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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를 사랑한 자매 슬픈 사연 간직… ‘자매의 화신’ 별칭

등록일 2024-10-16 18:55 게재일 2024-10-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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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경주 오류리 등나무 노거수
천연기념물 제89호로 지정된 경주 오류리 등나무 노거수.

청춘 남녀의 사랑은 무엇일까? 활활 타오르는 불같기도 하고 때로는 차가운 얼음 같기도 하여 우리의 감성과 이성을 드나들면서 이성을 마비시키곤 한다. 음식처럼 매콤달콤하여 그 맛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시고 짜서 멀리 도망치기도 한다. 도무지 그 한계랄까, 크기와 깊이를 짐작할 수도 없다. 느낌만 있고 형체도 냄새도 소리도 없는 것이 귀한 하나뿐인 목숨줄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참으로 신출귀몰하고 변화무상하다. 극과 극을 오가면서 하늘처럼 넓고 바다만큼 포용력이 있는가 하면 바늘처럼 좁고 손톱만큼도 이해력이 없기도 하니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러하니 사랑을 누군가는 눈물의 씨앗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달콤한 솜사탕이라 하지 않았나 싶다.

 

서라벌 말달리기 경기 구경간 자매

한 낭도와 동시에 사랑에 빠지지만

얼마 후 청년은 전쟁터에 나가 전사

연못 투신한 두 처녀 등나무로 환생

키 17m, 둘레 1.5m로 300살 추정

나비 모양 꽃 향기 일품 열매는 식용

꽃잎 베개 넣으면 애정 도움 속설도

인기 속에 방영되었던 모 방송국의 일일연속극 ‘우아한 모녀’를 즐겨 시청했다. 내용은 한 청년을 사랑하는 두 자매의 슬픈 이야기이다. 동생이 약혼까지 한 청년을 어릴 적 유괴당한 언니가 나타나면서 파혼이 되고 그로 인한 자매간의 갈등을 다룬 연속극이다. 한 남자를 두고 자매가 서로 사랑하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벌어지는 미움과 증오의 사랑싸움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긴장감과 함께 전개되는 드라마에 분노하기도 하고 애를 태우면서 다음 회를 기다리면서 문득 천연기념물 제89호로 지정된 경주 오류리 등나무 노거수 가 떠올랐다.

경주시 현곡면 오류리 527번지에 있는 등나무는 자매의 화신이라 불리기도 한다. 청춘남녀의 슬픈 사랑의 전설을 가지고 있다. 특히 드라마 속 자매 같은 갈등을 겪는 사람이라면 오류리 등나무를 탐방해 보면 어떨까. 2002년 생육 상태를 조사한 기록에 의하면 등나무 나이 300살, 키 17m, 몸 둘레 1.5m, 앉은 자리 폭이 20.4m로 되었다. 나이 300살이라 추정된다고 하였으나 콩과 식물이면서 덩굴식물인 등나무는 일반 수목처럼 수령, 키, 수관 폭을 적시할 수 없는 모듈 생물체이다. 키란 것도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간 높이를 말하는 것이고 그 나무가 고사하면 바로 땅으로 떨어져 버리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수관 폭 역시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등나무 노거수 내부 모습.
등나무 노거수 내부 모습.

그러나 경주 오류리 천연기념물 등나무 아래를 들어갔을 때 어둡고 깊은 숲속 같은 느낌을 받아 놀랐다. 슬픈 사랑을 간직한 자매의 화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애도의 마음을 가졌다. 전설대로 오류리의 등나무는 천년을 훌쩍 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청년을 연모한 자매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선택한 죽음이 갈등의 한 축인 등나무로 환생하였다니 아이러니하다. 칡도 등나무와 마찬가지로 콩과 식물로 덩굴나무이다. 지지대가 없으면 하늘 높이 올라갈 수 없다. 서로 타고 올라가는 방향이 달라 칡과 등나무가 만나면 뒤얽히어 도저히 풀 수 없는 그런 상태가 된다.

갈등(葛藤)이란 말은 칡의 갈(葛)과 등나무의 등(藤)을 합쳐서 만든 말이다. 칡과 등나무는 갈등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게 꽃은 아름답고 향기롭다. 칡의 뿌리는 식용으로 어린잎과 꽃은 약용으로 사용한다. 이에 못지않게 등나무 마찬가지로 꽃은 향기롭고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자주색 나비 모양의 꽃송이는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열매는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공원이나 정원에 칡은 볼 수 없지만, 등나무는 흔하게 볼 수 있다. 등나무의 짙은 그늘과 자주색 꽃의 향기와 아름다움에 반해 마을 계곡에 자라는 등나무 두 그루를 채취해 와 정원에 심었다. 지금까지 10여 년 넘게 반려목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봄에는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여름에는 녹음과 시원한 그늘을 해가 거듭될수록 더 많은 선물을 받고 있다.

먼 옛날로부터 내려오는 오류리 등나무의 슬픈 전설은 “옛날 서라벌 현곡에 한 농부가 홍화(紅花), 청화(靑花)라는 예쁜 두 딸을 데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사이좋은 두 자매는 지난해 추석날 젊은 낭도들의 말 달리는 경기장에 갔다. 그곳에서 많은 젊은이 중 특히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는 한 청년을 짝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두 자매는 속마음을 숨기고 혼자만 사랑을 키워 갔다. 당시 전쟁터로 나가는 애인에게 처녀들은 꽃다발을 던지는 풍습이 있었다. 어느 날 전쟁터로 나가는 짝사랑하는 청년에게 두 자매가 함께 ‘잘 다녀오세요!’라고 외치며 꽃다발을 던졌다. 서라벌 처녀들은 애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용사들에게 용기를 돋우어 주기 위해서 꽃다발을 바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날로부터 두 자매가 서로 같은 청년을 사랑함을 알고 심한 갈등에 빠졌다. 다정하고 착한 자매였기에, 서로 양보하기로 결심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청년이 전사하였다는 소식에 두 자매는 함께 울었다. 남의 눈을 피해 자매는 언제나 같이 놀던 연못가에서 하늘을 원망했다. 그 청년이 없는 세상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두 자매는 꼭 껴안은 채 연못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곳에 두 자매의 영혼이 등나무로 환생했다”는 것이다.

등나무 노거수 줄기 모습.
등나무 노거수 줄기 모습.

이런 슬픈 사연을 간직한 자매의 화신 등나무는 사랑의 묘약으로 둔갑했다. ‘등나무의 꽃잎을 말려서 신혼부부의 베개 속에 넣어두면 부부의 애정이 두터워진다.’라고 하거나 ‘사랑이 식어버린 부부들이 잎을 삶아 먹으면 사랑이 되살아난다.’라고 하는 이런저런 믿지 못할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사랑이란 역시 무엇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가 보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거나 사랑하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고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삶의 끈을 놓는가 하면 사랑하기 때문에 삶의 끝을 붙잡고 있다. 이렇게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에 따라 상반되는 말과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보면 사랑이란 청춘남녀에게 있어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가 아닐까 싶다. 사랑은 청춘남녀에게 국한되는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아니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에 최고 존엄의 가치이다. 따라서 철학과 종교뿐만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서도 사랑은 영원한 주제이다. 사랑이란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인가, 지고지순한 최고 존엄의 가치인가 오늘도 사랑에 웃고 울며, 기쁨과 슬픔에 희비가 엇갈린다.

2024 대한민국 산림박람회 제23회 산의 날 기념식

▷일시: 10월 18일~21일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장소: 경주 엑스포 대공원(천마 광장, 선덕 광장)

▷주최·주관: 산림청, 경북도, 경주시

▷주제: 모두가 누리는, 가치 있고 건강한 숲

▷포레스트 빌리지: 기관 홍보부스, 관람객 휴게 쉼터, 숲속 마을 연상케 하는 특별한 공간 구성

▷참여기관: 도·광역시. 한국산림문학회(이사장 김선길),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 심상택), 한국산림과학고등학교(교장 윤정란) 외 6개교

/글·사진=장은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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