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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꿈드림’ 학교 밖·은둔 청소년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

김보규 기자
등록일 2025-08-07 18:48 게재일 2025-08-0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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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밖 청소년들이 입학사정관들과 상담하고 있다. / 포항시청소년재단 제공

관계 맺기, 영화 보기, 외출하기에서부터 검정고시 도전, 바리스타 등 자격증 따기···. 고립·은둔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것들이다. 이들이 단절했던 세상과 다시 연결해주는 ‘멘토’가 있는데, ‘포항시청소년재단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이하 포항시 꿈드림)다. 

포항시 꿈드림이 지난해 8월 마련한 대학 입시설명회의 풍경은 여느 설명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교복 대신 편안한 옷에 검정고시 성적표를 손에 쥔 청소년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입시 전략 특강에 나선 강사가 “검정고시 성적으로도 수시 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알리자 청소년들의 표정은 호기심에서 설렘으로 바뀌었다. 막연하기만 했던 ‘대학’이라는 단어가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어서다. 

 

 

교재부터 단계별 검정고시 준비… 합격 이후 대입설명회·컨설팅·개별 진로 상담
지난해 포토샵·바리스타·베이킹 등 자격증 취득 32명·직업훈련 연계 17명 성과
‘카페데이’ ‘무비데이’ 등 진행하며 고립·은둔 청소년’ 과 지속적 연결고리 만들어

 

상담 부스에서는 20여 곳의 대구 ·경북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이 검정고시 성적표를 토대로 학과별 특성과 입시 지원 전략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생생한 정보를 접할 절호의 기회였다. 신모양(18)은 “상담을 통해 막연하기만 했던 대학 입학 도전이라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라면서 “덩달아 향후 진로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항시 꿈드림 관계자는 “입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은 아이들에게 ‘너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줄 수 있었다”라면서 “올해도 8월 중에 2026학년도 입시설명회를 열겠다“고 전했다. 

포항시 꿈드림은 검정고시 준비부터 도와준다. 인터넷 강의와 교재 지원에서부터 대면·비대면 멘토링, 모의고사와 오답 풀이까지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돕는다. 합격한 이후에는 대학 입시설명회, 컨설팅, 개별 진로 상담도 해준다. 

올해 제1회 검정고시에서 초졸 5명, 중졸 17명, 고졸 68명 등 90명이 합격증을 받았다. 지난해 같은 회차 대비 12.5% 늘었다. 지난해 전체로는 검정고시 합격자 131명, 대학 진학자 30명, 정규·대안학교 복귀자 4명이라는 성과도 냈다. 

포항시 꿈드림 관계자는 “낯을 가리거나 불안해하면서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했던 학교 밖 청소년들이 꾸준한 격려와 상담을 거치면서 점차 마음을 열고 검정고시 공부를 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면서 “공부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합격 통지서를 직접 손에 들고 자부심을 느끼는 아이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포항시 꿈드림은 포토샵(GTQ), 바리스타, 베이킹 등 자격증 취득도 돕는다.

경북도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경북꿈드림)가 주관하는 ‘직업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1단계 진로상담부터 4단계 인턴십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국민취업지원제도나 내일배움카드와 연계해 심화 과정으로 나아간다. 지난해 자격증 취득 청소년은 32명, 직업훈련 연계는 17명이다.

문화·관계 체험도 다양하다. 올해는 경주월드 수학여행(20명), 계명아트센터 뮤지컬 관람(11명), 영일대 인근 서바이벌 게임과 문화관광(10명) 등을 진행했는데, 새로운 경험과 또래 관계 형성이라는 성장의 자양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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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밖청소년들이 직업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 포항시청소년재단 제공

건강 유지 비법도 가르쳐준다. 9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3년 주기의 건강검진을 해준다. 지난해 35명이 검진을 받았는데,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위기청소년 특별지원사업과 연계해 치료까지 해준다. 

포항시 꿈드림의 손길은 세상과 한 걸음 떨어진 고립·은둔 청소년에게도 닿는다. 포항에는 2023년 기준 431명의 학교 밖 청소년이 있고, 이 가운데 70~80명은 연락조차 끊긴 ‘고립·은둔 청소년’으로 분류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대상자로 관리하는 청소년은 29명이다. 

전국적으로는 고립·은둔 청소년이 14만 명에 달한다. 통계청 사회조사를 보면, 사회적 고립 청소년 비율은 5.2%, 만 13~18세 인구 기준 13만 9913여 명이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 4명 중 1명이 “10대부터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고립·은둔 청소년‘과 연결 고리 만드는 것부터 쉽지 않다. 중고거래 플랫폼 광고, 행정복지센터, 클래스 상담교사, 청소년 밀집 지역 아웃리치 등으로 끊임 없이 연결 고리를 만든다.  

더 중요한 것은 ‘관계 맺기’다. 고립·은둔 청소년과의 관계 형성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 데다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방에 숨어 있는 경우 대면도 어렵다. 상담사들은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찾아간다. ‘네가 필요할 때 언제든 나와도 된다’, ‘나는 늘 여기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청소년의 관심사를 찾아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간식을 반기는지, 어떤 활동에 흥미를 느끼는지 세심하게 살핀다. 맞춤형 홈키트를 건네면서 심리적 거리를 조금씩 좁히고, 말없이 곁을 지키기도 한다. 

노력이 쌓이면 청소년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 처음엔 현관문을 열고, 시간이 지나면서 거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상담사는 대화나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 조용히 함께 머무는 것 자체가 관계 형성의 시작이다.

거실에 익숙해진 이후에는 외출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카페 데이’다. 익숙하지 않은 외부 환경에 대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 사람이 적고 조용한 카페를 고른다. 처음에는 상담사가 음료를 대신 주문하고 다음 만남에는 청소년이 직접 주문하게 한다. 사회로 향하는 첫걸음이다. 

외부 활동은 점차 확대된다. 단순히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적응을 위한 일종의 ‘리허설’이다.

‘무비 데이’는 부모와 함께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영화는 끊긴 가족의 대화를 다시 잇는 매개체가 된다. 버스를 타는 활동처럼 소소하지만, 일상적인 외출도 진행한다. 처음 가보는 장소, 처음 해보는 경험 속에서 청소년은 세상과 조금씩 연결되는 법을 배운다. 

항상 순조롭게 관계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다시 문이 닫히고, 연락이 끊기는 일도 생긴다. 이럴 때 상담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다시 문 앞에 선다. 이 꾸준함이 결국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부모 상담도 필수다. 지친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고, 소통법을 배우기 시작하면 그 변화는 자연스럽게 청소년에게 전해진다. 부모가 변하면 청소년도 서서히 마음을 열고 상담에 응한다. 결국 가족의 변화가 청소년 회복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포항시 꿈드림의 다양한 사업은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시행한다. 지난해부터 전국 12개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경북에서는 포항이 유일하다. 지난해 포항시 꿈드림은 체험 키트 42명, 카페 데이 23명, 무비 데이 10명, 학습 지원 6명, 부모 교육 8명, 솔루션 협의회 9회를 진행했다. 

유성재 센터장은 “청소년 복지는 단순히 보호가 아니라 자립으로 가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도“라면서 ”관계의 끈을 놓지 말아야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스스로 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이 있다면 언제든 센터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당부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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