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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수술 위해 포항을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내 꿈이었다. 이제 그것이 실현돼 너무 기쁘다"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4-11-04 21:10 게재일 2024-11-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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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세명기독병원<br/>유방갑상선암센터 백남선 원장 인터뷰
유방갑상선암센터 백남선 원장이 수술 환자 회진을 하고 있다.
유방갑상선암센터 백남선 원장이 수술 환자 회진을 하고 있다.

사실 암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이 서울의 ‘빅5 병원’을 떠올리는데, 포항세명기독병원은 이런 편견을 깬 흔치 않은 병원으로 손꼽힌다.

전국 각지의 환자들이 치료 잘하는 의사를 찾아 수도권 병원에서 지역 병원으로 U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 실제로 많은 환자가 포항세명기독병원행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병원 백남선 원장은 유방암 분야의 세계적 명의로 정평이 나있다. 백 원장은 지난 2021년 인생 2막을 고향도, 오래 살아온 도시 서울도 아닌 ‘포항’에서 열기로 했다. 그가 포항에 내려온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유방암 분야 최고 권위자 백남선 원장을 지난 1일 만나 ‘유방암 예방과 극복’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1년 9월 원장으로 부임… 유방암·갑상선암 수술 500여 건 성공적으로 진행

환자 중심의 가치관 갖춘 우수한 의료진과 최첨단 의료 장비·입원실 등 갖춰

“항상 긍정적인 마음 갖고 웃는 것… 암 예방과 건강한 삶 유지에 중요한 역할”

□ 우리나라 여성암 1위인 유방암이 급증한 원인은 무엇이며, 어느 연령대의 발병률이 가장 높나.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유방암 환자는 2만8000명으로 여성암 1위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40대 발병율이 가장 높고 50대, 60대, 30대 순서로 많다.

 특히 최근 들어선 30대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직장생활 하는 여성이 늘면서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고칼로리 음식 섭취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 피임약 복용이 늘고 첫째 아이 출산은 늦어지는데 반해 모유 수유 기간이 짧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다.

□ 백 원장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서울대 의대 입학을 시작으로 오랜 시간 서울에서 생활을 해왔다. 흔히 명의들이 은퇴를 고려하면 유명 병원에서 서로 모시려고 한다. 하지만 백 원장은 서울 지역 병원에서의 수많은 스카우트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돌연 ‘포항행’을 택했다.

-포항은 한국 경제의 주춧돌인 포스코와 세계적인 대학인 포스텍이 있는 지역으로, 글로벌 의료 활동을 펼치기에 이상적이라고 판단했다.  2021년 9월 포항세명기독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 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지난달 14일까지 유방암 및 갑상선암 수술 500여 건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부분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제 병원은 유방암과 갑상선암 전문 치료를 위해 환자 중심의 가치관을 갖춘 우수한 의료진과 최첨단 의료 장비, 암환자를 위한 입원실 등 두루 여건을 갖춘 상태가 만들어져 있다.

 진료 프로세스도 진척됐다.  그간 진단된 암에 대해 다각적인 분야에서 환자의 상태를 진료하는 최신 치료법인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적용하고 빠른 진단검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암환자의 기다림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세명기독병워에서도 당일 진단 후 일주일 이내에 수술과 시술을 시행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암환자의 불안감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이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진료를 해보면 지역 주민들이 보내주는 신뢰도를 느낄 수 있는데, 더 노력해 질 높은 의료서비스로 보답하겠다.  최근에는 수술 후에 항암제 치료가 꼭 필요할지를 알아보는 유전자분석법을 미국연구소와 협업해 실제 우리 환자들에게 응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나의 특기인 환자들의 생존율과 외적 여성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고려한 ‘암수술 후 동시재건술’이 인기다.

 포항뿐만 아니라 서울, 대구,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에서 환자들이 찾아오고, 심지어 미국, 영국, 중국,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도 환자들이 래방한다. 그들로부터 서울의 어느 대학병원보다 못지않은 치료를 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때는 뿌듯하기도 하다.  

 지금 우리나라 지방 의료체계를 두고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포항에 내려오면서 지방에서도 ‘최신의 기술로 암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행이 내 목표가 잘 안착돼 그동안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만 했던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시간과 치료비용을 최소화시켜줬다고 자부한다. 

□ 1986년 당시 유방 전 절제 없는 유방보존술을 연구한 계기와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당시는 유방암에 걸리면 유방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도 암이 전이됐다. 마침 그때 방사선치료기가 구비돼 있던 원자력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던 터라 부분 절제를 하고 방사선 치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배 교수님들로부터 “위험하다. 조직을 살리면 암이 재발할 확률이 높아질 텐데 어린놈이 뭘 안다고 그러느냐”고 그 방식을 나무랐다. 오기가 생겨 더 연구를 거듭했고, 마침내 절제를 하지않고도 유방암을 퇴치하는 나만의 치료법을 개발해 냈다. 

 기억에 남는 환자는 많다. 결혼도 안 했는데 유방암 수술을 받게 된 약사가 유방을 다 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울었다. 또 수술 후에 이혼을 당하거나, 신체적 약점에 따른 자괴감으로 먼저 이혼을 제안한 여성, 극단적 선택을 하는 여성, 직장생활을 포기하거나, 산으로 들어간 여성도 있었다. 어떤 환자는 목욕탕을 못 간다고 하길래, ‘팔 없는 사람도 가는데 왜 못 가느냐’고 했지만 당사자는 그게 아니었다. 여성들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았고, 그것이 나만의 길을 가게 한 동인을 만들었다.

  최근 유방보존술은 유방 모양을 원래대로 갖추기 위해 수술 후 빈 공간에 팰릿 생체조직인 ADM을 채워넣는다. 쉽게 말해 사람 피부로 만든 알갱이다.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밥은 먹고살았을 거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지 못한 꽃을 보려면 다른 길을 개척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유방암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식습관 영향이 가장 크다. 전체 암 원인의 35%가 잘못된 식습관이다.

 암(癌) 자를 보면 입(口)이 산처럼 쌓여서 완성된다. 많이 먹고, 잘못 먹고, 맛있는 것만 먹어서 생기는 게 암이다. 여성호르몬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데 폐경 여성 중에 삶의 질을 높이겠단 이유로 여성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분들이 많은데 상당히 위험하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웃으면 암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 마지막 한 말씀 부탁 드린다.

-우수한 의료진, 최첨단 방사선치료 장비와 시설시스템을 갖춘 지역 병원이 있다면 지역에서 암 수술받는 것이 환자에게 더 이득이다. 암 환자는 늘 불안감을 가지는데 굳이 대학병원을 찾아 한달, 두달 대기하면서 불안감을 키울 필요가 없다. 재수술 비율도 선진국에서는 20% 이상이나 우리 병원은 병리 의사가 진행하는 동결절편생검술을 수술 중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춴 놓아 재수술이 지금까지 없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지역 병원에서도 충분히 암 수술이 가능함을 우리 병원 암 수술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백남선 원장
백남선 원장

백남선 원장은

서울대 의과대학 입학을 시작으로 50년간 임상의사로서 서울의 원자력병원장, 건국대학교병원 병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여성암병원 병원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또 학생과 수련의들의 교육, 연구, 진료는 물론, 세계학회에서 기조강연(keynote lecture)을 수차례 해 오는 등 한국의 의료 수준을 세계에 알려왔다. 이 업적을 평가받아 한국 및 아시아 유방암학회장도 역임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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