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철강산업대상 수상자
철강 히어로 상-박태한, 직원과 회사 동반성장 기업가치 실현
“지역 사회의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박태한 애경특수도료(주) 대표이사는 업계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다양한 분야에 경영 능력을 발휘해 직원과 회사가 동반성장하는 기업가치를 실현했다.
신규 생산공장 설립으로 고용 창출에 앞장서고 있으며 안전한 사업장 조성을 위해 다양한 업무 개선,직원복지 증진을 위한 적극적이 투자,상생 노사문화 정착,사회공헌활동을 통한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김태연, 근로자 복지·안전 정착 기여
“산업 재해 예방에 공헌하겠습니다”
김태연 (주)그린바이로 대표이사는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원동력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근로자 복지 및 안전 보건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
인근 지역 주민들과 잦은 대화와 교류를 통해 주민들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등 상생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매사에 솔선수범하고 봉사하는 자세로 직원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철강 프런티어상-석진, 기술·제품 개발과 업무시스템 개선
“철강, 배터리 등 산업 분야에 기여하겠습니다”
석진 (주)동연중공업 대표이사는 지속적인 신기술, 신제품 개발과 업무 시스템 개선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다. 특히 산업 현장의 안전과 작업 공정 개선을 통한 원가 절감,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온화하고 차분한 성품으로 직원들과의 유대 관계가 좋으며 대·내외적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북도지사상-김주석, 무사고·무재해 사업장 달성 공헌
“회사 발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김주석 현대종합금속(주) 책임은 투철한 직업관과 주인 의식을 바탕으로 사업장 생산성을 개선하고 무사고,무재해 사업장 달성에 공헌했다.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을 바탕으로 직원들의 모범이 됐다. 기업의 매출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해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 했다. 사내 구성원 간 화합만이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살 길임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했다.
동반성장상-박현규, 대·중소기업 간 동반 성장 촉진 유도
“상생 협력 사업을 통해 동반 성장하겠습니다”
박현규 OCI(주) 포항공장 공장장은 투철한 직업관과 상생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산업 평화 정착과 대·중소기업 간 동반 성장 촉진을 유도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으로 지역 사회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데 노력했다. 포항지역 화학 안전공동체 주관사로 활동하며 지역내 중소기업들의 화학물질 안전관리 지원 및 비상 상황 시 공동 대응했다.
포항시장상-양진우, 근면 성실한 자세로 맡은 업무 수행
“업무 효율화로 생산성을 높이겠습니다”
양진우 밸프(주) 차장은 구매, 생산, 총무 업무 등 사내 모든 업무를 경험해 본 이력으로 동료 및 부서 간 원활한 소통을 유지하고 항상 근면 성실한 자세로 맡은 업무를 수행했다. 여성,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 금지 및 처우 개선을 회사에 요청 후 실행했다. 2공장 가동 안정화 및 신규 외주업체 확보로 회사의 매출 안정화와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제 8회 스틸에세이 공모전
건축물 철제 부속물 지네철 소재로 한 김동식 씨 ‘지네철’ 대상
전국에서 모인 스틸과 관련한 추억이 담긴 수필 작품 400여 편 출품
일반 엄경애 ‘호미’·청소년 박민주 ‘밥 한 숟가락과 어머니’ 금상 영예
경북매일신문이 주최·주관하고 경북도, 포항시,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이 후원하는, 철(스틸·steel)을 소재로 한 창작 문학작품 공모전 ‘스틸에세이 공모전’ 제8회 수상자들이 결정됐다.
제8회 스틸에세이 공모전 심사위원회는 지난 25일 심사를 진행, 김동식(65·경북 포항시)씨가 응모한 수필 ‘지네철’을 대상작으로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일반 부문 대상 작품 ‘지네철’은 목조 건축물의 지붕을 고정하는 작은 철제 부속물인 지네철을 사물과 사물, 관계와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로 해석하는 깊이 있는 통찰을 담아낸 작품이다. 대상 수상자 김동식 씨는 개인적인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비록 눈에 띄지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네철처럼 사람의 삶이 관계를 견고하게 지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에세이 소재로 지네철을 발견한 김씨의 밝은 시선과 함께 작품을 이끌어가는 문장이 일관되게 안정적인 점이 호평 받았다.
금상은 엄경애(서울특별시 강서구)씨의 ‘호미’, 은상은 양은경(서울시 중랑구)씨의 ‘클립, 클립’, 동상은 정재우(서울특별시 관악구)씨의 ‘아버지와 철반지’, 이현기(광주광역시 남구)씨의 ‘이제라도 당신의 덴 손을 잡아드리고 싶습니다.’등이 최종 수상작으로 각각 결정됐다.
가작은 김주태(인천광역시 서구)·이병언(경기도 김포시)씨가 뽑혔다.
청소년 부문 금상의 영예를 안은 박민주(구미오상고 2년) 학생의 ‘밥 한 숟가락과 어머니’는 ‘철-숟가락-밥=어머니의 아낌없는 사랑과 응원, 격려’로 이어지는 뚜렷한 주제와 구성의 안정감은 물론 문장 표현력이 뛰어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은상은 이율찬(경기도 김포 푸른솔중학교 2년) 학생의 ‘기분 좋은 쇠 비린내’, 동상은 최서인(전북 익산 원광여고 3년) 학생의 ‘철은 날카롭기만 하지 않는다’, 박신후(포항 대동중학교 1년) 학생의 ‘철로 발달한 AI 기술’ 등이 최종 수상작으로 각각 결정됐다.
가작은 박진영(대구 천내중학교 1년), 박시원(포항 대동중학교 2년), 김지훈(포항 대동중학교 2년) 학생이 뽑혔다.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은 현대문명의 상징이자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돼온 철강산업의 소중함을 함께 나누고 재도약을 기원하기 위해 마련한 전국 유일의 철(鐵·Steel)을 소재로 한 수필 작품 공모전이다. 포항시·경북도 주최, 경북매일신문 주관으로 치러진 공모전은 올해가 여덟 번째다.
지난 8월 19일부터 10월 20일까지 국내외 거주자(기성문인 제외)를 대상으로 미발표된 순수 창작품을 접수한 올해 공모전에는 경북을 비롯 서울, 강원 등 전국에서 스틸과 관련한 추억이 담긴 수필 작품 400여 편이 출품돼 △일반부 대상 1점, 금상 1점, 은상 1점, 동상 2점, 가작 2점 △청소년부 금상 1점, 은상 1점, 동상 2점, 가작 3점 등 모두 14점이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회는 “철이라는 공통된 주제였기에 결국 같은 주제로 얼마나 색다른 구성을 하고 창의성 있는 문장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느냐에 초점을 두어 심사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며 “‘제8회 스틸에세이 공모전’ 수상작들은 철이라는 소재를 매개로 사람의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창의적으로 바라본 애씀이 돋보이는 좋은 작품들이었다”고 평가했다.
대상 수상 소감
김동식(65·포항시)
“본향으로 가신 부모님께 이 소식을 전해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실까요”
수필 한 편을 다듬어 쓰면서 모양이 이루어져 갈 때 그 과정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저에게 큰 상으로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공학 교육에만 전념하다 문학의 길이 가능할까, 글쓰기에 문외한인 공학도가 흥미를 가지고 글 공부를 할 수 있을까. 망설이고 주저하며 몇 해 동안 문학 강좌를 귀동냥했습니다. 퇴직 무렵부터 관심을 가졌던 수필은 쓸수록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걸핏하면 문장이 실타래처럼 꼬이고 생각은 엉켜 긴 밤을 헤매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시간들이 밑거름 되어 한 줄씩 조심스레 나아갔습니다.
문화해설사 봉사활동을 하다가 어느날 우연히 지네철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벌어지고 찢어진 곳을 꿰매어 안전하고 튼튼하게 연결하는 역할이 신선하게 와 닿았습니다. 주로 목조건물에 사용되는 쇳조각 편린을 찾아 먼저 경주, 포항 지역의 사찰을 둘러 보았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 형태를 가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장흥의 보림사에서 물고기 모양의 지네철을 만나기도 하였습니다.
건물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 지네철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벌어지고 틈이 생긴 자리에 덧대어야 할 매개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 사회, 국가에 벌어지는 갈등을 봉합해 줄 지네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 저 또한 드러나지 않는 구석에서 아주 작은 지네철이라도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스틸에세이 공모전에 글을 보내고 곧바로 떠난 여행에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만났습니다. 배를 타고 폭포 곁을 지날 때 쌍무지개가 뒤따라왔습니다. 그때의 기분과 지금의 기쁨이 섞여 가슴이 사뭇 두근거립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또 다른 시작을 향해 정진하겠습니다. 문학의 토양을 넓혀주신 우리 수필 선생님과 같이 공부하는 문우들, 평생을 함께 한 사랑하는 아내, 두 딸 가족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스틸에세이 공모 기회를 주신 경북매일신문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환갑을 겨우 넘기고 본향으로 가신 부모님께 이 소식을 전해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실까요.
제 8회 스틸에세이 대상 수상 작품
나무와 나무를, 사람과 사람을 아우르는 묵묵한 지네철 처럼…
김동식씨 ‘지네철’
여름휴가를 온 딸 가족과 경주에 갔다. 손자가 궁금해하는 첨성대를 먼저 보고 계림 숲에 들른 다음 곧바로 불국사로 향했다. 사찰 입구 소나무 숲이 우리를 시원하게 맞이했다. 청운교, 백운교 다리를 넘어 부처님 나라에 들어섰다. 석등 불구멍 창을 통해 본 대웅전 큰 어른은 나에게 손자들과 같이 왔냐며 염화시중의 미소로 반겼다. 아이들은 다보탑 앞으로 달려갔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물이 신기한지 다보탑과 석가탑을 번갈아 오가며 한참 감상했다. 나도 느긋하게 절을 둘러보았다.
무엇보다 내 눈길을 끈 것은 지네철이었다. 불국사 극락전 맞배집 지붕널 사이를 지네철이 연결하고 있었다. 나는 평소 문화해설 봉사활동을 하면서 전통문화재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는데 지네철을 가까이 보기는 처음이었다. 지네철은 건축물의 지붕널 벌어짐을 잡아주는 쇠 장식이다. 지네 모양이지만 언뜻 물고기의 뼈와 꼬리를 닮기도 했다. 꺽쇠 기능에 예술성이 가미된 독특한 장식이다. 철강 도시 포항에 살지만 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나 같은 사람은 철조각이 박공널을 연결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철물은 삼국시대부터 요긴하게 쓰였다. 실제로 동궁월지에서 자물쇠, 가위, 문고리 등 철재류가 출토되었다. 관정 꺽쇠 쇠못은 흔한 편이고, 불국사 극락전 지네철이 말해주듯 목조건물에도 사용하였다. 건물에 어긋남이 생기거나 보수할 때 필요했을 텐데 다른 것들과 달리 지네철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
궁전과 사찰에 지네철이 부착되어 있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그 모양이 지네에서 맵시 있게 변형하여 다양했다. 경복궁 사정전과 수덕사 대웅전은 꽃잎 모양, 운현궁 이로당은 둥근 지네 발 모양으로 형상화하였다. 또한 봉정사 대웅전은 날개를 편 새 모양에 복과 장수를 바라는 글자를 새겼다. 이렇듯 다양한 문양으로 장인의 미적 욕구를 표현한 것이 놀라웠다.
포항 보경사 여러 목조건물 널에도 지네철이 붙어있다. 꽁치 뼈 모양은 물론이고 뼈가 많은 청어 닮은 형상도 있다. 일찍이 관목어를 과메기로 만들어 먹은 해변 도시에 철강회사가 자리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현대는 목조건물뿐 아니라 시멘트벽에도 강철 볼트 너트로 꿰맨다. 국가기간산업인 철강생산뿐만 아니라 하찮아 보이는 지네철같이 나무와 나무를 아우르는데 사용하는 철을 생산하는 포항시민 자부심을 가진다.
내 몸에도 지네철 모양의 자국이 있다. 오른쪽 다리에 남아있는 상처의 흔적이다. 어릴 때 고향 뒷산에서 같이 놀던 친구가 낫으로 나무를 베다 내 다리를 쳤다. 피가 펑펑 쏟아지는 상처를 수건으로 동여맨 채 자전거에 실려 20리 밖 경주병원으로 갔다. 울며불며 꿰맨 상처가 60년이 지난 지금도 다리에 지네처럼 선명하게 붙어있다. 그 후 난 흉터 때문에 반바지 입기를 꺼렸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 또한 내 살과 살을 연결하여 아물게 해 준 지네철이었다.
그런가 하면 보이지 않는 지네철이 있다. 곳곳에 필요하고 또 존재한다. 가정, 직장, 사회에서 어긋나거나 벌어져 덧대야 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형제간 우애에 보강대가 필요하고 집안 행사에서 의견 충돌로 널이 서로 뻗대면 바로 잡아야 한다. 세대 간 관점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지네철의 역할이 필요하다.
건축물의 그것처럼 사람 사이의 지네철도 드러나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으스대며 힘자랑하거나 뽐내고 튀는 자세는 지네철 역할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강철이면서도 서로 뻗대는 양쪽을 끈끈하게 하나로 아우르는 쇠 장식처럼 야무지면서도 인정 있게 양쪽을 보듬는 지혜와 공감력이 필요하다.
우리 집에는 두 딸이 지네철 역할을 한다. 나는 아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지만 아내는 양육을 힘들어하며 딸 둘만으로 만족하였다. 난 그것이 야속하였고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우리 부부는 한동안 말 없는 평행선 속에서 살았다. 나는 직장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고 집안일과 아이들 교육은 온통 아내 몫이었다. 아내도 직장이 있어 힘들었을 텐데 모른 척했다.
감정이 격해져 충돌이 있을 때는 꼬마 아가씨들이 나섰다. 안마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며 애교로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돌이켜보면 두 딸이 우리 부부를 다정하게 이어주었다. 경복궁 꽃망울 쇠 장식보다 몇 배나 더 곱고 사랑스러운 지네철이었다. 자라서도 그 역할은 계속되었다. 집안일에 솔선수범하고 일가붙이 사이에서도 아들 못지않게 의견 조율과 교통 정리를 잘하여 어른들로부터 칭찬을 받곤 하였다. 특히 큰딸은 때맞춰 결혼하여 늠름한 사위와 두 손자를 안겨주었으며, 이제 3대를 돈독하게 엮는 일에 애쓰고 있다. 딸들의 지네철 역할은 현재 진행형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하여 다독이며 봉사하는 사람이 많다. 장애인을 돕거나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친구들도 가교역할을 잘하고 있다. 불협화음과 문제성이 있는 단체는 그곳에 몸담았거나 그 분야를 아는 사람이 지네철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퇴직 교사인 친구가 대안학교에서 학교생활 적응력을 높여주고 사회 진출을 위한 기본 소양 교육을 기꺼이 담당하였다. 나는 학창 시절 야학에서 학생들과 검정고시 준비를 해 준 경험이 있다. 직장 퇴근 후 오는 학생들과 공부한 시간이 보람찬 지네철 같은 역할이었으리라.
지네철은 쇠의 숨겨진 미덕이다. 쇠란 완강하고 무거운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작지만 섬세한 모양으로 물체와 물체를 다잡아 하나로 묶는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강하면서 부드러운 드러나지 않는 일꾼이다. 그것이 있어 건물과 건물이 제대로 서고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간다. 지네철이 삶을 지탱한다. 모양은 별로 없지만 나도 보이지 않는 한구석에서 한 조각 지네철이 되고 싶다.
청소년부 금상 수상 작품
‘밥 한 숟가락과 어머니’
아침이면 내 잠결을 깨우는 익숙한 소리가 있다. 누군가 나보다 먼저 일어나 하루를 먼저 시작하는 부지런한 소리다. 그 소리는 대부분 무언가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다.
나는 얼른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않고 그 소리가 더 경쾌하고 요란해질 때, 쇠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때, 천천히 일어나곤 한다. 숟가락과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 그릇과 접시 부딪히는 소리.
밥 짓는 냄새가 방 안까지 스며든다. 나는 세수를 하고 칫솔을 물고 이리저리 오가며 학교 갈 준비를 서두른다. ‘5분만 더 일찍 일어날 걸….’
아침은 늘 분주하다. 어머니는 늘 같은 시간에 나를 부르신다. “00야 밥 먹어라.” 형광등 불빛에 숟가락이 반짝인다. ‘뭐야? 쇠붙이가 언제부터 저렇게 반짝였어?’ 오늘따라 유난히 반짝거리는 숟가락을 새삼 멍하니 바라본다. “00야, 뭐 하니? 퍼뜩 밥 안 먹고. 밥 다 식는다. 어서 먹어” 내 그릇에 밥 한 주걱 담으며 어머니께서 재촉하신다. 어머니의 이런 모습은 내가 어릴 때부터 한결같다.
나는 항상 숟가락을 보며 생각한다. 차갑고 무거운 쇠붙이가 어떻게 이리도 고급스런 숟가락으로 태어나 세상의 모든 인류에게 밥을 먹이는 것일까. 언젠가 TV에서 본 것 같다. 거칠고 둔탁한 쇠가 고온에 달궈진 채 수백 번의 연마 과정을 거치며 악기나 의료용, 그릇이나 수저, 또는 공구나 기계, 부품 등 세상 어떤 것이든 필요한 용도로 탈바꿈한다.
내가 지금 빠져 있는 것은 이 반짝이는 숟가락이다. 어렸을 때는 작은 숟가락을 썼지만, 언제부턴가 내게도 어른용 수저가 주어졌다. 무겁게 느껴졌지만 내가 감당해야 할 숟가락의 무게라고 여겼다. 숟가락이 어른용으로 바뀌면서 어머니가 주시는 밥의 양도 늘었다. 어머니가 준비한 밥과 수저 앞에 앉을 때면 왠지 모를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매일 반복 되면서 나는 오만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아침이면 더 그랬다. 잠도 덜 깬 상태에서 학교에 갈 스트레스까지 더해졌기 때문일까. 밥을 먹는 일이 점점 귀찮았다. 아니 짜증이 났다. 이부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싫었지만,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서둘러야 하니 심적인 부담이 컸다. 어머니가 차려놓은 밥은 고스란히 내 일상에서 밀쳐버리곤 했다. “나중에 먹을게요.” 밥을 준비한 어머니에 대한 예의는 묵살한 채 오로지 내 입장의 대답은 단답의 거절이었다.
기껏해야 쇠붙이였다. 숟가락은 항상 차가웠다. 새벽 공기처럼 서늘했다. 입술에 닿을 때의 불쾌감처럼 내 싸늘한 거절이 그렇게 어머니의 가슴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내가 먹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매일 식탁에 아침밥과 수저를 올려놓고 나를 기다리셨다. 그 차가운 쇠붙이로 나를 기다리는 어머니가 싫어 애써 외면했다. 아니 피하고 싶었고, 도망치고 싶었다.
어느 차디찬 겨울이었다. 심한 몸살로 내가 사경을 헤맬 때였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되지 않을 때 입술을 타고 따뜻한 무언가가 조금씩 조금씩 흘러들었다. “00야, 삼켜. 이러다가 큰일 나. 어서 삼켜” 어머니의 바람도 무색하게 나는 다 게워 냈다. 며칠이 흘렀는지 모른다. 내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을 때,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쇳소리가 나고 얼굴은 한껏 야위어 있었다. “엄마~” 그제야 알았다. 내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 어머니는 밤낮으로 내 곁에서 먹지도 자지도 않고 나를 지키셨다는 걸.
어머니가 내미는 숟가락의 의미가 조금씩 달리 느껴진 건 그때부터였다. 매일 아침, 어머니는 여전히 그 차가운 숟가락에 따뜻한 밥을 떠서 내게 내미신다. 그 거대한 숟가락에 담긴 밥 한술은 그저 한 끼 식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내게 전하는 최선의 정성이요, 밥 굶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다. “밥 먹고 힘내.” 밥 한 숟가락에 담긴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응원과 보살핌이었다. 어머니가 건네는 그 한 술의 밥은 무겁지도 크지도 않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작지도 않다. 그 밥엔 어머니의 모든 바람이 담겨 있다. 걱정과 연민, 배려와 사랑,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힘의 원동력까지 말이다. “밥 먹어” 단순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정성과 사랑이 그 작은 한 숟가락에 다 담겨 있다. 내가 바쁘고 지쳐 있을 때, 어머니는 항상 밥 한 숟가락으로 나를 감싸안는다.
내가 학교에서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방에 들어가려던 나를 어머니가 조용히 불러 세우셨다. “밥 먹고 들어가.” 어머니는 이번에도 숟가락에 밥을 떠서 내게 내미셨다. 그러고 보니 종일 굶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그 밥 한 숟가락의 무게를 실감했다. 쇠붙이 숟가락이 주는 차가운 감촉이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그 차가움 너머에 있는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어머니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숨겨진 사랑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언제나 조용히 나를 위해 그 자리에 계셨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고등학교 1학기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다음날의 시험을 위해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잠에 들었던 새벽, 어머니는 평소처럼 일어나셔서 아침을 준비하셨다.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겨우 눈을 떴는데,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밥 먹어라” 어머니는 여전히 숟가락에 밥을 얹어 내미셨다. 시험 준비로 지치고 힘들었지만, 순간 어머니의 숟가락이 위로가 되었다. 숟가락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이제 나는 차가운 숟가락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었고, 나에게 있어 그 철 숟가락은 이제 어머니의 사랑을 상징하는 작은 의식이 되었다.
어머니의 손에서 건네지는 그 한 숟가락의 밥은 이제 내 삶에서 더없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쇠붙이 숟가락은 단순한 식사용 목적이 다가 아니다. 어머니가 나를 위해 새벽부터 준비한 하루의 정성, 그리고 나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이다. 언젠가는 나도 어머니처럼 누군가를 위해 매일 아침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을 떠줄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나는 어머니가 내게 주신 그 차가운 숟가락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기억하며, 그 사랑을 전하리라. 오늘도 계속되는 어머니의 집요한 밥 한 숟가락은 시대를 초월한 영원한 사랑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아침이다.
금상 수상 소감
박민주 (구미 오상고등학교 2년)
나를 되돌아보는 귀한 시간… 성장 발판으로
진정성 있는 글로 또 다른 이야기 시작
어릴 적, 제가 쓴 첫 번째 글을 기억합니다. 그때의 순수한 열망과 진정한 감정이 담겼던 그 글은 지금의 저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면서, 저는 그 안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대회는 저에게 단순한 공모전을 넘어, 제 자신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며 열심히 준비했기에 이번 수상이 더욱 뜻깊습니다.
이 대회를 통해 제 이야기가 다른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게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 수상은 저에게 새로운 시각과 깨달음을 선사한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를 마련해주신 경북매일신문사와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이번 대회를 통해 아직 보지 못한 세계와 마주하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소중한 경험을 발판 삼아 저 자신을 더욱 단단히 다지며, 진정성 있는 글로 또 다른 이야기를 써나가고자 합니다.
심사평
‘스틸에세이공모전’은 ‘철의 숨은 이야기: 일상에서 만나는 철의 다양한 모습’이라는 뚜렷한 주제를 제시한다.‘철(鐵)’이라는 물질이 어떻게 변화하여 인간의 삶 깊숙이 스며들어가 재해석되는지를 요구하는 공모전이다. 철과 연관된 소재와 주제로, 삶을 어떻게 문학 작품으로 건져 올리는지의 과정은 심사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제8회 스틸에세이공모전’에 작품을 투고한 분들은 평소 읽기와 쓰기의 중요성을 깊게 터득하고 계실 것으로 보여진다. 투고된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철을 사람의 삶에 견주어 재해석하는 관점을 주목하며 읽었다.
일반부 대상 수상작인 ‘지네철’을 쓴 김동식 님은 사물을 창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작품의 소재인 지네철과 주제에 어울리는 어휘와 문체 사용, 작품을 이끌어가는 안정적인 문장 등이 에세이의 품격을 높여줬다.
청소년부에서는 결국 같은 주제로 얼마나 색다른 구성을 하고 창의성 있는 문장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느냐에 초점을 두어 심사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철’이라는 주제에 몰입하면서도 자신의 경험과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담아낸 글을 우선으로 우수작품으로 선정했다. 청소년부에서 지나친 문학성이나 예술성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다만 틀에 박힌 소재로도 삶에 대한 변화가 일어난 글에는 점수를 더했음을 밝혀둔다. /심사위원
양진오(대구대 문화예술교양학부 교수)
김경민(경상대 국문과 교수)
박시윤(수필가)
/윤희정기자·이부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