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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바람도 꺾지 못한 건각들의 뜨거운 열정

김재욱 기자 · 장은희 기자 · 황인무 기자
등록일 2025-02-23 19:42 게재일 2025-02-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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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규모… 추위 뚫고 4만명 러닝<br/>엘리트 부문 탄자니아 게이 선수 우승 <br/>2시간5분21초로 완주해 ‘대회 신기록’<br/>에티오피아 토라 선수 여자 1위 차지 <br/>국내 남녀 1위는 박민호·최정윤 선수<br/>정장·캐릭터 복장 등 이색참가자 눈길
2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대구마라톤대회’에서 엘리트 풀코스에 출전한 선수들이 유니버시아드로를 달리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대구마라톤대회’에서 엘리트 풀코스에 출전한 선수들이 유니버시아드로를 달리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세계 최고 수준의 우승 상금이 걸린 ‘2025 대구마라톤대회’가 23일 대구 도심에서 펼쳐졌다.

이날 대회 출발점인 대구스타디움의 체감 온도가 영하 6도를 기록할 정도로 매서운 날씨 였지만, 참가 선수들의 열정은 꺾을 수 없었다.

이번 대회는 15개국 158명의 정상급 엘리트 선수들과 40개국의 러너 4만130명 등 4만288명이 참여해 국내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우승 상금도 지난해부터 16만 달러(2억3000여만원)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면서 2시간 3분에서 5분대 기록을 보유한 정상급 마라토너 8명이 참가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엘리트 풀코스 남자부 1위 게브리엘 제럴드 게이(탄자니아) 선수, 국내 남자부 1위 박민호(코오롱) 선수, 국내 여자부 1위 최정윤(충남도청) 선수, 여자부 1위 메세레 베레토 토라(에티오피아) 선수가 각각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엘리트 풀코스 남자부 1위 게브리엘 제럴드 게이(탄자니아) 선수, 국내 남자부 1위 박민호(코오롱) 선수, 국내 여자부 1위 최정윤(충남도청) 선수, 여자부 1위 메세레 베레토 토라(에티오피아) 선수가 각각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회는 3년째 세계육상연맹(WA)이 인증하는 골드라벨 대회로 엘리트 풀코스, 마스터스 풀코스, 하프코스, 10㎞, 건강달리기 등 총 5개 종목으로 진행됐다.

올해 대회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개최 시기가 4월 초에서 2월 말로 앞당겨졌다. 대회 코스도 변경했다.

그동안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출발해 같은 코스를 도는 루프 코스였지만, 2024년부터 대구스타디움에서 출발해 청라언덕, 서문시장, 수성못 등 대구를 대표하는 곳을 거치며 한 바퀴 도는 순환 코스로 바꿨다. 특히 작년 대회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출발지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출발 간격을 40분에서 1시간 30분으로 벌려 편성했다.

또 참가자가 역대 최대 인원을 기록함에 따라 도착지를 3곳으로 분산하고 안전요원 등 5800여 명을 배치했다. 셔틀버스 노선도 확대 운영해 참가자들을 지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참여해 주신 선수, 시민 여러분 감사드리고 환영한다”며 “오늘 마라톤대회는 골드라벨 대회로, 세계 최고 상금과 대회로 거듭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안전하게 완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육현표 대한육상연맹 회장은 “대구마라톤 골드라벨 대회가 참가자가 많아 내년에는 플래티넘 대회로 승격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구하면 마라톤’인 만큼 내년, 내후년에도 꼭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대구마라톤대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주호영 국회 부의장, 육현표 대한육상연맹 회장 등 내빈들이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대구마라톤대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주호영 국회 부의장, 육현표 대한육상연맹 회장 등 내빈들이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추운 날씨에도 대회 신기록 수립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회 신기록이 나왔다. 이날 엘리트 부문에서 탄자니아의 게브리엘 제럴드 게이 선수가 2시간 5분 21초로 완주해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그는 우승상금으로 13만 달러를 받았다.

또 지난해 마라톤에 데뷔해 두바이에서 우승했던 신예인 에티오피아의 아디수 고베나 선수가 2시간 5분 24초로 2위를 차지했다. 고베나 선수 역시 기존 대회 기록(2시간 5분 33초)을 앞섰다.

여자부에서는 에티오피아의 메세레 베레토 토라 선수가 2시간 24분 10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게브리엘 제럴드 게이는 “날씨가 춥기도하고 바람도 많이 불었는데 열심히 준비했고, 이번 대회에서 무조건 이겨야되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우승을 차지해 너무 행복하다”며 “재미난 대회였다. 끝까지 뛰어서 이겼더니 매우 행복하고, 다음에도 대구를 방문해 대회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밝혔다.

여자부 우승자 메세레 베레토 토라는 “감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기쁘다. 추운 날씨가 걱정됐었는데 실제로 뛰니까 걱정한 것보다 더 힘들었다”면서 “(대구마라톤)코스는 너무 좋은데 추운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1등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 감사하며 힘이 되어준 남편과 모든 가족 코치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선수들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코오롱 소속 박민호 선수는 2시간 12분 38초를 기록하며 국내 남자부 1위를 차지했고, 충남도청 소속 최정윤 선수는 2시간 32분 22초를 기록하며 국내 여자부 1위에 올랐다.

2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대구마라톤대회’ 5㎞ 코스 경기에 앞서 경북대학교 학생들과 교직원 200여 명이 학교 점퍼를 입고 깃발을 흔들며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대구마라톤대회’ 5㎞ 코스 경기에 앞서 경북대학교 학생들과 교직원 200여 명이 학교 점퍼를 입고 깃발을 흔들며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대회보다 빛난 시민의식… 전국서 온 이색 참가자

대구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은 ‘DAEGU’라고 적힌 빨간색 참가 티셔츠에 참가번호표를 붙인 옷을 입고 설렘과 긴장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구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이들은 도시철도 2호선 수성알파시티역과 3호선 용지역에 도착하자 행사장 셔틀버스를 탑승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순서를 기다렸다.

역대 최대 인원이 참여하다보니 셔틀버스 대기 시간이 상당히 길었지만, 시민들은 순서를 지켜 줄 지어 서 있었고 차례 대로 버스에 탑승해 안전하게 경기장으로 도착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자신의 기록이나 점수보다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2살 자녀를 태운 유모차를 밀면서 건강달리기에 참가한 하진화(29·대구 수성구)씨는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 참가했다”며 “지난해 부산 미니언즈런에 이어 대구마라톤에 출전했는데 아이와 함께 즐겁게 뛰었다”고 말했다.

하프코스에 출전한 곽민석(35·대구 북구)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져 즐겁게 참여했다”면서 “부인은 10㎞에 참여해 함께 뛸 수는 없지만 완주한 뒤 영상통화를 하기로 했다. 경기에 앞서 서로를 응원하고 왔다”며 엄지를 들어올렸다.

23일 오전 대회 참가자들이 출발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3일 오전 대회 참가자들이 출발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마라톤 참가자 중 정장과 캐릭터 차림 등 이색 복장을 입고 달리는 이들도 있었다. 지역의 경북대학교에서는 200여 명의 학생들이 학교 캐릭터 분장을 하거나 학교 잠바와 모자 등을 맞춰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경북대 점퍼를 착용하고 마라톤에 참가한 경북대 허영우 총장은 “대구마라톤 참가자들의 열정이 인상적이었다. 추운 날씨에도 참가자들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며 “덕분에 경북대가 대구의 대표적인 국제 스포츠 축제에 참여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실천하고 대학 구성원들의 결속을 다지는 의미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만화 코스프레를 한 김재영(33·경기도 성남)씨는 “‘갱갱수월런’ 달리기 크루가 다 함께 참여했는데 대구마라톤은 코스가 좋아 만족스럽다”며 “힘들 때마다 대구 시민들이 응원을 해 주어 완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스 곳곳에서는 응원단과 자원봉사자들이 참가자들에게 풍물패 응원 및 음료를 나눠 줬으며, 대회가 끝난 뒤에는 자원봉자들이 코스를 돌며 청소를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빈병과 비닐 등을 가득 모아 담았고, 이들이 지나간 거리는 깨끗했다.

조용태(47·경북 김천시)씨는 “김천 율곡성당 ‘율스런’이 1㎞ 뛸 때마다 100원씩 모아 행사 후 기부하기 위해 함께 참여했다”며 “유명한 행사에 참여하고 기부도 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웃음 지었다. /김재욱·장은희·황인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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