 수출 규모도 수천억 원에 달한다”며 “대구가 이미 국가 치과 산업의 중심지라는 점은 통계로 입증된다. 연구원 설립은 지역의 이익을 넘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회장은 “대구가 세계적인 치과 산업 전시회를 주도할 수 있는 도시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창의적인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연구원이 그 허브가 된다면 대구 치과 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더욱 확고한 입지를 가질 것”이라고 재차 필요성을 밝혔다. AI접목 디지털 덴탈 헬스케어 등 미래분야 주도적 참여 길 열릴 것 오미정 대구·경북치과위생사협회장 오미정<사진>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대구·경북회장이 “국립치의학연구원이 대구로 유치되면 치과위생사와 학생들이 지역에서 전문성과 진로 기회를 넓힐 수 있는 결정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 회장은 현재 두 번째 임기 중반부를 이끌고 있다. 그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 가운데 하나는 ‘노인·장애인 전문 치과위생사 제도’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통합돌봄 정책에 발맞춰 대구에서는 전국 최초로 수도권 외 지역에서 해당 양성과정을 대구보건대학교에서 개설한 만큼 제도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오 회장은 “요양기관에서의 실습까지 포함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치과위생사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지역에서도 충분히 수준 높은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 회장은 지역에서 이뤄지는 교육과 연구 기회에 대해서는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구·경북에도 치위생학과가 있는 대학이 14곳이나 되지만, 전문 교육과 연구 기회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면서 “배우고 싶어도 서울로 가야 하고, 교통비가 교육비보다 더 많이 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석·박사 과정, 전문 자격 과정 등 고급 교육 기회를 지역에서 확보하지 못한다면 인재는 계속 수도권으로 유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지역대 치위생학과 14곳 되지만 전문교육·연구기회 수도권 집중 산학협력 프로젝트 등 참여 기회 커리큘럼 표준화 등 전문성 키워 문제의 해법으로는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 유치를 꼽았다. 오 회장은 “연구원이 설립되면 지역 대학의 커리큘럼을 표준화하고,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연구와 실습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서 “치과위생사뿐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구에는 임플란트 기업과 치과 의료기기 업체가 밀집돼 있다. 연구원이 설립된다면 치과 산업, 대학, 연구 인력이 긴밀히 연결돼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AI와 빅데이터를 접목한 디지털 덴탈 헬스케어 같은 미래 분야에서도 치과위생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길이 열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협회의 단합력 역시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대구·경북 치위생사협회는 회원과 학생, 교수들이 힘을 합쳐 활동한다. 디덱스(DIDEX) 봉사단만 해도 100명 넘는 학생들이 참여하고, 14개 대학 중 10곳 이상이 협력한다”며 “학생과 현장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가 갖춰져 있어 치과의사 단체도 자연스럽게 협력하게 된다”고 했다. 특히 연구원 설립이 예방과 돌봄 분야에서 치과위생사의 역할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임을 역설했다. 오 회장은 “노인의 구강 관리가 치매 예방이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연구들은 대부분 치과위생사가 주도해왔다”면서 “치과의사가 임상과 치료에 집중한다면, 치과위생사는 구강보건과 예방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 연구원은 이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치과위생사가 단순 보조자가 아니라 국민 구강건강을 지키는 전문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 유치는 그 과정을 앞당길 중요한 계기”라고 덧붙였다. 대구·경북, 치과기공 인재의 보고 노하우 전수할 ‘교두보’ 구축 필요 김노국 대구치과기공사협회장 “대구·경북은 치과기공 인재의 보고(寶庫)인 만큼 기공사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김노국<사진> 대구치과기공사협회장의 목표다. 김 회장은 협회장에 취임 당시 가장 먼저 주력한 것이 임원진 구성의 세대교체라고 했다. 그는 “협회 임원진을 20대 후반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고르게 참여하는 구조를 마련했다”며 “세대마다 생각과 취향이 다르듯 협회 운영도 다양한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협회는 봉사와 장학, 체육대회 등 회원 복지 활동을 더 폭넓게 이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회장은 2010년 임플란트 관련 특허를 내고, 나사가 풀리지 않는 보철 구조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현재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아 국내 주요 치과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김 회장은 “다양한 경험이 많은 50대 이상 치기공사 수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곳이 대구”라며 “개인적 성과를 넘어 선배와 후배 기공사들의 경험이 더해져야만 치과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제가 선배들에게 받은 기술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돌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50대이상 치기공사 전국 2번째 관련학과 졸업생 年 200명 넘지만 지역 정착 인력은 10명도 채 안돼 교육서 일자리까지 ‘선순환’ 절실 특히, 김 회장은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 유치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 회장은 “치의학연구원은 치과의사·기공사·치과산업체·대학이 모두 힘을 합칠 수 있는 구심점이자, 우리 업계의 미래 생존전략”이라며 “대구는 이미 치과 산업 생태계가 집적된 도시이며, 여기에 전국 기공사 면허자 중 1만 명 이상이 대구·경북 출신일 정도로 인적 자원도 풍부하다”고 전했다. 다만,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대구·경북 치과기공소에서 젊은 기공사를 고용하고 싶어도 인재들이 다양한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며 “전국에 치과기공학 전공자는 약 1000명 졸업하는데 대구·경북의 대구보건대·수성대·김천대 등에서 배출된 졸업생은 200명 이상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은 10명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현실을 막으려면 지역에 연구원 같은 거점 기관이 꼭 필요하다”면서 “연구원이 들어서면 청년들이 지역에 남아 일하고, 선배들의 노하우가 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전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대구시치과기공사회는 대구 치과기공계의 글로벌 교류에 물꼬를 텄다. 지난 6월 엑스코에서 ‘2025 대구광역시치과기공사회 학술대회 및 치과기자재전(DDTIX 2025)’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치과기공계의 글로벌 교류와 관련 “제2회 국제학술대회를 준비 중인데,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더 큰 규모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연구원 유치와 함께 국제적 위상도 키우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노국 회장은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공부하고, 다시 대구에서 일하며 살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치과기공사회가 회원들의 권익을 지키고, 산업과 연구, 교육이 연계되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테니 후배들이 대구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8-31

풍부한 장학금·맞춤형 취업 지도로 ‘학생이 행복한 대학’ 선도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가 2026학년도 수시모집을 시작하면서 학생 맞춤형 장학제도와 혁신적인 교육 환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는 ‘학생이 행복한 대학,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대학’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과 교육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1인당 평균 398만원 장학금 지급 경찰·공직 등 맞춤형 진로 상담 52억 투입 기숙사·강의실 보수 경주시와 신산업 전문인력 양성 □ 학생 맞춤형 지원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 1인당 평균 398만 원에 달하는 장학금이 지급되며, 200여 종의 장학제도를 통해 매년 총 264억 원이 지원된다. 특히 수시 최초합격자에게는 100만 원, 충원 1차 합격자에게는 50만 원의 장학금이 주어지고, 고교 추천 인재 장학을 통해 100만 원이 지원되어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준다.   또한,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진로·취업 상담을 제공하며, 경찰·공직·공기업 진출을 위한 공공 인재양성반을 운영해 실질적인 취업 역량 강화를 돕는다. 통학버스와 KTX·SRT 경주역 셔틀버스 운행으로 학생들의 생활 편의도 배려하고 있다.   □ 쾌적한 캠퍼스 환경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는 학습과 생활환경 개선에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52억 원을 투입해 기숙사와 강의실, 실습실 등 교육 공간을 전면 리모델링했다. 또한 휴게 쉼터 정비와 도서관 내 카페 및 갤러리를 조성해 학생들이 더욱 쾌적한 캠퍼스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기부를 통해 조성된 상징 조형물과 도서관 미디어월은 대학 구성원의 자긍심을 높이고 활기찬 캠퍼스 문화를 이끌고 있다.   □ 지역 혁신 생태계 선도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는 경북도 RISE 사업의 거점 대학으로서 지역 인재 양성과 산업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K-U시티 SMR 인력 양성’, ‘K-LEARNing 대학 평생직업 교육 체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경주시와 함께 ‘경주형 K-IDEA Valley’ 프로젝트를 통해 신산업 전환에 필요한 전문 인력 양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제조업 성장 지원은 물론, 평생학습 플랫폼 구축과 지역 네트워크 강화로 지역사회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종합 메디컬 캠퍼스로서의 위상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는 의대·한의대·간호대를 두루 갖춘 경북 유일의 종합 메디컬 캠퍼스로서 의료 인재 양성의 산실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에서 지역인재 전형을 76명으로 늘리고, 경북 지역 학생 32명을 새롭게 선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지역 의료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동시에, 대학의 건학이념을 구현하는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 경쟁력으로 증명된 등록률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의 경쟁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정원 내 1816명 중 1815명이 등록해 99.9%라는 압도적인 등록률을 기록했다. 이는 대학의 교육 역량과 신뢰도를 방증하는 수치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받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 2026학년도 수시모집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는 2026학년도 수시모집을 통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고 있다. 학생 중심의 모듈형 교육과정, 지역과의 상생 협력 모델, 미래형 시그니처 모듈 등 차별화된 교육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학생이 행복한 환경을 바탕으로,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세계로 뻗어가는 글로컬 인재를 키워내고 있다”며 “2026학년도 수시모집은 학생들이 꿈을 현실로 만드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학년도 수시모집 94% 선발… 전형 방법도 단순화 우리 대학 이렇게 뽑는다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가 202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전체 모집정원의 94.3%인 1747명을 선발한다. 원서 접수는 오는 9월 8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다.   올해 수시모집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이뤄져 수험생들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 먼저, 학생부 교과 성적 산출에서 3학년 2학기 성적은 제외됐고, 한의예과와 의예과에서 과학Ⅱ 과목 가산점이 축소됐다. 또한, 한의예과와 간호학과 일부 전형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은 기존보다 1등급 완화됐고, 불교추천 인재 전형에서는 교리문답이 절대평가(P/F)로 변경돼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전형 방법도 단순화됐다. 교과 전형은 대부분 교과 성적 100%로 선발하며, 면접전형은 교과 70%와 면접 30%를 반영한다. 면접 문항은 사전에 공개돼 수험생들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종합전형은 의·한의예과와 간호학과만 단계별 전형을 적용하고, 나머지 학과는 서류 100%로 평가한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은 의·한의예과와 간호학과에만 적용된다.   또한, 학과 개편도 이루어졌다. 조경·정원 디자인학부는 ‘조경·정원 디자인학과’, 뷰티메디컬학과는 ‘뷰티아트산업학과’, 바이오제약공학과는 ‘바이오·화학융합학부’, 에너지·전기공학과는 ‘원자력·에너지·전기공학과’로 이름이 바뀌었다. 새로운 ‘엘리트스포츠 전공’도 신설됐다.   장학 혜택도 주어진다. 정원 내 최초합격자는 100만 원, 충원 1차 합격자는 50만 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으며, 경주·포항·울산 지역 고교 졸업자에게는 추가로 100만 원을 지급한다. 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은 398만 원으로 전국 대학 상위권 수준이다.   강종임 입학처장은 “학생 친화적인 전형 변화와 풍부한 장학 혜택으로 수험생의 부담을 줄였으며, 많은 학생이 WISE 캠퍼스에서 꿈을 실현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입학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2025-08-27

‘냉면과 밀면의 전쟁’… 당신은 누구를 응원하는가?

아래 기사는 본지 홍성식 기자가 한국기자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는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영남 음식’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이다...편집자 주 2000년대 초반 이야기다. 지금은 한국작가회의로 이름을 바꾼 문인단체가 ‘민족문학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로 불리던 시절. 작가회의 사무실은 서울 지하철 5호선 공덕역 지척에 있었고, 기자 초년병이던 나는 그 사무실을 아버지 집보다 더 자주 드나들었다. 당시 작가회의 이사장은 소설가 이문구(2003년 타계). 시인 김정환이 상임이사였다. 그날도 요즘처럼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문구 이사장과 김정환 상임이사, 시인 이시영, 지금은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는 소설가 전성태 등이 사무실에 모였는데 누군가 “오늘 점심은 시원하게 냉면 어때?”라고 제의했다. 당시 서른한 살 젊었던 기자가 평양냉면을 처음 맛본 날이다. 업력이 수십 년에 이르는 유명짜한 평양냉면집 을밀대가 마포구 염리동에 있었고, 작가회의에서 도보로 1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초면으로 인사 나눈 평양냉면은 어땠냐고? “감동스러운 맛 아니었냐” 지레 짐작해 묻는 이들이 적지 않겠지만, 천만에.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송아지 목욕시킨 물에 거칠게 툭툭 끊어지는 거무튀튀한 면을 담아낸 맛대가리 없는 국수라고 느꼈으니. 평양냉면과의 첫 만남은 별반 유쾌하지 못한 기억으로 남았다. 근데 왜였을까? 아주 가끔씩 그 밍밍한 국물과 거친 면발이 떠올랐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들이 떠오르는 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듬해엔 10번쯤 그 냉면집을 갔고, 그 다음해엔 20번쯤 갔으며, 경상북도 포항으로 주거를 옮긴 후 볼일 보러 서울에 갈 때면 가장 먼저 서울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마포역 뒤편 염리동으로 갑시다”란 말을 반복했다. 국회의원이며 전 통일부장관인 이인영(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초대 의장)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곳도 그 냉면집이다. 수행원 없이 혼자 냉면을 먹으러 온 그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줄을 서서 입장해 묵묵히 냉면 그릇을 비웠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이후 이인영은 세상 어떤 정치인도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 기자가 거의 유일하게 ‘싫어하지 않는 정치인’이 됐다. 국회의원 정도 되면 특권의식을 버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쨌건. 잡설이 길면 추하다. 냉면 이야기로 돌아가자. 냉면의 역사는 유구하다. 800년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치적(治績)을 칭송받는 동시에 수많은 아들·딸과 손자·손녀를 둔 행복했던 조선의 왕 세종은 고기와 더불어 냉면을 즐겼다고 한다. 조선이 기울어가던 무렵. 당시 실권세력인 신안동 김씨 일족에 의해 왕으로 ‘픽업된’ 나무꾼 출신의 철종은 보위(寶位)에 오른 후 자신을 호위하는 무인들에게 “더운 여름에 수고들이 많다”며 냉면 한 그릇씩을 하사했다고.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의 기록이다. 내친김에 또 다른 ‘차가운 국수’ 이야기 하나 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영화 ‘친구’를 만든 감독 곽경택이 개봉 직후 한 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오래전 기사지만 이런 대목을 읽은 기억이 선명하다. “밀면과 돼지국밥을 먹어야, ‘아, 내가 부산에 왔구나’라는 게 몸으로 느껴집니다” 운운. 이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공감했기에 그랬다. 밀면과 돼지국밥은 곽경택과 동일하게 부산에 태를 묻은 기자도 누구 못지않게 좋아하는 음식. 사실 평양냉면의 맛에 투항하기 전엔 ‘부산의 냉면’이란 별칭을 지닌 밀면을 매해 여름 10~20그릇씩 먹었다. 밀면은 평양냉면과 달리 면에 메밀을 섞지 않는다. 그래서 면발이 하얗다. ‘화이트 누들’이란 또 다른 별호(別號)가 생긴 이유다. 자, 곧 점심시간이니 정리하고 냉면 먹으러 가자. 밀면도 좋고. 평양냉면은 꾸밈과 자극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무미(無味)에 가까운 고급스러운 맛을 낸다. “에헴” 헛기침으로 폼을 잡는 봉건시대 지주와 닮았다. 그렇다면 밀면은? 시뻘건 양념장과 노오란 달걀지단으로 장식하고, 가능하면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어야 제맛이다. 그러니, 차가운 국수 한 그릇조차 오뉴월 호사로 귀하게 여겼던 소작농과 닮지 않았나? 한국에선 여름마다 지주와 소작농의 다툼, 아니 ‘냉면과 밀면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당신은 누구를 응원하려는가?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8-26

평양냉면과 밀면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둘 모두 감칠맛 가득한 시원한 여름 별미인 평양냉면과 밀면. 두 음식은 뭐가 어떻게 다른 걸까? 먼저 평양냉면에 대한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의 설명을 읽어보자.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차가운 국물에 말아먹는 음식이다. 양념을 적게 하여 짜지도 않고 맵지도 않은 담백미(淡白味)를 즐기는 게 평양 사람들. 이런 풍토에서 형성된 것이 바로 평양냉면이다.” 여기까지가 평양냉면의 탄생 배경이라면 아래 부연은 제조법에 관한 것이다. “예전엔 꿩을 삶은 국물을 이용하였으나 꿩을 구하기 힘들어진 지금은 쇠고기와 사골을 사용한다. 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반반 정도로 섞어 소금·묽은장·식초로 간을 맞춘다. 사리는 메밀가루와 녹말을 섞어 익반죽한 후 틀에 넣고 눌러 국수를 뺀 다음 삶아서 만든다. 배와 얇게 자른 동치미무 등을 올려 먹는 게 보통이다.” 자, 이번엔 밀면에 관한 정보를 알아볼 차례. ‘밀면의 기원’에 관해서 3가지 가설이 있다. ‘위키백과’를 인용해 요약한다. 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배고픔을 달래려 만들어 먹었다는 게 첫 번째 가설이다. 북한 함경도에서 내려온 피난민 모녀가 부산에 식당을 차리면서 생겨난 음식이라는 게 두 번째 가설. 마지막 하나는 진주 밀국수냉면에서 유래되었다는 가설이다. 밀면이 냉면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메밀가루가 아닌 밀가루로 면을 만든다는 것. 영남 사람들이 선호하는 자극적인 맛을 내기 위해 각종 양념이 사용되기에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난다. 이것 역시 슴슴한 평양냉면과 다른 점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8-26

천혜 자연·특산 음식에 멋진 라운딩까지··· 파크골프의 성지로

중장년층 여가 활동의 대세로 자리 잡은 파크골프가 이제는 문경을 대표하는 도시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해외여행의 길이 막히면서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일반 골프는 MZ세대의 발길이 줄며 다소 주춤해졌다. 그러나 저렴한 이용료와 부담 없는 접근성을 갖춘 파크골프는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새로운 여가 문화를 이끌고 있다. 특히 문경은 전국 동호인들의 발길을 모으는 ‘파크골프의 성지’로 부각되고 있다. 8월의 무더위 속에서도 문경의 파크골프장은 연일 북적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동호인들이 흥덕동 영강변 코스를 가득 메우며 ‘문경 파크골프 열풍’을 실감케 한다. 2023년 대회때 동호인 이목 집중 17개 시도 2500명 참여 ‘대성황’ 명품 코스 소문 ‘꿈의 구장’ 데뷔 영강변 45홀 경기장 공식 인증 숙박·식당 매출↑지역 경제 효자 ◇전국 최고 대회, 문경이 만들다 문경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23년 열린 제2회 문경새재배 전국 파크골프대회였다. 이 대회는 총상금 규모가 크고, 무엇보다 우승자에게 1천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면서 전국 동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나치게 큰 상금이라는 일부 비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2500여 명이 몰려드는 성과로 이어졌다. 대회를 앞두고 관내 숙박시설 예약이 꽉 차고, 시내 식당가가 활기를 띠는 등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됐다. 영강을 끼고 자리 잡은 문경파크골프장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더불어 문경 동호인들이 직접 관리해온 코스 품질이 호평을 받았다. 잔디 관리와 코스 정비에 쏟은 정성이 외지 동호인들의 발길을 붙잡았고, “한 번쯤 문경에서 라운딩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어졌다. 이후 전국에 수많은 파크골프장이 생겼지만, 문경새재배 대회는 여전히 ‘꿈의 무대’로 불리고 있다. 대회 시기 문경찻사발축제와 문경새재 탐방 등 관광자원과 결합된 효과도 크다. ◇잘 갖춰진 인프라, 경쟁력의 원천 문경시 흥덕동 영강변에 자리한 문경파크골프장은 45홀 규모의 정규 경기장이다. 2023년 대한파크골프협회의 공인 인증을 받았으며,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시설을 갖췄다. 지난해에는 27홀 구간에 7억 원을 들여 야간 조명 시설을 설치, 여름철에도 시원한 밤 라운딩이 가능해졌다. LED 투광등 67개와 조명타워 12개가 설치되어 동호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경시는 읍·면 단위까지 파크골프장을 확대하고 있다. 농암면 대정숲(9홀), 동로면 황장산(9홀), 가은읍 청솔공원(9홀), 흥덕동 영강체육공원 내 온누리 파크골프장(9홀) 등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특히 대정숲과 청솔공원은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어 솔향 그윽한 그늘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현재 산양 금천, 당포1리, 반곡, 영순 등에도 새 파크골프장이 조성 중이다. 한 주민은 “예전에는 파크골프를 즐기려면 멀리 나가야 했지만, 이제 집 근처에서 손쉽게 운동할 수 있어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이웃들과의 소통도 많아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민 열정과 친절, 인기의 비결 문경시민들의 파크골프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현재 문경 지역 동호인만 1500명을 넘어섰으며, 읍·면마다 동호회가 만들어지거나 신규 회원 모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정숲, 청솔 파크골프장 개장 시 각각 100명 넘는 회원들이 가입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인구가 적은 동로면에서도 동호인 증가로 골프장 증설이 추진되고 있다. 문경은 문경새재와 백두대간을 비롯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약돌돼지·약돌한우·오미자 같은 특산물까지 더해져, 파크골프 대회와 관광을 동시에 즐기기에 최적의 도시로 꼽힌다. 대회 참가자들은 경기를 마친 뒤 관광과 먹거리를 함께 즐기며 큰 만족감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문경시민들의 친절이 도시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한 인상이 오히려 관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문경시는 몇 년 전부터 ‘친절 운동’을 펼쳐왔다. 식당, 교통, 서비스업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동참해 방문객들에게 따뜻한 환대를 보여주고 있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문경의 가장 큰 자산은 친절”이라며 “관광객과 파크골프 동호인들이 경기의 즐거움뿐 아니라 문경시민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 받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문경을 찾은 전국 동호인들은 “문경은 코스도 좋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친절이 최고의 매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 지역경제·도시 브랜드 상승효과 문경 파크골프장은 단순한 운동 공간을 넘어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대회나 단체 방문이 이어지면 숙박업소, 식당, 상가의 매출이 함께 늘어난다. 이와 동시에 도시 이미지도 달라진다. ‘문경은 관광 도시’라는 인식에서 ‘문경은 스포츠와 여가의 도시’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문경은 파크골프라는 생활 스포츠를 매개로 도시의 미래 전략을 만들어가고 있다. 중장년층의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경제까지 활성화시키는 ‘세 마리 토끼 전략’이다. 무더위 속에서도 파크골프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문경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 스포츠와 관광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운동을 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대회가 열리면 외지인들과 교류할 수 있어 활력이 생긴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문경시 관계자도 “파크골프가 이제는 지역 대표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도 읍·면 단위까지 고르게 시설을 확충해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파크골프 파크골프는 1983년 일본 홋카이도 마쿠베쓰정에서 고령자도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으로 고안됐다. 1984년에는 일본파크골프협회가 설립되고, 경기 규칙과 장비 기준을 세워 일본 전역으로 빠르게 퍼지며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는 1999년 대한파크골프협회가 창립됐고, 2000년대 전국 지자체가 잇따라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 1천여 개 코스, 동호인 50만 명 이상으로 시니어 대표 생활체육으로 성장했으며, 중국·대만·미국·유럽 등으로 확산, 국제대회와 세계연맹 출범 논의가 활발하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08-26

“분청사기는 내 운명⋯ 내가 빚은 건 그릇이 아닌 자유·자연”

“한국의 전통 문화 예술과 현대의 작품이 공존하는 한국실에서 한국 문화의 자존심을 느낀다.” 202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한국실을 특사 방문한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윤광조 작품 ‘혼돈’ 앞에서 남긴 감상평이다. 동행한 BTS멤버 RM은 “멋지죠? 좋아하는 게 닮은 거 같아요,”라고 하는 영상이 국내외에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분청사기(粉靑沙器)의 대가’ ‘세계 도예의 거장’ 윤광조. 그는 자유분방한 감성을 표현한 조선의 분청사기를 오늘날 K-문화, 한국예술의 글로벌리즘으로 완성했다는 평을 받는다. 9월 3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에 국내 정상의 화랑 가나아트 초대전에 참여하기 위해 출품작을 포장하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최순우·장욱진 화백 지도로 ‘분청’ 입문 觀·律·心經 등 주제 10년마다 연작 시리즈 참선 후에 물레 버리고 圓→角·面 변용 불심·자연·우주 관통하는 예술 세계 전념 美 필라델피아·시애틀·버밍햄갤러리 등 세계 최고 갤러리·유명공간에 작품 전시 9월 국내 정상 화랑 가나아트서 초대전 □국제무대서 더 잘 알려진 도예가 윤광조 회갈색 태토(胎土) 위에 백토로 표면을 마무리하는 분청사기는 청자에서 백자로 넘어가는 우리나라 고유의 도자 양식이다. 15세기 도자기를 대표하는 분청사기는 상감, 인화, 박지(양각), 조화(음각), 덤벙, 귀얄문양 등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일반 서민들은 물론 왕실에서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그 영광은 뒤이어 등장한 백자에 밀려 한낱 사금파리로 지층 속에 묻히고 말았다. 500년 세월이 흐르도록 박물관 수장고 한쪽 구석에서 잠자던 분청사기를 뉴욕 한복판에 내놓아 오늘날 한국 도자사를 새로 쓰게 한 아티스트 윤광조. 그가 1994년부터 둥지를 틀고 있는 경주 안강 ‘바람골’은 전세계 도예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윤광조의 성취는 세계 유수 갤러리의 초대전과 국내외 유명 공간에 포진해 있는 작품들이 증명해준다. 그는 1982, 83년 한미, 한불·한독 수교 100주년 기념 ‘한국현대도예전’에 참가 하면서 세계적인 화랑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된다. 이를 계기로 2002년 프랑스 가나-보부르화랑으로부터 첫 초대를 받는다. 이듬해에는 동양 예술가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상급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기획전을 갖는 한편, 독보적인 도예 전문 화랑인 영국 베쏭갤러리, 미국의 각 대학 갤러리 등에서 잇따라 기획전을 열어 세계 유명 예술가 반열에 이름을 올린다. 해외 초대전에서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그의 ‘심경’(心經)을 8만9500달러(한화 약 1억5백만 원)에 소장한 데 이어, 빌 게이츠 어머니가 운영하는 시애틀미술관도 구입에 나서 윤광조는 ‘흙을 보석으로 빚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한다. 이를 시작으로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아트, 브리티시 뮤지엄, 로열 뮤지엄, 매리어몬트, 스미소니언 내셔널 뮤지엄 등 정상급 갤러리들이 그의 작품을 앞다투어 전시하게 된다. □“도자기는 꼭 둥글어야 하나” 물레 탈피 윤광조에게 분청사기는 운명이었다. 작품에서 보이는 큰 두 흐름, ‘자유’와 ‘자연’이 그의 이력과 겹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46년 함북 함흥에서 완고한 집안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는 ‘속박’에 못 견뎌 고등학교를 마치고 가출했다. 자유를 찾아 방황하다가 미국으로 이민 간 형의 권유로 홍익대학교 공예과에 입학해서 도자기를 전공하게 된다. 윤광조는 대학 2학년 때 분청사기 도록을 보고 첫눈에 반한 후, 대학 4학년 때 동아공예대전(동아일보사 주관)에 ‘분청 문방구 세트’를 출품하여 대상을 거머쥔다. 수상을 계기로 ‘전통의 현대화’에 고심한 결과, 이미 2002년 호암갤러리(서울) ‘분청사기 명품전Ⅱ:한국미의 원형을 찾아서’ 기획전에서, 현대 분청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는다. 당시 호암갤러리는 별도 공간을 마련하여 공식적으로 ‘대가’라는 호칭을 붙여주면서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 도자 아티스트임을 알린다. 2004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고, 2008년에는 경암학술상 예술부문에서 수상하기에 이른다. 명성에 걸맞게 과천 현대미술관과 서울공예박물관이 그의 작품을 전시하는 한편, 리움미술관(구 호암미술관)도 작품을 다수 소장하여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윤광조의 작품은 불교 색채가 강하다. ‘반야심경’(般若心經) ‘무심’(無心)은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테마다. 그에게 불교는 단순히 작품에 새기는 행위를 넘어 예술의 화두다. “1985년 작업이 꽉 막혀버리더라고요. 방황하다가 지리산 정각사에서 15일 간 4만 배 절을 하고 나니까 손에 꽉 잡히는 게 있어요. ‘물레를 안 돌리면 어떤가, 꼭 도자기는 둥글어야 하나?’ 화가들이 구상, 추상을 넘나들듯 4만 배 끝에 물레를 버렸어요. 태토를 쌓아 올려서 각(角)을 세우고, 두드려 붙여 면(面)을 만들면서 과감하게 원(圓)의 굴레에서 벗어난 거죠.” □전통-자연 현대-자유 세계적 보편성 획득 그의 작품이 세계성을 획득하기까지는 불심(佛心)에 더해 또 하나 비결이 있다. 조선시대 분청사기를 보면 도공들이 표면을 장식하고자 밑그림을 그린 흔적은 없다. 옛 도공과 달리, 윤광조는 내적 심상(心象)을 밖으로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케치한다. 윤광조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전통은 눈에 보이는 어떤 양식을 말하기보다, 오랜 세월 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화양상을 관통하는 하나의 정신적 공감대”라고. 그런 만큼 그의 예술표현은 ‘공감대’의 찰나를 포착하여 형상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처럼 확고한 예술철학이 저류(底流)로 흐르기 때문에 그의 분청사기가 세계인의 심성에 자연스레 스밀 수 있었던 것이다. 윤광조가 나름 예술적 토대를 세우기까지는 큰 두 스승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그를 이끈 두 스승은 최순우 전 국립박물관장과 장욱진 화백. 윤광조는 육군사관학교 박물관에서 사병으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최순우 관장의 제자를 자청하여 가르침을 받았다. 최순우 전 관장은 윤광조가 30대에 신세계미술관 초대전을 열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주는가 하면, 첫 공방을 지었을 때 ‘급월당’(汲月堂)이란 호를 내려주기도 한다. 장욱진 화백은 직접 윤광조의 전시장을 찾아 연적 등 문방구를 구입하면서 인연을 맺는다. 사제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현대화랑에서 ‘장욱진-윤광조 도화합작전’을 열어 30분 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한다. 이후 한평생 예술의 길을 이끌어주는 버팀목이 되었다. 두 스승에게서 전통과 우리 것, 그리고 예술적 감성을 내림 받은 윤광조의 조형 언어는 거의 10년마다 독특한 연작(連作)과 시리즈로 나타난다. 1970년대 입문기에는 ‘지월’(池月) ‘조화’ ‘산중생활’ 같은 자연 언어가 강조되고, 80년대 와서는 ‘관’(觀) ‘율’(律) ‘정’(定)처럼 관념, 추상에 몰입한다. 90년대 들어오면 기존의 관념 세계에 더해 ‘심경’(心經) ‘월인천’ 같은 경전 작품에도 몰두한다. □“하늘의 별에도 가닿을 듯한 기분” 극찬 조선 전기의 분청이 거칠지만 소박하고, 자유분방한 장식성을 특징으로 한다면, 윤광조는 이 기법을 단순 복원에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미감(美感)에 맞게 변형 발전시켰다. 경륜을 쌓아가면서, 그는 전통 도예의 정체성 위에, 세계 무대에도 경쟁력 있는 ‘글로벌 도자 언어’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삶에 대한 회의로 큰 홍역을 치렀던 2000년대 들어와 그는 ‘Chaos’(혼돈) ‘New’ ‘산중일기’ 시리즈, ‘산동’(山動) 같은 연작들을 쏟아내게 된다. 특히 ‘산동’ 시리즈의 경우, 어느 날 그가 작업실에 앉았는데, 산이 움직여 성큼 한발 앞으로 다가서는 것을 느꼈다. 그와 같은 살아있는 감각을 광폭의 스펙트럼으로 섬세하게 구현해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윤광조 분청사기가 서양인들도 공감하는 ‘자유의 언어’와 ‘자연의 형태’를 획득하기까지는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 1876~1957),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에게서 힘입은 바 크다. 윤광조는 2003년 미국 시애틀 미술관 ‘마운틴 드림’ 초대전 때, 3개월간 매일 아침 브랑쿠시 전용관에 들러 30분 정도 명상하듯 작품 감상을 했다. 또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를 보고 눈물을 흘리자 미술관 경비원이 다가와 “I understend you(이해할 수 있어)”라면서 그의 어깨를 토닥거려준 감동은 잊지 못한다. 미국의 저명한 평론가 버트 워서맨(Burt Wasseman)은 “인간의 기질 안에는 하늘에 걸린 별에 가 닿고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윤광조의 예술은 하늘의 별에도 가닿을 수 있을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극찬했다. 윤광조, 그는 오늘도 경주 바람골에서 짚 뭉치로 앞산을 그리고, 꼬챙이로 반야심경을 새긴다. 그러면서 평론가 필립 루이스(Philip Lewis)의 표현대로 천진한 웃음을 머금고 세계를 향해 권한다. “분청 한잔 하시죠.”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8-21

산업도시서 미래도시로… 포항 ‘새 100년 도약’ 본격화

포항시가 반세기 넘게 지역경제를 지탱해온 철강산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신산업 중심 도시’로의 전환에 본격 나섰다. 2025년을 ‘산업·도시 대개편 원년’으로 선포한 포항시는 이차전지·수소·AI(인공지능)를 축으로 한 혁신 삼각축과 관광·사회적경제를 아우르는 다층적 정책을 병행하며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산업구조 다변화와 도시 공간 재편,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맞물려 ‘산업도시에서 미래도시’로 전환하는 ‘포항 르네상스’의 청사진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포항시, 이차전지·수소·AI·관광·사회적경제 ‘5각 혁신축’ 가동 산업 다양화·도시공간 재편·일자리 등 지속적 산업생태계 구축 관광·문화 도시브랜드 재창조… 혁신·재생 결합, 성장기반 강화 △ ‘신산업 드라이브’로 포항 경제 새판 짠다 포항시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산업전환 1축은 이차전지와 수소산업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부터 생산, 리사이클링까지 전주기 생태계를 구축하며 ‘배터리 허브’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국내 대표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포항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자유특구’ 2단계 실증사업을 통해 배터리 해체·금속 회수 기술 고도화가 추진되고 있다. 수소산업은 ‘그린 수소 경제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항시는 블루밸리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수소환원제철, 수소연료전지 실증, 수소모빌리티 인프라 구축을 집중 지원해 생산-저장-활용의 수소 클러스터 완성을 서두른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 철강산단 스마트화·AI 융합도시 조성 기존 철강산단도 ‘산단 대개조’ 사업을 통해 친환경·저탄소 기반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고로 중심의 전통적 생산 방식을 에너지 고효율 설비와 스마트 물류 플랫폼, 폐열 회수 인프라 등으로 혁신해 ‘탄소중립 선도 산단’ 시범지구로 지정받았다. 이에 맞춰 철강 생산 공정의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된다. 포항시는 AI 가속기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대학, 연구기관, 기업이 연계한 민관협력 모델을 구축해 AI 융합도시로의 도약을 추진 중이다. 생성형 AI 행정시스템 시범 적용, 데이터 산업 인프라 조성, 청년 인재 육성 체계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텍·한동대·포항테크노파크 등이 AI 창업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디지털 전환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 해양관광·문화산업으로 도시 브랜드 리모델링 포항은 해양관광 인프라 확충으로 도시 브랜드 재구축에도 힘쓴다. 18년 만에 재개장한 송도해수욕장을 단순한 관광지 복원 차원이 아니라 해상 짚라인, 야간 경관 조명, 지역상권 연계 프로그램을 가미해 체류형 해양관광 거점으로 탈바꿈시킨다. 영일대해변과 운하 관광, 영일만항 해양레저복합단지 조성도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또 호미반도를 중심으로 복합 관광레저타운의 조성계획도 차질없이 순항중에 있다. MICE 산업 육성에도 속도를 낸다.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는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의 핵심 거점으로, 유엔기후변화 글로벌 혁신허브 등 굵직한 행사를 유치할 발판으로 활용된다. 원도심 재생과 연계한 철길숲, 중앙상가 등 관광 콘텐츠도 ‘100년 도시 설계’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 △ ‘일자리 창출’과 ‘사람 중심’ 정책 집중 포항시는 2025년 일자리 창출 실행계획에 6000억원 이상을 투입, 3만 3800개 일자리 마련을 목표로 한다. 신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 청년·여성·신중년 등 계층별 맞춤형 일자리 확대, 디지털 직업훈련 체계 정비 등이 주요 전략이다. 특히 청년 창업 활성화에 주력한다. 청년창업LAB, 포항청춘센터 등 인프라를 활용해 단계별 취·창업 지원을 강화하고 ‘로컬솔루션 프로젝트’, ‘일자리공감페이’ 등으로 청년의 지역 정착을 유도한다. 일자리종합센터, 자투리시간 거래소 운영, 연례 취업박람회 개최 등 고용 매칭 플랫폼 구축도 병행해 정책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 사회적경제 자립 생태계 구축 본격화 포항시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직 육성, 시민 참여 확대, 실무 역량 강화 등 3대 전략과제를 중심으로 새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가 직접지원에서 간접지원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상황에 발맞춰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2025년 추진계획에는 전문교육, 컨설팅, 사회적기업 네트워크 활성화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국비 확보와 공공기관 협업 강화를 위한 모니터링 체계도 별도 구축한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정책 핵심 과제로 선정한 만큼 국비 연계 사업과 공공기관 협업사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 ‘규제자유특구 2.0’·APEC 연계 글로벌 도약 모색 포항시는 배터리 리사이클링과 이차전지 소재 실증 R&D의 질적 고도화를 위한 ‘규제자유특구 2.0’을 추진 중이다. 2025년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지역발전 기회로 삼아 글로벌 투자 유치에도 박차를 가한다. 바이오 특화단지, 포스텍 의과대학 설립, 스마트 병원 건립 등 의료·바이오 산업 기반도 조성 중이다. 전국 최초 민관 상생형 소상공인 금융지원 모델도 시범 시행하며 사회적·경제적 포용성을 확대한다. 청년친화도시 지정, 대학·기업 연계형 청년고용 플랫폼 확충 등도 인재 기반 구축의 주요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단기 일자리에서 장기 생태계로의 전환을 꾀한다. △ 전문가들 “포항은 지방혁신 실험장” 산업구조는 철강에서 이차전지·수소·AI 등으로 다변화되고 도시공간은 관광·문화·정주 인프라로 재편되고 있다. 정책 집행도 시민 중심 일자리와 사회적경제에 집중돼 ‘산업도시 탈피→미래복합도시’ 전환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포항은 단순한 산업 다각화가 아닌 지방혁신의 실험장”이라고 평가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철강의 도시를 넘어 미래도시로 도약하겠다”며 “산업전환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실현해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 ‘철강산업 위기 극복’ 특별법 청원 열기 확산 포항상공회의소 나주영 회장은 지난 7월 ‘철강산업 지원특별법 제정’ 청원을 제안해 약 열흘 만에 7000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이 법은 급변하는 통상환경과 탄소중립 압박에 직면한 철강산업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대전환을 요구한다. 나 회장은 “철강산업은 국가경제 기반산업으로, 친환경·디지털 전환에 천문학적 투자와 장기 인내가 필요하다”며 “특별법은 산업 붕괴를 막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긍정적 검토 의사를 밝혔다. 철강산업은 국가 제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친환경 전환 없이는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며, 철강 경쟁력 약화는 산업기반 붕괴로 직결된다. 특별법 제정은 산업과 지역의 동반 전환을 위한 국가 의지의 상징이라는 평가다. 포항시는 전방위적 혁신 전략을 통해 산업 위기와 도시 쇠퇴의 벽을 넘고 있다. 신산업 육성, 도시 재생, 일자리 창출, 사회적경제 활성화, 국제화 전략이 맞물려 지역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중이다. 철강도시의 틀을 깨고 ‘미래도시 포항’으로 거듭나는 변화의 흐름이 주목된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8-18

1만4900명 일하는 지역경제 근간… 폐업 공장 흉물 방치

스틸데일리는 지난 7월 포항철강산업단지 입주 기업과 관계 기관을 찾아, 지역 철강업계가 직면한 현안과 포항시·정부에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청취했다. 관리공단과 포항시청, 그리고 스크랩·봉형강·판재·스테인리스·강관 등 다양한 철강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가동률 하락·유휴부지 방치 심각 수십억대 환경 관리 투자비 부담 철강 부진 인근 상권 침체로 직결 공단 전체 국가산단 승격 필요성 통상 공동 대응·수출 시장 다변화 △ 포항철강산단, 347개 공장 및 1.5만 명 근로자 근무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이사장 전익현, 이하 ‘철강공단’)은 산업 단지의 효율적인 관리·운영과 입주 기업체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업무 수행으로 국가와 지방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포항철강산업단지(이하 ‘철강산단’)의 총 면적은 약 1318만㎡(약 400만 평)로, 347개 공장과 1만4900여 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대한민국 철강 산업의 심장’이다. 철강공단 운영에는 포항시의 철강 대기업·관련 업체가 참여한다. 현재 17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를 두고 있으며, 당연직 이사 3명(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포항시 부시장·포스코 포항제철소)을 비롯해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14명의 비상임이사가 참여한다. 감사는 성진철강과 조선내화가 맡고 있다. 단지는 1~4단지와 청림지구로 구성되며, 2단지가 4005천㎡(104개 사 입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어 1단지(3930천㎡, 74개 사), 3단지(2612천㎡, 75개 사), 4단지(2047천㎡, 98개 사), 청림지구(589천㎡, 4개 사) 순이다. △ 가동률 저하·유휴 부지 확산…환경·법적 제약까지 최근 철강산단은 철강 경기 둔화, 환경 규제, 통상 리스크 등 복합적인 압박에 직면했다. 철강산단은 반세기 동안 지역 경제의 근간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가동률 저하와 업체 폐업 등 구조적 어려움이 가시화되고 있다. 먼저, 가동률 하락과 유휴 부지 확산이 심각한 상태다. 단지 내 철강 업체들의 평균 가동률은 60~7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폐업이나 휴업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대형 부지마저 장기간 비어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이러한 여파는 협력업체를 비롯해 물류·서비스업 등 연관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환경 관리 부담도 크다. 오염 저감 설비, 오염수 재활용, 완충 조류 설치 등의 개선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초기 투자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개별 중소·중견기업이 자체적으로 설비 투자와 인력 확충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다음은 국가산업단지 지위의 불균형 문제다. 일부 단지만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돼 세제 혜택과 각종 지원을 받고 있지만, 나머지 단지는 일반 산업단지로 분류돼 지원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 단지를 국가산단으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스마트화 참여의 장벽도 존재한다. 철강산단에서는 스마트 물류 플랫폼, 에너지 관리 시스템, 안전 모니터링 등이 일부 추진되고 있지만, 영세 기업은 초기 투자 부담으로 참여율이 낮은 상태다. 현장에서는 공동 물류창고, 스팀·압축공기 공동 공급 등 기반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철강산단 입주 기업들의 외침 “교통·주거·통상…현실적 지원 절실” 철강산단 입주 기업과 상권 관계자들은 교통·주거 인프라, 통상 대응, 설비 투자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교통·주거 인프라 개선 요구가 나왔다. 강관 제조업체 A사는 산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직원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현재 버스 노선과 정거장 확대, 직원들의 포항 거주 유도를 위한 6개월~1년 단위 주거 지원 혜택 도입을 요청했다. A사 관계자는 “교통과 주거가 개선되어야 인력 확보가 수월해지고 현장 안정성이 높아진다”라고 힘주어 설명했다. 통상 대응력 강화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강관 제조업체 B사는 미국의 50% 고율 철강 관세로 미국으로의 강관 수출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고율 관세가 사실상 미국 내 생산을 강제해 국내 제조업 기반을 흔들고 있으며, 정부의 대미 협상력이 불충분하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B사 관계자는 “강관 수출의 경우 하반기에 집중되는 업계 특성상 주 52시간 제도의 유연성 확대 없이는 수출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호소했다. 철 스크랩 업체 C사 관계자는 “포항 철강 업계는 포스코 중심으로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이로 인한 제조업 가동률 하락·스크랩 발생량 급감·건설 수요 부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작동 중”이라며 “업종을 막론하고 포항 내 산업 분위기 반전이 예상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D사 관계자는 “외국산 고효율 설비를 도입할 때 정부의 R&D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있어 개선될 필요가 있으며, 국내 개발 장비만 지원 대상이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탄소중립 목표와 연계해 전력 절감, 탄소 저감 설비 도입 등은 기업만의 책임이 아닌 정부와의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 철강 업계의 어려움이 장기화되면서, 포항시 소재 소상공인의 매출 타격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철강산단의 침체가 인근 상권 침체로 곧장 연결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로 철강공단내 한 카페 운영자는 “최근 1년 새 매출이 약 30% 감소했으며, 철강사 직원들의 회식과 미팅이 감소하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소상공인들은 포항시가 철강 대기업과 협력 업체뿐만 아니라, 2·3차 공급망과 자영자들까지 모두를 살리는 정책을 정부·지자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 포항시 “철강·2차전지 동반 성장, 산업 다변화 추진” 포항시는 철강과 2차전지 산업의 동반 침체로 지역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지난 7월 ‘철강산업 선제 위기대응 지역’ 지정 신청을 완료했고, 9월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시는 산업 다변화 전략으로 ‘3+1’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항시는 기존 철강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 다변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3+1 전략으로써 우선적으로 ‘2차전지, 바이오, 수소’를 육성하고, 그 외 마이스(MICE) 산업을 발전시킬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포항시는 전시·컨벤션센터 1단계 공사를 진행 중(북구 영일대 인근, 2027년 초 준공 목표)으로, 향후 다보스포럼처럼 탄소중립·녹색성장 중심의 세계적 행사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또 탄소 중립 및 녹색 성장 목표에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해 수소·2차전지·철강 산업의 연결 구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발맞춰 포항시 차원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밖에도 포항시는 바이오산업과 관련된 인프라는 시 차원에서 갖춰져 있는 반면에 임상·의사 및 과학자 숫자가 부족해 추후에는 대형 제약사와의 협업을 활성화할 방침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로써 포항을 ‘수소 시대의 선도 도시’, ‘녹색 성장 중심지’, ‘철강 기술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 포항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삼각축’ 포항 철강산업의 회복을 위해 철강업계는 다섯 가지 우선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포항철강산업단지의 국가산단 승격이다. 포항철강산업단지 전 구역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해 세제·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 경쟁력과 지역 일자리 창출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둘째, 환경 인프라에 대한 국비 지원이다. 폐수 처리, 오염 저감, 재활용 설비 등 친환경 인프라 구축에 안정적인 국가 예산을 투입해 기업들의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셋째, 공동 물류·에너지 인프라 구축이다. 물류창고, 스팀·압축공기 공급망 등 공동 인프라를 마련해 영세 철강기업들의 스마트화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넷째, 통상 공동 대응 채널 운영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 등 통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업계·협회가 함께하는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출 시장 다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탄력 근무제 도입 논의다. 계절별 수요 변동과 수출 집중 시기에 맞춰 노사 간 탄력적 근무제를 도입해 생산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이다. 철강업계는 이러한 법·재정·민관 협력의 삼각축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포항이 다시 ‘대한민국 철강의 심장’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포항시가 처한 현재의 복합 위기는 구조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정부·지자체·기업이 속도감 있게 협력할 때 지역 산업 생태계는 회복 탄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화에서는 포항철강산단의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포항 내 철강사들이 어떤 전략과 청사진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스틸데일리 이명화 기자(lmh@steelnsteel.co.kr)·곽단야 기자(ykd230614@steelnsteel.co.kr)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